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권 최고의 작가들이 뽑은 최고의 문학작품 리스트를 다룬 책이 영국에서는 다음주에 출간된다고 한다. 작가들에 대한 이 설문조사에서 최고 중의 '최고 작품'으로 선정된 건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이다(그래서 이 페이퍼는 '러시아 이야기'로 분류해놓는다). 사실 영어권 작가들의 톨스토이에 대한 선호와 경탄은 20세기 내내 지속돼 온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놀라운 결과는 아니다. 이미 비평가 F. R. 리비스가 자신의 비평집 제목을 <안나 카레니나와 기타 에세이들>(1967)이라고 붙였을 때도 징후적으로 드러난 게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강의시간에 자주 다루는 작품들이 상위권에 랭크돼 있어서 반갑다. <롤리타>가 4위, 체홉의 단편집이 9위이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은 의외로 좀 처져서 17위이다. 흥미로운 건 독어권 작품이 탑10은 물론, 20권 안에 한 작품도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 20위까지를 보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영문학에 이어서 러시아문학 5, 프랑스문학 2,  스페인/남미문학 2, 그리스문학 1의 순이다. 영문학 작품 가운데는 동시대 작품이 단 한편도 포함돼 있지 않아서 특이한데, 작가들의 안목이 상당히 보수적이라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한국일보의 관련기사와 함께 '더 타임즈'의 원기사를 옮겨놓는다. 우리에게도 소개된 몇몇 작가들의 탑10 리스트도 붙여놓았다.  

한국일보(07. 02. 26) 영어권 작가들 “톨스토이 최고"

영어권 최고의 작가들이 뽑은 최고의 문학작품으로 러시아 대문호 레오(*레프)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안나 카레리나>가 선정됐다. 톨스토이는 역사소설 <전쟁과 평화>로 3위에도 이름을 올려 작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됐다.

출판사 W W 노튼이 노먼 메일러, 피터 캐리, 스티븐 킹, 톰 울프 등 미국, 영국, 호주의 유명 작가 125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최고의 문학작품 10권을 물은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3월1일 발매되는 신간 <톱 텐(The top 10)>을 인용해 23일 보도했다.

125명의 작가들이 뽑은 544권의 작품 중 2위는 구스타프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가 차지했으며, 4위에는 미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가 뽑혔다. 러시아 소설은 세계 3대 단편작가로 꼽히는 안톤 체홉의 <체홉 단편선>을 9위에 올리며 톱 10 중 4개를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영어권 소설 중에는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5위에 올라 작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영어소설의 영예를 차지했다. 여성 작가로는 <미들 마치>의 작가 조지 엘리엇이 10에 올라 톱10에 턱걸이했다.

설문에 응한 작가들은 근ㆍ현대 고전을 선호한 반면 동시대 작가들에겐 인색했다. 이안 머큐언의 <속죄>, 마틴 에이미스의 <런던 들판>, 살만 루시디의 <한밤 중의 아이들> 같은 현존하는 작가들의 걸작은 1표밖에 얻지 못했다. 설문에 참가한 미국 하버드대 강사 스벤 버커츠는 “작가들이 꼽은 최고작은 감각적 문장과 함께 사랑과 죽음의 드라마를 이끌고 가는 강렬한 등장인물들이 나온다는 게 공통점”이라고 분석했다.(박선영 기자) 

최고 작가들이 뽑은 최고 작품

1.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

2. 구스타프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3.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4.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롤리타>

5.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6. 셰익스피어 <햄릿>

7. 스콧 F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8. 마르셀 푸르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9. 안톤 체홉 <체홉 단편선>

 

10. 조지 엘리엇 <미들마치>

11. 세르반테스 <돈 키호테>

12. 허먼 멜빌 <백경>

13.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14.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즈>

15. 호머 <오디세이>

16. 제임스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

17.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18. 셰익스피어 <리어왕>

19. 제인 오스틴 <엠마>

20. 가브리엘 마르케스 <백년 동안의 고독>

자료 : 더 타임스(07. 02. 23) 

When serious writers relax, they’re always in the mood for a romance

Leo Tolstoy

Have you ever wondered what books your favourite author would choose as their favourites? Well, here is your chance to find out. Leading writers from Britain, America and Australia have been asked to list their top ten works of literature, and the results will be published in a book next month.

The top-rated work was Anna Karenina by Leo Tolstoy. His other great epic, War and Peace, came third. Two other Russians also made the top ten. Vladimir Nabokov’s infamous novel Lolita came fourth and the stories of Anton Chekov ninth.

Gustave Flaubert’s Madame Bovary came second. Shakespeare was the highest rated British author, coming sixth with Hamlet. 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 by Mark Twain was voted the greatest American novel. The only woman to make the top ten was George Eliot with Middlemarch.

The 125 authors selected 544 titles. Contemporary authors were conspicuous by their absence. Ian McEwan’s Atonement, now being made into a film starring Keira Knightley, had only one nomination, as did Martin Amis’s London Fields. Even Midnight’s Children by Salman Rushdie, which won the “Booker of Bookers”, gained only one nomination.

Peter Carey, the Australian author who won the Booker Prize twice — for Oscar and Lucinda and True History of the Kelly Gang — picked Madame Bovary as his favourite novel. Margaret Drabble, author of 17 novels, was the only author to name Shakespeare’s Antony and Cleopatra. Thomas Keneally, who won the Booker for Schindler’s Ark, his historical novel about the Holocaust, picked Brontë’s Wuthering Heights.

The horror writer Stephen King chose as his favourite book The Golden Argosy, an anthology of 55 short stories from authors including Hemingway and Fitzgerald, first published in 1947 and reissued in 1955, which he bought in a sale for $2.25. He tells the editors of The Top Ten: “At that time I only had $4 and spending over half of it on one book was a hard decision. I’ve never regretted it. [It] taught me more about good writing than all the classes I’ve ever taken.” Independent People, a chronicle of endurance and survival by the Icelandic Nobel laureate Haldór Laxness, appeared on 19 lists.

J. Peder Zane, editor of The Top Ten, said: “We live in a Golden Age. Never before have so many books been within such easy reach. But when anything is possible, choice becomes torture. What to pick? Where to start?” The premise of the book was simple, he said: “Who knows more about great books than great writers?”

Sven Birkerts, a lecturer at Harvard University and one of the book’s contributors, said: “One thing that stands out so clearly in the list of top choices is the outsized vividness of the characters. . . They are our representatives in the world of life imagined — Prince Andrei and Natasha, Pierre, Anna and Vronsky, Levin and Kitty, Tom and Huck, Emma, Gatsby and Daisy, Hamlet, Ophelia, Humbert Humbert and Lolita, Dorothea Brooke and Casaubon. Even to name them is to recall their compact human resonance. To read their lives is to be forced to reconsider our own.”

He said that he was surprised that classics such as Joyce’s Ulyssesdid not make the overall top ten. “There is no disputing tastes,” he said. “But there is also no disputing that collective preferences exist. The collective preference reflected in the list of greats is clearly for memorable character-driven dramas of love and death delineated in sensuous nuanced prose.” The Top Ten is published by W W Norton on March 1, price £9.99.

Norman Mailer

1 Anna Karenina Leo Tolstoy

2 War and Peace Leo Tolstoy

3 Crime and Punishment Fyodor Dostoevsky

4 The Brothers Karamazov Fyodor Dostoevsky

5 Pride and Prejudice Jane Austen

6 U.S.A. (trilogy) John Dos Passos

7 Moby-Dick Herman Melville

8 The Red and the Black Stendhal

9 Buddenbrooks Thomas Mann

10 Labyrinths Jorge Luis Borges

Stephen King

1 The Golden Argosy edited by Van H. Cartmell and Charles Grayson

2 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 Mark Twain

3 The Satanic Verses Salman Rushdie

4 McTeague Frank Norris

5 Lord of the Flies William Golding

6 Bleak House Charles Dickens

7 1984 George Orwell

8 The Raj Quartet Paul Scott

9 Light in August William Faulkner

10 Blood Meridian Cormac McCarthy

Margaret Drabble

1 Antony and Cleopatra William Shakespeare

2 Emma Jane Austen

3 Madame Bovary Gustave Flaubert

4 The Three Sisters Anton Chekhov

5 The Aeneid Virgil

6 The Divine Comedy Dante Alighieri

7 Germinal Émile Zola

8 The Golden Notebook Doris Lessing

9 To the Lighthouse Virginia Woolf

10 The Old Wives’ Tale Arnold Bennett

Thomas Keneally

1 Wuthering Heights Emily Brontë

2 Treasure Island Robert Louis Stevenson

3 The Scarlet Letter Nathaniel Hawthorne

4 Great Expectations Charles Dickens

5 War and Peace Leo Tolstoy

6 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 James Joyce

7 Mrs Dalloway Virginia Woolf

8 The Great Gatsby F. Scott Fitzgerald

9 Voss Patrick White

10 The Tin Drum Gönter Grass

The Top Twenty

1 Anna Karenina Leo Tolstoy

2 Madame Bovary Gustave Flaubert

3 War and Peace Leo Tolstoy

4 Lolita Vladimir Nabokov

5 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 Mark Twain

6 Hamlet William Shakespeare

7 The Great Gatsby F. Scott Fitzgerald

8 In Search of Lost Time Marcel Proust

9 Stories of Anton Chekhov Anton Pavlovich Chekhov

10 Middlemarch George Eliot

11 Don Quixote Miguel de Cervantes

12 Moby-Dick Herman Melville

13 Great Expectations Charles Dickens

14 Ulysses James Joyce

15 The Odyssey Homer

16 Dubliners James Joyce

17 Crime and Punishment Fyodor Dostoevsky

18 King Lear William Shakespeare

19 Emma Jane Austen

20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 Gabriel GarcÍa Márquez

07. 0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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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7-02-26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톨스토이와 스티븐 킹은 알겠는데. 체홉은 그럼에도 숙제군요.
톨스토이가 그랬다죠. "체홉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글쓰기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가브리엘 마르케스는 올 해 전작으로 나가볼까 '벼르고만' 있답니다. 당근, 백년의 고독이 대기중입니다. 붉은 왕세자빈 평은...표지는 거창한 시늉을 했지만.

해적오리 2007-02-26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년의 고독은 예전부터 봐야지만 하면서 못보고 있는 책이네요. 한 일년 책만 볼 수 있을 수 있을 까요?

기인 2007-02-26 0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작가들이 '백년동안의 고독'을 뽑은 것. '포즈'가 아닐런지. 이런것은 무기명 투표로 해야 하는데 ㅋㅋ 고전의 정치성! 조이스의 율리시스가 호메로스의 오디에우스보다 앞서네요. 유명한 영문학자들에게 물으면 다르게 나올 것 같습니다.

로쟈 2007-02-26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임/ 톨스토이가 체홉의 몇몇 단편들을 높이 평가한 건 사실이지만 드라마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었죠. '저게 뭔가?'
해적님/ 책읽기 가장 좋은 곳은 '빵'이라고들 합니다...
기인님/ 작가들의 '포즈'라니요? <고독>이 졸작이라는 말씀인가요, 아니면 작가들이 안 읽었을 거라는?(참고로 영역본은 아주 유명한 책입니다.) 그리고 작가들이 학자들보다는 아무래도 '실전적'이죠. 문학연구자들도 대개 동의하는 것이지만 도스토예프스키적인 소설이 더 재미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쓰기 어려운 소설은 톨스토이적인 소설이지요...

콜필드 2007-02-26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 나라별로 조금씩 틀린 거 같기도 합니다.
전에 각국을 대표하는 문학가들에게 의뢰했을 때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제일 인기가 좋았었어요.
유일하게 4편이 포함된 작가였으니까요.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순위야 그렇다치더라도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안 들어간다는 것은 좀 이해가 안 되네요.
그리고 문학연구자들 사이에서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톨스토이를 좀 낮춰 생각하는 정도가 아니라
혐오하는 사람도 많이 봤거든요.
문학의 '객관성'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부류라면 플로베르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톨스토이 작품 말미에 나오는 그 '결론'이라는 게
영 부담스러워서요. 부활 같은 예를 들 수 있겠죠.
톨스토이가 높게 평가되었던 건 지금보다는 예전 같고
현재는 그 작법이 다분히 근대적이고 세련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폄하되고 있는 듯 합니다.

물론 문학계에 몸담고 있는 분이니
제가 틀린 말을 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제가 본 작가나 지망생
혹은 평론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대개 도스토예프스키였어요.

콜필드 2007-02-26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예를 하나 들자면
몇년 전에 김원일 선생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얘기를 하시며 열변을 토하시더군요.
자기는 전쟁을 겪었는데도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그것보다
더한 충격이었다고 말씀하시던 기억이 납니다.

콜필드 2007-02-26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미국은 서사와 '이야기의 힘'이 중요시되고 있어서
관념적인 작품들이 배제된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디킨스가 포함된 것도 그런 맥락이 아닌가 싶구요.
핀천이야 그렇다치더라도
포크너가 없다는 것이 그런 특성을 말해주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로쟈 2007-02-26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말씀드린 톨스토이에 대한 선호는 영어권의 얘기입니다. 물론 소비에트 시절에도 톨스토이는 좀 다른 이유에서 높이 평가되긴 했지요(도스토예프스키가 퇴폐적인 작가로 폄하되었던 것과는 반대로). 우리의 경우에도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한 선호는 1950년대(전쟁) 이후라고 생각됩니다. 박경리, 김원일 선생 같은 연배의 작가들이 도스토예프스키에 공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지요(톨스토이는 상류 사교계를 배경으로 다루니까 '우리'의 실감과 거리가 멀지요). 첨언하자면, <부활>은 소설가 톨스토이와는 상대적으로 무관한 작품인데(작가 자신이 예술적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유독 한국에서 많이 읽히고 과대평가된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소설가 톨스토이의 작품은 <안나 카레니나>, <전쟁과 평화>, <하지 무라트> 정도입니다...

닉네임을뭐라하지 2007-02-26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잘 봤습니다, 퍼갈게용.
3월달엔 새판 출간 기념으로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으려 했는데,
톨스토이부터 읽어봐야겠군요 ㅎ

기인 2007-03-06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백년동안의 고독'이 아니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말하고자 한 건데, 해적님 때문에 '백년동안의 고독'이라고 쓰게되었네요! 이런 오타가;;;;

로쟈 2007-03-06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듯하네요. <잃어버린 시간>도 작가들이 좋아하는 소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