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간의 원룸텔 생활을 정리하고 드디어 집에서 '숙박'하게 됐다. 거기에 이런저런 집안일들이 겹치다 보니 '휴가 아닌 휴가'처럼 돼 버렸다. '일상의 정지 상태'를 휴가라고 부른다면 말이다. 그 사이에 서재에서는 오늘로써 총방문자수가 50만을 넘어섰다. 요즘은 수백만의 방문자수를 자랑하는 블로그도 드물지 않으므로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지난 몇 년간 참 꾸준하게도 '서재질'을 했구나란 감회는 잠깐 갖게 된다. 그러지 않았다면 50만이란 '발걸음'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를 격려하며 질타한다. "오래도 버티는구나!" "앞가림이나 해라!" 

이번주에 나온 책들 가운데 우선 순위를 개인적으로 꼽자면 쿤데라의 에세이와 존 버거의 소설, 그리고 일본 문화에 관한 책과 미국 경제에 관한 책 순이다. 이 책들에 대한 리뷰들을 읽어봤지만, 오늘은 '50만'을 기념하는 뜻으로 다니엘 솔로브의 <인터넷 세상과 평판의 미래>(비즈니스맵, 2008)에 대한 리뷰기사를 옮겨놓는다. 원제는 'The Future of Reputation: Gossip, Rumor, and Privacy on the Internet'이니까 <평판의 미래>가 제목이고 '가십, 루머, 인터넷에서의 프라이버시'가 부제다. 국역본 부제는 '루머, 가십, 익명성, 그리고 디지털 주홍글씨'. 아무리 그래도 '인터넷 세상과 평판의 미래'는 책 제목으로는 그다지 '섹시'하지 않다(페이퍼 제목이라면 몰라도). 표지도 원저가 조금 더 나은 편이다. 책의 내용과 무관하게 '로쟈의 미래'에 대해서도 잠시 근심을 해본다... 

경향신문(08. 08. 09) 잔인한 역사가 인터넷과 공존하기

한 장의 사진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개똥녀’.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은 것은 나쁜 행동이지만 그가 저지른 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생각해 볼 문제다. “그런 여자는 사생활 운운할 가치가 없다”면서 개인의 신상과 과거를 공개하며 결국 다니던 대학까지 자퇴하게 만들며 ‘주홍글씨’를 새겼다.



저자인 미국 조지워싱턴대 법학 교수인 다니엘 솔로브는 “개똥녀를 ‘세계적 악녀’로 만드는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닌가”라는 의문을 던지며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와 평판의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연인과의 사생활을 블로그에 공개했다가 고소당한 여성, 상사의 험담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해고당한 직장인, 전과 전력이 구글 검색에서 드러나 면접에서 탈락한 구직자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인터넷 세상과 평판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솔로브 교수는 “인터넷이 지워지지 않을 개인의 과거 잘못을 기록,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 속 주홍글씨를 디지털판으로 재현한다”고 지적했다. 개똥녀 사건에서 보듯, 옳고 그름을 떠나 인터넷은 잔인한 역사가라는 말이다. 이미 1999년 인터넷법 전문가 로렌스 레식은 자신의 저서 ‘코드(Code):사이버 공간의 법이론’에서 “사이버 공간은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통제로 치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예언했다.



솔로브 교수는 ‘디지털 주홍글씨’의 낙인을 찍는 인터넷의 정보들 때문에 일어나는 평판 훼손을 막기 위해 프라이버시에 대한 법 인식이 확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이버 모욕죄’ 등 인터넷에 대한 통제수단을 도입하겠다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솔깃한 이야기다. 그러나 저자는 “인터넷 표현에 대한 직접적인 제한을 고려하는 권위주의적 접근법은 너무 억압적이고 표현의 자유를 억제한다”고 경고했다. 법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법은 최후의 수단으로 두고 비공식적 해결을 권장해야 한다는 말이다.(김주현 기자)

08. 08. 09.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반딧불이 2008-08-10 01:02   좋아요 0 | URL
50만 돌파를 축하드립니다. 책을 검색할 때마다 로쟈님의 그물망을 벗어나지 못함을 깨달은지 오래되어서 이제는 로쟈님 글을 먼저 찾아 읽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참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로쟈 2008-08-10 12:4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물망'은 저도 못 벗어나고 있습니다.^^;

마늘빵 2008-08-10 02:21   좋아요 0 | URL
축하드립니다. :) 100만을 향하여. ^^

로쟈 2008-08-10 12:50   좋아요 0 | URL
다음 올림픽때쯤?!^^

모래한알 2008-08-10 02:52   좋아요 0 | URL
컴퓨터를 켤 때마다 늘 로쟈님의 블로그에 접속해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이런 저런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로쟈 2008-08-10 12:51   좋아요 0 | URL
네, 낮은 점수밖에는 안되지만 저도 도우미 역할을 하는군요.^^;

노이에자이트 2008-08-10 21:21   좋아요 0 | URL
축!!! 50만 돌파!!! 우리 모두 순수하고 해맑은 세상을 만들어 보아요!!!

로쟈 2008-08-10 21:29   좋아요 0 | URL
ㅋㅋ 너무나 해맑은 댓글입니다.^^ 그러자면 나중에 지식분자들은 다 청소해야 할 텐데요...

노이에자이트 2008-08-10 21:53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세치 혀와 붓끝으로 죄를 많이 짓는 자들을 어이해야 한단 말입니까.

로쟈 2008-08-10 22:03   좋아요 0 | URL
스스로 결정지어야 한다고 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8-11 11:40   좋아요 0 | URL
사람은 남보고 너! 바뀌어야 해! 하기는 쉽지만 자신도 개혁대상이라는 말을 들으면 되게 불편해하고 짜증내는 존재라서 그게 되려나 모르겠네요.

로쟈 2008-08-11 20:08   좋아요 0 | URL
자결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