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지 출판사에서 나온 러브크래프트 전집(7, 2015)은 훌륭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번역본이다. 그러나 구성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오탈자가 있는 책에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러브크래프트 전집 특별판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26에 오식(誤植)이 있다.

 

 

스미는 집필 과정의 초안이나 구상 등을 기록한 자신의 창작 노트인 검은 책에서 이 작품을 거대한 체현이란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구상했다.

 

 

이 문장의 주어는 스미. 그런데 스미가 뭘까? '스미골'은 아닐테고... ‘스미‘(클라크 애슈턴)스미스의 오식이다. 같은 책 482에도 인물명을 잘못 적은 오식이 있다.

 

 

이 작품(마법사의 귀환- cyrus )은 스미스의 소설 중에서 가장 유명하며, 로드 스털링의 나이트 갤러리라는 TV시리즈물로 만들어졌다.

 

 

영미권 성씨 이름 중 하나인 스털링의 철자는 ‘Sterling’이다. 그런데 <나이트 갤러리>(Night Gallery)라는 TV드라마 시리즈에 관련된 사람은 로드 스털링이 아니라 로드 설링(Rod Serling)’이다.

 

 

 

 

        

 

 

로드 설링의 본명은 로드먼 에드워드 설링(Rodman Edward Serling)이다. ‘로드(Rod)’는 그를 언급할 때 자주 사용되는 애칭이다. 로드 설링은 CBS에서 방영된 TV시리즈 <환상 특급>(The Twilight Zone) 제작자 겸 작가이다. <환상 특급>1959년부터 1964년까지 방영되었으며 시즌 5까지 제작되었다. 미스터리, SF, 환상, 공포 등의 소재로 만든 이야기들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드라마는 항상 로드 설링의 해설로 시작되는데 그가 이야기를 소개하는 장면은 패러디 소재로 사용된다. 설링은 제작, 해설뿐만 아니라 드라마 대본을 직접 쓰기도 했다. 리처드 매드슨(Richard Matheson), 찰스 보먼트(Charles Beaumont), 존 콜리어(John Collier) 등의 미스터리 및 환상소설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각색하는 작업에도 참여했다.

 

 

 

       

 

     

 

 

 

<나이트 갤러리><환상 특급>과 유사한 TV시리즈로 NBC에서 방영되었다. 1969파일럿(Pilot) 방송을 시작으로 1973년 시즌 3까지 제작되었다. 여기서도 설링은 13(제작, 해설, 드라마 대본 집필)을 맡는다. <나이트 갤러리>의 묘미는 이야기 시작 전에 나오는 기괴한 그림들이다. 구글에 ‘Rod Serling Night Gallery’를 검색하면 드라마 방영 당시 나온 그림들을 볼 수 있다. 미스터리, 환상을 소재로 한 드라마의 특성상 <나이트 갤러리>에 나오는 그림들은 음침하고 그로테스크하다. 설링은 음산하고 어두운 스튜디오를 혼자 걸으면서 그림과 관련된 무서운 이야기, 즉 드라마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환상 특급>를 빠짐없이 챙겨볼 정도로 열광했던 유명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할리우드에 진출하기 전에 TV드라마 연출을 맡았다. 그 작품이 바로 <나이트 갤러리> 파일럿 편의 두 번째 에피소드 Eyes(1969118일 방영).

 

<환상 특급>의 또 다른 광팬은 스티븐 킹(Stephen King)이다. 그의 단편소설 할머니(Gramma)1985년에 새롭게 방영된 <환상 특급> 시즌 1 에피소드로 재탄생한다.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사람은 할란 엘리슨(Harlan Ellison). 공포문학의 두 거장이 만난 드라마판 할머니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최고의 걸작 에피소드이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로드 설링이 제작한 <환상 특급> 오리지널 시리즈, 80년대 리메이크판, 2002년에 만들어진 두 번째 리메이크판 그리고 <나이트 갤러리> 에피소드 일부를 볼 수 있다. 자막이 없고 완전한 분량이 아니라서 아쉽지만, 이 오래된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게 어디냐. 드라마를 보기 어려워도 <환상 특급>, <나이트 갤러리> 에피소드로 만들어진 원작 단편소설들은 볼 수 있다.

 

    

 

 

* It’s a Good Life (<환상 특급 시즌 3> Episode 8, 1961113일 방영)

즐거운 인생

 

 

 

 

 

 

 

 

 

 

 

 

SF 명예의 전당 2 : 화성의 오디세이

제롬 빅스비(Jerome Bixby) / 오멜라스 (웅진, 2010)

 

 

 

* Mute (<환상 특급 시즌 4> Episode 5, 1963131일 방영)

벙어리 소년

 

 

 

 

 

 

 

 

 

 

 

 

더 박스

리처드 매드슨 / 노블마인 (2010)

 

    

 

* Nightmare at 20,000 Feet

(<환상 특급 시즌 5> Episode 5, 19631011일 방영)

2만 피트의 상공

 

 

 

 

 

 

 

 

 

 

 

 

줄어드는 남자

리처드 매드슨 / 황금가지 (2007)

    

 

 

* Number 12 Looks Just Like You (드라마 에피소드명)

(<환상 특급 시즌 5> Episode 17, 1964124일 방영)

아름다운 사람들 (The Beautiful People, 원작명)

 

 

 

 

아름다운 사람들

TR클럽 / 위즈덤커넥트 (2017, e-Book)

 

20171021일 수정 작성

 

 

 

 

* An Occurrence at Owl Creek Bridge

(<환상 특급 시즌 5> Episode 22, 1964228일 방영)

아울크리트 다리에서 생긴 일

 

 

 

 

 

 

 

 

 

 

 

 

내가 샤일로에서 본 것

앰브로즈 비어스 / 아모르문디 (2013)

 

 

 

* A Message from Charity

(<환상 특급 리메이크판 시즌 1> Episode 6, 1985111일 방영)

채리티가 남긴 말

 

 

 

 

 

 

 

 

 

 

 

 

 

시간여행 SF 걸작선

윌리엄 M. (William M. Lee) / 고려원 (1995)

 

 

 

* Paladin of the Lost Hour

(<환상 특급 리메이크판 시즌 1> Episode 7, 1985118일 방영)

잃어버린 시간을 지키는 기사

 

 

 

 

 

 

 

 

 

 

 

 

제프티는 다섯 살

할란 엘리슨 / 아작 (2017)

 

 

 

* The Star

(<환상 특급 리메이크판 시즌 1> Episode 13, 19851220일 방영)

동방의 별

 

 

 

 

 

 

 

 

 

 

 

 

환상특급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1953-1960

아서 C. 클라크 / 서울창작 (1994), 황금가지 (2009)

 

 

 

* Gramma

(<환상 특급 리메이크판 시즌 1> Episode 18, 1986214일 방영)

할머니

 

 

 

 

 

 

 

 

 

 

 

 

 

스켈레톤 크루 ()

스티븐 킹 / 황금가지 (2006)

 

 

 

* The Last Defender of Camelot (1979)

(<환상 특급 리메이크판 시즌 1> Episode 24, 1986411일 방영, 최종회)

캐멀롯의 마지막 수호자

 

 

 

 

 

 

 

 

 

 

 

 

드림 마스터

로저 젤라즈니 / 행복한책읽기 (2010)

 

 

 

 

* The Cold Equations

(<환상 특급 리메이크판 시즌 2> Episode 16, 198817일 방영)

차가운 방정식

 

 

 

 

 

 

 

 

 

 

 

 

환상특급

SF 명예의 전당 1 : 전설의 밤

톰 고드윈 / 서울창작 (1994), 오멜라스 (2010)

    

 

 

 

 

<나이트 갤러리> 에피소드

 

* Season 1 Ep. 3 (19701230일 방영)

Certain Shadows on the Wall

 

 

 

 

 

 

 

 

 

 

 

 

원작: 벽 그림자(The Shadows on the Wall)

세계 호러 걸작선 2(책세상, 2004)

메리 윌킨스 프리먼

각색: 로드 설링

 

 

 

* Season 2 Ep. 17 (1971121일 방영)

Pickman’s Model

 

 

 

 

 

 

 

 

 

 

 

 

픽맨의 모델

러브크래프트 전집 1(황금가지, 2009)

원작: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 Season 2 Ep. 18 (1971128일 방영)

Cool Air

 

 

 

 

 

 

 

 

 

 

 

 

냉기

러브크래프트 전집 2(황금가지, 2009)

원작: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각색: 로드 설링

 

 

 

* Season 2 Ep. 21 (197215일 방영)

The Funeral

 

 

 

 

 

 

 

 

 

 

 

 

 

장례식

나는 전설이다(황금가지, 2005)

원작, 각색: 리처드 매드슨

 

 

      

* Season 3 Ep. 1 (1972924일 방영)

Return of the Sorcerer

 

    

 

 

 

 

 

 

 

 

 

마법사의 귀환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황금가지, 2015)

원작: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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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0-20 16: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인가 위키인가....

cyrus 2017-10-20 16:14   좋아요 1 | URL
위키를 참고하면서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

sprenown 2017-10-20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합니다요... 엄지척!

cyrus 2017-10-20 18:50   좋아요 0 | URL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위키피디아가 있어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

yureka01 2017-10-20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대단하네요..관심사항이 폭이 태평양같으네요..^^..

cyrus 2017-10-20 18:51   좋아요 0 | URL
오탈자 지적만 하고 글을 마무리 짓기가 허전해서 로드 설링이라는 인물을 조사해봤습니다. ^^

sprenown 2017-10-20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오탈자 까지 잡아내고, 책과 관련된 자세한 에피소드 소개까지..이정도면 덕후를 뛰어넘어 서지학자 수준이네요..^^.

cyrus 2017-10-20 18:52   좋아요 0 | URL
이 글이 장르문학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유용한 정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레삭매냐 2017-10-23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브 크래프트 전도사인 싸이러스님
덕분에 저도 어쩌면 이 책에 도전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cyrus 2017-10-23 15:13   좋아요 0 | URL
제가 하도 홍보(?)를 해서 막상 읽어보면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

jmiriam 2018-01-02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상특급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꼬꼬맹이때 봤던 기억이 있어요^^ 너무 늦게 끝나는 바람에 늘 끝까지 못보고 자야했다는...ㅠㅠ 어린시절의 한맺힌(?) 드라마였는데 이참에 찾아서 함 볼려구요 좋은 정보 정말 감사드려요^^

cyrus 2018-01-02 23:33   좋아요 0 | URL
제가 중딩이었을 때 케이블 채널에서 환상특급 리메이크판을 방영한 적이 있었어요. 그땐 환상특급의 명성을 몰라서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전부는 아니지만 유튜브에 환상특급 에피소드 영상이 있습니다. ^^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 - 러브크래프트 전집 특별판 러브크래프트 전집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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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파서 사는 게 힘들 지경입니다.” 힘이 없어 보이는 저 표정이 말해주고 있다.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Clark Ashton Smith)는 어린 시절부터 병약한 체질이었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던 스미스의 유일한 오락은 독서였다. 그는 정규 교육을 받는 것을 포기하고 항상 책들과 어울려 놀았다. 스미스는 열여덟 살에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의 첫 시집을 읽은 어느 소설가는 스미스를 ‘셰익스피어, 키츠, 셸리의 전통을 잇는 가장 위대한 미국 시인’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그를 향한 혹평도 만만치 않았다. 소심한 성격의 스미스에게 혹평은 마음의 상처를 주는 독이었다. 수줍은 성격 때문에 문단의 동료 작가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반짝인기에 그치고 만 스미스는 문단과 대중에 잊혀갔다. 만약에 스미스가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면 살아있는 자들은 그를 ‘미국이 외면한 천재 요절 시인’으로 기억했을 것이다. 다행히 스미스는 키츠와 셸리처럼 요절 시인의 운명을 밟지 않았다. 스미스는 자비로 시집을 펴냈으며 가끔 양계업에 종사하는 아버지의 일을 도와주면서 생계를 근근이 이어왔다.

 

어느 날 스미스는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스미스의 시집을 읽은 ‘소설가’가 보낸 편지였다. 소설가의 편지는 스미스의 시집에 향한 극찬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인간관계에 이미 크게 한 번 데인 적이 있는 스미스는 소설가의 칭찬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스미스는 자신의 시를 호의적으로 보는 소설가를 만나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 소설가도 스미스처럼 세상의 교류를 끓은 채 독서와 글쓰기에 전념하는 ‘아웃사이더’였다. 스미스는 소설가의 칭찬이 진심으로 느껴졌고, 그가 추구하는 문학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직접 답장을 보내기로 한다. 편지봉투에 적힌 주소는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Providence). 수신자의 이름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였다.

 

“나는 프로비던스에서 태어났다(I’m Providence).” 러브크래프트가 생전에 했던 말은 그의 묘비명이 된다. 러브크래프트는 신(Providence)이다. 그는 무명작가로 남을 뻔한 스미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구세주(Providence)다. 러브크래프트의 조언을 받은 스미스는 책의 양분을 먹고 자란 상상력을 이용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스미스의 시집을 혹평한 평론가들은 스미스를 ‘불길한 작가’, ‘송장을 파먹는 구울(Ghoul)’이라고 조롱했다. 그러나 스미스는 자신의 연약한 마음을 아프게 만든 독을 이용하여 과감하고 대범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스미스의 공포소설에 나오는 장소는 대체로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다. 거기다가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도 등장한다. 스미스의 몸은 허약했으나 상상력이 충만한 정신은 아주 튼튼했다.

 

『노래하는 불꽃의 도시』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할란 엘리슨(Harlan Ellison)에게 영감을 준 의미 있는 소설이다. 할란 엘리슨은 이 소설을 읽고 본격적으로 환상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으며, 『노래하는 불꽃의 도시』에 묘사된 음산한 도시의 풍경은 레이 브래드버리의 『도시』『콘크리트 믹서』(두 작품 모두 황금가지 출판사의 《일러스트레이티드 맨》에 수록)의 분위기와 흡사하다.

 

『요-봄비스의 지하 납골당』은 을씨년스러운 행성인 화성의 공포를 소재로 한 ‘SF 호러’ 작품이다. 폐허가 된 화성의 고대 유적지를 발견한 지구인 탐험대는 미로 같은 지하 납골당을 발견한다. 그들은 그곳에 잠들어 있던 무시무시한 괴물을 만나게 된다. 이 소설의 압권은 탐험대원들이 납골당에 갇혀 괴물의 공격에 무기력하게 당하는 장면이다. 독자도 탐험대원이 되어 출구가 보이지 않는 납골당 안을 헤매고 다닌다는 실감에 사로잡힌다.

 

스미스는 흑마술, 시체 숭배 의식오컬트(Occult)적인 소재를 이용하여 독자를 불길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꾸밀 줄 안다. 그것이 러브크래프트도 인정한 스미스의 탁월한 능력이다. 거기다가 흉측한 괴물의 모습까지 실감 나게 묘사한 스미스의 섬세한 표현력은 러브크래프트를 뛰어넘는다. 스미스가 창조한 괴물은 형태가 온전하게 드러나 있으며 인간의 눈에 보이는 존재이다. 정체를 끝까지 숨기려는 러브크래프트의 괴물과 차이가 있다. 『아삼마우스의 유고』, 『지하 무덤에서 나온 씨앗』, 『납골당의 신』은 작가의 잔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고문자들의 섬』은 그로테스크 상상력의 정점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여기에 스미스는 기괴하고 잔인한 몰골을 펼쳐낸다. 그는 누구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섬뜩한 고문의 현장 또는 인간의 잔혹성, 폭력성 등 현실에서 겉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원초적인 욕구를 세밀하게 구체화시킨다. 이 소설은 고어 영화(gore film)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작품이다.

 

어딘가 아파 보이는 저 얼굴이 끔찍하고도 오싹한 이야기를 만든 작가라면 당신은 믿을 수 있겠는가? 스미스의 얼굴에 속지 마시라. 생긴 건 허약해 보여도 그는 분명 무서운 사람이다. 스미스는 세상의 잔혹함을 파헤칠 뿐만 아니라 공포에 약한 독자의 심장을 파먹는 작가이다. 평범한 무명 시인을 환상소설, 공포소설 작가로 만들어 준 러브크래프트에게 고마워해야 하나? 러프크래프트, 당신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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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8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19 17:22   좋아요 0 | URL
놀라운 사실은 러브크래프트와 스미스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편지로 서로 안부를 전하고, 문학적 교류를 했습니다. 두 사람의 교류는 알라딘 마을에서 소통하는 것과 비슷해요. 얼굴을 알지 못하고,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끼리 친하게 지내잖아요. ^^

임모르텔 2017-10-19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생에서 운명을 바꾸는 인연을 만날 기회가 있다고해요. 예감..!! ㅎ
특히 아웃사이더들에게는 그런인연을 만날 기회가 아주 드문데 ,, 러브그래프트~ 스미스의 가디언이 보낸듯..^^ 스미스님의 센치하고 멜랑꼴리한 인상보니 상상이 풍부하게 생기셨네요.


cyrus 2017-10-19 17:25   좋아요 1 | URL
외톨이는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을 알아보는 것 같습니다. 서로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친하게 지낸다면 외롭지 않을 거예요. ^^

2017-10-23 0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3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zombie 2017-11-01 0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밌는점은 스미스의 시를 인정해준 사람중에 앰브로스 비어스가 있었습니다. 하스터의 최초 창작자인 앰브로스로부터 로버트 체임버스로 이어지는 노란옷의 왕과 이를 좋아했던 러브크래프트의 코스믹 호러장르까지. 당대 작가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준것을 보면 뭔가 시대가 요구했던 공통된 새로운 가치관이나 시선들이 아웃사이더들 사이에서 공유 공감된듯 합니다.

cyrus 2017-11-01 12:06   좋아요 0 | URL
정말 신기한 인연입니다. 재능 있는 자들은 서로를 알아보는 특별한 안목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올해가 테오도르 몸젠(Theodor Mommsen)이 태어난 지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가 쓴 《로마사》(푸른역사, 2013~2015, 2017년 현재 번역본이 3권까지 출간됨)는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책이다. 몸젠은 이 책으로 1902년 독일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된다. 현재 최고령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88세의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 2007년 수상)이다. 레싱이 상을 받기 전에는 최고령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몸젠이었다. 1902년에 몸젠의 나이는 85세였고, 이듬해에 그는 세상을 떠났다.

 

몸젠의 《로마사》가 번역되지 않았던 시절에 우리나라 독자들은 시오노 나나미(鹽野七生)의 역사소설 《로마인 이야기》(한길사, 1995~2007)에 열광했다. 양심 고백을 하자면 나도 ‘로마인 이야기 열풍’에 맹목적으로 휩쓸러 갔던 사람이다. 그녀의 작문 솜씨가 교묘해서 내용 자체도 소설처럼 흥미진진하지만, 《로마인 이야기》는 신뢰할만한 역사책이라고 볼 수 없다. 딴딴한 로마 덕후 또는 로마 전공자 앞에서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를 언급하다간 탈탈 털릴 수 있다.

 

 

 

 

 

 

 

 

 

 

 

 

 

 

 

 

 

 

 

 

 

 

 

 

 

 

 

 

 

 

 

 

 

 

*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2》 (민음사, 1998)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도서출판 숲, 2005)

* 오비디우스 《로마의 축제들》 (도서출판 숲, 2010)

* 플루타르코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휴먼앤북스, 2010)

* 플루타르코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상)》 (현대지성, 2016)

 

 

 

 

《로마인 이야기》에 실망한(혹은 ‘역사서로 둔갑한 역사소설’에 속아 넘어간) 독자들은 철저히 실증적으로 로마를 접근한 몸젠의 책에 후한 평가를 내렸을 것이다. 몸젠은 역사적 근거자료들을 토대로 로마와 관련된 구전 자료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로마의 건국신화에 따르면 로물루스(Romulus)와 레무스(Remus)는 전쟁의 신 마르스(Mars, 그리스 신화의 아레스(Ares)와 동일)와 인간인 레아 실비아(Rhea Silvia) 사이에 태어난 쌍둥이 아들이다. 부적절한 관계였던 두 사람은 이들을 바구니에 태워 티베레스 강(테베레 강의 라틴어 명)에 버린다. 형제는 팔라티움 언덕의 동굴에서 늑대 젖을 먹고 자란다. 형제는 팔라티움 언덕 기슭에 로마를 건국하지만 권력 다툼을 벌여 로물루스가 레무스를 죽이고 왕이 된다. 《로마사》 1권을 보면 역사학에 남아있는 로마 건국신화의 흔적을 지워버리고 싶은 몸젠의 단호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로마가 자리 잡은 지역(팔라티움 언덕-cyrus 주)은 라티움 지방의 옛 정주지들과 비교할 때 오히려 위생 면이나 농업생산력 면에서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는 로마 근교에서 잘 자라지 못했으며, 근교에는 풍부한 수원지도 없었다. 티베리스 강의 잦은 범람은 늪을 만들어냈다. 알바롱가의 왕족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영도 아래 알바롱가로부터 일단의 사람들이 도망쳐 로마를 건설했다는 신화는, 이상하게도 그렇게 불리한 장소에 로마가 생겨난 이유를 설명하는 동시에 로마의 시초를 라티움 지방의 거대도시와 연결시키려는 역사적 설명의 소박한 시도라고 하겠다. 스스로 ‘역사’이기를 희망하지만 그다지 훌륭할 것 없는 단순한 설명에 불과한 이런 신화를 역사학은 다른 무엇보다 먼저 배제해야 할 것이다. [1]

 

 

 

《로마사》는 확실히 로마 역사를 공부할 때 꼭 읽어야 책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책이 나온 연도가 19세기 중반이다. 《로마사》 1권은 1854년에 출간되었다. 여러 번의 개정이 있었지만, 내용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18세기 역사가가 로마를 보는 관점과 현재의 역사가가 로마를 보는 관점은 차이가 있다. 《로마사》가 발간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백 오십여 년 동안 역사학자들은 로마와 관련된 수많은 정설에 도전했다. 그 과정에서 오랜 세월 동안 학계에 자리 잡고 있던 정설이 뒤집히기도 했다. 로마 역사의 수수께끼를 밝혀 줄 새로운 자료가 발견된다면 몸젠이 《로마사》를 통해 제시한 정설 또한 뒤집힐 수도 있다. 따라서 몸젠의 《로마사》를 ‘유일무이한 로마 역사서’로 극찬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다. 이 책은 현시점에 눈높이를 맞춰서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과거 19세기에 통용되던 인식과 정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몸젠은 로마에 유행한 전염병의 원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이 내용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라티움 지방 평야는 거대한 자연의 각축장이었다. 천천히 형성된 하천 지형과 굉장한 화산 폭발 등이 한둘씩 지층을 형성했으며, 이 지층 위에 장차 세계 패권을 쥐게 될 민족이 결정되었다. (중략) 대지가 끊임없이 요철처럼 굴곡을 반복하는 가운데 겨울이면 그 사이에 늪이 형성되는데, 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 늪에 가득한 유기물이 부패하면서 각종 유독 가스가 발생한다. 여름철이면 이런 유독 가스는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과거에도 그 지역에 전염병을 발생시켰다. 로마 공화정 말기의 농경 피폐와 황제의 실정으로 야기된 농경 피폐로 인해 전염병이 발생했다는 견해는 잘못된 것으로, 사실 그 원인은 다만 강수량의 부족에 있으며 그것은 수천 년 전이나 오늘날이나 마찬가지다. [2]

 

 

몸젠의 주장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늪에서 발생하는 유독가스는 로마의 대재앙이 된 전염병의 원인이다. 그러므로 로마의 전염병의 원인을 설명한 기존의 주장(황제의 실정, 농경 피폐)들은 잘못 됐다.’

 

 

 

 

 

 

 

 

 

 

 

 

 

 

 

 

 

 

 

* 최석민 《초대하지 않는 손님, 전염병의 진화》 (프로네시스, 2007)

* 로버트 H. 욜켄, E. 풀러 토리 《우리는 모두 짐승이다》 (이음, 2010)

 

 

 

전염병은 로마 제국의 멸망을 재촉한 원인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은 로마를 덮친 전염병의 영향으로 날마다 5,000명의 로마인이 죽었다고 기록했다.[3] 고대 로마인들은 전염병의 원인과 치료방법을 알지 못했고 말라이아, 페스트 등 전염병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 다니엘 푸러 《화장실의 작은 역사》 (들녘, 2005)

* 칼 세이건 《혜성》 (사이언스북스, 2016)

 

 

 

이미 눈치를 챈 분들도 있을 것이다. ‘독가스가 전염병을 유발한다’는 몸젠의 주장은 과학적이지 않은 구시대적 내용이다.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 등이 ‘세균’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전염병의 원인을 ‘독가스’라고 생각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늪에서 생기는 악취, 밤하늘을 지나는 혜성의 꼬리에서 나오는 독가스를 ‘미아스마(miasma)’라고 명명했다. 의학자들은 의학의 ‘아버지’의 말씀을 거역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허술한 주장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1910년에 핼리 혜성이 지구를 스쳤을 때 대부분 사람은 지구에 충돌하는 혜성을 두려워한 것이 아니었다. 혜성의 꼬리에 나오는 독가스가 지구를 덮칠까 봐 두려워했다. 히포크라테스의 미아스마설은 19세기 중반까지 널리 신봉되었고, 몸젠도 미아스마설을 믿고 있었다.

 

 

 

 

 

 

 

 

 

 

 

 

 

 

 

 

 

 

 

* 재러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문학사상사, 2005)

* 김동진 《조선의 생태환경사》 (푸른역사, 2017)

 

 

 

생태환경사 관점으로 몸젠의 주장을 수정하자면, 전염병을 일으킨 진짜 범인은 ‘늪에 서식하는 세균’이다. 범람이 잦은 강은 늪이 발생하기 쉬운 최적의 환경 조건이다. 그렇지만 이 땅에 세워진 국가가 강대국으로 발전하려면 반드시 이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15세기 조선도 티베레스 강이 낀 초창기 로마와 비슷한 상황을 겪는다. 선조들은 강 주변의 늪을 개간하여 벼농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분변을 거름으로 삼아서 지은 논에는 세균이 우글우글하다. 논 주변에 사는 마을 사람들은 이질과 같은 전염병에 시달려야 했다. 조선에 창궐한 전염병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전염병성 세균의 진화를 유리하게 해준 큰 행운이 농경 발생이고, 더 큰 행운이 도시의 발생이라고 주장한다.[4] 몸젠은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을 지켜낼 줄 알고, 전쟁으로 빼앗은 땅을 비옥한 땅으로 일구어내는 로마인의 농경문화를 ‘위대한 로마’로 발전할 수 있었던 중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그는 농경문화가 만든 그림자, 그 어둠속에 서식하면서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혀 온 세균의 위력을 몰랐다. 세균은 강력한 제국을 초토화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세균의 힘을 빌려서 패권 국가의 위치를 점하려는 시대가 올 수 있다. 인류의 전쟁은 세균을 기쁘게 해주는 ‘세 번째 행운’이다.

 

 

 

 

 

[1] 《몸젠의 로마사 1》 66~67쪽 (글쓴이가 임의로 편집했음)

[2] 같은 책, 47쪽과 49쪽 (글쓴이가 임의로 편집했음)

[3] 로버트 H. 욜켄, E. 풀러 토리 《우리는 모두 짐승이다》(이음, 2010) 66~67쪽

[4] 재러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반양장본) 299~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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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8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18 17:49   좋아요 0 | URL
재미는 확실히 <로마인 이이야>가 최고입니다. <로마인 이야기>에 익숙한 독자가 <로마사>를 읽으면 지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

2017-10-18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18 17:53   좋아요 1 | URL
우리나라에서 역사는 다른 문명의 장점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공부하는 학문으로 전락했어요. 이렇다 보니 문명의 쇠퇴를 초래한 약점이나 문제점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역사를 공부할 때 인물이나 문명의 약점도 진지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장점만 보게 되고, 특정 인물이나 문명을 과대평가하는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감은빛 2017-10-19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후배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역사책으로 인식하고 열심히 읽길래,
그건 소설에 가깝다고 말해줬더니 받아들이지 못하더라구요.

[몸젠의 로마사] 읽고 싶긴 하지만, 당분간 아니 꽤 오랫동안 읽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
[조선의 생태환경사]도 나오자마자 사뒀는데, 아직 손도 못 댔네요.

cyrus 2017-10-20 15:03   좋아요 0 | URL
시오노 나나미의 책이 재미있는 건 누구나 인정해요. 그런데 재미있는 책에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페크pek0501 2017-10-20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총 균 쇠》를 꼭 읽으려고 했는데 아직 구입하지 못했다는...
내용을 대충 알고 나면 그 책이 덜 궁금해지는 면이 있어요.

cyrus 2017-10-20 15:05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랬어요. 반값 할인 제도가 있었던 시기에 주문했는데, 바로 읽지 않았어요. 글을 쓰기 위한 자료를 찾기 위해서 읽는 일이 많아요. ^^;;
 
[eBook] 신을 찾는 짧은 여행 SciFan 33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 위즈덤커넥트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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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체 게바라)

 

 

 

바이킹족은 거대한 뱀이 우주를 똬리 틀고 있다고 믿었다. 고대 이집트인은 사자 머리의 신이 하늘을 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오래전, 고대에 살았던 사람들도 우주에 대해 나름대로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들은 신의 말씀에 의지했고,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바라보면서 점성술로 미래를 알아내려고 했다. 오늘날 인간은 ‘과학’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통해 우주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그러나 인간이 알 수 있는 것에는 궁극적으로 한계가 있다. “우주에 정말로 우리뿐이라면, 이 공간은 엄청난 낭비일 것이다.” 칼 세이건의 이 말은 우주 어딘가에 살고 있을 지적인 존재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다. 의미심장한 말이기는 하지만 세이건도 고대 우주관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인간의 이성과 과학의 한계성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겸손의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제프 윌리엄스라는 미국의 우주인은 우주를 여행할 때마다 신의 존재를 더욱 확신하게 된다고 말했다. 과학이 궁극적으로 정밀해진다고 해도 우주에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차원이 존재한다.

 

레이 브레드버리의 단편소설 《신을 찾는 짧은 여행》(원제: A Little Journey)은 우주라는 공간적 의미를 통해 인간의 존재와 삶의 조건을 탐구한 작품이다. 아흔을 바라보는 벨로위 부인은 신에게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서 터켈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화성 왕복 여행을 신청한다. 터켈 화성 왕복 여행에 신청한 사람들은 벨로위 부인의 나이와 비슷한 칠순, 여든이 넘은 노부인이다. 이들은 화성 여행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터켈은 우주에 한 번도 여행해본 적이 없는 사기꾼이었다. 그가 화성에 가면 신을 만날 수 있다고 홍보한 것도 거짓말이었다. 또 터켈이 마련한 우주선은 사용 불가능한 고철 덩어리였다. 터켈은 우주에 신이 있다고 믿는 부인들이 어리석다고 화를 내지만, 벨로위 부인은 터켈에게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차분하게 알려준다.

 

 

“당신이 우리에게 약속한 것들은 아주 훌륭하고 매력적인 것들이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생각 중 하나였어요. 우리가 신에게 실제로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속인 것이 아니에요. 그것은…‥ 마치…‥ 사람들의 말도 안 되는 꿈이었어요. 아주 오래된 꿈 말이에요.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은 생각하고 기대려고 애쓰는 그런 종류의 꿈이었다고요.”

 

 

벨로위 부인은 ‘훌륭하고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그렇지만 말도 안 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우주선에 탑승한다. 그녀의 설득에 부인들도 우주선에 타기로 결심하고, 터켈은 처음으로 우주선 조종기를 만져 보게 된다. 과연 벨로위 부인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인간들은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어떤 이들은 과거에 우주의 중심이었던 신을 찾으려고 한다. 우주에 신도 없고 다른 어떤 지적인 존재도 없다면, 우주는 텅 빈 집처럼 쓸모없는 공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인간은 지구에 갇혀 사는 존재이므로 지구라는 경계를 넘어 지구 밖 세상으로 넘어갈 수 있는 자유를 갈망한다. 인간은 우주에서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것을 찾으려고 하지만 우주는 공허하고 침묵할 뿐이다. 수직으로 상승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끝나는 지점인 우주에서 세상을 내려다본다면 수평 공간(지구)에서 알 수 없었던 특별한 경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우주 속 인간은 극히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다. 그리고 우주에 인간의 모습을 한 신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무슨 꿈이든 간에 현실의 관성을 넘어서려는 인간의 도전은 위대하고 아름답기만 하다. 자신의 꿈을 당당하게 밝힌 벨로위 부인의 모습을 보게 되면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고 외치던 체 게바라의 말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체 게바라의 말처럼 진정한 리얼리스트란 눈앞의 현실뿐 아니라 불가능한 꿈까지 담아야 한다. 반전의 희망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도 벨로위 부인의 가슴속에는 뜨거운 꿈의 기운이 남아있었다. 그녀는 리얼리스트였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불가능한 꿈’을 꾼 멋진 사람이다. 《신을 찾는 짧은 여행》은 꿈꾸는 자를 위한 아름다우면서도 비극적인 한 편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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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모르텔 2017-10-18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성에서 전생에 살았다는 아이, 보리스카가 문득 떠오르네요.
체 게바라 사진들을보면 그 시가를 한번 피워보고 싶어요.,ㅎㅎ

cyrus 2017-10-18 12:34   좋아요 0 | URL
저는 비흡연자이지만, 시가를 문 남자를 보면 간지나게 느껴져요. ^^
 

 

 

중국에는 안 먹는 게 없다고 할 만큼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있다. 별난 음식 재료들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개미다. 특히 불개미가 중국에서는 정력제로 알려져 있다. MBN <천기누설>에서 건조 상태의 불개미가 정력제로 소개된 적이 있다.[1] 하지만 불개미가 성욕 증진에 효과가 있는지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오랜 옛날부터 중국인들은 개미를 정력 강장에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 여겼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연걸 주연의 영화 <영웅>(1995년 작)불개미탕이 나오는 장면이 나온다. 이연걸의 부인은 불치병에 걸려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데, 아픈 엄마를 위해 아들(얘도 아버지를 닮아서 무술 실력이 뛰어나다)이 불개미탕을 만들어주는 장면이었다. 아주 잠깐 지나갔지만, 탕이 담긴 그릇에 죽은 불개미 떼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들이 지극 정성으로 간호했지만 끝내 그녀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녀의 병세가 심각해서 회복이 불가능한 것도 있었지만, 불개미에 들어있는 산성 성분의 물질이 그녀의 죽음을 이르게 한 원인일 수도 있다. 불개미의 산성 물질은 위나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에게는 해롭기 때문이다.

 

 

 

 

 

 

 

 

 

 

 

 

 

 

 

 

 

* 최재천 개미제국의 발견(사이언스북스, 1999)

* 로랑 켈러, 엘리자베스 고르동 지구의 작은 지배자, 개미(작은책방, 2009)

*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베르트 휠도블러 개미세계여행(범양사, 2015)

 

   

 

 

몇 주 전 붉은 불개미(red imported fire ant)[2]의 등장에 사람들이 한동안 불안에 떨었다. 지금은 소강 국면에 들어섰지만, 여왕개미의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정부는 붉은 불개미 여왕개미가 죽었을 것이라고 판단,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그렇지만 최재천 교수를 비롯한 개미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섣부른 추정이라고 비판했다. 여왕개미는 하루 천 개 이상의 알을 낳으며 환경 적응력이 높은 여왕개미는 수명이 비교적 길다. 일반적으로 여왕개미의 평균 수명은 10~15년이다. 붉은 불개미 여왕개미가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 어디선가 숨어서 새로운 일개미들로 구성된 군락(colony)을 만들 수 있다.

 

만약 붉은 불개미가 도시에 살게 되면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재산 피해도 난다. 미국은 불개미를 테러리스트로 비유한다. 불개미가 전자제품 단전 또는 화재를 일으킨 주범이 되기 때문이다. 개미는 가장 대표적인 초개체(super-individual) 생물이다. 개미 떼는 고도로 분업화된 사회집단이다. 자기가 맡은 역할이 있는 일개미들은 집단 전체의 생존을 위해(좀 더 정확히 말하면 번식 능력이 있는 여왕개미를 보호하기 위해) 이타적으로 자기 몸을 던져 희생한다.

 

 

 

 

 

개미 떼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협동이라는 전략을 선택한다. 불개미 떼는 홍수를 만나면 서로 다리와 입을 무는 방식으로 거대한 뗏목을 만든다.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간 미국 동남부 지역에 물 위로 둥둥 떠다니는 불개미 뗏목이 발견되기도 했다.[3]

 

사실 붉은 불개미보다 더 무서운 녀석이 있다.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군대개미. 개미제국의 발견, 지구의 작은 지배자, 개미에 군대개미의 위력을 설명한 내용이 나온다. 군대개미는 붉은 불개미보다 호전적이며 일반 개미보다 크고 튼튼한 턱을 가지고 있다. 군대개미가 좋아하는 먹이는 바퀴벌레다. 심지어 군대개미 떼는 자신보다 몸집이 큰 전갈도 공격한다. 군대개미는 유목민처럼 이곳저곳 이동하면서 생활한다. 그래서 개미집을 만들지 않는다. 이 녀석들은 전술도 사용할 줄 안다. 종대로 진군하는 군대개미 떼는 일사불란하게 부채꼴 형태로 진군하여 먹잇감을 공격한다. 군대개미 떼가 마을 근처에 오면 주민들은 집 주변에 석유를 뿌리고 난 뒤 서둘러 임시 피난처로 이동한다. 군대개미 떼의 이동을 피할 때 반려동물, 가축도 반드시 데리고 가야 한다. 줄에 묶여서 이동할 수 없는 동물도 군대개미 떼의 습격을 받으면 뼈를 못 추린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 개미(열린책들, 2001)

* 베르나르 베르베르 3인류(열린책들, 2013~2016)

 

 

 

군대개미의 호전성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주는 적절한 소재가 된다. 영화에서 군대개미는 무차별로 사람을 공격하는 식인 개미로 등장한다. 영화 <인다아나 존스 : 크리스털 해골의 왕국>에 나오는 군대개미 떼는 무서울 만큼 빠른 속도로 목표물을 향해 달려든다. 하지만 개미의 느린 걸음속도를 생각하면 영화 속 군대개미의 모습은 과장된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개미시리즈3인류에 나오는 마냥개미는 군대개미의 또 다른 명칭이다. 그런데 소설에 나오는 마냥개미는 산성 물질도 사용할 줄 안다. 그렇다면 이 녀석의 정체는 붉은 군대 불개미인가?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민음사, 2000)

* 세계 공포 문학 걸작선 : 고전 편(황금가지, 2003)

* 이탈로 칼비노 힘겨운 사랑(민음사, 2016)

 

 

 

그밖에도 군대개미가 등장하는 소설은 칼 스티븐슨의 단편소설 라이닝겐 대 개미 떼(세계 공포 문학 걸작선 : 고전 편수록), 이탈로 칼비노의 단편소설 아르헨티나 개미(힘겨운 사랑수록) 그리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백년의 고독이다. 칼 스티븐슨의 단편소설은 찰턴 해스턴 주연의 영화 <벌거벗은 정글(The Naked Jungle, 1954년 작)>의 원작이다.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군대개미는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다가오고 있는 군대개미 떼를 발견하면 최대한 멀리 달아나면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군대개미의 걸음속도는 빠르지 않다. 군대개미는 좀비가 아니다. 동물이나 인간에게 달려들어 공격하지 않는다. 군대개미는 포식하기 위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먹잇감이 있을 만한 장소를 찾기 위해 이동한다.

 

 

 

     

 

[1] [‘천기누설불개미가 최고의 정력제라고?] (매일경제, 2012816)

 

[2] 최재천 교수는 언론이 보도하면서 사용한 붉은 불개미라는 명칭이 와전됐으며 분류상 정확한 명칭이 붉은 열다미개미라고 했다. ([최재천 교수가 말하는 붉은 불개미“‘살인 개미는 과장최대 골칫덩이”] 국민일보, 2017109)

 

[3] [불개미떼의 하비 생존전략은 '뗏목'같은 부유체 만들기] (연합뉴스, 2017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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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7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17 18:36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 드림웍스가 만든 만화 ‘개미’는 알고 있는데 게임 ‘개미’는 잘 모르겠어요.. ^^;;

stella.K 2017-10-17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불개미 출연에 이런 글도 친히 다 써 주시고...
역시 센스쟁이군!ㅋㅋ
베르나르의 <개미>는 정말 재밌었는데...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오기 전 먼저 집은 개미가 바글바글했었지.
그런데 바퀴벌레는 거의 없었어.
지금은 개미는 없는데 이따금 바퀴벌레가 출연하고 있지.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아무튼 왠 난데없는 불개민가 생각만해도 징그럽더군.
나도 정부의 발표 안 믿는다.ㅠ

북깨비 2017-10-17 15:11   좋아요 0 | URL
뭔가 상관관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놈들이 한집에 동시에 출현하는 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요. ㅠㅠ

cyrus 2017-10-17 18:38   좋아요 0 | URL
집 안에 사는 바퀴벌레를 박멸하고 싶으면 군대개미를 집에 키우면 됩니다. 세스코보다 바퀴벌레를 효과적으로 퇴치할 것입니다.. ㅎㅎㅎ

syo 2017-10-17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것이 불개미야 물개미야.....

cyrus 2017-10-17 18:39   좋아요 0 | URL
생존할 수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녀석들입니다. ^^

서니데이 2017-10-17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레는 무서운데 개미 너무 무섭네요. ^^;

cyrus 2017-10-17 18:40   좋아요 0 | URL
개미 떼가 지나가는 것을 몇 분 동안 쳐다보면 소름이 돋아요. 마치 내 몸에도 개미가 기어 다니는 듯한, 찝찝한 기분이 들어요. ^^;;

북깨비 2017-10-17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대개미는 좀비가 아니다’에서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휴우 😅

cyrus 2017-10-17 18:41   좋아요 0 | URL
사람만 보면 공격하는 개미가 실제로 있으면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ㅎㅎㅎ

sprenown 2017-10-17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고 보면 개미도 불쌍해요.. 먹고 살기 위한 생존투쟁일 뿐인데...

cyrus 2017-10-17 18:43   좋아요 1 | URL
일개미와 수개미가 불쌍해요. 일개미는 일만 하다가 여왕개미를 지키기 위해 희생을 해야 하고, 수개미는 여왕개미와 짝짓기 비행을 마치고 나면 죽습니다.

이하라 2017-10-17 1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장난 아니게 재미났습니다. 붉은 불개미 뉴스로 이런 흥미로운 페이퍼를 쓰실 생각을 하다니 사이러스님도 장난 아니시네요^^;

cyrus 2017-10-18 12:37   좋아요 1 | URL
이 글을 준비하는 동안에 불개미 사태에 대한 최재천 교수님 입장이 언론으로 보도되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썼던 내용 일부를 수정해야만 했습니다. ^^;;

임모르텔 2017-10-17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여왕개미의 수명이 15년이나..! 허리가 날씬해서 저는 개미가 섹시해보이던데..ㅋㅋ이연결.. ㅎㅎ제가 20대중반 비디오가게할때 이연걸비됴가 젤 잘나갔어요. 불개미뗏목 ,, 개미들의 대동단결에 장엄함이 느껴집니다. 노아의 방주!! ^^

cyrus 2017-10-18 12:40   좋아요 0 | URL
이연걸의 <영웅> 다시 보고 싶군요. 가끔 <영웅>의 줄거리가 <탈출>과 헷갈립니다.. ㅎㅎㅎ

개미 다리의 힘이 장난 아닙니다. 작다고 얕봐선 안 되는 생물입니다. ^^

sprenown 2017-10-17 2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의 시사감수성과 문학적 글쓰기은 이곳에서는 누구나 다 아는 얘기죠... 정의감도 갑입니다. 부정은 용납 못하죠.. ^^

cyrus 2017-10-18 12:44   좋아요 1 | URL
기사 자료를 찾는 일은 검색하는 방법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저의 시사감수성을 점수로 매기자면 20점입니다. 경제, 정치에 약합니다. 이 두 가지 분야를 능통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이 분야 공부를 하려고 하면 게을러져요.. ^^

AgalmA 2017-10-20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총, 균, 쇠> 올해 안에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연말까지 계획표를 짜보니 어렵겠더라는ㅜㅜ; <총, 균, 쇠>를 제가 너무 박대하고 있는 것일까요;;;

cyrus 2017-10-20 18:57   좋아요 0 | URL
이 책은 특별한 목적 없으면 읽을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기 위한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지 조금이라도 책을 펴보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