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두의 추리 책방
홍윤(물만두) 지음 / 바다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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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고,

구름이 가득한 대기 사이로,

물만두의 촉촉한 글이 떠다닌다.

 

우리 만두 양이 읽어온 책들은 거의가 장르 소설들이다.

애거서 크리스티나 코난 도일의 소설부터

일본, 미국 할 것 없이 추리물들을 읽어왔다.

 

그의 페이퍼들을 묶은 산문집도 꽤나 여러 번 읽었는데,

그의 이 두꺼운 리뷰집을 읽노라니,

그의 삶이 지녔던 아픔의 동반자로 장르 소설을 선택했음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

 

진작에 그의 글들을 좀 찬찬히 읽었거나

나도 장르 소설을 접할 기회가 있었으면,

그에게 좀더 장난도 걸고 책선물도 했을 걸... 하는 회한이 감돈다.

 

살의와 살인은 다르다.

어떤 것은 살의만 존재하고 어떤 것은 살인만 존재하기 십상이다.

비중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작품은 살의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살인에 대한 타당성을 설명하며,

그 뒤에 찾아오는 분열과 공포, 청춘의 사멸에 대해 공들여 이야기하고 있다.

그 어떤 것도 놓치지 않고 그 어떤 것도 간과하지 않고 독자에게 차분히 전달한다.(502)

 

도나 타트의 <비밀의 계절> 리뷰에서 읽은 글이다.

쌓아만 두고 읽지 않았던 책들 중에서 이렇게 하여 읽고 싶은 책을 만나게 되는 일은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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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5-07-13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게 책산지몇년이되었는데 아직책의반정도밖에읽지못했다는
살아있을때 알았다면글이라도남기고서로대화라도 해보는건데말이죠
책가끔씩 한번읽어보지만 아직도읽어야할 많은책들이남아있어 가끔봅니다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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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하다.

 

이권우의 반짝이는 책에 대한 관점이 하나도 없다.

그저 평범하다.

 

종이 뭉치를 쌓아 두고,

그 중 하나를 조심스레 골라내서는

찬찬히 들여다 보면서

주기적으로 한 장씩 페이지를 넘기는

그 행위를 인간 외의 종족이 본다면 어찌 여길까...

 

책을 읽으면 좋은 점은 많다.

일단 세상을 보는 관점을 넓힐 수 있고,

단세포적으로 불평하며 살거나,

무조건적으로 긍정하며 살기보다는,

인과관계를 따져 분노하고 인정하며 살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책을 읽으면 위험하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처럼 '독서'가 벼슬자리로 가는 길이라는 등식이 강하게 각인되어 있어서

책을 읽지 않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강박적으로 '책 읽는 건 좋은 일'이라고 한다.

 

가소로운 일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말이 '재-테크'와 '스펙'이다.

결코 인간을 중심에 두어서는 생길 수 없는 말이다.

한국 사회에서 인간은 존재 자체로 가치를 가진 적이 있기나 했던가.

 

그렇지만 '독서'가 부귀영화를 위한 학문이었으나,

존재의 본질에 탐닉한 독자들도 있게 마련이었으니...

 

글자 파먹는 벌레를 잡아 죽일까 하다가

그 벌레가 향기로운 풀만 갉아먹는 것이 기특하게 여겨져

사로잡으려 했던 이덕무.

하물며 벌레도 책에서 신선이나 향초 글자만 골라먹는데,

나는 과연 책에서 무엇을 읽고자 했는가 생각하니...(32)

 

삶을 풍요롭게 사는 데 향기가 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고전이란 거인이다.

인류의 지성들이 갈고 닦은 사색의 결과물이 하나로 합쳐 있는 것이다.

그것을 타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그것에 올라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 있다.

그것에 기대야 비로소 느끼는 것이 있다.(70)

 

고전을 읽으면

삶의 질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고전을 읽으면서, 인간은 참 변하지 않는구나... 이런 것을 알게 된다.

 

잘 썼다고 느껴지는 글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요소들을 잘 연결하는 글이다.(90)

 

창의성이란 거리감이 있는 것을 연결하는 힘이다.

독서를 해야 연결 지점이 보이기 쉽다.

 

책읽기는 여행.

돈 벌려고 여행 떠나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것은 출장.

지친 영혼과 육신을 달래기 위해 떠난다.

쉼표가 필요하다.

맑디맑은 샘물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고 지난 삶을 성찰해야 한다.(111)

 

그래서 '리딩으로 리드하라' 같은 말은 어불성설이다.

독서는 여행이고, 출장이다.

 

독서는 쉼표고, 콤마다.

 

나는 콤마를 사랑한다.

 

혹시 이 책을 읽으시려거든,

요즘 나온 이권우의 책을 권한다.

<죽도록 책만 읽는>

<여행자의 서재>

<휘어진, 그래서 지키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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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책 - 사춘기 소년이 어른이 되기까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불온서적들
이재익.김훈종.이승훈 지음 / 시공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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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안 보는 사람들이 하는 말,

삼국지를 세 번 읽어야 세상을 안다...는 등의 말을 잘 한다.

 

사람들 참 책 안 본다.

지식을 파는 고딩 교사들이 동료지만,

그들이 교양 도서를 보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그런데 지금 가르치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책을 많이 읽는다.

책읽기를 즐겨하고,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다.

도서부 오디션을 보면 5명 모집에 60명이 온다.

신입생이 150명인데 비하면 무지 많은 셈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 불온하다. ㅋ

빨간 책~이라 함은,

포르노 잡지에서부터 시작하여 불온 서적(금서)를 칭하는 말이렷다.

뭐, 옛날 성경은 옆뽈따구가 빨갛기도 했지만...

 

이재익, 김훈종, 이승훈 세 사람의 책 수다다.

말 그대로 온갖 책이 다 등장하는데, 제법 읽을 만 하다.

방송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읽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재산이다.

 

적을수록 버릴수록 느릴수록 행복이 온다.(142)

독일 심리학자 바스 카스트의 <선택의 조건>

 

소유의 행복은 지속되지 못한다.

소유는 자본의 세상에서 인간을 행복하게 하지만,

더 큰 소유를 꿈꿀 수 있을 때만 인간을 만족시킨다.

결국 끝없이 불만족의 관성만 키울 따름인 세상이다.

 

사르트르와 보부와르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우리 두 사람은 한 사람이나 다름없다고 말할 때

나는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다.

두 개인 사이의 조화란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172)

 

계약결혼으로 50년을 살았던 인물들.

그들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인간관계와 사랑을 표현한다.

그렇다.

진리는 이것이다.

왕자를 만난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는 순 구라인 것이다.

 

아직 <69>를 읽지 않은 사람이 참 부럽다.

무라카미 류는 1969년이 자기 인생에서 세 번째로 즐거웠던 해라고...(199)

 

궁금해진다. 갑자기.

그 책을 읽지 않은 내가 부럽다니...

이런 충동질이 없다. ㅋ

 

진순신의 <중국의 역사>는 단순한 역사책이 아니다.

중국의 역사를 통해 '텍스트를 해것하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교과서다.(241)

 

이런 책도 읽고 싶다.

여기 보면 수 양제의 한자가 煬帝인데,

그 '양'이라는 시호가 당나라 때 지어진 것이라 한다.

<양>은 여자를 좋아하고 예를 멀리 한다. 예를 떠나 민중을 멀리 한다.

하늘을 거역하고, 백성을 학대한다...는 의미라 한다.

아~ 의자왕을 여성도착증으로 만든 역사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다.

 

눈물을 마시는 새가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고 하더군,

피를 마시는 새는 가장 오래 살지.

누구도 내놓고 싶지 않은 귀중한 것을 마시니.

하지만 그 피비린내 때문에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아.(이영도, 눈물을 마시는 새, 302)

 

이 책을 읽을 염은 안 나지만,

참 아름다운 비유다.

 

피를 마시는 새...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는 사람이 한 분 생각난다.

그리고, 눈물을 마시던 새... 5월 23일만 되면 아련히 생각나는 그분도 생각 난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펼쳤다가 즐겁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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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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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한창 팟캐스트를 들으며 출퇴근할 때 'ebs 고전읽기'를 들으며 다녔다.

그런데, 이유도 없이 그 프로그램이 폐지되어 그냥 쇼팽을 들으면서 출퇴근을 한다.

빨간책방도 두어 번 들어 보았지만 별반 흥미를 가지기 힘들었는데,

ebs에는 전문 인력이 여러 명 달라붙어서 심도있는 설명을 듣게 되는 학습으로 여겨진데 비하여

빨.책은 그들의 책 수다라고 여겨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그들의 수다가 7편의 소설과 함께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일곱 편의 소설 중 나는 6편을 읽었던데,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 것들도 있어

내가 쓴 리뷰를 다시 뒤적거릴 지경이니, 읽었다고 보기도 힘들다.

암튼 일곱 편의 이야기가 일정한 분량인 것이 아니라,

그 분량을 일별하여도 1,7편이 가장 많고,

그리고 다음이 3,4편, 2,5,6편은 분량이 적은 편이다.

1,7편은 이언 매큐언의 <속죄>와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에 대한 수다이다.

 

우선 나는 <속죄>를 읽지 않아 맨 뒤로 제쳐두고 읽었는데,

하루키에 대해서는 내 선입관이 있어서인지, 여기저기서 그가 '삼류 연애소설가'라는 이야기를 들어선지,

그들의 칭찬이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키의 환상 문학에 대하여는 일본과 한국의 신세대가 반응한 문학이라 볼 수도 있는데,

그의 수필, 잡문들은 좀 시답잖은 것들도 많은 편이라 여기고 있다.

 

하루키와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세상과의 접점이

뭐랄까 대지에 까치발로 서있는 듯한 느낌이에요.

중력에 대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태도라고 할까요.

하루키는 딱 까치발을 하고 있는 느낌이고 그런 게 저한테는 굉장히 매혹적이에요.(277)

 

그래. 하루키의 특징은 현실에서 그만큼 떨어져 있는데, 또 완전히 떨어지지는 않은,

그런 작가라는 말이렷다.

 

그릇을 빚어서 텍스트를 담는 게 아니라

그물을 짜서 텍스트를 담아내는 방식이라 볼 수 있는데,

저는 하루키가 이걸 정말 잘하는 것 같아요.(287)

 

<색채~>를 읽어본 나로서는 전적으로 공감할 수 없다.

그의 <노르웨이의 숲>이나 <태엽감는 새> 등을 보아도,

그의 직조가 그릇이나 그물에 비유되는 치밀함으로 설명되기는 힘들 듯 싶다.

뭐, 둘이서 쿵짝을 맞춰 수다떠니 내가 끼어들 자리는 없지만서도...

 

그물에는 '벼리'라는 것이 있다.

그물을 드리워두고 가장 가에 위치한 '벼리'를 좍 잡아당기면 홀태질이 되어 그물이 고기를 가두게 되는 선이다.

그들의 수다에 따르면,

많은 물고기들을 투망 안에 가둔 다음에 한방에 '벼리'를 좍 잡아당겨 거두어 들이는 작품으로는 <속죄>가 있는 듯.

 

우리가 소설을 읽고 이하하려고 하는 의미는,

작가가 일어나지 않은 일 또는 일어날 수도 있었을 일에 대해서 상상력을 발휘해서 만든 이야기가

어떤 의미인지 해석해서 새로운 평행우주를 만드는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316)

 

하루키의 이야기들은 벼리로 좍 훑을 수 있는 그물보다는,

흥미로운 이야기 토막들을 자유롭게 배치하는 속성에 있지 않을까?

그의 <색채가 없는>을 그물이라고 하기엔 그 그물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이름에서 빨강, 파랑, 흰색과 검은색, 회색과 녹색이 들어있고, 주인공이 '창작'인 쓰쿠루 인 것도 지나치다.

 

이언매큐언 소설은 이전에 여러 권 읽었고, 속죄는 가지고 있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 미뤄두고 있다가

이번에 읽고 배신감 비슷한 걸 느꼈어요.

내 친구들은 이렇게 좋은 소설이 있으면 진작 이야기해줄 것이지 나만 빼놓고 다 읽었더라구요.

왜 이제까지 이걸 안 읽고 있었는지 마구 자책하고 후회했어요.

 

저 역시 우연히도 김작가님과 똑같이 네 권을 읽었는데,

단연 이 소설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훌륭하고, 감히 위대한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속죄>는 수학적으로 플롯을 조직한 소설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동감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만약 아직 이 소설을 안 읽은 분이 있다면

여기서 이 책을 덮고 무조건 <속죄>부터 읽으시라고 권합니다.

영화 <어톤먼트>도 책을 읽은 다음에 보시는 게 좋겠죠.(22)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마구 읽고 싶어진다.

 

이 소설은 '간극'에 관한 소설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즉 의식과 무의식의 간극, 현실과 상상 사이의 간극이라는 거예요.

상상을 현실로 착각한 여자아이가 빚어낸 비극이라는 의미에서,

혹은 둘 사이의 계급적 간극, 자아와 타자 사이의 간극,

혹은 개인과 사회, 보는것과 아는것 사이의 간극,

이런 숱한 간극들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오해, 후회, 죄책감 같은 것들을 다루는...(34)

 

소설가에게 속죄란 불가능하고 필요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속죄를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이다.(60)

 

소설가와 작품속 화자가 일으키는 반전의 연속,

그리고 마지막 두 페이지를 남겨둘 때까지 이 소설은 완성되지 않으며,

단 두 줄로, 그물망에서 '벼리'를 잡아당기듯 한방에 독자에게 쇼크를 주는 소설.

그렇다면 그들이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할 만 하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페이지를 할애할 만 하단 생각이 들었다.

 

소설이 역사보다 위대하고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역사가 못하는 중요한 일을 소설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이 보여주어 감동적(70)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으면 그런 면을 느낄 수 있듯이,

이 소설 역시 재미와 세상을 모두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인 듯.

 

밀란 쿤데라는 길지 않은데, 짧지만 역시 많은 이야기가 담긴다.

 

에세이와 소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 같은,

에세이와 소설이 뒤섞여 있는 게 쿤데라 스탈이기도 하죠.(81)

 

쿤데라야 말로 끝없이 읽어도 새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글이니 더할 나위 없다.

 

저는 권태와 허무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자 운동을 하는 게 인간의 삶이라 생각합니다.

그중 더 두려운 것이 있다면 그것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행동하겠죠.

권태가 두려운 사람을 일을 저지르고,

허무가 두려운 사람은 모범적으로 행동하려는 거예요.

작고 반복적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 필연적으로 맞닥띠리는 건 권태예요.

반대로 일회적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은 허무죠.(97)

 

<참을 수 없는~>을 읽을 때 이런 개념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주인공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뭐, 그 소설은 꼭 그들의 연애를 읽는 소설만도 아니니... 적합한 독법이 있을 수도 없지만...

 

무기력한 상태에서는 우연을 받아들일 힘이 없어요.

우연은 찾아내는 사람이 발견하는 것이고

찾아내서 의미를 붙이는 사람이 그것을 운명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기 때문에 세상에 수많은 우연이 있죠.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 조립해서 우연으로 운명을 만들고 필연으로 만드는가 자체가

매우 중요한 삶의 태도일 거예요.

그것이 자기 인생을 꾸리는 방식이니까요.(99)

 

호밀밭의 파수꾼에 대해서는 그닥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설레발이 많다.

 

작가의 예술적 구상에는 작품 속 인물의 특징을 그대로 남겨둠으로써

독자들이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는 것까지 포함된다.(197)

 

<호밀밭>의 후속편을 썼다가 법정에서 판매금지를 당한 '60년 후'에 대한 판결은 멋지다.

 

<파이 이야기>는 상당히 관념적인 소설인데 이렇게 읽어주면 도움이 된다.

 

나는 종이가 모자랄 걸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먼저 떨어진 것은 펜이었다.

아, 이 문장 정말 좋아요.(214)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일기를 쓰는 인간의 행위라니.

이 불가해한 이야기들 속에서 구조를 찾아내는 눈도 날카롭다.

 

한쪽에는 '파이'가 있고 한쪽에는 '100장'이 있는데,

이쪽은 카오스이고 이쪽은 코스모스라는 거예요.

혼란에서 질서를 읽어내려고 하는 것이 종교라고 할 수 있죠.

의미를 파악할 수 없거나 어려운 것에 대해서 의미를 발견하려 노력하는 종교의 성격과

이 소설의 작법이 사실상 같다고 봐요.(217)

 

'파이'는 무리수인데, 그것을 100장의 질서 안으로 넣으려는 이야기로 분석한다.

 

이것은 믿음에 관한 이야기라는 겁니다.

'나는 이해하기 위해서 믿는다'라고 했어요.

이것이 믿음의 본질이거든요.(230)

 

영화든 소설이든 단일한 해답이 없다고 인정할 때 텍스트가 더 풍부해진다고 봐요.

사실 삶이라는 것도 그렇지 않나요?(233)

 

그렇지만... 나는 그런 편을 선호하지 않는다.

열린 결말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여 그 세계를 고민하기보다는,

완결된 세상, 또는 정의가 승리하는 세상.

비극이더라도, 어떻게든 결말을 보는 세상을 읽고 싶어 문학을 접하게 된다.

 

<조르바>에 대해서도 칭찬과 비판이 오간다.

 

조르바라는 캐릭터를 지나치게 숭상하는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거죠.(253)

 

이건 문학과 현실을 몰각한 착각에서 드러나는 것 아닌가 싶다.

문학은 허구의 세계다. 조르바는 인간의 본성을 통렬하게 드러내는 장치이지,

정말 그런 막돼먹은 조르바를 칭찬하는 소설로 읽으면 곤란하지 않을까?

우리는 얼마나 인간의 본성을 억누르면서 교양있는 체 살아가고 있느냐,

또는 교양을 조금만 무시하면 세상은 뜻밖에 재미있을 수도 있잖으냐, 이렇게 읽어도 좋을 듯~

 

 

어쨌든,

책 안 읽기로 소문난 한국사회에서

이렇게라도 책을 읽기 권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은 좋다.

다만, 이런 개인적인 또는 기업에서 추진하는 것보다는,

ebs처럼 큰 예산을 가진 공영방송에서 진행한다면 훨씬 질높은 수다를 기대하게 됨은 당연지사이거늘,

온갖 잡놈들의 종편은 활성화하면서  그 좋은 '고전읽기'를 폐지한 무지한들에게 저주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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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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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유명짜한 학자들이나 지식인으로 소문난 사람들이 아니다.

헌책방 주인이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평범한 서재를 인터뷰한 내용들을

경향신문 <애서가의 서재>에 수록한 글들이다.

등장인물이 평범한 만큼, 인터뷰이 내용 역시 평이하다.

그리고 이야기가 짧아 읽기 쉽기도 하지만, 깊이가 얕은 아쉬움이 크다.

 

그렇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숨소리를 같이 들으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은 행복하다.

나는 교직에 들어와서 늘 학년말 희망 업무에 '도서관'을 적어왔더랬다.

드디어, 26년만에 작년에 도서관업무가 내게 떨어졌다.

(그러나... ㅠㅜ 규모가 큰 학교는 도서관 업무만 하면 될 것을... 여기는 작은 학교라 업무가 산더미다.)

연간 3천만원 상당의 책을 사고,

도우미 선생님이 근무하긴 하지만,

저녁 시간이나, 도우미가 출장간 시간에 도서관에 앉아있으면,

쉬는 시간, 점심 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아이들이 조잘조잘 떠들고 다니는 게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난 책에 대한 욕심이 많지만,

집에 쌓아두고 싶은 생각을 버릴 수 있었던 것이,

어느 학교로 가든, 도서관이 나를 맞아주기 때문인 듯 싶다.

전근가면 첫날 하는 일이 도서관 순례이니 말이다.

 

나는 장서가보다 애서가를 좋아한다.

둘 다 나름의 의미를 갖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겠지만,

마주앉아 차 한 잔 마시며 이야기 듣기에는 애서가가 좋다.

애서가들은 일단 사람과 책을 대할 때 모두 겸손하고 때로는 책 자체를 인격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다.

그런 사람하고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겁다.(174)

 

수레에 싣고 가면 황소가 땀을 흘릴 만큼 책이 많은 사람을 '한우 汗牛'라고 하고,

책을 쌓으면 천장의 서까래에 닿을 만큼 많은 사람을 '충동 充棟'이라고 한다.

예전에 책이 드물던 시절이야 한우충동의 서재를 가지고 수불석권(손에서 책을 놓지 않음)하는 삶을

부러이 여겼겠으나,

요즘에는 흔한 만큼 귀히 여기지 않아 아쉽다.

그나마 알라딘에는 책 귀히 여기는 이가 많아 좋다.

 

겸손한 독서가는 몸 전체가 겹겹이 쌓아 올린 생각들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사람이 풍기는 느낌은 바람처럼 가볍다.(201)

 

그랬으면 좋겠다.

묵직하고 중후한 '빡빡한 책들'을 읽고 강의하는 노교수처럼 꼰대가 되고 싶지 않다.

산들바람처럼 '촉촉한 책들' 사이에서 소요유하는 장자가 되기를 나는 바란다.

 

좋은 영향을 미치려고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무작정 책을 읽히면 안 된다.

자연스럽게 책하고 친해야 하고,

그런 영향은 어른이 된 뒤 스스로 돌아보며 생각하게 될 것이다.(114)

 

미야자키 하야오가 '책으로 가는 문'에서 한 말이라 한다.

그렇다. 졸업과 입학의 시즌, 나이든 꼰대들의 축사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 독서를 하라~인데,

과연 그들이 말하는 독서가 무언지 나는 궁금하다.

자기계발서 따위를 읽는 것을 독서라 하는지, 고전을 읽는 일을 말하는지, 그들은 모른다.

독서는 즐거워야 한다.

즐기는 속에서 도를 터득하는 '무위자연'의 독서가 최고지 싶다.

인위로 하지 않으나, 자연스레 이뤄지는 책읽기.'

 

책을 다양하게 보면 여러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153)

 

특히 종교인들의 편협한 독서가 주는 폐해를 다루는 대목도 있다.

사람이 편협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가지 못한 길이 많으므로, 좁을 수밖에 없다.

좀더 넓게 읽어야 덜 좁아진다.

 

박상륭은 읽을 수 없다.

그냥 박상륭이 쓴 글을 보고 있을 뿐이다.

시간이 더 지난 다음,

내가 박상륭을 읽는 방법 자체가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대단한 작가라고 해서 높은 산을 오르듯 정복하려는 욕심이 앞섰다.

어떤 책이든지 그렇게 읽으면 탈이 나는 법이다.

그 다음부터는 마음을 달리해 내 호흡과 리듬을 작가가 쓴 문장에 맞추며 읽었다.

비로소 '보기'에서 '읽기'가 됐다.(186)

 

남들이 추켜세우는 작품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다.

자기 호흡과 리듬이 책과 어우러져야 비로소 책과 독자 사이에 소통이 시작되는 법이다.

 

책 읽기가 창의력이나 상상력을 길러주는 수단이 되는데요.

남보다 우월해지거나 돈을 더 많이 벌 방법으로 흘러가는 건 아쉬워요.

책 읽기를 통해 얻는 상상력은 자기 자신만을 위한 수단보다는,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상상력이 돼야 겠죠.(258)

 

reading으로 lead하라...는 싸가지 없는 책이 있었다.

리딩은 리더가 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리더가 되더라도,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리더는 깡패 두목일 따름이다.

저급하고 파괴적이니까.

 

책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믿음일 수 있다.

우리는 책에게서 무엇을 가져올 수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진심을 다해서 책을 대하고 묵묵히 읽는 사람들에게 책은 어느날 수줍은 소녀처럼 선물을 건넨다.

그 선물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없다.

책 속에서 뭔가를 계속 얻어가려고 하는 사람은 그저 자기 욕심만 챙겨갈 뿐이다.

그리고 사람들 앞에 그 욕심을 내세우며 책 속에서 뭔가를 얻었다고 자랑하기 바쁘다.

사실 그것은 책 속에서 받은 게 아니라 책을 이용해 자기가 만들어 낸 것이다.(183)

 

책방 주인이나 도서관 사서는 책을 읽을 시간이 많을 것이라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책은 하나의 업무가 되기 십상이다.

책을 읽기 좋은 시간이나 장소는 없다.

어디서든 언제든, 책에 빠져드는 습관이 든다면, 그 선물을 누릴 자격이 비로소 주어질 것이다.

 

뛰어난 비평가들을 보면

책이든 영화든 전체를 다 보지 않아도 나름의 직관을 갖고

거기서 뭘 뽑아내는 능력이 대단해요.

그런 능력을 지닌 사람들은 뭘 많이 보지 않아도 되느냐하면 그건 아니죠.

결국 이 직관이라는 게 수도없이 많이 봐야 생기는 거거든요.

역설적 관계죠.(124)

 

독서는 '통찰력'이라는 것을 길러준다.

어떤 상황을 보고 그 기저에 흐르는 저류를 파악하는 힘을 갖게 하는데,

그 직관을 갖게 되기까지는 끝없이 읽고 따져보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학이시습지의 '양적 누적'이 유붕이 자원방래하여 토의하는 과정을 거쳐 '질적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

독서를 통해 누리는 최상의 행복은 그런 직관과 통찰력의 체득이 아닐까 싶다.

 

하나의 리듬을 붙잡기 위해서는 먼저 그 리듬에 붙잡혀야 한다.

그 리듬의 지속에 고스란히 몸을 내맡기고 되는대로 내버려 두어야 한다.(앙리 르페브르, 리듬 분석 중, 99)

 

리듬 분석에 등장하는 말도 독서의 효용과 같다.

통찰력과 지성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그 리듬에 몸을 맡기고

온몸을 독서의 숲에 내던져야 한다. 일맥상통하는 구절을 만나니 반갑다.

 

책을 읽을 때

그 안에 담긴 정보 하나하나보다는

전체를 아우르는 인상이 중요하다.(168)

 

어린 시절에 반복하여 읽은 동화가 아니라면,

정보를 기억하는 일은 힘들다.

전체를 아울러 어떤 개념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만이 가능하고, 필요한 독서의 과정이 아닐까 한다.

그러기에 리뷰만큼 좋은 작업이 없어서 나는 매일 쓴다.

 

이 책은 지질이 참 좋다.

눈이 피로해지지 않도록 미색 도톰한 종이를 사용하여 독자를 행복하게 한다.

곳곳에 숨어있는 샘터같은 구절들을 만나 행복하다.

일본은 '도깨비'나 '고양이'등에 대한 책들이 무궁무진하다는 부분에서 잠시 부럽기도 했으나,

한국의 출판 문화 역시 부족하나마 지적 향연을 누리기에 충분하지 않나 싶어 사치스런 맘을 접는다.

 

대안교실에서 아이들과 '시'를 공부하면서,

시심전심, 시노래, 시그림, 시청자, 시시한이야기... 이런 언어유희를 통해 시를 체득하는 과정도 소개된다.

나는 요즘 'ㅅ ㅣ'라는 자를 보면 '사람 인'과 '천지인의 ㅣ(인)'의 조합처럼 보이는 일이 잦다.

결국 시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 소통하는 무언가를 도란도란 적고있는 것이기에

시는 아름다운 것이리라.

 

제게 책읽기는 무엇을 채우기보다는 오히려 비우는 느낌입니다.

무위자연이라는 말도 있듯이,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그건 제 안에서 깔끔하게 소화돼 없어지는 겁니다.(288)

 

책 속에 등장하는 비트겐슈타인이나 들뢰즈, 가타리 모두...

'나'를 이해하기 위한 징검다리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아무리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주절주절 늘어놔 봤댔자,

도가도비가도이며

명가명비상명이 아닐는지...

 

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진실한 도가 아니고

이름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제대로된 이름이 아니듯,

책 속에 등장하는 부처와 예수의 '비유'들은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마음이 어찌 흐르고 있는지를 측량하는 척도이자 지침일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지면서

스르르 녹아 흘러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오탈자...

 

31쪽 TEX를 계속 테크...라고 쓰고 있다.

 

106. <신도안>이라는 책을 계속 <신도감>으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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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5-03-07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울러 이 책의 크기도 딱 한 손에 들어오는 적당함이 좋았어요. 말씀처럼 저도 얕은 내용이 조금 아쉽기도 했구요. 미야자키 하야오의 말과 비슷한 표현은 예전에 마이클 더다의 책에서도 본 기억이 있습니다. 독서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지침 같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글샘 2015-03-08 23:20   좋아요 0 | URL
네. 책의 크기와 지질이 참 맘에 들더군요.
깊이는... 짧은 이야기를 칼럼으로 쓴 거라서 그러려니 하구요.
독서...는 참 중요한데, 한국에서는 강조만 되고 내용은 없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시험의 형식은 학습의 내용과 과정을 결정하는데, 이 나라는 자기 생각을 쓰는 시험보다는 외운 걸 뱉어내는 시험이라... 읽기가 방기될 수밖에 없나... 합니다.
뭐, 나라가 이렇게 생겨먹었으니, 국민이 읽고 똑똑해지는 걸 좋아할 리가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