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인문학 캘리그라피
이규복 지음 / 이서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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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없는 그림책이란 재미있는 말도 있듯,

이 책에는 한 편의 캘리그라피도 없다.

 

동양 고전에서 캘리그라피와 연관된 말들을 찾아둔 것인데,

찬찬히 고전을 음미하는 맛은 좋다.

하지만, 캘리그라피의 의도와는 다르기도 하다.

 

동양은 붓이라는 도구 덕분에

글씨가 의미 전달 이외에 예술이 된 특이성을 지닌다.

글씨 공부가 서법을 넘어서 예술의 경지에 가면 서예가 되고,

이 책의 의도처럼 도의 경지를 얻으면 서도가 되는 것.

 

공부요시 재법외...

글씨 공부 외에 다른 공부를 통해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법외지공

글씨 공부의 요지는 글시 공부 밖에 있다.(186)

 

서법을 넘어선 서도의 경지를 뜻하는 말이다.

정신을 담지 못한 예술로서의 임서는 수준 미달이란 깨우침.

 

득심응수 得心應手

마음에 따라 손이 응해야 한다(36)

 

겨우 선생님의 체본을 본따는 임서의 수준에서는 감히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구상화를 거쳐야 추상화의 수준에 들어가듯이,

마음의 흐름에 따라 자유자재한 글씨가 나오는 경지까지를 원한다.

 

그렇지만, 그나저나 손글씨 쓸 일이 점점 줄어드는 시대,

캘리그라피는 꾸미기 글씨 정도로 전락하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먹을 갈면서 묵향에 잠기고

한 시간 먹 갈아 한 시간 쓰는 시간을 내기 쉽지 않은 시절이니...

 

그나저나 이 책에 캘리그라피 작품이 하나도 없다는 것엔 실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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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예술로 걷다 - 가우디와 돈키호테를 만나는 인문 여행
강필 지음 / 지식서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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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미술 기행을 읽고 있는데, 이런 책도 눈에 띈다.

관심있는 것은 눈에 밟히는 법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티센보르네미세 미술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과,

톨레도와 돈 키호테,

바르셀로나와 가우디,

피게레스와 달리,

빌바오와 구겐하임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다.

 

미술관에서는 그림과 이야기가,

톨레도에서는 문학이,

가우디는 건축이 자유자재로 이야기된다.

 

그림과 건축에 대한 설명에 맞게

그림이 적절하게 잘 들어가 있어 글읽는 맛을 살린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정말 간절하게 스페인이 가고싶다.

하지만 하루 온종을 가야하는 나라이기에, 며칠 휴가로 떠나기엔

비용도 시간도 만만치 않다.

십년 뒤에 은퇴 후를 기약해야하나 싶다.

 

바르셀로나와 프랑코,

게르니카와 축구가 넘실대는 나라.

물론 보고싶은 것만 봐서 그렇겠지만,

사람 사는 곳의 이야기는 늘 마음을 울렁거리게 하는 무엇이 있다.

 

이 여름, 휴가를 떠나기 힘든 이들에게

다음 휴가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책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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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었고, 음악이 남았네 - 세상의 끝에서 만난 내 인생의 노래들
황우창 지음 / 오픈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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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난 책으로 귀가 호사를 누린다.

 

리흐테르의 바흐 평균율로 시작하는 이 책은,

마치 음악 방송 진행자가

20주년  특별 방송의 첫 음악을 고르는 두근거림으로 들을 수 있다.

 

클래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남미의 칠레, 빅토르 하라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메르세데스 소사도 들을 수 있게 해준다.

 

유튜브 방송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음악을 찾아 듣는 일도 어려웠을 것이다.

 

글은 주로 음반에 대한 애착에 대한 것이 많은데

난 그런 쪽으론 관심이 없다.

 

산티아고 가는 길을 떠올리는 글이 가장 많다.

다시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생각하게 하는 사진들과

메세타, 피니스테레... 같은 도시명이 흥을 돋운다.

 

덕분에 엘튼 존을 듣기도 하고,

양희은도 찾아 듣기도 한다.

 

일관성으로는 별 셋 정도인데,

글맛도 그냥 그 정도인데,

마음은 별 다섯으로 풍요로워졌다.

 

다 유튜브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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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로큰롤
오쿠다 히데오 지음, 권영주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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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히데오의 청소년기, 음악과 함께했던 추억은... 비틀즈와 이글스의 시대... 나보다 7살 많은 작가지만, 라디오로 팝음악을 듣던 추억은 비슷하다. 오쿠다의 자유분방함, 남쪽으로 튀는 자유주의의 바탕이 된 음악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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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
손철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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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의 '금시조'에 이런 구절이 있다.

 

藝는 道의 香이며

法은 道의 옷이다.

道가 없으면 藝도 法도 없다.

 

서도를 이루기 위해서는

서예는 향기고

서법은 격식의 옷이다.

도가 없이 예나 법을 운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이런 의미일까?

 

음악은 소리가 그리는 그림이요,

그림은 붓이 퉁기는 음악이다.(6)

 

옛 사람들 참 대구 좋아한다.

옛 그림과 음악의 흥을 이야기하려니 대구가 튀어오르나보다.

 

거문고를 배우는 것은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배우는 것이다.(사기, 공자세가)

 

이문열의 법이나 예가 격식이나 기예라면, 배우고자 하는 것은 도라는 이야기겠다.

 

하늘에서 나와서 사람에게 깃들고

빈 것에서 발생해 자연에서 일궈진 소리...

악기는 소리를 내는 도구지만,

소리를 내지 않는 악기의 연주에서

우리는 음악의 근본을 찾는다.

이것이 무현금의 의미다.(21)

 

좋은 친구는 아무 말이 없이도

서로 따로 폰을 보고 있어도,

그냥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친구다.

아름다운 소리도 좋지만,

음악은 그 무음도 즐겁다.

 

그림을 읽어주는 솜씨도 즐겁고,

이야기가 끝도 없이 퍼지는 질펀함도 흥겹다.

 

처마 끝의 빗소리는 번뇌를 끊어주고,

산자락의 폭포 소리는 속기를 씻어준다.(47)

 

은일사의 경지까지야 이르지 못할지라도,

매화 핀다고 유원지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시속 사람들의 작태는 피할 노릇이다.

 

아취는 비근해서 익숙하고 습관적이어서 통속화된 것을 벗어나

늘 반성하듯 돌아보고 절도 있게 행동하는 가운데

고아한 정취와 은근한 멋이 우러나오는 삶의 태도입니다.(197)

 

은일함과 우아한 모임에서 느끼는 <풍류>

이 세가지가 이 책의 주제다. 은일, 아집, 풍류...

 

모여서 논하면서 반성하고

세상을 돌아보는 멋,

비록 양반들만의 그것이지만 멋진 일이다.

 

조선은 상놈을 무시하고,

그깟 양반놈들의 나라로 망해버리고 말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은일자들의 쓴맛 가득한 비판의 질정으로 그득하지만,

그것을 통해 현대를 바라볼 수 있는 관점까지 손철주가 제시해 주었더라면 더 좋았지 싶어 아주 조금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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