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이 반갑긴 하지만 읽기는 꺼려지는 책이 있다. 최근에 나온 패멀라 폴의 인터뷰집 <작가의 책>(문학동네, 2016)이다. '뉴욕 타임스 작가 인터뷰'를 모은 책인데, 55인의 '은밀한 독서 편력'을 담고 있다. 거기까지는 괜찮지 않느냐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은밀한 편력을 따라가 보자니 자연스레 주문 버튼을 누르게 되는 책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당장 이 책의 원서를 구입했을 뿐더러, 작가 캐서린 부의 인터뷰 한 단락을 읽고는 조지 손더스의 <12월 10일>(알에이치코리아, 2015)까지 구입했다. 그렇다, 모두 지금 책상맡에 놓여 있는 책들이다.

 

 

뭐가 문제였던가. 2012년 전미도서상 수상 논픽션 <안나와디의 아이들>(반비, 2013)의 저자인 캐서린 부는 "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정말로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책은 무엇입니까?"란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조지 손더스의 <12월 10일>이요. '뉴욕 타임스 매거진'에서 "조지 손더스는 올해 당신이 읽을 최고의 책을 썼다"라는 최근의 불쾌한 표제를 봤기 때문에 똑같이 말히기는 싫지만요. 손더스의 이전 작품들은 사람들의 입소문과는 달리 제게 아주 약간은 놀라움이 덜했던 게 사실이지만, <12월 10일>은 익살스럽고 문체상으로도 영리학 전략을 취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년간 제가 읽어온 책들 가운데 불평등의 심리적 피해에 관한 최고의 글이 들어 있습니다. 게다가 앨리스 먼로처럼 손더스는 이야기를 어디서 끝내야 할지를 알고 있어요."

그러니 당장 구입하지 않을 도리가 없지 않은가. 아마도 캐서린 부로서는 '불평등'이란 주제가 자신의 관심사이기도 하기에 더 인상적으로 읽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작가의 네번째 단편집이라는 <12월 10일>은 여러 잡지에서 2013년 '올해의 책'으로 꼽은 바 있다. 그런 호평에 비하면 한국 독자들의 반응은 아주 인색한 편이다. 그건 캐서린 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

 

 

그렇더라도 <작가의 책> 덕분에 '미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작가'를 소개받아서 부듯하다. 다만, 서두에 적었듯이 이런 추천을 55명의 작가가 저마다 불쑥 내밀 텐데, 이를 어떻게 감당하느냐가 문제다. 그러니 아주 조심스레 아껴 가며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략 한 주에 인터뷰 한 꼭지만 읽는 식으로 해서 일년 독서 거리로 삼는 것도 한 가지 방법.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캐서린 부는 바로 다음 질문("가장 좋아하는 문학 장르는 무엇인가요? 죄책감을 느끼면서 즐기는 책이 있나요?")에 다시, 이번엔 여러 권의 책을 늘어놓는다. '저소득층 공동체에 관한 논픽션'이 좋아하는 장르라고 하면서, 벤 파운틴의 <빌리 린의 중간휴식 시간 동안 오래 걷기>, 주노 디아스의 <이렇게 그녀를 잃었다>, 셰릴 스트레이드의 <와일드>, 지트 테일의 첫소설 <나크로폴리스> 등을 '죄책감을 느끼면서 즐기게 되는 책'들로 주워섬기는 것이다.  

 

 

다행히 대부분 아직 번역되지 않았지만 예외적으로 <와일드>(나무의철학, 2012)는 번역돼 있다. 영화화까지 된 꽤 유명한 논픽션이다. 놓친 책을 재발견하는 즐거움과 당혹감을 동시에 맛본달까.

 

아무려나 결론은 이것이다. <작가의 책> 같은 책은 '독서 다이어트'의 최대 적이라고. 작가들의 은밀한 독서 편력 따위는 알고 싶지 않다고. 안 그래도 지금 당장 읽을 책, 읽어야 할 책이 얼마나 많은데, 55명이나 떼로 나서서 추천질을 하다니! 정말 꼴보기 싫은 책이다!..

 

16. 0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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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1-27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마지막 문단이 너무 재밌습니다!

그레이스 2021-01-28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책더미에 갇혀있는 저는 당분간 이 책을 멀리하고 싶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