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어쩌자고
1
어제의 syo는 글을 썼고, 오늘의 syo가 그 글을 몇 년 전의 syo가 쓴 글 옆에다 놓고 비교한 결과, 재활,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퇴보에 감염되는 일은 언제든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흔한 일이지만, 퇴보가 퇴락이 되기 전에 그 흐름을 끊어놓는 것은 드물고도 위대한 일이라서, 그 과정을 거듭 거친 사람 가운데 인걸이 난다고 들었다. 인걸은커니와, 걸인이나 되지 말아야 하는 게 오늘 syo의 발등에 떨어진 불인 모양이다.
2
그렇지만 어째서 써야만 하는 것일까. 모든 활동은 욕망을 겨냥하고, 욕망의 화살은 과녁을 등지고 쏘아도 허공을 크게 에둘러 결국은 과녁으로 달려가는 법이어서, 쓰기로써 아무것도 겨냥하지 않고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밤은 타로 카드 뒷장처럼 겹겹이 펼쳐지는지. 물위에 달리아 꽃잎들 맴도는지. 어쩌자고 벽이 열려 있는데 문에 자꾸 부딪히는지. 유리공장에서 한 번도 켜지지 않은 전구들이 부서지는지. 어쩌자고 젖은 빨래는 마르지 않는지. 파란 새 우는지, 널 사랑하는지, 검은 버찌나무 위의 가을로 날아가는지, 도대체 어쩌자고 내가 시를 쓰는지, 어쩌자고 종이를 태운 재들은 부드러운지
_ 진은영, <어쩌자고> 전문
‘어째서 쓰는가’를 넘어선 자리에야 ‘어쩌자고 쓰는가’는 존재한다. 어째서와 어쩌자고 사이의 간격, 누군가에겐 한 뼘도 되지 않을 그 좁은 간격에 곡진하고 눅진한 이야기를 채워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쓰는 것으로 일단 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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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읽고 써야 한다.
--- 읽는 ---
우리는 매일매일 / 진은영
모더니즘 / 피터 게이
토지 1 / 박경리
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 / 박찬국
다정소감 / 김혼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