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어쩌자고

 

 

1

 

어제의 syo는 글을 썼고, 오늘의 syo가 그 글을 몇 년 전의 syo가 쓴 글 옆에다 놓고 비교한 결과, 재활,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퇴보에 감염되는 일은 언제든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흔한 일이지만, 퇴보가 퇴락이 되기 전에 그 흐름을 끊어놓는 것은 드물고도 위대한 일이라서, 그 과정을 거듭 거친 사람 가운데 인걸이 난다고 들었다. 인걸은커니와, 걸인이나 되지 말아야 하는 게 오늘 syo의 발등에 떨어진 불인 모양이다.

 

 

 

2

 

그렇지만 어째서 써야만 하는 것일까. 모든 활동은 욕망을 겨냥하고, 욕망의 화살은 과녁을 등지고 쏘아도 허공을 크게 에둘러 결국은 과녁으로 달려가는 법이어서, 쓰기로써 아무것도 겨냥하지 않고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밤은 타로 카드 뒷장처럼 겹겹이 펼쳐지는지. 물위에 달리아 꽃잎들 맴도는지. 어쩌자고 벽이 열려 있는데 문에 자꾸 부딪히는지. 유리공장에서 한 번도 켜지지 않은 전구들이 부서지는지. 어쩌자고 젖은 빨래는 마르지 않는지. 파란 새 우는지, 널 사랑하는지, 검은 버찌나무 위의 가을로 날아가는지, 도대체 어쩌자고 내가 시를 쓰는지, 어쩌자고 종이를 태운 재들은 부드러운지

_ 진은영, <어쩌자고> 전문

 

어째서 쓰는가를 넘어선 자리에야 어쩌자고 쓰는가는 존재한다. 어째서와 어쩌자고 사이의 간격, 누군가에겐 한 뼘도 되지 않을 그 좁은 간격에 곡진하고 눅진한 이야기를 채워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쓰는 것으로 일단 정하고.

 

 

 

3

 

매일매일 읽고 써야 한다.

 

 

 

 

--- 읽는 ---


우리는 매일매일 / 진은영

모더니즘 / 피터 게이

토지 1 / 박경리

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 / 박찬국

다정소감 / 김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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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1-18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 오랜만입니다. 그런데 전혀 퇴보 느낌이 나지 않습니다~!!

syo 2023-11-18 13:2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잘 계셨지요? ㅎㅎㅎㅎ 😆

수이 2023-11-18 13: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퇴보했다 느낀다 ㅋㅋㅋㅋ 쇼 매일 보니 좋네 좋아

syo 2023-11-18 13:34   좋아요 2 | URL
나 퇴보했지? ㅋㅋ

수이님은 그동안 좀 진보하셨네요! 이제 나만큼 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일 나타나서 열심히 재활해야죠 뭐 ㅎㅎ

수이 2023-11-18 13:4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칭찬 맞지? 12월에 봐!

syo 2023-11-18 13:4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그러자구요!

은오 2023-11-18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소문으로만 듣던 syo님이랑 동접?! 저도 댓글달아주세요!! ㅋㅋㅋㅋ 넘반갑습니다!!

syo 2023-11-18 13:47   좋아요 1 | URL
아, 저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푸바오시라구요?

반유행열반인 2023-11-18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원조 요정 돌아왔으니, 바톤 터치해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대타, 는 발끝도 못 미치던 요마, 요귀 물러가야겠습니다…(나도 syo님이랑 댓글놀이나 하고 허송세월하고 싶은데 이게 수능 끝난 고3 언니 오빠들 보는 고2 기분이구나…하아 나이는 좀 역전되었지만 하아아…공부하기 싫어 방황하는 한숨)

syo 2023-11-18 14:17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저도 요정 활동은 노환으로 인해 은퇴합니다. 이제 뒷방 늙은이 포지션으로 홀홀홀 하면서 곰방대나 털면서 지내려구요. 공부하기 싫은 반님도 화이팅!

반유행열반인 2023-11-18 14:19   좋아요 0 | URL
아니 뭐여…진짜 늙은이(나 포함) 지팡이 들고 다 때리러 온다? 여기는 너무 고이고 고여 syo님이 그런 위치를 점하는 건 다들 돌아가시는 수십년 후가 아니면 어렵지 싶습니다. 뒷방 꼬맹이 화이팅!

yamoo 2023-11-18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알라딘마을에 쇼라는 서재스타가 있었죠. 혜성처럼 나타난 그는 알라디너의 사랑을 독차지 했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사라졌다가 다시 컴백했네요. 다시 보니 반갑고 그간의 생활이 어땠는지 궁금해집니다..ㅎㅎ 쇼님이 알라딘 서재에서 사라진 시기에 제가 미술을 시작했으요~~ㅎㅎ

syo 2023-11-20 20:15   좋아요 0 | URL
제가 기억하는 그 언젠가의 야무님은 철학에 대한 깊은 소양은 물론, 각종 교양 지식이 풍부한 댄디가이였었는데, 이제 심지어 미술까지!

저도 반갑습니다 야무님 ㅎㅎㅎ

초란공 2023-11-18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컴백하심니까? 환영합니다~!! ㅋㅋ

syo 2023-11-20 20:16   좋아요 0 | URL
초란공님 오랜만입니다!
컴백은 뭔가 과하고, 그냥 다시 끼적거리려고 나타났습니다 ㅎㅎㅎ

추풍오장원 2023-11-19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매일 읽고는 있는데, 쓰는건 아주아주 힘들어서 안하고 있습니다...ㅋㅋ

syo 2023-11-20 20:17   좋아요 0 | URL
그런 면에서 이 동네 분들은 다 대단한 분들이시죠, 읽거나 쓰거나 읽고 쓰거나 다 매일매일 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ㅎ

햇살과함께 2023-11-19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syo 2023-11-20 20:17   좋아요 1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