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가 끝났다.

원고는 세 꼭지 더 써서 65% 달성.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8월말 일본 출장도 있고, 휴가로 밀린 일들에 정신 없이 바쁠 텐데
8월말까지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려면 미친 척하고 써야 겠다.

천재가 아닌 이상 글은 새벽 3시에 찾아 오는 영감으로 쓰는 것도 아니고
재능이나 톡톡 튀는 감각으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엉덩이"로 쓰는 거다.
무식하게 책상 앞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어야 한다.
책상과 의자 사이에 몸을 집어 넣고 있으면 어떻게든 꾸역꾸역 쓸 수 있다.

며칠 전, 한 잡지사로부터 원고청탁을 받았다.
"내 인생의 책 한 권"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 달라고 했다.
한참 고민했다. 바쁘기도 하지만 도대체 딱 한 권의 책을 어떻게 골라야 할지...

[CEO 책에서 길을 찾다]는 책을 도서관에서 쭉 넘겨 본 적이 있는데,
이메이션코리아 라는 회사의 이장우 사장은 이명박의 <신화는 없다>를 추천했다.
그 책을 읽고 자기 보다 더 고생한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았다나?
(뭐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고생을 많이 한 심형래의 <디 워>도 비난하면 안되지! 쩝)

그의 책 추천에 시비를 걸고 싶지는 않다.
사람마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다른 거니까.
무슨 의도로 그런 책을 추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책 추천은 익명의 다수에게 영향을 미친다.
몇 명이 되었건(단 한 명이라도!) 타인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책을 추천하거나 소개하는 건 조심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영향까지는 아니더라도 책값을 날리게 할 수 있다.)

호감을 갖고 있는 잡지인데다 원고 분량이 5.5매 밖에 안 되기에
쓰겠다고 했는데, 어떤 책을 선택할지 여전히 고민 중이다.

수영복 한번 안 입어 보고 휴가가 끝났다.
뭐 수영을 하는 것도, 사람 많은 해수욕장에 가는 것도 좋아하지 않으니
이번 휴가에 후회는 없다. 생각 보다 원고를 많이 쓰지 못했을 뿐.

어제 친한 후배 N이 응원을 한다며 크리넥스를 한 박스 들고
오피스텔에 놀러 왔다.
지나 다니며 찍어 뒀던 아담한 이자까야에서
저녁을 먹으며 기린 이찌방을 마셨다.
(아...넘 맛있어. 기린 이찌방. 정말 이름대로 쵝~오!)

계산을 하려 했는데 응원하러 왔다며 술값도 후배가 냈다.
꽤 나왔는데... (고마워, 남생아!^^)

오피스텔은 독립 기념으로 받은 주변 사람들의 선물들로 가득하다.
스텐드, 체중계, 커피머신, 무선 주전자, 머그컵, 그릇, 공기청정기,
스팀다리미, 토스트기, 믹서기, 정수기, 테팔 후라이팬, 빨래 건조대...
금일봉을 주신 분도 세분이나 있으니 거의 내가 산 게 없다.
고맙고, 또 미안해서라도 좋은 글을 써야 겠다.

휴가가 끝날 때는 우울모드에 빠지기 쉽다.
그래도 다음주에 광복절이 있으니 희망을 가지자.
또 9월이 되면 추석 연휴가 있으니!

p.s) 자꾸 어제 마신 기린 이찌방이 생각난다.
하루 종일 틀어박혀 글을 쓰자는 의지와
친구를 불러내서 한잔 하고픈 욕망이 상충하고 있다.
과연.... 오늘 밤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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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8-11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잘 나가시는데요? :) 미리 사인받아놔야될거같은데...사진도 잘 찍어놓고.

BRINY 2007-08-11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그렇게 시간을 내서 좋은 글을 쓰시는지요!! 저는 다음주에 휴가 다녀온 후 부터 분발해서 논문을 붙들어 보겠습니다.

Mephistopheles 2007-08-11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참 그래요.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을 뿐더라 아주 가끔 책 좀 권해달라는
부탁을 들으면 난감하던데.. 니가 제일 좋게 읽은 책 좀 권해 봐..해도..대답은
언제나 없어..혹은 너무 많아로 일관하게 되더군요...이런 회색주의자 같으니라구.!

다락방 2007-08-12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어쩌셨어요? 욕망에 무릎 꿇으셨나요? :)

kleinsusun 2007-08-12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잘 나가긴요. 휴가 내내 방콕하고 있는데요.ㅋㅋ

BRINY님, 다음주 휴가시군요. 부러부러~ 전 내일부터 출근이예요. 흑흑
이번 휴가에는 어디로 떠나세요? 휴가 잘 다녀오시구요, 논문에 가속도를! 홧팅!^^

Mephistopheles님, 네...책 추천하기 참 어려워요. 그것도 딱 한권만!
무슨 책을 추천할지 고민중이예요. 책 쩜 추천해 주세요!^^

다락방님, 어떻게...아셨어요? 어제 욕망에 무릎을 꿇고 알딸딸한 상태로 들어와서 푸~욱 잤답니다. ㅠㅠ
 

"쓰레기 분리 수거"

2달 전 까지만 해도 나랑 별 상관 없는 말이었다.
지금은? 쓰레기를 버리는 게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오피스텔은 창문이 하나만 있다 보니 환기가 잘 안된다.
아파트처럼 다용도실이 따로 있지도 않고,
워낙 작다 보니 쓰레기를 자주 버리지 않으면 공기 전체가 나빠진다.

쓰레기 봉투 10리터 짜리 하나가 170원.
채 반도 못 채우고 버리면....물론 돈 아깝다!

하지만... 버리는 쓰레기가 많지도 않은데
꽉 찰때 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오피스텔의 다른 싱글들도 다들 비슷한지
반도 안 찼거나, 헐렁헐렁한 쓰레기 봉투가
쓰레기 수거함에 가득하다.

며칠 전,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놀라운 현장을 목격했다.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뚱뚱한 아줌마가
까만 비닐 봉다리를 몇개씩 주렁주렁 들고
쓰레기 수거함으로 다가왔다.

때는 캄캄한 밤이었다.

쓰레기 불법 투기를 하려나?
불법 투기를 하려면 그냥 골목에 몰래 버리지
왜 쓰레기 수거함에 까만 봉다리를 들고 나타났지?

난 의혹에 가득 찬 눈길로 그 아줌마를 쳐다 봤다.
나의 빈약한 추리력은 그 아줌마의 태연한 행동에
즉각 KO패를 당하고 말했다.

글쎄...그 아줌마는....
헐렁헐렁한, 널널한 쓰레기 봉투들에
까만 봉다리를 쑤셔 넣는 것이었다!

용의주도하게도 까만 봉다리들의 크기는
딱 10리터 쓰레기 봉투의 1/3 정도였다.

그 아줌마는 나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까만 봉다리들을 하나씩 (여유 있게!)
헐렁한 쓰레기 봉투들에 쑤셔 넣었다.

난 너무 놀라 잠시 입을 벌리고 쳐다 보다가
오피스텔 입구로 행했다.

그러다..아줌마가 작업을 다 마치셨는지 궁금해서
뒤를 돌아 봤을 때...
내가 버린 쓰레기 봉투에 까만 봉다리를 쑤셔 넣는
아줌마와 눈이 마주쳤다. 헉!

아끼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까지 해야할까?
뭐...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싱글들이 낭비하는 쓰레기 봉투를 활용해 주셔서 다행(?)이다.

5리터 짜리 쓰레기 봉투는 없나?
싱글들을 위한 5리터 짜리 봉투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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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07-19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대단한 아줌마. 전 괜찮아보이는데요. 무단투기도 아니고 어차피 빈 쓰레기 봉투를 활용하는 거니까요. 쓰레기 봉투 버리실때 냄새나는것 있을때는 다른 봉투 그니까 저 아줌마처럼 까만 비닐봉투같은거 작은걸로 꽉 채워서 완전히 밀봉되게 꽉 묶어보시죠. 뭐 그러면 왠만한건 냄새 안나고 꽤 버틸것 같은데요. 저희는 4식구가 버리는거다 보니 20리터도 금방 찬다는... ^^;;

2007-07-19 0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7-07-19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단투기보다야 낫네요. ㅋㅋ

BRINY 2007-07-20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뜰하신 분이시네요, 그 아줌마. 교실에서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쓰는데, 학교에서는 2주에 1장 쓰라고 성화지만, 여름철에는 애들이 빙과니 음료수를 많이 먹기도 하고해서 쓰레기량도 그렇지만, 쌓이면 냄새나잖아요. 저는 그냥 학급비로 쓰레기봉투 더 사서 1주일에 한번씩 쓰레기봉투 갈아버려요. 그런데, 매점에서 그걸 주워서 다시 채워 버리는 모양입니다. 알뜰하다고 하면 알뜰한 거죠, 그것도. 아마, 그 매점 아줌마는 '요즘 젊은 것들은 아까운 걸 몰라~'이러시면서 쓰레기봉투를 채워넣고 있으실걸요.

다락방 2007-07-19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무단투기보다는 낫네요. 하하.
쓰레기 분리수거, 제게는 아직도 별 상관 없는 말이긴 하지만, 언젠가 친숙한 단어가 되겠지요. :)

마늘빵 2007-07-19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줌마 짱. :) 저도 쓰레기분리수거 잘해요. 아직 혼자살지 않아서 집에선 안하지만 직장에선 제가 제일 잘해요. 근데 분리 해놓으면 누가 다 망쳐놔요 또 섞여서. -_-

세실 2007-07-21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은 쓰레기의 적~ 음식물 쓰레기도 매일 버려야지 하루 묵히면 에휴 냄새...
그나저나 아줌마 참 용감하시네요. 전 아직 진정한 아줌마가 아닌가 보아요~~ㅎㅎ
 

자신감 넘치는 사람,
자신이 매력적이란 걸 스스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 특유의 표정이 있다.

그들은 알고 있다.
어떤 표정을 지을 때 자신들이 가장 매력적인지!

그들은 알고 있다.
누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남들의 칭찬에 뻘쭘해 하지 않는다.
활짝 미소를 지으며 응답한다. 연예인처럼!

이 얘기를 J PD에게 했더니 크게 공감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떤 축구선수는 연습할 때, 카메라를 의식하지 못할 때 찍어도 멋들어진 포즈가 나오고,
어떤 축구선수는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해도 뭔가 주눅든 듯한, 불쌍해 보이는 표정만 잡힌다고.

자신이 매력적이란 걸 스스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꽂히는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스쳐 가는 시선도, 아무리 멀리 있는 시선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듯이
머리를 쓸어 넘긴다거나, 한 번 웃어 준다거나 한다.
가끔 오버하는 경우에는 윙크를 하기도 한다. 하하!

이런 현상은 귀엽게 생긴 어린 애들에게서도 볼 수 있다.
예쁘게 생긴 5~6살 여자애들에게서 특히!
페밀리 레스토랑에서나 지하철에서나
누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느끼면
더더욱 오버를 해서 이쁜 짓을 한다.

며칠 전, 이런 남자를 만났다.
표정과 말투에서 자신감이 넘쳐 났다.

명함을 교환하고, 잠시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그 남자는 잠시의 주저함이나 멈칫거림도 없이
내 눈을 내내 정면으로 쳐다 보며 말했다. 눈 한 번 깜박거리지 않고!

잠시 일 때문에 만난 건데, 단도직입적으로 내 신상을 물어 보기도 했다.
"전공이 뭐죠?"
난 뻘쭘해 하며 말했다.
"...독문학요."
"어디서 공부했죠?"
순간... 당황했다. 한국이라고 대답해야 하나, 학교 이름을 말해야 하나.
(이상하게...난 교포라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
난 취조를 받는 어리부리한 피고인처럼 학교이름까지 말해 버렸다.

자신이 매력적인지 스스로 아는 사람들은 매사에 당당하다.
그들은 절대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Straightforward!

자신감은 매력도를 상승시키고,
상승된 매력은 또 다시 자신감을 상승시킨다.
컴플렉스와 동일한 작용기제로 자라난다. 쑥쑥!
빈익빈 부익부, 세계의 양극화 현상은 재화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

오늘은 왜 이렇게 피곤할까?
이럴 때 한큐 잘못하면 우울해 진다. 경계주의보!

할 일은 많고,
머릿속은 촘촘한 계획 대신 뒤죽박죽.
자다가도 몇 번씩 깬다.
어제는 12시에 잤는데 자다 깨 시계를 보니 1시였다.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오늘은 푹~ 잘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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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6-20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께와 오늘 큰아이 데리고 피부과에 아이 진료 받으러 갔는데
간호사가 저를 내내 뚫어져라 보는 거에요. 가까이서 그렇게 눈 안 떼면
너무 황당하잖아요. 그 간호사 그 태도 뭔지 모르겠어요. 3일후에 또 가야
하는데 그때도 그러면 같이 쏘아봐줘야겠어요. 근데 전 그거 잘 못하거든요.
눈 마주치면 바로 눈 깔아버리는데요.ㅎㅎ 자신감 부족으로 판정되는거죠...
수선님, 독문학 하셨군요.^^

이게다예요 2007-06-21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예전에 버스를 탔는데 한 눈에 확 들어오는 좀 잘난 남자가 하나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얼결에 뒤돌아 봤는데 완전 노골적으로 확 윙크를 날리는 거예요. 맞아요. 그들은 절대 에두르지 않죠. ㅋ 전 그 자신감에 엄청 놀라서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았다는. 도착할 동안 뒤통수가 따가워 잠도 못잤다는... ㅋ

stella.K 2007-06-21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문학 전공하셨군요.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 매력적이긴 하죠. 혹시 선 보셨나요? ㅎㅎ

드팀전 2007-06-21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력에 대한 20대적 감성이네요..^^
전 자신감 넘치는 사람들에게 한편으로는 회의적입니다.제 자신을 볼 때 그럴때도 있구요.

비로그인 2007-06-21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여자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스스로가 알게 되는 순간, 그 아름다움은 무기가 되지요.

icaru 2007-06-21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구 선수가 아닌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
근데 악순환 같아요~ 자신감 없는 사람은 아무리 유리한 상황에서 득의만만하게 개가를 올릴 수 있음에도.. 쉽게 자신감이 들지 않거든요. 아 제가 그렇다는 >.<

kleinsusun 2007-06-21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혜경님이 그 간호사의 옛날 친구랑 넘 닮았던 게 아닐까요?^^
저도 가끔 사람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볼 때 있어요. ㅋㅋ

이게 다예요님, 맞아요! 그런 남자들 있어요. 윙크하는 남자들. ㅋㅋㅋ
나름 귀엽잖아요.ㅎㅎ 이게 다예요님한테 윙크하고 하루 종일 기분 좋았을 꺼예요.^^

stella님, 아뇨, 선을 본게 아니라 일 때문에 잠깐 만났는데 막 제 신상정보를...ㅋㅋ

드팀전님, 나이는 들어가는데... 매력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 20대적 감상을 못 벗어나고 있어요. 어쩌죠? ㅋㅋ

Jude님, 그렇죠! 글쿠 그 무기를 평~생 우려먹죠.ㅋㅋ

icaru님, 전 남들이 보기엔... 자신감 만땅으로 보인데요. 근데 실은...ㅋㅋ
우리 둘다 축구선수가 아니라 다행이예요.헤헤
 

지난주 금요일, 한겨레 문화센터 강유원 샘 강의.

사람들이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자주 묻는데,
글을 잘 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계획을 잘 세우는 거라고 했다.

책을 읽을 때도
목차를 보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서사가 있는 소설은 해당되지 않는다.
강유원 샘은 박경리의 <토지> 같은 스토리를 따라 가야 하는
장편소설은 읽을 수 없다고 했다.)

목차를 펴놓고
챕터별 중요성과 필요성에 따라

여기는 먼저 읽어야지,
여기는 건너 뛰어야지,
여기는 꼼꼼하게 읽어야지,
여기는 여러번 읽어야지,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중요한 부분은 5~6번 반복해서도 읽고
요약해야 한다고 하셨다.

계획은 잘게잘게, 세밀하게 세워야 한다....고 하셨다.

어떤 책을 읽겠다고 결정했으면,
읽는데 몇일, 정리하는데 몇일
이렇게 기한을 정하고 시간 단위로 쪼개서 세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글을 쓸 때도 세세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아......충격을 받았다.
나는 왜 이렇게 무대뽀, 무계획, 무대책일까?

독립하고 나서 전자렌지를 살까 말까 망설였다.(아직도 고민중!)
없으니까 불편하고, 막상 있으면 또 안쓸 것 같고.
그냥 하나 사서 쓰다가....결혼할 때 들고 갈까?
그런데... 언제 결혼을 하지?.... No idea!

후배 N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N이 진지하게 말했다.

"언니, 결혼도 계획을 세워야 돼.
상대가 있고 없고를 떠나
언제 까지는 결혼을 하겠다...이런 계획이 있어야
계획에 따라 생활할 수 있어."

후배 얘기를 듣고 나니 더 헛갈렸다.
"그래서 전자렌지는 사라는 거야? 마라는 거야? "

나도....계획이랑 쩜 친하게 지내봐야 겠다.
그래서....계획에 따라 일찍 자야 겠다.
내일 아침의 뽀사시한 피부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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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9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7-06-19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벌레로 보이는 강유원 님도 잘 못 읽는 소설 분야가 있군요. 저도 2권 넘어가는 소설은 잘...

클리오 2007-06-19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가 처음 독립할 때 어떤 물건을 살까말까, 허름한걸 사서 결혼전까지만 쓸까 좋은걸 사서 결혼할 때까지 쓸까 그런 고민 많이 했었답니다. 그런데 결론은 그냥 미래의 결혼따위 고민말고, 지금 현재 가장 잘 쓸 수 있는 좋은 물건을 사면 된다..더라구요. 그때 좋은 걸 사놓은 것은 예상결혼나이를 훨씬 넘은 나이에 결혼한 지금에 와서도 잘 쓰니까요. ㅎㅎ

moonnight 2007-06-19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계획이랑 영 안 친해서 누가 앞으로의 계획이 뭐냐거나. 올해 꼭 이룰 꿈이 뭐냐는 질문 받으면 화나요. -_-;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되지 않냐. 라고 말하는 건 역시 자기위안이겠죠. ;; 전자렌지는 하나 있으면 편하긴 하잖아요. 자주 쓰게 되진 않더라도. 쓰시다가 결혼하면 들고 가면 되죠 뭘. ^^

kleinsusun 2007-06-19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caru님, 오랜만!^^ 강유원 샘 소설은 거의 안 읽어요. 목차를 보고 계획을 세울 수 없는 소설도 싫고, 반전으로 깜짝 놀래키는 영화도 싫데요.ㅋㅋ

클리오님, 아....많은 지도편달을 부탁드려요.^^ 그럼...전자렌지는 그냥 좋은걸로 살까요? ㅋㅋ

달밤님, 음...전자렌지를 사야겠군요. 근데...TV도 없어요. 어떤 걸 먼저 사죠? ㅋㅋ

클리오 2007-06-20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자렌지에 한표.. ㅋㅋ 사실 바쁘신 수선님, 티비 볼 시간도 잘 없지 않나요? 비디오를 한번씩 보고 싶으실라나요? ^^

kleinsusun 2007-06-20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TV 볼 시간은 사실 거의 없는데...아침에 출근 준비할 때나, 빈집에 들어 왔을 때 넘 적막해서...ㅋㅋ
아직 없는 게 넘 많아요. 헤헤
 



<밀양>을 보면 생각이 넘 많아질 것 같아서
머릿 속이 복잡해 지는 게 살짝꿍 두려워서
영화를 볼까 말까 망설였었다.

결국... <밀양>에 대한 욕망은 두려움을 이겼고
현충일 오후에 <밀양>을 봤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술이 땡겼고,
극장에서 나와 허름한 술집으로 직행했다.
그리고는....마셔 버렸다.

( 그래도...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 또는 죄책감으로
안주는 손두부를 시켰다. )

<밀양>은 정말...파괴력이 큰 영화다.
영화일기를 쓰려고 했으나,
머리를 빙빙 도는 생각들과 이미지가 넘 많아 포기해 버렸다.

<씨네21>에서 평론가 허문영과 이창동의 두번째 대담을 읽었다.

이창동이 한 말을 읽을 때 마다 소름이 돋게 공감을 했고,
허문영이 한 말을 읽을 때 마다 짜증이 났다.

가끔 평론가들을 보면 참을 수 없이 짜증이 날 때가 있다.
영화를 재미 없게 보려고 환장한 것 같기도 하고,
머릿 속에 있는 이론을 어떻게든 다 써먹어 보려고 들이 미는 것 같기도 하고,
쌩뚱 맞은 이데올로기 얘기를 할 때는 무섭기도 하다.

허문영이 말했다.

이 영화는 가부장의 부재와 그 복원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로 읽힐 가능성이 있다.
밀양이 죽은 남편의 고향이라는 것도 그렇고.
종찬이 가부장의 자리를 원하지만, 그 역할 수행에는 실패한다.
신애가 찾는 하나님은 또 다른 가부장일 수도 있다.


가부장의 부재와 복원이라.... 헉!
허문영은 마초일까?
아니면 텍스트가 해석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얘기하는 걸까?
아니면 이창동의 "아니다"라는 대답을 이끌어 내기 위해
소크라테스처럼 산파술을 쓴걸까?

신애가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간 건
가부장의 부재를 복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화 속 대사
"난 여기가 좋아. 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여기가." 대로
남편의 배신, 주위 사람들의 동정,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고 ,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곳에서 자신을 "리모델링"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너무도 남편을 사랑해서 남편의 고향에 살러온 순애보적인 여자로,
(동생에게 조차 그렇게 보이기를 원한다!)
은행 이자 얼마 되지도 않는데 좋은 땅 사서 집이나 지으려는 돈 많은 여자로,
그 누구에게도 불쌍해 보이지 않는
사랑했던 기억과 놀고 있는 돈이 넘쳐나는 행복한 여자로.

그런 신애의 발버둥치는 모습에 안스러움을 느꼈고,
그런 신애의 자기방어에 어지러울 만큼 감정이입이 됐고,
그런 신애의 모습에 너무나 술이 땡겼고,
그래서......마셨다.

다이어트가 끝날 때까지는 코미디만 봐야 겠다.

p.s) 영화를 보면서.....종찬 같은 남친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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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7-06-11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종찬같은 남친이 있음 좋겠단 생각 했어요. 울 신랑은 결혼하고 나더니 확 돌변했습니다. 뭐 낚은 고기에는 미끼를 던지지 않는다나요. 쳇.
신애에게서 동질감도 느꼈습니다. 왜 약간의 허영심은 부리고 싶잖아요~~
제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했습니다. (노래방에서 신나게 놀다가 아이에게서 전화오자 '엄마 금방 갈께~' 하던 거짓말)
자칫 무거움 일색으로 흐를뻔 했던 영화가 송강호로 인해 한결 가벼워 졌지요~~

다락방 2007-06-12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구요, 앞으로 봐야할지도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어요. 조금 더 고민해야겠어요.

수선님의 말씀처럼, 왜 죄다 재미없게 보려고 환장한듯 한걸까요? 느끼는대로 얘기해줘도 좋을텐데. 그나저나 이왕 드시는거, 맛있는거 드시지 그러셨어요. 헷.

hnine 2007-06-12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문영 이라는 분의 말씀을 비롯해서, 저건 아닌데 하는 말을 듣거나 읽게 되는 경우가 있지요. 답답하긴 하지만, 누구나 알고 보면, 자신의 입장에서, 자기의 감정 이입의 지배를 받게 되어 있는 것 같아 그냥 이해해주기로 합니다.
저 지금, 일어나서 사과 먹고 있는데, 밀양에서 전 도연이 사과를 베어먹다가 눈물을 지금지금 흘리고 말던 장면이 생각나는군요...

마늘빵 2007-06-12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찬 같은 남친이라면 전 아니군요. 크크.

저도 밀양 보고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내가 뭘 느낀건지 아무 것도 모르겠더군요.

프레이야 2007-06-12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외연을 확대하려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물론 개인의 스키마와 보는 관점에
따라 작품은 여러 갈래로 해석되는 게 당연하겠지만 허문영 평론가라는 사람의
확대해석은 영화의 의도와는 너무 멀어져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전문평론가
들의 글을 안 읽지요.. 그나저나 수선님 다요트 계속 성공길로 가시기 바래요^^

2007-06-12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7-06-12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텍스트를 해석하는 눈은 여러가지 일 수 있다고 봐요....창작자가 그걸 의도하지 않았어도 여러가지 방식으로 읽힐 수 있다고봐요.물론 과도한 해석의 가능성도 있지만요.아무데나 가도 되는데 굳이 남편의 고향으로 간 상황이 그런 해석을 가능케하지 않았을까요....'난 여기가 좋아'면 더 이상 해석의 여지가 없는건가요? 그렇진 않겠지요^^...

kleinsusun 2007-06-12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정말 송강호랑 양장점 아줌마 및 그의 친구들이 없었으면 영화가 너무 무거울 뻔 했어요. ㅋㅋ 외국어 자막으로는 사투리가 주는 어감을 전달할 수 없으니 넘 안타까워요. 송강호의 느글느글한 대사들 정말 압권이었는데....^^

다락방님, 다이어트를 시작한 후 부쩍 짜증이 심해진 것 같아요. 이러면 안되는데...ㅠㅠ <밀양>은 후유증이 심하긴 하지만.....그래도......안보면 후회할 거 같아요.^^

hnine님, 아.......그 사과 깍는 장면!
뜬금 없는 소리지만... 과도 좋은 걸로 샀는데 한번도 안 썼어요.ㅋㅋ

아프님, 네...정말 후유증이 큰 영화예요. 님 같은 꽃미남은 종찬 캐릭터와 안어울려요.ㅋㅋ

혜경님, 네...넘 비약이 심한 해석이죠? 무엇보다...가부장의 부재와 복원이라는 건 가부장의 권위가 인정될 때 가능한 일인데...왠 뜬금 없이 가부장이 나오는지... 신애의 주체적 캐릭터를 부정하는 것 같아요.

속삭이신님, 항상 님은......쵝오!^^

드팀전님, 아무데나 가도 되는데 죽은 남편의 고향으로 간 건... 그만큼 사랑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그러니까 남편이 바람 피다 교통사고 나서 죽은 그런 사람이라는 걸 부정할 뿐만 아니라 남편의 고향으로 살러 갈 만큼 깊이 사랑했다는 걸 보여 주려는 발버둥 같은 거 같아요. 텍스트는 당연히 천길 만길로 해석할 수 있지만, 가부장은 정말.....아닌 것 같아요. (아님.....저한테 가부장 알레르기가 있나봐요.ㅋㅋ)

글샘 2007-06-13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부장적이라고 한 건, 오버같네요.^^
남편 고향과 아들은 '상처받은 영혼'에게 '갈 곳' '아는 사람 없는 곳' '피안'의 세상이었겠지요. 비록 그곳이 가봤자 거기서 거기인... 송강호 말대로 거기가 거기인 곳이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