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 다락방의 책장에서 만난 우리들의 이야기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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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재가 생긴 지 10년이다.

다른 인터넷 서점에선 어떤 블로그를 지원하는지 잘 모르지만,

난 게을러서, 그리고 알라딘 서재가 맘에 들어서 여기다 둥지를 틀고 글을 남기는데,

몇몇 사람들은 책을 내기도 해서 관심있게 보게 된다.

 

다락방의 독서 편력이 어땠는지 잘 몰랐는데,

이 책을 보니 소설을 집중적으로 읽는 편이다.

그렇지. 소설만 해도 참으로 넓은 세상의 참으로 많은 세상을 보여주는 '반영 매체'지.

이런 공감을 한다.

 

이 책의 장점은, 문체가 마치 수다떠는 것처럼 줄줄 이어져서

책읽는 느낌보다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을 얻게 된다.

쉽게 술술 읽힌다.

특히 나처럼 문자를 읽는 행위에 익숙한 사람들은

같이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행복해하기도 하니까.

 

이 책을 읽노라니, 기대보다 멋진 책이구나 하고 감탄하며 읽게 되었다.

다락방이란 블로거가 책 전도사이자, 책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고,

글도 말랑말랑하면서도 입에 착 붙는 금욜 밤의 치맥처럼 잘 쓰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워낙 낯을 가려 다른 사람들 블로그에 발도장을 찍으며 다니는 편도 아니라 그닥 교류가 없어 잘 몰랐던 점이었다.

 

이 책의 1부. 오늘도 읽는다~는 참 매력적인 이야기로 가득하다.

세상에~ 이렇게 책에 대한 소설이 많구나, 그걸 참 멋지게도 잡아내서 이렇게 조미를 하니

맛깔난 이야기책이 되었구나~ 하며 감탄하며 읽었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서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블로그를 운영해본 나로서도 더 애착이 가는 책도 있고, 그런 글도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꼼꼼하게 읽어나가기엔, 지나치게 과잉된 부분이 있다.

그것이 감정의 노출인지, 개인의 소소한 이야기의 반복인지,

방향을 잃어버린 소설의 소개일지, 분량의 문제일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그런 것들이 방향성을 명확히 해서 좀 또렷하게 전개되는 구성이었다면

더 깔끔한 책이 되었을 듯 싶다.

 

예전에 재능이 없음을 탓하는 내게

누군가 댓글을 남겨줬었다.

성실함이야말로 재능이라고.

그때는 그 말이 나에게 와 닿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 말이 가끔 떠오른다.(085)

 

혹시 내가 남긴 말은 아니었을래나 싶을 정도로 공감하는 말이다.

이 정도 리뷰를 모아서 책으로 낸다는 것은 보통 성실해서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나도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 성실성 부족을 이유로 댈 수밖에 없다.

 

다락방의 글들이 재능은 없고 평범한 글들인 것은 아니다.

특히나 4부의 '짧은 콩트'처럼 쓴 리뷰들은 일품이다.

그 리뷰들을 맨 첨으로 실었으면 이 책의 맛이 더 강렬하진 않았을는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다.

책을 나누면서 느낄 수 있는 묘한 감정의 교류 같은 것을 다루는데

재능이 없다면, 그런 글이 나올 수 없다.

 

이 책을 다 읽지는 못했다.

나도 겹쳐 읽은 책들의 감상이나 관심가는 책들의 감상을 건너뛰며 읽었다.

작가 내지 저자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글보다는 독자까지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이 독자에게 좀 과식을 요하는 듯 싶은 느낌.

 

그래서 리뷰 제목을 '다요트가 필요해~'라고 하려는데,

이 책의 마지막이 절묘하게 강렬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오늘부터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지 않겠다.

먹고 싶다고 다 먹지는 않겠어.

오늘부터 당장 다이어트 시작이다!(384)

 

다락방 님이 또 책을 내게 된다면,

이 책의 4부와 1부처럼, 풍부하면서도 절제된 콘텐츠를 보여준다면 더 좋겠다.

 

원래 짜릿한 연인은

푸지게 많은 시간을 만날 수 있는 사람보다는,

스치듯 지나치는 인연일 수도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연애에 대한 로망들을 글로만 쓰지 말고,

이제 유명인이 되었으니 백마탄 남자(꿈이 너무 뚱뚱하다 --;) 기다리지 말고,

맞춤한 사람을 만나 알콩달콩 사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면 또 다른 측면의 삶의 맛을 써낼 수도 있을 것이니, 독자는 더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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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2-04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제가 눈이 나빠서 그런데 순간적으로 제목 보고...
다락방 님의 소설편력을 순간적으로
다락방 님의 소년 편력'으로 받아들여서
아니... 다락방 님 풍각쟁이인 줄 알았습니다.

글샘 2013-12-06 10:50   좋아요 0 | URL
뭐... 남자, 동물을 무척 그리워하는 여성이긴 한데 ㅋ~
편력은 없더군요.

마립간 2013-12-05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이 소설에서 실마리를 얻었지만 소설과 무관한 경수필로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글샘 2013-12-06 10:49   좋아요 0 | URL
무관하진 않죠. 소설을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읽는 사람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 감각을 중점적으로 쓰는 글...

마립간 2013-12-07 08:15   좋아요 0 | URL
배우고 갑니다. 제가 부족해서 잘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이네요.

테레사 2013-12-12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의 감상기가 더 재밌네요...역쉬~ 한수 위이시고....^^.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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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이 책은

이윤기가 생전에 썼던 '쓰기'에 관련된 글들을 묶은 책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책의 하나가 잡문들을 모아 엮은 책이어서,

아무리 이윤기라지만, 글을 읽으면서 마음의 짜증을 좀 눌러야지~ 하고 시작했다.

 

뜻밖에 이윤기의 따님이 머리말을 붙였고,

간혹 이런저런 이야기가 겹치기 출연하는 일도 있지만,

이 책은 모아 엮은 칼럼집이란 약점에 비해,

글을 쓰는 일, 글을 옮기는 일, 생각을 넓히는 일에 대한 많은 재미와 배울점을 주는 책이어서,

기쁘게 읽었다.

 

이윤기를 소설가로서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의 번역서들은 장미의 이름, 조르바 등으로 기억한다.

워낙 강렬한 책들이어서, 번역의 정도를 분별할 수 없지만, 그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그에게 감사할 일이다.

 

이 책에서 그의 '언어에 대한 관심'에 주목해서 본다면,

한 나라 안에서도 각기 달리 쓰이는 그 '언어라는 현상'을

그것도 다른 시대, 다른 문화권에서 쓰인 문학 작품을 번역하는 일은,

'인간이란 존재가 가진 애잔한 한계의식과 극복의지'- 에 대한 굉장한 투지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을 했다.

 

싱거운 소리를 애써서 옮길 필요는 없는 것이잖은가.

언어는 1:1로 세계를 번역해내는 것이 아니어서,

가장 쉬운 언니, 오빠, 누나, 형, 형님, 오라버니, 누님... 등의 언어를 브라더, 시스터로 번역할 수 없는 것처럼,

그 문화를 잘 이해하는 그 토박이 화자 외에는 번역을 통해 읽는 일은 맹인 코끼리 만지기와 비슷하다.

 

그렇지만 그 번역의 과정에 침입하여 애쓰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거기에 <인간 존재의 한계와 극복 의지>에 대한 무언가를 담고 있다고,

그 책은 그래서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유사하게라도 옮기고 싶다고, 애쓰는 마음이 우선해야 할 것이다.

 

아름다움의 끝, 끝의 아름다움은 무엇인지 묻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다.

나는 문학을 '좋은 대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올바른 물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211)

 

그의 이런 의식이 그가 평생 문학 옆에서 골몰해온 과정을 씩씩하게 드러내는 이런 책이

묵묵히 소리쳐 외치는 목소리를 담게 한 것이라 생각한다.

 

고 박영한 선생의 딸이 '호헌철폐 독재 타도'를 듣고 '동원참치 살코기 캔'으로 번역했단다.

사람은 제 그릇 안에서 사고하게 마련이다.

 

애니팡 게임을 하다가 아내가 나한테 '하트'하나 보내라고 하는 소릴 들은 장모님,

'화토, 저 서랍장 맨 밑칸에 있어.'

 

남의 말을 제말처럼 부려 쓰는 일은, 특별한 능력이다.

분명, 다른 말로 된 것들 중에서도 <올바른 물음>이 담긴 책이 많을 것이다.

그것들을 미리 읽고 우리말로 옮기려 애쓰는 이들의 혜안을 따라 우리도 지혜로움의 대열에 동참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읽고 쓰는 일 좋아하는 사람들의 호사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같은 이를 잃은 일은 참 애석한 노릇이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이런 책은 아쉬움 가득하면서 감사하게 읽게되는 책이다.

 

고쳐야할 곳...

 

21. 미당 未當... 未堂으로 고쳐야 한다.

244. 화이팅... 파이팅이 옳다.

306. 옛 어부가...어부의 한자가 틀렸다. 漁夫를 漁父로 고쳐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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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서재 - 길에서도 쉬지 않는 책읽기
이권우 지음 / 동녘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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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은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이지만, 그 자체로 보상이다. <스티브 잡스>

 

리뷰쟁이 이권우가

독특하게 여행에 관련된 책을 모아 읽고 리뷰집을 냈다.

 

여행이라 하면,

일단 가서, 사진을 찍고, 풍경을 찍고, 사람과 민속을 읊조리는 기행문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권우의 독서는,

보통의 여행담에서부터 역사를 훑어내는 여행까지 동서양을 넘나들며 여행의 세례를 맛본 경험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래서,

이 책은 이전까지의 이권우의 박학다식, 다양다종한 리뷰집을 읽을 때처럼,

풍성한 미각을 모두 충족시키기엔 부족했다.

 

이 책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온갖 풍미로 가득한 식탁을 기대했다가,

한쪽 취향의 독특한 식탁을 만난 실망감 정도~

그렇지만, 배를 두들기며 일어설 때는,

또하나의 경험을 만족하며 일어선다.

 

어젠가?

직원 식당에서 식판을 들고 자리를 둘러보니,

미국인 원어민 교사 혼자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0.5초 당황. ㅋ~

5명이 앉은 자리에 가서 끼어앉을 것인가, 그 원어민을 구출해 줄 것인가.

결국 난 소심하게 원어민 앞으로 가서 앉았다.

 

뭔가 말을 하면서 밥을 먹어얄 텐데,

마침 국수가 나와서,

화이트 누들, 더 푸드 오브 웨딩 세레모니~

이러면서 국수 문화 전도사처럼 이야기가 가버렸다. ㅋ~

 

칸지데~(이건 일본어~)

화이트 앤 헌드레드, 세임 프러넌세이션~

흰 백, 일백 백.

누들 심볼라이즈 롱 라이프, 앤드 퓨어리티~~

 

뭐, 중얼거리면서도 그 원어민은 잘 알아 듣는다는 걸 확인했다

미국엔 결혼식 음식이란 게 특별히 있느냐 물으니, 특별한 건 없단다.

 

행간이 많고 품이 넓은 원작을 번역할 때 좋은 문구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까닭은 외국어 능력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번역자가 모어의 풍부한 가능성을 충분히 체득하지 못한 까닭에 문장을 성숙하게 형상화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괴테는 '외국어를 모르는 사람은 자신의 언어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의미에서 외부의 맥락과 부딪히는 와중에

내가 모어 사회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자각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35, 윤여일의 '여행의 사고 셋' 중)

 

원어민과 이야길 하노라니,

당연히 그가 낯설어할 우리것을 이야기해야하는데,

그는 일본에서도 8개월 살았고, 한국의 경주도 가봤다고 그러는데,

제주도를 가보고 싶고, 중국도 가보고 싶다는데,

막상 언어가 안되는 것도 안 되는 것이지만,

설명할 내용의 컨텐츠에서 막히는 일이 더 막막했던 기억이 난다.

 

외부와 부딪히면,

내가 얼마나 부족하고 몰랐는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

여행은 그렇게 낯선 곳에서 끊임없는 질문에 부딪는 시간들이니,

잡스 말처럼, 여정 자체가 보상이 될 수도 있다.

 

죽음을 앞두고,

연명치료보다 죽음에 맞선 여행을 한 사람이 있다.

 

내가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이란,

당신에게 기쁨과 충만함을 가져다주는 일에 첫 발걸음을 떼라는 것이다.

비록 당신의 소원이 가까운 사람들의 눈에 턱없이 미친 짓으로 보인대도 상관없다.

시작하기만 하면 이미 당신 내면에 있는 예감하지 못했던 능력이 깨어난다.

굉장한 만족감과 행복감이 당신을 사로잡으며,

당신의 삶과 병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는다.

당황스러운 모든 일도 자신이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또 받아들임으로써 최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야 큰 충족감과 깊은 내적 평온을 찾을 수 있다.(86, 쿠르트 파이페, '천천히 걸어 희망으로' 중)

 

죽음 앞에서,

사람은 다른 모든 가치가 무의미함을 깨닫는다.

살아있음은 곧 '느낀다'와 동의어이다.

느끼지 못하고,

피곤해, 지쳤어, 힘들어, 짜증나~ 이런 날들은 살아있는 날들이 아니다.

온 몸의 감각 기관을 활짝 열어 펼치고 천천히 걸어 '희망'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나름대로 생존하기 위해 자연 속에서 벌어지는 온갖 투쟁들이 이토록 모두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이다.

(154, 다니엘 에버렛, '잠들면 안돼, 거기 뱀이 있어' 중)

 

자연을 스쳐지나가며 차창으로 볼 때와,

발 끝에 채이는 꽃들과, 코를 간질이는 향기로 만날 때는 삶의 여정이 다를 것.

 

남미 여행을 다니면서,

한국의 노동운동, 학생운동의 한계와 공동체 커뮤니티 붕괴에 대한 이야기를 얻기도 하고,

미국을 다니면서,

신자유주의 광풍이 대학을 장삿속으로 밀어넣는 현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꼭 낯선 곳, 자연 속

이런 곳이 아니어도 여행은 여정을 가지고 의미를 줄 수 있다.

강상중의 도쿄 산책자, 생일에 받은 책인데,

아직이다.

 

이렇게 다음에 읽고 싶은 책을 생각나게 하는 독서의 여정도,

여정 자체가 온 감각을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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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책방 -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고단하고 외로운 당신을 위한 독서 처방전
구정은.김성리.윤지영.홍선영 지음 / 아고라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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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고단하고 외로운 당신을 위한 독서 처방전...

 

이런 부제를 달고 있다.

 

한국은 인간 해방의 면에서 젬병이다.

역사적으로 최근까지 노예제가 존속되었고,

아직도 '자네 어디 정씨인가?' 이런 질문을 하는 거 보면, 양반 의식이 그득하다.

그럼 나는 쌍놈이라서 집에 있는 족보가 가짠데요~ 이러는데,

그럼 정말 나를 쌍놈 보듯 본다. 헐~ ㅋㅋ

 

남자가 그런데, 여자는 뭐~

쌍놈~이란 욕은 그럭저럭 어른이 애들을 야단칠 때 쓸 만 하지만,

썅년~이란 욕은 계집애들이 친구들과 애칭으로 부를 때 빼곤, 아주 험악한 욕설이 된다.

그것이 한국여성의 지위에 유추할 수 있는 말이고,

세계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고, 출산율이 낮은 나라임이

한국인의 삶의 질, 특히 여성의 삶의 질이 세계 최하임을 방증하는 표지가 된다.

 

이 책엔 네 명의 여성 화자가 나온다.

전문직인 교사, 교수, 기자, 변호사들인데,

여성으로서의 삶은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직장에서 성추행을 당하고 그러고도 오히려 더 억울한 일들이 많은 여성의 이야기도 나온다.

 

주어야 할 것을 주고,

해야할 의무를 하지 않으면,

언젠가 그것들이 부메랑이 돼서 돌아오기 마련이다.(47)

 

초반부엔 여성으로서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읽어야 할 책들을 소개하지만,

중반 이후엔 꼭 여성문제가 아닌 것들도 인간으로서 고민해야할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꼭 엄마들만 읽어야할 것은 아니고,

남성들도 독서 길라잡이로 읽어볼 만 한 책이다.

 

책 속엔 길이 없다.

다만, 책 속엔 길을 찾아 길을 떠난 많은 사람들의 뒷모습이 쓸쓸하게 비추일 따름.

그들이 모두들 가고 있는 그 자취를 길이라 할 수도, 길이라 부르지 않을 수도 없다.

 

원래 길을 몰라서 헤매이는 사람은 없다.

내가 가서 그 길이 생긴다는 말은 헤매이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사람들 사이(사람 인, 사이 간) 에 섬이 있고,

그 섬에 가고 싶다던 어느 시인의 시구절처럼,

고독한 사람들 사이를 떠도는 책들을 읽음으로서,

주어진 삶을 그대로 뚜벅뚜벅 지쳐서 걸어가는 '즉자적 존재'로서의 삶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스스로 선택하는 자유를 회복하는 주체적 인간으로서의 '대자적 존재'로서의 삶에

아주 조금이나마 가까이 가게 하는 것이 독서 활동이라면,

그래,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다만, 그 길은 탄탄대로라기보다는 가시덤불 속의 숲길이기 쉽다.

숨어있는 산딸기를 맛볼 수 있는 자유는 만끽하는 자의 태도에 달린 것.

 

책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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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선생님들은 지나가면서 반장 어깨를 다독다독, 나는 Tap... 부반장 어깨를 토닥토닥...

   영어로 저게 뭔가 하다가 ㅋ~ 깨달았다. 컴에 있는 일정 간격 탭으로 미는 기능? ,Tab으로 적혀있는 그것을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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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휘어진 그래서 지키는 - 이권우의 책읽기와 세상읽기
이권우 지음 / 황금비율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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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선생의 '한시 미학 산책'이란 책에서 들은 이야기 같은데,

동양화의 미덕은 그리지 않고 그리기라고 한다.

'화제'라고 해서 그림의 주제를 직접 그린 것은 '여백의 미'가 없고, '상상의 멋'을 부릴 수 없어 하품으로 친다.

꽃밭을 달려와 발굽 가득 꽃향기가 묻은 말이 달리는 것을 그리랬더니,

대부분 꽃과 말을 그리고 말았는데,

그리지 않고 그리기의 대가는,

달려가는 말의 발굽 주변 가득, 나비들을 그려 넣었단다.

 

책을 읽는 것은, 책이 특별한 '교환가치'를 가져서가 아니다.

책이 '교환 가치'를 가지는 것은, '입시 문제집' 같은 것일 터다.

어른들이 주로 '책을 읽어라',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을 하는데,

그것은 책을 공부해서 출세하고 돈 벌라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돌아가던 개미가 구멍 찾기 어렵겠고

돌아오는 새는 둥지 찾기 쉽겠구나.

복도에 가득해도 스님네는 싫어 않고

하나로도 속객은 많다고 싫어하네.

 

이런 시의 주제를 생각해 보라 하면 재미있는 수업이 된다.

그리지 않고 그렸고, 말하지 않고 말한 셈이 되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보이지 않는 그림을 주고받음을 통하여,

세상 만사란 이처럼,

한 가지로만 답할 순 없는 것이란 이야기도 유추할 수 있으니, 그런 것이 문학을 읽는 힘일 것이다.

 

무엇을 읽을까, 왜 읽는가...

이런 물음에 대한 대답은 십인십색이고, 정답은 없다.

그래서 다들 지껄이는데, 대부분 본질을 에두르다 마친다.

격화소양... 신발을 신고 무좀 근지르기다.

 

이권우의 리뷰집은, 참 매력적이다.

나도 리뷰를 이천 편 넘게 기록하고 있지만, 내 리뷰는 자족적인 것인 반면,

팔리는 리뷰를 염두에 두고 쓴 사람들의 글 역시, 매력적인 것들이 흔치 않다.

그런데 이권우의 이 책은 멋지다. 이렇게 멋진 리뷰를 쓰고 싶다가도,

언감생심... ㅋ~ 어찌 감히 마음을 내랴... 니 주제를 알 지어다. 이랬다.

 

우리를 둘러싼 허구를 거두어 내고 진실을 엿보려면 꼼꼼하게 읽어야 하고

비교하며 읽어야 하며,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겠다.(20)

 

일연과 김부식에 대한 책의 리뷰 말미에 있는 말인데, 참 이 책 읽으면서 책이 고팠다.

콕 박혀서 책만 읽을 수 있는 삶을 꿈꾸는 독서였다.

많은 리뷰들이(내 리뷰는 거의 그렇고 ㅋ~) 감상적이고 중심을 놓치기 쉬운데,

그의 글은 연륜이 묻어나는... 중심잡기에 도전한다. 멋있다.

 

이제 나이가 드는 것일까.

극단으로 흐르는 이들의 선동에 동의하지 않게 된다.

거기에 숨어 있는 권력욕에 넌더리를 친다.

오래 걸리더라도 스스로 발견한 진실이 아니면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114)

 

그렇지만, 중립의 그네를 타고 멍청하게 무료하게 흔들리고 있는 멍충이처럼 살진 않는다.

날카롭게 지적할 부분에선 매서웁다.

 

이런 유의 책들이 그러하듯 체제의 모순에 대한 성찰이나 근본적 개혁안은 찾아볼 수 없다.

책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갈증이 가시지 않는 까닭이다.(130)

 

그가 읽고 쓰는 이유에 나도 공감한다.

나는 그저 읽고 쓰는 것이 행복한 남자~라는 타이틀을 이제 좀 버릴 때가 되었나보다.

 

책을 읽고 나면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느낌보다는 고민할 거리가 많아졌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본디 좋은 책은 그러는 법이다.(175)

 

좋은 책을 읽고 좋은 글을 쓰는 것에 행복해해야 할 나이다.

이제 좋은 책만 읽기에도 나이가 적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혼자서 ㅋㅋ 거리면서 고개를 주억거리기를 넘어, 완전 공감~! 하면서 읽은 글이 있다.

나도 혼자서 '불혹'을 '삿된 마음에 혹하지 않는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해석보다는,

남자 나이 마흔이면, 여자를 봐도 혹하지 않는다~ 속된 말로 서지도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더랬다.

내가 나이 마흔이어서 신체의 약화를 경험하기도 했지만,(요즘이야 마흔에 발기 부전이 흔히 오진 않지만)

공자의 시대엔 마흔이면 당연히 발기 부전이기도 했으리라.

맹자의 호연지기를 읽으면서 '우쩍일어날 발 勃'자를 쓰는 '발기'를 이야기하는 부분은 참 재밌다.

이제 비*그라니 씨*리스 같은 약들이 마흔의 '불혹'역시 '부록'으로 치부하는 시절이 온 셈인데,

호연지기는 기르지 못한 채로, 거시기만 우쩍 일어나는 시대는 참 저속하고 속된 세상이다.

 

호연지기를 기르는 등산 모임은 대부분 길을 잘못 들어(誤入) 가기 십상이라 하니,

요즘 휴게소에 가면 쿵작거리며 가장 흔히 들리는 음악이,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걸~" 이며, 그 주변에 불콰한 중년들이 흔들고 있는 등산복 차림이,

왠지 내 나이가 어떤지 묻지도 말라는 느낌표~!인듯하여 씁쓸하다.

 

가을이 되면 낙엽이 져야 한다.

아까, 저 위의 한시의 답이 그것이다.

주역이 설명한 원형이정의 원리에 따라,

시작의 봄이 있으면, 만사형통의 여름이 있고, 수익을 얻는 가을을 거치면, 정리하는 겨울을 맞아야 한다.

정리하는 겨울을 맞아야 할 시절에,

하염없이 '우쩍일어날 발'을 위하여 비아그라를 들이키는 시대상을 보면,

어찌 우쩍일어나야 할 '정신'에 대하여는 이토록 가난한 나라가 되었나... 싶어 서글퍼진다.

 

아끼면 아낄수록 시간의 압박은 더 강해집니다.

시간 관리는 포기하고,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시간은 절약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여유로운 시간을 통해서만 우리는 시간을 다시 얻을 수 있습니다.(268)

 

제자들이,

동료들이,

자주 묻는다.

"선생님, 어떤 책을 읽는 것이 좋을까요?"

정답은, 니 수준에 맞는 책. 이다.

그렇다면? 자기 수준에 맞는 책은?

대학생 정도 수준이라면, 이권우도 하나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고종석의 책, '여자들' 이나,

성수선의 책, '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 같은 책.

정여울의 '소설 읽는 시간'이나,

왕은철의 '애도 예찬', 그리고 로쟈의 책들도 독서의 길을 열어주는 친구들이 될 수 있겠다.

 

읽는 일은 삶을 돌아보는 일이고,

삶의 시간을 윤택하게 하는 일이다.

 

삶에 시간은 펼쳐져 있으나, 그 끝을 알 수 없다.

언제까지나 펼쳐져있을 것 같은 시간들은, 역시 끝이 있다.

 

자,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 속에,

어떤 책을 펼칠 것인가.

행복한 고민이다.

 

----------- 고칠 곳 두 군데

116. 아드리아네의 실... 오타다. 테세우스란 군자호구 요조숙녀의 이름은 아리아드네이다.

346. 생때같은 아들을... 무덤 주변에 '흙째로 떠다 심은 잔디'를 이르는 말이 '떼, 뗏장'이다. 생떼는 살아있는 잔디처럼 질긴 목숨을 뜻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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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10-17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군요~ 장바구니에 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