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페이퍼 쓰고 있으면 안되는데.. 일이 많은데.....)



뉴욕에 간다면 먹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건 스테이크였다. 미국에 사는 친구가 주말에 스테이크 사진을 올릴 때마다, 나는 언제나 의문의 1패를 했던 것.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나는 패배자... 나도 미국 가서 스테이크 먹겠어! 그런 마음으로 갔다. 사실 내 여행은 대부분 '먹는'게 테마였고, 뉴욕 여행이라고 다를 바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미국에 스테이크 말고는 기대하는 게 없었다. 그리고, 내 기대는 참.. 현명했다.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는 댈러스에서 환승할 비행기였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니 그 비행기는 두 시간 지연이 되었고, 환승이 불가하므로 댈러스 호텔에서 하룻밤을 자야한다고 하더라. 호텔과 저녁식사 그리고 다음날의 아침식사 모두 항공사가 제공한다고 했다. 우리가 원래 뉴욕에 도착하는 게 밤이었으니, 반나절쯤 일정이 늦게 되는거지만, 덕분에 댈러스에서 하루 묵어보겠네 하고는 우리는 큰 불만을 갖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미국식 아침식사를 너무나 갈망하고 있었으므로 ㅋㅋㅋㅋㅋㅋ 다이너에 가서 먹게 될 아침 식사를 기다렸다. 그렇게 먹게 된 아침식사, 우리가 주문한 것. 물론, 정말 2인분이다!!



일단 베이컨이 너무 짜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전날 저녁에도 베이컨을 먹었는데, 여기 베이컨은 짠 게 그냥 기본인듯. 그냥 짠 게 아니라 완전 짜다 ㅋㅋ 아니 근데 양이 너무 많아. 메뉴에 있던 핫케익, 달걀, 베이컨을 주문하면서, 달걀을 스크램블로 바꿔줄 수 있냐고 했더니 가능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일단 내 몫으로 나온 게 이렇게 두 접시다.




아 난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친구가 시킨 건 이것.



이거 빵을 무슨 버터에 튀긴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깨무는데 왕고소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너무 맛있어서 이러면 안되는 거 아닌가 싶다고 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미국에 가서 먹고 싶었던 게 스테이크와 랍스터 롤이었다. 그래서 도착한 바로 다음날이었나, 랍스터롤을 먹으려고 걷고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서 도착해 주문했는데!!




사이즈가 진짜 너무 작은 거다. 너무, 너무 작아. 아무리 두 개라도 진짜 너무한 사이즈! 위에가 랍스터롤 밑에가 크랩롤. 맛이 딱히 기대한만큼 뛰어난 것도 아닌데.....근데 너무 작아! 배를 채우려던 친구와 나는, 끼니로 먹으려던 친구와 나는 당황해서, 다른 식당을 또 찾느니, 그냥 여기서 배터지게 먹자, 하고는 크램 차우더를 주문했다.



맛은 있었지만 너무 짜고, 이래봤자 배 부르는데 영향이 1도 없어.... 다른 메뉴가 뭘 있나..하고 보다가 랍스터 샐러드를 시켰다.



야채야채..하고...좋았지만......랍스터롤은 나를 크게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실망이야, 랍스터롤.. 이건 뭐 앞으로 굳이 안먹어도 될듯 ㅋ

랍스터롤, 너는 디저트인거니? 메인이 아닌거야?




미국에 사는 친구들이 있다. 그곳에서 사는 친구들은, 그곳에서 태어난 사람들과도 당연히 친구. 뉴욕에 있다는 말에,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매그놀리아>의 컵케익을 추천해주었다. 아주아주 맛있는 디저트라고. 마침 이곳은 함께한 친구도 가고 싶어했던 곳인데, 워낙 디저트에 관심이 없는 나는 심드렁 했던 거였다. 그러다가 모마를 갔을 때 모마 근처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뉴욕에서 나고 자란 사람의 말에 의하면 '그 가게에 새벽 세시인가 네 시에 가게 문 두드리면서 i really need cupcakes!!! pls pls!!! 이러는 사람도 볼 만큼 맛있는 가게, 관광객들보다 거기 사는 사람들이 더 좋아하고 잘 아는 가게' 라는 게 아닌가! 그래, 새벽 세시에 문 두드리며 달라는 컵케익이라니, 그런 컵케익 먹어보자, 하고는 매그놀리아로 갔다.



컵케익이 종류가 엄청 많았다. 역시 유명한 가게라 그런가.. 사람도 엄청 많았다. 우린 줄서서 컵케익 세 개를 샀다. 이건 분명 달거야, 그러니 아메리카노도 잔뜩! 아메리카노도 주문했다. 계산하기에 앞서 푸딩은? 하고 친구와 눈을 마주쳤지만, 둘다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리고 새벽 세시에 사람을 찾아오게 한다는 그 컵케익!!을 포장해서!!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러듯이, 길 한복판에 앉아서 먹기 시작했다.



오른 쪽에 있는 밑에가 붉은 컵케익이 '레드벨벳'인데, 이건 맛있게 잘 먹었다. 상대적으로 덜 달아서. 그런데 왼쪽 두 개는 그냥 설탕덩어리야 ㅠㅠ 아메리카노가 없다면 도무지 먹을 수 없는 맛. 우리는 커피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컵케익을 다 먹지 못했다.. 아..역시 내 스타일 아니구먼...



한국에서도 두 시간 줄서서 먹는다는 쉑쉑버거는 어떤가. 나는 그것의 맛이 1도 궁금하지 않았지만, 친구는 온 김에 먹어보고 싶다고 했고, 마침 센트럴 파크에 갔다가 지도를 검색해보니, 우리가 있는 곳 근처에 있는 게 아닌가! 해서 찾아가 포장을 했다. 나의 주문 실수로 햄버거가 세 개가 나왔고! 맥주와 커피와 함께 우리는 우리의 로망을 실현하자며, 포장해들고 센트럴파크 안으로 향했다.



친구는 알라딘에서 받은 돗자리!! 를 깔았고, 우린 거기에 쉑쉑버거를 놓아두었다. 여긴 센트럴파크고, 알라딘 굿즈이고, 쉑쉑버거다!! (맥주는 걷다가 다 마셔버림 --;;)



아아, 그런데 쉑쉑버거도 맛이 별로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깜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런 걸 줄서서 기다려서 먹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나원참 ㅋㅋㅋㅋㅋㅋㅋ 친구에게 너는 어떠냐 물어보니, 친구는 '너랑 강남역 수제버거집에서 먹었던 수제버거가 훨씬 맛있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나 이거보다 맛있는 버거 많이 먹어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처구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친구랑 나는 다 먹고 돗자리를 접으며 '이제 쉑쉑버거 사 먹을 일은 없을듯' 이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브루클린 책자를 본만큼 하루는 브루클린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스테이크를 먹기로 했고. 브루클린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걷기에 한가한데, 우리는 초콜렛 가게에 갈거였고, 그 초콜렛 가게에서 가까운 스테이크 가게가 어디인가 지도를 보면서 한 군데를 콕 집었다. 그래, 여기야, 여기는 두 사람 가면 둘이 먹을 스테이크로 안심과 등심을 고루 내어준다네? 좋았어, 가자! 하고는 스테이크 집으로 향했다.



이건 스테이크 집을 향해 걷던 한 낮의 브루클린. 여기는 길거리 레스토랑인데(우리가 간 곳은 여기가 아니고 여긴 그냥 지나친 곳),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걷다 말고 찍어 봤다. 나는 이런 분위기를 넘나 사랑해!


사실 이 스테이크 집은 전날 저녁에 갔다가 자리가 꽉 차서 손님을 받을 수 없다고 해, 다음날 낮으로 예약해두고 다시 간 거였다. 그리고 여행의 마지막날이었던가, 전전날이었던가, 우리는 매일 2만보이상 걷고 정말 지쳐있었다. 피로가 누적되어 있었던 거다. 정말 너무 힘들었어. 그래서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사실 스테이크보다 잠이 더 필요한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어야 해!! 하고 찾아간 거다. 오오, 이 곳의 클라스는 다른 곳과 달라!



식전빵도 양을 듬뿍 주는데, 하우스와인을 시켰더니 저렇게 한 잔 가득 따라준다. 맙소사! 나와 친구가 지쳐있지 않았다면 소리를 지르다가 감동해서 울었을거야!!



사람이 워낙 많은 이곳에서는 고기의 굽기를 묻지 않는다. 그냥 자기들이 미디엄 레어로 구워서 갖다준다. 웨이터는 접시를 똑바로 들고 오지만, 테이블에 놓는 순간 받침대에 한쪽을 받쳐두고 기울인다. 그러면 저렇게 기름이 아랫쪽으로 쏠리는데, 이미 뜨거워진 접시에서 기름은 팔팔 끓고 있고, 웨이터는 그 기름을 숟가락으로 퍼서 고기에 한번 쫙악- 뿌려준다. 그러고는 한 조각씩 집어 각자의 접시에 놓아준다. 아... 그 뜨거움과 끓는 소리, 고기 냄새........ 그리고 내 앞에 놓여진 고기!! 넘나 좋은것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맛있었지만, 친구와 나는 다 먹지 못했다. 우리 이거 남기면 후회할거야, 라고 연신 말하면서도 다 먹지 못했다. 진짜 너무 지쳐서 코피 터질 것 같았어 ㅠㅠ 내가 원한 건 이런게 아니었는데.... (그건 다음 이야기에 계속)



그러나 이 곳의 스테이크가 처음이 아니었으니, 사실 처음의 스테이크를 진짜 기똥차게 맛있게 먹었다. 그곳은 분위기부터 황홀해서!!


여행책자를 가져오지 않은 우리는, 모마 미술관을 구글 지도에 찍어두고 확대하면서 근처에 어떤 레스토랑이 있나 봤다. 그러다 스테이크란 이름을 보고 내가 '여길 가자!' 하고 꼭 찍은 것. 그래서 거길 목적지로 삼아 걸었다. 그러다 똭- 만났다!!



점심 시간이었고 거리엔 점심 먹으러 나온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대부분의 음식점에 사람들이 줄 서서 자기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레스토랑엔 아무도 줄서지 않았어...들어가기 전에 '으음, 맛이 없나...그래서 줄을 안섰나' 하고 잠깐, 아주 잠깐 갈등하다가, 그래도 여기 오려고 온거니까 들어가자! 하고 들어갔는데, 그제야 이유를 알았다. 여긴... 업무를 보다가 점심 먹으러 들르기엔 너무나 고.급.한 레스토랑이었던 거다. 헐.. 가격이 어마어마할 것 같은데... 그러나, 가격이야 어쨌든 우리 스테이크 먹으러 왔으니까! 하고 그냥 마음껏 주문했다. 비싼 곳이라 그런지, 구글 지도보고 꼭 찍어 와서 그런지, 우리 같은 관광객은 보이지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다들 비즈니스 하는 것 같은 분위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와인을 주문했고, 스테이크와 양고기를 주문했다. 그리고 사이드메뉴를 고르려는데, 아무래도 포테이토는 너무 흔해, 주문을 받는 웨이터에게 '넌 뭘 추천하니?' 물어보니, 알 수 없는 영어단어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러면서 뭐라고 하는데..뭔지 잘 모르겠고, 어쨌든 친구에게도 '뭔지 모르겠지만 이걸 먹어보자' 했다. 친구는 그러자고 했고. 그래서 나온 사이드는 이것!




우엇, 너무나 맛있어. 핵좋은맛! 이것은..내가 먹어본 것 같아. 어딘가의 레스토랑에서 이런 거 먹어봤어. 이건 시금치 같아! 하고는 내가 알지 못했던 메뉴판에 쓰여있던 그 단어를 찾아보니, 시금치가 맞았다. 오오, 맛있어! 아니, 당근 맛있어야지. 이 사이드메뉴 하나가 10달러가 넘었는데!!


그리고 스테이크!



우걀걀걀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맛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앙 ㅋㅋㅋㅋㅋㅋㅋㅋ미디엄 레어로 할까...먹으면서 살짝 고민했지만, 나의 친구들은 미디엄레어까지는 좀... 이런 반응들이라 그냥 미디엄으로 했더니 ㅋㅋㅋㅋㅋㅋ 미디엄 레어로 할걸..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미디엄 레어가 진리인듯! 어쨌든 히죽히죽 좋아서 웃고!! 생애 처음 양고기!!



꺅 >.< 병아리콩과 함께 나온 양고기! 나는 병아리 콩도 좋아하고  ㅋㅋ 여기 어떤 향신료가 있는지 친구가 약간 힘들어했는데, 나는 어? 괜찮은데? 이러면서 병아리콩 막 퍼먹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애 처음 양고기는 맛이 좋았다. 저렇게 나온 고기를 어떻게 먹어야할지 몰라 그냥 족발 먹듯 들고 뜯어버리고 말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오, 먹을만한데? 양고기 냄새난다더니, 꼬치가 아니라 그런가, 괜찮네, 하면서 먹었다. 그래봤자 스테이크, 소가 최고!


이런 음식들의 한상 차림!



와인이 떨어찔 때쯤 웨이터가 와서 한 잔씩 따라준다. 스테이크와 양고기와 시금치와 와인에 취해, 이 분위기에 취해, 진짜 이 날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레스토랑도 마음에 들고 음식과 술도 다 마음에 들고. 난 여기가 좋아, 여기 사랑해! 고기도 사랑해! 하면서, 우리, 내친김에, 돈 쓰는김에, 커피도 그냥 여기서 마셔버리자!! 하고는 커피까지 주문했다.



럭셔리와 사치의 결정판....


그래도 우리가 뭐 매번 이랬나, 쓰는 김에 쓰는거지, 하면서 즐겁게 먹고 마시는데, 내가 앉은 쪽에서 보이는 맞은편에, 어어, 줌파 라히리 닮은 사람이 있다. 내가 뉴욕에 오기도 전부터 줌파 라히리를 길가다 만났으면 좋겠다고 너무나 원했던 탓인지, 우주가 도와줬나, 저 사람은 줌파 라히리인가...싶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사진을 찾아봤다. 사진을 보며 대조를 다시 해보려고. 그런데..긴가민가 하네...아닌 것 같기도 하고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아무리 내가 원해도 그렇지, 여기서 줌파를 만날 수 있겠어? 그리고 지금 이탈리아에 있지 안나? 아니, 이탈리아에 있어도 여기 잠깐 들러서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지? 그렇게 갈등하다가 내가 친구에게 '저 사람.. 줌파 라히리 같은데..' 라고 말하고 인터넷에서 찾은 사진을 보여주니 친구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는 거다. 크..


서양 사람들이 아시아인들을 중국인,일본인, 한국인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 역시 인도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는걸까..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워낙 안면인식 장애니까..라는 생각도 들고. 아아 어쩌지. 내가 고민하니 친구가 뭘 고민하냐는 거다. 그래서 줌파 라히리면, 인사 하고 싶어, 라고 하니 친구가 너무나 놀라며 '아니면 어쩌려고!!' 하는거다. 친구와 나는 바로 여기에서 극명하게 성격이 갈리는데, 뭐랄까, 나는 그냥 막 나대는 스타일이고, 친구는 조심조심 내성적인 스탈이랄까. 나는 '아니면 어쩌지' 라는 걱정보다는 '맞는데 내가 그냥 넘기게 되면 이 순간을 얼마나 후회할까'하는 생각이 더 강해서, 훨씬, 훠어어어어어얼씬 강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구가 너 진짜 갈거냐고 물어보고 나는 그렇다고 대답한 다음에, 친구가 말릴 겨를도 없이, 그 테이블로 향했다. 마침 그 여자분과 함께 온 일행이 잠시 자리를 비워, 그 여자분 혼자 있었다. 이 때밖에 말을 걸 기회가 없어!!


나는 그 자리로 걸어가서, 실례합니다, 라고 먼저 말을 한 뒤에, 당신은 혹시 줌파 라히리인가요? 물었다. 여자는 처음에 잘 못알아 듣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물었다. 줌파 라히리, 작가에요. 라고. 당신은 줌파 라히리 같아요, 라고. 그러자 여자는 깔깔깔 웃으며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나한테 줌파가 아니어서 쏘리라고 하는 거다.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



비록 그녀가 줌파가 아니었고, 나는 죄송하다고 말하고 자리로 돌아왔지만, 좋은 시간이었다. 



그 날 친구와 나는 스테이크와 양고기, 시금치, 와인, 커피의 값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팁만해도 30달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취해서, 취기에 또 기분이 좋아서 헤롱헤롱, 그러다 화장실도 자주 가고 싶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다음 일정인 모마를 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포기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모마는 다음에 가자 이러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에라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가 뉴욕에 가기 전에, 우리는 센트럴 파크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십일년 전에도 가보았지만 꼭 다시 가자고 했었더랬다. 그런데 숙소로 돌아와 숙소에서 유명한 옥상에 올라가니, 뉴욕의 야경이 한 눈에 보이더라. 너무나 아름다운 야경이! 나는 친구에게 여기 야경이 이렇게 좋으니, 우리 피자 사들고 여기서 피자 먹으면서 야경 보자, 엠파이어까지 굳이 올라가지 말자, 라고 제안해보았다. 친구는 좋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뉴욕 시내를 걷다가 비싸지 않은 델리에 들어가 피자를 포장했다. 이름도 모르는 커다란 피자를 포장해 숙소로 돌아와 맥주와 함께 들고는 옥상으로 올랐다.



사진에는 야경이 내가 눈으로 보는 것만큼 아름답게 나오지 않지만, 옥상에서 보는 야경은, 이 숙소의 많은 단점들을 잊게 해주었다. 친구는 연신, 이 야경 하나만으로도 다른 걸 다 잊을 수 있다고 감탄했다. 우리는 옥상에 꾸며진 바의 의자에 앉아 가져온 피자와 맥주를 먹었다. 그러다 이걸 혼자만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창원에 있는 친구에게 페이스타임을 걸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뉴욕의 야경을 보여주었다. 친구는 자신의 룸메와 함께 뉴욕의 야경이냐며 함께 기뻐해주었다. 친구가 있는 곳은 낮이었다.


이 좋은 걸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 아름다운 걸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뻤다. 좋은 걸 보면서 누군가 생각난다는 것도 좋았다. 피자와 맥주와 그리고 이 아름다운 뉴욕의 야경을 앞에 두고 몇달전에 헤어진 애인 생각을 오래 했다. 헤어지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이라고 부질없이 몇 번이고 생각했다.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우리가 여전히 다정한 연인 사이라면, 그랬다면 나는 지금 낮을 살고 있을 그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있는 곳의 밤을 보여줄 수 있었을텐데. 봐요, 여기가 지금 이렇게나 아름다운 밤이에요, 나는 여기서 피자와 맥주를 먹고 있어요, 이 좋은 곳에 와서 당신 생각이 났어요, 라고.








친구와 미국에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우리는 십년후에 여길 또오자고 말했던 터였다. 나는 뉴욕이 너무 좋고, 기회가 될 때마다 자주 이곳에 오고 싶고, 뉴욕의 구석구석 어디든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먹방은 베트남이 진짜야! 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친구야, 베트남 가자, 내가 황홀한 미식의 세계로 안내할게. 뉴욕에선 '어떤' 먹을 것만 황홀함을 선사하지만, 베트남에선 모든 국수가 그래. 매 끼니가 황홀해, 하다못해 호텔 조식의 '퍼'만으로도 천국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친구는 혹하는 눈치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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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7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7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6-08-17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마지막 사진
압권이에요^^
헌데 좀 슬프기도 한 야경이었군요!
보여주고 싶은 이에게 보여줄 수가 없었으니ㅜㅜ
그래도~~~십 년후를 기약할 수있는 친구가 있어 좋고,야경사진을 보내주니 진심 같이 기뻐해주는 친구가 또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사진으로 스테이크를 눈으로 너무 퍼먹어 지금 헛배가 아주 부릅니다ㅜ
10달러가 넘는 시금치 샐러드 같은? 사이드메뉴랑 고급진 스테이크는 한 점씩 먹어보고 싶네요
어떤 맛인지??^^
그리고 줌파 라히리 닮은 사람 얘기엔 저 또한 숨죽여 기대했더랬어요!!
좀 아쉬웠네요ㅜ

그리고 행동하는 다락방님을 보면서 제친구 하나가 생각났어요
제친구 하나가 행동으로 바로 옮기는 스타일이고 전 좀 뒤로 물러나 있는 스타일이라 늘 길 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온 친구더러 ˝뭐라든?˝해요ㅋ
지난주말 부산에 내려 왔대서 만났는데 그날도 친구는 궁금하면 즉각 가서 묻고 다녔고 전 또 앉아서 관찰?하면서 웃어줬구요ㅋㅋ

다락방 2016-08-17 17:05   좋아요 0 | URL
모든 일상의 사소한 사건들 모두 기쁨을 불러왔다면 슬픔도 불러오겠죠. 왜, [인사이드 아웃]에서 결국 아이가 기뻐지는 건, 그 전에 슬프고 우울한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잖아요. 슬픔과 기쁨은 늘 공존하는 것 같아요. 아름다운 야경을 본 건 분명 기뻤지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순간도 나쁘지 않았어요. 흐흣.

전 뉴욕에서 돌아오면 스테이크 질려서 먹기 싫을 줄 알았는데, 웬걸, 또 먹고 싶어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ㅠㅠ 그래서 또 먹었어요. 아아 ㅠㅠ 스테이크여, 너는 무엇이냐, 너의 존재는 대체 내게 무엇이냐 ㅠㅠㅠ

맞아요, 책나무님. 제 경우에는 길을 물어서 찾고, 저랑 같이 여행한 친구는 지도 보고 찾아요. ㅎㅎㅎㅎㅎ

사각양배추 2016-08-17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팅만 하다가 뉴욕에서의 글이 너무 좋아서,글 남겨요.
님 글을 읽을 때마다 공감하게 되어서 참 좋습니다^^
매일매일 글 기다려져요!
글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 ^^

다락방 2016-08-17 17:06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하하하하. 저는 눈팅 하다가 존재를 드러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답니다. 이 글이 사각양배추님으로 하여금 댓글로 존재를 알리게 했으니, 이 글을 쓴 제가 좋아집니다 ㅋㅋㅋㅋㅋ

매일매일 기다려주신다니, 제가 열심히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히힛. 고맙습니다!!

2016-08-17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7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걀부인 2016-08-17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갑자기 저 메뉴들에 지불했을 금액이 궁금해지네요. 저도 여행가서 저렇게 질러보고싶다는! ㅋㅋ 암튼 재미있게 읽고가요.

다락방 2016-08-17 17:17   좋아요 0 | URL
30달러의 팁을 줬던 식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를 제외하면 지불 금액들이 크진 않았어요. 그 식사 한 끼가 진짜 엄청나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각오했지만...

친구랑 저는 이번엔 아끼지말자! 라고 다짐하고 갔거든요. 십일년전에 너무 아껴가지고 ㅠㅠ 숙소도 아끼고 식사도 아끼고 ㅠㅠㅠㅠ 그 좋은 데에 가서 맛있는 것도 못먹고 오고... 그래서 이번엔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오자, 좋은 데 가보자! 했어요. 그래서 미술관도 두 군데나 가고(입장료가 둘다 25달러 씩이에요!!), 자연사 박물관도 가고 그랬어요. 으흐흐흐흐.


할부는 돌아온 자의 몫...Orz

달걀부인 2016-08-17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그래도 직장인이시면! 잠깐 한국왔는데 주부라고 은행 담보대출도 막혀있고 신용카드발급도 잘 안되고 ...갑자기 돈 못버는 자의 설움이. ㅠ ㅠ

팁이 30달러면, 식사는 300달러쯤.ㅋㅋㅋ 결혼하기전에, 혹은 애 낳기전에, 혹은 애가 학교들어가기전에 지르십쇼. 그 이후엔 돈이 있어도 못 씁니다요.ㅠ ㅠ

다락방 2016-08-18 08:48   좋아요 0 | URL
할부가 끊이지 않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 할부가 끝날라치면 저 할부가 튀어나오고, 저 할부가 끝날라치면 갑자기 여러개의 할부가 좌르륵 쏟아지고... 물론, 다 제가 한 일입니다만... 제가 직장에 다니고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할부의 삶고 가능했겠지요. 휴...

팁을 포함해서 300달러쯤 됐어요. 이 사람들 팁을 많이 받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5%쯤 되는 팁을 준 것 같은데.. 어휴, 음식 값이 비싸니까 팁 값도 비싸서 ... 좀 쫄았네요. 아무리 `먹자!` 하고 들어갔어도 말이지요. 아하하하하.

꽃보다금동 2016-08-18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년에 뉴욕다녀왔는데 달면서도 짜디짠 맛을 견딜수가 없더라고요~ ㅎ 그래서 매일 밤 한국스러운 짠 맛 신라면으로 속을 달랬었지요 ㅎㅎ

야경, 피자, 맥주 조합은 너무 멋지네요^^ 저도 다시 가게 된다면 꼭 해보고 싶네요 ㅎ

다락방 2016-08-18 08:49   좋아요 0 | URL
크, 저희랑 똑같네요. 저희도 돌아오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사발면 흡입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의 끝무렵엔 더이상 미국 음식이 먹기 싫어져서 ㅠㅠ 한국음식점 찾아가서 김치찌개 먹었어요! 그렇게 짠 거 단 거 싫다!! 해놓고서 `그런데 한국 짠 맛 너무 좋아!` 이러면서 김치찌개랑 김밥이랑 라면이랑 먹으면서 좋아 죽을 뻔 했어요. ㅋㅋㅋㅋ

저도 다시 갈거에요, 꽃금동님. 우리, 다시 갑시다!! ㅎㅎㅎ

헤스티아 2016-08-18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뉴욕다녀오셨어요? 완전 멋져요 ^-^
저두 작년겨울에 하와이에 일주일 다녀왔는데 엄청 짜더라구요 ㅋㅋㅋ
연어요리는 소금덩어리를 먹는줄 ㅋㅋㅋ짜다는 말에 200%공감해요~

스테이크 사진 보니 고기 넘 땡기는걸요 ㅎㅎㅎ
간만에 들어왔다가 잘 구경하구 가요 ^^

다락방 2016-08-18 14:38   좋아요 0 | URL
헤스티아님은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아이도 이제 많이 컸을 것 같은데요. 독서 생활도 계속 열심히 하셨나요? ㅎㅎ 종종 만나요~

유월 2016-08-22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든가 말든가 둘 중 하나만 해야죠. 저도 일단 먹으면 가격따위 .. ㅋ 언제떠날지 모르는 여행리스트에 뉴욕을 올립니다. 돈 벌 의욕이 생기네요 :)

다락방 2016-08-22 13:36   좋아요 0 | URL
그럼요! 또 언제 올지 알고 참습니까. 눈 딱감고 먹어버려야 해요! ㅎㅎㅎㅎㅎ
돈 벌 의욕이 생긴다니 좋네요. 돈 벌어서 아주 맛있고 재미있게 쓰세요. 좋은 데 가고 좋은 거 먹고 좋은 거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