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들은 9년전에 비해 확실히 더 나이들었고. 당연한 얘기지만 그들의 관계도 변했다. 배가 나오고 머리가 빠지고 온 몸에 살이 찐 것 말고도, 그들은 서로에게 '사랑안해' 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더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아'라는 말이 정말로 당신을 더이상 사랑하지 않아서 나온 말은 아니다.


18년전, 기차에서 우연히 처음 만나 하루를 함께 보내고 서로 연락처도 모르는 채로 지내다가, 9년후, 그들은 기적처럼 재회한다. 비포 시리즈의 두번째 편인 《비포 선셋》에서는, 9년후 재회한 그들에게 열린 결말을 제공하고 끝나는데, 세번째 시리즈인 《비포 미드나잇》에서는, '제시(에단 호크)'가 그동안 썼다는 세 권의 책을 통해 그 후를 짐작할 수 있다. 제시는 비행기를 놓쳤고, 셀린느의 방에 커튼을 친 채로 몇 번이고 섹스한단다. 크- 좋구먼. 그런데 인생에 있어서 그렇게 커튼을 다 닫고 몇 번이고 섹스를 반복하는 일, 혹은 호텔에서 한 번도 안 나가고 며칠을 섹스하는 일은 그렇게 자주 일어나진 않는다. 어쩌면 평생에 한 번도 안 일어날 수도 있고. 그러니까 그 어쩌다 그런 일이 있었던 경험이 평생을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만약 그렇게 호텔에서 한 번도 안나가고 며칠을 섹스하면서 지내다가도, 그 둘에게 아이가 태어나면 더이상 그런 일을 하기가 힘들어지니까. 


영화속에서 셀린느가 제시에게 그렇게 말한다. 이제 더이상 모닝섹스를 하지 못한다고. 아, 모닝 섹스....그걸 할 수 없다니..... 그러니 젊은 커플들에게 어쩌면 당연했을 것, 이를테면 영화에서 셀린느가 제안했던 것처럼 '밤새 자지 말고 섹스하자'는 것은, 그저 로망이 될 확률이 크다. 인생이여..


핵꿀맛 모닝섹스..



어쨌든, 둘은 이십년전 젊은 시절에 만나 서로에게 반했고 그런 서로를 잊지 못했으며 그래서 재회에 이르렀고, 그리고 지금은 서로에게 익숙해졌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단 하나뿐이었던 사랑을 현실에까지 연결시켜서 잘 지내기도 하는 것이다! 선셋에서 'you'를 자꾸 '자기'라고 번역해서 좀 오글거렸는데, 미드나잇 에서는 '참사랑'이란 표현이 나와서 또 헉 스러웠다. 참사랑... 참사랑? 나중에 나도 써먹어봐야지. 당신은 나의 참사랑이에요.



둘은 여전히 대화를 한다. 이제 생활에 찌들어졌고 둘 사이가 단지 둘만의 사이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젊은 시절 그랬던 것처럼 서로에 대한 얘기를 하는 일은 드물어졌지만, 그리스에 여행와서는 서로에 대한 얘기를 마치 젊은시절인 것처럼 하며,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그리워하며 서로에게 예전 같던 애정을 표현하고 드러내던 것도 잠시, 금세 현실로 돌아와 싸우고 화내며 '너를 누가 견뎌!'라고 말하기에 이른다. 함께 지낸 시간이 오래된다면, 결국 서로에게 지치게 되는걸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만약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람과 함께 오래 살게된다면, 열정과 설레임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생활에 찌든 지친 모습만 남을까. 제시와 셀린느는 누가 봐도 낭만적인 사랑을 했던 사람들인데.


그러나 제시는 셀린느와 앞으로 56년을 더 살아도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제시의 할머니가 할아버지와 70년 이상을 살았다는 얘기 끝에 나온 거였다. 만약 지금 기차안에서 처음 봐도 반했을 거고, 내리자고 했을 거라고 한다. 이들에겐 다른 부부들처럼 어느 한 쪽이 양보해야만 끝나는 문제가 분명히 존재하고, 그 일 때문에 자꾸 싸우고, '이것이 우리의 이별의 징조일까'하는 두려움도 갖게 되지만, 공통의 경험과 함께 겪어나갔던 중요한 일들이 많다. 서로에 대해 잘 아는 것들이 많다. 인상적이었던 대사가 그것이었다. 나는 너를 누구보다 잘 안다는. 20년전에는 서로의 존재도 몰랐던 사람들이, 한 번 보고 9년이나 떨어져 지냈던 사람들이, 어느 틈에 이렇게 '너를 누구보다 잘 알아' 라고 말하는 사이가 되었을까. 너무 좋다. 서로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게 된다는 것이. 



첫만남이 반드시 낭만적이거나 특이할 필요는 없지만, 첫만남은 그 자체로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만남이 그토록이나 특이하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자꾸 떠올리게 되니까. 


제시는 이전보다 확실히 더 성숙해진 것 같다. 아마도 셀린느와 함께한 시간들이 그를 그렇게 만든게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디있을까. 


《비포 미드나잇》에서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는 건, 제시와 셀린느의 대화 이외에 다른 사람들의 대화가 섞여든다는 데 있다. 아직 그들이 연인이 되기 전, 서로를 향한 설레임이라든가 기대 또 그리움으로만 가득했을 때는,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에 대한 대화를 지속하는 것만으로 영화 한 편이 시작되고 끝났다. 그러나 미드나잇 에서는 다른 연인들이 등장한다. 제시와 셀린느보다 더 어린 커플들이, 그리고 조금 더 나이 든 커플, 그리고 아주 나이 든 커플. 그들은 각자가 사랑하는 방식과 또 지금 삶의 모습, 오래오래 함께 했던 연인이 죽고난 후의 모습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하기 전에는 서로의 얘기만이 중요했지만, 그 두사람이 함께 하고 나서는, 다른 사람들의 얘기도 섞여들 수밖에 없다. 




영화 속에는 내가 아주아주 좋아하는 장면이 나온다. 둘이 내내 함께 걷는 장면, 그리고 그리스 휴가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술마시고 맛있는 걸 먹으면서 수다 떠는 장면.



얼마전에 생일선물로 여행기를 잔뜩 선물 받았는데, 함께 보낸 메세지에는 <너의 여행하는 삶을 응원한다>고 적혀 있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앞으로도 여행 하면서 살고 싶다. 낯선 곳에 가고, 길을 묻고, 예상하지 못한 일 때문에 당황하다 그걸 해결하고, 맛있는 걸 먹고, 이곳에서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장면을 맞닥뜨리는 일은 정말이지 즐겁다. 이걸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건, 또 그만큼의 즐거움이 추가되는 일인 것 같다.


제시와 셀린느가 그리스 아름다운 곳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나란히 앉아 함께 아름다운 장면을 목격하기도 한다. 그게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서,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사람의 인생은 반쯤은 성공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단 하룻밤, 그리스의 아주 좋은 호텔로 찾아간다. 방해하는 사람 없이 둘만 있을 수 있는,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테이블에 선물로 놓여진 와인을 맞닥뜨리는 그들을 보는데, 내가 다 두근두근하더라. 와- 이게 뭐야, 너무 좋아! 나는 호텔을 좋아하고 와인을 좋아하고 함께 호텔에 갈 수 있는 남자를 좋아하는데, 지금 이들이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바로 몸소 실천하고 있어! 자, 커튼을 닫아, 호텔문을 잠가, 이제 이 하룻밤이 온전히 당신들 몫이라고! 하얗게 불태워, 뼈와 살을 불태워!



그러나 그 둘은, 오전에 싸웠던 문제로 다시 그 좋은 호텔에서, 와인을 앞에 두고, 큰 침대를 앞에 두고, 옷도 반쯤은 벗었다가, 다시 싸우고 만다.



아, 인생이여...........

아, 사랑이여...........




너무너무 좋은 영화였다. 이 시리즈 전체가 싹 다 좋다. 비포 선셋과 비포 미드나잇이 좋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비포 선라이즈가 존재해야만 했다. 그들이 만나야만 그 다음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내 말은, 누가 누군가를 만났다면! 


이미 그것은 하나의 작은 시작이라는 것이다.

괜히 만난 게 아니라는 거다.




당신은 왜 하필 그 날, 그 시간에 거기에 있었으며

어쩌다 나는 그런 당신을 만나게 된걸까.


그러려고 그런 거다. 

우리가 만나려고.


 






아니, 이런 게 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살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쩌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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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6-08-18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이 좋아하니까 저도 덩달아 더 좋네요. 흐.
오래전, 이혼을 해야 하나...고민하는 중에 콕 짚어 어떤 외부적인 문제라고는 말할 게 없다면서 상담을 하자, 어떤 아저씨가 그랬어요. ˝너희에겐 너희만의 추억이라는 게 있니?˝ 그 질문을 듣고 곰곰히 생각했고, 바로 깨달았죠. 아, 이 순간 즉답이 안 나오는 나에겐, 우리만의 추억이 없는 거구나...
셀린느와 제시에겐 그게 있었죠, 그것도 아주 극적으로.
첫눈에 반한다는 말은 별로 믿지 않지만, 한 평생을 버틸 만큼 소중한 추억을 둘만이 공유할 수 있어야 커플이 해로할 수 있다는 점 만큼은 그렇지 싶어요. 그리고 비포미드나잇이 그걸 너무나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수많은 대화로 보여주어서 너무너무 좋았어요.

다락방 2016-08-18 08:59   좋아요 0 | URL
치니님, 저도 그게 너무 좋았어요!
일전에 지금은 헤어진 애인과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거든요. 어디서 어떻게 처음 만났느냐가 의외로 꽤 중요하다고요. 반드시 처음 만남이 인상적일 필요는 없지만, 나중에 돌이켜 그 장면을 자꾸 함께 떠올리게 되는 건 관계를 유지시키는 중요한 축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물론 함께 오래 관계를 유지할 사람들이라면, 그런 중요한 첫만남이 없었어도 일상 속에서 굳건함을 충분히 쌓았겠지만, 그래도 그런 인상적인 장면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다는 거, 너무 좋더라고요. 결국 그 둘이 싸우다가도 화해하는 방식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거잖아요. 그 방식은, 그 둘에게만, 서로에게만 통할 수 있는 것이고요.

이 둘은 첫만남이라는 아주 중요한 요소를 함께 갖고 있고, 그 만남에서 갖게된 인상적인 장면들을 계속 가지고 있죠. 아직도 제시의 붉은 수염을 얘기하는 거, 그거 너무 좋아요. 첫 만남에서 제시가 그렇게 얘기했다고 하는데, 사실 저는 기억 안나거든요. 후훗.


저는 제시와 셀린느가 진짜 사랑에 빠진 순간은 9년후 재회하고 나서인것 같아요. 다시 만난 그들이 서로에게 사랑이란 감정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아요. 처음 만났을 때는 호감과 호기심이었던 것 같고요. 그러나 그 인상적인 만남으로 인해 잊지 못하고 재회를 꿈꿨다가, 재회하고나서 서로 상대와 얘기하며 그때 더 깊이 빠져든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관계로 만들 수 있게한 선라이즈가 좋아요. 그들이 만나게 된 거요.

이 영화 너무 좋아요!
디브이디 다 살까..고민하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2016-08-18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8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lavis 2016-08-18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깤..에서 완전 하트 뿅뿅..저는 락방님 책 샀습니다~!!지르세요 지르는게 인생♡♡

다락방 2016-08-19 09:29   좋아요 0 | URL
결국 지름이 답인겁니까? ㅎㅎ
어쨌든 클래비스님은 현명한 선택을 하셨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lavis 2016-08-20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려고 그런거다...
아놔 이런 미친 명문ㅋㅋㅋ짱 좋아요 락방님 좋은거 마니마니 드시고 좋은곳 마니마니 가시고 늘늘 행복해지셔서 우리에게 이런 기쁨과 즐거움을 마니마니 주세요 책 읽는 기쁨.기다리는 설렘..아이 좋아ㅋㅋ

다락방 2016-08-22 13:17   좋아요 0 | URL
우후후후 네네, 클래비스님. 제가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아서 더 행복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만세!!!
 

(내가 이렇게 페이퍼 쓰고 있으면 안되는데.. 일이 많은데.....)



뉴욕에 간다면 먹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건 스테이크였다. 미국에 사는 친구가 주말에 스테이크 사진을 올릴 때마다, 나는 언제나 의문의 1패를 했던 것.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나는 패배자... 나도 미국 가서 스테이크 먹겠어! 그런 마음으로 갔다. 사실 내 여행은 대부분 '먹는'게 테마였고, 뉴욕 여행이라고 다를 바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미국에 스테이크 말고는 기대하는 게 없었다. 그리고, 내 기대는 참.. 현명했다.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는 댈러스에서 환승할 비행기였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니 그 비행기는 두 시간 지연이 되었고, 환승이 불가하므로 댈러스 호텔에서 하룻밤을 자야한다고 하더라. 호텔과 저녁식사 그리고 다음날의 아침식사 모두 항공사가 제공한다고 했다. 우리가 원래 뉴욕에 도착하는 게 밤이었으니, 반나절쯤 일정이 늦게 되는거지만, 덕분에 댈러스에서 하루 묵어보겠네 하고는 우리는 큰 불만을 갖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미국식 아침식사를 너무나 갈망하고 있었으므로 ㅋㅋㅋㅋㅋㅋ 다이너에 가서 먹게 될 아침 식사를 기다렸다. 그렇게 먹게 된 아침식사, 우리가 주문한 것. 물론, 정말 2인분이다!!



일단 베이컨이 너무 짜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전날 저녁에도 베이컨을 먹었는데, 여기 베이컨은 짠 게 그냥 기본인듯. 그냥 짠 게 아니라 완전 짜다 ㅋㅋ 아니 근데 양이 너무 많아. 메뉴에 있던 핫케익, 달걀, 베이컨을 주문하면서, 달걀을 스크램블로 바꿔줄 수 있냐고 했더니 가능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일단 내 몫으로 나온 게 이렇게 두 접시다.




아 난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친구가 시킨 건 이것.



이거 빵을 무슨 버터에 튀긴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깨무는데 왕고소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너무 맛있어서 이러면 안되는 거 아닌가 싶다고 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미국에 가서 먹고 싶었던 게 스테이크와 랍스터 롤이었다. 그래서 도착한 바로 다음날이었나, 랍스터롤을 먹으려고 걷고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서 도착해 주문했는데!!




사이즈가 진짜 너무 작은 거다. 너무, 너무 작아. 아무리 두 개라도 진짜 너무한 사이즈! 위에가 랍스터롤 밑에가 크랩롤. 맛이 딱히 기대한만큼 뛰어난 것도 아닌데.....근데 너무 작아! 배를 채우려던 친구와 나는, 끼니로 먹으려던 친구와 나는 당황해서, 다른 식당을 또 찾느니, 그냥 여기서 배터지게 먹자, 하고는 크램 차우더를 주문했다.



맛은 있었지만 너무 짜고, 이래봤자 배 부르는데 영향이 1도 없어.... 다른 메뉴가 뭘 있나..하고 보다가 랍스터 샐러드를 시켰다.



야채야채..하고...좋았지만......랍스터롤은 나를 크게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실망이야, 랍스터롤.. 이건 뭐 앞으로 굳이 안먹어도 될듯 ㅋ

랍스터롤, 너는 디저트인거니? 메인이 아닌거야?




미국에 사는 친구들이 있다. 그곳에서 사는 친구들은, 그곳에서 태어난 사람들과도 당연히 친구. 뉴욕에 있다는 말에,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매그놀리아>의 컵케익을 추천해주었다. 아주아주 맛있는 디저트라고. 마침 이곳은 함께한 친구도 가고 싶어했던 곳인데, 워낙 디저트에 관심이 없는 나는 심드렁 했던 거였다. 그러다가 모마를 갔을 때 모마 근처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뉴욕에서 나고 자란 사람의 말에 의하면 '그 가게에 새벽 세시인가 네 시에 가게 문 두드리면서 i really need cupcakes!!! pls pls!!! 이러는 사람도 볼 만큼 맛있는 가게, 관광객들보다 거기 사는 사람들이 더 좋아하고 잘 아는 가게' 라는 게 아닌가! 그래, 새벽 세시에 문 두드리며 달라는 컵케익이라니, 그런 컵케익 먹어보자, 하고는 매그놀리아로 갔다.



컵케익이 종류가 엄청 많았다. 역시 유명한 가게라 그런가.. 사람도 엄청 많았다. 우린 줄서서 컵케익 세 개를 샀다. 이건 분명 달거야, 그러니 아메리카노도 잔뜩! 아메리카노도 주문했다. 계산하기에 앞서 푸딩은? 하고 친구와 눈을 마주쳤지만, 둘다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리고 새벽 세시에 사람을 찾아오게 한다는 그 컵케익!!을 포장해서!!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러듯이, 길 한복판에 앉아서 먹기 시작했다.



오른 쪽에 있는 밑에가 붉은 컵케익이 '레드벨벳'인데, 이건 맛있게 잘 먹었다. 상대적으로 덜 달아서. 그런데 왼쪽 두 개는 그냥 설탕덩어리야 ㅠㅠ 아메리카노가 없다면 도무지 먹을 수 없는 맛. 우리는 커피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컵케익을 다 먹지 못했다.. 아..역시 내 스타일 아니구먼...



한국에서도 두 시간 줄서서 먹는다는 쉑쉑버거는 어떤가. 나는 그것의 맛이 1도 궁금하지 않았지만, 친구는 온 김에 먹어보고 싶다고 했고, 마침 센트럴 파크에 갔다가 지도를 검색해보니, 우리가 있는 곳 근처에 있는 게 아닌가! 해서 찾아가 포장을 했다. 나의 주문 실수로 햄버거가 세 개가 나왔고! 맥주와 커피와 함께 우리는 우리의 로망을 실현하자며, 포장해들고 센트럴파크 안으로 향했다.



친구는 알라딘에서 받은 돗자리!! 를 깔았고, 우린 거기에 쉑쉑버거를 놓아두었다. 여긴 센트럴파크고, 알라딘 굿즈이고, 쉑쉑버거다!! (맥주는 걷다가 다 마셔버림 --;;)



아아, 그런데 쉑쉑버거도 맛이 별로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깜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런 걸 줄서서 기다려서 먹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나원참 ㅋㅋㅋㅋㅋㅋㅋ 친구에게 너는 어떠냐 물어보니, 친구는 '너랑 강남역 수제버거집에서 먹었던 수제버거가 훨씬 맛있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나 이거보다 맛있는 버거 많이 먹어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처구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친구랑 나는 다 먹고 돗자리를 접으며 '이제 쉑쉑버거 사 먹을 일은 없을듯' 이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브루클린 책자를 본만큼 하루는 브루클린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스테이크를 먹기로 했고. 브루클린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걷기에 한가한데, 우리는 초콜렛 가게에 갈거였고, 그 초콜렛 가게에서 가까운 스테이크 가게가 어디인가 지도를 보면서 한 군데를 콕 집었다. 그래, 여기야, 여기는 두 사람 가면 둘이 먹을 스테이크로 안심과 등심을 고루 내어준다네? 좋았어, 가자! 하고는 스테이크 집으로 향했다.



이건 스테이크 집을 향해 걷던 한 낮의 브루클린. 여기는 길거리 레스토랑인데(우리가 간 곳은 여기가 아니고 여긴 그냥 지나친 곳),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걷다 말고 찍어 봤다. 나는 이런 분위기를 넘나 사랑해!


사실 이 스테이크 집은 전날 저녁에 갔다가 자리가 꽉 차서 손님을 받을 수 없다고 해, 다음날 낮으로 예약해두고 다시 간 거였다. 그리고 여행의 마지막날이었던가, 전전날이었던가, 우리는 매일 2만보이상 걷고 정말 지쳐있었다. 피로가 누적되어 있었던 거다. 정말 너무 힘들었어. 그래서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사실 스테이크보다 잠이 더 필요한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어야 해!! 하고 찾아간 거다. 오오, 이 곳의 클라스는 다른 곳과 달라!



식전빵도 양을 듬뿍 주는데, 하우스와인을 시켰더니 저렇게 한 잔 가득 따라준다. 맙소사! 나와 친구가 지쳐있지 않았다면 소리를 지르다가 감동해서 울었을거야!!



사람이 워낙 많은 이곳에서는 고기의 굽기를 묻지 않는다. 그냥 자기들이 미디엄 레어로 구워서 갖다준다. 웨이터는 접시를 똑바로 들고 오지만, 테이블에 놓는 순간 받침대에 한쪽을 받쳐두고 기울인다. 그러면 저렇게 기름이 아랫쪽으로 쏠리는데, 이미 뜨거워진 접시에서 기름은 팔팔 끓고 있고, 웨이터는 그 기름을 숟가락으로 퍼서 고기에 한번 쫙악- 뿌려준다. 그러고는 한 조각씩 집어 각자의 접시에 놓아준다. 아... 그 뜨거움과 끓는 소리, 고기 냄새........ 그리고 내 앞에 놓여진 고기!! 넘나 좋은것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맛있었지만, 친구와 나는 다 먹지 못했다. 우리 이거 남기면 후회할거야, 라고 연신 말하면서도 다 먹지 못했다. 진짜 너무 지쳐서 코피 터질 것 같았어 ㅠㅠ 내가 원한 건 이런게 아니었는데.... (그건 다음 이야기에 계속)



그러나 이 곳의 스테이크가 처음이 아니었으니, 사실 처음의 스테이크를 진짜 기똥차게 맛있게 먹었다. 그곳은 분위기부터 황홀해서!!


여행책자를 가져오지 않은 우리는, 모마 미술관을 구글 지도에 찍어두고 확대하면서 근처에 어떤 레스토랑이 있나 봤다. 그러다 스테이크란 이름을 보고 내가 '여길 가자!' 하고 꼭 찍은 것. 그래서 거길 목적지로 삼아 걸었다. 그러다 똭- 만났다!!



점심 시간이었고 거리엔 점심 먹으러 나온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대부분의 음식점에 사람들이 줄 서서 자기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레스토랑엔 아무도 줄서지 않았어...들어가기 전에 '으음, 맛이 없나...그래서 줄을 안섰나' 하고 잠깐, 아주 잠깐 갈등하다가, 그래도 여기 오려고 온거니까 들어가자! 하고 들어갔는데, 그제야 이유를 알았다. 여긴... 업무를 보다가 점심 먹으러 들르기엔 너무나 고.급.한 레스토랑이었던 거다. 헐.. 가격이 어마어마할 것 같은데... 그러나, 가격이야 어쨌든 우리 스테이크 먹으러 왔으니까! 하고 그냥 마음껏 주문했다. 비싼 곳이라 그런지, 구글 지도보고 꼭 찍어 와서 그런지, 우리 같은 관광객은 보이지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다들 비즈니스 하는 것 같은 분위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와인을 주문했고, 스테이크와 양고기를 주문했다. 그리고 사이드메뉴를 고르려는데, 아무래도 포테이토는 너무 흔해, 주문을 받는 웨이터에게 '넌 뭘 추천하니?' 물어보니, 알 수 없는 영어단어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러면서 뭐라고 하는데..뭔지 잘 모르겠고, 어쨌든 친구에게도 '뭔지 모르겠지만 이걸 먹어보자' 했다. 친구는 그러자고 했고. 그래서 나온 사이드는 이것!




우엇, 너무나 맛있어. 핵좋은맛! 이것은..내가 먹어본 것 같아. 어딘가의 레스토랑에서 이런 거 먹어봤어. 이건 시금치 같아! 하고는 내가 알지 못했던 메뉴판에 쓰여있던 그 단어를 찾아보니, 시금치가 맞았다. 오오, 맛있어! 아니, 당근 맛있어야지. 이 사이드메뉴 하나가 10달러가 넘었는데!!


그리고 스테이크!



우걀걀걀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맛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앙 ㅋㅋㅋㅋㅋㅋㅋㅋ미디엄 레어로 할까...먹으면서 살짝 고민했지만, 나의 친구들은 미디엄레어까지는 좀... 이런 반응들이라 그냥 미디엄으로 했더니 ㅋㅋㅋㅋㅋㅋ 미디엄 레어로 할걸..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미디엄 레어가 진리인듯! 어쨌든 히죽히죽 좋아서 웃고!! 생애 처음 양고기!!



꺅 >.< 병아리콩과 함께 나온 양고기! 나는 병아리 콩도 좋아하고  ㅋㅋ 여기 어떤 향신료가 있는지 친구가 약간 힘들어했는데, 나는 어? 괜찮은데? 이러면서 병아리콩 막 퍼먹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애 처음 양고기는 맛이 좋았다. 저렇게 나온 고기를 어떻게 먹어야할지 몰라 그냥 족발 먹듯 들고 뜯어버리고 말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오, 먹을만한데? 양고기 냄새난다더니, 꼬치가 아니라 그런가, 괜찮네, 하면서 먹었다. 그래봤자 스테이크, 소가 최고!


이런 음식들의 한상 차림!



와인이 떨어찔 때쯤 웨이터가 와서 한 잔씩 따라준다. 스테이크와 양고기와 시금치와 와인에 취해, 이 분위기에 취해, 진짜 이 날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레스토랑도 마음에 들고 음식과 술도 다 마음에 들고. 난 여기가 좋아, 여기 사랑해! 고기도 사랑해! 하면서, 우리, 내친김에, 돈 쓰는김에, 커피도 그냥 여기서 마셔버리자!! 하고는 커피까지 주문했다.



럭셔리와 사치의 결정판....


그래도 우리가 뭐 매번 이랬나, 쓰는 김에 쓰는거지, 하면서 즐겁게 먹고 마시는데, 내가 앉은 쪽에서 보이는 맞은편에, 어어, 줌파 라히리 닮은 사람이 있다. 내가 뉴욕에 오기도 전부터 줌파 라히리를 길가다 만났으면 좋겠다고 너무나 원했던 탓인지, 우주가 도와줬나, 저 사람은 줌파 라히리인가...싶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사진을 찾아봤다. 사진을 보며 대조를 다시 해보려고. 그런데..긴가민가 하네...아닌 것 같기도 하고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아무리 내가 원해도 그렇지, 여기서 줌파를 만날 수 있겠어? 그리고 지금 이탈리아에 있지 안나? 아니, 이탈리아에 있어도 여기 잠깐 들러서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지? 그렇게 갈등하다가 내가 친구에게 '저 사람.. 줌파 라히리 같은데..' 라고 말하고 인터넷에서 찾은 사진을 보여주니 친구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는 거다. 크..


서양 사람들이 아시아인들을 중국인,일본인, 한국인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 역시 인도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는걸까..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워낙 안면인식 장애니까..라는 생각도 들고. 아아 어쩌지. 내가 고민하니 친구가 뭘 고민하냐는 거다. 그래서 줌파 라히리면, 인사 하고 싶어, 라고 하니 친구가 너무나 놀라며 '아니면 어쩌려고!!' 하는거다. 친구와 나는 바로 여기에서 극명하게 성격이 갈리는데, 뭐랄까, 나는 그냥 막 나대는 스타일이고, 친구는 조심조심 내성적인 스탈이랄까. 나는 '아니면 어쩌지' 라는 걱정보다는 '맞는데 내가 그냥 넘기게 되면 이 순간을 얼마나 후회할까'하는 생각이 더 강해서, 훨씬, 훠어어어어어얼씬 강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구가 너 진짜 갈거냐고 물어보고 나는 그렇다고 대답한 다음에, 친구가 말릴 겨를도 없이, 그 테이블로 향했다. 마침 그 여자분과 함께 온 일행이 잠시 자리를 비워, 그 여자분 혼자 있었다. 이 때밖에 말을 걸 기회가 없어!!


나는 그 자리로 걸어가서, 실례합니다, 라고 먼저 말을 한 뒤에, 당신은 혹시 줌파 라히리인가요? 물었다. 여자는 처음에 잘 못알아 듣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물었다. 줌파 라히리, 작가에요. 라고. 당신은 줌파 라히리 같아요, 라고. 그러자 여자는 깔깔깔 웃으며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나한테 줌파가 아니어서 쏘리라고 하는 거다.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



비록 그녀가 줌파가 아니었고, 나는 죄송하다고 말하고 자리로 돌아왔지만, 좋은 시간이었다. 



그 날 친구와 나는 스테이크와 양고기, 시금치, 와인, 커피의 값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팁만해도 30달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취해서, 취기에 또 기분이 좋아서 헤롱헤롱, 그러다 화장실도 자주 가고 싶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다음 일정인 모마를 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포기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모마는 다음에 가자 이러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에라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가 뉴욕에 가기 전에, 우리는 센트럴 파크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십일년 전에도 가보았지만 꼭 다시 가자고 했었더랬다. 그런데 숙소로 돌아와 숙소에서 유명한 옥상에 올라가니, 뉴욕의 야경이 한 눈에 보이더라. 너무나 아름다운 야경이! 나는 친구에게 여기 야경이 이렇게 좋으니, 우리 피자 사들고 여기서 피자 먹으면서 야경 보자, 엠파이어까지 굳이 올라가지 말자, 라고 제안해보았다. 친구는 좋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뉴욕 시내를 걷다가 비싸지 않은 델리에 들어가 피자를 포장했다. 이름도 모르는 커다란 피자를 포장해 숙소로 돌아와 맥주와 함께 들고는 옥상으로 올랐다.



사진에는 야경이 내가 눈으로 보는 것만큼 아름답게 나오지 않지만, 옥상에서 보는 야경은, 이 숙소의 많은 단점들을 잊게 해주었다. 친구는 연신, 이 야경 하나만으로도 다른 걸 다 잊을 수 있다고 감탄했다. 우리는 옥상에 꾸며진 바의 의자에 앉아 가져온 피자와 맥주를 먹었다. 그러다 이걸 혼자만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창원에 있는 친구에게 페이스타임을 걸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뉴욕의 야경을 보여주었다. 친구는 자신의 룸메와 함께 뉴욕의 야경이냐며 함께 기뻐해주었다. 친구가 있는 곳은 낮이었다.


이 좋은 걸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 아름다운 걸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뻤다. 좋은 걸 보면서 누군가 생각난다는 것도 좋았다. 피자와 맥주와 그리고 이 아름다운 뉴욕의 야경을 앞에 두고 몇달전에 헤어진 애인 생각을 오래 했다. 헤어지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이라고 부질없이 몇 번이고 생각했다.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우리가 여전히 다정한 연인 사이라면, 그랬다면 나는 지금 낮을 살고 있을 그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있는 곳의 밤을 보여줄 수 있었을텐데. 봐요, 여기가 지금 이렇게나 아름다운 밤이에요, 나는 여기서 피자와 맥주를 먹고 있어요, 이 좋은 곳에 와서 당신 생각이 났어요, 라고.








친구와 미국에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우리는 십년후에 여길 또오자고 말했던 터였다. 나는 뉴욕이 너무 좋고, 기회가 될 때마다 자주 이곳에 오고 싶고, 뉴욕의 구석구석 어디든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먹방은 베트남이 진짜야! 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친구야, 베트남 가자, 내가 황홀한 미식의 세계로 안내할게. 뉴욕에선 '어떤' 먹을 것만 황홀함을 선사하지만, 베트남에선 모든 국수가 그래. 매 끼니가 황홀해, 하다못해 호텔 조식의 '퍼'만으로도 천국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친구는 혹하는 눈치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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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7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7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6-08-17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마지막 사진
압권이에요^^
헌데 좀 슬프기도 한 야경이었군요!
보여주고 싶은 이에게 보여줄 수가 없었으니ㅜㅜ
그래도~~~십 년후를 기약할 수있는 친구가 있어 좋고,야경사진을 보내주니 진심 같이 기뻐해주는 친구가 또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사진으로 스테이크를 눈으로 너무 퍼먹어 지금 헛배가 아주 부릅니다ㅜ
10달러가 넘는 시금치 샐러드 같은? 사이드메뉴랑 고급진 스테이크는 한 점씩 먹어보고 싶네요
어떤 맛인지??^^
그리고 줌파 라히리 닮은 사람 얘기엔 저 또한 숨죽여 기대했더랬어요!!
좀 아쉬웠네요ㅜ

그리고 행동하는 다락방님을 보면서 제친구 하나가 생각났어요
제친구 하나가 행동으로 바로 옮기는 스타일이고 전 좀 뒤로 물러나 있는 스타일이라 늘 길 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온 친구더러 ˝뭐라든?˝해요ㅋ
지난주말 부산에 내려 왔대서 만났는데 그날도 친구는 궁금하면 즉각 가서 묻고 다녔고 전 또 앉아서 관찰?하면서 웃어줬구요ㅋㅋ

다락방 2016-08-17 17:05   좋아요 0 | URL
모든 일상의 사소한 사건들 모두 기쁨을 불러왔다면 슬픔도 불러오겠죠. 왜, [인사이드 아웃]에서 결국 아이가 기뻐지는 건, 그 전에 슬프고 우울한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잖아요. 슬픔과 기쁨은 늘 공존하는 것 같아요. 아름다운 야경을 본 건 분명 기뻤지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순간도 나쁘지 않았어요. 흐흣.

전 뉴욕에서 돌아오면 스테이크 질려서 먹기 싫을 줄 알았는데, 웬걸, 또 먹고 싶어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ㅠㅠ 그래서 또 먹었어요. 아아 ㅠㅠ 스테이크여, 너는 무엇이냐, 너의 존재는 대체 내게 무엇이냐 ㅠㅠㅠ

맞아요, 책나무님. 제 경우에는 길을 물어서 찾고, 저랑 같이 여행한 친구는 지도 보고 찾아요. ㅎㅎㅎㅎㅎ

사각양배추 2016-08-17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팅만 하다가 뉴욕에서의 글이 너무 좋아서,글 남겨요.
님 글을 읽을 때마다 공감하게 되어서 참 좋습니다^^
매일매일 글 기다려져요!
글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 ^^

다락방 2016-08-17 17:06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하하하하. 저는 눈팅 하다가 존재를 드러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답니다. 이 글이 사각양배추님으로 하여금 댓글로 존재를 알리게 했으니, 이 글을 쓴 제가 좋아집니다 ㅋㅋㅋㅋㅋ

매일매일 기다려주신다니, 제가 열심히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히힛. 고맙습니다!!

2016-08-17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7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걀부인 2016-08-17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갑자기 저 메뉴들에 지불했을 금액이 궁금해지네요. 저도 여행가서 저렇게 질러보고싶다는! ㅋㅋ 암튼 재미있게 읽고가요.

다락방 2016-08-17 17:17   좋아요 0 | URL
30달러의 팁을 줬던 식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를 제외하면 지불 금액들이 크진 않았어요. 그 식사 한 끼가 진짜 엄청나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각오했지만...

친구랑 저는 이번엔 아끼지말자! 라고 다짐하고 갔거든요. 십일년전에 너무 아껴가지고 ㅠㅠ 숙소도 아끼고 식사도 아끼고 ㅠㅠㅠㅠ 그 좋은 데에 가서 맛있는 것도 못먹고 오고... 그래서 이번엔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오자, 좋은 데 가보자! 했어요. 그래서 미술관도 두 군데나 가고(입장료가 둘다 25달러 씩이에요!!), 자연사 박물관도 가고 그랬어요. 으흐흐흐흐.


할부는 돌아온 자의 몫...Orz

달걀부인 2016-08-17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그래도 직장인이시면! 잠깐 한국왔는데 주부라고 은행 담보대출도 막혀있고 신용카드발급도 잘 안되고 ...갑자기 돈 못버는 자의 설움이. ㅠ ㅠ

팁이 30달러면, 식사는 300달러쯤.ㅋㅋㅋ 결혼하기전에, 혹은 애 낳기전에, 혹은 애가 학교들어가기전에 지르십쇼. 그 이후엔 돈이 있어도 못 씁니다요.ㅠ ㅠ

다락방 2016-08-18 08:48   좋아요 0 | URL
할부가 끊이지 않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 할부가 끝날라치면 저 할부가 튀어나오고, 저 할부가 끝날라치면 갑자기 여러개의 할부가 좌르륵 쏟아지고... 물론, 다 제가 한 일입니다만... 제가 직장에 다니고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할부의 삶고 가능했겠지요. 휴...

팁을 포함해서 300달러쯤 됐어요. 이 사람들 팁을 많이 받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5%쯤 되는 팁을 준 것 같은데.. 어휴, 음식 값이 비싸니까 팁 값도 비싸서 ... 좀 쫄았네요. 아무리 `먹자!` 하고 들어갔어도 말이지요. 아하하하하.

꽃보다금동 2016-08-18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년에 뉴욕다녀왔는데 달면서도 짜디짠 맛을 견딜수가 없더라고요~ ㅎ 그래서 매일 밤 한국스러운 짠 맛 신라면으로 속을 달랬었지요 ㅎㅎ

야경, 피자, 맥주 조합은 너무 멋지네요^^ 저도 다시 가게 된다면 꼭 해보고 싶네요 ㅎ

다락방 2016-08-18 08:49   좋아요 0 | URL
크, 저희랑 똑같네요. 저희도 돌아오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사발면 흡입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의 끝무렵엔 더이상 미국 음식이 먹기 싫어져서 ㅠㅠ 한국음식점 찾아가서 김치찌개 먹었어요! 그렇게 짠 거 단 거 싫다!! 해놓고서 `그런데 한국 짠 맛 너무 좋아!` 이러면서 김치찌개랑 김밥이랑 라면이랑 먹으면서 좋아 죽을 뻔 했어요. ㅋㅋㅋㅋ

저도 다시 갈거에요, 꽃금동님. 우리, 다시 갑시다!! ㅎㅎㅎ

헤스티아 2016-08-18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뉴욕다녀오셨어요? 완전 멋져요 ^-^
저두 작년겨울에 하와이에 일주일 다녀왔는데 엄청 짜더라구요 ㅋㅋㅋ
연어요리는 소금덩어리를 먹는줄 ㅋㅋㅋ짜다는 말에 200%공감해요~

스테이크 사진 보니 고기 넘 땡기는걸요 ㅎㅎㅎ
간만에 들어왔다가 잘 구경하구 가요 ^^

다락방 2016-08-18 14:38   좋아요 0 | URL
헤스티아님은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아이도 이제 많이 컸을 것 같은데요. 독서 생활도 계속 열심히 하셨나요? ㅎㅎ 종종 만나요~

유월 2016-08-22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든가 말든가 둘 중 하나만 해야죠. 저도 일단 먹으면 가격따위 .. ㅋ 언제떠날지 모르는 여행리스트에 뉴욕을 올립니다. 돈 벌 의욕이 생기네요 :)

다락방 2016-08-22 13:36   좋아요 0 | URL
그럼요! 또 언제 올지 알고 참습니까. 눈 딱감고 먹어버려야 해요! ㅎㅎㅎㅎㅎ
돈 벌 의욕이 생긴다니 좋네요. 돈 벌어서 아주 맛있고 재미있게 쓰세요. 좋은 데 가고 좋은 거 먹고 좋은 거 사고!!
 
요주의 인물
수잔 최 지음, 박현주 옮김 / 예담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이제는 예순이 넘은 수학교수 '리'가 '폭탄 테러범'으로 의심 받는다. 자신의 옆방 교수가 우편 테러로 큰 부상을 입었을 때 옆에 있었고, 그 일이 있고나자 그런 테러를 가한 놈은 벌을 받아야 한다며 인터뷰를 했었는데, 그때만해도 많은 사람들이 옆 방에 있었던 그를 위로하고 그런 인터뷰를 멋지게 해낸 그를 응원했었는데, 어느틈에 그는 '요주의 인물'이 된다. 폭탄 테러범과 그가 '아는 사이' 일 수도 있으며 혹은 그 자신이 '폭탄 테러범'일 수도 있다는 것을 주변인들과 FBI 는 의심한다. 그가 요주의인물임이 매스컴에 드러나자, 그의 직장인 학교와 그가 사는 동네의 사람들은 그를 따돌린다. 애초에 사람들과 많이 대화 하지 않았고 딸과도 사이가 좋지 않은 그였지만, 이 따돌림을 견디는 게 몹시 힘들다. 이 과정에서 그가 범인이 아님을, 그가 생각하는 범인이 정말 범인인지 드러내면서 그의 과거와 지금까지의 시간이 교차한다. 기억은 왜곡됐을 수 있고, 오래전에 느끼거나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에 와서야 '그게 그게 아닐 수도 있구나' 하는 것들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리 교수는 화를 잘 참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툭하면 버럭, 소리를 지르는데, 누군가가 '너는 툭하면 버럭 소리를 지르잖아' 하면 내가 언제 그랬냐며 다시 버럭 성질을 내는 사람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의 그 신경질이, 소리지르는 모습이 너무나 싫었다. 그렇지만 그가 테러범으로 의심받고 모두로부터 따돌림당하는 걸 보는 것도 싫었다. 딸을 사랑하지만, 그런 딸을 기억하려고 하면 딸리 어릴 때 뿐이었던 것을 깨닫는 것도 싫었다. 아내의 평생 소원을 입밖으로 내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싫었다. 그가 미국에서 살아온 시간이 아주 길었음에도 아이사인이라는 편견에 갇혀 수사를 받는 것도 싫었다. 무엇보다, 이 세상에 그가 의지할 데라곤 정말 하나도 없는걸까, 하는 초조한 마음이 되어, 그렇다면 이 사람이 세상으로부터의 오해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단 말인가, 내 나름의 해결 방법을 찾아보려고 했다. 집 밖에 기다리고 있는 기자들에게 '나는 테러범이 아니란 말이야!'라고 인터뷰를 하자고 해야할까, 그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게 아닐까, 아니면 방송국에 전화해 내 억울함을 알아달라고 해야할까, 그것 역시 사람들이 믿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했다. 그렇기에 그가 수사 요원들을 도와 테러범을 직접 맞닥뜨리고자 했을 때, 그 마음을 이해했다. 봐, 진짜 테러범은 이 사람이었고, 나는 이 사람을 잡는 데 도움을 줬잖아, 나는 그가 그렇게 항변하길 바랐지만, 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내 이름이 이 사건에 연루되는 것 자체를 원치 않소." 자기 접시를 또한 말끔히 끝낸 리는 모리슨의 말을 끊었다. 그는 평소와 다르게 무척 허기가 졌다.

"이 사건에서 내 이름을 다시 언급하지 마시오, 짐. 이런 부탁을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내가 여기 왔다는 말조차 하지 마요."

모리슨은 포크를 내려놓았다.

"리가 지성 폭탄 테러범 체포를 도왔습니다.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다고요?"

리는 헨들리가 폭탄을 받았던 그날 병원 보도에서 자신이 장황하게 늘어놓았던 연설을 기억했다.

"텔레비전이나 그런 것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교훈을 얻었소. 정말로 흥미가 없어요. 난 여전히 작다리 양귀비로 남고 싶소. 당신이 내 말뜻을 알진 모르겠으나." (p.571)



결국 이 힘없고 약하고 외로운 노인은, 자신이 직접,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문제 해결하는 데 뛰어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사람들이, 아니, 세상의 전부가 여전히 그를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을 때, 거기엔 이십년간 연락이 끊겼지만 자신을 믿어주었던 친구가 와있었고, 오랜 시간 소원한 딸로부터 아빠를 만나러 가겠다는 엽서가 도착해 있었다.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아빠에 대한 소식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그래서 언제 도착할건지 적어놓은 빼곡한 엽서에, 사랑한다는 말을 적어 놓았다.



이 신경질적인 교수의 이야기를 내내 초조하게 읽으면서, 이 사람이 이렇게 외롭게 지내는데다 심지어 조용하기까지 한 성격이라면, 이 사람의 억울함이 어디가서 풀어질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사랑해요, 라는 말에 무장해제되는 기분이었다. 아, 사랑은 뭘까, 사랑이 뭐길래, 내내 초조하고 불안하고 답답해하던 나를 이렇게 만들까. 이 말을 직접 들은 리 는 어떨까. 자신이 평생 살아온 것보다 더 긴 것 같은 시간을 최근 며칠 사이에 보냈는데, 자신의 모든 체력이 마치 여기에 쓰여져야 했다는 듯 이제 지쳐버렸는데, 집에 돌아와 마주친 '사랑해요'는 그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 어쩌면 사랑은, 정말 진부하지만, 사람이 무너지기 직전에 붙잡을 수 있는 단단한 밧줄 같은 것은 아닐까. 그것만 있으면 사실 낭떠러지로 떨어지려다가도 온 몸의 힘을 내어 자꾸 위로 위로 올라가게 할 수 있는, 그런 밧줄이 아닐까. 



긴 독서였다. 여행 후에 좀처럼 책이 읽히지 않았고, 게다가 책이 너무 무거워서 가방에 넣고 다니고, 들고 다니면서 읽기가 힘에 겨웠다. 이제 이러고 싶지 않다,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에, 어느 날엔 들고 다니지도 않았고 읽지도 않았다. 그래서 아주아주 긴 독서가 되었다. 띄엄띄엄 리 교수를 만났는데, 그렇게 띄엄띄엄 만났음에도, 사랑해요, 앞에서 무장해제 되어버리다니, 사랑은,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아니라, 어쩌면 단 하나의, 소수의 사랑이기만 해도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 시간이 걸려서 알아야 할 것을 알게 되었고, 만나야 할 사람들이 만나게 되었다. 


"전 제가 뭘 잃어버렸는지도 몰랐어요." 마크는 흐느꼈다. (p.596)


뭘 잃어버렸는지 몰랐던 마크, 리가 그토록 부정하고 잊고 싶었던 존재가, 자신이 잃어버린 걸 찾았다. 너무 늦었을 수도 있지만, 이만큼의 시간이 있었기에 리와 함께 공항에 나갈 수도 있게 되었을 것이다. 각자의 외로움이 길었지만, 이제부터는 좀 괜찮아질 것 같다. '내'가 무얼 잘못했고, 무얼 보지 못했었는지를 깨달은 뒤의 일이었다. 




"이 나라에서 살아서 가장 멋진 점 중 하나는," 그는 조심스레 말을 시작했다. "자네들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이겠지. 내가 온 나라에서는 그런 말을 했다간 감옥에 갇히게 될 거야."
아이들이 와르르 웃음을 터뜨렸지만 리는 모욕당한 기분은 아니었다.
"아, 농담이 아니네." 그는 온화하게 반박하고 다시 모두들 미적분학 수업으로 돌아갔다. (p.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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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6-08-1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인용문이.. 마음에 와닿다니... 이 죽일 무더위보다 더 지치게 되네요...

다락방 2016-08-17 14:43   좋아요 0 | URL
네, 리 교수가 한국에서 건너온 사람이란 설정이거든요. `내가 온 나라`가 바로 한국입니다.

clavis 2016-08-20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 몸의 힘을 내어 자꾸 위로 위로..단 한 사람만 있어도 살 수있는게 사람인 것 같아요^^♥

다락방 2016-08-22 13:22   좋아요 0 | URL
네,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살아갈 힘을 낼 수 있죠. 그렇지만 한 명은 부족해요. 조금 더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클래비스님.

2016-08-22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바야가의 집은 여자 노인을 위한 새로운 개념의 공동체다. 공간을 대표하는 디렉터나 운영과 행정을 맡아보는 인력이 따로 없고, 공동체를 구축하는 멤버들이 스스로 운영에 참여하는 공간으로 '자치', '생태주의', '시민 참여', '연대'가 이 공간을 받드는 네 개의 정신적 기둥이다. 21명의 여자 노인과 네 명의 젊은이가 한 건물 안에 있는 각자의 공간에서 생활한다. 각자가 차지하는 공간의 규모에 따라 월세 시세의 절반에 해당하는 200~400유로(약24만~48만 원)의 월세를 내며-거의 모든 프랑스 노인은 국민연금을 수혜하므로 이 정도의 집세는 큰 부담이 아닌 것으로 간주된다. 대부분의 노인 요양원들에 비해서는 월등히 낮은 가격이다:저자 주- 모든 거주자가 일주일에 5~10시간씩 공동체의 운영을 위한 노동시간을 제공한다. 각자의 공간에는 부엌과 화장실, 샤워실이 있고 세탁실만 공동으로 쓴다. 텃밭에서 공동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고, 건물 1층에는 모두가 매일 만나 강연을 듣고 토론을 하며 서로가 살아오면서 축적한 지식과 지혜, 경험들을 나눌 수 있는 민중 대학이 마련되어 있다. 이 민중 대학에는 이 공간의 입주자들뿐만 아니라 원하는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다. (테레즈 클레르, p.17)




일요일에는 나를 포함한 여자 다섯 명이 만났다. 와인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애슐리에 가서 실컷 먹고 실컷 마셨는데, 덕분에 월요일인 어제 기운을 못차리고 철푸덕 뻗어 있었더랬다. 그러다가 생일에 친구가 선물로 준 모닝케어 생각이 나, 부랴부랴 옷을 입고 편의점에 가 바꿔서 마셨다. 그리고 다시 집에 와 철푸덕...

우리는 네시반경 모여서-네시였는데 내가 애슐리를 못찾아서 종로를 빙빙 돌았고, 그러다 결국 집에갈거야! 이러고 눈물까지 찔끔...- 언제 헤어졌지?, 실컷 수다를 떨었는데, 그렇게 미친듯이 수다를 떨 수 있는 건 우리가 지금 처한 환경이 비슷하고 또 바라보는 바가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여행가자, 같은 얘기들도 하다가 공동체 얘기도 나왔다. 공동체는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 바였다. 어쩌면 그 공동체에 대해 꿈꾸는 모습이 조금 다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싱글인 여자들이 함께 모여서 함께사는 걸 우리는 생각하고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 나는 큰 빌라나 작은 빌딩을 공동체 구성원이 공동으로 소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구성원 모두 각자의 공간이 있고, 그러나 1층의 부엌은 함께 쓰는 그런 삶. 그래서 내키면 식사는 같이 하되, 원한다면 언제든 자기 방으로 숨어들 수 있도록. 나는 내가 비혼의 삶을 앞으로도 유지할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나이 들면 실버타운에 가야지, 라고만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러다 '목수정'의 [파리의 생활 좌파들]을 읽으면서, 아, 실버타운 보다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이렇게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게 낫겠다! 싶었던 것.


그런데 일요일에 만난 친구들도, 또 다른 친구들도, 진작부터 공동체 생활을 생각했다는 걸 알게 됐다. 금요일에 만난 친구에게도 얘기하니 자기도 그런 공동체를 희망한다는 게 아닌가. 일단 내 주변에 이렇게 여러명이라면, 이들만으로도 이미 공동체를 만들 인원은 충분할 터. 게다가 내가 계속 만남을 유지하는 사람들이니, 싫지 않은 멤버가 아닌가. 나와 그간 관계를 유지했던 사람들이라면, 나는 살갑게 계속 치고 들어오는 걸 별로 반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 터. 그렇다면 우리는 적당한 거리와 공간을 사이에 두고 공동체 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이거, 한 번 해볼만하지 않을까?



[디어 마이 프렌즈]의 이 오랜 친구들도 그랬다. 사별을 하거나 별거를 하거나 아예 연애를 해본 경험이 없거나 한 이 오랜 친구들은 '같이 살기를' 꿈꾼다. 그래서 하룻밤은 다같이 모여 하루 자 보기도 한다. '언젠가는' 그렇게 함께 살자고 약속을 했지만, 어느 한 명은 치매에 걸렸고 어느 한 명은 암에 걸렸다. 치매에 걸린 친구는 요양원에 가길 원했고 암에 걸린 친구는 3기라 많이 위험하다 했는데, 이에 이들 중 한명이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우리 같이 사는 거, 그거 못하겠네.



우리가 '언젠가는' 공동체 생활을 하자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바라왔다고 하더라도, 너무 늦어지면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면서 들었다. 너무 늦어지면, 그러니까 일흔이 넘어가고 여든이 넘어가면, 그때 돼서 '이제 같이 살자'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너무 늦어지면 곤란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에 친구들과 공동체 얘기를 하면서도 그랬다. 디어 마이 프렌즈 얘기를 꺼내면서, 너무 늦어지면 그건 뜻대로 안될 수도 있어, 라고.



우리는 아직 살아갈 날이 많다. 앞으로 많은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공동체를 꿈꿨던 내 주변의 친구들은 애인의 유무와 상관없이 혼자 살고 있고, 앞으로도 결혼을 자기 인생에 두지 않은 친구들이다. 그러나 미래는 예측불허. 우리중 누군가는 빠른 시일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공동체와는 멀어질 수도 있다. 단란한 가족을 꾸리고 거기에 충실하느라 자연스럽게 우리와 멀어질 수도 있다. 어쩌면 이렇게 공동체를 꿈꾸어온 내가 그럴 수도 있다. 이런 글을 써놓고서는 당장 몇 달 뒤에 '남자랑 동거하기로 했다' 같은 글을 쓸지 누가 알겠는가. 알 수 없지. 그래도,



지금은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한다. 머릿속에 그려본다. 



1층의 커다란 식탁에서 부러 그러는 게 아니어도 가끔은 다같이 모여 밥을 먹는 모습을, 크리스마스 같은 때에 다같이 집에 있다면, 와인이며 샐러드 치즈 같은 거 차려두고, 스테이크도 구워 두고, 그렇게 건배하는 삶을. 냉장고에는 컨디션이나 여명 같은 숙취해소 음료도 좀 쌓아두고 살고 싶다. 나는 한 번도 원한 적이 없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 공동체에는 고양이 몇 마리가 함께할 수도 있다. 개가 있을 수도 있겠지. 어쩌면,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데려와 함께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나와 내 친구들이라면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이 많을 터, 아이가 자란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환경일 수 있을 거다. 어디를 열어도 책이 보일 거고, 게다가 어릴 때부터 보고 자라는 어른들이 모두 페미니스트야!!!!!!!!!!!!!!!! 졸 멋져!!!!!!!!!!!!!!!!!!!!!!!!!!!!!!!




이런 멋진 생각을 뒤로 하고,

자, 주어진 일들을 하자.

선물받은 초콜렛을 먹자.

점심엔 갈비를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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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박람회 2016-08-16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2016년 9월 23일 광주광역시에서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쳥, 광주광역시가 주최하는
제5회 대한민국 도시농업박람회가 개최되는데요
그에 연계한 공모전 두가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제5회 대한민국 도시농업박람회 도시농부 스마트폰 공모전
http://xn--980b05b94ex1f25j0pec50b.org/introduce4/bu6.html

제5회 대한민국 도시농업박람회 예술텃밭 공모전
http://xn--980b05b94ex1f25j0pec50b.org/introduce4/gongmo.html

singri 2016-08-16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멋지네요 진짜 ! 머리속으로 생각해보는거 만으로 할말이 사라짐. 목수정이라니 책도 더 읽어보고싶네요.

다락방 2016-08-16 15:57   좋아요 0 | URL
저는 책에서 인용한것처럼 민중대학을 공동체 안에 만들진 못하겠지만, 자주 모여서 신나게 수다 떨며 지내고 싶어요. 수다는 나의 힘...
정말 공동체 생활을 원하는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다보면 아마도 더 좋은 의견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하핫.

hellas 2016-08-16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친구 몇명과 그런 이야길 참 꾸준하게 많이 합니다. 그 주제는 언제나 즐겁긴한데.. 현실적일까 라는 의문은 슬퍼지고.. 뭐 그렇네요.

다락방 2016-08-17 09:14   좋아요 0 | URL
많은 여자사람들이 그런 삶을 꿈꾸는 것 같아요. 친구들과 그런 얘기를 했어요. 왜 여자들은 각자의 공간이 있는 공동체를 꿈꾸는데 남자들은 그러지 못하는지를. 남자들은 자기 손으로 밥해먹을 줄 몰라서 그런다, 고 실컷 뒷담화 했습니다. ㅎㅎ
현실적인 일이 될지는 저도 ..... 일단 집을 사든 얻든 돈이 필요한 일이고 말이죠 ㅠㅠ

transient-guest 2016-08-17 0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사람들만 함께하는 공동체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계속 같은 마음의 사람들이 수혈(?)되어야 할 것이고, 젊은층도 꾸준히 유입되어야 할 듯. 하지만, 그렇게 식당을 겸한 큰 주방과 도서관-common area공간을 가운데로 해서 각자 privacy를 같고 살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구조로 해서 가족과 친지, 친구 등 맘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ㅎㅎ 그나저나 더운 날씨에 와인은 좀 어렵지 않나요???ㅎ

다락방 2016-08-17 09:18   좋아요 0 | URL
저도 차라리 낯선 사람들끼리 만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만약 서로가 거리를 지켜준다면 아는 사람들로 구성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어떤 강제성이나 압박 없이 식사시간이나 이런 걸 자유롭게 하고, 그러다가 어떤 날엔 `나 지금 밥 먹을건데 같이 먹을래?` 하고 단체문자 같은 거 보내서 같이 식사를 하는 시간도 있다면, 나름 괜찮게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머릿속에서는 그래요. 사실 이게 얼마만큼의 현실성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단순히 희망사항이기만 할 것 같고..

와인도 맥주도 힘들죠. 어휴, 진짜 집에 가서 뻗어버렸네요. ㅠㅠ

clavis 2016-08-20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 멋져요!!!!!!!!^^

다락방 2016-08-22 13:22   좋아요 0 | URL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뉴욕에서 내게 '그렇게 생각이 많으면 시집을 못가요' 라고 말하는 한남을 만나서 멘붕이었더랬다. 나는 저렇게 말하는 남자를 내 주변에 친구로든 연인으로든 두지 않는데, 여기와서 만나게 되다니.... 당황스러웠다. 안간다, 시집! 생각이 많은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를 나도 싫어한다. 남자를 거르는 몇 가지 단어들이 추가됐는데, 일베와 소라넷을 포함해서 '메퇘지', '너 메갈하냐' 등의 말과 함께 '너 꼴페미냐'고 꼴페미를 욕으로 쓰는 남자들은 옆에 두고 싶지 않다. 



마태우스님이 이런 글을 쓰셨다. 나는 마태우스님이 자랑스럽다. 나는 이런 사람만을 옆에 두고 싶다. 나는 마태우스님과 친하(다고 생각한)다. 








진중권도 이런 글을 썼는데, 와... 댓글들이......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38575&yy=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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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 2016-08-11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가기엔 너무 아깝다니까요
시집가면 마태우스님과 친하다..그런 글도 쓰기 조심스러울지도 몰라요~
남편이 질투할까요?

다락방 2016-08-11 13:06   좋아요 0 | URL
그쵸. 저 시집가기엔 너무 아깝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혼으로 쭉쭉 뻗어나가겠습니다. ㅎㅎ 그렇지만 잘생기고 돈 많은 페미니스트 남자사람이 같이 살자고 하면 그때는 또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어요. 아하하하하.
그리고 저랑 결혼할 정도의 남자라면 제가 누구랑 친하다고 해서 질투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하하하하.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지적하는 것이지만 일베는 여성혐오이고 메갈은 남성분노이죠.
혐오는 강자가 약자에게 보내는 증오이고,
분노는 약자가 강자에게 보내는 감정입니다.
여성이 강자인 남성에게 증오를 보인다는 것은 결국 남성에 대한 혐오보다는 남성에 대한 분노에 가깝죠.
분노는 사회를 바꿀 수 있지만 혐오는 폭동을 일으킬 뿐입니다..

다락방 2016-08-11 13:18   좋아요 0 | URL
네 그 때 그런 취지의 글 쓰셨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동의합니다. 지금 그들은 분노와 혐오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어요. 고작 자기들을 비춰주는 `말`에 그렇게도 부들부들 거리다니. 그동안 여성들이 당한 차별을 받았다면 살아남지도 못했겠네요.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요.

건조기후 2016-08-11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너무 많이 보지 마요 ; 늙어요..

남자사람을 거르는 조건이 너무 많아져서 이제는 일상적인 인간관계도 힘들어질 거 같아요. 도대체 그 한 줌 신체기관이 뭐라고 그거 하나에 온통 얽매여서 자기 존재를 하찮게 만드는지(조차도 스스로 알 지 못하고) 볼수록 참 아스트랄한 종족...

다락방 2016-08-11 13:20   좋아요 0 | URL
어쩌면 저렇게 한결같이 병신같은 댓글들만 써대는지.... 대부분의 남자들은 뇌가 없는 것 같아요. 생각을 안하는 것 같음... 상황판단도 안되고 원인과 결과를 따질줄도 모르고 논리적이지도 못하고 이성적이지도 못하네요, 남자들은. -_- 여자들 깔아뭉갤 줄만 알지... 아, 너무 싫어, 너무 한심해. 세계 각지로 뻗어있는 한남이에요.

건조기후 2016-08-11 13:48   좋아요 0 | URL
정말 놀랍도록 멍청하지 않아요? 얼굴에 똥 묻었다고 아무리 말 해줘도 안 닦아서 거울 보여줬더니 왜 나한테 똥 묻은 거 보여주냐고 화내고 거울만 막 박살내... ;; 왜 그럴까요? 그냥 똥 닦아내면 끝날 일인데. 똥 묻은 거 보여준 게 잘못인가.. 지한테 묻은 건 아무리 똥이라도 똥이 아닌 건가.. 똥을 똥이라고 할 수도 없는 2016년의 한국입니다...

다락방 2016-08-11 14:12   좋아요 0 | URL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멍청해요. 진짜 똥멍청이들이에요. 아무리아무리아무리 설명해줘도 말귀도 못알아먹고. 과격하다고 말이 심하다고 빼애액 거리는데 좋은 말로 해도 못알아먹는 주제에.. 아주 오랜 시간동안 이토록 멍청한 남자들이 직장에서 간부 자리를 다 차지하고 정치에서도 다수의 자리를 차지했었다는 걸 생각하니 답답해서 잠도 안올 것 같아요. 그동안 자기들이 한 짓을 보지도 못하고 한결같이 멍청함을 유지하다니. 대단히 멍청하며 고집스러워요.

진중권 글 댓글 보면 `교수가 학생한테 욕설하고 성폭행 한거 고대로 미러링 해줄까?` 뭐 이런 게 있던데.. 이건 대체 무슨 개소리입니까... 뇌가 없어.... ㅠㅠ

hellas 2016-08-11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성신문 칼럼 읽었네요. 뉴욕에서 그런 사람을 만나시다니 ㅌㄷㅌㄷ 전해드립니다. -.,-

다락방 2016-08-11 14:15   좋아요 0 | URL
저 칼럼들을 비롯해서 다른 칼럼들도 메갈에 대해 지지하는 취지라면 밑에 댓들들이 다 진짜 엄청나게 달리네요. 다들 부들부들하고... 글 자체를 이해를 못해요. 이해력이 딸리는 존재들이여...

한남은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는가 봅니다. 뉴욕에서 한남이라뇨. 맙소사. ㅠㅠ

책읽는나무 2016-08-12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혀~~~
글을 읽다보니 그저 한숨만이ㅜㅜ
저는 소라넷이란 사이트가 있는지는 사실 알라딘에서 작년에 첨 알았어요
듣기싫은 소리,보기싫은 것들은 관심을 두지 않아 애써 찾아보지 않았구요
그래도 한 번씩 알라딘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다보면 생소한 용어들이 많아 완전 초집중해서 읽게 되곤해요
그리곤 완전 기운이 쫙~~빠지는 느낌이랄까요??
사이트의 댓글들 읽다보니 왜 이런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 편협된 사고관으로 굳어져 왜저렇게 흥분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되는ㅜㅜ
내가 여자가 아닌 남자로 태어나서 같은 남자의 눈으로 바라본다면??이란 가정을 수십번 해봐도 저는 도저히 납득이ㅜㅜ

다락방 2016-08-15 13:21   좋아요 0 | URL
저도 소라넷의 존재를 작년인가 처음 알게 됐었어요. 얼마나 놀랐던지요. 더 놀라운 건 그것들이 게속 사용자가 많은 채로 유지되어 왔다는 것이고, 그래서 메갈을 비롯해서 많은 여성들이 소라넷을 없애자고 했을 때 많은 남성들이 그걸 없애는 걸 반대하기도 했다는 거에요. 아주 적극적인 반대요. 결국 소라넷은 없어졌지만, 소라넷 유사 사이트는 여전히 존재하고 게다가 소라넷 역시 다시 오픈할 계획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나라 남자들은 대체 무엇을 보고 어디에서 기쁨을 느끼는걸까요?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죠. 저 댓글들만 봐도 너무나 참담하고요 ㅠㅠ

2016-08-15 2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5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5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