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씨에 과감히 오후 도서전 행을 감행했다.
도서전 마지막 날이기에 그냥 흘러 보내기가 아쉬워서 였다.
하지만 한두 방울 떨어지는 비.
그래서 나왔다 다시 집에 들어가 장우산에 내 방수잠바를 아기띠에 칭칭 동여매어서 비가 와도 태은이는 비를 안맞게 완전 무장을 하고 나왔다.
그래도 그 사람많은 곳에서 수유를 할 수 있을까 싶어 보온병에 분유도 챙기고 (원래 태은이는 오나전 모유수유중인데 샘플로 받은 남양분유를 챙겨보았다) 기저귀에 손수건, 지갑, 호기 모를 아기수첩 의료보험증, 여분의 아기옷을 챙기니 가방이 무거웠다.
태은이가 잠을 푹자서 응아하는 것까지 기다리고 나갔다 다시 들어오는 바람에 시간은 어느덧 오후 4시가 넘어있었다.
도착하니 다섯시.
휙휙 둘러보는데 이번에는 수공예 전시회가 함께 열리고 있어서 보고픈것 사고픈 것이 너무 많았다.
너무 늦게와서 자세히 못본게 아쉽고 태은이를 안고 있어 직접 체험해 볼 수 없는게 너무 아쉬웠다.
이번 도서전은 규모가 많이 작아져있었다.
아무리 불황이라 해도 이렇게 규모가 작아지진 않았었는데, 웬지 다음 해는 그 규모가 더 작아지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가 도서전 효과를 그리 보지 못하는게 아닐까 싶다.
삼성출판사에서는 아이 얼굴을 내밀고 찍으면 동화책 속에 아이얼굴이 나오게 하는 사진 촬영장소가 있었는데 너무 찍고 싶었지만 아이를 아기띠를 하고있는데다가 나 혼자 가서 누가 찍어줄 사람도 없고 그냥 서성이다만 왔다.
태은이 찍어주었으면 참 좋았을 것을.
사고 픈건 정말 많았다.
메이지도 사고 프고, 올리비아 원서 올리비아 수첩, 올리비아 일기장. ~에릭칼.
하지만 난 일단 다 참아야 했다.
아무것도 안사도 가방과 태은이를 안아서 어깨가 점점 아파오고 힘이 없어서 쓰러질 지경이었다.
모우수유를 하면 금세 배가 고파져서 금세 힘이 빠진다.
그래서 사온건 비룡소의 목욕놀이그림책. 7000원짜리 책을 2000원에 너무 저렴하다.
그리고 세종문고에 촉감책을 각각 2500원에 두권.
아~ 맘 같아서는 더 사야했는데 자다 깬 태은이가 울어서 그러지 못했다.
원래 간 목적은 시디가 있는 영어동화책을 살 생각이었는데 처음 아이에게 들려줄 책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영어에 문외한이라 더더욱 그런듯, 결국 영어책은 못샀다.
누가 내머리에 똥쌌어라는 우리나라 책을 영어로 번역해서 파는데 시디가 들어서인지 만원도 넘었다. 아무래도 알라딘서 조언을 구해 한권씩 사야겠다.
그런데 배고파 우는 태은이.
정말 그곳에서는 수유를 할 수가 없었다.
태은이를 앞으로 아기띠를 한채 쉬는 자리에서 우산과 짐은 바닥에 내려 놓고 무릎을 꿇은채 우유병에 보온병 물붇고 일회용 분유 두봉지 뜯어 넣고 흔들어 타는데 엄청 힘들었다.
그렇게 탄 분유가 조 ㅁ뜨거운 듯해서 다시 짐을 챙기고 칭얼대는 태은이를 안은채 멀리 보이는 화장실을 찾아 물을 틀어 우윳병을 식혔다.
다시 쉼터로 와서 의자에 앉아 분유를 먹이는데 태은이 배가 고팠는지 꿀꺽꿀꺽.
아 맘이 다 울컥한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일.
아이가 귀엽다며 사람들이 나를 빙둘러섰다.
정말 부채꼴처럼 여러명이 빙. 아이와 어른들이 모두 태은이와 나를 바라보왔다.
먹을 때 시끄럽거나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먹지 않는 태은이.
안먹고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이 상황에 나는 만약 분유를 안가져와서 직접 수유를 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기저귀도 봐주고 픈데 마땅히 아이를 눕힐 곳이 없다.
쉼터 의자는 좁고 자리도 없었다, 그렇다고 땅바닥에 눕히기도 뭣하고.
수유실은 당근없었고 이러니 아이를 데리고 하는 외출이 힘들 수밖에.
우리 나라는 젖먹이 아이는 밖에 내리고 나오지 말아야하나보다.
아무튼 이래저래 정말 휙 둘러본 도서전이라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