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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감각 기르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거침없는 대화 지식여행자 15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옥희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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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하라 마리 여사가 사망한 것이 2006년이니 벌써 7년이 다돼간다.

그렇지만, 그 이후 한국에선 마리 여사 책이 부지런히 출간되고 있다.

 

이 책은 마리 여사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대담한 내용이다.

역시 유쾌하고 재미있고 흥미롭고 배울점이 많다.

 

친구를 선택하려면 책을 읽고, 6할의 의협심과 4할의 정열.

책을 읽는 것도 친구의 조건으로 중요하죠.

그렇죠. 책을 안 읽는 사람은 현실적인 데다 사고에 깊이가 없으니까.(31)

 

나이들면서, 친구라는 말처럼 허망한 게 없단 생각을 한다.

친구야~ 하는 이름으로 만나는 모임은, 무슨 동창회 행사 할 때 인원과 돈이 필요할 때이기 쉽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에서 답답한 일을 이야기나눌 직장 동료도 필요하지만,

참 한국에서는 지적 작업에 종사하는 교사들조차도 책읽는 사람 만나기 힘들다.

책을 읽지 않는 데 대한 문제 의식도 별로 없는 듯 해서 답답하다.

 

요네하라 하고 얘기를 하다보면 전염되고 말아요.

그런 유머 감각이 있다는 것은 머리가 무척 좋다는 증거지요.(59)

 

까라마조프네 형제들에서 '똑똑한 사람들과의 대화는 유쾌하다' 같은 말을 읽은 기억이 난다.

나이에 상관없이 유머를 구사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은 머리가 좋은 게 맞다.

 

성차별이 왜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는 저에게 중요한 주제였어요.

선생님이 "여자는 존재고 남자는 현상"이라는 정의를 내리셔서 무척 반가웠어요.(68)

남자들은 자기라는 존재에 대해 절대적인 자신감을 못 가지거든요.(196)

 

성차는 분명 존재한다.

여성적인 것은 '존재의 본질'에 다가서는 '음'의 기운에 가깝고,

남성적인 것은 '존재의 현상'을 반영하는 '양'의 기운에 가깝다.

일양일음 하는 것이 존재의 양태지만, 음양의 차이를 이렇게 정의하는 일도 재밌다.

 

이웃나라를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할 때는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는 그 나라 자체가 이상한 경우가 많다.(89)

 

한국은 무지 폐쇄적인 지정학적, 역사적 환경을 가지고 있어 이렇게 살기 쉽다.

마리 여사처럼 세계적 마인드를 품은 사람이 본다면,

일본도 한국도 참 갑갑한 우물안일 것이다.

 

학생도 학부모도 얼마나 재미있고 알기 쉽게 가르쳐주는가 하는 점만으로 선생님을 평가해요.

선생님은 하나의 무대를 만들듯이 매번 평생 잊지 못할 수업을 해주었어요.

그런 학교를 만들고 싶네요.(94)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그리고 아이들과 어떤 공감대를 형성할 것인가를

학교에서 설정해야 한다.

그래야 공교육인데,

나는 지금... 점수 올리기 위한 공부를 가르치는 사교육에 가까운 선생이다. 부끄럽다.

 

9.11 폭파 영상을 보고... 20% 정도는 통쾌하다는 생각을 했어요.(103)

미국은 지금까지 세계 여기저기서 그보다도 훨씬 더 심한 짓을 해왔잖아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북베트남, 한국전쟁때 북한군에게, 이라크...

 

이런 솔직함과 넓은 사고가 그의 매력이다.

아~ 진정 마리 여사의 책은 시나브로 종결지어지고 있단 말인가?

내가 빌려왔다가 읽지 않고 돌려보낸 책으로 '올가의 반어법'이 있는데,

이제 그 책마저 읽으려고 주문해두고 있다.

 

마음산책에서 내 마음을 산 마리 여사 책을 더 부지런히 내주면 좋겠다~

 

--------번역에 대한 시비 두어 개

 

번역의 과정에서 '아와레, 오카시'에 대하여 '모두 감탄사'라고 한 부분은 유감이다.(207쪽)

아와레, 오카시는 일본 고전문학의 '정취'를 일컫는 말인데...

 

그리고 '스카토로(대변 등을 소재로 하는 변태 행위)', 혼네와 다테마에(진심과 겉으로 드러난 친절) 같은 말들을,

독자들에게 특별한 해설 없이 들이미는 것도 좀 낯선 번역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입장보다는 일본어에 문외한인 독자들의 편에서 글을 고려할 수 있어야 훌륭한 번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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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2013-04-30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요네하라 마리 언니님의 이 책을 읽고 있는데 역시 대단하다 싶어요.
너무 일찍 가셨다 싶어 항상 아쉽습니다. 좀 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면서 좋은 글도 좋은 말도 많이 나누어주셨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글샘 2013-05-05 23:4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설렁설렁 농담을 섞어가면서 말하는 중에, 다부진 뜻이 가득 들어있지요.
시야도 상당히 넓어서, 일본인들에게서 배워야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입니다.

koh 2013-05-12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자 김옥희입니다. 우선 관심을 갖고 꼼꼼이 책을 읽어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번역과 관련하여 지적하신 사항에 대해 역자로서 답변을 해야 할 것 같아 글을 씁니다.
우선 '스카토로'에 대한 지적에서 '특별한 해설 없이' 그런 용어를 쓴 걸로 되어 있는데 62쪽에 분명히 옮긴이주를 달았으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혼네나 다테마에 정도는 신문기사에서도 그냥 쓸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는 단어라서 주를 생략했습니다. 지나친 옮긴이주가 가독성을 떨어뜨리고 리듬을 깰 수도 있기에 역자로서는 조심스럽거든요. 학문적인 서적이 아니라 가벼운 대담집의 경우에는 더더욱 조심스럽습니다.

마지막으로 '오카시'와 '아와레'에 대한 지적입니다. 분명 둘 다 일본의 미의식인 것은 지적하신 대로입니다. 제 전공이 일본고전문학이기에 그 단어들이 그런 미의식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물론 숙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후문맥으로 봐서 과연 그런 깊이 있는 뜻으로 쓰였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 상황에서는 거창한 미의식을 운운할 상황이 아니었기에 가볍게 처리한 것이지요. 미의식에 대해 상세한 옮긴이주로 인해 대담의 경쾌한 리듬이 깨질까 염려한 결과입니다.

역자로서 항상 어디까지 옮긴이주를 달아야 할지는 고민스러운 부분입니다. 과잉친절과 불친절 사이에서 적정한 선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이 역자에게는 있습니다. 적절한 답변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견이 있으시면 다시 글을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글샘 2013-05-21 08:0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
번역자께서 친히 댓글을 남겨 주셔 영광입니다.

제가 시비를 건 뜻은~ 일반적인 독자로서 그렇다는 것이지, 역자의 전문적인 식견에 시비를 걸고싶었던 건 아니구요.
1. 스카토로는 제가 잘 몰랐던 단어여서 그랬는데, 일반적인 일본어 단어도 아니고... 주가 달려 있었군요.
2. 혼네나 다테마에가 보편적인 단어라는 생각에는 동의하기 힘들구요. (저만 무식한 건가요? ㅋㅋ)
3. 오카시와 아와레란 단어가 그 대담에서 '감탄사' 정도로 번역된 것도 조금은 아쉽지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맞아요. 번역은 새로운 창작이라는데~
과잉친절은 가독성을 떨어트리기도 합니다.
바빠서 댓글을 못 달고 지나가서 늦게서야 몇자 붙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
 
러시아 통신 - 유쾌한 지식여행자가 본 러시아의 겉과 속 지식여행자 13
요네하라 마리 지음, 박연정 옮김 / 마음산책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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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판 원제목은 '로시아와 쿄-모 아레모요'다.
러시아는 오늘도 흐린 모양...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든,
자신의 문화에는 익숙한 법이고
그 문화가 올바른 것처럼 보이지만,
남의 문화는 왠지 낯설고 이질감이 느껴지게 마련이다.
간혹 부러운 문화도 있겠으나 많은 경우 어색해 보일 것이다. 

의식주의 절차에서 모두 그렇겠지만,
아시아의 대륙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유럽의 문화를 많이 담고 있는 러시아라는 나라는,
기후와 지리적 특색의 영향도 있겠지만,
독특한 문화가 많다. 

느긋하고 여유로우며 긴장감이 적은 민족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러시아라는 깡패 제국이 '소비에트 연방'이던 때는 워낙 다민족 국가였으므로 일반화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소련이 무너지고 러시아가 생기던 1990년대의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다.
술과 관련된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마리 여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러시아 사람들이 왜 그리도 친근해 보이는지... 

이 책은 15년전에 나온 것이다.
공산주의라는 인류 최대의 실험의 대상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자긍심과 부끄러움이 다 표현되어 있다. 

마리 여사를 읽는 일은 아련한 슬픔이다.
왠지 얼마 남지 않은 주스잔을 기울이듯, 마지막을 아쉬워하면서 읽을 수밖에 없는,
일종의 중독성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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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6-23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인과 보드카에 관한 이야기 참 흥미롭더라구요.
차이와 사이 아직도 읽고 있어요.

글샘 2011-06-24 11:51   좋아요 0 | URL
한국인과 소주에 대한 이야기를 써도 엄청날 거예요. ㅎㅎ
마리 여사 책이 야금야금 줄어드는 건... 참 아쉽습니다.
 
차이와 사이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커뮤니케이션 강의 지식여행자 12
요네하라 마리 지음, 홍성민 옮김 / 마음산책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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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리 여사를 읽었다.
러시아 통신이란 이쁜 책도 있지만, 더 가벼운 책부터 읽기로 했다.
어느 쪽이나 마리 여사를 만남의 기쁨은 가득하겠지만,
이왕이면 두꺼운 쪽을 남겨두고 싶었던 거다. 

일본어 책 제목은 '아이노 호-소쿠', '사랑의 법칙'이다.
이 책은 네 종류의 글을 모은 책인데,
첫 챕터가 <사랑의 법칙>이란 제목으로 마리 여사의 '사랑'에 대한 관심이 자유분방하게 드러난 부분이다. 

다음엔 동시 통역사의 애환이 <이해와 오해 사이>란 제목으로 실려 있고,
그 다음이 <통역과 번역의 차이>
그리고 <국제화와 글로벌리제이션 사이>가 수록되어 있다.  

마리 여사의 사랑에 대한 관심은,
그가 얼마나 솔직담백한 인간인가를 잘 보여준다.
기왕의 책에서도 '인간 수컷' 운운하면서 그의 속내를 보여준 일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출생률까지 들먹여가면서 여성의 우월성을 마음껏 뽐낸다. 

마리 여사의 글은 역시 통역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가장 빛나는 것 같다.
통역은 분위기와 내용을 살려 의미를 전달하는 과정이기에 다양한 스킬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충분히 간덩이가 부어야 하겠단 생각도 든다. 

여느 이야기들은 다른 책들에서 다루었던 것들이라 가볍게 읽었으나,
마지막 챕터 <국제화와 글로벌리제이션>은 현대 사회의 문제 중 가장 묵직한 것이라,
그리고 한국도 세계화 덫에 걸려 허우적대는 미래를 살아갈 날이 머지 않았기에,
많은 생각을 하며 읽게 한다. 

한국은 무방비상태에서 미국의 점령지로 시작하여 준식민지 비슷한 현대사의 굴곡을 안고 있어,
영어만이 거대한 언어의 산맥이 되어 뇌를 짓눌러 왔던 역사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메이지 유신과 더불어 '난학'의 시대, 곧 네덜란드에 대한 절대적 숭배의 시기와,
프랑스, 미국의 문화를 숭상하는 시기가 200년 가까이 되어오고 있다.
좁은 나라 일본의 갑갑한 언어를 한탄하던 이들은 그 언어들을 공용어로 사용하자는 주장들을 숱하게 해왔다. 

한국어도 하루 아침에 사라지고,
한국인들이 당장 영어로 생활하고, 문학과 창조적 표현들을 구사할 수 있다면,
영어 공용화도 꼭 필요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불가능한 상황을 상정하고, 공용어화하자는 것은 가진자들의 욕심이거나,
한국의 특수한 상황(빈익빈 부익부의 심화, 분배의 처절한 실패)을 무시하고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고 우기는,
강대국의 FTA 몽니와 비슷한 주장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마리 여사의 말대로, 진정한 국제화란
강대국은 내 걸 강요하고,
약소국은 남의 걸 베끼는 게 아니라,
경제력, 군사력의 강약을 떠나,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보고 직접 교류하는 것에서 풍요로워지기 시작할 것임은
진정한 평화의 국제화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마리 여사가 영어를 <고립어>라고 적은 것을 아무 여과없이 번역한 것이다.
중국어처럼 위치에 따라 의미와 기능이 정해지는 것을 고립어라고 한다.
예를 들면 月明은 달이 밝다는 말로, 달은 주어고 '명'자는 서술어가 된다.
그러나 明月은 밝은 달이란 말로, 수식어가 붙은 하나의 구가 되어 버린다. 

영어는 이런 언어가 아니다.
단순하게 어순이 같다고 해서 고립어라고 하진 않는다.
불어, 독어, 스페인어와 같이 영어는 굴절어에 속한다.
물론 독어나 불어에 비하여 굴절하는 성분이 적기는 하지만, 분명 고립어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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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6-18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크리티컬 매스랑 같이 읽고 있어요. 첫 장 상당히 도발적(?)이더라구요~~~~~ㅎㅎ

내일 사서들 모임에서 무주 백련사(?)인가 가기로 했는데 비가 옵니다. 비가 와도 가긴 가겠죠?
멋진 주말 되세요~~~

글샘 2011-06-18 14:04   좋아요 0 | URL
ㅋ 소녀도 아니면서 그 정도 수준을 도발적이라뇨. ㅎㅎ
정말 쓰고 싶은 글은 곧장 쓰는 작가인 거 같습니다.

백련사 길은 비가 올수록 좋아요.
길 옆으로 계곡 물소리가 정말 죽이거든요.
멋진 주말 보내고 오시겠군요.

2011-06-18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1-06-19 19:56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잘 보고 왔습니다.
맛집 쇼의 비밀과 진실을 잘 파헤치고 있더군요. ^^
한국에 사는 일은 이런 정도는 감수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역시 한꺼풀 다시 실망이었습니다. 한국의 방송의 사기에 대해서...
 
팬티 인문학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속옷 문화사 지식여행자 10
요네하라 마리 지음, 노재명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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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은 '오타쿠'스러운 면들이 있다고 한다.
마리 여사의 다른 책들에서는 '다양한 관심'을 읽었는데, 이 책에선 한결같이 '아랫도리'에 관심을 쏟는 모습이다.
그녀처럼 그럴싸한 분위기의 이야기를 쓰는 멋진 교양인이,
하필이면 빤쓰에 삘이 꽂혔던 걸까? 

일본의 대표적 국기(國技)인 스모를 보면 좀 우스꽝스럽다.
과장스런 몸짓도 그러하지만, 특히 그들의 훈도시는 두툼한 넙적다리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매여있어 그렇다. 

이 책의 표지엔 공산주의 소비에트의 망치엠블렘이 들어간 붉은 깃발에
황금빛 팬티를 걸친 여성의 하체가 휘날리는 그림이 있고,
그 옆엔 레닌이 금세라도 공산 혁명의 완성을 공표하려는 듯 근엄한 표정으로 있지만,
아랫도리는 하얀 팬티 차림인데,
그 깃발 옆에서는 마리 여사가 세 마리의 고양이들을 안고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고 있다. 

인류 역사의 혁명적 사건이 팬티 한 장에 들어갔단 이야길까?
발그레한 얼굴이지만 호기심 가득한 마리 여사의 눈길은 여전히 팬티에 머문다.

'팬티노 멘보쿠, 훈도시노 코켄'은 '팬티의 체면과 훈도시의 품위'정도의 뜻이다. 

속옷에 대한 연구의 시작은 <인류의 특징>에서부터다.
포유류 중 용변을 본 후 닦아대는 것은 인간뿐이고, 그것은 직립과 인간의 식생활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또한 그의 프라하 생활은 당시의 소비에트 사회의 특색을 그대로 답습하게 하였는데,
팬티가 일반화되지 않았던 소련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안경처럼 당연히 쌍으로 되어서 복수형으로 된 단어를 공부하노라면, 바지가 복수형 명사임을 알게 된다.
그런 것에 대한 탐구도 집요하며 재미있다. 

신체의 영도(0도). 
아무 것도 칠하지 않고, 형태를 바꾸지도 않고, 장식도 하지 않은 인간의 신체.
곧, 알몸과 같이 태어난 그대로의 상태, 문화나 문명으로 가공되지 않은 신체.를 의미하는 말이다.
'신체의 영도'는 아름다울 수도 있지만, 왜인지 가리고 싶어하는 부분을 떠올리게 된다.  

일본의 축제 모습을 보면, 아직도 훈도시 차림의 남성들이 가마를 메고 가는 모습을 본다. 
일견 민망스런 모습이기도 한데, 훈도시에 대한 집착이나 애정은 일종의 로망인 모양이다.
마리 여사는 그것을 <북방 계통의 강력한 무기, 풍요로운 문물, 선진 문명>에 대한 콤플렉스가,
남방 기원의 훈도시에 집착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하는 신선한 의문도 갖는다.

마리 여사의 이런 상상들은 유쾌하고 신선하다.
그런 여사의 글을 이제 읽기 힘들게 되었다는 점이 아쉽고 또 그의 글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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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쪽 이야기에 세메다인과 세멘다인이 섞여 나온다. 45쪽의 세멘다인은 세메다인의 실수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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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13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재미있게 읽었는데, 마리 여사의 관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은 책의 리뷰를 보게 되니 또 읽고 싶어지네요^^

글샘 2011-01-13 22:03   좋아요 0 | URL
뭐든 저렇게 파고 드는 것도 재미있죠.
저는 그런 스탈은 아니지만... 남이 글은 좋아합니다.
마음산책에서 올해도 마리 여사 책이 계속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즐건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입니다. ^^

cyrus 2011-01-14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리 여사의 신간이 또 나온다니 무척 반가운 소식이네요. 좋은 소식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글샘 2011-01-14 17:36   좋아요 0 | URL
대단한 책부터 한번 읽어 보세요. ^^
 
교양 노트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80가지 생각 코드 지식여행자 11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석중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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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판 제목은 'mahiru no hoshizora'이다.
'한낮의 별하늘'이란 뜻이다. 
이 상황은 맨 처음에 실린 글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에서 나온 말인데,
이 책의 전체 제목으로도 부족하지 않은 제목이다.
교양 노트에 비해 훨씬 함축적인데, 한국어판은 다소 힘빠진 제목으로 발간되고 말았다. 

각 챕터의 앞장에 그려진 그림이 인상적이다.
유리상자 안에 모래가 들었고, 거기서 낙타들이 쉬고 있다. 한 귀퉁이엔 와인이 얼음에 담겨있는 것 같고,
저 뒤론 오아시스가 있다.
다시 하나의 유리상자 안에는 낙타보다 훨씬 큰 닭이 한 마리 있고,
바깥 유리상자 위엔 비둘기라도 두 마리 그것들을 들여자보고 있다.
이 큰 유리상자는 하나의 기둥에 서 있고, 푯말에 '상식'을 뜻하는 common sense 가 붙어있다.
양복을 입은 뒷모습의 신사, 아가씨로 보이는 뒷모습의 여인, 티를 입은 배나온 아저씨가 그 상자를 들여다본다. 

세상의 모든 판단은 상대적인 것이고,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원한 진리란 없다. 태양은 내일 떠오른다? 이것도 어느 날엔간 거짓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인간은 얄팍한 경험들에서 - 그것도 폭력적이어서 잘살게 된 몇몇 나라의 생각을 '상식'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한 마디로 웃기는 노릇이다.
마리 여사는 자신의 세계적 삶에서 우러나온 경험들로 '상식'의 무용함을 증명하려 한다.
그 경험들은 재미있고, 때로는 통쾌하기도 하다. 

이 글들은 요미우리 신문에 연재되었던 것들인데, 어쩜 이렇게 멋진 글들을 다작으로 쓸 수 있었을지...
하긴 그렇게 에너지를 집중해서 쏟다보니 삶의 질은 높아졌지만, 삶의 길이는 짧았겠다. 

아무리 고급스러운 정보를 많이 담아넣기만 하는 뇌가 과연 지적이라 할 수 있을까?
지성이란 지식의 많고 적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지식에 대한 저작 능력이나 운용 능력에 달린 것은 아닐까? 요컨대 '사고력' 말이다.(186) 

세상은 정보의 바다라고는 하지만, 맨날 누가 누굴 때리고 죽이고 하는 저질스러운 뉴스로 가득하다.
정치가들도 참으로 치사하고 졸렬한 일들을 벌인다고 뉴스는 주절댄다.
이런 것들은 지적인 인간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적인 인간은 뉴스를 보지 않고도, 세상의 잘잘못을 판단할 수 있다. 그것이 사고력의 힘이다. 

한때 신문 활용 교육이란 방편을 마구 떠들던 신문이 있었다.
과연 신문을 아이들에게 읽혀 교육이 될까? 심히 우려된다.
지식에 대한 '저작 능력'과 '사고력'을 기르는 일.
그것이야말로 '상식'을 뛰어넘는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는 숱한 글을 쓰면서 그걸 '취미'로 여긴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하다.(198)   
   

나도 이런 생각을 20년 가까이 품고 한 가지 직업에 만족하며 살았던 사람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정말 즐거웠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물론 짜증나는 순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길게 보면 아이들은 속도의 차이는 나지만 모두 성장한다.
그래서 모두가 아름다운 아이들이다.
그치만 요즘엔 월급이 많이 오른 반면, 세상이 교직을 두들기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 뉴스를 듣노라면 마치 나의 가치가 많이 하락한 기분이다.
근데, 방금 전에 032- 이런 국번의 전화가 떠서 받아보니, 군대가있는 제자 녀석이 1월에 휴가나온다고 미리 안부 전화다.
이런... 군바리가 그 추운 전방에서 크리스마스에 기껏 전화한다는 게 2년 전 고3 담임이라니...
이런 맛에 선생한다. 남들은 모를 경험들을 누릴 수 있는 호사가 평범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몇몇 순간에 굵은 줄기를 놓쳐버리는 일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유 주제>로 글을 쓰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한 가지 생각'을 염두에 두고 세상을 살다 보면, 글쓸 일이 도처에서 눈에 띈다.
길을 걷다가, 버스에서, 뉴스를 보다가, 운전을 하다가, 책을 읽다가, 일을 하다가,
갑자기 글쓸 주제와 부합하는 순간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가득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부자유한 편이 자유로워지는 것이다.(249)   
   

이런 역설은 역시 겪어본 자들이 공감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일이다. 

마리 여사의 책을 읽는 순간은 늘 행복하다.
그 사람이 느낀 생각들도 내 머릿속엔 언전게 스쳐갔던 것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신선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새롭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또 한편 그미의 책을 읽는 일은 늘 불안하다.
그의 책은 이미 한계가 보이는 '끝'을 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책에 대한 카테고리라도 하나 만들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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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2-26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리 여사의 책을 읽을 때도 즐겁고 행복한거 같습니다. 그녀의 생각들이
참신하고 유쾌하기 때문이죠. 제가 좋아하는 마리 여사의 리뷰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글샘 2010-12-28 00:54   좋아요 0 | URL
드디어 저는 마리 여사의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참신하고 유쾌한 사람... 맞죠.
글쓰기의 달인이기도 하고, 이야깃거리 찾아내기의 달인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마리 여사는... 기억력이 좋거나 아니면 메모의 달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
cyrus 님도 마리 여사에게 푹 빠져 보세요.

세실 2011-01-20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 읽으면서 그녀의 박학다식함에 놀라고 있는 중인데 님은 이미 마리여사의 팬이시군요.
제가 은근히 보수적이라 팬티 인문학은 좀 그랬어요.

글샘 2011-01-20 12:50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이렇게 누구의 왕팬이 된 적도 잘 없죠. ㅎㅎ
마리 여사의 책 중에서 팬티 인문학이 제일 재미 없습니다. ^^
다른 책들은 정말 재밌으니 '프라하의 소녀시대'는 꼭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세실 2011-01-26 20:40   좋아요 0 | URL
프라하의 소녀시대 읽고 나면 프라하 가야 되는건 아닐까요?

글샘 2011-01-26 22:12   좋아요 0 | URL
프라하에 가고 싶은 게 아니라, 거기서 살고 싶으실 거예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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