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1937년 난징 대학살이 일어난 지 70주기가 되는 해이고 이 사건을 다룬 영화들이 제작될 거란 소식은 작년 11월에도 전한 바 있다(http://www.aladin.co.kr/blog/mylibrary/wmypaper.aspx?PCID=2040276&paperId=1007817). 오늘자 프레시안의 '할리우드 통신'은 그 영화들이 대거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기사에서는 우리에게 '아이리스 장'이라고 소개된 <역사는 힘있는 자가 쓰는가>(원제는 <난징의 강간>)의 저자가 '아이리스 창'으로 표기되고 있다('Iris Chang'이니까 영어로는 그렇게 읽히겠다). 만지면 덧나는 상처 같은 역사적 상흔이지만 우리와 무관하달 수도 없기에 관련기사를 옮겨놓는다. 국내에서도 개봉되는 것인지...  

프레시안(07. 03. 08) 아이리스 창의 <난징대학살> 영화화

"미국 하원이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사과하지 않겠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 야당 및 진보세력, 그리고 미국 정가 일각에서도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일본의 과거사 인식 문제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데는, 올해가 난징 대학살(1937~38) 70주기를 맞는 해란 점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타임지는 최근호(12일자)에서 난징 대학살 70주기를 맞아 미국, 일본, 홍콩, 중국 등에서 관련 극영화, 다큐멘터리들이 대거 제작, 개봉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본군에 의해 학살당한 난징 주민은 무려 26만명. 강간 피해여성만 2만명이 넘는다. 그러나 일본정부와 보수파는 난징대학살의 실상이 왜곡됐거나 과장됐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난징대학살 관련 영화들이 속속 선보이는 것을 계기로 세계각지에서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이 크게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고 타임은 전망했다.

난징대학살 관련 영화 중 가장 먼저 개봉되는 영화는 빌 구텐타그, 댄 스터언 감독의 <난징>. 지난 2003년 9.11테러 관련 다큐멘터리 <쌍둥이 빌딩>으로 아카데미 장편다큐부문상을 수상했던 두 감독의 극영화 데뷔작이다. 우디 해럴슨과 마리엘 헤밍웨이가 1930년대말 난징에 거주하다가 일본군에 의한 현지 중국인 학살을 목격하게 되는 미국인들로 등장한다. 두 감독은 사건 당시의 기록필름, 생존자 및 목격자들의 증언, 극중인물들처럼 난징에 살았던 외국인들의 서신 및 일기 등을 기초로 영화를 만들었다. 이 작품은 지난 1월 미국 선댄스영화제에 처음 선보여 호평받았으며, 이번달 말 홍콩 국제영화제에도 출품될 예정이다.
  
<난징>제작 뒤에는 아메리칸온라인(AOL) 부회장 테드 레온시스의 재정적, 정신적 뒷받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4년 카리브해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베스트셀러 <난징대학살(원제 : 난징의 강간)> 저자인 아리리스 창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우연히 신문기사를 통해 알게됐다"며 "그때까지 내가 그처럼 끔찍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었다"고 영화 <난징>제작에 뛰어들게 됐던 계기를 털어놓았다.


  
레온시스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난징대학살>은 지난 97년 미국에서 출간돼 무려 10주간이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목록에 올랐던 저서. 중국계 미국인인 저자는 난징에서 직접 발굴한 광범위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사건의 실상을 상세하게 재구성해냈다. 이 책은 난징대학살에 대해 알지못했던 미국 독자들 사이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아이리스 창은 당시 나이 29세로 유명 작가반열에 올랐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7년뒤인 2004년 아이리스 창은 갑작스럽게 자살로 생애를 마쳐 다시한번 독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는 아직도 베일에 싸여있다. 하지만 주변인물들은 창이 생존시 일본 보수우파로부터 많은 협박을 받아 극심한 고통을 겪었으며, 그것이 그의 죽음에 한 원인이 됐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미국사회에 난징학살의 진상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던 창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도 현재 제작 중에 있다. 캐나다 감독 빌 스파힉의 <잊지 못하는 여자 : 아이리스 창 스토리>가 바로 그것. 그런가하면 창의 책도 곧 영화화된다. 제작자인 제럴드 그린은 <난징대학살>의 영화화 판권을 3800만달러에 구입, 곧 촬영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은 <툼레이더>를 만들었던 사이몬 그린.

이 밖에 올리버 스톤 감독, 홍콩 감독 스탠리 통, 중국감독 류추안 등도 난징 관련 영화를 준비중이거나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타임에 따르면, 아이리스 창의 어머니 잉잉창은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난징의 비극을 알리려는게 아이리스의 소원이었다"며 딸의 책을 기초로 한 작품 등 관련 영화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대해 감격을 나타냈다.
  
그런가하면 일본에서도 난징 영화가 만들어진다. 지난 1월 미시마 사토루 감독은 기자회견을 열고 빌 구텐타그 감독의 <난징>을 "중국의 조작된 자료만을 토대로 한 작품"으로 맹비난하며, 자신의 영화<난징의 진실>이 "사실있는 그대로"를 관객들에게 알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우파인 미시마 감독은 " 30년대 말 난징에서 일본군에 의한 조직적 학살, 강간이 자행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한편, 구텐타그 감독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수많은 법의학적 증거,수많은 사진증거, 수많은 필름 증거, 그리고 수많은 목격자들의 증언이 존재한다. 난징의 참상을 입증하는데 이 이상 더 어떤 증거가 필요한가"라며, 역사의 진실을 거부하는 일본을 날카롭게 비판했다.(신영 기자)

07. 03. 08.

P.S. 난징대학살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http://www.youtube.com/watch?v=YoW2WYdOsvg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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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존 라베와 난징대학살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09-04-17 22:01 
    난징대학살을 다룬 책이 오랜만에 출간됐다. 아이리스 장의 <난징대학살>(이끌리오, 1999), 혹은 <역사는 힘 있는 자가 쓰는가>(미다스북스, 2006) 이후니까 3년만이다. 아이리스 장의 책은 난징대학살 60주년이 되는 해에 출간됐고, 국역본은 70주년을 앞두고 나온 것이었으나 정작 70주년이 되는 해였던 지난 2007년은 너무도 '조용히' 지나갔다. 중국과 일본 모두 이 '불편한' 과거에 대해서는 침묵하기로 합의라도
 
 
해적오리 2007-03-08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징에 갔을 때 난징 대학살 피해자들을 기리는 기념관을 다녀왔어요. 어디를 가나 그런 곳을 방문할 땐 마음이 참 쓰라려요. 영화도 책도 참 관심이 가지만 정작 직접 볼 수 있을 지는 모르겠네요.

로쟈 2007-03-08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책이나 영화 모두 읽고 보는 게 괴롭고, 그렇다고 무심할 수도 없는 그런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yoonta 2007-03-08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군의 난징등에서의 학살이 농민들을 중국공산당에 가입하게 만든 주요한 원인이라는 분석이 있더군요. 만약 일본군의 학살이 없었다면 중국공산당은 국민당과의 투쟁에서 승리하기 힘들었다는 이야긴데 그럴듯한 가설이더군요.

로쟈 2007-03-09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럴 법하네요. 역사적 가정법이라는 게 대개는 호사담에 그치는 것이라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보이지만요...

외로운 발바닥 2007-03-09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의 국력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것을 보면 난징대학살도 어느정도 많이 알려질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로쟈님 말씀처럼 실상을 알기도 괴롭고 무심할 수도 없는 문제같습니다. 살짝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