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텔라가 결국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 말하자면…… 음, 너무 많은 얘기를 누설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 그녀와 핍은 다시 마주치게 되는데, 그녀는 꽤 극적으로 바뀌어 있다. 젊음의 알음다움은 사라졌지만, 잠시 생각한 후 핍은 그녀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엄과 매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녀는 핍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련은 다른 어떤 것보다 더 강력한 교훈을 줬고, 그때 네 마음이 어땠을지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줬어. 나는 휘어지고 부서졌지만 희망컨대 더 나은 모양으로 그렇게 됐길 바라. 전에 그랬듯 내게 동정싱과 너그러움을 베풀어 줘. 그리고 우리가 친구라고 말해 주렴."
핍은 그녀에게 그러마고 약속한다. 그들은 결국 친구 이상이 되는 걸까? 더 말하지 않으련다. 다만 나는, 좋은 친구 사이보다 더 좋은 사랑이란 없지 않나 가끔 생각할 때가 있다. (p.39-40)
내가 얼마전에도 말했지만,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읽으면 앞으로 읽을 많은 문학작품들에서 수시로 언급되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위의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이라는 제목도 요상한 책은, 이 책 말고도 다른 많은 책들을 소개하며 인용하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제목이 이게 뭐냐,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지하철 안에서 읽는데 챙피하다.. 내가 책 제목이 뭐든 그렇게 딱히 가리고 싶고 그런 사람은 아닌데, 그래도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이라니..너무해. 내가 연애수업 같은 거 받을 나이도 아니고, 연륜과 경험으로 치자면 연애수업을 한 권 써도 모자랄 판이다..
어쨌든 위대한 유산을 읽다가 훌쩍 훌쩍 울었던 기억이 난다. [두 도시 이야기]보다 위대한 유산이 훨씬 재미있었어. 아, 내가 울던 기억이여... 그래서 내 지난 페이퍼를 뒤져보니, 위대한 유산을 2012년에 읽고 두 차례나 페이퍼를 썼더라. 에스텔라와 핍의 사랑에 대해서도 구구절절 써놓았을 것 같아 뒤져보니, 크, 기록은 이렇게나 의미 있다. 뜻깊어. 주옥같은 인용문이 있더라.
"널 마음속에서 잊는다고! 너는 내 존재의 일부야, 나 자신의 일부야. 거칠고 천한 소년이었던 내가 처음 여기 온 이래로, 너는 내가 읽는 글 한 줄 한 줄마다 그 안에 존재하고 있었어. 물론 그때도 너는 이미 내 가련한 가슴에 상처를 입혔지. 너는 그 이후로 내가 본 모든 풍경 속에, 강이든, 배의 돛이든, 습지대든, 구름이든, 햇빛이든, 어둠이든, 바람이든, 숲이든, 바다든, 길거리든, 그 어떤 것이든 그 속에 존재하고 있었어. 너는 내 마음이 그 후로 알게 된 모든 아름다운 상상의 화신이었어. 네 존재와 영향력은 나에게 런던에서 가장 튼튼한 건물의 육중한 돌들보다도 더 실감 있는 것이며, 그걸 바꾸는 것은 그 돌들을 네 손으로 옮겨 놓는 것보다 훨씬 더 불가능한 일이야. 그리고 그것은 언제 어디서든 변함없을 거야. 에스텔러,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너는 내 인격의 일부분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어. 얼마 안 되는 내 안의 좋은 면의 일부이자 나쁜 면의 일부로서 말이야. 하지만 오늘 이 이별의 순간에 나는 너를 오직 좋은 것하고만 연결 짓겠어. 그리고 언제나 충실하게 그것에 비추어 너를 기억하겠어. 왜냐하면 내가 지금 너 때문에 아무리 쓰라린 고통을 느낀다 하더라도, 너는 나에게 해로움보다는 이로움을 훨씬 더 많이 주었음에 틀림없기 때문이야. 아, 하느님이 너를 축복하시기를, 그리고 하느님이 너를 용서해 주시기를!" (위대한 유산2, p.206-207)
그건 그렇고,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에서 내가 위에 인용한 부분을 보면, '좋은 친구 사이보다 더 좋은 사랑이란 없지 않나'라고 저자는 가끔 생각한다는데, 내가 누누이,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행동에 옮기려고 노력했듯이, 너무 사랑하는 사람과는 사귀지 않는 게 좋은 것 같다. 사귀다 헤어지면 끝이잖아. 역시 좋은 사람은 친구로 둬서 계속 가야되는 것 같아...
라고 쓰고 보니, 위대한 유산에서 이런 문장 생각난다.
모든 게 끝장났고, 모든 게 사라졌다! (위대한 유산2, p.207)
그냥 아침부터 나는 왜 씨씨를 해본 적이 없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너무 아쉽다. 신은 내게 왜 여중,여고,여대를 주셔서....이성애자인 나로 하여금 씨씨를 못하게 했는가............다음 생에선 남녀공학 대학교 들어가고 싶다. 그래서 졸라 피터지게 공부해가지고 공부로 남자들 다 눌러버리고, 그러면서 씨씨도 하고 싶다. 아..이렇게 쓰고 났는데 왜이렇게 가슴이 아프지....씨씨 못한 게 이렇게나 가슴 아픈 일인건가....슬프다. 훌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