태은아 

 

새벽에 자는데 몇번을 이불을 걷어 차던 태은. 

밤새 이불을 덮어주느라 밤잠을 설치고는 잠든 엄마. 그새 또 차버린 이불 

6시좀 넘어 갑작스런 외침에 잠이 깨었어. 

"추워!" 

"아 그래 춥구나. 이불 덮어 줄게." 

얼른 이불을 덮어 주었단다. 

추우니 춥다 했겠지만 그 당연한 말 한마디에 엄마는 놀랐단다. 

추워서 스스로 춥다고 말한 건 처음이었거든. 그냥 따라하거나 추워도 추운지도 잘 모르는 아기였는데 이제 추우면 춥다고 말할 줄 아는 아이가 된 거야. 

그래서 엄마는 태은이가 뿌듯하고 기특하고 이쁘구나. 

돌이켜보면 아까운 시간들이 흘러가는 것 같아.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보듬어 주고 픈데 엄마는 그 마음을 조금씩 참을 때가 많단다. 

항상 팔베게를 하고 안고 자니 엄마가 없으면 잠시도 못 견뎌서 그게 오히려 너를 힘들게 만든다는 걸 알고는 가능하면 팔베게를 하지 말고 가능하면 안고 뛰어오는 것도 하지 말아야지 한단다. 

유태인 교육법에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잡는 법을 가르쳐 주라는 말이 이젠 실감나.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다 해주고 프지만 태은이를 위해 참아야 하는 거. 

사랑도 사랑하는 이를 위해 참아야 한다는 걸 엄마는 새삼 배운다, 

막상 엄마가 연애할 때는 몰랐던 사실이었거든. 

인생에서 절대 쉽게 배울 수 없는 것들. 무딘 엄마는 절대 알아질 수 없는 것을 태은이는 하나씩 알려주는 구나. 

하지만 그것들을 실천하기가 엄마는 왜케 어려운 거니. 엄마는 그냥 하루 종일 너를 껴안고 있고 싶고 하루 종일 웃어주고 싶고 하루종일 놀아만 주고픈데 그 마음을 알까? 

일요일에는 목욕탕에 데리고 가서 탕속에서 계속 수영을 시켜 주었지. 안고는 수영하듯 계속 돌려주는 것 말이야. 

재미나고 신나서 까르르 웃으며 좋아하는 네 모습에 엄마는 팔이 아픈줄도 다리가 아픈줄도 몰랐구나. 월요일이 되어서야 왜 이렇게 팔이 아플까 하니 아, 그렇지 했단다. 

그런데 너는 엄마가 해주어서 수영을 하는 줄도 모르고는 그냥 물속에서 엎드리면 수영이 되는 줄 알고 물 속에서 바로 몸을 엎드려서 엄마는 깜짝 놀랐단다.  

종종 발을 바닥에서 뗄 때도 있고 말야. 그러면 물에 빠지는 데 

그 이야기를 아빠에게 하니 아빠는 그럴땐 그냥 나두어서 물에 빠지게 해야 아 이러면 안되는 구나를 몸소 깨닫는다고, 

아 어떻게 그러니, 어떻게 그럴까? 절대 못할 것같은.  

엄마는 갑자기 처음 너를 미끄럼 태울 때가 생각났어. 

아빠는 아래서 아이를 놓으라 하고 엄마는 위에서 너를 잡고는 마구 떨어질 거 같아 도저히 손을 못 놓는 

하지만 눈을 질끈 감고 손을 놓았는데 너는 까르르 웃으며 잘도 타더구나.  

그네 탈때도 그랬고 그렇게 앞으로 점점 엄마 손이 필요치 않게 엄마 힘이 닿지 않게 많은 걸 스스로 하게 되겠지.  

자전거도 그렇게 탈거고 길도 혼자 건너게 될 거고 먼 여행도 혼자 가겠지.

내 엄마가 엄마를 간섭하고 구속하는 게 싫었든 태은이 너도 그렇겠지. 자꾸만 목용탕 속에서 손을 놓으라 하던 네가 떠오르는 구나. 

놓아줄 준비를 아주 오랜 시간 차근차근 하게 만드는 것 그게 아이를 키우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곱고 고운 너를 어떻게 놓아줄까? 

지나간 네 아기 모습을 돌이켜 보건데 엄마는 참 아쉽고 아깝구나. 더 잘해줄걸 더 사랑해 줄걸. 

많이 아껴야 할 말이 될 때도 있는 사랑하는 마음. 

엄마 마음을 태은아 알까? 

아깝구나. 지금 이 시간이. 

지금 어린이집에서 어떤 시간을 보낼 지 밥먹을 준비를 할테지, 선생님께 혼날지도 모르지. 아깝구나. 너무 고와서 참 예뻐서 말이야. 

그래서 엄마가 계속 서운하게 쑥쑥 커주는 거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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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2-23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행복한 태은이에요. 다정하고 포근한 엄마가 옆에 있으니까요.^^

해바라기 2010-02-23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ㅎㅎㅎ 그거 내가 살라고 드갔다가 쌩스 투 없어서리... 점수 좀 받아볼라꼬. - -
ㅎㅎㅎ 태은이 마이 컸다.............

hnine 2010-02-23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예쁜 태은이~~

전호인 2010-02-2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이 컷어요.
에궁 살짝 추워보이는걸요. ㅎㅎ

울보 2010-02-23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그시간이 그립습니다,,ㅎㅎ

하늘바람 2010-02-24 10:00   좋아요 0 | URL
사실 류를 보면서 더 그런 생각들어요. 님이 많이 사랑하고 아기처럼 아끼던 류, 제가 류를 첨 만난 것도 태은이정도 였던 때였어요.
그런데 어느새 자라 소녀가 되고.
엄마 맘음 아기같은데 이제 다 자랐지요

같은하늘 2010-02-24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둘째가 유치원에 입학하니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순오기 2010-02-24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러브레터라니, 정말 감동이에요.

여행 2010-04-19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참 예쁘게 사는거같애 부러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