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우리는
매일에 매일을 덧붙여 매일매일을 만드는 마음이 가벼운 장난이나 의미 없는 기교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와의 온전한 하루가 쏜살같이 달려가고, 취한 마음 부여잡고 내리막을 사박사박 걸어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꼭 잡은 손위로 노을이 아른아른 내릴 때, 연인은 생각할 것이다. 이것이 하루여서, 이것이야말로 하루여서, 혼자 돌아오는 오르막길 위에 저녁 그림자처럼 녹아 아련하게 아련하게 사라질 이 마음이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하루를 모든 것이 다 들어있는 하루로 만들어주는 마술이어서, 매일을, 오롯한 열망으로 매일을 생각할 것이다. 이 하루가 매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스라치게 기뻐서, 매일에 매일을 덧붙여 매일매일이라는 말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감히 감당키 어려운 욕심을 부린 건 아닌가 철렁한 마음에 괜스레 도둑눈을 하고 저녁의 이곳저곳을 찔러볼 테다. 바닷물처럼 많은 날들 위로 오늘이 한 방울의 빗물로 부딪혀 그 모든 물들을 오늘 이전의 날과 오늘 이후의 날로 가르는 기적이 일어나면, 오늘부터 그의 세상에서 매일과 매일매일 사이의 간격은 가벼운 장난이나 의미 없는 기교가 아니게 된다. 세상의 모든 말들이 그렇게 된다. 순간의 모든 페이지에 주석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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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매일매일
진은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
예술이란 모순을 대하는 방식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모순을 만나면 어떤 예술은 그것을 부수려고 하고, 어떤 예술은 그것을 에두르며, 어떤 예술은 그것을 섞어 한 덩어리로 만들려고 한다. 어떤 예술은 그것을 체념하고 어떤 예술은 그것을 승인하며, 또 어떤 예술은 그것을 혐오하거나 사랑하거나 혐오하면서 사랑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예술의 앞에 모순과의 마주침이 존재한다. 결코 피할 수 없는 만남이 있다. 이것은 비단 예술의 이야기만은 아니어서, 이 앞 문장들 속의 “예술”이라는 단어를 전부 “인간”이라고 바꾸어도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활자는 차원이 없으나 인간은 입체이기에 반드시 맞닥뜨려야 할 모순이 있다. 시가 모순과 어떤 춤을 출 때, 독자는 가만히 그것을 관조하며 자기 자신의 전략을 재점검한다. 나는 내게 육박하는 모순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그리하여 나는 어떤 형태의 인간이며 또 어떤 양식의 예술인가. 이 물음 또한 하나의 모순임에 틀림없어서,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게 되면 독자는 시집을 덮어도 시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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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안드레 애치먼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세금의 모든 것 / 김낙회
친절한 강의 대학 / 우응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