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서재 - 정여울 감성 산문집, 개정판
정여울 지음, 이승원.정여울 사진 / 천년의상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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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다의 책 소개에서 '무조건적인 환대'라는 개념이 나온다.

 

새로온 사람, 타자, 손님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고,

무한한 돌발성, 침입에 대해 완전한 개방,

여기에 '그렇다'고 해야 한다.

각종 포비아(혐오증)가 난무하는 시대,

우리는 무한한 타자성이 나를 침범할 가능성에 준비되어 있지 않을 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227)

 

어렵다.

유목의 세계까지도 어찌어찌 이해하겠는데,

그 다음 세계는 무조건적인 환대,

준비되어 있지 않을 준비라니...

 

그런데,

어느 수인의 편지에 대한 정여울의 답은 간명하지만 절대적으로 옳다.

 

당신의 인생을 바꿀 책은 없지만,

절실한 물음이 있다면,

그 순간 인생은 이미 바뀌기 시작했고,

그 심정으로 책을 찾는다면, 큰 스승을 얻을 수 있다고...

 

꿈이 이루어지고 난 뒤에도,

꿈이 무참히 깨져버린 뒤에도 삶은 계속된다.(218)

 

그것이 '자기 앞의 생'이다.

 

'난 널 사랑해'의 방점은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닌 '사랑해'니까,

두려워말고, 기쁘게 놓아주자.

내 인생을 실컷 살자.

마침내 더 큰 사랑이 시작될 것이다.(170)

 

돈 안 되는 인문학.

그걸 공부하는 사람은 용기를 가져야 한단다.

 

그래.

기쁘게 실컷 읽자.

그리고 용기를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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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지 말아요 - 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
정여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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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사랑을 이야기하는 책들에 대한 책

 

표지에 '연애담'이라고 적혀 있는데,

'사랑'과 '연애'의 거리만큼이나 사랑은 폭이 넓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이나 영화의 주제는 모두 사랑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실 사랑이라는 주제가 조금도 들어있지 않은 책을 찾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인간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고,

특히 계급적 불일치나 환경의 차이에 따라 그 욕구는 영원히 이뤄질 수 없는 욕망으로 자리잡을 때,

뚜르게네프의 '첫사랑'만큼이나

사랑은 만족보다 트라우마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쿨하게 '잘 있어요'라는 발화를 이별의 시간에 말할 수 있지만,

그 속마음은 '가지 말아요'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가지 말라고 잡을 수는 없고,

'잘 가세요'라는 반어를 말할 수밖에 없기도 하리라.

 

그 절창이 '진달래 꽃'일 게고.

임의 죽음 앞에서

그 상여에 진달래 꽃을 뿌리며,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릴 터이니

부디 잘 가라는 눈물의 시가 아닐까...

 

서구의 문화사에서

낭만적 사랑 혹은 열정적 사랑은

단지 한 사람을 향한 일시적 충동이 아니라

자아의 확장에 커다란 역할을 하는 감정이었다.

사랑이라는 본성에 '문명의 형식'을 부여하는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

죽음의 공포 자체를 사랑의 열정으로 승화시키는 불멸의 사랑은

서구문명의 발명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83)

 

흔히 '사랑'이라고 말하는 대상은,

서구의 '낭만주의 시대' 이후 발명된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사랑은 그런 것이다.

신념에 대한 사랑이나

인류에 대한, 또는 자식에 대한 사랑은 그 '낭만적 사랑'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로맹 가리와 칼 세이건의 사랑처럼

정열적이고

죽음의 공포 자체를 뛰어넘는 사랑의 완성은,

찌질한 인생에 포르테를 쾅!! 찍는

낭만적인... 로망이다.

 

오래오래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은

투사의 커튼 저 너머로 상대방의 깊은 상처를 알아본다.

친밀해진다는 것은

그 사람의 상처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비밀 열쇠를 얻는 것과 같다.

사랑은

그의 상처가 스스로 발화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다.

매력으로 시작되어

우정으로 승화되고

마침내 서로에게서 최고의 스승을 발견하는 위대한 배움으로 이어진다.

함께 무거운 돌을 나르고 빈틈을 메워

세상에 하나뿐인 사랑의 호수를 만들어 가야 한다.

너를 갖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만 너의 곁에 있기 위해.

내가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은 강인한 열망 속에서 시작되고,

상대방에서 최고의 멘토를 발견한다.

사랑에 대한 가장 멋진 헌사는,

그 사람을 만날 수 없어도

그 사람이 세상에 없어도,

내게 준 생의 축복을 온전히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323, 에필로그)

 

작가는 주로 낭만적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에필로그에 와서는

사랑의 힘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낭만적 사랑과 진정한 사랑을 나누는 일은 무의미한 일이기도 하지만,

열쇠가 되는 사랑은

성장과 힘에 있다.

 

그래서, 사랑은 힘이 세다.

 

 

꽃,이라는 유심론 / 김선우

눈앞에 열명의 사람이 잘빠진 몸매로 웃고 있어도

백명의 사람이 반짝이는 선물을 펼쳐 보여도

내눈엔 그대만 보이는


그대에게만 가서 꽂히는

마음

오직 그대에게만 맞는 열쇠처럼


그대가 아니면

내 마음

나의 핵심을 알 수 없는


꽃이,

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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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0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0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0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이권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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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부를 읽지 말았어야 했다.

2부만 읽었더라면, 별점 5개를 채웠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읽어 보면 안다.

 

논술 시간에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내용은,

'똥만 든 머리에선 글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글이란 것은 형식에 맞춰 내용이 풍부해야 한다.

 

그런데 그 풍부한 내용을 채우는 방법 중 하나로 독서가 있다.

그런데... 그 독서 역시 개인적인 독서로는 문제가 있다.

주어진 글에 답을 찾아가는 교육으로는 독서가 힘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독서를 지도할 수 있을 것인가?

숱한 작가들이 '독서'의 필요성을 언급하지만,

정작 그 대문호들 역시 책이 좋아 읽다가 글을 쓴 것이지,

잘 배워서 대문호가 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의 의도는 참 좋지만,

글쓰기는 독서와 무지 관련이 있지만,

글쓰기를 하려는 이들에게는 '독서'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이권우 역시 '특수한 시대 덕'에 독서꾼이 된 사람이니 말이다.

 

1980년대라는 특수한 시대 덕이었습니다.

압도적인 지배질서에 저항하는 일군의 선배들과 함께

당대의 현실을 극복할 대안을 찾았습니다.

그때 읽었던 철학책과 사회과학책들은,

오늘에 보면 태반 지적 수준이 부족한 면이 있긴 해도,

새로운 세계를 열어 보여주었습니다.

읽어야 비로소 보인다는 것을 알았으니,

어찌 안 읽을 수 있겠습니까.

읽지 말라 하면 더 악착같이 읽으며 대학생활을 보냈습니다.(249)

 

전두환으로 대표되는 시대가 지금의 기성세대를 만들었지만,

지금의 기성세대는 후세에게 무엇을 주고 있는지...

 

쓰기 편으로 넘어가서는 좋은 글들을 소개하면서,

나도 그렇게 쓰고 싶다~

그런 생각을 들게 하는 꼭지들이 많다.

 

뭘 앞세울까~

종교를 빙자한 세력 다툼.

그 와중에 나타난 인간 욕망의 파노라마.

이를 압축해 보여주는 구절.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

전쟁을 제창한 교황의 말.

이게 좋겠다.

이걸 던져 놓고 '그것'의 검은 속셈을 뒤져내면 책의 의의는 충분히 전하겠다.(김성희, 223)

 

쓴다는 것은 그렇다.

서평도 그렇고, 논설도 그렇다.

곰곰 생각하면서,

뭘, 앞세울까~를 정하고,

얼개를 잡으면 글은 채워진다.

얼개가 있는데 글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더 읽고 연습해야 하리라.

 

두드려라, 쓰일 것이다.

뮤즈는 분명 존재하지만,

가만히 있는데도 집필실에 날아들어

컴퓨터에 마법의 가루를 뿌려주지는 않지요.

유즈는 지하실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곳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소설이란 땅속의 소설처럼 발굴되는 것이라는 것이죠.

낑낑거리며 힘겹게 노력하지 않으면

뮤즈는 절대 도돠주지 않습니다.

뮤즈는 무시할 수 없고, 영감을 주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는 창작의 지평을 열어주는 마술이 가득한 자루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이란,

뮤즈가 올 때까지 넋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쓰다 보면 뮤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스티븐 킹, 161)

 

이렇게 뮤즈를 기다릴 때,

독서는 필요하다.

쓰려는 자, 반드시 목마를 것이다.

시야가 트이는, 그 <문리가 트이는 순간>을 위해 찾게 마련.

 

우리는 책이라는 거인의 무등을 타고 있는 난쟁이일 뿐.(38)

 

좋은 글은,

좋은 질문과 좋은 답이다.

 

고전에는 질문과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바로 이것들이다.

어떻게 질문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그 과정을 익히는 것.

답이 아니라 과정을 중시하는 것이 고전 읽기의 참된 모습.(67)

 

'리드'하려고 고전을 읽는 것이 아니다.

간절히 꿈꾸면 이뤄지지도 않는다.

 

고전은 고난의 현실을 견디는 법을 가르치는 책이자,

이 고난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간절히 질문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들이다.

 

'돈'좀 벌고자 고전을 읽는다면,

그건 착오이리라.

 

좋은 책이지만, 재미가 없다.

 

이 책 역시 '프레시안'의 강의록이라 하는데,

순서로는 역시 1부가 독서이고, 2부가 쓰기여야 하겠지만,

2부가 알짜다.

1부가 강해야 2부도 읽히는데... 그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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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한 독서 - 서평가를 살린 위대한 이야기들
금정연 지음 / 마음산책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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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연의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들이었다 하는데,

쉬이 읽을 염도 내기 힘든 고전들에 손을 댄 용기가 가상하다.

 

가르강튀아나 팡타그뤼엘 같은 이름을 듣고 손대기 쉽지 않고,

돈 키호테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의 글을 읽노라면,

난폭해서 자상하지도 않은 서평인데, ㅋ

궁금해지고 더 그 책을 읽고 싶어진다.

 

금정연만큼만 읽는다면 ㅋ 하고 용기를 낼 수 있게 된다.

 

나는 기어코 그 사회와 점점 더 격리된 상태에서밖에

살지 못하게 운명 지어져 있었단 말인가.(레비스트로스, 107)

 

김수영이 '나는 왜 이렇게 작으냐'고 한탄했던 것처럼,

인간의 본질을 파헤치는 일은 무망한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생각을 한다.

인간은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인과적으로 필연적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인간이 등장한다고 하는 것은

문학이 다루는 내용이 아니다.

 

고전이라는 문학들이 탐구하는 하나의 과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이고,

그 결과 드러나는 인간의 면모는,

추하고 비논리적이고 폭력적이고 악의적인 의도로 가득한 존재이며,

드디어 도달한 카프카의 '성'과 '심문'에서처럼,

도대체 설명할 길 없는 날마다를 부조리하게 살아가야 하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고전이란 것들은

다들 아는 이야기지만, 다들 읽지 않은 이야기라 한다.

 

금정연처럼 용기를 가지고,

그 '다들 읽지 않은 이야기'에 도전해 보는 돈 키호테가 있어,

비록 불타고 불타는 속에서도 '로망'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독서가들의 로망이라면,

역시 무한한 시간을 누리면서

고전을 쌓아 두고 읽어내고 싶은 욕심이 있을 것인데,

금정연의 이 재기발랄한 난폭함은,

그 욕심에 용기를 넣어주기에 좋은 책이다.

 

금정연,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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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작가 - 43인의 나를 만나다
장정일 지음 / 한빛비즈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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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장정일은 어떤 사람일까?

세상은 진보와 보수, 혁명과 수구로 나뉘지 않는다.

인간은 어느 한 지점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부유하는 운동체이다.

 

세계 제일의 분단 국가,

제일의 안좋은 것을 수두룩하게 타이틀을 차지한 남한에서,

책을 읽는다는 일은 그래서 어느 한쪽의 의견을 듣는 데 그치는 일이기 쉽다.

 

이 책에는 학자부터 방송가, 저널리스트, 칼럼니스트, 기업가 등

종잡을 수 없는 분야의    작가들을 인터뷰한 기록들이 간결하게 실려 있다.

 

경제적으로 호황일 때 윤리적 자기 계발을 찾고,

경제적 불황일 때 신비적 자기 계발을 찾습니다.(19)

 

첫 인터뷰가 자기계발의 '사기극'과 관련된 것이라니 의미가 깊다.

젊은이들에게 '사기의 계발' 구라를 퍼뜨리는 자들이 그득하니 말이다.

 

사회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는 상황에서 자기계발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21)

 

제가 가장 사랑하는 인물들은 우물쭈물하는 사람들이고,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들이 용기를 내서 한 발짝 내딛는 이야기(55)

 

이런 희곡 작가라니, 따스할 듯 싶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마구 읽고 싶은 책이 늘게 된다.

그나마 내가 내공이 늘었다면, 바로 구입하지는 않는다는 것.

 

현실은 늘 폭력적이게 둔 채 예술의 세계에서만 부드러움을 찾기보다는

현실에서의 폭력이 줄어들고 예술에서의 폭력이 증가하는 것이 훨씬 괜찮은 세상.(77)

 

최규석의 만화가 지향하는 바이다.

송곳,의 힘이 느껴진다.

 

제 문체와 조언 속에서 느꼈다는 힘은

자존감에서 나온 겁니다.

그게 없으면 뭘 해도 행복하지 않습니다.(101)

 

김어준이다. 자존감의 인간.

세상이 자존감을 바닥치게 만든다.

그래서 김어준이 힘이 세다.

 

과학자가 연구비를 따려면 미국에서는 세계 최초라 해야 돈을 주고,

일본은 미국을 이길 수 있다고 하면 됩니다.

한국은,

무조건 돈이 된다고 하면 되죠.(155)

 

한국 과학은 아프리카 태권도 수준이라는 과학자...

슬프지만, 그것이 자화상이다.

 

우리나라처럼 경직되고 위선적이며 공격적인 사회는

상대와 섞이고 싶은 진실한 욕구가 좌절된 데서 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오르가슴 능력을 갖춘 사람은 억압적인 권위에 대해 체질적인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게 되고

본능적으로 저항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지배자들은 이데올로기, 문화, 교양 같은 신비화 전략을 통해

피지배자들이 오르가슴으로부터 무감각해질 수 있는 구조적 장치들을 사회 도처에 실시합니다.(185)

 

어떤 말인지는 알겠으나~

난 이처럼 성적인 용어를 학문에 접합하는 데 저항감이 든다.

융도 그랬을래나.

 

문제는 강력한 왕권이야, 이 바보들아. 라고 일갈하는 필자가 요즘엔 너무 많다.

거기서 불거지는 것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대한 자신의 환유적 욕망이다.(198)

 

요즘 '태양의 후예'에 대한 폭풍적 열망 뒤에 숨은

국기 하강식 같은 모습은 박정희 시대의 '속성'을 부르는 '환유'가 아닐까?

명량의 '이순신'에서 자신의 쿠데타라는 피냄새를 지우고,

애국의 덧칠을 하려고 무척 애쓴 아버지를 둔 여자가 애써 부르는 '환유'

 

보수주의자 맹자에게 지켜야 할 중요한 것은 인간의 존엄성이었고,

그 존엄성의 근거는 한 줌 마음입니다.(221)

 

이런 보수주의라면 대환영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뒤로한 '용산'과 '세월호'에 국민들이 눈물흘린 것은,

노무현의 죽음 앞에서 그토록 한스럽게 조문을 했던 것은,

존엄성에 대한 부정 앞에서 꺾일 수 없다는 자존심의 마음이었을 게다.

 

프랑스는 우리의 '청산'을 역사 용어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 말에 해당하는 프랑스어는 '숙청'입니다.

청산의 우리말 뜻이,

과거의 부정적 요소를 깨끗이 씻어버림이라면,

숙청은

엄하게 다스려 잘못된 것을 모두 치워 없앰, 이니...(227)

 

그래 친일파도, 독재의 과거도 '청산'할 노릇이 아니다.

피비린내 번지더라도 '숙청'을 했어야,

지금의 현실로 후퇴하지 않았을 것인데,

아직도 야당은 그나마의 민주화 시대의 향수를 팔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한반도 내의 고대국가 설립 시기를 2-4세기로 잡은 것은

일제강점기 사학자들이 왜곡해 놓은 연구를 되풀이한 것이다.

식민 사학적 주장의 반증이 10여 미터의 성벽이 4킬로미터에 달했던 풍납토성.

이 귀중한 증거를

바람에 모래가 날려 쌓인 것이라는 주장까지 하며 인정하지 않던 한국 사학계.

그래서 발굴을 하면서도 사적지 지정을 하지 않아,

아파트가 들어서 4분의 3 가량이 파괴된...(311)

 

숙청하지 못한 역사는, 비극에서 희극으로 다시 반복된다 했던가.

읽고 싶은 책은 많으나,

그나마 장정일의 의견들을 들으면서 겸허해지는 정도로 만족해야겠다.

 

다음 주, 선거다.

부산은 워낙 일색의 지역이라 내 한 표가 무슨 힘이 있으랴마는,

투표장에 나가야 할 노릇이다.

책읽는 일에도 힘을 내야 하는 좌절스런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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