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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
윌 슈발브 지음, 전행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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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마지막"이란 북클럽...

엄마와 함께한... 이란 제목은 좀 어른스럽지 못하단 뉘앙스를 풍긴다.

 

암튼, 평생을 난민을 도우며 살아온 엄마가 췌장암에 걸리고,

병원에 설치된 맛없는 모카커피 기계 앞에 앉아서,

엄마와 아들은 북클럽을 결성한다.

 

죽음.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인간으로서 가장 고귀한 행동을 찾은 곳이 책인 셈이다.

죽음.

누구에게도 비껴가지 않는 것.

오히려 그를 피해가려할수록 맞닥뜨림에 좌절하게 되는 것.

죽음 앞에서, 인간은 겸허해지게 된다.

 

이 책을 읽는 일은 두 가지 측면에서 축복이며 슬픔이었다.

우선, 환자의 이야기를 읽는 것.

그것도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는 암으로 죽어가는 환자의 이야기를 읽는 일은 슬픔이다.

그렇지만, 미국이란 가장 앞선 의료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 역시 죽음을 앞두고 아픔을 겪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조금 더 진통제를 더 맞을 수 있을 뿐.

이 책이 주는 축복은, 책을 읽는 일이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문화적 혜택의 최고봉임을 이 책을 통하여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혼자서 중얼거리고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같은 책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야말로,

인간의 정신이 다다를 수 있는 가장 절정의 지점까지 행복을 이끌어올려 줄 수 있음을 들려준다.

 

얼마전, 도서정가제 문제가 불거졌을 때,

한국에서 도서출판의 분야가 그렇게 커다란 산업도 아닌데도,

하필이면 '알라딘'이라는 인터넷 서점의 유저들만 두드려져 보인 이유가 있다.

인터넷 서점을 이용해서 책을 사들이는 사람들은 많다.

중고생을 둔 학부모라면 문제집, 참고서를 구입할 것이고,

초딩용 독서지도를 위한 책을 구입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알라딘 서점에서 제공하는 '서재'를 통하여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은,

여느 인터넷 서점에서 제공하는 리뷰나 독자 서평과는 관계망이 상당히 달라 보인다.

이런 리뷰의 풀을 토대로 접근하는 방식은 단순한 책장사를 넘어선 독서 풍토 조성의 근본적인 대책의 하나로 인정할 수도 있을 터인데... 아쉽게도 한국의 독서 풍토는 지극히 좁다.

 

어머니와 내가 각자의 여행에서 어디에 있든 간에,

여전히 우리는 책을 공유할 수 있고,

그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결코 아프지 않은 건강한 사람이 되리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줬다.

우리는 새로운 세상 속으로 함께 걸어 들어가는 어머니와 아들일 뿐이었다.

게다가 책은 어머니가 암이라는 질환이 불러일으키는 혼돈과 격변의 시기를 헤쳐나가는 동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마음의 안정을 제공해줬다.(49)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때, 인생의 지혜를 얻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친절해야 해. 의사는 특히 더 그렇고. 친절하면서도 얼마든지 좋은 의사가 될 수 있거든.

내가 처음 찾아갔던 의사보다 오라일리 박사를 훨씬 더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부분적으로는 그 때문이야.

여자 의사라서가 아니라, 친절한 의사이기 때문이라고."

"어머니는 늘 우리한테 그렇게 가르쳤잫아요. 행복하지 않으면 좋은 사람도 될 수 없다구요."

"맞아. 하지만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을 해서는 안 되는 거야.

그리고 나는 지금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대해서뿐만 아니라

친절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거란다.

무뚝뚝하고 거칠지만 그래도 치절할 수는 있거든.

친절함은 네가 어떻게 하는가보다는, 무엇을 하는가와 관련있어.

피플오브더북에 나오는 해나 엄마는 의사에 엄마이기까지 한데 친절하지않잖니?"(156)

 

아픈 이들은 누구나 그렇듯, <하루하루를 살아갈 힘>이란 책에서 힘을 얻고 있다.

하필이면... 그날 일어난 일과 관련된 구절들이 발견되는 아침,

사람은 최선을 다해 살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진리란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후회하기보다는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때 얻을 수 있다.

올바른 도구를 가지고 있찌 않다고 불평하기보다는,

가지고 있는 도구를 올바로 사용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내가 무엇이고, 어디에 있든 그것은 모두 신의 섭리다.(158)

 

그들이 다룬 책들 중 아주 인상적인 책이 있었는데,

바로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라는 앨런 베넷의 소설 이야기였다.

 

누구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책과 사랑에 빠진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177)

 

 

책 읽기의 매력은, 여왕이 생각하기에, 그 초연함에 놓여 있었다.

문학에는 무시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책은 독자를 가리지 않는다

누가 읽고 안 읽고도 신경쓰지 않는다.

심지어 여왕 자신을 포함해 모든 독자는 책 앞에 평등하다.(178)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어떤 직업이나 경력을 가졌는가를 막론하고, 그 책을 읽은 사람만이 논의의 대상이 된다.

 

어떤 구절이 제일 좋았는지,

어떤 사람은 왜 의견이 맘에 들지 않는지...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단 것 만으로도, 세상은 참 따뜻하고 살 만 해 진다.

 

난민을 돕는 일을 하고, 아프가니스탄에 도서관을 짓는 사업을 추진하던 어머니는,

미국에서 최고의 의료를 받고 있음을 부끄러워한다.

그러면서도, 삶에 대한 집착을 담담하게 드러낸다.

 

좀 슬픈 기분이 드네.

저 너머에 영원한 삶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여기에 조금이라도 더 남아 있고 싶으니 말이다.(236)

 

그렇다.

삶의 파도는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인생은 늘 울렁거리며 멀미를 나게 만드는 짖궂는 바다와도 같다.

그렇지만 또 마음챙김 같은 책에서 독자는 지혜를 배울 수도 있다.

 

우리는 파도를 멈추게 할 수는 없지만,

파도 타는 법을 배울 수는 있다.(267)

 

평생을 전일제로 일해오면서 아이를 기른 어머니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긍정적 에너지를 배워야 한다.

 

책을 읽을 기력은 충분해요.

아무리 피곤해도, 책은 읽을 수 있어요.

어쩌면 그건 전일제로 근무하면서 세 아이를 키운 덕일지 모르겠어요.

늘 피곤하기 때문에 그 상태에 익숙하거든요.

책을 읽을 수 있을 만큼 편안해지길 기다렸다면, 절대로 읽을 시간이 없었을 거예요.(336)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작가와 어머니의 교류에 부러움을 한가득 표할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그런 교류를 나눌 수 있는 모자지간도 흔치 않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세상에 넘치도록 많다.

그들 중에서, 나처럼 책을 읽고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언젠가 다가설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잡으면 될 일이다.

박지원이나 김정희가 살던 시절엔, 중국을 오가면서까지 이야기 상대를 찾으려 고생했다는데,

이 발달한 인터넷 세상에서야,

마음 맞는 친구를 찾는 일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일이다.

 

어머니는 최악의 것에서 절대 눈길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고,

우리가 모든 것을 더 나은 쪽으로 바꿔갈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인간의 보급품 창고 속에서 책이 가장 강력한 도구라는 신념을 절대 버리지 않았고,

어떤 형태로든 다시 말해 어머니이게는 전혀 마땅치 않은 수단이기는 했어도,

전자책이든 종이 책이든 오디오 책이든 간에 모든 종류의 책을 읽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여흥거리이며,

인간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었다.(436)

 

독서를 통해 인간을 발전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독서를 통해 인간은 마음을 나눌 수 있다.

세상은 복잡하고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책 속에 하나의 길이 있음을, 이 책은 웅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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