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는 아직 뜨지 않고 있는 신간 중에 린 마굴리스의 <공생자 행성>(사이언스북스, 2007)이 있다. 마굴리스는 '공생 진화론'을 주창한 과학자이며 국내에도 몇 권의 책이 소개돼 있다. 아들인 도리언 세이건과의 공저 <생명이란 무엇인가>(지호, 1999), <섹스란 무엇인가>(지호, 1999) 등이 대표적이다(그녀의 전 남편이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었다). 관련기사를 옮겨놓는다.

경향신문(08. 02. 02) 지구 생명 과거와 현재그 안에 공생이 있다

‘공생’ 하면 흔히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를 떠올린다. 하지만 공생은 지구의 모든 생명을 하나로 연결하고 있는 ‘고리’다. 공생이 없었다면 생명의 진화 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첫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린 마굴리스 암허스트대 교수는 이 같은 주장을 ‘공생 진화론’을 통해 전개한다. ‘공생 진화론’은 세포핵을 가진 진핵세포가 세포핵이나 미토콘드리아 또는 엽록체와 비슷한 고대세균들이 공생하면서 탄생했다는 이론이다. 장기적인 공생이 처음으로 세포핵을 지닌 복잡한 세포를 진화시켰고 거기에서 곰팡이, 식물, 동물 같은 생물들이 유래했다는 것이다.

그는 아울러 각각의 생물들이 새로운 종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도 공생이 핵심적이고 근본적인 기능을 수행했다고 주장한다. 책은 이 같은 공생 진화론의 탄생과 발전, 현대 과학계에 미친 영향과 발전 등을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함께 소개한다. 공생이라는 개념 안에 지구 생명의 과거와 현재라는 거대한 맥락이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공존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케 하는 책이다.

한겨레(05. 12. 31) 세포여, 살림을 하라 린 마굴리스

2005년 줄기세포는 위조 로또였다. 일희일비하던 잔치는 끝났고, 몰래카메라 앞에서의 소동은 마무리 중이다. 하지만 줄기세포가 아니어도 생명의 기본단위 세포는 그 자체로 놀라운 생명의 복음서다. 생명의 단위인 세포, 요술 지팡이처럼 생긴 바늘로 그걸 콕콕 치며 황금을 길어내겠다고 연기를 펼친 황 마술사의 일거수일투족에 더 이상 가슴 졸이지 말고, 슬픈 군중이여, 부디 더 기쁜 소식을 들어주시라!

이른바 ‘적자생존’의 법칙을 따른다며 생명의 진화를 얘기할 적에, 삼엽충과 공룡의 화석 등 죽은 동물 뼈다귀들을 늘어놓고 강자가 약자를 공격하고 정복하는 ‘먹이사슬’이며 ‘힘의 법칙’을 얘기할 적에, 메탄가스로 뒤덮인 돌덩어리 지구 곳곳에 푸른 이끼가 돋아나며 40억 년 동안 지구어머니가 어떻게 변모했는지를 설파한 과학자가 있었다.

1970년대 린 마굴리스는 지구별만큼 정교하고 신비한 시스템인 세포를 들여다보며, 이 둘은 장구한 세월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진화한 존재라는 사연을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지구어머니의 모든 자식은 늘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화한 ‘공동살림체’임을 밝히고, 놀라운 존재 ‘지구’의 애칭으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라는 이름을 헌정했다. 한편, 세포들은 수십억 년 생명 진화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니 가장 놀라운 사연인즉, 이들을 더 높은 차원의 생명활동으로 이끈 진화의 동인은 공격과 정복을 일삼는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이 아니고, 세포 내 기관들이 각자의 살림을 하다 더 큰 일, 진화의 도약을 위해 공동살림, 즉 공생을 시작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녀의 이야기에 정통 과학자들은 “가이아는 암컷 들개”라며 길들여지지 않는 그녀의 야생적 학문 태도를 조롱했고, 박사 논문으로 제출한 ‘세포 내 공생설’에 대해선 입을 다문 채 반대 의견조차 아까워했다. 그러나 20여 년 세월이 흐르며 ‘세포 내 공생’은 고도로 발달한 생명의 전략이며 자연의 질서임이 확인돼 대학 교과서에 자리잡았고, 이에 대해 마굴리스는 “남자들이 물리적 힘의 법칙으로 수백만 년의 진화를 이해하고 설명한 데 비해, 나는 수십억 년에 걸친 생화학적 조화와 절묘한 변화를 겪은 생명체의 공생에 주목했다”고 활짝 웃었다.

‘가이아설’과 ‘세포 내 공생설’ 등 파격적인 진실로 논란을 일으키고 대중들에게 과학의 생각거리를 던져주던 그녀는 <코스모스>와 <콘택트> 등의 과학 저술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천문학자인 첫 남편 칼 세이건과 함께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했을 때부터 과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토론하며 열심히 연구했다. 또 아이 넷을 낳아 기르며 연구활동을 이어가는 동안, 생명의 진화는 ‘로또’를 차지하는 조급한 꾀나 힘이 아니라 수십억 년을 거쳐 ‘공생의 길’을 가는 자연의 진리임을 가슴으로 이미 느끼고 깨달았다고 고백한다.(김재희/ <이프> 편집인)

08. 02.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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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란 2008-02-09 17:49   좋아요 0 | URL
역시 한가지 사실을 바라보고 느끼는 것이 그 사람의 심성과 인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바라봅니다. 물론 그 이야기에 평가하는 것도 모두 그 자신의 몫이지만요. 공생진화론의 논리는 그럴수 있다는 긍정도 같이 하게 됩니다

로쟈 2008-02-09 20:27   좋아요 0 | URL
저도 방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공동 살림체'라곤 하지만 자연계에는 공생관계도 있고 천적관계도 있는 것이니까요...

자꾸때리다 2008-02-09 18:42   좋아요 0 | URL
제가 알기론 마굴리스는 진화론자이면서도 신다윈주의 점진론적 진화론에 대해서는 "역사는 궁극적으로 신다윈주의를 앵글로-색슨 생물학이라는 널리 퍼진 종교적 신념에 속하는 20세기 소수종파로 평가할 것이다."라며 거부한 인물인 것으로 아는데요. "동물학적, 자본주의적, 경쟁적, 비용 편의적 해석을 오가면서 다윈을 잘못 이해했다. ...돌연변이의 점진적 축적을 고집하는 신다윈주의는 완전히 무력해졌다." 이런 진술도 했다는데...


하여튼 예쁘십니다. 어린 시절 사진은 더...ㅎㅎㅎ

로쟈 2008-02-09 20:25   좋아요 0 | URL
주류 진화론에는 거리를 두었다는 것이죠? 비주류로 치면 스티븐 제이 굴드도 마찬가지였고, 기독교 내에 다양한 분파들이 존재하듯이 진화론 또한 사정은 비슷한 거 같습니다...

이네파벨 2008-02-09 21:27   좋아요 0 | URL
앗 마침 요즘 파운드스톤이 쓴 "칼 세이건" 평전을 읽고 있었는데.........!!!

사실...솔직히...세이건의 사생활이 궁금해서 이 두껍고 비싼 책을 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예전에 세이건 책 번역하면서..세이건의 전기, 바로 이 책-파운드스톤의 글도 좋아하기에-을 번역출간하자고 출판사에 제안했다가 시큰둥한 반응을 얻었는데... 결국 다른 출판사에서 책을 냈더군요...)

이런 책(평전)은 지적 가치에 비해서 값이 너무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재미로만 놓고보면...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웬만한 소설보다 더 흡인력있네요.

린 마굴리스의 본명은 린 알렉산더였죠. 마굴리스는 두번째 남편인 결정학자 토마스 마굴리스의 성을 따른거라고 합니다. 그와도 80년대에 이혼했더군요...

세이건은 개성 강하고 매력적이지만 엄청 자기중심적이고, 아들을 떠받드는 에고 강한 어머니에게 spoiled되어 자란(세이건 어머니는 참 호감 안가는 분이더군요..쩝) 남편이었고 린은 자신의 일에 열정과 야심을 가진 독립적이고도....한성깔하는 여성으로 그려지더군요. 젊을때 둘은 결혼 전이나 후나 자주 박터지게 싸웠다고 해요...

인생주기로 볼 때....두 사람 모두 젊고 아름다울 때지만..또 그만큼 미성숙하고...성취한 것에 비해 야심이 더 큰...배고프고 갈길 바쁜 시기였기 때문이겠죠..

(전 이런 과학자나 사상가들의 사생활에 관심을 갖는 고약한 취미가 발달해서...책읽다가도 맘에 드는 저자가 있으면 구글 들어가서 이미지검색해서 관상도 보고..가족관계도 파헤치고...하이에나같은 파파라치본성...ㅡ,.ㅡ)

로쟈 2008-02-09 22:05   좋아요 0 | URL
뭐 '스타급' 과학자들이니까요.^^ 찾아보니 세이건은 세 번 결혼했더군요. 자신에게 맞는 반려자를 한 사람에게 찾는 이도 있지만 여러 사람에게서 얻는 경우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