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이면 이번주 리뷰도서들의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개인적으론 게임이론 관련서 두 권도 꼽아두고 싶다. 톰 지그프리트의 <호모 루두스>(자음과모음, 2010)과 브루스 부에노스 데 메스키타의 <프리딕셔니어 미래를 계산하다>(웅진지식하우스, 2010)가 그 두 권의 책이다.  

전자는 과학 저널리스트가 쓴 책으로 부제는 '존 내시의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인간본성의 비밀'이고, 후자는 국제정치학자가 쓴 것으로 '북핵 문제에서 지구 온난화까지, 게임이론이 보여주는 미래 설계도'가 부제다. 원론적인 책과 그 응용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래 전에 나온 책으로 윌리엄 파운드스톤의 <죄수의 딜레마>(양문, 2004)와 같이 손에 들고 싶어진다.   

<죄수의 딜레마>는 박스보관도서라 읽어보려면 도서관 신세를 져야 하지만, <호모 루두스>는 책상맡에 놓여 있다(<프리딕셔니어>는 구해봐야겠다). 책의 원제는 '아름다운 수학'을 뜻하는 <뷰티풀 매스(A Beautiful Math)>. 당장 떠올릴 수 있는 책 <뷰티풀 마인드>(승산, 2002)에서 따온 것이다. 영화화되기도 한 존 내시의 전기 말이다. 게임이론의 창시자는 폰 노이만이지만 그것을 '완성'한 공로가 내시에게 있다고 해야 할까. 내시의 기여가 어느 정도인지는 직접 책을 읽으면서 확인해봐야겠다.    

게임이론보다 더 화급한 주제를 다룬 책들도 이번주 관심도서다. '지구의 미래'를 화두로 내건 책 프란츠 알트의 <지구의 미래>(민음인, 2010)와 디냐르 고드레지의 <기후변화, 지구의 미래에 희망은 있는가?>(이후, 2010)가 또 두 권의 책이다. 프란츠 알트는 <생태적 경제기적>(양문, 2004), <생태주의자 예수>(나무심는사람, 2003) 등이 이미 소개된 바 있는 독일의 방송인이자 환경운동가.   

생태경제학자 우석훈 소장의 추천사는 이렇다. "프란츠 알트는 대중들에게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대안의 가능성을 알기 쉽게 풀어 준다. <불편한 진실>의 앨 고어, <침묵의 봄>의 레이첼 카슨, <자연과 지식의 약탈자들>의 반다나 시바와 함께, 우리 시대의 가장 대중적이며 보편적인 저자 중 한 명으로 꼽지 않을 수 없다."   

디냐르 고드레지의 책은 '아주 특별한 상식' 시리즈의 한 권인데, 2007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이다. 역자도 바뀌었는데, '해당 분야 전문가의 새로운 번역'이라는 것으로 보아 초판엔 오류가 많았던 모양이다. 여하튼 '지구의 미래'가 눈길을 끈 것은 두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멕시코만의 기름유출이 최악의 생태계 재앙을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한마디로 '기름에 오염된 지구의 미래'다. 오늘 아침 기사는 이렇다.  

 

지난 4월30일 석유시추시설 폭발로 시작된 원유 유출로 미국 멕시코만에 생태계 파괴라는 최악의 재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흘러나온 원유 탓에 해양생물이 죽어가거나 오염되는 가운데 기름에 찌든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이 마구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원유가 닿은 해역 인근에서는 우렁쉥이 사촌격인 피로솜(pyrosome)이 떼죽음을 당했다. 젤리 같은 피로솜은 길이 15~20㎝의 오이 모양으로 바다거북과 참치 등의 주된 먹이다. 게다가 물고기와 거북이, 바다새의 먹이는 어린 게의 껍데기 속에서 기름방울들이 발견되고 있다. 심지어 원유와 천연가스를 먹는 아주 작은 박테리아들도 급증하고 있다.

15일 AP통신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해양생태계가 파괴되고 수십억달러 규모의 멕시코만 어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껏 유출된 원유량은 6억 8900만ℓ, 천연가스 3억 4000만㎥로 추산됐다.

해양학자 존 케슬러와 루이지애나주 튤레인대 데이비드 밸런타인 교수는 최근 오염해역을 조사한 결과, 해저 900여m 아래의 천연가스 농도가 정상치의 10만배 이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농도가 높아지면 가스가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될 때 산소 농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해양생물이 살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또 멕시코만 오염 해역의 수면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수천마리의 피로솜은 마치 ‘대량 학살’과도 같다며 원유의 유독물질을 원인으로 추정했다.(서울신문)

규모로 보아 이미 이 기름유출 사건은 전 지구적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라고 뒤질세라 지구 종말을 앞당기는 데 거들고 있는 '4대강' 사업도 가관이다. 역시나 오늘 아침 기사의 일부다.    

4대강사업구간 퇴적토에 중금속이 검출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는 석면석재를 사용한 것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사업구간에서 석재로 사용됨에 따라 수도권시민들이 오염된 식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석재란 채석장에서 캐낸 큰 돌을 말하며 주로 방조제 공사나 조경공사에 쓰인다. 환경운동연합은 12일과 14일 두 차례의 기자회견을 통해 4대강사업 한강살리기 15공구(제천지구)사업장과 남한강본류 한강8공구(충주2지구)에서 잇따라 석면석재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발견된 트레몰라이트 석면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물질이다. 1급 발암물질이란 것은 사람에게 확실하게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분류된다.

특히 석면의 경우 노출 뒤 10년 정도가 지나서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로 부릴 만큼 전 세계적으로 유해성이 입증된 물질이다. 석면은 머리카락 굵기의 수백~수천분의 1정도로 미세해 공기 중으로 노출되면 사람의 코나 기관지에 걸리지 않고 바로 폐 깊숙이 침투한다. 때문에 석면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폐암이나 폐증, 늑막이나 흉막에 악성종양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석면이 식수를 오염시킬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냐는 것인데 환경단체들은 석면이 잘 부서져 물에 뜨는 특성상 충분히 오염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석면이 돌이기 때문에 물에 가라앉을 것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현장을 가보면 석면이 부서진 가루와 먼지들이 물에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현장 바로 아래쪽에 취수장이 있는 것을 보고 상수원 오염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고 전했다.(메디컬투데이)

한심하고 답답한 마음에 원고를 쓰다 말고 기사를 인용하며 몇 자 적었다... 

10. 0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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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엇이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가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7-24 09:15 
    이번주에 눈길을 끄는 책들도 게임이론 관련서 두 권을 꼽았는데, 두 권이 더 있다(이 주제에 관심을 가진 독자에게는 기억할 만한 주이다). '인간행동 예측이론 책'으로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기사가 있어서 스크랩해놓는다.     경향신문(10. 07. 24) 나는 네가 할 일을 손바닥 보듯 알고 있다  철학자 칼 포퍼는 1959년에 쓴 에세이에서 “인류의 가장 오래된 꿈이 바로 예측의 꿈이다. 우리는 일식
 
 
yamoo 2010-07-16 13:23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죄수의 딜레마>보다는 애비니쉬 딕쉬트의 <전략적 사고>가 훨씬 괜찮았던거 같습니다. 게임이론에 관계된 책 중에서 가장 쉽고 풍부한 사례를 담고 있는 있는 책이 아닌가 합니다..

로쟈 2010-07-16 13:27   좋아요 0 | URL
저는 진화생물학적 응용에 관심이 있어서 <협력의 진화> 같은 책을 꼽고 싶긴 하네요. <전략적 사고>는 많이 보던 책인데, 어느새 절판됐나 봅니다...

lefebvre 2010-07-17 02:28   좋아요 0 | URL
게임이론에 흥미가 있으신줄은 몰랐습니다. ^^ 저희 신간 <두뇌를 팝니다>의 저자에 따르면 게임이론은 구소련 지도부들의 행동패턴을 분석하기 위해서 (발명이 아니라) 계발되었다고 하더군요. 노이만도 한 몫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러고 보니 내시를 "미치게 만든 곳"도 게임이론의 산실 랜드연구소네요. 게임이론가치고 랜드연구소를 거쳐가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 말입니다. 내시 전기에 랜드연구소 얘기가 나오나 모르겠네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

로쟈 2010-07-17 08:48   좋아요 0 | URL
<호모 루두스>에도 랜드연구소가 언급됩니다.^^ '랜드사'라고 번역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