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때문에 루소의 <에밀>을 갑작스레 들춰보게 됐다. 정작 완역본을 갖고 있지 않아서(너무 많은 완역본이 나와 있다!) 부랴부랴 한 권을 주문해놓기도 했다. <에밀>의 평판이야 덧붙일 필요는 없을 테고, '서울대 권장도서 해제'를 대신에 옮겨놓는다.  

서양의 교육고전으로서 꼭 읽어야 할 책이 있다면 그것은 플라톤의 대화편 "국가론"과 루소의 교육론적 소설 "에밀" 두 권이다. 두 책은 모두 인간과 그 사회(즉 "국가")는 교육에 기원을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이 없다면 인간도 그 사회도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플라톤의 책에서 교육은 적극적으로 묘사된다. 그는 고대 그리스의 사상을 최종적으로 종합하여 마음의 본성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그것을 실현하는 데에 "지식"이 어떤 공헌을 하는지를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정도의 완벽한 논리와 문체로 제시했던 사람이다. 이 점에서 "국가론"만큼 교육의 중요성을 잘 드러내고, 그것이 현실 국가 속에서 어떤 제도를 통해 실현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은 없다. 

그러나 루소의 "에밀"에서 교육은 그 반대로 묘사된다.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이 교육을 가장 잘 하는 것", 교육이란 그런 것이다. 루소가 보기에 교육을 통해서 인간은 그 진실된 자아(이를 루소는 "자기사랑"으로서의 자아라고 부른다)를 점차 상실하고 타락된 모습, 가면을 쓴 위선을 인간의 참모습이라고 믿게 된다. 그것이 바로 "부르주아 인간상"으로 가득 찬 사회를 만들고, 이 사회 속에서 인간은 서로가 서로를 노예로 부리며 살아간다. 

인간의 이러한 타락을 구원으로 돌리려면 교육이나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되는 일체의 속박을 거부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첫 구절은 자연의 찬미로 시작된다. "조물주의 손이 닿은 것이면 무엇이든 선하다. 그러나 인간의 손이 닿으면 무엇이든 타락한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 루소는 자연 속에서의 교육, "자연을 따르는 교육"을 역설하지만 이것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곧 루소가 말하는 교육은 문자 그대로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일"이라는 오해가 그것이다. 인간은 이미 오래전에 문명이라는 다리를 건넜고, 이 다리는 한 번 건넌 이상 되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루소 자신도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문명 파괴를 외치면서 우리의 아이들을 원시자연 속으로 돌려보낼 수도 없고(그런 "원시자연"은 이미 없다), 위선으로 가득 찬 사회문명 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비열한 "부르주아의 삶"을 계속하도록, 그것을 "더 잘 살도록" 내버려둘 수도 없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이 에밀을 읽는 독자가 관심을 집중해야 할 부분이다. 이 책에서 루소는 나름대로 그 해법을 제시하고 있고, 그 해법이 옳든 그르든, 그 속에 나타난 루소의 사상은 이후 서구 시민사회의 형성과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책은 내용과 문체 모두가 커다란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철학자 칸트는 이 책을 읽느라고 매일 시계처럼 정확한 시간에 산책 나가던 일을 잊어버렸다는 일화가 전해지며, 그의 저술을 통하여 루소의 작품이 자신의 사상에 미친 영향을 솔직히 기술했다. "내가 더 이상 루소의 문체의 아름다움에 현혹되지 않고 내 생각에 비추어 그를 이해하게 될 때까지 나는 여러 번 그의 책을 읽어야 했다." 칸트의 이 말은 "에밀"에 대한 최대의 찬사로 남게 될 것이다.(김안중 서울대 교수 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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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장 자크 루소 지음, 김중현 옮김 / 한길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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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완역판
장 자크 루소 지음, 민희식 옮김 / 육문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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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장자크 루소 지음, 정병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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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들 2010-05-08 12:42   좋아요 0 | URL
저도 7년 전에 필요에 의해 읽었는데, 특별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은...백지연의 끝장토론에서 전교조명단 공개찬반토론을 봤는데
지켜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무리 티비토론이라고 해도 인간의 밈은 과연 발전을 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만 들더군요.

로쟈 2010-05-09 09:20   좋아요 0 | URL
루소도 호오가 분명하게 갈리는 저자더군요...

kumun 2010-05-08 18:53   좋아요 0 | URL
흠... 어느 번역이 가장 좋을까요?

로쟈 2010-05-09 09:1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몇 대목을 직접 비교해보는 수밖에 없을 듯하고요. 구입한다면 책값도 변수입니다...

빵가게재습격 2010-05-09 12:54   좋아요 0 | URL
<에밀> 번역본이 정말 많네요. 검색해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주문' 하셨다는 <에밀>은 어떤 <에밀>인가요...?^^ (여담입니다만, 5월. 남편, 아빠, 자식으로는 혹독한 달입니다...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로쟈 2010-05-09 18:16   좋아요 0 | URL
한길사 책으로 일단 구입했습니다. 루소의 다른 책과 짝을 맞추려고요. 중복해서 나올 필요까진 없었을 거 같아요...

rolla 2010-05-09 15:18   좋아요 0 | URL
읽어보고 싶네요. 도서관에서 비교해보고 구매하면 될 듯해요^^ 물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지만요...

로쟈 2010-05-09 18:16   좋아요 0 | URL
다 갖다놓는 도서관이 있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