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리뷰 - 이별을 재음미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 책 읽기
한귀은 지음 / 이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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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물결이었을때 나는 언덕이라 했다

당신이 뭍으로 부는 따스한 바람이고자 했을때 나는 까마득히

멈추어 선 벼랑이라 했다

어느 때 숨죽인 물살로 다가와 말없는 바위를 몰래몰래 건드려보기도 하다가

다만 용서하면서 뒤돌아갔었노라 했다

언덕뿐인 뒷모습을 바라보며 당신은 살았다 했다

당신의 가슴앓이가 파리하게 살갗에 배나올때까지도

나는 깊어가는 당신의 병을 눈치채지 못하였고

어느날 당신이 견딜 수 없는 파도를 토해 내 등을 때리고

한없이 쓰러지며 밀려가는 썰물이 되었을때

놀란 얼굴로 내가 뒤돌아 보았을때

당신은 영영 돌아오지 못할 거리로 떠내려가 있었다

단 한 번의 큰 파도로 나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당신을 따라가다 따라가다 그만 빈 갯벌이 되어 눕고 말았다

쓸쓸한 이 바다에도 다시 겨울이 오고 물살이 치고

돌아오지 못한 채 멈추어선 나를

세월은 오래도록 가두어 놓고 있었다(도종환, 섬)

 

사람이 사람을 만나

사람이 사람과 닿고 닳아서

미음이 이응이 되는 일을,

사랑이라고 그랬다.

 

그러나 그 사랑의 끄트머리에 '이별'은 정해져 있는 일이라.

회자정리라고 딱부러지게 정리해 두었던 모양이다.

 

이 책에선 사랑에 대한 시와 노래에 대한 글들이 많다.

사랑하지 않고, 그저 이별을 노래한 시는 절창일 수 없기 때문이다.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이란 영화가 뻔한 멜로물인데도 불구하고 시집과 함께 히트했던 배경에는,

도종환의 저 시에서 말한 바처럼,

이별은 나를 '갯벌이 되어 눕고 말'게 하고,

세월은 그렇게 '오래도록 나를 가두어 놓고' 있는 아픔이란 걸 사람들이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시와 소설에 등장하는 이별 이야기를,

<전조와 실연의 정황>

<부정과 슬픔의 정황>

<대처>

<분노, 애도>

<사랑>

이런 주제로 사랑 이야기를 풀어 본다.

 

사랑에 대한 시와 소설들이 얼마나 세상에 많은지를 읽고 싶어하는 이라면,

이 책에 등장하는 시와 소설들이 마치 '교과서적'으로 알려줄 것으로 기대해도 좋다.

다만, 저자의 글은 간혹 딱딱하고, 간혹 현학적이어서, 읽는이를 두렵게 하는 점을 미리 염두에 둬야 한다.

좀 쉽게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들이 많다.

연애편지를 어렵게 쓰는 사람은 없다.

글쓴이가 쓴 용어들이 '사랑과 이별'이란 주제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들은 아쉽다.

비평가(평론가)라는 사람들의 '그들만의 언어'를 즐겨쓰는 것은,

행복한 사람들은 고만고만하게 살고, 불행한 가정에는 나름나름의 이유가 있다던 톨스토이의 편안한 언어에 비하면,

독자에게 이물감을 느끼게 하기 쉽다.

 

'호모 세퍼러투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이별을 강조하고자 하지만,

'호모 에로스' 안에 이미 '이별'은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별'은 기대에 대한 부정이며, 사랑에 대한 부정인 것이므로,

사랑의 반대편에 이별이 놓인 것이 아니라,

'삶이라는 책'의 마지막 장이 '죽음'이 되듯,

'사랑이란 책'의 마지막 장이라면 으레 '이별'이 될 것이므로...

 

사랑이란 책의 마지막 장(章)을 아름답고 멋지게 장식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지금 쓰고 있는 '장'을 가장 아름답게 살아내야 할 일이다.

그것이 어려워서, 그래서 이렇게도 많은 사랑 이야기들이 놓여있는 것이다.

기다리고, 애태우고, 다투고, 토라지고, 화해하고, 하는 모든 과정은 사랑이란 책의 중간 부분에 들어가는 당연한 조미료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좀 밋밋한 맛의 사랑에 '귀에서 종소리가 들리는 키스'처럼

짜릿하게 심금을 '둥~~' 울려주는 향신료의 강한 소스 냄새들을 가미한 것들이다.

 

'사랑'을 '결혼'이나 '연애'와 대등하게 놓는다면,

진짜 사랑이라는 천칭저울은 균형점을 찾을 수 없다.

'사랑'은 '삶의 과정'을 모두 포괄해야 하는 것이다.

사랑의 짜릿함만을, 그 달콤한 순간만을 탐닉하는 하이틴 로맨스 풍의 소설은 모두 '결혼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고 말지만, 진정한 사랑은, <사랑과 전쟁>의 시기를 모두 거치고,

가장 큰 <위로와 힘이 되는 우정>이 되는 경지까지 나아가야 한다.

 

니체의 말,

친구가 된 뒤에도 푹신한 침대가 아닌, 야전 침대가 되라고...(125)

 

결혼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푹신한 침대를 상상했던 부부에게,

그 이후엔 더 딱딱하고 불편한 야전 침대가 결혼생활임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 야전 침대를 걷어차고 새로운 푹신한 침대를 찾는 일은 부질없다.

야전 침대에 익숙해 지고, 결국 야전침대에서 <위로와 힘이 되는 우정>을 찾을 수 있어야, 올바른 친구일 것이다.

 

사르트라는 '연인'(타자)은 지옥이라고 했다.

그것은 시선의 문제였다.

타자의 시선에 언제나 걸려드는 자아는 지옥 속에 있는 것과 같다는 의미이다.(146)

 

사랑의 초기에 가슴떨림과 울렁거림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싫다는 열망과도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 가슴떨림과 울렁거림이 사라진 단계를 '지루해' 하는 것은,

좋은 의미라면 그 지옥의 과정을 무사히 통과하여 수료증이라도 받아야 하는 단계인데도,

새로운 가슴떨림을 좇아 가기 쉽다.

그래서는 <위로와 힘이 되는 우정>을 찾기보담은,

지옥이라는 롤러코스트를 '자유이용권'을 이용해서 반복 이용하는 사람과 같다.

 

김형경은 심리, 정신분석 쪽으로 탁월한 공부를 한 소설을 쓴 사람이다.(난 별로 재미있게 읽진 못하지만...--;)

 

에로스와 리비도가 완벽하게 결합하고,

아이부터 노인의 영역에 이르는 정서를 마음대로 오가며,

그 위에서 정신적 성장, 정서적 고양, 영혼의 확장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욕망(199)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는 짜릿함과,

같은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나눌 수 있는 정서적 공감대의 포괄성,

시시콜콜한 이야기에서부터

책을 읽고 나누는 깊은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뜻하는 것이라면,

니체나, 김형경이나, 아주 이상적인 그런 친구를 상정하고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사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다.

 

사랑은 미지의 존재와 미지의 행위를 하고 미지의 감각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그래서 사랑은 태만할 수가 없다.

익숙한 사랑이란 없다.(237)

 

김훈의 '공무도하'의 문정수와 노목희를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읊조린다.

둘은 하나를 지향하지만, 하나가 될 수 없고,

둘이 또렷이 서서 행복하다면... 그들을 하나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노희경)

 

결국 '이별 리뷰'는 사랑 리뷰라는 책의 마지막 챕터에 불과한 것이다.

 

작가가 한국 문학만으로 이런 이야기를 얽어낸 것으로 볼 때,

조만간 세계 문학으로도 좋은 이야기책을 엮어내지 않을까 싶다.

 

독자가 책을 읽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독자가 평소에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좀더 조곤조곤하게, 정감있고 친절하게~

고등학생 조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정도로,

쉽고도 열정적으로 '안나 카레니나'를, '닥터 지바고'를, 그리고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을 읽어주길 기다리다.

 

맞춤법 고칠 곳 한 군데~

 

25. 무슨 일을 하던 간에... '하든' 간에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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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책 읽기 - 그 시절 만난 책 한 권이 내 인생의 시계를 바꿔놓았다
김경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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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독서 경험을 책으로 묶은 책들은 아주 많이 나온다.

그 중에서, 제법 괜찮은 독서 경험을 뒤따라 가기에 적합한 책으로

흡족한 것들을 구하기 쉽지 않은데,

'시 읽기 좋은 날'의 작가로 만났던 김경민의 이 책은

뛰어난 고등학생 독자 내지 대학생 독자 정도라면 뒤쫓아 읽을 만한 도서 목록으로,

또 그 책에 대한 안내자 역할로 충분한 책이지 싶다.

 

이 책의 지은이는 특별한 사상적 편향이라거나,

책을 읽는 데 어떤 지향점 같은 것을 갖지 않고,

그저 읽는 것이 좋아서 읽은 독자의 한 사람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독서가 이끌어가는 곳은 역시 진리와 가까운 곳.

그는 세상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다양한 읽을 거리들이 결국 세상의 어두운 곳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어떤 책을 먼저 읽어야할지...

막연해하는 성인 독자들에게,

이 중, 어떤 책이라도 한번 집어들고 곰곰 곱씹어가며 읽는 시작만 가능하다면,

나머지 책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힐 것이다.

분명, 독서에는 그런 힘이 있다.

 

다만, 좀 아쉬운 것은,

작가가 젊은 시절 읽은 책들이어서 그런지,

고전에 대한 깊이있는 독서에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그렇지만, 작가는 이제

시 한 권, 이 책 한 권으로 세상과 소통을 시작한 사람이다.

더 쓰기 위하여서든,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궁극적 문제들과 문답하기 위해서든,

고전을 만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철학적 접근이 가능한 논어, 노자, 맹자, 성경, 등의 책이거나,

문학을 통하여 세상을 보고, 철학적 사고를 하게 하는 톨스토이, 도스토엡스키 등의 작품이거나,

유명한 서양 문학 작품들을 읽고 감상하는 길을 넌지시 일러주는 일도,

그에게는 가능할 것 같다.

 

작가의 건필을 빈다.

 

그의 책을 읽고 이 책을 건진다.

 

<다니엘 에버렛,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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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
윌 슈발브 지음, 전행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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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마지막"이란 북클럽...

엄마와 함께한... 이란 제목은 좀 어른스럽지 못하단 뉘앙스를 풍긴다.

 

암튼, 평생을 난민을 도우며 살아온 엄마가 췌장암에 걸리고,

병원에 설치된 맛없는 모카커피 기계 앞에 앉아서,

엄마와 아들은 북클럽을 결성한다.

 

죽음.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인간으로서 가장 고귀한 행동을 찾은 곳이 책인 셈이다.

죽음.

누구에게도 비껴가지 않는 것.

오히려 그를 피해가려할수록 맞닥뜨림에 좌절하게 되는 것.

죽음 앞에서, 인간은 겸허해지게 된다.

 

이 책을 읽는 일은 두 가지 측면에서 축복이며 슬픔이었다.

우선, 환자의 이야기를 읽는 것.

그것도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는 암으로 죽어가는 환자의 이야기를 읽는 일은 슬픔이다.

그렇지만, 미국이란 가장 앞선 의료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 역시 죽음을 앞두고 아픔을 겪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조금 더 진통제를 더 맞을 수 있을 뿐.

이 책이 주는 축복은, 책을 읽는 일이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문화적 혜택의 최고봉임을 이 책을 통하여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혼자서 중얼거리고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같은 책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야말로,

인간의 정신이 다다를 수 있는 가장 절정의 지점까지 행복을 이끌어올려 줄 수 있음을 들려준다.

 

얼마전, 도서정가제 문제가 불거졌을 때,

한국에서 도서출판의 분야가 그렇게 커다란 산업도 아닌데도,

하필이면 '알라딘'이라는 인터넷 서점의 유저들만 두드려져 보인 이유가 있다.

인터넷 서점을 이용해서 책을 사들이는 사람들은 많다.

중고생을 둔 학부모라면 문제집, 참고서를 구입할 것이고,

초딩용 독서지도를 위한 책을 구입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알라딘 서점에서 제공하는 '서재'를 통하여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은,

여느 인터넷 서점에서 제공하는 리뷰나 독자 서평과는 관계망이 상당히 달라 보인다.

이런 리뷰의 풀을 토대로 접근하는 방식은 단순한 책장사를 넘어선 독서 풍토 조성의 근본적인 대책의 하나로 인정할 수도 있을 터인데... 아쉽게도 한국의 독서 풍토는 지극히 좁다.

 

어머니와 내가 각자의 여행에서 어디에 있든 간에,

여전히 우리는 책을 공유할 수 있고,

그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결코 아프지 않은 건강한 사람이 되리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줬다.

우리는 새로운 세상 속으로 함께 걸어 들어가는 어머니와 아들일 뿐이었다.

게다가 책은 어머니가 암이라는 질환이 불러일으키는 혼돈과 격변의 시기를 헤쳐나가는 동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마음의 안정을 제공해줬다.(49)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때, 인생의 지혜를 얻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친절해야 해. 의사는 특히 더 그렇고. 친절하면서도 얼마든지 좋은 의사가 될 수 있거든.

내가 처음 찾아갔던 의사보다 오라일리 박사를 훨씬 더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부분적으로는 그 때문이야.

여자 의사라서가 아니라, 친절한 의사이기 때문이라고."

"어머니는 늘 우리한테 그렇게 가르쳤잫아요. 행복하지 않으면 좋은 사람도 될 수 없다구요."

"맞아. 하지만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을 해서는 안 되는 거야.

그리고 나는 지금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대해서뿐만 아니라

친절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거란다.

무뚝뚝하고 거칠지만 그래도 치절할 수는 있거든.

친절함은 네가 어떻게 하는가보다는, 무엇을 하는가와 관련있어.

피플오브더북에 나오는 해나 엄마는 의사에 엄마이기까지 한데 친절하지않잖니?"(156)

 

아픈 이들은 누구나 그렇듯, <하루하루를 살아갈 힘>이란 책에서 힘을 얻고 있다.

하필이면... 그날 일어난 일과 관련된 구절들이 발견되는 아침,

사람은 최선을 다해 살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진리란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후회하기보다는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때 얻을 수 있다.

올바른 도구를 가지고 있찌 않다고 불평하기보다는,

가지고 있는 도구를 올바로 사용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내가 무엇이고, 어디에 있든 그것은 모두 신의 섭리다.(158)

 

그들이 다룬 책들 중 아주 인상적인 책이 있었는데,

바로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라는 앨런 베넷의 소설 이야기였다.

 

누구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책과 사랑에 빠진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177)

 

 

책 읽기의 매력은, 여왕이 생각하기에, 그 초연함에 놓여 있었다.

문학에는 무시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책은 독자를 가리지 않는다

누가 읽고 안 읽고도 신경쓰지 않는다.

심지어 여왕 자신을 포함해 모든 독자는 책 앞에 평등하다.(178)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어떤 직업이나 경력을 가졌는가를 막론하고, 그 책을 읽은 사람만이 논의의 대상이 된다.

 

어떤 구절이 제일 좋았는지,

어떤 사람은 왜 의견이 맘에 들지 않는지...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단 것 만으로도, 세상은 참 따뜻하고 살 만 해 진다.

 

난민을 돕는 일을 하고, 아프가니스탄에 도서관을 짓는 사업을 추진하던 어머니는,

미국에서 최고의 의료를 받고 있음을 부끄러워한다.

그러면서도, 삶에 대한 집착을 담담하게 드러낸다.

 

좀 슬픈 기분이 드네.

저 너머에 영원한 삶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여기에 조금이라도 더 남아 있고 싶으니 말이다.(236)

 

그렇다.

삶의 파도는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인생은 늘 울렁거리며 멀미를 나게 만드는 짖궂는 바다와도 같다.

그렇지만 또 마음챙김 같은 책에서 독자는 지혜를 배울 수도 있다.

 

우리는 파도를 멈추게 할 수는 없지만,

파도 타는 법을 배울 수는 있다.(267)

 

평생을 전일제로 일해오면서 아이를 기른 어머니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긍정적 에너지를 배워야 한다.

 

책을 읽을 기력은 충분해요.

아무리 피곤해도, 책은 읽을 수 있어요.

어쩌면 그건 전일제로 근무하면서 세 아이를 키운 덕일지 모르겠어요.

늘 피곤하기 때문에 그 상태에 익숙하거든요.

책을 읽을 수 있을 만큼 편안해지길 기다렸다면, 절대로 읽을 시간이 없었을 거예요.(336)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작가와 어머니의 교류에 부러움을 한가득 표할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그런 교류를 나눌 수 있는 모자지간도 흔치 않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세상에 넘치도록 많다.

그들 중에서, 나처럼 책을 읽고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언젠가 다가설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잡으면 될 일이다.

박지원이나 김정희가 살던 시절엔, 중국을 오가면서까지 이야기 상대를 찾으려 고생했다는데,

이 발달한 인터넷 세상에서야,

마음 맞는 친구를 찾는 일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일이다.

 

어머니는 최악의 것에서 절대 눈길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고,

우리가 모든 것을 더 나은 쪽으로 바꿔갈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인간의 보급품 창고 속에서 책이 가장 강력한 도구라는 신념을 절대 버리지 않았고,

어떤 형태로든 다시 말해 어머니이게는 전혀 마땅치 않은 수단이기는 했어도,

전자책이든 종이 책이든 오디오 책이든 간에 모든 종류의 책을 읽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여흥거리이며,

인간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었다.(436)

 

독서를 통해 인간을 발전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독서를 통해 인간은 마음을 나눌 수 있다.

세상은 복잡하고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책 속에 하나의 길이 있음을, 이 책은 웅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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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서재]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마흔의 서재
장석주 지음 / 한빛비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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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을 불혹, 이라고 부른다.

어떤 시인은, 그걸 '불혹, 또는 부록' 이러면서 농담을 건다.

이 혹하지 않는다, 또는 미혹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공자가 2,500년 전 사람이었음을 생각하면,

마흔이면 평균 수명을 다한 나이였을 것이어서,

더이상의 어떤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생각해볼 수도 있고,

육체적 연령을 생각하면 성적 기능이 다한 나이여서 여자를 봐도 혹하지 않을 나이~였을 수도 있다.

 

근데, 암튼... 영양 과다로 인하여 평균 수명은 대책없이 늘어났고,

평균 수명에 비하여 마흔은 반도 안 온 나이다.

그렇지만, 또 육체적 노화는 그대로여서 아무리 동안을 외쳐대도,

중력의 작용에 의한 주름살은 보톡스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시답잖은 구석도 있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얻을 것도 많다.

 

마흔, 당신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가장 좋은 것은 조금 늦게 온다.

마흔은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늦은 나이지만 꿈을 가진 사람에겐 늦지 않았다.(23)

 

뭐, 좀 막연한 응원이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믿고 싶다면, 그럴 수도 있다.

 

딸아이는 미국에 있고, 아들아이는 캐나다에 있다.

내게 남은 것은 3만 여권에 다다른 장서, 열 몇 권의 시집, 정수리께의 허연 머리털,

늙어가는 벗들, 클래식 CD들, 포도주의 깊은 맛을 즐기는 혀... 따위이다.(34)

 

내가 마뜩잖아하는 면이 이런 것이다.

서울 생활을 접고, 시골에 와서 문필 노동자로 살면서 소박하게 산다고 강조에 강조를 하지만...

도시에서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살기 쉬운 '마흔들'에게 들려줄 이야기치곤, 좀 관념적이다.

그리고 포도주의 깊은 맛... 운운은 책의 진행 방향과 거꾸로 가는... 오버란 생각도 든다.

 

발터 벤야민은 심심함을 '경험의 알을 품고 있는 새'라고 부른바 있다.

잠이 육체적 이완의 정점이라면 깊은 심심함은 정신적 이완의 정점이다.

단순한 분주함은 어떤 새로운 것도 낳지 못한다.

벤야민은 꿈의 새가 깃드는 이완과 시간의 둥지가 현대에 와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한탄한다.

이제 더 이상 그 누구도 그런 것을 '짜지도 잣지도' 않는다.

심심함이란 '속에 가장 화려한 안감을 댄 따뜻한 잿빛 수건'이다.

그리고 '우리는 꿈꿀 때 이 수건으로 몸을 감싼다.'(한병철, 피로사회 중, 44)

 

이 책에선, '느림, 심심함' 이런 것들의 가치를 역설한다.

노자와 장자도 반복되어 인용되지만, 글에 힘이 가득차 있지 못해 읽는 이의 눈이 자꾸 처진다.

 

순진한 건지... 부족한 건지...

이렇게 책을 낼 거라면, 따뜻한 말로 도배한다고 될 것이 아니거늘...

좀더 조사했어야 할 것들이 빠지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은 부족을 증명한다.

 

최부자 가문은 해방 뒤에 전 재산을 영남대학 재단에 희사하였다.

빌 게이츠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95%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공언하였다. 

나눔의 궁극적은 목표는 상생이다.(285)

 

최부자 가문이 다카키 마사오라 불리는 전직 대통령에게 전 재산을 빨대로 빨린 사정은 역사 전문가 한홍구의 글로 대신한다.

 

<교주 박정희는 1원이라도 내셨는가?> 뇌물바구니 영남대 - 한홍구의 유신과 오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67444.html

 

류짜이푸의 <면벽침사록> 같은 책은 중국의 현대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좋은 책인듯 싶다.

 

평소에는 좋은 학생이자 영리한 어린아이라도,

문화대혁명에 접어들자마자 곧바로 정신 나간 사람처럼 행동하게 되니

모두 뒤따라 흉악한 말을 하고, 허튼 소리를 하고, 큰 소리로 떵떵거렸다.

이빨도 아주 날카롭게 갈아... 참으로 이리나 호랑이 같았지, 사람같지는 않았다.

눈이야말로 치명적인 반성이 기관이다.(235)

 

눈을 뜨고 있다고 세상을 다 올바로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눈을 뜨고 있음으로써 세상을 더 왜곡시켜 바라볼 수도 있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길을 잘 잃을까 하는 것이 문제다.

길을 한 번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며,

길 잃기를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은 불행에 빠진다.

알지 못하는 곳 그 어딘가에는 발견으로 가득한 삶이 놓여 있다.(레베카 솔닛, 걷기의 역사, 157)

 

이 책에서 느림, 여유의 미학을 이야기하노라니 당연히 걷기 예찬이 빠질 수 없다.

이 책의 장점은,

느긋하게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관조적으로 바라보아야 함을 역설하는 책들을 가득 소개하고 있음에 있다.

그런 것들을 나름의 독서에 반영할 수 있다면 이 책에서도 큰 도움을 얻을 수 있겠다.

 

그러나, 작가가 안타까워하듯, 한국의 삶은 지나치게 먹고 살기 어렵다.

밥그릇이 문제다.

닥치고 정치, 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또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렇지 못한 것이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나는 것이 아니라 먹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갈매기에게 중요한 것은 먹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것이었다.

어떤 것보다 조나단 리빙스턴은 나는 것을 사랑했다.(리처드 바크, 갈매기의 꿈, 135)

 

대부분의 갈매기의 삶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현실이 그렇게 팍팍하기 때문이다.

물론, 조나단 같은 갈매기도 필요하다. 그 사회의 수준에 맞는 갈매기라면 말이다.

 

도대체 마흔, 이라면 왜 책을 읽어야 한다고 난리일까?

정말 책 속에 인류의 지혜가 들어 있고, 지적 보물창고가 존재하기나 한 건가?

 

보르헤스에게 현실의 정수는 책 속에 있었다.

책을 읽고, 책을 쓰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그 알맹이였다.

그는 수천 년 전에 시작해서 한 번도 끝난 적이 없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인식했다.

(알베르토 망구엘,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 129)

 

어떤 갈매기에게나 나는 것이 중요하진 않듯,

누구에게나 책 속에 길이 있진 않다.

먹는 것이 문제라고 굳게 믿는 이에겐, 책 따윈 길에 깔려있어도 가치로워보이진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수천 년 전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진행되는 대화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본능적으로 책에 관심을 갖게 된다.

어쩌면, 이 '마흔의 서재'는 인간 본능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읽고 싶긴 한데, 어떻게 읽어야 할까?

 

50대가 될 때까지 3천권 정도 집요하게 읽다 보면,

정보가 서로 링크되면서 정보들 사이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양이 질로 바뀌는 거죠.

그리고 좋은 정보와 좋은 책을 구별할 수 있을 때부터 학습에 가속이 붙습니다.(박문호, 뇌 생각의 출현, 104)

 

10년이 넘게 꾸준히 읽어야 하고,

그러면 저절로 '메타 인지'가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좋은 책이 저절로 눈에 들어오고, 읽어야 할 부분을 찾아 읽을 수 있다는 것.

필요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벌써 시작했을 것이므로, 과한 요구는 아닐 수도 있다.

 

요즘 출판계의 트렌드가 '마흔' 과 '위로'인 모양이다.

얼마나 살기 힘들면 그럴까...

그런 사람들에게 책이란 위로가 막혀 들까?

글쎄. 원래 무엇이든 필요한 사람들은 이미 그것을 하고 있고, 가지고 있다.

필요하면서도 도무지 시간을, 여유를 내기 힘든 사람들은 앞으로도 그 필요한 것을 위해 투자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암튼, 마흔, 작가는 3만 권의 서재를 자랑하지만,

나처럼, 이사다니기 귀찮아서 책은 다 남들 줘버리고, 인터넷 서재라도 하나 가지고 살면 팍팍한 나날에 좀 덜 힘들 수도 있다.

 

----------

 

고치면 좋을 곳 두어 개...

 

65. 어머니는 'ㅇ, ㅁ, ㄴ'과 같은 자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소리 'ㅇ'는 빈자리 표시지, 자음이 아니다.

 

252. 여절여여차... 여절여차...로 고침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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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 도 - 울자, 때로는 너와 우리를 위해
윤미화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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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님은 알라딘에서 초절정 인기 서재인이었다.

생활 속 골딱지를 후비는 상사를 들입다 욕하는 공무원이었던 시절부터~

팔인가 다리인가가 아프다고 골골거리던 시절~

그리고 남들의 로망인 공뭔을 때려 치더니, 시골에서 염소와 고양이와 신접살림을 차렸더랬다.

아마도 미술대학 출신이었던 그이는 사진도 제법인데, 글도 찰기가 차르르 흐르게 잘 썼더랬다.

여성스러운 생활 속 이야기도 잘 녹여내고, 세상을 비판하는 시니컬함도 고루 갖춘 이였는데,

가~끔은 포도주를 앞에 두고 찍은 사진으로 삶의 낭만에 메롱~을 날리기도 했던 이였는데,

몇해 전 '깐깐한 독서 본능'이란 서평집을 냈다. 그 서평집은 좀 산만했다.

그 서평집이 오로지 '독기 毒氣' 어린 그이의 노력으로 갈고닦은 책이라면,

이번 서평집은 <환경과 세상 살리기>라는 주제를 타고 앉은 탁월한 책이다.

이제 <환경> 관련 대학들에서 이 책을 필독서로 읽어야 할 노릇이다.

이 책 안에는 최재천 류의 <생물 다양성>과 소통하면서도 <환경>에 대하여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꼭지들로 안내하는

'도 道' 즉, 길의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파란여우 님은 알라딘 서재를 떠나서 어디론가 갔다.

뭐, 어디 주소가 있더라만, 난 알라딘에서만 논다. (알라딘을 애정해서가 아니라, 게을러서다. ㅠㅜ)

이 리뷰도 그이가 와서 읽으려면 읽으란 배포로 쓰는 거다. ㅋ~

그 시절에 없던 트위터 주소가 '촌여우'로 바뀌었다. ㅎㅎ

'파란여우'의 '낭만성'이 품었던 <독기>가 드디어 '촌여우'의 ''으로 인하여 <>로 승화되는 느낌의 연결이 기분 좋다.

(뭐, 님이야 그런 의도가 없었을지 몰라도~ 나는 원래 혼자 뭔가 찾아내면 기분 좋아하는 특이한 성향의 소유자다.)

 

이 책을 어젯밤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그이의 <환경>에 대한 깊은 천착에 공감을 하면서 읽었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내 눈길을 사로잡은 한 구절이 있었으니,

그걸 먼저 써야겠다.

 

어쨌든 나에게 어느 날 로봇이 찾아온다면 교정로봇은 어떨까.

매번 장거리 달리기와 같은 글을 쓰는 나에겐 교정로봇이 필요하다.

꼼꼼한 교정로봇이라면 그에게 기꺼이 뽀뽀를 날리겠다.(요건 좀 사양)

물론, 교정로봇과 작업을 하려면 거금이 들고 게다가 그의 심리까지 미리 파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를 것이다.

하지만 침침한 눈과 지끈거리는 골칫거리를 해결해주는 매력적인 교정자라면 기꺼이 대환영이다.(331)

 

파란여우 님의 이 책을 읽으면서, 안 그래도 교정로봇이 필요하단 생각을 하고 있더랬는데,

이런 고충을 고백하신 바,

나라도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교정로봇 역할을 해 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을 따름이지만,

글의 내용이 충실한 데 비하여, 몇 가지 교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책의 신뢰를 낮추는 일이 아쉬워서 든 생각이다.

 

제1부에서는 <우리는 이대로 괜찮은가요>란 제목 하에, 한국 사회의 골치아픈 현안들을 논평한다.

 

'차별과 기회주의'는 재일 조선인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16)

 

재일 조선인은 일본에서 무지막지한 이지메를 당해 왔다.

그 최전선에서 기민(국민 포기)정책을 펼친 것이 이승만과 박정희다.

그리고 차별과 기회주의는 남한의 정책 노선이기도 하다.

안철수가 인기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차별과 기회주의'로 팽배한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려 노력하겠다. 이런 부분.

 

한국 사회의 교육, 경제, 정치... 등등에 대한 분노와 비판의 목소리가 다양한 책들과 함께 소개된다.

 

제2부가 그의 본령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란 말이 다소 모호하긴 하다. ^^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 '존재' 하나에 비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존재한다는 것에는 언제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상반된 모순이 담겨있게 마련이다~ 뭐, 이런 의도로 썼을 것이다.

 

제2부에서 '종'의 다양성에 대한 문제 제기, 바이러스의 세계 정복,

먹는 것으로 장난치는 세상의 부자들 문제,

육식의 문제, 식량의 문제,

이렇게 생물 세계의 존재들이 서로 그물코처럼 얽히고설켜 있는데 그것들의 실마리를 잡기에 적격인 책들을 가득 소개한다.

 

그가 소개한 아룬다티 로이(인도 환경생태 운동가)의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낀다.

 

전쟁 비용 속에는 죽은 새나 새까맣게 타버린 짐승들, 살해된 물고기들, 불에 탄 곤충들, 오염된 수자원,

파괴된 식물 등은 계산되지 않는다.

이 행성을 공유하고 있는 인간 이외의 살아있는 존재들에 대한 인간의 오만함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시장과 이데올로기를 위한 싸움에서 잊혀지고 있다.

이 오만함으로 인해 아마도 인간이라는 종이 궁극적으로 사라질 것이다.(9월이여, 오라)

 

최수연의 '소, 땅과 사람을 이어주던 생명'의 '생구'라는 말도 멋진 발견이다. '식구'와 또다른 말, 생구...

 

살아 있는 입, 우리 조상들은 소를 이렇게 불렀다.

생구(生口)는 원래 한집에서 같이 밥을 먹고 사는 하인이나 종을 말하는 것인데,

가축 가운데 유일하게 소를 생구라고 불렀다.

사람과 똑같이 하나의 소중한 생명으로 여겼다.

사람은 소를 한솥밥 먹는 생구라 여기고,

소는 집안의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다.

말을 못할 뿐이지 사람이나 다를 바가 없다. (178)

 

다른 사람의 '서평집'을 읽는 재미는 이런 것이다.

굳이 다른 사람의 책읽은 흔적을 좇아서 읽어야 잘 읽는 것은 아니겠지만,

세상엔 이렇게 훌륭한 스승들이 많아서 '서평집'으로 독서의 갈 길을 안내해 주고 있으니,

그 역시 하나의 '道'가 되는 일 아닌가 싶다. 제목 참 잘 지었다. ^^

거기다 이렇게 아름다운 문학적 감성도 자주 등장해 주신다. ^^

 

그가 남긴 논 역사책을 읽으면서 거대한 해일 앞에 사라져가는 풍요의 파편을 봤다.(180)

 

멋지다. 거대한 해일 앞에 사라져가는 풍요의 파편이라니... 풍요의 불야성이 소돔과 고모라처럼 온갖 죄악으로 얼룩지고 있는 현실을 바라볼 때, 이런 문장이 상상하게 하는 바는 크다.

 

펜션에 가서 휴가를 잘 즐기고 온 사람들에게 뜨끔할 구절들이 많다.

펜션에서 쉬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그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 한다.

민박집이라고 친환경적이었던 건 아니니까... 그치만, 펜션이 되면서 훨씬 환경 파괴는 대규모적으로 가속화되는 게 현실이다.

작년 7월 호우로 인하여 생떼같은 대학생 봉사단을 잃고도... 소잃고 외양간만 계속 짓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 큰데 이 책을 읽음으로써 그런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어린 새싹들이 회색과 암갈색 풍경 위로 에메랄드빛 음표처럼 고개를 내밀었다.

야생 벚나무와 사과나무들이 계곡과 산비탈에서 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하얀 은방울 꽃도 어둡고 깊은 숲속에서 봉오리를 터뜨렸다.

크리스털처럼 맑은 숲의 공기가 땅이 내뿜는 온갖 개화의 향기로 가득 찼다.(221)

 

니콜라이 바이코프의 '위대한 왕'에 등장하는 한 구절이다.

아, 참 아름답고 장엄한 자연이 그대로 글 속에서 살아오르는 듯하다.

새싹을 '에메랄드빛 음표'에 비유하다니... '크리스털처럼 맑은 숲의 공기'가 향기로 가득하다니...

책을 읽다가 눈을 감을 수밖에 없는 책들을 촌여우는 가득 소개한다.

이 책을 읽다가 보관함에 책이 가득 쌓이는 행복을 맛볼 수 있다.

 

제3부는 문학, 예술 등에 대한 비평을 쓰는 부분이다.

<아픈 마음은 지향하는 마음이다>란 제목이 조금 어색하다.

쑤퉁의 '눈물'에 대한 감상일 터인데... 번역투여서 어색함이 남는 듯 하다.

아픈 마음은 타인을 지향한다... 처럼 서술어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그이의 글 중, 특히 최종규의 책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인데... 그 인상이 그닥 좋은 품평이 아니다.

 

최종규는 사진을 통한 '삶 읽기'에서 사랑을 잊지 않는다.

예민하고 꼼꼼한 최종규에게 사는 방식은 대단히 중요하다.

최종규는 글에서 느리고 적게 사는 삶을 꾸준히 반복 강조한다.

'까다로운 골목길 철학자'인 최종규로부터 독자가 애꿎은 훈계를 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주장은 사진이란 결국 사진을 찍음으로써 사랑을 찍는다는 전달력이 있다.(239)

 

애증이 교차하는 서평인데... ^^ 꼼꼼한 작가의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꾸준히 반복 강조'하는 '까다로운 철학자'의 '애꿎은 훈계'라고까지 표현한 뒤에 다시 앞뒤를 급히 봉합하는 듯, 사랑으로 마물려 놓은 행색이 과히 좋아보이진 않는다.

이런 서평이 인터넷 공간에 있는 것과 인쇄되는 것은 다를 것인데... 다른 작가의 책을 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르네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에 대하여,

김현이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라는 말은, 파이프라는 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라고 읽힐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하여 '모호'하다고 썼는데, 그것은 여우 님의 이해가 불충분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

마르셀 뒤샹의 '샘'과는 좀 다르다.

샘은 로쟈의 해석대로, '변소에 있으면 변기, 전시장에 있으면 철학적 사유를 하게 하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단 특징이 있다.

자리옮김이 새로운 명명 행위가 되는 방식.

르네 마그리트는... '언어'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파이프 '그림'을 그려 놓고, 거기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란 말은,

그것을 '파이프'라는 '말'과 일대일 대응시킬 수 없다...는 표현이다.

다른 말로 '곰방대'라고도 부를 수 있단 말이다. 그렇게 보면, 한 가지 방식으로 사유하는 건 위험하단 뜻도 있겠다.

뭐, 이런 방향으로 사유를 풀면 김현 선생이 이해될까?(내가 여우 님을 이해시킬 수 있음 무지 설명을 잘 한건데... ㅎㅎ)

파이프가 장소, 상황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그걸로 훈장 선생님이 제자에게 꿀밤 대용물을 먹인다면 말이다.

 

그의 글 중에서 온몸에 소름을 돋게 하는 글이 있었으니, '설국'의 고마코 양에게 보내는 편지다.

나를 전율하게 만들었으므로... 더이상 말할 수 없다.

그 편지는 정말 섹시한 글이었다. (내가 매력적이란 말의 최상급으로 쓴 말의 수준이 이렇다. ㅠㅜ)

 

이 책을 통하여 꼭 읽고 싶은 책을 한 권 주웠으니, 프랑수아 쳉의 <티아니 이야기>다.

이참에 다이호우잉의 <사람아 아 사람아!>도 다시 읽어야 겠다.

벌써 21년 전에 읽은 책이라 기억에 남는 게 없는데... 절절한 사랑이야기였단 정도만 남는다.

또 며칠 밤 절절하게 생겼다. ^^

남들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 읽는 맛은, 100볼트 전기에 감전되는 순간처럼 찌릿~~~하다. ㅋ~

 

그이의 사랑 중에 '이언진'을 내놓을 수 없겠다.

이언진은 이용휴의 제자로, 이단아 이탁오와 뗄 수 없는 관계다.

 

과거의 부처는 나 앞의 나

미래의 부처는 나 뒤의 나

부처 하나 바로 지금 여기 있으니

호동 이 씨가 바로 그(309)

 

이언진은 위 시에서 자신을 부처에 비유한다... 고 쓰고 있다.

비유로 들자면 비유일 수도 있으나...

비유는 '유사'한 것에 빗댄 것인 바,

자신을 부처와 유사한 사람이라는 게 아니라, 호동 이언진이라는 '내 존재'가 바로 부처라는 깨달음을 나타낸 것이다.

그래서 '비유'란 말보다,

유교적 사고 방식에서 늘 수직적 질서에 편입된 '관계'만을 강조하는 성리학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가 누구에게도 편입될 수 없는 독립된 개체임을 강조한 '깨달음'이라고 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몇 자 덧붙인다.

 

소위 유명한 사람들이 모여서 '내 인생을 바꾼 책 몇 권' 이런 종류의 책을 나는 아주 마뜩잖아 한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가 그렇고... 잡다한 작가들이 몇 권의 책들을 소개한 '책의 유혹'이 그랬다.

더더군다나 내가 알지도 못하는 책들로 가득한 외국 작가들의 서평집은 별로인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윤미화 님의 이 서평집은

특히 2부, 환경과 사회의 문제에 대한 천착에 집중하여 무한한 가치를 가진 책으로 읽힐 가능성이 훌륭한 책이라고 칭송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재천 류의 환경, 생물 다양성 들과 더불어 읽는다면,

다양한 류의 책을 읽어 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지런히 글을 쓰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책을 엮어내는 편집 역시 중요하다.

작가의 건필을 빌면서, 더 멋진 책들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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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구입한 것은 나오자 마자인데,

이러구러 바쁘단 핑계로 이제서야 읽게 되어,

이미 여러 쇄를 거듭하여 고쳐진 부분이 많을 것이다.

 

혹시 촌여우 님으로 둔갑하신 파란여우 님이 이 글을 보신다면, 아래 몇 개를 고려해 주시면 좋겠다.

교정 로봇이 필요하다고 엉너리를 치시긴 했으나, 이렇게 빨간펜으로 첨삭하는 걸 보고 삐치실는지도 모른다. ㅋ~

(여우 님, 혹시 보시면 보셨다고 댓글 남겨주시면 요건 지울게요~ ^^

우정과 애정을 담아 남긴 글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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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9 0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19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19 0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19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2-08-19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이 새로운 책을 쓰셨군요. 저도 게을러서 오로지 알라딘에서만 노는 관계로 소식에 어둡네요

글샘 2012-08-19 21:49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읽다 보면, 더 읽고 싶은 책이 가득해요~ ㅎㅎ

세실 2012-08-19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을 홀연히 떠나신 여우님.
다른 곳에서 활발히 활동 하시겠지요^^
꾸준히 책을 쓰시네요.

글샘 2012-08-19 21:5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글도 전편에 비해서 훨씬 좋아진 느낌이더라구요. ^^
한번 읽어 보세요~

2012-08-21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2-08-20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파란여우님.. 경향신문의 블로그에 계속 글을 올리시던데...
뭐든 열심히 해내시는 여우님이 오늘, 몹시 그립네요~

글샘 2012-08-21 17:0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는 여기서 떠나곤 못 뵈어서요...

transient-guest 2012-08-21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분의 raw함이 좋아요. 귀농하면 공기좋은데서 농사짓고 책읽고 뭐 이런거 말고 좀더 현실적인데 많이 외면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잖아요. 염소 키우다가 팔아버리는 이야기, 오리농법이 오리를 해친다는 이야기...이런건 다른데서는 못봤거든요. 보관함게 담아둡니다.

글샘 2012-08-21 17:02   좋아요 0 | URL
raw~~ 날것의, 가공하지 않은... 영어 사전을 찾아 봤다는... ^^
그런 면이 있기도 하죠. ^^

transient-guest 2012-08-21 23:35   좋아요 0 | URL
아이고 죄송합니다.ㅋ 제가 뭔가 표현하려 할때, 자주 한국어 단어로 정확하께 그 느낌을 살리기 힘들때가 많아요. 책도 많이 읽고, 한국 TV도 많이 보는데, 그냥 덜 쓰면,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있지 않고, 그러면서 조금씩 잊어버리는 것 같네요.

글샘 2012-08-22 07:52   좋아요 0 | URL
덕분에 단어 하나 외운 걸요~ ㅎㅎ
그럴 때가 있죠. 외국어 공부할 때도, 우리말보다 적확한 외국어가 튀어나올 때가 있는데요 뭘~ ^^

transient-guest 2012-08-23 01:21   좋아요 0 | URL
책에 최종규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을 이제서야 봤네요. 이분도 참 특이한 분이지요. 잠시 cyworld에서 이분 카페에도 가입하여 대화한 적 있고, 아벨서점에서 2007년인가에 본 적도 있어요 (뵙진 못했지만). 카메라에 자전거, 그리고 그 추운 겨울에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던 것이 기억나네요. 최종규님의 주제들은 조금은 무겁지만, 한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만의 방법으로 세상에 이야기를 던지는 분의 감동을 느낄때가 있습니다.

글샘 2012-08-23 01:54   좋아요 0 | URL
저는 그분을 잘은 모르지만, 알라딘에서도 '된장'이란 닉넴으로 활동하시구요~
파란여우 님의 책에서 오류가 많다고 쓴 페이퍼도 있더라구요. ^^
고집스런 삶을 영위하시는 분 같던데, 나름의 방법으로 세상에 이야기를 던지는 부분... 공감이 갈 때가 많더군요. ^^

transient-guest 2012-08-24 03:02   좋아요 0 | URL
'된장'이라는 분의 서재를 찾아봐야겠습니다.ㅋ

2012-08-21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1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2-08-2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높은 추천 수를 보고, 이 책의 홍보에 도움을 주시는 글샘 님의 우정에 대해서 살짝 질투를 느끼다. ㅋㅋ
<깐깐한 독서 본능>은 읽었는데... 글샘 님 덕분에 이 책에도 관심을 가지다.ㅋㅋ

글샘 2012-08-21 17:04   좋아요 0 | URL
질투를... ^^ 추천 수는 왜 높을까요?

2012-08-22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2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