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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1

 

상처 받는 일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게 나는 아니다.

 

 

 

2

 

세상에 진짜 혼잣말은 없다. 정말로 아무도 듣지 않을 거라 여기면서 말하는 사람은 없다. 하다못해 저 위에 계신다는 누군가, 온 누리에 다 닿는 커다랗고 공정한 귀를 가진 누군가가 내 말을 놓치지 않고 낚아채 주리라 알게 모르게 믿는 마음이 없다면 결코, 사람은 어떤 말도 입 밖으로 꺼내놓지 않는다.

 

 

 

3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그러나 생각이 인간의 특권이 되는 순간, 인간은 생각의 특권이 되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세상엔 인간을 한낱 탈것으로 여기는 것들이 많다고 한다. 실체는 유전자고 인간은 그 운반자일 뿐이라는 이야기가 있고, 실체는 언어일 뿐이고 인간은 그 구현자일 뿐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해박하나 도무지 읽기 어려운 글을 쓰는 어느 죽은 철학자 역시, 세계란 절대정신이라는 것이 스스로를 변증법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이라는 선언을 통해 비슷한 뉘앙스를 풍겼다. 이런 어려운 이야기들일랑 모조리 차치해도


우리에겐 가끔씩 자신이 생각이라는 집요한 추노꾼에게 뒤쫓기는 노비 같다는 느낌을 받는 때가 찾아온다. 말을 할 때와 말을 하지 않을 때, 다른 일을 할 때와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심지어 다른 생각을 할 때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때조차, 어떤 생각은 발목에 감긴 그림자처럼 우리의 걸음걸음에 들러붙는다. 동행하다보면 자꾸 혼잣말을 하게 되고, 상처가 있는 방향으로 알아서 찾아가게 만드는 생각들.

 

생각은 인간의 것이다. 동시에 인간은 생각의 것이다.

 

 


4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시를 내려놓는 선인장은 없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끝없이 벽을 허무는 마음은 없다. 지키는 마음은 늘 울타리를 두르게 한다. 그리고 둘러놓은 울타리가 지키고 싶은 마음을 부추긴다. 선순환과 악순환 가운데 뭐라고 이름 붙여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존재하는 사이클이다.

 

세상에는 지키지 않는 방식으로 지키는 기술이 있다고 한다. 한없는 개방이나 공유가 그런 것일까. 뒤집어 생각하면 그것은 지키는 방식으로 지키지 않는 것이다. 커다란 인간에겐 어쩌면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인간이 작을수록 모든 것을 내어주는 방식으로 무엇인가를 지키는 일은 어렵다. 어려운 방식은 마치 고슴도치가 가시를 몸 안쪽으로 기르는 것처럼 은은하고 완만하게 상처를 남기고, 비명보다는 신음에 가까운 혼잣말을 자꾸 길어낸다.

 

 

 

5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것도 욕심에 지나지 않을까. 그저 웃는 날이 줄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그저 그거 하나만 바라면서 기다리고 있다.

 

 

 

999

 

한 넉 달 어영부영 한 것 치고는 좀 좋은 점수를 받아서, 덜컥 필기는 붙었다. 운이 꽤 좋았던 듯. 그러나 면접이란 것은 미친놈 구별하는 수준이고 사실상 결판은 필기 득점에서 끝나는 시험이라는 점을 미루어 보면, 1.4배수의 커트라인 위에 납작 엎드린 syo가 최종적으로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보는 것이 중론). 하던 대로(다들 권하는 대로) 묵묵히 다른 필기나 준비해야지.

 

  

 

--- 읽은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한나 아렌트 지음

마취의 시대 / 로랑 드 쉬테르 지음

중국사상사 모리 미키사부로 지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4 / 박시백 지음

본격 한중일 세계사 2 / 굽시니스트 지음

 

 

--- 읽는 ---

미국의 민주주의를 읽다 / 양자오 지음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모든 것 / 백상진, 김예찬 지음

만화 동사의 맛 / 김영화 지음, 김정선 원작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 리처드 J. 번스타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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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5-09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면접 보고나면 얘기해줘요!
:)

syo 2019-05-09 11:11   좋아요 0 | URL
네. 미친놈을 어떻게 걸러내는지 가 보고 와서 알려드릴게요 ㅎㅎㅎ

독서괭 2019-05-09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키는 마음은 늘 울타리를 두르게 한다.. 밑줄 그어 봅니다.
필기 합격 축하드려요~^^

syo 2019-05-09 11:12   좋아요 0 | URL
최종합격이 아니면 큰 의미가 없는 거죠 뭐 ㅎㅎㅎ 사실 커트에 찰싹 붙어 있어서 그렇게 기쁘지도 않답니다.....

2019-05-09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09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9-05-09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합격하시길 기원합니다. ^^

syo 2019-05-09 13:0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그러나 정황상..... ㅋㅋㅋ

목나무 2019-05-09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밝은눈을 가진 면접관이라면 syo님을 알아볼 겁니다! 면접 잘 보셔요. 평소의 syo님답게~ ^^

매일밤 명상을 10분씩 하는데 내가 그리 많은 생각을 하는지 새삼 깨닫게 되어 그만 두어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생각을 비우는 일이 쉽지가 않네요. 고작 10분조차 멍때리지 못하는 스스로를 반성하는 나날들입니다. 저는~

syo 2019-05-09 13:02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으쌰으쌰 말씀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면접관이라는 자들과의 만남이 늘 좋지 않은 기억으로 마무리되었지요ㅎㅎ 웃으며 돌아섰으나 다시 만날 일이 없었다...

고양이라디오 2019-05-0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합격기원합니다!!

syo 2019-05-09 13:02   좋아요 1 | URL
고라님 번창 기원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5-0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원합니다!!!

syo 2019-05-09 13:03   좋아요 1 | URL
아, 이런 글에 응원 말고 다른 댓글을 어떻게 달겠습니까만, 응원 낭비세요 ㅎㅎㅎㅎ 아껴두심이....

반유행열반인 2019-05-09 14:00   좋아요 1 | URL
드릴 게 응원 뿐이라...시험 뿐 아니라 syo님이 잘 되고 싶은 모든 걸 (e.g.쾌변, 단잠, 잘 써진 글)저 앞에 붙여 주세요!!(셀프 DIY 신개념 응원)

북프리쿠키 2019-05-09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홍~좋은 결과 있길 바랄께요.^^

syo 2019-05-09 16:3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이것참 여러모로 민망하네요.

cyrus 2019-05-09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넉 달 동안 공부해서 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한 건 정말 대단한 일이죠. 좋은 기운을 잘 받아서 면접시험에도 합격하길 바랍니다. ^^

syo 2019-05-09 16:33   좋아요 0 | URL
허허허. 올해 유독 시험이 쉬웠다네요. 저도 살다보니 시험운 같은 것에 당첨되는 일이 다 생기네요.

잠자냥 2019-05-09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개그로 승화할 것 같은 면접 후기도 기대합니다.

syo 2019-05-10 01:01   좋아요 0 | URL
그걸로 개그 치기가 영 쉽진 않을 것 같지만, 그래서 더욱 끌리는데요? ㅎㅎㅎ

감은빛 2019-05-09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세상에는 은근히 상처나 고통을 즐기는 성향의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가끔 은근한 근육 통증을 즐기는 모습과 작은 생채기의 통증이 아프면서도 어떤 썩 나쁘지만은 않은 감각으로 이어지는 걸 깨달을 때가 있어요.

2. 그런데 저는 혼자 집에 있을 때 가끔 혼잣말을 하는 버릇이 들었어요. 당연히 아무도 들을 이 없다는 알고도 습관처럼 합니다. 심지어 저는 신이란 존재 자체를 믿지 않아요.

3. 저도 이런 생각 자주 해요. 그런데 인간만이 생각을 할 수 있는 걸까 궁금하네요. 동물들에게 거울 테스트를 해보면 의외로 많은 동물들이 자아를 인식한다고 하던데요. 쓰다보니 자꾸 딴지를 거는 것처럼 보일 것 같은데, 절대 그런 의도는 아닙니다.

4. 이 말씀은 저도 공감.

5. 저는 웃는 날이 딱 정해져있어요. 아이들 만나는 날이죠.

999. 축하드립니다! 좋은 결과 얻으시길 바랄게요. ^^

syo 2019-05-10 01:1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제가 감정에 너무 휘둘린 나머지 무람없이 세상에 있니 없니 단정적으로 써 놨네요.
여러방면으로 꼼꼼한 지적 감사합니다.
실제로 감은빛님 말씀에 대체로 공감합니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도 혼잣말을 많이 합니다.

동물의 ‘생각‘에 대한 생각도 그렇구요. 생각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법의 ‘생각‘을 기준으로 놓고 보더라도 저는 동물들이 생각을 한다고 믿어요. 저 문단도 생각이 인간만의 것이라는 가정을 깔지 않고 쓴 글입니다. 그러니까, 감은빛님의 말씀은 딴지를 거시는 게 아니라 다른 논점을 제시하신 거라 받아들였습니다^-^

응원해 주신 바에 힘 입어 좋은 결과를 얻어내면 좋겠지만, 사실 필기 점수로 결과가 거의 결정된다고 하더라구요. ㅎㅎㅎㅎㅎ

카알벨루치 2019-05-09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기대된다 원래 하던대로 아자자!!! 27만명 응시에 6000명이 된다는 그 공무원 셤!!!! 좋은 결과 기대할께요^^

syo 2019-05-10 01:02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아니에요, 필기만 합격이지, 커트라인에 붙어 있어서 사실상 탈락이에요.
6월달에 또 있는데, 그거나 열심히 준비하려고 합니다.
잠자냥 님 말씀처럼, 면접은 개그랑 바꿔먹구요 ㅋㅋㅋ

2019-05-10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0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5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6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또 봄. 2019-05-10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듣는 이 신경쓰지 않는 혼잣말이 늘었어요.T.T
필기 합격 축하드립니다.
좋은 결과 있으시길.

syo 2019-05-12 13:26   좋아요 0 | URL
인사가 늦었네요ㅜㅜ 감사합니다 또 봄님 ㅎㅎㅎ
좋은 결과든 좋지 않은 결과든 결과가 나오면 다시 알리겠습니다^-^

chaeg 2019-05-21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합! 격! 기! 원! 입니다!

syo 2019-05-21 18:51   좋아요 0 | URL
에너지 배송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ㅎㅎ
 

 

호반정경湖畔情景 5

 

 

1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더 소중한 사람은 낯익은 사람이 아니라 낯선 사람일 때가 많다. 낯익다는 느낌은 매일 생각하는 사람에게서는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 생각해 보지 않은 얼굴, 가물가물한 이름, 언젠가 한번쯤 만났던 것 같은 희석된 기억 같은 것들을 다시 마주쳤을 때, 혹은 그것들과 유사한 것들을 만났을 때, 우리는 낯익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정말 사랑하는 사람, 하루에도 몇 번씩 그리워하는 사람, 내 가장 가지고 싶은 사람에게서는 낯섦만을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어쩌면 우리는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은 낯익은 사람이 자꾸 낯선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 반대가 아니라.

 

당신을 참 많이 읽었다고 생각한 것이 거칠고 조악한 오해일 뿐이었다는 사실은 내겐 치명적이다. 나는 당신을 잘 몰랐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당신을 잘 안다고 생각했던 만큼, 실은 당신을 잘 몰랐던 나 자신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내겐 이 세계가 나와 당신, 그리고 그 밖의 것들로 이루어져 있으니, 단 한방에 내 세계의 2/3가 무너진 것이다.

 


 낯익은 당신

 

 빛인가당신저 손등 아래 지는 당신봄빛인가 당신그래한 상징이었을지도 모를 당신뭉큰손에 잡히는 600그램 돼지고기 같은시간저 육빛인 당신당신은 빛 아닌물인가저 발 아래 일렁이는 당신물 냄샌가 당신그래한 기호였는지도 모를 당신덜컹발에 잡히는 영상 25도 물 온도 같은시간저 온탕인 당신혹 당신은 물 아닌 흙인가저 땅 아래 실은 끓고 있는 바위 같은 당신아직 형태를 결정하지 못한망설이는바위인가사방 100킬로 용암의 얼굴 같은저 낯익은 당신

허수경낯익은 당신」 전문

 

 


2



분명 재판관들이 피고에게 그가 말한 모든 것이 '공허한 말'뿐이라고 드디어 말한 것은 옳았다다만 그들은 이 공허함이 가장된 것이며피고가 공허하지 않은 끔찍한 다른 생각들을 감추려고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했다이 생각이 반박될 수 있는 것은아이히만은 기억력이 상당히 나쁨에도 불구하고 자기에게 중요한 일이나 사건에 대해 동일한 선전 문구와 자기가 만든 상투어를 단어 하나 틀리지 않고 일관성 있게 반복한 점 때문이다(자기가 스스로 만든 문장을 하나 말하더라도 그는 이 말이 상투어가 될 때까지 계속 반복했다). 아르헨티나나 예루살렘에서 회고록을 쓸 때나 검찰에게 또는 법정에서 말할 때 그의 말은 언제나 동일했고똑같은 단어로 표현되었다그의 말을 오랫동안 들으면 들을수록그의 말하는 데 무능력함(inability to speak)은 그의 생각하는 데 무능력함(inability to think), 즉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데 무능력함과 매우 깊이 연관되어 있음이 점점 더 분명해진다그와는 어떠한 소통도 가능하지 않았다이는 그가 거짓말하기 때문이 아니라그가 말(the words)과 다른 사람들의 현존(the presence of others)을 막는따라서 현실 자체(reality as such)를 막는 튼튼한 벽으로 에워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한나 아렌트예루살렘의 아이히만, 105-106

 

개인적이지만 개인적이라서 더욱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은 정말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한나 아렌트가 보고 적어놓은 수많은 세부사항들이 이 세상에서는 60년도 넘는 세월동안 살아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syo의 머릿속에서는 3일 이내에 모두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결국 철학사 책이나 입문서, 한나 아렌트 개론서에서 몇 페이지 안짝으로 요약해 놓은 지식 이상의 그 무엇도 건지지 못하고 아까운 시간만 박살낸 셈이다. 이게 syo의 탓인지 한나 아렌트의 탓인지(수십 년의 역사가 증언하건대 아무래도 전자일 확률이 크지만) 혹은 세월의 탓인지 모르겠지만, 모르겠으니 말하지 않고 알겠다 싶은 것만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정말, 정말 재미가 없습니다. 진짜로요.

 


 

3



우울증의 문제는 언제나 존재론적 성질을 띠었다존재가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그리고 이 드러남을 이런저런 규칙이나 규범관념에 비추어 바람직하다거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방식의 문제와 늘 연관되었기 때문이다.

로랑 드 쉬테르마취의 시대, 29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

한병철피로사회, 11

 

당연히 더 먼 기원이 있겠으나, syo의 지식 범위 내에서 보면 질병(의 정의나 그 대처방법)과 사회(시대) 사이의 은밀하지만 명백한 관련성을 최초로 의미 있게 짚어낸 이는 미셸 푸코였다. 특히 정신질병(과 더는 그렇게 분류되지 않는 과거의 흔적들, 예컨대 동성애)에서. 그 후 다양한 방면의 논의가 있었던 걸로 보이고, 최근의 학자들은 자신의 견해가 푸코에게서 뻗어 나왔음을 인정하는 동시에 푸코의 사상은 이제 적실성을 잃었음을 선언하는 것을 기본으로 깔고 가는 것 같다. 재미가 있다.

 

syo가 알기로 푸코는, 니체를 언급한 것에 비해 보자면 마르크스에 대해서는 거의 침묵한 것으로 봐도 무관하고, 심지어 후기에는 마르크스를 훌쩍 건너뛰어 칸트를 만지다가 생을 마무리한 것 같다. 그런데 후학들이 푸코적 관점으로 연구를 거듭해오면서 다시 마르크스와 은근한 연결점을 구성하는 것도 흥미롭다. 결국 푸코의 시대에 비해 오늘날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부과하는 압박이, 주체가 기꺼이 스스로를 성과주체로 재구성하도록 만드는 생존압력이, 각종 정신질환과 정상상태를 판가름하는 잣대 속에 은근하게 숨겨져 있는 노동 착취 가능성혹은 노동력 재생산 가능성따위가 점점 더 노골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피로사회야 재독이고, 원래 괜찮은 책임을 알고 있었지만, 마취의 시대는 단순히 표지와 두께에 끌려 빌려온 것인데 굉장히 신명나게 읽는 중이다. 아무 생각 없이 빌려온 책이 즐거운 독서를 보장해주는 경험은 드물고, 드문 만큼 소중하다.

 

 

 

4

 

2005년 처음 월든을 만난 이후로 매년 한 번씩 읽고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작년은 그냥 넘어간 것 같다. 얼마 전 책 정리를 하면서야 그걸 깨달았다. 잠깐 패닉에 빠졌으나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나의 월든 연속 독서 기록은 사망했다. 월든 연속 읽기(2005-2017). R.I.P.

 

다시 차근차근 기록을 쌓아나가려니 서글퍼진다. 올해부터 바로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저 연속기록을 경신하고 나면 거의 오십 줄에 드는 것인데..... 올해는 소로의 다른 책을 읽어봐야지 싶다. 



혼자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나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로마 황제의 방처럼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곳에서는 혼자라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다락방으로 올라간다이곳에선 거미조차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다마루를 쓸지 않아도재목을 나르지 않아도 좋다독일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진실이란 나를 더 나아지게 하는 모든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소로의 일기, 47


현재의 나라는 말을 어디까지 넓게 보느냐에 따라 이 문단은 상당히 달리 읽힐 수 있다. 무난하게는, 내가 나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반자동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여러 의무들, 하기 싫은 일들, 혹은 겉치레를 위해 탕진하고 있는 시간들 따위를 전부 회수하여 내게돌려주자는 뜻으로 읽을 수도 있다. 좀 더 몰아붙이자면, 나를 구성하고 있는 것들 가운데 내 외부의 것, 관계로부터 벗어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침묵을 벗하여 지내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읽을 수도 있다. 가혹하게는, 오늘까지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윤리 도덕 준칙들, 조금의 의심도 없이 믿어왔던 세상의 많은 진리들을 다 걷어내고 발가벗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라는 주문으로도 읽을 수 있다.

 

고시원 생활이 답답하지 않을 만큼은 익숙해졌을 때부터는 종종, 손바닥만 한 창문에 커튼을 치고 불을 다 끈 채 무릎을 껴안은 자세로 침대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곤 했다. 혼자 살아도 혼자가 필요했고, 입을 다물고, 귀를 막고, 눈을 감으면 혼자라는 게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다시 불을 켜고 커튼을 걷었을 때, 늘 거기엔 한 번도 혼자였던 적이 없던 내가 혼자 앉아 있을 뿐이었다. 불을 끈 나와 불을 켠 내가 의미 있을 만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늘 하던 생각, 나의 생각과 함께라면 나는 쉽사리 혼자가 될 수 없다.

 

 

 

--- 읽은 ---

파리의 생활 좌파들 / 목수정 지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2 13 / 박시백 지음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 허수경 지음

보트 하우스 / 장정일 지음

351 / 박시백 지음

 

 

--- 읽는 ---

소로의 일기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중국사상사 / 모리 미키사부로 지음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나 아렌트 지음

빨간 잉크 / 이택광 지음

도둑맞은 페미니즘 / 니나 파워 지음

마취의 시대 / 로랑 드 쉬테르 지음

청춘의 문장들+ / 김연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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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9-05-05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님 어린이날 행복하시길 ^^;

syo 2019-05-05 12:59   좋아요 0 | URL
앗 ㅎㅎㅎ 날씨도 좋은 어린이날인데 북프리쿠키님두 행복하소서!!

반유행열반인 2019-05-05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거의 여덟 달 만에 겨우 읽었는데 안 좋은 번역 탓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그냥 재미없는 거였을 수도 있군요. 읽을 때 뭔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었는데 서평을 쓰면서 아니 그런데도 서평이 써지네 하고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syo 2019-05-05 13:04   좋아요 1 | URL
맞아요. 번역도 후져요. 심지어 주술호응이 안맞거나 조사를 이상하게 쓴 문장도 수두룩빽빽하지요. 이런 깔거리들은 월말 결산을 위해 남겨둔 것인데, 열반인님께 다 털렸네요 앜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19-05-05 13:09   좋아요 1 | URL
어 이 책 syo님도 읽으셨네 하는게 대부분인데 아아주 가끔 제가 먼저 읽은 책이 읽는에 뜨고 다시 읽은에 뜨면 그게 또 소소하게 뿌듯하네요. 헤헤

syo 2019-05-05 13:12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1뿌듯 드려서 저도 2뿌듯하긴 한데, syo가 읽었을 법하지만 안 읽은 책이 얼마나 많은데요 ㅎㅎ

카알벨루치 2019-05-05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취시대> 읽꼬싶넹! 마 취ㅎㅎㅋㅋ마취시키는 쇼군 글~조아! 휴일에 피로회복제 같네 그냥 때론 내용이 이해안되고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 음 뭐랄까 여기서 커피 한잔 마셔도 될 것 같은 푸근함이 느껴진다는. 한나 아렌트 잼없다는 거 아는데 넘 솔직하게 이야기하니 더 멀어질려나, 좋네요 어린이날 글 좋네욧!

syo 2019-05-05 18:16   좋아요 1 | URL
칭찬으로 저를 마취시키려는 계획이식군요 ㅋㅋㅋ 시도는 좋았습니다만 ㅎㅎ

공쟝쟝 2019-05-05 1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번의 두번째 문단 좋아요. 아프기도 하구. 꾹꾹 눌러담아 좋아요 누르고 갑니다.

syo 2019-05-05 20:32   좋아요 1 | URL
어쩐지 좋아요가 푹 들어가있더라니 쟝쟝님의 솜씨셨군요 ㅎㅎ

뒷북소녀 2019-05-05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히 읽다보면 했던 말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어요. 아렌트가요.

syo 2019-05-05 20:33   좋아요 0 | URL
결국은 한두 문장을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 반복하는 것일까요 ㅎㅎㅎ

독서괭 2019-05-05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아이히만 그렇게까지 재미없단 말입니까... 덜컥 사둔 한나아렌트 전집 땜에 읽긴 읽어야하는데.. 걱정이네요ㅠㅠ

syo 2019-05-05 20:56   좋아요 0 | URL
전 두 번째 읽는거라 더 재미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덤벼드세요!! 그러나 사실 번역도 후지......

2019-05-07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09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두 파마

 

 

1

 

아, 정말 시간은 놀라우리만치 잘 간다. 인정사정없다. 뭐 하나 찌끄린 다음, 공부 좀 하고 책 좀 읽고 나면 일주일이다. 그럼 한 번에 일주일치의 독서 자취를 남겨야 하는데...... “읽는 책이라는 명목의 기록은 작년 오늘 나는 무엇을 읽고 있었나랄지 이 책을 내가 며칠 동안 읽었나같은 것들이 궁금할 때를 대비하여 남겨두는 것인데, 이게 의미가 있으려면 못해도 3일에 한 번씩은 써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Q. 근데 뭐 읽는 게 많아야 뭐라도 쓰지.

A. 원래부터 딱히 읽은 것에 대해 쓰고 살지는 않았다......

 

Q. 근데 이런 데 시간 쓰니까 공부를 못하지.

A. 원래부터 딱히 공부에 시간을 많이 쓰고 살지는 않았다......

 

 

 

2

 

목요일(목요일 있었던 일을 월요일에 쓰는 패기)에는 데이트가 있었다. 여섯 시에 근사한 곳에서 감자와 치즈로 충만한 저녁식사를 마친 다음, 영웅들이 총출동하는 영화(엄마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자 엄마는 영웅 영화의 최고봉으로 <성웅 이순신>을 꼽아 아들을 안타깝게 했다)를 보기로 약속했다. syo는 조금 일찍 시내(서울에서는 잘 쓰지 않는 듯한 표현이다. 서양말로 downtown)에 나가 서른 넘어 처음으로 머리를 볶아(엄마는 굽는다고 표현하지만 아무래도 면발은 볶는 쪽이) 보았다. 미용실과 옷가게를 가장 무서워하는 syo로서는 결연한 다짐이 필요했다.

 

..... 쇤네가 가르마 펌을 좀 해볼까 싶어서..... 저 같은 게 감히 가르마 펌님을 해도 되올는지요(굽신굽신샤바샤바)...... 안 되겠는데요? , , 역시 안 되겠구나. 나는 안 되겠구나...... 그게 아니라, 고객님 앞머리가 가르마 펌을 하기에는 좀 짧아서요. 기본적으로 눈을 찌를 정도는 돼야 되는데, 이 정도 길이라면 펌을 하고 나면 앞머리가 달랑달랑 들려서 멋이 없겠어요. , , 역시 멋이 없겠구나. 나는 멋이 없겠구나...... 그리고 고객님들이 인터넷에서 관리 잘 된 사진 보고 오셔서 그렇게 해달라고 하시는데, 실은 그 사진들이 엄청 세팅을 잘 한 상태에서 찍은 것들이거든요. 실제로는 그렇게 세팅하려면 솜씨가 좀 필요해서, 잘 할 줄 모르시는 고객님들께는 어지간하면 추천을 안 드리거나 혼자서 세팅 하실 때는 스타일이 잘 안 나오실 수도 있다고 꼭 알려드리거든요. 가르마 펌이 그래 보여도 사실 세팅하기 어려운 머리스타일이거든요. , , 역시 어렵구나. 나는 어렵구나...... 지금 길이에서는 그냥 볼륨 펌을 하시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 볼륨 펌이요? 아이구, 해야합죠, 해야합죠. 그러믄입쇼, 볼륨 그거, , 그걸로 해주세요.

 

뭔가 대안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흥분에 찬 안도상태에 들어간 syo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 볼륨 펌이라는 게 뭔지를 내가 모른다는 것이었다...... 하고 나니 볼륨 펌이란 그야말로 빠마라는 단어를 들으면 보편적으로 떠올리는 가장 기본적인 녀석이었고, 완성된 비주얼은 그야말로 6세 어린 syo에게 빠마 트라우마를 심어주었던 바로 그 꼬불이가 30년 가까운 세월을 뚫고 다시 살아온 듯한 모습이었다(당시 뭘 크게 잘못했었는지, 엄마는 6syo를 발가벗겨서 대문 밖으로 내쫓았는데(잘 생각해보니까 이건 학대잖아 엄마, 성웅 이순신이 엄마 이러는 거 알면 가만 계실까?) 어린 syo는 누드보다 빠마가 더 부끄러워서 대문 앞에 있던 빨간 플라스틱 바케스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앉아 잉잉 울고 있었다(또 잘 생각해보니까 빠마가 아니라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쫓겨난 데 트라우마가 생겨야 되는 게 아닌가? 아이의 마음이란?)).

 

하여간 심하게 곱슬대는 머리를 찰랑거리며 약속장소로 도착했지만 시간은 이르고 여친은 아직 도착 전이어서, 알라디너들의 영원한 오아시스,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어가 잠깐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걸어 내려와 모퉁이를 딱 도는 순간 낯익은 얼굴이, 굉장히 리뷰 잘 쓰게 생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아는 척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일 수도 있잖아? 소심한 syo,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슬쩍 그 사람을 지나친 다음 책장 사이에 숨어서 문자를 보낸다. “혹시 지금 알라딘이세요?” 그리고 15초 후, “. 어디계세요? ㅎㅎㅎ역시, 그냥 닮은 사람일리가 없지. 함박웃음을 짓고 다시 모퉁이를 돌아나간 syo. 역시 함박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는 syo를 마주하는 책 많이 읽는 얼굴. 두 사람은 반갑게 악수를 나눈 다음, 근처에 놓인 아동용 책상에 앉아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이게 얼마만이에요. 얼굴 본지 벌써 100일은 지났네요. 어쩐 일이세요. 전 데이트. 님은요. 전 독서모임이요. (......쉬지 않고 블라블라......) 제가 파마를 했거든요. , 그러네요. . 근데 파마를 하고 나니까 사람들이 자꾸 좋은 일 있냐고, 여친 생겼냐고 물어봐서 별로에요. 그냥 다니던 미용실 원장님이 해보자고 해서 한 건데....... , 그러셨구나. 그랬다. 1월에 만났을 때 우리는 둘 다 생머리였는데, 4월에 우연히 다시 만나자 각자 저마다의 사정으로 파머(??)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았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우리는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안녕, 안녕, 6월쯤에 꼭 다시 봐요, 안녕, 안녕, 열심히 살아요. 열심히 읽어요. 덕담을 주고받으며, 파마한 syo와 파마한 cyrus는 각자 저마다의 약속을 지키러 발걸음을 옮겼다.

 

 

 

3

 

<어벤져스: 엔드 게임>를 보는 내내 눈에 들어왔던 것은 호크아이의 호쾌한 헤어스타일이었다. 재작년부터 작년까지도 한국에서도 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투블럭 모히칸인지 투블럭 뭐시긴지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한껏 뿜뿜하는 남성미가 곱슬이 syo와 대차게 보색대비를 이루면서 알 수 없는 감정에 젖어들게 만들었다. 어쩐지 호크아이가 죽어버려도 별로 아쉽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치졸한.....

 

그나저나 호크아이 헤어스타일 스포일러해서 죄송합니다.

 

 


--- 읽은 ---

꽃을 보듯 너를 본다 / 나태주 지음

인간 루쉰 / 린시엔즈 지음

저녁의 연인들 / 황학주 지음

멜랑콜리 해피엔딩 / 강화길 외 지음

문장의 온도 /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읽는 ---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 허수경 지음

피로사회 / 한병철 지음

파리의 생활 좌파들 / 목수정 지음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한나 아렌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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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19-04-29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cyrus님과 서점에서 딱 만나다니~ 어찌 생각하면 두 분이 마주치기에 가장 가능성 높은 곳이라 크게 놀랍지도 않네요.
빠마 궁금합니다~ 6살에 엉덩이는 내놓고 머리에 바가지 뒤집어쓴 꼬맹이라니 짠하긴 한데 엄청 귀여웠을 듯요 ㅋㅋ

syo 2019-04-29 12:06   좋아요 0 | URL
서로 얼굴을 몰랐던 시절에도 몇 번쯤 스치고 지나갔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사이러스님은 그야말로 대구 안에 있는 책과 관련된 공간이라면 어디든 출몰하시는 분이라서요.

지금의 제가 생각해보면 6살 그 빠마는 좀 귀여웠을 것 같지만, 6살의 저한테는 세상 무너지는 충격이었습니다. 6살 syo는 키 작은 골목대장, 진짜 싸나이였거든요! ㅋㅋㅋㅋㅋ

감은빛 2019-04-2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시루스님과 우연히 마주치셨군요. 게다가 두 분 모두 빠마 머리로.

저도 오래 전 뽀글이 빠마한 기억이 있어요. 다시는 빠마를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죠. ㅎㅎ

syo 2019-04-29 22:28   좋아요 0 | URL
빠마에 상처받은 남성들이 세상에는 참 많군요...... 잘 어울리는 사람들은 참 잘 어울리던데 말이죠ㅠㅠ

반유행열반인 2019-04-29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번 챕터 두 번째 문단 세 글자로 ‘손이고’로 압축하더라고요ㅋㅋ 일부러 빠마 하는 사람들, 부럽습니다. 평생 빠마 0번해 봤습니다. (내츄럴본퍼머넌트웨이브aka악성곱슬)

syo 2019-04-29 22:30   좋아요 1 | URL
그게 뭔가 싶어서 검색을 해봤다가, 무려 2011년부터 오픈사전에 등재된 단어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감으로는 이 줄임말의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한 것이 그 이후였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

반유행열반인 2019-04-30 07:02   좋아요 0 | URL
저도 중학생들 덕에 알게 된 말인데 직접 써 본 건 처음이에요. 같은 상황도 syo님처럼 재미나게 풀어갈 수 있는데 말씀듣고 보니 줄임말의 폭력성과 파괴력이 새삼 느껴지네요.ㅎㅎ

목나무 2019-04-29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증샷! 요구하고싶은 글입니다. ㅋㅋ
여친님 반응 궁금해요. ^^

syo 2019-04-29 22:30   좋아요 1 | URL
좋아합니다. 엄마 동생 여친 세 여자의 반응이 공히 좋습니다. 저만 슬픕니다....

수이 2019-04-29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마한 사이러스와 syo님이라니 ㅋㅋ 인증샷 보고싶습니다 실로

syo 2019-04-29 22:31   좋아요 0 | URL
괴랄한 투샷이 나올 듯하여 인증샷은 좀 그렇겠습니다만 ㅎㅎㅎㅎ

칼르페디엠 2019-04-29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시오님 역쉬 글쓰기 내공이 느껴지네요.
건승하시구요. 시험도 잘 준비하시구요~!
그보다는 글쓰기 실력이 더.....

syo 2019-04-30 16:43   좋아요 0 | URL
언제나 응원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언제나 제 글쓰기를 높게 봐주시는 것도 감사하구요^-^

cyrus 2019-05-01 1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점에 우연히 만났던 아는 사람들 전부 다 책을 엄청 좋아해요... ㅎㅎㅎㅎ

syo 2019-05-01 15:54   좋아요 0 | URL
전 알라딘에서 아는 사람 만난 게 처음입니다.

아는 사람 좀 들여놔야겠어요....
 


빗방울 사진관

 

작년 오늘, 신림동에는 비가 왔다. 나는 옥상에 올라가 비를 보고, 듣고, 만지다가 슬쩍 젖어서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유독 비가 많았던 여름, 파란 함석지붕 처마 아래서 누군가와 함께 비를 긋던 어느 여름을 떠올리며 짧은 글을 남겼다. 골목길 모퉁이를 돌다 그 여름과 마주치기라도 한 것처럼.

 

이미 지나간 여름을 오늘에 덧대는 일은 참 부질없다. 아스팔트 위에 떨어져 으깨진 빗방울이 더는 빗물이 아니라 그저 쏟아진 한 덩이의 물일뿐이듯이. 또한 구름으로부터 지상까지 젖은 허공을 그으며 떨어져 내리는 동안만 비가 비이듯이, 여름은 내가 그 안에 있는 동안만 여름이었다. 바깥에서 돌아보면 그것은 한낱 지나간 계절일 뿐이었다. 지나간 여름은 이제 여름이 아니다. 그 여름처럼 나를 뜨겁게 끓이지 못하기 때문에라도. 그러니까 비가 뭐든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느 애틋한 시절의 사진 한 장을 지니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사랑은 순간에 박제된다. 그날 그곳 그와의 사랑은 보존될 수는 있으나 재현될 수는 없다. 다시 그를 만나도 더 이상 그는 그가 아닐 것이다. 여기는 그곳이 아닐 것이다. 그때가 아닐 것이다. 기적처럼 그날 함석지붕 아래의 그 장면 속으로 다시 돌아간대도, 이젠 내가 그날의 내가 아닐 것이다. 이것은 사랑을 둘러싼 많은 조언들 가운데서도 좀 식상한 축에 들긴 하겠으나, 그저 아는 사람과 알고 나니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아는 사람은 셈이 다를 수밖에 없다. 오늘의 사랑이 어제와 다르다면 그건 오늘이 어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가 거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지붕 아래서, 나와 당신은 매순간 변하고 있다.

 

사랑을 크기나 무게의 문제로 여기는 순간 어제의 사랑이 오늘의 사랑을 목조르기 시작한다. 어떤 것도 무한히 커지거나 한없이 무거워지기만 할 수는 없으므로 변화는 종종 변질로 오해받고 변모는 얼른 소모로 읽히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랑은 한 손에 붓, 다른 손에 자신이 좋아하는 색의 페인트 통을 든 두 사람이 커다란 캔버스 앞에서 만나 서로의 구도를 버무리면서 추상화를 함께 그려가는 과정에 가깝다. 당연히 그 그림은 형태와 색채가 계속해서 변할 테고, 우리가 오늘의 그림을 또다시 그려낼 확률은 어차피 극히 낮다. 그러니 나와 당신은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어깨를 붙이고 앉아 손에 든 커피 잔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수증기 너머로 오늘 우리가 그린 그림을 조용히 응시할 필요가 있겠다. 아무래도 다시 만나지는 못할 이 작품을 구석구석 살피고 만지고 알아채서, 오늘의 이 그림에서 내일의 새 그림이 시작될 것을 받아들이는 것. 내일의 그림은 조금 다를 것임을 미리 인정하는 것. 그리고 기대하는 것.

 

내일, 다음 주의, 그리고 그보다 더 먼 어느 날의 그림을 더 잘 그리려는 욕심에 오늘의 그림을 소홀히 그리지 않는 것.


오늘도 작년처럼 비가 온다고 한다. 하늘이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머그잔을 채우고 조용히 비를 기다리고 있다. 창틀에 화분 하나를 올려놓았다. 키 작은 줄기, 귀여운 잎사귀가 자꾸만 고개를 갸웃거린다. 여기는 대구다.


 


 

비는 당신 없이 처음 내리고 손에는 어둠인지 주름인지 모를 너울이 지는 밤입니다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광장으로 마음은 곧잘 나섰지만 약을 먹기 위해 물을 끓이는 일이 오늘을 보내는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한결 나아진 것 같은 귓병에 안도하는 일은 그 다음이었고 끓인 물을 식히려 두어 번 저어나가다 여름의 세찬 빗소리를 떠올려보는 것은 이제 나중의 일이 되었습니다

박준겨울비」 전문

 

열정적인 사랑에 빠졌던 작년 가을을 생각해본다천장에 금이 가는 줄도침대 밑에 먼지가 쌓이는 줄도 모를 정도의 사랑이었지만 악의와 당황 속에서 그 사랑은 어떻게 끝나버렸던가그러나 장차 우리를 죽이는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다이는 현기증에 고생하던 남자가 택시에 치여 죽어버리는 경우와 비슷하다나는 낭비할 시간이 없음에도 내게 주어진 날을 낭비하고 있다.

존 치버존 치버의 일기

 

 

 

--- 읽은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0 11 / 박시백 지음

본격 한중일 세계사 1 / 굽시니스트 지음

루쉰 문학선 / 루쉰 지음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 / 허수경 지음

누구를 위한 높이인가 / 박현찬, 정상혁 지음

 

 

--- 읽는 ---

인간 루쉰 / 린시엔즈 지음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고미숙 지음

멜랑콜리 해피엔딩 / 강화길 외

문장의 온도 /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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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4-23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오면 좋을 날씨인데...^^ㅎㅎ

syo 2019-04-23 13:46   좋아요 0 | URL
온다던데요? 3시쯤에는 온다고 네이버가.....

레삭매냐 2019-04-23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든 사랑은 순간에 박제된다

캬하, 정말 멋진 표현인 것 같습니다.


비가 내리면, 밤중에 몰래 빠져 나가
닭똥집에 막걸리나 한 잔 하고 싶네요.

예전에는 참 비가 내리는 날을 좋아했
더랬죠... 그땐 그랬더랬죠.

syo 2019-04-23 14:07   좋아요 1 | URL
닭똥집에 막걸리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어쩐지 입맛이 다셔집니다 ㅎㅎㅎ

동그란 양철 테이블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면서 가게 유리문 너머로 비 내리는 걸 보던 기억이 나네요.... 아, 좋은 그림이다.

목나무 2019-04-23 15:47   좋아요 2 | URL
얼마전 연남동에서 오돌뼈에 소주를 마시는데 정말 맛나더라구요.
오돌뼈가 좀 느끼할 수도 있는데 그 집은 파채를 곁들여서 진짜 중독되는 맛이었습니다! ㅎㅎ
비내린다고 하니 별의별 안주가 다 떠오르네요. 이렇게 나이를 먹는 건가요. 센치 대신 입맛 다시며...ㅋㅋㅋ

2019-04-23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23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23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9-04-23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비가 왔으면 좋겠어요.
지금 밖이고 우산도 없지만..
비가 왔으면... 여기는 서울입니다^^

syo 2019-04-23 16:15   좋아요 0 | URL
여기는 소슬소슬 오는 중입니다.
비는 좋은 거니까, 우리 나눠 먹어요 ㅎ

목나무 2019-04-23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어디에 사랑이란 게 있지? 사랑은 보답을 기대하지 않는, 사욕을 모르는 헌신적인 것 아닌가?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고 헌신적이어야 해, 인생을 바치고 고뇌도 마다 않는 그런 사랑은 결코 노동이 아니지. 일종의 기쁨인거야. ... 사랑은 비극일 수밖에 없어.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신비야! 그 어떤 삶의 안락, 계산, 그리고 타협도 사랑과 관련지어서는 안 되는 법이야˝ _ 알렉산드르 쿠프린의 <석류석 팔찌> 중에서...

오늘 외근길에 저런 글이 담긴 단편소설을 읽고 아침부터 사랑이 뭘까... 그러던 차에 syo님의 글을 봤네요.

서울과 대구의 물리적 거리만큼 syo님의 어떤 거리는 짧아졌으려나요. 아님 길어졌으려나요.
여기도 아직 비님이 올 기척은 없네요. 따뜻한 봄비 기다려지는 오후입니다. ^^


syo 2019-04-23 16:18   좋아요 1 | URL
뭔가 어마무시한 애정관이네요. 저러다 사랑이 없어지겠어요 ㅎㅎㅎ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정말.

사랑이란 게 답이 없는 것 치고는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사람에게 언젠가 어떤 형식으로든 보답을 해주는 놈이잖아요. 설해목님의 사랑생각을 응원하고, 계신 곳에 봄비 내리는 일도 응원합니다^-^
 

눈물의 에움길

 

 

1

 

도서관에서는 가끔 재미난 일이 벌어진다. 대체로는 사람에 관련된 일이다. 언젠가는 꼭 도서관에서 마주친 인물 군상과 그들이 촉발한 사소하고 소소한 사건들에 대한 에세이집을 출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뻔 했을 정도다. 할 뻔 했습니다. 하지 않았다구요.

 

syo가 다니는 도서관은 대구에서 가장 큰 시립도서관으로 2층에 종합자료실, 3층에 인문자료실이 배치되어 있다. 한 주에 한번 꼴로 가는데, 도서관 내 동선은 거의 일정하다. 2층 반납, 3층 반납, 3층 대출, 2층 대출, 마지막으로 다시 3층 대출. 3층 대출이 두 번인 이유는 3층과 2층의 신간 서가를 한 번씩 다 들여다보고 나서야 어떤 아이들을 업어갈지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층에서 반납을 마치고 나면 가장 가까운 자리에 겉옷과 가방을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서가 탐색에 나선다. 이번 사건은 바로 이 지점에서 벌어졌다.

 

syo가 가방을 내려놓은 맞은편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오른손 아래는 노트를, 왼손 아래는 한자가 득시글거리는 책 한권을 깔고서 서릿발 같이 꼿꼿한 자세로 필사에 집중하고 계셨다. 회색 바탕에 흰색 선들이 직교하는 무늬의 빵모자를 쓰셨는데, 그걸 그대로 들어 올린 다음 갓이나 탕건으로 바꿔드리면 순식간에 도서관이 도산서원이 될 것 같은 그런 노론소론한 인상이시랄지, 태풍이 몰아쳐도 읽던 책을 다 읽기 전에는 빨래를 걷지 않을 것 같은 매란국죽한 지조가 엿보였달지. 그런 할아버지였으나 syo가 내려놓은 가방을, 정확히는 가방에 붙어 있는 붉은색 핀버튼을, 더 정확히는 그 붉은 핀버튼 속에 그려진 수염 난 세 남자의 정체를 식별하고 난 후에는 마치 단발령 선포 소식을 접한 구한말 서당 훈장님 같은 표정이 되어 가방과 syo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세 번씩 바라보시었다. 못 본 척 하고 돌아섰지만 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이런 걸 가방에 달고 다니는 놈이 있다는 사실은 누군가에겐 굉장히 불편한 일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특정 지역에는 불편할 사람이 유독 많을 수도 있고.

 

요기 요 빨간 것(출처 : 레닌전집 페이스북 페이지)

 

네 이놈, 지금 어느 안전이라고, 당장 그 흉물스러운 것을 떼어버리지 못할까! 라고 저쪽에서 선빵을 날려 오지 않는다면 그저 불편한 눈길을 던지는 것을 가지고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걸 잘 알지만 이쪽은 또 원체 못되 쳐먹은 성품이라 짓궂은 장난을 치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샘솟는 것이다. 그리하여 빌릴 생각도 없었던 이 책을 굳이 빌려서 책상 위에 떡, 할아버지가 제목을 잘 볼 수 있는 각도로 내려놓고서는 총총히 2층으로 내려갔다.


이 책

 

2층에서 몇 권을 빌려 다시 올라와보니 할아버지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떠나신 뒤였다. 사특한 syo의 군세를 척살하고 무너진 나라의 법도를 바로 세우기 위해 의병을 모집하러 가신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그나저나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이제 이런 심보는 좀 고쳐야 하지 않을까.

 


  왜보통 내가 누구한테 상처를 줬을 땐 나도 모르게 그러는 경우가 많잖아물론 작심하고 할퀴고 싶을 때도 있지만 나는 사람들이 언제나 타인을 찢어발길 준비를 하고 산다고 생각하지 않거든?

 

  그렇다고 해도 내가 부지불식간에 타인에게 상처를 입힌 게 무죄가 되진 않아상처를 받은 사람이 과민한 게 아니라거기까지 미처 배려하지 못한 내가 무심했던 거라고 생각하는 게 현대 지성인의 자세 아닐까?

  

  그러니까 모르는 건 죄야.

  늘 죄인의 마음으로 살아.

김나연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2



이런 유형의 갖가지 사건들을 겪으면서도 끝끝내 불온한 핀버튼을 포기하지 않을 정도로 맑 선생님을 사랑하는 syo지만, 유감스럽게도 선생님은 인간적으로는 빼박 하자다. 무슨 하자하자 열매라도 드신 것 마냥 이 주제로 몇 번을 이야기해도 중복되지 않을 만큼 하자 에피소드가 풍부하신데, 이번 시간에 소개해드릴 에피소드는 충격! 맑스-엥겔스 결별설?’ 되겠습니다.

 

엥겔스 선생님은 보기 드물게 훌륭한 남자다. 당최 왜 이런 분이 저런 콧수염 달린 멧돼지 같은 불한당이랑 절친을 맺었는지, 전생에 무슨 업을 쌓았기에 돈 뜯겨(20세부터 계산하여 죽을 때까지 맑스가 쓴 돈의 과반은 엥겔스의 호주머니에서 나옴), 글 뜯겨(맑스가 악플 배틀이나 뜨며 재능을 낭비하는 동안, 마감이 코앞에 닥친 맑스의 원고는 엥겔스의 펜끝에서 나옴), 명예 뜯겨(맑스의 부인 예니가 임신하여 배가 부른 동안, 그 집 하녀 헬레네 데무트도 어쩐지 임신을 하였는데, 그 아이 아버지가 엥겔스인 것으로 쳤음’)..... 그러나 엥겔스는 일생 그런 대접을 당하면서도 딱 한번을 제외하면 결코 맑스를 원망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딱 한번이 이번 한번인데,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공장주의 아들이었던 청년 엥겔스는 공장 노동자 메리 번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교육받은 중간계급, 부르주아의 아들은 문맹의 노동자 여인을 그 여인이 죽는 순간까지(아마 엥겔스가 죽는 순간까지) 쉬지 않고 사랑했다. 그 슬픈 순간은 18631월의 어느 날이었다. 마르크스에게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무어에게,

  메리가 죽었다네메리는 어젯밤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네리지가 자정 직전에 잠자리에 들다가 메리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았네이미 메리는 죽은 뒤였지아주 갑작스러운 일이었네심장마비나 뇌졸중 발작인 것 같아나는 오늘 아침에야 이야기를 들었네월요일 저녁까지는 아주 건강했는데내 감정은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네그 가엾은 여자는 온 마음으로 나를 사랑했는데.

  FE

 

그리고 며칠 뒤, 엥겔스에게 답장이 도착했다. 그 편지는 위로라는 목적에 걸맞게 메리가 죽었다는 소식에 나는 경악했네. 그렇게 착하고 재치있고, 또 자네 곁에서 늘 마음을 써주었는데.”로 시작하긴 했으나 이내, 도대체 요즘 우리는 왜 이렇게 불행한가, 나는 요즘 갈피를 잃었다, 기금을 모아서 어떻게 해보려 했는데 망했다, 하도 외상을 져서 이제 아무도 외상을 안 준다, 애들 학비랑 집세 독촉이 끝도 없다, 이런 마당에 내가 어떻게 일을 계속 하겠는가, 따위의 길고 익숙한 신세한탄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다시 이런 때 이런 참담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매우 이기적인 일이지.” 라는 한 줄을 보태어 스스로의 이기심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스스로의 이기심을 부정한 다음, 이게 다 내 불운을 알려 자네의 불운을 덜어보려는 동종요법의 일환이라는 식으로 깝치기 시작하더니, 전당포에 맡겨져 있는 자신의 옷들과 신발들에 대한 TMI를 제공하고, 이내 다음과 같은 기상천외한 멘트로 편지를 마무리한다. “메리가 아니라, 어차피 병도 들고 또 살 만큼 산 우리 어머니가 죽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 환경의 압박에 시달리는 문명인의 머릿속에는 별 이상한 생각이 다 찾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겠지? 안녕.”

 

아무런 답장을 받지 못한 닷새 동안, 아마도 맑스는 심장이 한껏 쫄깃쫄깃했을 것이다. 혹시, 엥겔스가 빡친 것은 아닐까? 내가 편지에다 무슨 실수를 한 건 아닐까? 어쩌지, 이틀만 엥겔스가 연락을 끊어도, 사흘 뒤부터는 밥을 굶어야 하는데, 아아아 나는 어쩌지...... 그러던 와중에 마침내 엥겔스로부터 답장이 도착했다. 늘 다정한 별명, ‘무어에게로 시작했던 기존의 편지를 떠올리면서, 맑스는 첫 줄부터 식은땀을 흘렸을 것이다.


  마르크스에게,

  이번에는 내가 당한 불행과 자네가 그 일을 바라보는 차가운 태도 때문에 자네한테 더 일찍 답장을 하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네자네도 그럴 만하다고 생각할 걸세내 모든 친구들과 그저 알고 지내는 사이일 뿐인 속물들까지도 이번에 나에게 깊은 충격을 준 이 일을 두고 내가 바랐던 것 이상으로 나에게 동정과 우정을 보여주었네하지만 자네는 이것이 자네의 냉정한 태도의 우월성을 보여주기에 적당한 기회라고 생각한 모양이지그럼 그렇게 하게나! 

 

다 읽은 편지를 탁자에 내려놓고 깊은 한숨을 내 쉰 순간부터, 맑스 인생 최악의 몇 주가 시작된다. 그 와중에 예니는 맑스에게 왜 우리 형편이 이 모양 이 꼴인 것을 엥겔스에게 더 일찍 알리지 않았냐고 비난하고, 맑스는 엥겔스가 무슨 ATM기냐고 맞받는다(누가 할 소리를). 결국 부부싸움은 맑스가 법정에서 파산신고를 해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세부사항으로 첫째, 딸들은 가정교사 일자리를 알아본다. 둘째, 충실한 하녀 헬레네는 다른 곳으로 일자리를 옮긴다. 셋재, 맑스와 예니는 막내딸 투시를 데리고 빈민 구호시설로 들어간다. 이것이 런던의 맑스 패밀리가 내린 결론이었다. 아마 실제로 그렇게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기보다는, 엥겔스에게 보낼 사과편지에 그런 비참한 결정사항들을 첨부함으로써 동정을 사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맑스는 다음과 같은 답장을 보낸다.


  자네에게 그런 편지를 쓰다니 내가 크게 잘못했네사실 편지를 보내자마자 후회를 했다네그러나 내가 그런 편지를 쓴 것은 절대 냉정해서가 아닐세내 아내와 자식들이 증언을 해주겠지만자네 편지가 도착했을 때(아침 일찍 도착했네나는 나에게 가장 가깝고 가장 소중한 사람이 죽은 것처럼 비탄에 잠겼다네그러나 저녁에 자네한테 편지를 쓸 때는 극도로 절망적인 상황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었네집주인은 고물상을 집 안에 들여보냈고정육점에서는 외상값을 받으러 왔고석탄과 양식은 떨어져가고어린 예니는 아파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네이런 상황에서 보통 내가 기댈 곳이 냉소주의밖에 더 있겠나. 

 

한 권이 800페이지가 넘는 책 50권으로 이루어진 마르크스-엥겔스 전집 속에 있는 서신들을 싸그리 뒤져 보아도, 맑스가 누군가에게 진심을 다해 사과하는 편지는 이것 이외에는 찾아볼 수가 없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도대체 호인인지 호구인지 알 수가 없는 엥겔스는 평소와 별로 다를 것도 없는 이 편지에 또 마음을 풀고 다정하게 화답한다.

 

  그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줘서 고맙네이제 자네도 자네의 지난번 편지가 나한테 어떤 인상을 주었는지 알게 되었군한 여자와 오랫동안 산 사람이라면 그 여자의 죽음에서 엄청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네나는 그 여자와 함께 내 젊음의 마지막 자취를 묻어버린 느낌이라네자네 편지가 왔을 때는 아직 장례를 치르기 전이었네솔직히 나는 일주일 동안 그 편지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네머리에서 지워버릴 수가 없더군하지만 신경 쓰지 말게자네의 이번 편지가 모든 것을 씻어주었네나는 지금 메리를 잃는 과정에서 내 가장 오래 되고 가장 좋은 친구도 함께 잃지 않은 것이 기쁘다네.


어쩐지 안심의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있는 맑스의 모습이 떠오른다. 살았다! 호구가 돌아왔다! 엥겔스는 즉시 맑스 가족을 고난과 멸시의 구렁텅이에서 건져낸다. 자기도 여윳돈이 없는 처지라, 아버지 회사의 서류함에서 1백 파운드짜리 수표를 훔쳐 배서하는 방식으로......

 

보면 볼수록 하자. 그러나 사랑하는 하자. 아니, 어쩌면 저렇게 하자라서 더욱 사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맑스의 더티 섹시 그물에 걸려 파닥거리는 한 마리 나방 syo. 아니지, 내 옆에서 파닥거리고 있는 저 거대한 장수풍뎅이는 혹시 엥겔스 선생님이 아니신지. 하자라고 실컷 욕하면서도 좋아하는 이 헤어날 수 없는 감정의 요란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당신은 아십니까, 엥 선생님......

 

 

 

3



이 안에 네 개의 이름이 있다. 김금희, 박상영, 강화길, 김봉곤. syo는 언제나 그들을 사랑하고 존경하고 그들의 글을 받아 읽기를 항상 앙망하옵는데, 그러다보니 어쩐 일인지 syo는 알라딘에서 이런 사람이 되었다.

 


이건 무슨 합성같군.

 

이 네 작가 중에 두 명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책이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빌리는데, 심지어 그 중 하나가 김금희라면 사실상 나머지 이름은 또 거들 뿐이다. 울면서 빌린다. 흑흑, 죄송합니다. 사지를 못하고 빌려 읽어서 죄송합니다......

 

 

 

4

 

그러나 사실, 이런 날 개구진 글을 올리는 것은 썩 개운치 않다.

  

젓가락내 마음은 황학주

 

 내 마음은 오래도록 바짝 마른 것에 가 있었다

 

 고아원이 밤의 굴뚝을 울려대는

 새 울음소리 뒤로 옮겨가고 없는 밤에

 나는 시름해진 꿈들을

 곧잘 눈에 잘 띄는 선반에 올려놓곤 하던

 젓가락처럼 몸이 긴 원장을 생각한다

 

 이런 날 내 마음은

 물배급차를 끌고 다닌 길에서 돌아오지 않는다

 입에 물려 있던 물을 간신히 다른 입에 밀어 넣던 아이의

 희미한 이름도 간직하고 있다

 별이 두 개나 세 개씩 하룻밤에 떨어지면

 흙칠을 한 호수 옆에 묻어야 했던 그 길을

 

 가지고 있다 내 마음은

 물이 없어 문을 닫은 고아원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면

 기력을 다한 살핏한 눈빛을 내 귀에 대고

 고맙다고 하던 아이는

 쪼개기 전의 나무젓가락처럼 두 다리가 바닥에 붙어 있었다

 

 지평선에 해 빠질 동안

 아이들을 세상 밖으로 가만히 달아나게 해주고 싶었다

 마른 발등이 병실을 옮기는 긴 허방 붉디붉어도

 우리는 무비나 에이즈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았지만

 

 옮겨 심은 나무들이 더 이상 자라지 않아

 어느 귀신이 그걸로 새 젓가락을 만들고 있으리라

_ 황학주, 「젓가락, 내 마음은」전문

 

그날, 나는 파주에 있었다. 다 먹지 못하고 잘라 넣어놓은 생일 케이크가 아직 냉장고에 있었다. 남쪽 바다에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고,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시각 서울 한복판에서도 역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급하게,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을 사랑하는 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렇지 않아도 보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사람이 다니던 학교에서도 여행을 계획 중이었을 것이다.

 

파주에 있는 한 원룸에서, 나는 다리를 끌어안은 자세로 바닥에 앉아 남쪽 바다를 생각했다. 그 바다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그 사람이 데리고 떠난 아이들이 갇혀 있는 상상을 했다. TV로 쓰던 모니터 속에서 배는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고, 방바닥 위의 나도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다.

 

나는 그날을 이렇게 기억한다. 저녁이 되자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와 불 꺼진 방 가운데 앉은 나를 가만히 안아 일으켜주었다. 우리 두 사람은 울지는 않았지만 이미 울고 온 마음이었다. 그날은 웃지 않았다. 그날은 유독 꼭 껴안고 잠이 들었다. 창문을 꼭꼭 닫아도 어디선가 찬바람이 스며들었다. 빨래가 밤새 다 마르지 않았다. 아침에는 달리러 나가지 않았다. 제일 먼저 한 일은 TV를 켜는 일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학교에 가고, 나는 남은 케이크를 마저 먹었다. 냉장고 속에 오래 든 케이크는 축축했다. 다시 울고 싶었다.

 

잊지 않겠다는 말을 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내가 잊지 않겠다고 한 것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날을 저렇게 기억한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상상 속 바다에 빠뜨려보지 않고서는 두려워하거나 슬퍼할 줄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이었으므로, 내가 잊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아이들의 이름이나 사건의 진상 같은 것들이 아니라, 그저 그날 나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오늘이 그날이라고 누군가 말해주기 전까지 아무것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듣고 나서 제일 처음 떠올린 것도 다름 아닌 그날의 나였다. 그날 울지 못하여 차마 버리지 못한 슬픔 속에 웅크리고 있던 나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상상 속의 서러운 나와, 나와, 나와, 나와, 나였다. 그 모든 나를 불러내 하나하나 다시 거치고 난 후에야, 거짓 없이 슬픈 눈을 하고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내가 그런 사람이다. 남의 일에 진심으로 슬프기 위하여 먼저 해야 할 내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노란 리본을 가방에 걸고 다니기에는 부박하고 비루먹은 마음이다.

 

다시 오늘이 와도, 아마 나는 그럴 것이다. 내 눈을 먼저 적신 다음에야 그 사람들을 기릴 것이다. 나는 아직 슬퍼하는 방법을 더 많이 배워야 한다. 돌아가지 않고 바로 가기 위해서. 상상하지 않고도 타인의 슬픔에 기꺼이 몸을 적실 수 있기 위해서.


 

 "한 가지만 더 봐야겠어요."

 "서둘러주세요."

 "10분만 주세요."

 "알았어요."

 내가 막 돌아서려고 할 때그가 다시 말했다.

 "그냥 모든 걸 잊으세요그게 더 쉬워요."

 "뭐가 더 쉽다는 말이죠?"

 그가 담배를 창밖으로 던지며 말했다.

 "살아가는 것이요얼마나 더 봐야 합니까내가 당신의 수고를 덜어드리지요당신이 기억하는 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요잊는 게 최선입니다."

 "나는 더 이상 잊고 싶지 않아요. 10분만 주세요."

할레드 호세이니연을 쫓는 아이 

 

한 인간의 내적 삶에는 그가 포함된 사회의 온갖 감정의 추이가 모두 압축되어 있다한 사회에는 거기 몸담은 한 인간의 감정이 옅지만 넓게 희석되어 있다한 인간의 마음속에 뿌리를 내린 슬픔은 이 세상의 역사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믿어야 할 일이다한 인간의 고뇌가 세상의 고통이며세상의 불행이 한 인간의 슬픔이다그 점에서도 인간은 역사적 동물이다.

황현산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 읽은 ---

마르크스 평전 / 프랜시스 윈 지음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 김나연 지음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 / 이종산 외 지음


 


--- 읽는 ---

인간 루쉰 / 린시엔즈 지음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고미숙 지음

루쉰 문학선 / 루쉰 지음

자본을 넘어선 자본 / 이진경 지음

저녁의 연인들 / 황학주 지음

꽃을 보듯 너를 본다 / 나태주 지음

레닌 평전 1 / 토니 클리프 지음

도시재생 이야기 / 윤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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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4-16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주변에 맑스 같은 민폐형 인간이 있다면 참 싫을 것 같습니다만... 엥 선생님은 볼수록 정말 대인배 같습니다.

syo 2019-04-16 17:11   좋아요 1 | URL
정말 그렇습니다. 세상에 엥 선생님만 있고 맑 선생님이 없었더라면 <자본> 같은 위대한 책이 태어나지 못했겠습니다만, 그건 맑 선생님만 있고 엥 선생님이 없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습니다.

붕붕툐툐 2019-04-16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마주친 할아버지 묘사에서 빵 터졌네요~ 도산서원이라니...하하핫! 그나저나 대구의 저 도서관에 가면 syo님을 뵐 수 있는 겁니까?

syo 2019-04-16 19:38   좋아요 0 | URL
ㅎㅎㅎ 화요일의 아침 시간대에 저 도서관에 오시면 야생의 백수포켓몬 syo를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2019-04-16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4-18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드스타킹 남성 멤버 중에 철학을 혼자 공부하는 분이 있어요. 일전에 한 번 언급했을 거예요. 헤겔을 공부한다고요. 지난달에 중앙도서관에 갔는데, 그 분을 우연히 만났어요. 제가 뭐했냐고 물어봤는데, 열람실에서 책을 읽었다고 했어요. 아마도 두 분, 중앙도서관을 거닐다가 한 번이라도 스치듯 마주쳤을 거예요. 최근에는 독서실에 등록해서 프로이트 전집을 읽는 중이래요... ㅎㅎㅎㅎ

syo 2019-04-19 09:27   좋아요 0 | URL
그분의 열정과 공력에는 항상 감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syo가 언제나 존경하고 있다는 사실을 꼭 전해주시길 바랍니니다 ㅎㅎㅎㅎㅎ

NamGiKim 2019-04-21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오쩌둥 평전 작년 이맘때쯤 공익근무하며, 근무시간에 소방서에서 읽었습니다. 물론 넘사벽 분량이린 읽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지만요.

syo 2019-04-23 13:27   좋아요 1 | URL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에 필립 쇼트의 마오쩌둥 평전이 새로 나왔잖아요.
NamGi님께서 그것도 읽고 저 평전이랑 비교해서 페이퍼를 올려주셨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습니다. 이쪽 계통으로는 또 NamGi님께서 탄탄하시잖아요.

그랬는데 복학을 하셔서 시간이 없으시군요...... 슬픈 소식 감사합니다.....

NamGiKim 2019-04-21 1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학교다니니 책을 읽을일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ㅜㅡㅜ

NamGiKim 2019-04-21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닌전집 페이스북 페이지 저도 좋아요 해놓았는데.ㅎㅎㅎㅎㅎㅎㅎ

2019-04-21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23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aeg 2019-04-23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 님이라면, 사지 않고 빌려 읽으셔도 작가님들이 좋아하실 듯 합니다 :)

syo 2019-04-23 13:32   좋아요 1 | URL
아이구 ㅎㅎㅎㅎ 감사합니다.....만, 아마 아닐 걸요? ㅎㅎㅎㅎ

어떻게 댓글로라도 한 번 인사를 튼 작가님들의 책은 사서 읽는 주의긴 한데,
아는 작가님들이라 해 봐야 한 손에 꼽다 보니 그런 주의가 있으나 마나네요. 으하하하.

추풍오장원 2020-01-02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재밌는 글을 이제야 읽는군요^^ 뱃지는 켄터키후라이드치킨 할아버지 같은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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