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에 노동자들은 노동중에 필요한 수분과 열량 섭취를 위해
맥주와 같은 알코올 음료를 마셨다.
(우리나라에서 농사일 중간에 막걸리를 마시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알코올 음료의 과다한 섭취가 근대적 공장제의 노동 강제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일이었다.

따라서 노동자들에게 차나 커피 같은 음료를 마시게 하였고,
여기에 설탕을 듬뿍 쳐서 노동에 필요한 열량을 공급케 한 것이다.

설탕은 신대륙 노예들에 의해 생산되고 구대륙의 공장 노동자를 노예화시키는
기묘한 역할을 한 셈이다."

- 주경철의 <역사의 기억, 역사의 상상> p211

벌써 3달 전, <역사의 기억, 역사의 상상>을 읽다 이 부분에서
무릎을 탁~쳤다. 물론... 밑줄도 쳤다!

신입사원 때부터 궁금했던,
<호기심 천국>에 물어볼까...도 생각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만났으니!

"왜 회사에는 꽁짜 커피믹스가 쌓여 있을까?"

대한민국 어느 회사를 가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꽁.짜" 커피믹스!
(옆에 있는 종이컵도 무제한 꽁짜!)

오늘 퇴근하기 전,
쓰레기통을 보니 커피믹스 껍데기가 잔뜩 쌓여 있었다.
하루에 3~4잔씩 습관적으로 마시는 사람들도 많으니 그럴 수 밖에!

나도 한 때, 커피믹스 중독이었다.
스타벅스의 더블, 아니 트리플 에스프레소 샷도 줄 수 없는 강력한 각성효과!
잠시나마 피로를 잊게하는 대적할 수 없는 달달함!
비몽사몽으로 출근하면 컴퓨터를 부팅하듯 습관적으로 커피믹스를 저었다. 빨간 스틱으로! (커피믹스+종이컵+빨간 스틱 트리오)

그러다 코카콜라 CF의 북극곰처럼 토실토실한,
아기곰 같은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곤....커피믹스를 끊.었.다. 굳건한 의지로!

요즘 남자들도 다이어트를 많이 한다.
하긴...정작 다이어트가 필요한 건 30~40대 남자 회사원들이다.

회사에서 체육대회를 할 때,
남자들이 축구를 하는 걸 보면 당황스럽다.
전력질주를 하는 것 같긴 한데...
공기의 저항 때문인지 몸은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않고
배 둘레 타이어가 출렁~출렁.... 물침대처럼.

다이어트를 하려면 무의식적으로 마시는,
회의할 때, 담배 필 때, 손님 왔을 때, 졸릴 때, 습관적으로 마시는
커피 믹스를 줄여야 한다.

아무리 운동을 빡세게 해도
커피 믹스의 프림과 설탕의 가공할 칼로리는....
지구를 반바퀴 돌지 않는 한 소화하기 어렵다.

회사원들의 다이어트 성공을 위한 Tip 1.
- 커피 믹스를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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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5-16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입니다. 저는 커피를 잘 안마십니다. :)

이매지 2007-05-16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새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아예 커피믹스를 가져가서 타먹다보니
계속 앉아 있어서 그런건지 커피믹스 때문인지 뱃살이 느는 거 같아요.
흑흑. 커피믹스따위 굳건한 의지로 끊어야할텐데 쉽지 않네요 ㅠ_ㅠ

다락방 2007-05-16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치만...그치만.....지리멸렬한 회사생활에 달달한 커피믹스마저 마시질 못한다면.... orz

클리오 2007-05-16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믹스라도 공짜로 제공하는 직장에 다니고 싶어요. ㅎㅎ

antitheme 2007-05-17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돈은 안내지만 부서경비로 충당되는 커피믹스 엄밀히 공짜는 아니죠..
하지만 커피믹스 없는 사무실은 앙꼬없는 찐빵.^^

프레이야 2007-05-17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믹스가 이마트 최고판매 품목이라죠. 공짜는 없다, 아찔하네요.
예리한 발견이에요...

사마천 2007-05-17 0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차도 마찬가지로 공짜입니다. 컨설팅 회사 등 연봉 높은 회사를 가보면 꼭 고급 커피 만들기 기계가 있습니다. 수백만원 하는 우유 따로 넣는 기계도 있고요. 공짜거든요. 하지만 노리는 바는 무엇일까요? 공짜는 결코 공짜가 아닙니다.

비로그인 2007-05-17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일하는 곳에서는 커피, 자판기에서밖에 마실 수 없습니다. 직원들에게 돈받고 팔아요. 이걸 좋아해야 할지.

BRINY 2007-05-17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커피 안마시지만...몸이 안좋아 활동량이 줄으니 몸이 둔해지고 살이 불어나는 거 같아요. 하여간 몸의 균형이 중요해요. 근데 저의 직장도 커피믹스 공짜 아닌데요.

kleinsusun 2007-05-17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네...마시지 마세요, 영원한 꽃미남으로 남아 주세요!^^

이매지님, 아....도서관에 커피믹스를 갖고 가시는군요?
전 남친이 생기면 도서관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게 소박한(?) 소망이었는데...
그게... 소박한 게 아닌가봐요. ㅋㅋ

다락방님, 지리멸렬한 회사 생활을 하면서 뚱뚱해 지기까지 하면 더 속상하잖아요.ㅋㅋ

클리오님, 아........교무실에는 꽁짜 커피 믹스가 안 쌓여있나요? 몰랐다는.....^^

kleinsusun 2007-05-17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ntitheme님, 네....막상 없으면 서운할 것 같아요.ㅋㅋ

혜경님, 커피믹스가 이마트 최고판매 품목이예요? 아.....전 "신라면"인지 알았는데...^^

사마천님, 네....녹차, 둥굴레차, 각종 티백들이 꽁짜죠.
그럼요, 세상에 꽁짜는 없어요!^^

Jude님, 네....꽁짜가 아닌 직장도 꽤 있군요. 몰랐어요. Jude님도 자판기 커피 마시나요?^^
Briny님, 교무실에는 꽁짜 커피믹스가 없다! 는거 오늘 처음 알았어요.ㅋㅋ
그럼요, 몸의 균형이 중요해요. 건강 관리 잘 하시구요, 잘 챙겨 드세요!^^

세실 2007-05-20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안녕하세요~~~
한겨레신문에 실린 님의 모습 참으로 멋졌습니다.
분위기 찾고 싶을때엔 사무실에서 원두 마시고(뒷정리 하기가 좀 귀찮아서 아주 가끔~) 주로 맥심 커피믹스 마시고 있는데 님 표현처럼 북극곰이 되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에궁...벌써 중독되었는데 큰일이네요....

kleinsusun 2007-05-20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한겨레 보셨군요. 부끄부끄^^
커피 믹스 열량이 정말 장난 아니예요. 프림에는 트렌스 지방도 있데요. ㅠㅠ
세실님도 한번 끊어 보세요.^^ 홧팅!
 

지난 한주는 정말....정신이 없었다.

출장 보고에 잔뜩 밀린 일들에,
쏟아지는 메일들과 끊임 없이 울려대는 전화...헉!

첫출근한 월요일,
회사를 그만 둔 후배의 전화를 받았다.
날을 잡았단다. 9월 1일.

축하한다는 인사에 후배는
약간은 뻘쭘해 하며, 약간은 미안(?)해 하며 말했다.
"과장님도....하셔야죠."

기왕 늦은거 천~천히 하겠다는
라디오 방송 엔딩멘트 같은 한결 같은 답변에
후배는 접대용 멘트로 화답했다.
"하긴.... 과장님은 지금 모습 그대로 넘 멋져요."

하루 지난 화요일.
정신 없이 헉헉대고 있는데 핸드폰이 진동했다.
평소 잘 연락하지 않는 고등학교 동창의 이름이 떴다.

"오랜만이야. 잘 지내지?
있잖아....나.....결혼해. 5월 16일!"

약간 놀랐다.
왜냐면....그 친구는 독신주의였기에!

축하한다고 인사를 하며,
결혼식 전에 한번 보자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디따 바쁜데,
정신 못차리게 바쁜데,
이상하게 마음이 휑~했다.

뭐라고 할까....
아프리카에 단체 여행을 가는데
나 혼자만 말라리아 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느낌?

아니면...
나 혼자 아무런 인프라가 없는 척박한 땅에 사는 느낌?

거 참.... 왜 이런 느낌이 들지?
유행하는 운동화나 청바지를 못가진 중딩처럼...
언제 숙제검사를 할까 마음을 졸이는 혼자 숙제 안한 애처럼...

이런 느낌을 친한 선배한테 얘기했다가 한소리 들었다.
" 너 그런 얘기 남들한테 하덜덜덜 말아라.
왜 그러냐? 스타일 구기게...
말하는 순간 잘난 여자에서 결혼 못한 여자 되는거야. 알았어?"

선배의 충고에 고개를 끄덕였으면서도
난 지금 뭘하고 있는거지?
어렸을 때부터 말은 지독하게 안 듣는다. 푸하하하.

모든 존재는 불안을 느낀다....고 누군가 말했다.
스쳐가듯 찾아온 불안을 잡아두지 않고 보내려면
먼저 그 존재를 인정해주는 게 예의.

비닐 부시럭 거리는 소리처럼
스타일 구겨지는 소리가 들리더라도
잠시 스치는 불안에 동요했음을 쿨하게(?) 인정.
그러니까....안녕!

- 스쳐가는 불안에 대응하는 방법으로서의 잡문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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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30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7-05-01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배의 말씀에 저도 고개를 숙이게 되는군요. 요즘 제게 결혼한다고 연락하는 사람들은 남자든 여자든, 저보다 어리답니다. 마땅히 축하해야 하는데도 기분이 꿀꿀한건 무슨 탓일까요. 이런 제가 못나보이기까지 해요.

우아하게 축하인사를 건네면 속이 쓰라리고
그렇다고 솔직해지면 추해지니.

어찌할 도리가 없군요. 훗.

2007-05-01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5-02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7-05-04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한겨레에 님의 기사가 나온거 봤습니다. 평소 분위기와는 또 다르게 나온 사진이 예쁘네요. 음 이렇게 유명해지시면 곧.... 그래도 전 그 에릭클랩든 공연을 같이 봤던 분의 소식이 궁금해요.
 

금요일 출근 길에는 항상 한겨레 테마 섹션 "책과 지성 18℃"를 읽는다.
월급쟁이들이 금요일을 기다리는 건 당근이지만
18℃가 있기에 금요일이 더더욱 기다려진다.
한겨레를 정기구독 하는 것도 바로 이 섹션 때문이다.

이틀 전 금요일에는 안치운 교수의 [세설] "길 잃은 아빠들"에 필이 확~꽂혔다.

※ [세설] 길 잃은 아빠들 전문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98070.html

전혀 "꼰대"스럽지 않은 안교수의 솔직하고 가감 없는 글은
집과 일터가 분리되지 않는 글쟁이들의 삶의 유형을 생각하게끔 했다.

"글을 쓰는 직업이라 집과 일터가 분리되지 않고 있었다.
내게 있어서 집은 삶이 이루어지는 안식의 공간이 아니라 일하는 장소였다.
함께 사는 식구들은 이것을 큰 불만으로 느끼고 있었다.
집에서 가장 큰 공간을 서재로 삼고, 그 곳에 들어앉아 일을 하노라면 가족들도 긴장하기 마련이었다."

월급쟁이들은 퇴근하면 끝이다.
아무리 골치 아픈 일이 있어도 퇴근을 하며 생각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거야!

그런데....글쟁이들은 빈둥거리는 것처럼 보여도 정작 제대로 쉬지를 못한다.
원고 마감의 압박감, 글이 써지지 않을 때의 스트레스,
몸은 쉬고 있어도 머리는 계속 쓰다만 글을 생각하고 있다.
집과 일터가 분리되지 않아 출근도 없지만 퇴근도 없다. Open 24hours!
주말에 대한 개념도 흐릿하다.
어찌 보면 항상 빈둥거리는 것 같고,
어찌 보면 1시간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헉헉 거리는 글쟁이들.

알면 사랑한다! 고 누가 말했지?
내 주위의 글쟁이들을 "naive"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매일 아침 6시 30분에 통근 버스를 타야 하고,
하루 종일 회사에서 시달려야 하고,
때로는 상사의 호통에 고개를 떨구어야 하고,
원하지 않는 일도 시키면 해야 하고,
지글지글 삼겹살을 구우면서도 일 얘기를 해야 하는 회사원들에 비하면
그들의 생활이 헐렁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주말에도 집에서 뭉개는,
낮잠 자느라 전화를 받지 않는 그들이 게으르다!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니까...철저하게 내 입장에서 생각한 거다.
그들에겐 출근 시간도 없지만 퇴근 시간도 없다.
퇴근 시간이 없는 그들은 하루 종~일 제대로 쉬지 못한다.
그들이야 말로 하루 종일 긴장하고,
하루 종일 생각하고,
시체놀이를 하면서도 마음은 분주할 텐데....

안치운 교수를 우연히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회사 근처 허름한 곱창집에서.

내가 들어갔을 때
그와 그의 일행은 노릇노릇 잘 구워진 곱창을 안주로 소주를 마시고 있었고,
우리 테이블의 곱창이 노릇노릇 잘 구워졌을 때
그들의 테이블에는 생고기가 잔뜩 든 김치찌개가 양철 냄비 안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한 번 만난 적이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그의 글을 읽으며 떠오른 사람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의 글을 읽으며 찔리는 게 있어서 그런지,
<길 잃은 아빠들>을 몇 번씩 곱씹으며 읽었다.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 준 글이다.

쌩뚱 맞은 마무리)

출근시간이 있는 월급쟁이들은
글쟁이들을 따라 하지 말고 늦기 전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시간과 돈을 바꾸는 샐러리맨들은
자기 싫을 때도 자야 하고
일어나기 싫을 때도 일어나야 한다. 벌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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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7-03-26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부도 마찬가지 아닐까? 퇴근 시간 없는건. 집이 일터이자 쉼터인건.

시비돌이 2007-03-26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는 일이라는게 예전에는 한나 아렌트가 얘기한 '가난한 자유인'의 느낌이 강했던 것 같은데요. 요즘 신세대 글쟁이들은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한다고 하더라구요. 김영하 같은 작가도 샐러리맨처럼 출퇴근 시간 정해서 일정하게 글을 쓰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하긴 조정래 같은 대작가도 작품을 할때는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꼭 그 분량을 채워넣었다더군요.
근데 이 글보니 웬지 서글퍼지네요. 저 같은 나이브한 유사 글쟁이도 사실 마음 편하게 쉬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죽어라고 일해본 적도 없는 것 같고...

비로그인 2007-03-26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힘든 생활과 할랑한 생활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생활을 택하느냐, 하는 문제이지요. 이쯤에서 전혀 시류가 다른 마크 렌튼(트레인스포팅)의 말이 생각납니다. I'll choose not to choose life.

릴케 현상 2007-03-26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경험한 어느 출판사는 출근시간은 있지만 퇴근시간은 없더군요. 어디서든 쪽잠이 들면 잠깐 퇴근한 걸로 쳐야 할까^^

moonnight 2007-03-26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러네요.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이 확연히 구분지어지는 것이 더 좋겠단 생각이 드네요. 하루왼종일 사람 상대 않고 책 읽고 글쓰면 좋겠다. 고 막연히 부러워했더니만. ;; 참, 저도 한겨레신문 금욜 섹션 소문듣고 정기구독하려다 집에서 저지당했어요. 그냥 금요일만 한 부씩 사서 보라고 하는데 그게 또 괜히 쉽지가 않더라구요. 이번주는 꼭 사봐야지. 불끈;;;
 

얼마 전, 경향신문의 <천천히 사유하기>란 칼럼에서
이 그림을 보고 경악했다.

제목도... 적나라하다.
<삶에 지친 자들>

어쩌면 이리도... 대한민국의 지하철 풍경과 똑 같은지!
이 그림을 보고 보고....또 봤다.

이 칼럼의 저자 문광훈은 이렇게 썼다.

- 이 땅의 사람들은 대개 지쳐 보인다. 토요일 쉬는 이가 없지는 않건만, 허겁지겁 허둥대거나 어깨를 늘어뜨리며 걷거나 고개를 숙인 채 한 구석에서 졸고 있다. 깨어 있는 이는 무가지 신문을 읽고 있고(무가지 신문은 무가치하지요?). 못 먹어 핏기가 없거나 너무 먹어 비대하거나 아니면 그 눈빛은 사납다. 계산기인가 게임기인가, 어떤 이는 무엇인가 열심히 두드리고, 그 옆 사람의 휴대전화는 쉴 사이 없이 울린다. 이어지는 인공음 “전화 왔어요”. 일렬로 서서 내달리듯 일렬로 앉아 넋을 놓고 있다.

호들러(F. Hodler)의 한 그림처럼, 이들은 ‘삶에 지친 자들’이다. 왜 이렇게 다들 쫓기듯 살고, 왜 혼을 뺀 채 내달려야 하는가. 아이들은 왜 하루 종일 분주해야 하고, 학생들은 왜 자정 넘긴 시간에도 학원버스에서 내리는가.-

아..... 그림 못지 않게 리얼한 문장!
일렬로 서서 내달리듯 일렬로 앉아 넋을 놓고 있다.

그렇다!
출근시간의 붐벼 터지는 지하철에서
"상큼한 아침", "Good morning!"을 찾기는 어렵다.

고개를 떨군 채,
또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졸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하다.
(그나마 앉아서 조는 건 행운이다!)

피곤에 쩔어,
수면 부족으로 졸고 있는 사람들의 머리 위에는
"활력", "아로나민 골드", "레모나" 같은 광고가 달려 있다.

왜 이렇게......맨날 바쁘고 힘들까?
왜 시간관리 책들은 표지만 바꿔 나와도 베스트셀러가 될까?
왜 마시멜로를 아껴 먹으라고 난리일까?
왜 그 비싼 프랭클린 다이어리는 잘 팔릴까?
왜 프랭클린 다이어리에 해야 할 일들을 A+에서 C-까지 등급을 매겨가며 써야 할까?

무엇보다도....
왜? 도대체 왜?
그렇게 안하면 "루저"가 될 것 같은 강박관념이 들까?

"해야 할 일들" 보다는
"하고 싶은 일들"을 쓰는 게 보다 즐겁지 않을까?

그런데....
"하고 싶은 일" 목록을 쓰다 보면
어느 새 다이어리는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들"로 채워지고 있다.
나도 모르게!

"넌 뭘해야 즐겁니?"

토요일 저녁, 술 마시다 갑자기 받은 질문에
난 대답을 얼머무렸다.
"뭐.....술 마실 때도 좋고...."

질문을 한 K는 요즘 매사가 시들시들하다고 했다.
뭘 해도 재미가 없다고. 영화를 봐도 심드렁하다고.

지쳐있는 K,
호들러의 그림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K를
어떻게 하면 웃게 할 수 있을까?

삶에 지친 자를 웃게 하는 방법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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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3-20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중에 답이 있는 듯...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아닐까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눈과 잣대를 너무 의식하고 사는 것 같아요.

마늘빵 2007-03-20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마다 보는 모습들이군요...

kleinsusun 2007-03-20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네....근데....하고 싶은 일이 뭔지....그걸 모를 때는 어떻게하죠?
배는 고픈데 뭘 먹고 싶은지 모를 때처럼 말이예요.^^;;

아프님,네....그림이랑 지하철 풍경이랑 넘 비슷해서 놀랐어요. ㅠㅠ

드팀전 2007-03-20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면되요..그냥 아무일도 안하기..탱자 탱자..첨에는 불안하고 미칠 것 같다지만 조금 지나면 그 느린 흐름을 이해하기 시작한다고 하네요.다른 세상이 보이는거죠.^^
더 많은 노동시간과 더 많은 소비를 교환하도록 만드는 것이 현재의 소비자본주의라고 합디다.기업들은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고 돈을 더 줍니다.더 쓰라고....우리처럼 일상의영역에서,또는 가족들과의 공간에서 문화가 부재한 경우에는 더 효과적일 듯 보여요... 왜 시간관리를 안하면 루저같은 느낌이 들까?.. 이 주제를 조금 더 깊이 공부해보면 재미있을것 같지 않나요? ^^

이리스 2007-03-21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괜찮은 기업인가 봅니다. 우리 회사는 노동 시간은 극대화 하고 급여는 극소화 하는데. ㅋㅋ

잉크냄새 2007-03-21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하철 풍경일수도 있고, 사무실 풍경일수도 있네요.

2007-03-21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7-03-21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은 제게 가혹하기만 해요. 저도 무척 지쳐있답니다. 수선님, 제게도 힘을 주는 한마디를 건네주세요..

2007-03-21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21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7-03-21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질문이군요.... 취미생활을 한다,가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인듯...

2007-03-26 0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대학 1학년 때였다.

교양영어 시간에 만화영화 비디오를 자주 보여줬다.
(물론 영어로, 자막 없이!)

그날, 그러니까 내가 비디오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 날,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의 에피소드가 상당히 슬펐다.
(둘이 싸웠다가 화해를 하는...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아님 누가 아팠나? 가물가물...)

난 그 비디오를 보면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왜냐? 수업을 시작하기 직전, 복도에 붙어 있던 FA(failure in attendance) 명단에서
내 이름을 봤기 때문이다.

2학점 짜리 강의엔 4시간,
3학점 짜리 강의엔 6시간 이상 결석을 하면 FA를 받는다.
그러면? F를 받는 거랑 똑같다. 재수강을 해야 한다.

※ 내가 나온 대학 선배인 신해철이 학점을 못따 고생을 한 것도
바로 이 희한한 제도 때문이다.

FA를 받은 강의는 <동양문화사>였는데
종강이 얼마 남지 않았던 데다,
숙제로 리포트를 몇개나 냈었기 때문에 더더욱 억울했다.

멍하게 앉아서 비디오를 보다가
분하고 억울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 때, 내가 비디오를 보다 슬퍼서 운다고 생각한 C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야......넌 참 순수하구나."

그 때부터 C는 내게 부쩍 관심을 보였고,
난 C의 그다지 달갑지 않은 관심에
내 눈물의 "진정성"을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고민했다.
난 만화를 보고 운게 아니란 말이야!

연말에 <로맨틱 홀리데이>를 보다 눈물을 흘렸다.
감동해서? 땡
마음이 짜~안 해서? 땡
감정 이입이 되서? 땡

그럼 도대체 왜?
이제...그런 열정적인 연애를 못할까봐,
짱구를 굴리지 않고 연애에 올인하지 못할까봐....두려워서.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영화가 너무 늘어진다.
감독이 욕심을 낸 나머지 오히려 완성도가 떨어진다.
카메론 디아즈 많이 늙었다.
<러브 액츄얼리>가 정말 훌륭한 영화였구나...

산만하게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갑자기....두려웠다.
나 너무.....시니컬해진 거....아니야?

하루에 기름 종이를 몇개나 썼던 지성피부가
세수하자 마자 당기는 건성 피부로 바뀌는 것처럼,
나랑 아무 관련 없을 것 같았던 "시니컬함"이
나를 서서히 잠식하고 있다.
아....무서워라~

영화를 보고 나서 저녁을 먹을 때,
영화를 같이 본 남자(Eric Clapton 공연을 같이 본 바로 그 남자!)가 이렇게 말했다.

"교환은 생산이다."

<로맨틱 홀리데이>를 보고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또...
이 세상에 몇명이나 될까?

아....아무 생각 없이, 짱구 굴리지 않고, 비평하지 않고,
그저 로맨틱 코미디의 유치하고 전형적인 스토리 라인에 푹~빠져
영화를 보고 싶다. 옛날처럼!

아니면 차라리.....완죤히..."dry" 해지고 싶다. 어중간하지 않게.
뭐든...어중간하면 힘들다.

그래서... 결론은?
몇시간 후면 출근해야 하니 자자.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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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2-12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을 위해 잠 드셨을까요?
FA,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저는 아니고 제 남동생이 '독후감 숙제' 와 함께 자주 입에 올렸던 말인데 ^ ^
저 찰리부라운과 스누피, 왕팬이었어요 (그후, 가필드로 옮겨갔지만). 음반도 있었는데, 가벼움이 폴폴 묻어나는 jazz였지요.
맞아요. 저도 나름 지성피부였는데 나이 들면서 건성으로 야금야금 변해가더군요.
저로 하여금 수다스러워지게 만드는 페이퍼였어요 ^ ^

2007-02-12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nnerist 2007-02-12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FA를 내가 아는 모씨는 이게 뭐냐는 엄니 물음에 Fantastic A라고 A+위의 거라고 뻥을 쳐서 위기를 모면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는데요-_-ㅋ

바람돌이 2007-02-12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영화는 안봤으니 모르겠고.... 에릭클랩튼 공연을 같이 봤던 그분에게 저는 자꾸 관심이.... 저런 로맨틱 영화를 보고 비평적으로 볼 수 있는건 아직도 수선님이 젊어서라구요. 저는 이나이가 되니 다시 어려지는건지 저런 영화보면서 옛날 소녀시절처럼 또 그냥 푹 빠져들어보게 되던데요. 이젠 나랑은 정말 아주 완전히 상관이 없어져서 그런가? ^^

BRINY 2007-02-12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로만 듣던 FA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수선님께서....안 믿겨져요. 하긴 저도 출석일수 계산해서 늘 아슬아슬점까지는 결석하고 그랬어요. 집이 멀기도 했고^^;

2007-02-12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7-02-12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은 순수하신 게 맞아요. 영화와 현실을 대입해보며 안타까와할 수 있다니. ^^

kleinsusun 2007-02-12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bi님, 네...그 남자는 정말 요점 정리를 잘해요. 가끔씩은 분위기 쏴~하게.ㅋㅋ
제가..1학년때 워낙..공부를 안해서...학교 가기가 싫더라구요. 아..정말 옛날 얘기네요.ㅋㅋ

hnine님, 아...동생분이 저랑 동문이구요.^^
제가 다닐 때는 토요일 수업까지 있었어요. ㅋㅋ
전 정말...제 피부가 "건성"이 될지 상상도 못했답니다.
아...세월이여~ Time flies!!!

속삭이신 님, 님의 열정...언제나 지금처럼!^^

매너야, 그건 떠도는 무용담일 뿐이란다.
Fantastic A 밑에 숫자가 없는데...ㅋㅋ

바람돌이님, 아...요즘 다시 로맨틱 코미디에 몰입하시는군요. 그럼...저도 희망을!^^

kleinsusun 2007-02-12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FA뿐만 아니라....학사경고도 받았답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음하하하

속삭이신님, 아.....님의 한마디는 항상 제게 힘이되요. 감사합니다.^^

달밤님, 아....달밤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전 순수한거죠! 호홋

2007-02-12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07-02-12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첫사랑이랑 헤어진 뒤 그런 경험이 있는데^^ 학생회에서 이집트왕자라는 만화 상영해주길래 별 생각 없이 보고 있었는데, 모세가 홍해를 쫘악 가르는 장면에서 갑자기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면서 흠뻑 젖었죠 ㅋ 본 사람이 없어서 '너 순수하다'는 말은 못 들었네요=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