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끄는 역사서들이 여러 권 출간됐고 피터 싱어의 새 책도 나왔지만 개인적으로 이번주의 '발견'은 종교서 두 권이다. 이미 관련기사를 스크랩해놓은 <순교와 포르노그래피>(지식의날개, 2009)와 함께 필립 젠킨스의 <신의 미래>(도마의길, 2009)가 그것이다. 원제는 'The Next Christendom'(알라딘 책소개에는 'Nest'라고 오타가 났다). '신의 미래'라고 했지만 더 정확하게는 '기독교의 미래', '기독교세계의 미래'라고 해야겠다. '종교는 세계를 어떻게 바꾸는가?'란 부제도 적합해보이진 않는다. 인구변화가 기독교를 어떻게 바꾸어놓을까, 란 것이 주된 착안점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관심을 끄는 '종교학' 서적이다... 

 

세계일보(09. 08,. 08) 다시 낮은 곳으로… 神들의 대이동 

“믿음의 수준, 교인 출석률, 성직자의 수 등에서 유럽 기독교는 크게 쇠퇴하고 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종교사학자인 필립 젠킨스(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석좌교수)는 ‘신의 미래-종교는 세계를 어떻게 바꾸는가?’에서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줬다. 젠킨스는 지금까지 아무도 주목하지 못한, 기독교가 인구통계학상 유럽에서 남반구로 대이동하는 현상을 깨닫고 남아프리카·아시아·라틴아메리카 등 남반부에서 현저하게 확장된 기독교를 조명함과 동시에 9·11사태 이후 첨예화된 이슬람과 기독교 사이의 충돌과 미래를 예측했다. 

 

젠킨스는 조만간 다가올 2050년쯤에는 라틴계를 제외한 백인 기독교인이 세계 기독인구 30억명 가운데 5분의 1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50년의 기독교는 지난 1300년 동안 유럽을 주축으로 성장한 기독교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며 남반구 가난한 유색 인종의 신앙이 부유한 북반구 기존 그리스도인들의 가치관을 뒤엎는다는 것이다.

1950년 세계에서 기독교 국가를 꼽을 때 영국·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가 앞줄을 차지했다. 하지만 2050년이 되면 이 나라들은 그 이름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1900년, 유럽에는 세계 기독교 인구의 3분의 2가 살았지만 지금은 4분의 1 미만이고, 2050년까지 이 비율은 5분의 1 미만으로 급속히 떨어질 것이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관계에 대해서도 젠킨스는 그동안 기독교계 일부에서 이슬람 교세의 확장으로 내심 이슬람권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언급하며, 앞으로는 이슬람의 성장을 당연시하면서 그에 못지않게 기독교 역시 성장하여 교인들의 수가 역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말한다. 물론 유럽이 아닌 다른 대륙에서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기독교인의 수적 증가에만 그치지 않고 정치에도 반영되어 아랍의 이슬람 국가들과 유사한 기독교 신정국가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또한 민주주의를 탈피해 신정체제를 추구하는 남반구 국가들의 새로운 물결은 이슬람 세력과 새로운 양상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독교와 무슬림의 갈등은 사실상 예전에 존재했던 기독교 세계와 앞으로 다가올 기독교 세계의 공통점이 될 것이다. 기독교에 못지않게 무슬림 세계도 다가오는 시대에 무슬림 인구의 증가로 엄청난 변화를 겪을 것이다. 중동과 인도네시아 등 일부 지역에 고립됐던 무슬림 인구의 3분의 2가 세계 각지로 점차 이동한다. 무슬림과 기독교 세계는 각각 확장하여 서로 이웃할 것이며, 같은 나라 안에서 함께 성장하는 일도 적잖이 생길 것이다.

또한 최근 나이지리아·인도네시아·수단·필리핀의 예에서 보듯 인구의 성장은 과열된 종교 간의 경쟁, 개종자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 세속법을 통해서 종교적 도덕법을 강요하려는 경쟁적인 노력 등 부작용을 동반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기독교인이든 무슬림이든 종교적으로 신실하다는 것은 늘 광신도로 변해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남반구에서 교회와 국가의 연합은 그 역사가 길다. 식민지 정권 아래서 교회는 국가의 지원을 후하게 받았고 그 대가로 온건한 정치적 입장을 표방했다. 라틴아메리카의 가톨릭교회는 나라가 해방된 뒤에도 이전의 특혜를 계속 누렸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정치적 갈등이 터져 나오는 동안에도 가톨릭교회는 전통 지배 권력의 편에 섰고 그들의 압제를 묵인했다. 그러나 20세기 초 제3세계 교회들은 차츰 개혁 또는 혁명의 동인이 되었다.

개신교 신도들은 교회가 독일 나치에 맞서지 못한 과오를 깊이 반성하고 인종차별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면서 급진주의자가 되었다. 이 사상은 1960년대 후기부터 급진 좌파의 정치명분을 자주 옹호하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안에 뿌리를 단단히 내렸다. 1970년대 WCC는 아프리카 해방운동에 무기를 댔다. 해방신학이 라틴아메리카에 자리 잡고 1970년대 절정을 이루다가 1978년 보수주의자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이 되면서 중앙아메리카에서 기독교 좌파 운동이 마감된다.

1960년대 이후 아프리카에서는 기독교와 독립 투쟁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한다. 독립국가의 1세대 정치 지도자 대다수는 미션스쿨 출신의 기독교였고 이 선구자들은 교회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교인이었다. 탄자니아 수장 줄리어스 니에레레는 급진적 민족주의자였지만 가장 좋은 것, 곧 교회와 생활양식을 아프리카에 가져온 선교사를 칭송하며 기독교 사상과 언어를 풍부하게 차용해서 급진적 아프리카 사회주의 체계를 세웠고, 사도행전에 기록된 초기 기독교 공산주의에서 그 기원을 찾았다.

종교의 본질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젠킨스는 기독교의 정체성 회복이 이 세상 국가에 대한 충성심보다 우위를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유럽 중심의 기독교 역사 가운데 드러난 신화적 요소를 배제하고,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역사적 관계를 재조명하며, 겉으로는 평화로운 듯하나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는 힌두교의 본질까지 파헤친다. 또한 주요 주제 가운데 북미 교회가 골머리를 앓는 동성연애, 성도덕 문제, 이주민들의 처우나 기타 윤리적 문제에 대한 북반구와 남반구 교회 사이의 증대되는 분쟁도 교회가 나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조정진 기자)

09. 08. 08.  

  

P.S. 요컨대, 인구통계학적으로 볼 때 기독교 인구의 구성비가 변화함에 따라 기독교 세계의 중심이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옮겨갈 것이라는 게 젠킨스 교수의 전망이고 '신의 미래'다. 그런 점에서 연상하게 되는 책은 <새뮤얼 헌팅턴의 미국>(김영사, 2004)다. 역시나 인구구성비의 변화 때문에 '미국의 정체성'이 달라질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는 보수 정치학자의 책이다. 그렇듯 '인구'는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기독교란 무엇인가'도 다시 물어야 하는 것 아닐까?). 세계를 변화시키는 건 '의견'이나 '사상'이 아니라 '머릿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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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비의 알림
    from seoulrain's me2DAY 2009-08-09 15:00 
    남반구로 이동하는 기독교 (로쟈)
 
 
펠릭스 2009-08-09 08:08   좋아요 0 | URL
블러그 배경사진이 맘에 듭니다.

가끔 섬에서 출발하여 제가 사는 도시안까지 차를 타고 들어오면 무엇인가
다른 느낌을 갖게합니다. 그 무엇이 무엇일까를 생각했었습니다.
(공기,물이 맑은 섬에서부터 소음과 공해 등이 많은 도시까지)

그 무엇은 도시의 웅장함, 도시의 편리성, 도시의 사람이었습니다.
도시는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사람들이 움직입니다. 그들의 일부는
새벽 기도를 다닙니다.

기독교 신정국가, 세계교회협의회(WCC), 해방신학, 기독교 좌파 운동,
기독교 공산주의 등에서의 느낌은 종교와 정치가 함께 어울여 있다는
생각입니다. (초딩수준인가요?)

'식민지 근대의 페러독스는 초민족주의 및 전 지구적 공시성 강조' 가
예견된 미래는 사람의 이동이 곧 종교의 이동이 되지 않을까, 토착 종교와의
갈등이 예견되며, 갈등은 교육과 정치에서 뚜렸하게 표출,,,,

로쟈 2009-08-09 12:12   좋아요 0 | URL
기독교계에서 호평을 받은 책이라고 돼 있는데, 기사만으론 이유가 잘 감지되지 않습니다. '북반구 기독교'의 시대는 갔다, 정도인데요.^^;

카스피 2009-08-09 09:40   좋아요 0 | URL
기본적으로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유일신 사상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종교인데 내 신을 믿지않는 자는 모두 이단이자 적이라는 생각을 갖는 근본주의자들이 자꾸만 득세하게 되면서 서로 맞서는데 문제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종교가 평화대신 불신과 다툼을 초래하니 세상이 시끄럽지요.정말 신은 자기 신도들만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로쟈 2009-08-09 12:11   좋아요 0 | URL
'우리 신' '너네 신'하게 되면 이미 유일신교가 아니라 다신교인데요,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