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부터 꼬박 하루 반나절을 감기에 시달렸다. 고열 때문에 독감이 아닌가 싶었지만 다행히 열감기였고 오늘 오전 병원에 들러 수액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아 기력을 회복하는 중이다. 세밑의 감상도 적을 여유가 없는 형편이지만 저녁을 먹고 나서 책장을 살펴보다가 김윤식 선생의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그린비)을 빼왔다. 어젠가 그제 꿈에서 뵙기도 해서(벤치에 앉아 무슨 말씀인가를 들었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생각난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책으로 만나는 수밖에.
아직 읽지 않은 선생의 책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게 새삼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내년에 한국문학 강의 비중을 조금 늘릴 예정이어서 더 자주 참고하게 될 것이다(한국시에 대한 강의준비차 읽고 있는 근대시사 관련서만
해도 대여섯 권이다). 하지만 이런 ‘라이벌 의식‘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어느 세대에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문학사 전반에 대한 독서와 애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가령 김현과 백낙청, 두 평론가의 라이벌 의식을 이해하려면 두 사람의 평론집은 물론 70년대 두 라이벌 문학지(백낙청의 <창작과 비평>과 김현의 <문학과 지성>)의 대결구도도 가늠하고 있어야 한다. 젊은 세대라면 국문과 대학원생은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 정도는 예전 같으면 지식인의 교양에 해당했지만 요즘은 문학 전공자라 하더라도 별로 기대하기 어렵다. 아즈마 히로키의 표현을 빌리자면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의 양상인지도. 헤겔의 인정투쟁, ‘위신을 위한 투쟁‘(김윤식)이 더이상 관심사가 아닐 때 인간의 삶은 한갓 동물의 삶과 구별되지 않는다. 그런 구별을 대수롭지 않게 다루는 문학 역시 ‘동물화하는 문학‘에 다름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