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교육과정-수업-평가를 응원합니다 - 학교 혁신을 위한 교사들의 입문서
천정은 지음 / 맘에드림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생님...은 학생이 입장에서 존경하는 직업인의 상이라면,

교사...는 객관적인 일상적 직업인이고,

스승...은 도제식의 수련 과정에서 얻게 되는 명예 정도일 터인데,

교육자...는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서 추구해야 할 어떤 상을 가진 인물이라 생각해 본다.

 

내년 3월이면 발령받은 것이 30년이 된다.

30년간 얻은 것도 적지 않지만,

타성에 따라 또는 부끄럽게도 이전의 교사들이 하던 행동을 따라 했다.

나의 철학이 없는 수업과 업무에 열심이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반성할 점이 많다.

 

아이들이 성장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명강의를 펼친다 해도,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자는 아니다.

아이들을 성장하도록 이끄는 것이,

부족하지만, 동료 교사와 함께 그 과정을 설계하고, 진행하고,

또 돌아보면서 설계하는 살아있는 교사가 진정한 교육자의 태도를 견지하는 사람일 것이다.

 

지난 여름, 수원에서 만난 독서교육 선생님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교육자의 삶을 살려고 서로 배우고 있었다.

다시 돌아봐도 참 존경스러운 분들이었다.

 

이 책을 진작 사두고 이제서야 펼친 것은, 나의 부끄러움에 직면하기 힘들어서였다.

역시 부끄러웠다.

그렇지만, 이제 정년까지 남은 11년을 반성하며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갖도록 했다.

동료 교사와 함께할 여력은 없다.

그래서 혁신학교같이 일 많은 데로 갈까도 생각을 하고 있다.

씨앗을 심지 않으면 수확할 수 없을 것이므로...

수업을 나누는 씨앗을 심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278, 조동화, 나 하나 꽃피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곧 꼰대가 되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육신의 나이는 어쩔 수 없지만,

나이들어 단단해지는 부분도 있고, 부드러워야 할 때도 알아야 하는 부분도 있다.

 

동료와 함께 교육철학과 교육과정을 고민하면서

내가 더 이상 수업기술자로 살고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는 수업기술자가 아니라 교육자여야 한다.(80)

 

교육자로서 아이들의 교실에 활기를 넣으려 이런저런 방법을 쓰기도 했다.

공동 일기를 쓰고 생각을 나누기도 했고, 그걸로 문집을 엮기도 했고,

아침마다 영어 속담이나 격언 발표하기 등의 조회로 격려하기도 했다.

교육자의 행동은 어떤 결과를 불러올 지 예측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철학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하는데,

학교가 쓸데없는 행정적 업무 중심으로 짜여져 있어서

나이들수록 업무 담당 부장이 되는 일은 피곤하다.

교육철학이 없는 교장과 함께 하는 부장은 지옥이다.

어제 동료들이랑 한잔 하면서 다들 부장은 못하겠다 한다.

 

교사가 잘 해내는 교실, 혹은 교사가 멋지게 보이는 교실이 아니라

학생들이 잘 배우는 교실이 목표라면 강의식 수업은 주된 교수학습법이 될 수 없다.(122)

 

나는 학생들의 협동학습에 익숙하지 않고,

강의식 수업을 유창하게 해도 잠들고 마는 아이들 앞에서 늘 좌절해 왔다.

학생들이 배우는 교실, 을 목표로 한다면,

협동학습으로 성장하는 수업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한국 교사의 특성도 있어

매년 다른 과목 수업을 해야하는 것이 힘들다.

깊어지기 보다는, 얕게 피상적으로 스치는 시간이 많아서 힘들다.

 

학점제처럼 변화될 필요가 그래서 있다.

언젠가는 대학과 비슷하게, 쓰기에 10년이고 20년이고 몰두한 교사들이,

독서지도에 몰두한 교사들이 연구회를 만드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래서 나는 남은 10년을 독서지도에 몰두하는 교육자가 될 것을 꿈꾸고 있어

이런 책을 읽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이 그림처럼 앉아서

정숙하게 교사의 말을 듣고 있는 모습은

교사들에게 너무나 달콤한 광경입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정숙함이 배우고 있는 증거가 아니라면

과감히 포기해야...(130)

 

가능하다면 당장 신가중학교에서 동료들과 함께하고 싶지만,

내가 있는 자리에서 씨앗을 심지 않고서는 꿈은 헛된 것이다.

성장이 일어나는 교실을 보면서 퇴직하고 싶다.

아이들이 책에 대해 물어보고 이야기하는 교실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기록하는 여생을 생각하게 하는 계절이다.

이 더운 여름을 지나면서, 내 마음에 씨앗이 하나 여물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학년 3반 료타 선생님
이시다 이라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새 학기 시작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학기말과 학기초,

교육 이야기를 읽게 되어 좋았다.

 

료타 선생은 똑부러지거나 바른생활 사나이는 아닌,

조금 멍청하고 뒤떨어지는 선생님이다. 마음은 따스한...

 

숨을 못 쉬겠어요.

숨이 막혀서... 죽을 것 같아요.

내 마음이 조그만 돌멩이처럼 쪼그라드는 것 같아요.(50)

 

뛰쳐나가는 아이 하나라도 놓칠 수 없는 료타의 주변에는

반듯한 교사도, 의뭉스런 교사도 가득하다.

 

학교는 공격은 할 수 없고 수비만 가능한 시스템으로 싸우는 셈이다.(82)

 

사건 사고에서 학교는 늘 수비적일 수밖에 없다.

시스템 자체가 그렇다.

 

전날까지 불가능하던 일이

어느날부터 힘들이지 않고도 가능하게 되는 경우처럼

아이들의 성장은 참으로 눈부신 감동으로 다가왔다.

자기가 가르쳤다기보다 아이들 스스로가 지닌 생명력으로 쑥쑥 자라는 거다.

다른 어떤 직업으로 이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까.(127)

 

씨앗을 싹틔우는 일은 무던한 기대와 기다림을 전제로 한다.

의심과 불신의 시간을 담보로 하는 그 시간 덕에,

재크의 콩나무처럼 성장하는 황홀을 볼 수 있다.

 

획일적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개성적인 인간으로 자라긴 힘들지.

아이들한테 잘난 척하고 떠들기 전에,

선생이 먼저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인간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야?(186)

 

지식으로 심어준 것은 그저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스스로 이해하고 몸으로 체득한 답이라야 다른 문제를 만나도 응용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이해하는 속도를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202)

 

교사로서 고민하지 않는 생활인이란 참 재미없다.

그렇지만 사회 자체가 고루하므로, 교사의 개성이나 창조적 성향보다는

전통적인 관습에 따르는 사람들이 돋보이는 곳이다.

그래서 공부가 필요하다.

그래서 의심과 회의가 필요하다.

 

교육현장이란

결국 지식이나 기술의 전달장이 아니라,

그 교사가 가지고 있는 인간성이 시험되는 장소(275)

 

좀처럼 내가 생각한 대로 움직여주질 않는다니까.

연애나 교육, 또 아이들까지

일단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은 일방적인 신념이나 강제적인 방법으로는

절대로 잘 안 풀리지. 그런데도 상대가 조금만 움직여주면 될 텐데 하는 생각에

강요하게 되는 경향이 있지.(347)

 

대상이 미성숙한 아이들이다 보니

강요하기 쉽다.

그러나 강요는 전달보다는 배달 착오를 일으키기 쉽다.

수취인이 없는 강요의 사이에서 교사는 인간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교사의 임무는 그 나무가 올바른 방향으로 잘 자라도록 받쳐주는 버팀목이면 된다.

실제로 성장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은

그 나무인 아이들이다.(379)

 

아이들은 성장한다.

아이들의 성장을 교육이라 한다.

어른은 버팀목이고 물뿌리개의 한 방울 물이다.

성급하게 <알묘조장>한다고 교육이 되지는 않는다.

 

아이들의 생명력을 믿고,

무던히 적당한 관심을 뿌려주는 일이 교육이다.

마음을 조급히 먹지 말 노릇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까짓것 창비청소년시선 9
이정록 지음 / 창비교육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엄마 반성문'이란 책이 화제가 되었는데,

초등학교 교사인 엄마의 태도가 아이들을 힘들게 했다는 이야기였다.

 

 

 

부모들은 관심이 없으면서,

무슨 일만 있으면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아이탓을 한다.

 

관심을 가지면 다 알게 된다.

아이가 문을 잠그고 들어가는 뒷모습에서 힘든 모습을 읽게 된다.

아이의 재능도, 아이의 고민도

관심이 없으면서 공부만 하라고 학원으로 내모는 부모는

자식을 망친다.

 

아이들은 폭력으로 깨어진 유리창 틈에서 겨우 버티고,

누나가 동생의 진학을 위해 양보하는 부담을 안고 성장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의무감이 아니라 사랑이다.

사랑이어야 하는데,

그늘진 곳에서는 독버섯처럼 폭력이 난무한다.

 

까짓건, 청춘인데 뭔들~의 자세로 아이들이 힘을 내주면 좋겠다.

그런 데 조금이라도 힘을 주는 책이 되면 좋겠다.

 

어른들의 시는 힘이 없다.

맨날 일제 강점기의 시나 가르치거나,

좀 뜬구름 같은 시를 가르치게 된다.

 

아픈 아이들의 삶을 어루만지는 시집들을 창비에서 계속 내주길 바란다.

청소년 시집이 10권 발간되었고, 이것이 9권째다.

 

어제 새 국어 교과서를 선정한답시고 열 몇 권을 뒤적이는데,

고재종의 '첫사랑'이 몇 권 실렸다.

난 이런 시도 좋지만, 아이들의 슬픈 마음을 알아주는 어른의 시도 좋다.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 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번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 낸 저 황혼을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트린다

 

고재종/첫사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 반성문 - 전교 일등 남매 고교 자퇴 후 코칭 전문가 된 교장 선생님의 고백
이유남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직도 엄마가 아니라 교장선생님인 듯... 외국 유학도, 아이가 교육철학을 공부하게된 것도, 자랑할 일이 아니어야 하는데... 아직도 1등해야 시원하신가... 좀더 내려놓아야할듯... 초등 교사들이 많이 읽으면 좋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17-09-25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이 책 호기심으로 주문했는데...괜히 했나? 싶은......ㅎㅎㅎ

dho4418 2017-09-26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같은느낌입니다 책내용자체는 나쁘지않아요 뭐 거의뻔히 다른책에서도 다루고있는 내용들이긴하지망 실천이 어렵죠
 
하느님의 입김 - 작고 작은 것들을 찾아가는 탁동철과 아이들의 노래 자꾸자꾸 빛나는 4
탁동철 지음 / 양철북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이다.

아이들은 집중하는 시간이 짧다.

이런 말들은 아이들을 통제하려는 어른들이 늘 하는 소리다.

 

엊그제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퇴직교원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하염없이 수다를 떠는데

나이든 교사가 1학년 담임을 하는데 교장실 옆인데 아이들이 조용해서 칭찬을 한다면서

대단하다고 떠든다.

 

초등학교 1학년을 어떻게 하면 떠들지 않게 할 수 있으려나.

아이들은 시끄럽고 뛰어 다녀야 그게 아이들이다.

 

탁쌤의 아이들은 늘 시끄럽다.

탁샘의 눈에 가시철조망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은 무슨 말이고 다 한다.

그리고 직접 일도 해 본다.

자기들끼리 의논해서 다 한다.

민주주의란 말도 필요없다.

예전 두레를 짜듯, 서로 이야기해서 맞춰가면 되는 것이다.

 

대학 입시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박근혜 아버지 탄신 백주년을 기념한 국정교과서를 위하여

수능에 한국사를 강제로 넣은 일도 한심한 일인데,

한국사 문제를 보면 더 하품나는 일이다.

한국사 수능이 한국사 수업을 망쳐 놓는다.

 

젠체하는 교육부, 교육청이 하는 짓은

늘 아이들을 옥죄는 일이다.

잘난 넘들은 아이들이 줄을 딱 맞춰 서서 가만 있는 걸 그리도 좋아한다.

 

하느님의 입김이라는 제목처럼,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생활이 글로 잘 남아있다.

이렇게 글을 쓰려면 아이들을 날마다 잘 관찰해야 한다.

 

비꼬는 말, 상처주는 말, 이런 것들이 교사들의 특기란 말이 있다.

하긴, 하느님은 그런 것으로 상처받지 않을 터이지만,

지속적으로 구속하는 학교에서 살다 보면

아이들이 점점 쪼그라들는지도 모른다.

 

다음 주면 수시모집 원서 접수기간이다.

이번 수요일은 평가뭔 모의고사다.

고3 아이들 마음은 쑥대밭이다.

 

사립대학 돈벌어주려 수시 기회를 6회로 만들어주고,

학생부 종합이니 뭐니 쓰레기같은 제도가 많아졌다.

 

어차피 양반 상놈 의식이 아직 남아있는 판국에,

상놈의 자식이라도 대학보내 변신을 시켜보려는 마당에,

입시 평준화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일 터이고,

경쟁이라 해도 예전 학력고사처럼 그저 교과서 내에서 내든,

수능처럼 시험 점수로 대학 가게 하면 좋겠다.

 

수시 모집은 전문대 같은 곳에나 열어 두면 되지 싶다.

그나마 이런 글쓰기를 하는 선생님들이 있어서

이런 글들을 읽는 교사들은 조금이라도 착해져서

높은 소리 덜 지르고, 아이들 혼 덜 내키는 하루가 교실에 퍼지지 않을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