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있으면 나 좀 살려줘요, 보르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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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이 자꾸 작년에 썼던 글을 들이밀어 사람을 빡치게 한다. 이야, 웃긴데? 이야, 날카로운데? 이야, 여기가 킬링파튼데? 이야, 얘가 나보다 훨씬 잘 쓰는데? 이야, 이야?

 

누군가 책을 왜 읽느냐고, 독서의 효용이 무엇이냐고 물어오면 이제는 당당하게 대답을 해줄 수가 있다. , 책은 글을 못 쓰기 위해서 읽습니다. 퇴보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요. 조금 무리해서 1년에 700권쯤 아득바득 읽고 나면, 정말 몰라보게 글 못 쓰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보장하죠! , 작년의 제 글을 한번 보시고, 올해 글을 한 번 보세요. 정말 눈부시게 못썼죠?

 

실제로 요즘은 내가 과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너무 커서, syo 같은 자는 그냥 입 다물고 손 묶고 사는 게 인류공영과 세계평화에 기여하지 않나 싶다. 책에 대해서 쓰는 것 역시 그렇다. 견해는 애초에 믿을 수 없는 것이니 나는 그저 책 속에 든 개념만 옮기는 일을 하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우선 개념이라는 것이 되게 잘 정제되었을 뿐, 실제로는 나 아닌 누군가의 견해에 그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또한 설령 책 속에 든 것이 정말 개념다운 개념이고 그것을 거의 그대로 옮긴다 하더라도 책을 통째로 옮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느 부분을 옮길지 나는 선택해야 한다. 선택이 그대로 견해가 되므로, 결국 보르헤스의 <과학적 정확성에 관하여>에 등장하는 제국과 동일한 크기의 제국 지도처럼, 책을 그대로 옮겨 오지 않는 이상 책에 관한 어떤 글도 견해가 아닐 수는 없다. 심지어 어느 책의 첫 활자부터 마지막 구두점까지 그대로 옮겨온다고 해도 견해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보르헤스의 다른 단편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와 활자 하나 다르지 않은 <돈키호테>를 써낸 피에르 메나르라는 인물을 제시하며 그의 <돈키호테>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보다 얼마나 더 오묘하고 풍부한 작품인지를 설명한다. 결국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내가 쓴 글은 내 견해고, 나는 내 견해가 내 견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못마땅한 인생의 겨울을 보내고 있으므로, 백스페이스와 딜리트 빼고는 자판 위의 모든 공간이 꼴도 보기 싫은 중이다.



 

예를 들면, 며칠 전에 syo는 나까야 쪼우의 헤겔중 한 부분, 그러니까 헤겔이 신비주의와 유사한 방식으로 자연수의 비례와 혹성의 거리를 대응시켜,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어떤 혹성도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논문을 제출했지만, 실제로 이미 그해 1월에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소혹성 세레스가 발견되었다는 대목을 인용한 적이 있다. 그 아래에 syo는, 헤겔조차 깝친다, 제발 깝치지 말자, 뭐 이런 글을 띡 써놓았다. 그런데 테리 핀카드의 헤겔은 그에 관해 다른 말을 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헤겔은 수열의 힘에 대한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의 사변들을 논하고 이런 서술을 덧붙인다. “만일 그 수열이 자연의 참된 질서를 보여 준다면, 넷째 자리와 다섯째 자리 사이에는 큰 공간이 있고, 그곳에서 찾아야 할 행성은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까 헤겔은 실제로 화성과 목성 사이에 혹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다. 물론 그 수열이 자연의 참된 질서를 보여준다고 주장하는 사변들에 대해 동의도 부정도 하지 않았으므로 헤겔이 취한 애매한 태도는 일견 공정하다고 할 수 있지만, 스스로 적들에게 물어뜯기 좋은 부위를 내준 꼴이기도 하다. 어쨌든 테리 핀카드에 따르면, 자신의 교수자격방어논문에서 헤겔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혹성이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명확히 주장한 적은 없는 듯하다.

 

그러면 내가 뱉어 놓은 말은 이제 뭐가 되지? 그러면 나는 앞으로 어떤 말을 뱉기 위해 어디까지 깊이 뒤지고 찾아내야 하지? 그러면 말하기보다 입을 다무는 쪽이 인생을 훨씬 더 쉽고 덜 피곤하며 공연한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사는 길이라는 게 결론이 되나?

 

그런데, 그런다고, 내가 안 쓸까?

 

정말 알 수 없는 인생이다. 쓰지 않아야 되느냐고 쓰고 앉았으니......

 



그러나 나름대로 정말 치열한 독서를 했던 1년이었다그동안 나는 또다른 사람이 되었다그저 독자로 머무는 것에 점점 자족하게 되었다세상에는 정말로 훌륭한 책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그걸 다 읽으려면 시간이 많지 않겠다는 것도 알았다내 글그 속에 담겨 있는 알량한 사유와 감성은 전혀 특별하지 않다는 것도심지어 그런 알량한 것들을 정말 아름답고 멋있게 쓸 줄 아는 사람들이 도처에 너무나 많다는 것도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나보다 더 잘해주는 사람이 이미 충분해서 나는 옛날처럼 그냥 내 삶의 자존을 위해 독서만을 충실히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조오늘도무사


골짜기를 굽어보니 인간이 한 일이 바람과 물이 한 일에 비해 너무 작아 보였다앨런은 너무나 자주 보이던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사람들은 여기 살며 안 돼하는 생각이었다사람들은 물이 없고 비가 오지 않고 바위가 많은 지형에 정착하면 안 되었다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디에 산단 말인가자연은 어디에서든 인간을 죽이겠다고 말한다평지에서는 토네이도로 죽인다해안가에 살면 쓰나미를 보내서 인간들이 수백 년 동안 만들어놓은 것을 지워버린다지진은 모든 공학과 모든 영속 관념을 비웃는다자연은 죽이고죽이고또 죽이고 싶어하며우리 일일 비웃고자신을 깨끗이 닦아내고 싶어한다그러나 사람들은 어디든 원하는 곳에 살았다그들은 여기이 대책 없는 골짜기에서도 살았고이곳에서 번창했다번창그들은 그냥 살았다사람들은 생존했고재생산했고아이들을 도시에 보내 돈을 벌게 했다자식들은 돈을 벌어가지고 돌아와 언덕 꼭대기를 깎아내고 똑같이 대책 없는 골짜기에 성들을 지었다인간의 일은 자연 세계의 등뒤에서 이루어진다눈치를 채고 에너지를 그러모을 수 있으면자연은 그 서판을 다시 깨끗하게 쓸어낸다.

데이브 애거스왕을 위한 홀로그램 

 

  권위에 의한 진실의 핵심 문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우리는 전문가의 의견을 따를 필요가 있지만전문가라고 주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실제로 전문가인 것은 아니다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어떤 전문가를 따를지 결정할 경우우리는 신뢰할 만한 전문가를 결정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에 합당한 전문가를 또 골라야 하는 난감한 역설에 빠지게 된다.

  결국 전문가에 대한 우리의 선택은 어쩔 수 없이 실제로는 우리 자신의 주관적 판단을 바탕으로 한 것이 된다그 판단이 온전한 정보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어도 어쩔 수 없다요컨대 우리는 누구의 판단이 권위 있는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우리 자신이 내리는 판단의 권위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다.

줄리언 바지니진실 사회

 

 

 

2

 

이러구러 읽어 나가고는 있지만 쉽지가 않다. 어느 분은 이 책의 단점으로 전기적 요소에 지면을 많이 할애해 헤겔의 사상에 대해서는 분량 대비 아쉬운 데가 있다는 식의 평을 남기셨는데, 아니나 다를까 비슷한 덩치의 찰스 테일러 저 헤겔은 정말 사상으로 1000쪽을 꾹꾹 눌러 담았다는 느낌이다. 확실히 이 책은 헤겔의 을 조금 더 상세하게 다룬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렇지만 그마저도 syo에겐 철학의 융단폭격 같은 느낌이라 도무지 페이지가 뻗어나가지를 않는다. 헤겔의 인생이 그다지 재미있지 않은 걸 감안해보면, 이나마 흥미를 잃지 않고 읽어나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엉클 테리의 솜씨는 축복이다. 정말 좋은 책이다.

 

아무튼 헤겔은 지금 좀 외롭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일자리는 변변찮고, 열심히는 쓰는데 하나같이 맘에 안 들고, 인민의 삶에 개입하는 대중철학자가 되겠다고 깝쳤으나 아무래도 그건 어렵겠으니 부끄럽지 않은 출구전략을 마련해야겠고, 그 와중에 베프 1 셸링은 나이도 어린놈이 열라 잘나가다 못해 아예 학계를 씹어 먹는 중이고, 베프 2 횔덜린은 하루하루 조금씩 더 미쳐가며 후세 사람들이 익히 아는 그 크레이지 횔덜린이 되는 중이고, 셸링 시다바리 소리 들어도 참고 또 참으며 예나 대학에 겨우 엉덩이를 들이밀었더니 그때부터 어쩐지 이놈의 학교는 하루가 다르게 망해가는 추세고, 유부녀랑 사랑하다 도른자가 된 횔덜린을 보고 느낀 것도 없는지 셸링 저 어린노무자슥은 기어이 유부녀 이혼 시켜서 결혼하더니 그 여파로 대학에서 쫓겨나다시피 하고, 결국 나는 또 혼자 남았고, 만나는 여자도 하나 없는데 나이는 자꾸자꾸 먹어가고, 아버지가 남겨 놓은 유산은 하루하루 줄어드는데 앞길은 여즉 깜깜하고...... 에라이 빡친다, 울분을 꾹꾹 눌러 담아 책이나 써야지...... 이렇게 헤겔은 목하 눈물 젖은 밤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혹은 그런 이유로?) 우리는 곧, 읽을 수 없는 책의 지명타자, 정신현상학을 영접하게 되는 것이다.


빠밤

 

 

 

-- 읽은 --



손미, 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상합니까?

팀 플래너리, 지구 온난화 이야기

윌 듀란트, 위대한 사상들

이근식, 애덤 스미스 국부론

 

 

-- 읽는 --



테리 핀카드, 헤겔

마이크 비킹, 그들은 왜 더 행복할까

조홍식, 문명의 그물

고병권, 마르크스의 특별한 눈

이영문, 고인돌, 역사가 되다

정이현, 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

이명현, 이명현의 과학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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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11-19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 반갑기는 한데, 고병권 선생님 책 벌써 읽는거예요? 부럽다ㅠㅠ

<정신현상학> 비하인드 스토리 넘 재미나는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syo 2018-11-19 21:14   좋아요 0 | URL
전 1권에 이름 박힌 사람이니까요! 2권도 나온 즉시 샀는데 이제야 읽는 거니까 오히려 늦은 셈이죠 ㅎㅎㅎㅎ

단발님은 백래시 읽잖아요, 그 두꾸어어운 거.

syo 2018-11-19 21:15   좋아요 0 | URL
앞으로도 종종 헤겔이 소식 전해드릴게요. 헤겔이가 요즘 무슨 생각하는지, 요즘 무슨 고민 있는지 이런 거 ㅎㅎㅎㅎ

단발머리 2018-11-19 21:17   좋아요 0 | URL
제가 담주쯤엔 2권 사서 이번에는 확실히 맞춰드릴려구요.
그 다음에는 핸폰 번호를.
그 다음에는 주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8-11-19 21:18   좋아요 0 | URL
헤겔 이야기 기대할께요. 헤겔의 고민 그게, 특히 궁금해요^^

syo 2018-11-19 21:24   좋아요 0 | URL
아쉽게도 2권부터는 이름이 찍히지 않습니다. 후후후후.

단발머리 2018-11-19 21:26   좋아요 0 | URL
어머머~~~!!!
내가 캡쳐는 해 두어서 다행이지 뭐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8-11-19 21:29   좋아요 0 | URL
치밀한 사람😣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1-19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겔 비하인드 스토리 엄청 재밌네요!!!

syo 2018-11-20 00:50   좋아요 0 | URL
헤겔이 의외로 사랑받고 있네요. 것참.....ㅎㅎㅎ

idahofish 2018-11-20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견해의 수렁’과 ‘쓰지 않아야 되느냐고 쓰고’야 마는 인생의 아이러니, 그리고 뒤이은 옮겨적기들이... 아, 너무나 와닿는 동시에 무람하네요... 무릎 꿇고 읽고 갑니다... 쇼님 계속 써주세요...

syo 2018-11-20 00:52   좋아요 0 | URL
으하하 막상 저는 제가 무슨 말을 한 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많이 많이 읽으면 더 잘 쓰게 되거나 최소한 더 굳센 마음으로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영 그렇지가 않고 ㅎㅎㅎㅎ 독서란 참 어렵고 오묘한 일이네요.

감은빛 2018-11-20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예전에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으면 엄청 잘 썼거나, 엄청 못 썼거나 둘 중 하나일까요? 제 경우 중간은 없는 것 같아요.

다들 언급하셨듯 헤겔의 이야기가 흥미롭네요. 그런 삶을 살았군요.

저는 책을 읽는 것도 글쓰기의 일종이라고 느껴요.

말씀하신 것처럼 저자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니,

내 방식의 해석을 담은 새로운 책을 쓰는 과정인 것이지요.

syo 2018-11-20 10:08   좋아요 0 | URL
예전에 쓴 글을 보고 잘 썼다고 느끼는 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더라구요 ㅎㅎㅎ 그저 열심히 읽을 뿐 뭐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겠습니다.

헤겔은 그 답을 알까요? 알았으면 좋겠어요. 저 1000쪽 다 읽으면 저도 덩달아 알 수 있게끔...

카알벨루치 2018-11-20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이해할수없다네 그대가 글쓰기에 대해 고민한다니...그것도 변증법적으로 풀면 합이 나올 것이라네 ㅋㅋㅋ이란다

syo 2018-11-20 13:38   좋아요 0 | URL
헤겔벨루치 선생님이 나타났닼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8-11-20 13:50   좋아요 0 | URL
댓글쓴거 지워져버렸다 아 ㅎㅎㅎ이것도 변증법적으로 룰루랄라~ 기대합니다 쇼님의 글, 독서내공에서 뿜어져나오는 글 기대기대~부담갖지 말고 쓰심이 가한줄 아뢰오!

뒷북소녀 2018-11-20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완전 공감해요. 몇 년 전 글을 읽다보면... 우와! 내가 이렇게나 글을 잘 썼어? 이런 생각과 함께... 요즘은... 더 많이 읽고 싶은 마음에 꾸역꾸역 밀어넣기만 하고... 아웃풋도 없고...아웃풋이 있어도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 쓰고... 막 그렇더라구요. ㅠㅠ

syo 2018-11-20 17:13   좋아요 1 | URL
ㅎㅎㅎ 뭘까요, 이 기현상은..... 읽지 말아야 하는 걸까요?!
 

 

못 박는 도제의 밤

 

 

1

 

뚝딱뚝딱 고쳐 놓고 싶은 것들 여기저기 쌓여 있는데 해는 저물고우선은 말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한다말로도 고칠 수 있는 것들말이 아니면 고칠 수 없는 것들말이 아니면 고칠 일이 없었을 것들을 생각한다고치는 것도다치는 것도말로는 참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구나그리고 말로는 참 많은 것들을 할 수 없구나생각한다말은 망치고망치는 망친다또 어떤 날에 말은 망치고그 망치는 고친다망치를 든 이의 손끝을 따라서손목을 거치고팔을 거슬러가슴까지 머리까지 꼼꼼하게 따라 올라가면 보인다망치는 망치인지 고치는 망치인지가어떤 생각과 마음이 손목의 스냅을 세세하게 조절하여 결국 일을 망치거나 고치게 되는지 들여다보인다오늘도 사는 것은세상에 열린 무수한 망치들의 스냅을 피하며 지나가는 일내 두개골이 박살나지 않도록 잘 지키며 건너가는 일망치를 휘두르는 마음을 살펴보는 일그리고 그 마음이 내게 망치를 휘두르고 싶도록 내가 먼저 공연히 내 망치를 놀렸던 것은 아닌지 짚어보는 일또는 그 모든 일을 동시에 하는 일인 것 같다망치만 쥐고 살기에는사는 건 너무 어려운 일 같다그렇지만 내 말이 망치-주로 망치지만 때론 고치기도 하겠으나-말고 다른 무엇이 될 가능성이라는 게 있긴 한지아무리 생각해도 그걸 모르겠다.

 

시이기 때문이 아니라사랑으로 쓰였기 때문에 사랑의 시라고 하는 것이다시인은 사랑했기 때문에 사랑했지사랑이란 게 존재했기 때문에 사랑한 게 아니었다.

페르난두 페소아페소아와 페소아들

 

그래도 살인자인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집에 있을 수 없어서 거리로 나갔지만 밖에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여기저기 거리를 배회했다그러나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볼수록그들은 아직 살인을 할 기회가 없있기 때문에 자신이 무죄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 사소한 운명의 장난으로 나에게 벌어진 일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더 도덕적이거나 선하다고는 믿기 어려웠다다만 그들은 아직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바보 같은 표정을 지을 뿐이며모든 바보들이 그렇듯이 착해 보일 뿐이다눈빛이 명석하고 얼굴에 영혼의 그림자가 비치는 모든 이들이 잠재적인 살인자임을 깨닫는 데는 그 가련한 놈을 죽이고 나흘간 이스탄불 거리를 걷는 것으로 충분했다오직 바보들만이 무죄다.

오르한 파묵내 이름은 빨강 1

 

 

 

2


 

푸념은 무슨...... 염병한과 공장 다니는 피곤한 애 엄마한테 목사가 왜 푸념을 늘어놔요뭐 푸념이 화투장이에요목사가 신도한테 화투 치자는 거예요?

 

다 수작인 거죠수작딱 보면 몰라요나 아프다나 안쓰러운 놈이다나 인생이 괴롭고 불쌍한 사람이다계속 자기 좀 봐달라고자기 좀 어떻게 해달라고 졸라대는 거죠아니씨발목사가 아프고 인생이 괴로우면 하나님한테 부탁을 해야지왜 그러지 않아도 삶이 팍팍한 우리 언니한테 신앙 간증을 하냐구요씨발뭐 우리 언니가 정신과 의사야성모 마리아야하여간...... 한국 남자들은 그게 기본 코스라구요목사나 아이스크림집 사장이나모델하우스 실장이나덮치기 전에 하는 예비 수작들.

이기호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나 이거 아는데나 저런 새끼 또 하나 아는데.

 

그 새끼가 이 책을 읽지 말기를아니다읽기를아니다어차피 읽어봤자일 테니 그냥 읽지 말기를.

 

 

 

3

 


되게 어려운 분야의 지식을 되게 쉽게 설명하려는 책에서 느껴지는 괴리감 같은 게 있다예를 들어서, “여기에서 추론이 형이상학적 방향으로 나아가상상가능성 논증과 지식 논증을 옹호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설명은 간단해우리가 좀비 시나리오 따위를 상상할 수 있는 이유는 기초적인 진리를 인정하기 때문이야요컨대물리적 사실은 의식에 관한 사실을 형이상학적으로 함축하지 않는다는 말이지.” 와 같은 대사를 만나면마치 뭐랄까호날두에게 핸디캡을 먹이겠다고 축구공 대신 테니스공을 주고 플레이를 시키는 느낌이랄까일단 전체적으로 수비하기 쉬운 듯하면서도어쩌다 호날두가 제대로 한 번 차면 그 순간 골키퍼는 몇 배로 난감해지는 것이다......

 

 

 

4


 

나에게 2015년의 절반은 그저 책방뿐이었다책방을 내고 나서는 아예 그 공간이 내 세상 전부가 되고 말았다어느 날은 책방이 일터가 되어 사람들과 미팅을 했고어느 날은 책방이 카페가 되고 밥집이 되어 친구들과 친목을 나눴다.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방송 녹화를 앞두고 책방은 합주실이 되어 그 안에서 기타 소리에 맞춰 목소리를 뽑았다스케줄이 있을 때 빼고는 지박령처럼 책방에 붙어서 살아온 지난 몇 달이 솜사탕을 먹는 일처럼 감쪽같이 지나갔다.

요조오늘도무사, 60-61

 

책방주인그렇게 잘 망하는 험난한 직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평균 폐업률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syo 보정을 받으면 실패율이 갑절이므로내가 하면 거진 망한다고 봐야지그래서 누군가가 대신 해줬으면 좋겠다친하기가 마치 동기간 같고다정하기가 마치 어제 새로 만든 남친 같으며너그럽기가 부처님이랑 예수님이 몰래 과외 받는 족집게 자비 강사 같은그런 누군가가 책방을 열어 줬으면 좋겠다그러면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것 가튼 그 책방에 맨날 가서 죽치고 설치고 북 치고 장구 치고 가끔씩 빡치고 그러면서 빈둥거릴 텐데.

 

, syo. 이기심 끝판왕.

 

 

 

5

 


인류의 진짜 역사는 물가나 임금 속에도선거와 투쟁 속에도 있지 않다심지어 평범한 사람들의 대의 속에도 없다진짜 역사는 인류 문명과 문화의 총합에 천재들이 기여한 영원한 업적 속에 있다이런 말을 해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면프랑스의 역사는 프랑스 인민의 역사가 아니다땅을 갈고신발을 수리하고천을 재단하고행상을 하던 무명의 남녀가 일군 역사가 아니라는 뜻이다사람들은 어디서나 항상 이런 일들을 하기 때문이다.

윌 듀란트위대한 사상들, 20

 

그런 말을 하면 예의에 어긋나세요영감님내 말 오해하지 말고 들어라는 쓰레기 같은 말의 고급 버전을 영접하니 이것 참 기분이 참 새롭습니다.

 

영감님모쪼록 제 말씀 오해하지 말고 들으셨으면 좋겠어요정말 영감님 말씀대로라면 영감님의 이 책은 역사 앞에서 정체가 무엇인가요영감님이 이 책을 쓴 행위는 또 무엇이 될까요영감님이 골라 놓은 사상의 천재’ best 10모두가 기꺼이 동의할만한 10명이 아니라는 건영감님도 아시죠그렇다면 영감님보다 더 천재인 누군가 나타나 영감님과 다르게 10명을 꼽는다면영감님이 하신 일은 뭐가 되어야 하나요그렇죠영감님보다 조금 더 권위자인 누가 나타나 영감님과 다른 견해를 제시한다고 해서 영감님이 무조건 틀린 건 아니죠같은 이유로 영감님보다 권위가 없는 제가 저 문장에 어딘가 언짢은 기분이 드는 것도 무조건 틀린 건 아닐 거예요영감님.

 

영감님땅을 갈고신발을 수리하고천을 재단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도영감님이 쓰신 대작 <문명 이야기못지않게 진짜’ 역사예요. ‘역사를 어떻게 정의하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순 있어요하지만 진짜’ 역사 따위의 후진 단어를 쓰시다니요그렇게 말하지 마세요예의에 어긋나니까요.

 


-- 러셀 잘 들으십시오내 이야기를 조심하라는 교훈이 담긴 이야기로기존의 해결책들을 비판하는 이야기로 해석해주십시오내 이야기는 공식을 적용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합니다여러분이 정말로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공식의 적용은 정녕 불충분합니다.

-- 청중 교수님은 여전히 핵심 질문을 회피하고 있어요. "도대체 왜 우리가 영국의 전쟁에 끼어들어야 합니까?"

-- 러셀 회피하고 있지 않습니다또 내가 하는 말은 여러분이 참전해야 한다는 것도참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나는 여러분이 아니므로여러분이 할 일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지금 딜레마에 직면한 여러분을 위해 나는 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그것이 전부입니다.

-- 청중 하지만 교수님아시다시피 딜레마는 없습니다상황은 명확해요우리는 우리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전쟁에 끼어들지 말아야 합니다.

-- 러셀 인정합니다가능한 대답이지요그것이 내 이야기에 대한 당신의 반응입니다거기 숙녀분의 반응은 무엇일까요또 당신은아니면 당신은당신만이 대답할 수 있어요오로지 당신만당신그래요당신모든 남자모든 여자. ...... 당신!

오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외로지코믹스

 

 

 

-- 읽은 --



박홍순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심리학 수업

정흥섭혼자를 위한 미술사

정유민아무튼트위터

토린 얼터로버트 J. 하월심야의 철학도서관

강대석사회주의 사상가들이 꿈꾼 유토피아

 

 

-- 읽는 --



요조오늘도무사

이근식애덤 스미스 국부론

한자경칸트 철학에의 초대

팀 플래너리지구 온난화 이야기

윌 듀란트위대한 사상들

데리 핀카드헤겔

엔도 슈사쿠이제 나부터 좋아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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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11-18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주변에선 최소 15년 이상 고민해서 쓴 책만 읽으라고 하는데요. 윌 듀런트는 50년 이상 고민해서 책 썼다고 하여 무척 놀랐습니다. ㅎㅎ^^

syo 2018-11-18 03:02   좋아요 0 | URL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역시 거장!! 어쩐지 좋진 않은데 되게 좋더라구요(?)
 

 

도서관을 다녀왔다. 곰인간을 만났고 햄버거를 먹었다. 오는 길에 빵 두 개 사왔다. 지금 하나 뜯어먹으면서 쓴다. 빵부스러기가 책상에 떨어지고 키보드는 미끈거린다. 제길.

 

커피를 먹겠다고 작은 주전자에 든 물을 끓였는데 부어보니 제길, 숭늉이다. 우유 한 방울 없이 커피는 라떼 색, 맛은 그윽하다. 아메리카노에서 조상의 얼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그 조상은 과연 어느 대륙 누구의 조상인가. 상관 있나, 어차피 we are the world인 것을. 코리아메리카노라고 부르면 될까.

 

책방에 대한 책을 읽다가 왠지 책방이 잘 어울리는 친구가 생각나 책방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막상 그 친구는 책방도 좋지만 밤마다 술을 마시고 싶다고 했다. 어쩐지 목이 칼칼해져 syo는 조상의 얼을 한 번 더 느껴보기로 한다.


갑작스럽지만 참새는 너무 귀엽게 생겼다. 참새. (귀엽게)(ㅇ긴동물). 머리도 둥글, 몸도 둥글. 배는 하얗다. 아침 담벼락에 떼로 앉아있었다. 손가락으로 머리를 한 번 만져보고 싶었는데 파다닥 날아갔다. 쉬운 일이 아니다. 열라 빨라. 쟤넨 비둘기 같지가 않다. 걔들은 만질 수 있어서 만지기 싫은데


그러고 보면 요즘은 비둘기들도 옛날처럼 쉽게 컨택트가 되는 것 같진 않다. 비둘기 나는 장면을 심심찮게 목격하곤 한다. syo가 도련님 댕기머리 하고 학당 다니던 옛날에 비둘기는 새라기보다는 돼지였다. 사람들도 욕지거리 없이 걷기 힘든 그 학교 캠퍼스를 걔네들은 숨소리 하나 안 내고 잘만 걸어 다녔다. syo가 모자 쓰려고 머리 달고 다니듯, 얘네는 노트북 가방 메려고 날개 달아놓은 듯. 공학관 뒤쪽 편의점에서 친구들과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이놈의 비둘기가 영장류 고귀한 줄 모르고 자꾸 알짱거리길래, 저리 안 꺼져? 하며 발길질을 했는데, 세상에, 제대로 맞았다. ! 평화의 상징 비둘기는 잘 감아 찬 손흥민의 프리킥 궤도를 그리며 잠깐 날아가더니 이내 착지하여 이쪽을 매섭게 노려본다. 굉장히 놀란 눈치다. 이쪽도 마찬가지다. 너는 안 찰 줄 알고 맞았겠지만, 나는 안 맞을 줄 알고 찬 것이다. 서로 간에 오해가 깊었다. 그러나 어쩌면 그건 이해일 수도 있다.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니까 안 찰 거야. 새는 나니까 안 맞을 거야. 우리는 서로에 대한 이해에 기대 서로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였다. 그 결과는 공학관 옆 허공을 가르는 비둘기빛 좋은 궤도였다. 그리고 너에겐 날개가 있고, 나에겐 발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서로 서로 알려주었지. 좋은 추억이다. 어쩐지 목이 칼칼해져 syo는 조상의 얼을 한 번 더 느껴보기로 한다. 다 식었네.

 

왜 이런 흐름의 글을 쓰게 되었는지 나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냥 의식이 가고 싶은 대로 가도록 두었을 뿐인데. 아직도 내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도통 모르겠다. 누군가 나를 뻥 차준다면, 나도 예쁜 프리킥 궤도를 그리며 접힌 날개의 기동방식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 될까? 모를 일이다. 코리아메리카노의 맛도 그렇다. 식어도 그윽하다. 하지만 모르겠다. 이 맛이 뭔지. 컵 바닥에 가라앉은 저 기이한 색깔의 물질이 콩인지 쌀인지.

 

, 코리아메리카노 이것은 커피계의 콩밥인가?

 

 

 

181101 181115 : 32

 

1. 페소아

: 페소아 전기의 도입이 시급하다. 한 줄에 별로 많은 활자가 들어가지 않는 판형의 300쪽 남짓한 책으로는 성에 안 찬다.

: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좋은 300쪽짜리 책이다. 아무리 주제 자체가 매력적이라 해도, 그것에 관해 더 알고 싶게 만드는 데는 저자의 역량이 반드시 필요하다. 페소아를 전파하는 활동으로 보자면 한국의 안토니오 타부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김한민 선생님은 실제로 안토니오 타부키가 입던 스웨터를 입어 본 적도 있다고. 허허, 그것 참.

 

2. 로봇수업

: 로봇의 약진을 둘러싸고, 인간이 생각해야 할 가장 큼지막한 질문들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루고 있는 단단하고 의미 있는 책. 과연 MIT Press. 공학인의 성지.

: 표지에는 인공지능 시대의 필수 교양이라고 쓰여 있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인공지능을 로봇의 한 부분으로서만 서술하고 있을 뿐, ‘로봇자체에 대한 서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인공지능과 로봇을 구분하지 않는 경향이 널리 퍼져 있는데, 저자에게 걸리면 큰일 날 수 있겠다. 로봇은 로봇, 인공지능은 인공지능. 걔네는 완전히 떼어낼 수 없는 관계긴 하지만 뭉뚱그릴 만큼 한 몸도 아니다.

 

3. 회색 노트

: 2500페이지짜리 장편 대하소설의 반쯤 열린 포문 되시겠다. 이 작은 책 속에 들어 있는 인간들의 앞뒤 정황이 참을 수 없이 궁금하여, <티보 가의 사람들>을 나는 읽기로 했다. 영업을 당한 것이다. 깨끗하게.

 

4.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 스케치로 그려진 공간은 친숙하지 않아서, 좋았다. 내게 저런 금손이 있다면, 나도 볼펜 한 자루 들고 친숙한 공간의 친숙하지 않음을 찾아서 여기저기 다니지 않았을까,

: 하고 생각하고 나니, 다 핑계 같다. 그림이 아니라 글로도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내가 부족할 뿐이지.

 


5. 다시 자본을 읽자

: 제목이 다시를 포함하는 것은, 진짜 자본을 한 번 읽은 적 있는 사람들만 덤비라는 뜻이 아니다. 권위와 권위자가 내 눈에 가져다 댄 렌즈를 벗어던져 버리고, 우리의 시간과 입장에 맞춰, 우리를 위하여 자본을 읽자는 의미겠다.

: 그런데, 그렇다고 아무것도 미리 갖춘 것 없이 덤벙 덤벼들 만큼 만만한 책은 아니다. 독자가 몇 가지 기본적인(?) 철학적 개념들(변증법이랄지, 유물론이랄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당연히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서 글을 풀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고병권 선생님 해석의 탁월함을 인지하려면 통상적이고 전통적인 마르크스 해석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그러니까, 수도꼭지가 달려 있는 집에 태어난 사람은 그 물건의 위대함을 모를 수가 있는 것이다. 우물에 두레박을 한번 던져 봐야..... 정말 처음이 아니라 다시읽는 이들에게 좋은 책인 것 같다.

: 그래서 syo는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책이 11권이 더 나온다니! 12권 다 꽂아놓고 매년 1회독씩 해야지. 1월에는 1. 2월에는 2......

 

6. 데이비드 흄

: 압축적이다.

: 압축을 풀어야 되는데, syo의 뇌에는 그런 기능이 없었다.

: 따라서 이 책을 읽으며 근력을 만들어서 흄을 읽으려는 syo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흄을 읽고 와서 이 책의 압축을 풀어볼까 한다.....

 

7. 인형

: 비겁한데, 분명 비겁한데 웃긴다. 문장은 굉장히 정교한데, 어느 정도냐 하면, 읽고 있자면 화자의 태도가 기분 나쁘고 후지다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는데도 웃기긴 웃길 만큼 정교하다. 초반의 탐색전을 끝내고 나면, 어느 지점부터는 한 페이지에 한 두 번씩 피식 웃게 된다. 뭐 이런 희한한 작가가 다 있지?

: 싶었는데, 다 읽고 났더니 맨 뒤쪽 작가 소개에 이렇게 쓰여 있다. “유머러스한 비극과 기괴한 웃음"을 담은 작품세계로 독특한 문학적 영토를 일궈온 세계문학의 거장. 세상에, 정말 더없이 적확하다.

 

8. 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 참 좋았다

: 과연 포구의 제왕 곽재구 선생님. 이분이 쓰신 포구 기행문을 읽고 있으면 이것이 곽재구의 포구기행인지 곽포구의 재구기행인지 헷갈릴 정도니, 이미 포구 기행문에 관해서는 일가를 이루셨다 할만하다. 이름 장난 죄송합니다. 저질이네요......

 


9.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

: 따분할 틈이 없다. 이걸 에세이로 봐야 하나, 사회학 책으로 봐야 하나 헷갈릴 정도다. 통계나 세금제도와 같은 이야기가 등장하여 아, 내 체력이 방전되고 있어, 싶을 때쯤 어떻게 알고 자기 인생 이야기가 똭! 수업듣기 싫어서 좀이 쑤실 때쯤 첫사랑 이야기가 똭!

: 실제로 첫사랑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요.

 

10. 빨강 머리 여인

: 파묵은 파묵이다. 한결같이 파묵같다.

: 그럼에도 내 이름은 빨강같은 대작(얘는 정말이지 걸작이지요)을 바라고 읽으면 반드시 실망할 수밖에 없겠다. 사실 그 책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정도의 재능을 가진 작가라도 평생 한 번 써낼 수 있는 인생작에 가까우니까...... 이 책은 노벨상급 작가의 범작쯤 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그 급의 작가가 컨디션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을 때, 그냥 기본 실력만 발휘해 볼까, 하는 마음으로 쓰면 나오는? 물론 실제로 그랬을 리야 있겠습니까마는......

 

11. 당신의 행복이 어떻게 세상을 구하냐고 물으신다면

: 자기계발서 같은데 저자는 상호계발서라고 우긴다. 문체는 파워풀하고 우격다짐의 기세로 몰아붙이는데, 그래서 더 자기계발서 같지만 저자는 상호계발서라고 주장한다. 어쨌든 행복하기 위한 방법을 선명하게 제시하는데, 그래서 더 자기계발서 같구만 저자는 상호계발서라고 강조한다. 어쨌든 개인의 노력으로 뭘 하라는 단계는 넘어서서 구조를 함께 바꿔나가자는 것이 주제긴 하니, 완전한 자기계발서는 아니라고 인정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하다. 그래, 그렇다니까? 저자가 팔짱을 끼고 선한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12. 대한민국 독서사

: 예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독서의 역사가 역사의 독서만큼이나 재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독서의 역사의 독서인가? .....뭐래.

: 정치색이 있다. 정치색 없는 책도 있나? 싫어할 사람 있을 수 있다. 싫어할 사람 없는 책도 있나?

 


13. 게임의 심리학

: 게임과 관련해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심리학적 사태들에 대한 지식의 나열. 내용이 알차고 말고는 syo같은 무지렁이가 판단하기 어렵겠으나, 저자는 딱히 글 잘 쓰는 사람도 그렇다고 글 못 쓰는 사람도 아닌 것 같다.

 

14. 종횡무진 서양사 2

: , 이제 몸을 풀만큼 풀었으니, 10권짜리 프랑스 혁명사나, 홉스봄의 2000쪽짜리 시대’ 3부작이나, 하다못해 1200쪽짜리 미국 민중사나, 그것도 아니면 1000쪽짜리 러시아 혁명사나...... 꿀꺽.

 

15. 잘돼가? 무엇이든

: 이런 진부하면서 무책임한 단어는 쓰고 싶지 않았지만, 어쨌든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슬픔이라는 것이 있는데, 게 중에는 가끔, 그 슬픔을 잘 조리하여, 크게는 다른 슬픔을 위로하고 작게는 한 순간의 웃음이라도 전해주는 이들이 있다. 참 고마운 사람들. 그들의 인생에 저마다의 슬픔이 계속되기를 바라야 하는 건가 아닌 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나쁜 건가 미친 건가, 뭐 이런 죄책감을 들게 하는 참 고마운 사람들.

 

16. 선망국의 시간

: 기본소득, 직접민주제, 호혜적 경제 공동체, 탄소배출을 줄이는 환경 공동체..... 거의 모든 영역의 최전선에서 담론의 장을 형성하고 계신 조한혜정 선생님. 어느 하나 전 지구적 의제가 아닌 것이 없다. 나는 열심히 읽어야겠다. 그리고 힘닿는 대로 뛰어다니기도 해야겠다.

 


17. 나쓰메 소세키 평전

: 나쓰메 소세키에 환장한 syo는 스스로 이럴 줄 예상을 못했다. 열라 재미없는 평전이었다......

 

18. 마구로 센세의 본격 일본어 스터디

: 귀엽다. 초밥 같이 생긴 주인공이 일본 식당을 다니면서 일본어를 배우는 내용이다. 귀엽다.

 

19. 루쉰 : 청년들을 위한 사다리

: 저자의 견해가 그다지 많이 함유되어 있지 않아 깔끔하고 담백한 루쉰 전기.

: 실은 루쉰이란 인물의 인생은 원체 공개적인지라, 어느 전기를 읽으나 내용 자체가 크게 다르다는 느낌은 없다. 단지 전기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도에 따라 루쉰의 어느 글을 인용하여 어디에 포진하는가가 다르게 결정되거나, 혹은 저자의 당성에 따라 루쉰의 업적에 대한 평이 조금씩 달라지는 정도라고 하겠다. 써 놓고 보니, 원래 전기 문학이 다 그렇지...... 죄송합니다.

 

20. 녹색평론 통권 163

: 반도체 집적도가 높아지는 속도로, 인공지능이 똑똑해지는 속도로 지구가 망하고 있다. 반도체랑 인공지능이 지구를 망친다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나 관계자의 눈으로 보면 되게 빠르게 망하고 있는데도 우린 잘 모르고 그저 산다는 뜻이다. 그러다 덜컥 일이 터지면, 언제나 그렇듯 그땐 늦었다. 그래서 녹색 책을 좀 읽어둬야 하는데,

: 그럴 때 녹색의 최신 동향을 살피기 위해 우선 손에 들어야 할 나침반 같은 잡지.

 


21.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 고미숙 선생님의 책에는 좋은 말, 훌륭한 말이 잔뜩 들어있는데도, 그걸 분명히 알겠는데도, 그 말들이 피부를 뚫고 스며들어 오는 경험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를 모르겠다. 늘 따뜻하지만 겉도는 느낌이고, 아름답지만 허망한 느낌이고, 든든하지만 먹고 앞으로 나아가지지 않는 느낌이다. , 연암도 백수였구나, 백수였는데 훌륭했네, 와 부럽네, 멘탈 갑 오브 갑이네. 그러고 끝이다.

 

22. 피로 물든 방

: 오늘의 관점에서 전복적이라고까지는 하기 어렵겠으나, 아직 급진성의 불씨가 다 꺼지지는 않은, 거장의 동화 재해석.

: 못 쓰는 이들의 글은 어느 것을 읽어도 구분이 힘들어서 지치는데, 잘 쓰는 이들의 작품은 읽어도 읽어도 또 독창적인 문체를 지닌 애들이 숨어있다 튀어 나와서 지친다. 다 좋지만, 특히 숲, 세상에 다시없을 몽환적이면서도 아름답고, 포근하면서도 위태로운 숲을 문장으로 만들어냈다!

 

23. 사무 인간의 모험

: 아무 것도 아니다. ‘사무인간이라는 표현에서 조금의 연관성이라도 찾을 수 있는 인문학적 영역들에 문어발을 뻗어 끌어 모은 책. 살짝 어거지면서 심히 얕다. 소재의 폭을 줄이고 더 깊이 팠다면 너무 좋은 책이 나올 수도 있었을 컨셉인데, 이렇게 소진되고 마는가......

 

24.

: 자꾸 페미니즘 소설만 쓴다는 희한한 비난(?)으로부터 최은영을 옹호하고 싶다. 물론 여성이 겪는 다양한 고통을 제제로 한 작품을 최은영이 근래 많이 써내고는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밀한 눈으로 읽어 보면 그 작품들이 겨냥하는 데가 (당연히) 제각각 다름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공감 자체를 이야기하는 작품이 있고, 공감을 위해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는 이야기를 하는 작품도 있고, 그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아닌지를 조심스레 두드려 보는 작품도 있는 식이다. 페미니즘은 거대한 영역이고 굉장히 많은 소재들이 그 안에 포섭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 어느 하나를 골라서 작품을 썼다고 해서 그 작품의 주제 또한 그저 페미니즘이라고 후려쳐서 명명하고 말 것은 아니다. 여성 이야기가 등장하는 순간 아, 또 페미니즘이야, 하는 선입견에 따라 읽던 책을 집어던지는 일은 좀 공정치 못한 것 같다. ”얜 또 살인이야, 살인 말고는 쓸게 없나? 아니면 전작에서 살인으로 재미를 보더니만 이번에도? 아주 그냥 뽕을 뽑으려 하네?“ 라며 읽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집어던지는 경우가 상상이 되는지? <죄와 벌>에서 죽이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죽이면, 도스토예프스키가 살인 소설에 편향된 살인 소설가 대접을 받아야 할까? 그게 아니라면 그저, 그 소재가 페미니즘이라서 문제인 건가?

 


25. 진실 사회

: 진실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 우리가 찾아낸 진실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고 누군가 만들어 놓은 진실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진실을 만들어 낸 이들이 어디서 무얼 먹고 사는지를 주시해야 한다. 그들이 몸을 눕히는 장소, 그들의 입에 들어가는 것들이 때로는 진실의 진실을 가리키기도 한다. 뭐 이런 다소 뻔한 지혜를 다시 얻었다.

: 짧은 책이면서도 뒤쪽에 진실사회를 위한 10계명을 요약 첨부해놓으셨다. 친절하셔.

 

26. 헤겔

: 낡았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라는 게 아니라, 서술, 관점, 지향이 낡았다. 좋은 책은 많다.

: 문장도 후지다. ”체계로 포착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한 것은 우리들의 생과 사를 건 진리와는 관계가 없는 사이비 진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163)“ 이 문장 속에는 구조상 없어야 할 게 있고 있어야 할 게 없다. 이런 구린 문장이 가뜩이나 사변적으로 느껴지는 헤겔의 철학을 더욱 알 수 없는 쪽으로 몰고 가는 주범이다. (사실 저건 키에르케고르의 헤겔 비판에 관한 문장이긴 하지만......)

 

27. 빅팻캣의 영어수업 : 영어는 안 외우는 것이다

: 순전히 귀여워서 읽었다. 저 빅하고 팻한 캣 좀 보라지...... 시종일관 화가 나 있어..... 나도 그래. 영어만 생각하면 너처럼 시종일관 화가 나지.....

 

28.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

: 굉장히 공격적인 제목이지만 펼쳐보면 시종일관 다정한 책. 맞아.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게 인간이니까, 가만 냅두면 그렇게 굴러가는 게 인간이니까, 우리는 최선을 다해 서로를 지탱해야 한다.

: 그러고보면, 오늘날 인간 교양의 측정 방법 가운데 하나는 뇌과학이나 진화심리학적 지식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있는 것 같다. 뇌과학적(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런 이런 성향이 자연스러운 거니까 그냥 그렇게 해야 해, 이지랄 하는 놈들이 21세기 찐따의 왕좌를 차지할 것이다.

 


29.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왜 그냥 그렇지..... 난 왜 이기호가 그냥 그렇지......

: 그렇지만, 역시 등장인물의 대사는 가장 실감나는 구어체로 구사하는 이기호 답게, 녹취록 형식의 이 책은 그야말로 이기호의 기량이 빛을 발하는 책이라 하겠다.

: 근데도 왜 그냥 그렇지..... 난 왜 그냥 그렇지......

 

30.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심리학 사전

: 신랄하다. 군더더기는 모른다! 예비 동작 없이 바로 쑤신다! 쑤신 구멍에서 유익함이 콸콸 흐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재밌었느냐 하면,

: , 잘 잤다.

 

31. 실은 무언가를 하고 있는 고양이처럼

: 단어의 위치가 맞춤하여 탄력은 있고 부담은 없는 문장들. 크게 튀지 않지만 식상하지 않은 어휘 구사. 그런 문장에 잘 녹아나는 일러스트,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한다는 개념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내 삶도 더 느긋하고 다정하게 들여다보게 한다.

: 그리고 산책. 산책 가고 싶다.

 

32. 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심리학 수업

: 박홍순 선생님은 도둑님이셔. 이분 책 읽고 나면 장바구니가 자꾸 두둑해지고, 그에 반비례하여 지갑이 얇아진다..... 책 뽐뿌, 샘플 제공의 달인.....

 

 

+ 내 이야기!! 1~13

: 여주도 그렇지만, 남주는 여주가 뭘 해도 좋아한다. 여주가 눈앞에 나타나면 일단 좋아해!’라는 내적 환호를 크게 올리고 시작한다. 나도 따라해 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어떤 마음은, 자꾸 확인하지 않는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종종 변명되는 어떤 마음은, 자꾸 확인하지 않으면 모서리부터 차츰차츰 닳아 정말로 없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 있는 줄 알았는데 어디 갔지? 이러면서 깨닫는 일이 생기면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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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11-15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이야기 감상이 제일 좋네요. 내 이야기 남주도 무척 마음에 들고요.

syo 2018-11-15 18:13   좋아요 0 | URL
되게 좋은 책이었어요. 만화를 읽다가 생활양식에 변화를 겪은 것이지요.

카알벨루치 2018-11-15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이야기>읽고싶네요 ㅎㅎ

syo 2018-11-16 00:42   좋아요 1 | URL
기회 되면 기분전환 삼아서 한 번 읽어보세요. 가끔 만화 보면서 말랑말랑해지는 것도 좋더라구요^-^

idahofish 2018-11-17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따라 하나 하나 실감 나는 리뷰라는 생각에 재밌게 읽었어요! 평소에도 그랬을 텐데 왜 그렇지... 평소보다 꼼꼼히 읽었나봐요, 제가. 오늘도 책뽐뿌 잔뜩~~
근데 쇼님은 이걸 다 사서 읽으시나요? 신간을 매번 어쩜 이리도 잔뜩~~@.@

syo 2018-11-17 08:59   좋아요 0 | URL
실감은 idahofish님의 마음 속에서 나는 거지요!! 실감력이 대단하세요 ㅎㅎ

이걸 다 사서 읽으면 참 좋겠는데, 여의치 않아서 대부분 도서관의 힘을 빌린답니다. 정말 대애애애애애부분이요. ㅎ
 


천권야화

 


1

 

모든 몸들이 누워 있는 밤, 함석지붕 위로 도둑처럼 눈은 쌓이고, 오늘도 힘껏 팔다리를 흔들고 돌아온 아저씨의 이 나간 소주잔은 찾아 온 사람도 없이 혼자 비었습니다. 저 비린 바람꼬리를 쥐고 따라가면 풍경처럼 제 몸 흔드는 명태들 얼었다 녹았다 분주한 겨울 덕장이나 한 번 휘감고 돌아오겠지요. 그것들 시퍼런 눈동자는 밤처럼 꾸덕꾸덕 깊어지겠지요.

 

소주 한 잔 털어 넣는 일은 곧 마음 속 빈 의자 하나 들었다 놓는 일. 오지 않는 답장을 기다리듯 빈 의자 여기저기로 옮겨나 보는 일. 발목까지 눈에 잠긴 장화가 파르르 파란 몸 떠는 새벽, 어둠이 눈을 지우듯 눈이 어둠을 지우고, 마당을 향해 뻗은 손을 지우는 게 눈일까 어둠일까 아저씨는 자꾸만 자꾸만 지워지는데, 입김처럼 생각나는 이름이 있어 또 부르고 말았습니다. 욕심 많은 겨울밤이 모든 귀를 감추었으니, 그 이름도 성에처럼 아스라이 바스라졌을까요. 그저 황태 몇 마리 듣고서 푸드득 몸서리치고는 말았으려나요.

 

아저씨는 대처에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두었는데요.

 

 

 


사방에 지극히 공평하게 내리고 있어 가까운 비와 먼 비의 소리를 구별할 수 없었다소리의 멀고 가까움을 구별하지 못하니 빗소리는 도처에 존재했다내 안에도또 내 밖에도. 3월 1일의 비는 겨울비도그렇다고 봄비도 아니어서 부를 이름이 없었다이름을 부를 수 없는데도 그 비는 모든 곳에서 소리를 내고 있었다부르는 이가 없어도 소리를 내는 것심지어 듣는 이가 없어도 소리를 내는 것마치 파도처럼 혼자서 끊임없이 ""라고 하는 것그것이 바로 주인이고 부처라는 걸 이제는 나도 알겠다.

김연수아마도언젠가


자루는 뭘 담아도 슬픈 무게로 있다

 

초봄 뱀눈 같은 싸락눈 내리는 밤 볍씨 한 자루를 꿔 돌아오던 家長이 있었다 그 발자국 소리를 듣고 일어나면 나는 난생처음 마치 내가 작은댁의 자궁에서 자라난 것을 알게 된 것처럼 입이 뾰족한 들쥐처럼 서러워서 아버지아버지 내 몸이 무러워요 내 몸이 무러워요 벌써 서른 해 전의 일이오나 자루는 나를 이 새벽까지 깨워 나는 이 세상에 내가 꿔온 영원을 생각하오니

 

오늘 봄이 다시 와 동백과 동백 진다고 우는 동박새가 한 자루요 동박새 우는 사이 흐르는 銀河와 멀리 와 흔들리는 바람이 한 자룽 바람의 지붕과 石榴꽃 같은 꿈을 꾸는 내 아이가 한 자루요 이 끊을 수 없는 것과 내가 한 자루이오니

 

보리질금 같은 세월의 자루를 메고 이 새벽 내가 꿔온 영원을 다시 생각하오니

문태준자루」 전문 

 

사랑을 할 줄도사랑을 받을 줄도사랑이 뭔지도 모르겠다고 언니에게 말했었지요하지만 스톡홀름의 불빛들이 점점 작아지는 걸 내려다보며 이제는 언니를 사랑한다고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여전히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누군가의 쓸쓸함에 마음이 쓰인다면그 사람이 정말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하게 든다면그 사람을 사랑하는 거 아닐까요?

김민아윤지영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의 안부를 물었다

 

 

 

2


당첨! 1000번째 고객님!

 

북플에 읽었다고 등록한 1000번째 책이라 기념 삼아 기록을 남긴다. 201751, 그간의 독서기록을 대강 삭제하고 새 마음 새 뜻으로 다시 한 권 두 권 세 나갔는데, 한 해 반을 넘겨 다시 천 권을 찍게 되었다. 그저껜가, 마음먹고 독서에 들어선지 3년째인데 오천 권을 읽었으니 이제 반환점을 돌았네요- 라는 깐도리님의 어마무시한 선언을 보고 와서 그런가, 천 권이 어쩐지 초라하다. 게다가 저 천 권 안에는 적지 않은 수의 만화책도 있고......

 

아무래도 깜냥에 넘치는 양을 읽다보니 인생이 사회적·경제적으로 자꾸만 비루해지는 것 같다. 다음 천 권은 마흔 전에는 결코 채우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하면서도 어제 오늘도 다섯 권을 읽었으니, 이게 미친놈이 아닙니까?

 

마음이 불편하고 세상이 들쑤실 때 자꾸자꾸 읽어서 책 속으로 숨어드는 syo의 천성을 고려해보면, 얘가 요즘 많이 힘든가 보다..... 되게 읽네......

 


 

3

 

뉴스1 기사 : 일본군 위안부 문제,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어제, 여친 학교 아이들이 수요 집회에 참석한다고 해서 피켓 문구를 만들어주었다. 길어서 걱정이었는데, 길어서 눈에 띈다. 다행이랄지.

 

여친은 소녀상 뒤에 숨어 있다고 하는군요

 

  

 

 

-- 읽은 --



나카노 노부코,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

스벤야 아이젠브라운,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심리학 사전

로만 무라도프, 실은 무언가를 하고 있는 고양이처럼

이기호,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줄리언 바지니, 진실 사회

 



-- 읽는 --



요한 록스트룀, 마티아스 클룸 지구 한계의 경계에서

손미, 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상합니까?

한스 프리드리히 풀다, 헤겔

토린 얼터, 로버트 J. 하월, 심야의 철학도서관

정흥섭, 혼자를 위한 미술사

데이브 레비턴, 과학 같은 소리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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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11-14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에 참석해 볼 생각 없으세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정말 마음이 맞고, 친절한 사람들이 모이는 독서모임에 참석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그러면 책 속에 숨을 필요가 없어요. 레드스타킹을 추천합니다! ^^

syo 2018-11-14 18:0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독서모임은 반갑기는 한데,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서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아직 전, 그 영역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말과 할 수 없는 말을 구별하는 기준이 제대로 서 있지 않아서요.

cyrus 2018-11-14 18:13   좋아요 0 | URL
저도 잘 몰라요. 그곳에 가서 사람들의 말에 경청하면서 배우려고 해요. ^^

syo 2018-11-14 18:2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생각을 해 볼게요. 워낙 보수적인 인간이라 새로운 뭔가를 시도하는 데 망설이는 시간이 길어서요 ㅎ

그나저나 시루스 박사님의 학구열은 정말이지 ㅎㅎㅎ

북다이제스터 2018-11-14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천 권 읽는 날 하루 빨리 오길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ㅎㅎ

syo 2018-11-14 20:56   좋아요 0 | URL
북다님은 천 권 같은 백 권 읽으셨지만, 저는 백 권 같은 천 권을 읽은 것입지요.....

카알벨루치 2018-11-14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리는 기차의 바퀴는 이끼 낄 날이 없네요~

syo 2018-11-15 08:38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런 멋진 말을?? 달리는 기차ㅎㅎㅎㅎ

카알벨루치 2018-11-15 08:40   좋아요 0 | URL
👍👍👍
 

 

, 쓰는,

 

 

1


 

10년도 더 전에 A4 3장 분량의 성춘향 탈옥 사건에 관한 증언들이라는 짧은 소설을 쓴 적이 있다. 한 페이지짜리 단편 소설을 표방하는 어느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로서, 지금은 소실되어 세상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사흘 밤낮을 정말 애절하게 매달려서 썼던 기억이다. 제목을 달 때도 탈옥파옥사이에서 한 시간을 고민했었으니 말 다한 거지. 그 글은 변학도의 요구를 세차게 거부한 춘향이 옥에 갇힌 지 사흘 만에 홀연히 칼을 벗고 사라지자,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한양에서 파견된 감찰관이 여러 인물들을 조사하고 그 증언을 옮긴 글의 형식이었는데, 변학도, 옥지기, 방자, 월매, 향단, 그리고 춘향을 마지막으로 목격했다는 동네 미친 소녀의 증언을 각각 한 꼭지로 하여 엮었다. 그때쯤 노벨상을 수상했던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과 비슷한 형식이었다. 당시 그 책을 읽을 만한 역량이 아니어서 펴보지도 못했지만. 하여간 캐릭터 저마다의 말투를 살리고자 무진 애를 썼던 것 같다.

 

그들의 증언을 되짚어 보면, 변학도는 관기에게 수청을 요구한 게 무슨 죄냐고 따지며 신분질서를 울부짖었고, 옥지기는 옥에 갇힌 춘향이한테 껄떡거린 건 사실이지만 이 동네 남자 치고 안 그런 놈 있으면 나와 보라는 식이었고, 방자는 이몽룡을 만나러 간 감찰관의 길을 막고서, 자기 주인은 그저 하루 옴팡지게 놀았을 뿐 그런 천한 여인과 정을 통한 일이 추호도 없으니, 장원급제한 동량의 앞길 막을 생각 하지 말라고 위협한다. 월매는 사또의 수청을 들라고 했던 자신의 말을 들었으면 팔자가 폈을 텐데 고집을 부리다가 실종까지 된 딸을 원망하면서도 그리워하고, 향단은 저나 춘향이나 천한 신분임은 마찬가진데 왜 자기가 춘향이를 아씨로 모셔야 하냐고 따지면서도 이몽룡의 그 안개 같고 부질없는 사랑의 맹세를 춘향은 한 번도 믿은 적이 없었다며, 춘향이 수청 들기를 거부한 이유가 이몽룡을 기다리기 때문이라는 세간의 말을 부인한다. 그리고 마지막 증언자인 미친 소녀는 춘향이가 탈옥 이후 광한루에서 혼자서 그네를 뛰더니 새가 되어 해 뜨는 방향으로 날아갔다고 증언한다. 그 글을 읽은 어떤 분이 댓글로 춘향이는 진짜 어디로 간 거냐고 물어보셨는데, 그건 나도 잘 모르겠지만 천인이나 여성으로 태어나 겪어야 했던 모든 억압이 없는 곳으로 갔기를 바란다는 댓글을 달았던 것 같다.

 

2007년이었고, 그때의 syo는 마르크스는 알아도 레닌은 모를 만큼 지금의 syo와는 달랐고, 무엇보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자체를 몰랐다. 타인의 불행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고, 투표권이라는 것을 얻은 후 최초의 1표를 국밥 광고 찍은 아저씨에게 던졌으니 개념도 없었던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저런 글을 썼다. 알지도 못하면서. 겪은 적도 없으면서. 그러니까 저 글의 실체는, 옹호나 공감이 아니라, 그저 사용혹은 이용이었던 셈이다.

 

여친이 학교 아이들을 데리고 23일로 서울에 현장학습을 가는데, 수요 집회에 참가하기로 했단다. 아이들이 손에 들고 참가할 피켓 문구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에, 이런저런 말들을 지어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멈추라 하지 마세요. 우리는 아직도 그날에 멈춰 있으니.” 같은 문구를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직 그날에 멈춰 있는 우리는 할머니들인데, 아무리 집회에 참가해 할머니들의 옆자리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고자 한대도, 피해자가 아닌 아이들이 피해자의 경험과 감정을 짐작하고 추론하여 언급하는 글귀를 쓰는 것이 올바른 일일까?


2007년의 syo는 올바른 행동을 한 것일까? 그 글이 정치적 올바름을 준수하고 있다고 쳐도, 그 글을 쓴 행위 역시 그렇다고 할 수 있을까?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같은 글, 같은 말이라도, 쓰는 사람, 말하는 사람이 지닌 역사와 입장이 다르다면, 그 말과 글들이 같은 평가를 받으면 안 되는 것은 아닐까? ‘쓴 것쓰는 일이 서로의 정의와 맥락을 침범하는 사태를 마주하면, 쓰는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할까.

 

아니, , 그냥 이 책을 읽으니까 그때 생각이 아련하게 났네요. 이 증언록 형식, 참 반갑다.

 

 


우리가 무엇에 대해 말하는 것은 대상에 대한 순수한 보고가 아니라 그 대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태도입장을 드러내는 행위다모든 발화는 객관적일 수 없다지식은 인식자의 렌즈를 통해 우리 앞에 재현('')된 것이다공부는 지식을 습득하는 자체가 아니라 인식자가 자기에 대해 아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사회와 공유하는 것이다.

정희진정희진처럼 읽기


중요한 것은 축제 같은 저항을 즐기는 것이 아니다사람들은 집으로그리고 자신의 삶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그곳에 남아 있다그러니 길 위에서 삶을 돌려달라고 외치는 이들과 연대하고 싶다면 나의 정의감보다 그들의 삶을 우선해야 한다이렇게까지 하면서 이들과 함께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그들이 앉아 있던 자리가 깨끗하게 치워지고 그 흔적이 무언가로 덮여 매끄러워지는 그 순간이 우리 모두의 패배의 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태섭억울한 사람들의 나라


 음독(音讀)이 전부였던 시간이 있었다

 인간의 목소리가 잠든 활자를 깨워준다고 믿었던 때

 믿음은 깨지는 순간 비로소 믿음이다

 묵독의 기원은 경전을 동공에 새기려 했던

 어느 불온한 수도사에게 있다

 기록되는 순간잠들어버릴 문장보다

 행간 사이를 헤매는 것으로 길을 찾고 싶었을

 그는 동공에 고인 그늘이 무거웠을까무겁지 않았을까

 이단의 독법이라며 수군거렸을 입들

 얼마 후 그를 봤다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부재하는 목소리의 그림자가 길어질수록

 내내묵독의 절기를 건너야 할 동공

 기록되지 않을 새의 날갯짓이 사라지고

 허공의 밑줄 아래로 흩어졌다 모이는한 점 구름

이은규묵독」 부분 

 

 

 

2


 

헤겔은 이 논문 속에서 대체적으로 피타고라스나 플라톤이 생각했던 것처럼 수()의 신비주의와 유사한 방법으로 자연수의 간단한 비례에 혹성 간의 거리를 대응시켰다따라서 비례에 따라 파악할 때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어떤 혹성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그가 이 논문을 저술한 때는 1801년 봄부터 여름에 걸친 기간이었다그러나 운명의 장난이라고나 할까같은 해 1워 1일에 이탈리아인 피아치에 의해서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소혹성 세레즈(Ceres)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미 발견된 뒤였다통신수단이 발달한 현대에는 생각할 수도 없는 실수였다.

나까야 쪼우헤겔』, 79-80

 

저건 운명의 장난도, 실수도 아니라 그냥 무지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말과 할 수 없는 말을 구분하는 일이 이렇게 어렵다. 인류 지성사에 그 이름을 거대하게 새긴 헤겔쯤 되는 인물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철학하는 인간이 가장 오래된 철학의 격언인 너 자신을 알라도 지키지 못하는 꼴을 비웃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비난 속에는 나는 그러지 않을 걸. 나는 날 잘 아니까.’ 하는 기본전제가 깔려 있는지도 모른다. 바로 헤겔이 자기 마음속에 깔아 놓았던 그것과 똑같은.

 

오늘도 또 한번 묵직해지는 syo의 좌우명 No. 2, “깝치지 말자

 

 

 

 

3


 

일상을 매끄럽게 운용하고신체가 유연해지는 것이것이 슬기로운 백수 생활의 핵심이다고수는 서두르지 않는다내공이 깊으니까백수도 서두르지 않는다시간이 많으니까경제활동의 폭도 넓어진다명랑하고 당당한 사람들은 인복이 많다자연스럽게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법이다사람이 모이면 밥이 생긴다알바 자리도 생긴다같이 재미난 활동을 기획할 수도 있다밥은 밥을 부르고친구는 친구로 이어진다.

고미숙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74쪽


멋있고 좋은 말씀이긴 한데, 백수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두 가지 경우 중 하나다. “나도 백수다라고 말씀하시는 고미숙 선생님이 뭔가 잘못 알고 계시거나, 아니면 syo놈이 뭔가 잘못 살고 계시거나.....

 


 

 

-- 읽은 --



조관희, 루쉰 : 청년들을 위한 사다리

고미숙,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나까야 쪼우, 헤겔 G.W.F. Hegel

무카야마 다카히코, 다카시마 데츠오, 빅팻캣의 영어수업 : 영어는 안 외우는 것이다

최은영, 손은경,



 

-- 읽는 --



줄리언 바지니, 진실 사회

강대석,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꿈꾼 유토피아

나카노 노부코,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

이기호,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정유민, 아무튼, 트위터

요한 록스트룀, 마티아스 클룸 지구 한계의 경계에서

박홍순, 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심리학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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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11-13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해요~~~~
“성춘향 탈옥 사건에 관한 증언들” 파일을 찾아 내던지, 아니면 다시 쓰던지.
그렇게 합시다!!!

syo 2018-11-13 18:32   좋아요 0 | URL
앗, 답정넠ㅋㅋㅋㅋㅋㅋㅋ
저기 서술해 놓은 거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제가 쓸 자격도 권리도 없는 주제였어요 ㅎ
다시 살려내는 건 온당치 않다고 봄 ㅎ

오후즈음 2018-11-13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꼭 다시 쓰셔요. 방자전을 보며 저런 해석도 있구나 했는데 더 잼있습니다!

syo 2018-11-13 19:0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고랫적 아이디어지요.... 뭐 ‘해석‘이라는 단어까지 붙일 만한 게 못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