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기원
토니 모리슨 지음, 이다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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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모리슨의 마땅한 분노와 그 분노로 인한 성찰이 담긴 글. 읽는 내내 나 역시 나와 다른 사람들을 타자화 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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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 2024-01-02 2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죠.. 그 분노의 성찰과 힘에 저도 눈에 힘을 주어 꾹꾹 눌러 읽게 되었던 책

다락방 2024-01-03 12:13   좋아요 1 | URL
달자 님도 이 책 읽으셨군요! 새해 첫 책으로 묵직한 책을 골라 읽었습니다.

얄라알라 2024-01-03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비러브드가 다 인줄 알았던 까막눈..

[타인의 기원] 제가 ‘읽고 싶어요‘ 눌러 놓고도 까묵.

˝분노˝ ˝성찰˝ ˝타자화˝ ˝타인˝ 다락방님 올려주신 100자평 보니, 묵직한 메시지겠구나 싶어요^^

다락방 2024-01-03 12:13   좋아요 1 | URL
저는 <재즈> 랑 <러브> 읽었던 것 같습니다. <빌러비드> 는 가지고 있는데 차마 못읽고 있어요. 으..
 

작년 마지막 날에는 균형에 대해 생각했다. 그건 한 다정한 친구의 말 덕분이었다. 연휴라면 며칠동안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는 것이 가능한 친구는 내게 '요가는 세상 지루한 운동일 거라 생각한다'고 한거다. 평소 테니스와 자전거 타기로 다져진 다부진 근육질의 그 친구라면, 그래, 매트 한 장 위에서 움직이는 건 지루해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정말로 요가는, 매트 한 장위에서만 움직이는 운동이었다. 그런데 내가, 그 매트 한장만큼의 세계를 좋아하고 있었다. 나는 평소에는 굉장히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사람인데. 이번 연휴 사흘동안 집에 가만 있었던 날이 없다. 언제나 밖으로 튀어나가는 사람인데, 사실 침대 위에는 잘 때 빼고는 잘 있지 않고, 그걸 잘 못하는데, 지하철, 기차, 심지어 비행기까지 타고 슝슝 돌아다니는 사람인데, 그런데 운동은 딱 매트 위에서만 했다. 가만히 집 안에 있는 걸 좋아하는 친구는 운동할 때는 여기에서 저기로 움직여야 했고, 언제나 빨빨거리며 다니는 나는 운동할 때는 매트 한 장 위에서만 했다. 어느 만큼의 이동과 어느 만큼의 멈춤은 우리 스스로 균형을 찾아내는 건가, 라는 생각을 했다.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나누고 즐거워하면서도 어느 순간은 반드시 혼자여야 하는 것처럼, 내 안에서 균형을 찾아내는 일은 내 몫인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린 누구나 저마다 나름의 균형을 찾아서 맞추어가는구나. 여기에선 내게 이만큼의 공간을 허락하고 저기에선 내게 이만큼의 움직임을 허락하면서 균형을 찾아가는거야. 재미있다. 




요가 매트 위 나는 자꾸 볼썽사나워진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주변과 경쟁하려 들고, 조바심치고, 두려움에 떨며 쉽게 좌절한다. (p.6)













내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 일을 하는 방식,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의 자세들은 요가를 할 때 여실히 드러난다. 내가 억지힘을 써서라도 완성도를 높이려 한다는 것 말고 또 깨달은 것은 약하게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작은 힘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데 센 힘을 사용하고 있었다. 부드러운 힘을 잘 쓰지 못했다.

나는 강해지고 싶었다. - P67









연휴 첫날, 눈이 펑펑 내리는데 굳이 요가를 갔다. 지난 한주간 한 번도 가지 않았기 때문에 토요일마저도 안간다면 내 몸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은 거다. 그렇게 우산을 받쳐 들고 요가센터로 가면서, 열두명이 예약되어 있던데 설마 한 명도 안오는 건 아니겠지? 걱정했다. 도착하니 나와 선생님 단 둘 뿐이었지만, 수업 시작하기 전에 세 명이 더 와서 네 명이 함께 수업했다. 오랜만에 하는 빈야사는 너무 빡세고 너무 힘들어서 수업 중간에 아이고 아이고 소리를 내야 했다.


수업을 마치고는 까페로 갔다. 책을 좀 읽어야 해서. 그렇게 눈이 많이 오는데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면서 더불어 독서를 했다.




저녁에는 이모와 엄마와 함께 와인 한 잔을 하기로 했고 내가 안주를 준비하기로 했다. 얼마전에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벼르던 안주가 있었다. 재료는 미리 다 준비해두었다. 나중에 알게됐는데 그 안주의 이름은 라따뚜이였다. 아, 이게 라따뚜이구나! 사실 엄마랑 둘이서만 먹을 생각이었어서 라따뚜이만 생각했다가 이모가 온다고 해 거기에 감바스와 샐러드를 추가했다. 머릿속에서는 별로 어려울 게 없었고 시간은 한 30-40분이면 충분한 것 같았다. 라따뚜이가 오븐에서 익어가는 20분간 감바스랑 샐러드를 완료하면 되잖아?


그러나 내가 누군가. 요리 초보에다 요리를 못하는 사람이 아닌가. 게다가 정리정돈은 또 얼마나 못하는가. 

요리를 하기에 앞서 충분히 재료와 과정에 대해 생각했지만 그것을 실제로 해내는 건 다른 일이었다.

재료를 썰어 준비하는 일도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일단 샐러드용 오이와 토마토 씨는 다 빼서 썰어 한데 담아두었는데, 라따뚜이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앗, 샐러드용 오이 소금에 절여 두랬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부랴부랴 한데 섞인 토마토와 오이를 가져와 오이만 따로 골라냈다. 그리고 소금에 절였다. 자 그리고 다시! 이걸 이렇게 썰어서 이렇게 이렇게 두고, 자 이제 이걸 볶아야 되지? 아, 근데 새우 물기 빼야 되는데! 막 이래가지고 있는데 엄마랑 이모랑 뭐 도와줄 거 없냐고 오셨고 나는 다들 저리 가시라고 날 내버려두라고 했다. 내가 다 해줄게 그냥 기다려.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해야 내가 한거지! 막 이랬단 말야? 그런데 머릿속에 혼란의 도가니 오고 오븐 돌아가고 있고 프라이팬에서 마늘 볶고 있고 막 이러는데, 나는 그러니까 한 번에 이렇게 한가지를 초과해버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멀티 너무나 불가능한 사람이야. 가뜩이나 멀티 안되는데 정리정돈도 안되고... 엄마랑 이모가 말을 거는 순간 대답을 할 수가 없어서,


"나중에 물어봐 나중에, 지금 생각을 못해!"


막 이렇게 되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엄마랑 이모가 알았어 알았어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 프라이팬의 이거 볶아야 되는데 다른 생각을 일절 못하겠는 부분. 하여튼 그렇게 힘겹게 만들고자 했던 걸 다 만들었다. 


자, 라따뚜이 ㅋㅋ




그리고 감바스!1



그리고 참깨 드레싱도 직접 만들어 이루어낸 샐러드!




색깔이 다 너무 똑같다는 게 좀 거시기하지만 고기 싫어하는 이모에게 다 너무나 좋은 안주였다. 이모가 오기를 잘햇다고 했다. 그리고 이모와 엄마는 내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어쩐지 듣기 싫은데? 그래도 해보라고 했더니, 여행을 데려가달라는 거다. 자유여행. 그러면서 내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비용은 엄마랑 이모랑 다 부담할게, 넌 안내만 해줘."


흐음.. 그래서 내가 2025년에 한 번 보자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듀오링고 열심히 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저 안주를 만드는 일이 내게 너무 고되었던 것 같다. 능력 밖의 일을 해낸거였어. 술 얼마 마시지도 못하고 나는 뻗어버리고 만다. 다행스럽게도 식기 세척기 돌리는 것 까지는 어떻게든 해냈어. 나 들어갈게, 하고 들어가고 엄마랑 이모는 다음날 내게 너 어제 왜 훅 갔냐고 하셨다. 몰라, 요리 하느라 그랬나봐...



그리고 일요일은 친구랑 만나기로 했다. 친구랑 만나기 전에 책을 좀 읽고 글을 써야지. 가만있자, 그런데 나는 SRT 를 타고 이동할거란 말야? 전날 술을 마셔서인지 라면을 꼭 먹고 싶었다. 도착해서 라면 먹어야지, 그런데 진짜 너무 라면 먹고 싶다. 오오 그런데 마침 수서역에서 기차를 타러 가는 길에 라면을 파는 가게가 보인다. 김밥, 오뎅, 라면, 떡볶이.. 나는 라면을 먹고 싶다. 가만있자, 기차는 24분 후에 출발한다. 그렇다면 요리 나오는데 10분, 먹는데 10분.. 으로 되지 않을까? 자, 도전! 만약 안된다면 기차 시간 미루지 뭐, 하는 생각으로 주문했는데, 나오는데 5분 걸리고 먹는데는 10분이 채 안걸렸다. 우걀걀걀




그렇게 예약된 시간에 딱 맞추어 SRT 를 타고 나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 친구를 만나기 전에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고 리뷰도 하나 쓰고, 그리고 친구를 만나러 가서는 맛있는 걸 먹고 술도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다음날에도 나는 어김없이 나갔다. 영화를 보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새해 첫 영화는, <사랑은 낙엽을 타고>!! 사랑이 어떻게 낙엽을 탈까.. 여하튼 나는 그렇게 오랜만에 씨네큐브에 갔는데, 1월 1일이라 그런지 거리는 썰렁했다.




핀란드의 로맨스 영화라니, 후훗. 부푼 마음으로 극장에 갔는데 영화는 내 생각만큼 막 좋지는 않았다. 일단 굉장히 말이 없는 영화였다. 로맨스도 딱히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아니었고. 그런데 나는 영화 내내 너무 신기했다. 핀란드가 너무 궁금해지는 거다.


영화속에서 주인공들은 라디오를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뉴스를 듣는 장면이 반복해나온다. 그러니까 영화의 배경은 현재인데, 주인공들은 전혀 디지털적이지 않은 거다. 핸드폰을 가지고 있지만 핸드폰으로 딱히 연락하지도 않고, 전화번호를 수첩에 적어서 찢어준다. 당연히 잊어버리겠쥬? 답답했어.. 


그리고 어디나 빈부의 격차는 있고 어디나 가난한 사람이 있지만, 핀란드 엄청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들이 사는 세상은 전혀 선진국이 아닌거다. 마약을 몰래 파는 사람도 나오고 알콜 중독에 술취한 사람 돈 뺏는 것까지, 정말이지 다른 어느 나라들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어. 어느 지점에서 핀란드는 선진국일까. 교육이 성공적이라는 얘기 되게 많지 않나? 그리고 이 사람들은 술집에서 술 마시는데 술만 계속 마신다. 안주가 없어. 게다가 가라오케..도 너무 아날로그적이고. 나는 이 나라가 너무 신기해서 이 영화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핀란드 여행책을 주문해 버렸다. 딱히 여행을 가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이 나라 좀 궁금해서. 그래서 여행책을 보며 훑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알라딘에 '핀란드' 넣고 검색했다가 내가 이미 가진 책이 몇 권 있다는 걸 알게 됐지만(…) 그래서 셀프 트래블 하는 그 책을 샀다. ㅋ
















카모메 식당도 다시 봐야지. 



자, 월요일 책탑? 월요일 연휴니까 화요일 책탑?

없다. 정말 없다. 나 지난주에 한 권도 안샀다. 북유럽 책은 다음주 책탑(이 있다면)에 포함될 책. 책 사려고 한 2주전쯤 중고 팔아 예치금도 마련해두었지만, 안샀다. 지난주에 너무 바빠 야근하는 삶을 사느라 뭐 책 안사도 초조해지거나 하지도 않았다. ㅋㅋㅋㅋ 그래서 일단 이번 주에는 책탑 없는 한 주를 시작하게 되었다. 하하하하하.



아무튼 내가 다시태어날건데, 그러기 위해서 와타나베, 에리카, 잭 리처 얘기를 좀 해야 하는데, 이 페이퍼에 한꺼번에 쓰면 너무 길어져서 읽는 이들이 지치는 수가 있으니 다음으로 넘기도록 하겠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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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1-02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이럴수가.... 책탑 없는 페이퍼를 라따뚜이로 덮을 셈입니까!
진짜 이런 거 엄청 반대하지만....... 하지만, 라따뚜이는 너무 맛있을 거 같아요. 완전 맛있겠는데요!!!!!!!!!!!

다락방 2024-01-02 09:5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그러니까 제가 강하게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책탑이 없네요? 금요일에 살 뻔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책탑 없는 한 주를 만들어볼까? 하였습니다. 그리고 몇 권의 책을 완독해 내보내는게 목표였으나 그건 하지 못했네요. 정말이지 이번 한 해는 적게 사고 많이 읽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ㅋㅋ

언젠가는 단발머리 님께 라따뚜이 만들어 대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 베트남 한 달 살기 할 때 놀러오세요!
꺅 >.<

잠자냥 2024-01-02 10:32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럼 옆에서 감바스를 만들겠습니다.
요알못인 저도 감바스는 할 줄 알...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1-02 10:51   좋아요 1 | URL
그럼 저는 라따뚜이와 감바스를 맛있게 먹겠습니다! 그건 진짜 자신있어요!
최종 승자는 나여......... 여러분! 나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1-02 11:28   좋아요 1 | URL
제가 치아바타까지 만들면 완벽한 상차림이 됩니다. 치아바타는 라따뚜이 찍어먹어도 좋고 감바스 찍어먹어도 맞춤해요!! >.<

잠자냥 2024-01-02 1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연휴라면 며칠동안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는 것이 가능한 친구˝ ㅋㅋㅋㅋㅋㅋㅋ 은바오 말입니까?ㅋㅋㅋㅋ
˝평소 테니스와 자전거 타기로 다져진 다부진 근육질의 그 친구˝ ㅋㅋㅋ 아 저군요? 근데 근육질에서 빵터집니다....
근육량이 일반 여자보다는 많기는 한데, 근육질은 아님 ㅋㅋㅋㅋㅋㅋ(집사2가 근육질 소리 들으면 비웃을 듯ㅋㅋ)

우아 라면 먹으려고 기차 시간을 미뤄요??? 저는 세상 꿈도 못 꿀 일...ㅋㅋㅋㅋ
(기차든 뭐든 정해진 시간은 다가오는데 그 전에 촉박하게 뭐 하는 거 진짜 싫어하거든요... 시간 딱 맞추는 거 스트레스 치솟음ㅋㅋㅋㅋ)

오잉 씨네큐브 갔었다니... 다락방님 백만년만에 간 거! 나도 1월 1일에 보러 갈걸! ㅋㅋㅋㅋ
다락방 옆자리에서 ˝락방아, 나야, 자냥이...˝ㅋㅋㅋㅋㅋㅋ

저도 저 영화 보고 핀란드도 가난한 사람들은 장난 아니구나? 그리고 진짜 다들 너무 우울하게 살고 있어서;
역시 사람에게는 햇볕이 중요하구나 중얼중얼...
이 영화에서 놀라웠던 건 남주가 일하다가 사고 나니까 음주 측정하는 장면이었어요. 그게 의무라니... 우리나라도 그런가??

화요일의 책탑 당근 있을 줄 알았는데 엄청 놀람....... 와.. 진짜 다락방 작심삼일은 하는구나?!

독서괭 2024-01-02 10:34   좋아요 1 | URL
에이 아는 척 안 할 거면서…

잠자냥 2024-01-02 10:37   좋아요 2 | URL
다락방은 할 건데요? 얼굴을 일단 내가 알고..
9년쯤 알고 지냈는데 내 기준 좋은(변함 없는) 사람이면 할 수 있음.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1-02 10:43   좋아요 2 | URL
9년… 알겠습니다.

잠자냥 2024-01-02 10:58   좋아요 2 | URL
2093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은바오보다는 대박이지 않습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1-02 11:08   좋아요 1 | URL
저도 기차시간 미루기 싫었는데 다행히 미루지 않고 먹었습니다. ㅋㅋ 아니 그러니까 라면을 먹어야 하는 그 마음이 되게 컸다니깐요? 전날 과음해가지고 라면 국물만이 속을 달래줄 수 있었다!! ㅋㅋㅋㅋㅋ

오랜만에 씨네큐브 갔는데 사람들 엄청 많더라고요. 빈자리 없이 꽉 찼어요. 안그래도 여기 어딘가에서 잠자냥 님이 나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바싹 긴장했어요. 이 영화는 이미 보셨으니 아마 다른 영화 보러 여기 와있을지도 모른다.. ㅋㅋㅋㅋㅋ

저도 말씀하신 장면 너무 충격이고 너무 좋았어요. 일하다 사고난건데 음주 측정하는 거요. 그거 너무 좋던데요? 우리나라는 술에 너무 관대해서 그런거 안할 것 같아요. 술 마셨다고 다 봐주잖아요. 똥같은 나라... 새해부터 나라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코로나 때문도 그렇고 씨네큐브 한동안 안갔는데 이제 좀 자주 가려고 하거든요? 그 뭐야, 켄 로치 감독 영화 1월에 개봉하잖아요? 그것도 보러 갈건데, 마주치면 아는척 하는 겁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잠자냥 님이 저한테 ‘다락방 님 안녕?‘ 하면 나는 ˝다락방 아닌데요?˝ 이래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1-02 1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책탑이 없다니 대충격!!
다락방님 연휴 알차게 보내셨군요. 저는 집에 있는 게 더 편한 사람으로서.. 놀랍습니다. 안주 만드느라 고생하셨는데, 진짜 맛있어 보여요! 심지어 예쁘고!
어머니와 이모님께서 지난 여행에 매우 만족하셨나 봅니다. 가이드로 고용을 ㅋㅋㅋ 돈 다 대줄게, 안내만 해줘. 좋은데요!!
다음주 책탑을 크게 기대합니다 ㅎㅎ 해피뉴이어!!

다락방 2024-01-02 11:29   좋아요 2 | URL
저도 집에 있는게 편하긴한데 자꾸 나가고 싶어져요. 집에 있는 거 편한데 왜 나가고 싶어하는가. 그것은 저의 몸 안에서 무언가가 꿈틀대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것은.. 역마살? ㅋㅋㅋㅋㅋ
안주 맛있고 예뻐서 파티용으로 제격이에요. 베트남 한달살기 하면 놀러오세요. 해드릴게요!! ㅋㅋㅋㅋㅋ
하여간 기회가 닿는다면 제가 친근한 알라디너들 초청해서 파티 하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ㅋㅋㅋㅋㅋ그날까지 알라딘 열심히 하세요, 독서괭 님!!

새파랑 2024-01-02 1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가 까지는 좋았는데

이후 라면을 드시고...


눈오는 날 카페에서 하루키 작품이라니 너무 멋집니다 ^^

다락방 2024-01-02 11:30   좋아요 1 | URL
저 어제는 와인 먹고 안주 먹고... 출출해서 불닭볶음면 까르보나라 먹었어요. 후회중입니다. ㅠㅠ

잠자냥 2024-01-02 13:23   좋아요 1 | URL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까지 불닭볶음면에 까르보나라까지 먹은 줄 알고 있었네...
미미 님 댓글 달리고 나서 댓글 다시 읽다가 그게 아닌 거 알고 안심. 휴 다행이다.......

다락방 2024-01-02 13:4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그렇게까지 양이 많은 사람은 아닙니다. 흠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4-01-0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요일이 아닌 화요일에는 책탑 가능,
왜 책탑 없죠?

점심에 라면 먹고 싶습니다!

다락방 2024-01-02 11:30   좋아요 0 | URL
후훗. 저도 1년에 한 주 .. 쯤은 책 안사고 넘어가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4-01-02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연말에 감바스 해 먹었어요
와인과 함께요.
다락방님, 아니 다부장님 ㅎㅎ
혹시 승진한 건 아니신지!
올해도 책탑 많이 올려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락방 2024-01-02 15:30   좋아요 0 | URL
오오 감바스 해드셨군요. 찌찌뽕!! ㅎㅎ
감바스는 와인 안주로 참 좋습니다. 조만간 또 해먹어야겠어요. 후훗. 마늘과 새우 올리브유의 조합이라니, 정말 환상적이지 않나요? 만드는 것도 딱히 어려운 게 아니라 참 좋은 아이템인듯 합니다. 후훗.

승진은 안해서 여전히 부장이고요, 승진이 아니라 퇴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페넬로페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리 계속해서 열심히 읽고 쓰도록 해요!!

미미 2024-01-02 1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보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저 어제 ‘레오티비‘라고
한국에서 오래 산 핀란드인이 순댓국밥 먹는 거 보고 다락방님 생각났었거든요.
핀란드 관련 농담에 이런 말이 있대요. 와이프가 남편에게 ‘당신은 왜 사랑한단 말을 안해?‘
그러니까 남편이 ‘결혼하기 전에 했잖아? 입장이 바뀌면 얘기할께‘라고요ㅋ
핀란드 사람들 버스 기다리며 줄을 설 때도 1미터 이상? 떨어져있대요. 그만큼
자기 영역을 중요시하고 타인에게도 그렇게 배려한다고.

그나저나 라따뚜이와 감바스 아주 맛있어 보여요!! 저 치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락방 2024-01-02 15:32   좋아요 2 | URL
오오 한국에서 오래 산 핀란드인이 순댓국밥을 먹는다고요? 오오. 레오티비 듣기도 처음 듣는데 퇴근길에 봐서 검색해봐야겠네요. 지금은 퇴근길에 카모메식당 볼 예정이었는데 말입니다. 카모메 식당 다시 보고 싶더라고요. 다시 보면서 핀란드 풍경에 주목해보려고요. 후훗.

미미 님, 언젠가 우리 파티 합시다. 제가 라따뚜이와 감바스 만들어서 초대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우리 열심히 읽고 쓰도록 해요. 화이팅!!

hnine 2024-01-02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자꾸 요리초보라고 하시나요? 아닌데. 라따뚜이랑 감바스 만드는 요리초보도 있나요?
저는 ‘핀란드‘라고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한기가 느껴져요. 추운 나라...

다락방 2024-01-03 12:14   좋아요 0 | URL
저거 만드는 동안 저는 정신이 나갑니다. 누가 말 시키면 대답도 못해요 ㅋㅋ 저 진짜 멀티 안되는 사람이긴 하지만 요리할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사람들 어떻게 두 개씩 동시에 요리하고 그러는지 정말 모르겠네요. 하하.

저 어제 미미 님 추천으로 핀란드 인의 유튭을 잠깐 보았는데, 핀란드에서는 숲에서 사슴하고 곰하고 놀다가 소세지 구워먹는다고 해서 너무 놀랐습니다. ㅎㅎㅎㅎㅎ

은오 2024-01-02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제가 비용 부담하고 다락방님께 여행 데려가달라고 하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이랑 여행가면 두배로 재밌을 것 같따.... 대신 평소 걸음의 20배로 걸어야 할테니 그때까지 제가 다리근육을 다져놓겠습니다. ㅋㅋㅋㅋㅋ
라면 너무 신기해요 ㅋㅋㅋㅋㅋㅋ 그걸 도전하시는 것도 성공하신 것돜ㅋㅋㅋㅋㅋ 하 진짜 다락방님 너무 웃기고 귀여우십니다........진짜현실웃음

다락방 2024-01-03 12:15   좋아요 1 | URL
저는 완전 뚜벅이이므로 일단 체력이 필요합니다, 은오 님. 2만보는 매일 거뜬히 걸을 수 있는 몸을 일단 만드시면 그 뒤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ㅎㅎㅎㅎㅎ

저는 웃기고 귀엽다기 보다 음, 식탐이 강한 걸로.. 먹을 것에 대한 의지가 남다른 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무시무시한 책이 왔습니다. 과연 이 책을 완독할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은,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공포의 권력》!! 우린 1월에 이 책을 읽어야 합니다. 준비 됐습니까, 여러분!!
















세상에, 여성주의 책 같이 읽다보니 줄리아 크리스테바 까지 왔다. 오 마이 갓.. 우린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그동안 무럭무럭 자라서 여기까지 왔다!! ㅋㅋㅋㅋㅋㅋㅋ 자, 함께 읽어봅시다.


다음 도서들도 안내합니다.


2월, 스테이시 앨러이모 《말, 살, 흙》
















3월, 도나 해러웨이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4월, 크리스틴 델피,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시리즈 전 네권


















자,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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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1-02 0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방 마님 안녕?

다락방 2024-01-02 08:4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바꿀려다가 안바꿨다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1-02 08:52   좋아요 0 | URL
걍 살아….

다락방 2024-01-02 08:5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페이퍼 쓰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eat. 잠자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1-02 10:34   좋아요 0 | URL
나도 무려 어제 긴 거 썼어.... feat. 너나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ttps://blog.aladin.co.kr/socker/15191042

단발머리 2024-01-02 0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어봐서 대답하자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오고 있대요, 책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월부터 4월까지 책이 다 맘에 들어요. 정초부터 공부 욕구 활활! 🔥🔥🔥

다락방 2024-01-02 09:14   좋아요 0 | URL
저는 2월 책하고 4월 책 일부 사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휴 바쁩니다. 새해에도 바빠요. 우리 힘냅시다, 단발머리 님!!

거리의화가 2024-01-02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달 책 어제 샀는데 커피랑 같이 사는 바람에 아마도 내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며칠 내로 끝낼 수 있는 책이 아닌 것 같지만 읽다 보면 뭐라도 건지는 게 있겠지 하는 생각^^ 다락방님 올 한해도 잘 부탁드려요.

다락방 2024-01-02 11:24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 이해하는 건 무리가 있고 또 어려워도 읽고나면 뭔가 건질게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잘 부탁드려요, 거리의화가 님!!

미미 2024-01-0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공포의 권력>을 사두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어제 주문했어요.ㅜ.ㅜ
샀다고 착각했길 바라며 ... 어려운 책도 함께 라면 가능하죠! 무려 해러웨이 선언문과
젠더트러블도 읽어낸 다락방님의 ‘여성주의 책 함께 읽기‘의 여정.

이제 크리스테바라는 산 등반을 기대하며^^

다락방 2024-01-02 15:29   좋아요 1 | URL
아아 부디 사두었다고 착각한 것이기를 바라봅니다. 미미 님도 저와 함께 <산책> 앱을 이용하시죠! 물론 저도 어느 순간 이용안해서 이런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ㅋㅋㅋㅋㅋ

자, 우리 크리스테바, 가봅시다!! 빠샤!!

미미 2024-01-02 16:3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산책>앱을 검색하니 강아지 이미지가 여럿 나옵니다ㅋㅋㅋㅋ 하이킹,라이딩이 있는 komoot인가요? 아니면 만보기어플?

다락방 2024-01-02 17:33   좋아요 1 | URL
미미 님, <산책: 내가 산 책들> 앱입니다. 바코드 읽혀서 내가 산 책 기록하는 앱이에요!!

그레이스 2024-01-02 1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게 있는 책인데 읽을수 있으려나 하고 꺼내봤습니다. ^^;;
다락방님 올해도 서재에 두껍고 어려운 책들을 던져주시는군요?!
화이팅!

다락방 2024-01-02 17:33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 님은 충분히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 같이 읽어보아요!! >.<

미미 2024-01-02 17:54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이 책 갖고 계시다면 함께 읽으심 좋겠어요^^

그레이스 2024-01-02 17:56   좋아요 2 | URL
^^
혼자 읽기 에너지 찾기가 어렵겠죠?
저도 언젠가는 읽어봐야지 하던 작가라.. 시간이 허락되는대로 함께 해보죠^^

햇살과함께 2024-01-03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 책과 비교하니 2~4월 책 재밌을 것 같은 ㅎㅎ

다락방 2024-01-03 12:1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언제 시작해야 할지 생각하며 다른 책 들고 나왔어요 ㅋㅋ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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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진짜 너무 좋다. 책장을 넘길수록 아 내가 하루키를 좋아햇던 그 오랜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인터뷰집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를 보면 그는 '결국은 선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었는데, 이 책,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으면서 하루키의 그 말, '결국은 선한 이야기'를 계속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선한 이야기, 이 이야기는 선한 이야기이다.


'나'는 열여섯살 에 열다섯살 소녀가 만나 우정을 나누고 사랑을 나눈다. 그들은 매주 만나면서 다른 사람들과는 하지 않았던 대화를 나누며 교감하고 만나지 않는 동안에는 서로에게 장문의 편지를 쓰며 대화한다. 자연스레 소년은 소녀를 사랑하게 되고 연인이라 생각하며 소녀 역시 온전히 네 것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지금은 그러지 못하지만 그렇게 될 거라고. 소년은 이에 기다린다. 응, 너를 원하는 마음이 간절하고 내 육체도 뜨겁게 반응하지만, 그건 그렇게 중요한게 아니야. 너와 함께라는 게 중요해. 그렇게 간절한 마음을 품었던 소녀가 그러나 어느 순간 소년의 인생에서 사라진다. 한마디 말도 없이. 소녀가 나를 좋아했던 건 틀림없는 것 같은데, 도대체 왜 내게 한마디 말도 없이 사라졌을까. 그녀는 어디로 간걸까. 우리가 만나는 동안 소녀가 얘기했던 '그 도시'로 간걸까? 나는 소녀의 편지를, 그리고 소녀가 눈앞에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고 동료도 만나고 연인도 있었지만 그러나  그 관계들 중 어느것도 소녀에게 품었던 만큼의 격렬한 애정을 갖게 하진 않았다. 마음 속 저 깊이 누군가를 품고, 그 사람을 계속 기다린다는 걸 알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성실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다. 그의 연애는 결혼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그는 그것에 대해서는 이제 더이상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의 나이 마흔다섯이 되어도 그는 변함없이 마음 속 성소에 소녀를 둔 까닭이다. 그러던 그가 그 소녀가 있는 그 도시에 들어가게 된다.


이 얼마나 바라왔던 순간인가. 그는 그 도시로 들어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곳에서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이곳'에서 소녀가 늘 말해왔던 '꿈을 읽는' 직업을 갖게 되고 그리고 매일 꿈을 읽는 도서관에서 소녀와 만날 수 있다. 비록 소녀는 자신과 헤어졌던 열여섯 살의 모습 그대로이지만, 그러나 눈앞에 그토록 그리던 그녀가 있다. 매일 그녀를 만나 꿈을 읽고 그리고 도서관이 문을 닫으면 그녀를 집앞까지 바래다주고 돌아가는 일이 그의 일과가 되었다. 그러나 이 행복한 순간을 위해 그는 자신의 그림자를 떼어버려야 했다. '나'와 떨어진 나의 그림자는 시름시름 앓는다. 그는 다시 나와 하나가 되고 싶다고 한다. 그 도시에서 떨어져 사는게 아니라 그들이 원래 함께했던 현실 세계-그것을 현실이라 불러야 한다면-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거다.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림자를 현실 세계로 돌려보내고 자신은 여기에 남겠다고 한다. 여기는 그가 그토록 오고 싶어했던 , 그토록이나 그리워했던 소녀가 있던 곳이니까. 그렇게 자신의 그림자와 작별을 하고 여기에 남고자 결심했는데, 눈을 떠보니 그는 다시 바깥-현실-으로 돌아와 있다. 그 도시를 떠나서. 그리고 이제 다시 이곳 생활을 해나가야 한다. 내가 왜 여기에 왔을까, 나는 거기에 남기로 결심했었는데. 그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의 도서관 관장으로 취직해서 새로운 루틴을 만들고 새로운 사람들과 알고 지내게 된다. 



자, 나는 내 입장에서 이야기속 주인공이 되어본다. 그러니까 한 사람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일에 대해서. 누구나 그렇게 사는 건 아니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마음 속 성소에 누군가를 품고 산다. 그 사람과 함께하지 못하면서, 그러나 마음속 성소에 누군가를 품고, 그런채로 직장을 다니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책도 읽고 친구들을 만나고 또 연애를 하며 결혼에 이르기도 한다. 내 마음 저기 저 한구석, 저기에 있는 그 사람을 그대로 둔채로. 그런 상태의 나를 누군가는 '어딘가 비어있다'고 눈치챌 지도 모른다. 혹은 '도저히 다가갈 틈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 안에는 누군가가 분명히 계속 존재하고 있고, 아주 단단하기 때문에, 그러니까 나를 형성하는 하나의 축이기 때문에. 함께하지 못하는 상태에서의 함께함, 부재하면서 그러나 동시에 강한 존재, 그렇다면 내 마음속 성소의 사람과 지금은 함깨하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함께할 거라는, 함께하고 싶다는 강한 갈망이 있지 않을까? 그것이 소년을 결국 싱글 중년이 되게한 것일테다. 그런데 마흔다섯, 그토록이나 바라던 상대를 만나게 됐고 심지어 매일 함께할 수 있게 됐다. 이게 얼마나 꿈같은 일이냐, 얼마나 달콤한 일이냐, 결국 이 순간을 위해 삼십년을 기다린건데. 


그런 상대는 여전히 열여섯살의 소녀다. 게다가 그 도시에서의 소녀는 내가 현실이라 부르는 바깥세계에서 나와 만났었다는 사실을, 나와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내게 '온전히 네 것이 될게' 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모른다. 자, 그렇다면, 그것을 소녀에게 알려야 할까? 마흔다섯인 내가, 열여섯의 너에게, 너랑 나랑 바깥 세게에서 사랑했어 우린 연인이었어를 말해야 할까? 나라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는,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를 계속 사랑하면서.


사실 내 나이 열일곱에 열여섯 남자를 사랑해본 적은 없어서(여중여고여대..), 그리고 나의 강한 무의식은 미성년자를 성애의 대상으로 보기를 거부해서, 아무리 입장을 바꿔보려고 해도 열여섯 소년을 떠올리게 되진 않는다. 대신, 나는 이 모든 이야기에 실감적으로 나를 넣어보기 위해, 상대의 나이를 스물일곱으로 설정했다. 자, 그와 내가 만나 뜨겁게 사랑하고, 내가 그에게 반하고, 그리고 그가 온전히 내것이기를 강하게 바랐던, 그 때 그의 나이 스물일곱. 그러나 그가 홀연히 내 앞에서 사라진다. 나는 그가 어디로 갔는지 짐작은 가지만 그러나 그곳에 가는 방법을 모른다. 그러나 그 당시 그가 나에게 보여줬던 마음은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도 내가 그를 사랑했던 만큼 나를 사랑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니 언젠가는 그가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을까. 결국 우리는 함께하지 않을까. 그로부터 소식이 오기를, 그와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고 나는 직장 생활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취미활동을 하고 연애도 한다. 몇 번의 연애를 거듭해도 나는 정착하지 못한다. 그렇게 마흔 다섯이 되었고, 어느날 갑자기 나는, 그가 있는 곳에 닿게 된다. 눈을 떠보니 내 눈앞에 그가 있다. 그런데 그는 스물 일곱의 모습이다. 아이고야. 나는 드디어 그를 만나게 되어 너무나 행복하지만, 그런데 그는 다른 곳에서 나와 사랑했던 기억이 없다. 나를 모른다. 그저 자신의 눈앞에 내가 나타났고 함께 일을 하면서 매일 만나야 하는 것이다. 그와 나는 함께 일을 하면서 서로에게 무리 없이 잘해주지만, 나는 그를 매일 볼 수 있어서 기쁘지만, 그런데, 그에게 말을 할 것인가? 있지, 저기 다른 세상에서 우리가 연인이었어, 라고. 그는 여전히 스물일곱 나는 마흔다섯인데? 이 나이 차이가 뭐 감당하지 못할 나이차이도 아니고 상대가 미성년자인 것도 아니지만, 나는 '아니',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내 마음에 품은 채로 그를 계속 사랑하면서, 말하지 않고 좋은 동료가 될것이다. 그러다보면 그가 다른 여자와 사랑하는 걸 보게 될지도 모르고 그가 아이를 낳고 아이 아버지가 되는 걸 보게 될지도 모르지만, 나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또하나, 하루키 이야기 속의 '나'는 그림자만 바깥 세상으로 돌려보내고 나는 여기 남기로 결심한다. 다른 사람들과는 교류하지 않는 적막한 도시. 내가 만나는 사람이라고는 출근해서 나와 함께 일하는 그만 있는 도시. 나는 내가 마음 속 성소에 품었던 사람이 이 도시에 있기 때문에 그러므로 여기에 남기를 선택할 것인가? 역시 '아니' 라고 확고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내 그림자와 함께 바깥으로 돌아갈 것이다. 비록 바깥으로 가면 내 마음 속 성소에 있는 스물읿곱의 그를 만날 수 없겠지만, 그러니까 그와 함께할 수 없겠지만, 나라면, '그와 함께 적막한 곳에서 둘이서만 사는 삶' 보다는 '그가 없는 바깥 세상에서 내 그림자와 그리고 세상 사람들과 함께 살기'를 선택할 것이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그를 다시 내 옆이 아닌 내 마음 속에 넣어야겠지만, 나는 그 삶을 선택할 것이다. 나는 그 없이는 살 수 있지만, 내 그림자 없이는 살기를 원하지 않으므로. '내'가 믿어야 할 건 바로 '나 자신' 이므로. 낙하할 나를 받아줄 이는 결국 나이고, 나에겐 그 누구보다 내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에겐 그도 필요하지만, 세상이 필요하다. 그만 있는 세상 보다는 그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많은 세상을 나는 선택한다.



이런 생각을 하게 해줘서 하루키의 이야기를 읽는게 즐거웠다. 게다가 선하기까지 하다. 눈앞에 '나는 이미 죽은 사람이야 유령이라고 할 수 있지' 라는 존재가 나타나도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 나는 섹스를 할 수 없는데 나에게 성애를 품고 있는 너는 그럼에도 나를 만날거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말해줄 수 있는 인간이 하루키의 이야기 속에 있다.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와인을 따라주고, 그리운 사람의 묘지에 매주 방문하는 인간이 여기 있다. 다른 사람의 안부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여기 있다. 믿을 수 없는 세상의 이야기를 믿을 수 있을 것 처럼 만들어내는 것이 하루키의 능력인 것 같다. 책속에서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인용하며 '그가 사는 세계에서는 리얼과 비리얼이 기본적으로 이웃하며 등가적으로 존재했'(p.672)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하루키가 사는 세계 역시 바깥 세계와 그 도시가 기본적으로 이웃하며 등가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아닐까. 무엇보다,


나는 기다림이 나의 선택이 아니었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가져간다. 선택이 아니라 그것만 주어진 것이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나는 기다리는 것에 익숙한 게 아니라, 그저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무런 선택지도 주어지지 않았던 게 아닐까? (p.681)



자, 나는 떠난다. 나를 받아줄 이가 나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이 도시를 떠난다. 이 도시는 어떤 도시냐, 내가 그토록이나 원하던 바로 그 사람이 있던 도시, 삼십년을 기다렸다 만난 그 사람이 있던 도시, 그런데 그 도시에 그 사람이 있음을 알고도 나는, 나를 찾으러, 나를 믿으며 떠난다.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건 바로 그것이다. 나를 믿는 것, 나를 찾는 것. 그 사람보다 원하는 건, 바로 나였다.




시간은 몹시 느릿느릿하게, 그래도 결코 뒷걸음치지 않고 내 안을 통과해 갔다. 일 분에 정확히 일 분씩, 한 시간에 정확히 한 시간씩. 느리게 나아갈지언정 거꾸로 가는 법은 없다. 그것이 내가 몸으로 깨달은 사실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때로는 그 당연한 것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 P138

누구를 위한 비밀 공간을 확보해둔 채 다른 사람과 연인 관계가 된다-그런 게 가능할까?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이어가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그 결과 나 자신에게도 상처를 주었다. 그리하여 나는 더욱 고독해진다. - P192

여성과의 관계로 말하자면 거의 똑같은 문제의 반복이었다. 남들이 그러듯 몇 명을 만나 사귀었고,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한 적도 있었다. 절대 반쯤 노는 기분으로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결국 그녀들과 진정한 의미의 신뢰 관계를 쌓진 못했다. 그럴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어떤 경우도 잘되지 않았다. 마지막에 꼭 무슨 일이 터져서 매번 그르치고 말았다-그르치다라는 표현이 실로 딱 맞았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내게 항상 네가 있었기 때문이다. 너의 존재가, 너의 이야기가, 너의 모습이 내 마음을 도저히 떠나지 않았다. 나는 언제나 의식의 깊은 곳에서 너를 생각했다. 짐작건대 그것이 가장 큰 이유다. - P193

매일 먹을 음식을 직접 만들고, 헬스장에 가서 선강을 챙기고, 일상을 청결히 유지하고, 남은 시간에는 책을 읽는다. 독신 생활에는 규칙성을 중시하는 것이 제일이다-규칙성과 단조로움 사이에 선을 긋기가 가끔 어렵다 해도. - P194

"네, 고독이란 참으로 무정하고 쓰라린 것이랍니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뼈와 살을 깎는 그 무정함, 쓰라림은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한편 제게는 과거에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기억이 강렬하고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 감촉이 양 손바닥에 짙게 배어 있어요. 그리고 그 온기의 유무에 따라 사후 영혼의 상태가 크게 달라진답니다." - P441

다만 당신의 이야기에서 제가 추측할 수 있는 바는, 사실 그 모두가 당신의 마음이 원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겁니다. 당신 마음이(당신은 모르는 곳에서) 그러기를 원했다-그래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아니, 그렇지 않다고 하실지도 모르겠군요. 그 수수께끼의 도시에 남겠노라 오롯이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하셨다고요. 하지만 당신의 진정한 의지는 달랐는디조 모릅니다. 당신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는, 그 도시를 나와 이쪽으로 돌아오기를 원했는지도 모르지요." - P444

"살면서 몇 명의 여자를 만났고, 좋아하기도 했습니다. 제법 진지하게 사귀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 소녀만큼 누군가를 열망했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머리가 텅 비어버릴 것 같고, 대낮에 깊은 꿈을 꾸는 것 같고, 다른 생각은 하나도 할 수 없는, 그런 순수한 심정을 품은 적은요. - P447

"여기서는 나이 차이도 시간의 시련도, 성적 경험의 유무도 대단한 요건이 되지 않습니다. 나 자신에게 백 퍼센트인가 아닌가, 중요한 건 그뿐입니다. 당신이 열여섯에서 열일곱 살 때 상대에게 품었던 사랑은 실로 순수했으며 백 퍼센트의 마음이었지요. 그래요, 당신은 인생의 아주 이른 단계에서 최고의 상대를 만났던 겁니다. 만나버렸다, 라고 해야 할까요." - P449

"지금 여기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오직 하나-믿는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강하고 깊게 믿을 수 있으면 나아갈 길은 절로 뚜렷해집니다. 그럼으로써 이다음에 올 격렬한 낙하를 막을 수 있을 겁니다. 혹은 그 충격을 크게 누그러뜨리거나요." - P452

"아무래도 우린 해가 진 뒤에 만나는 수밖에 없겠네요."
"두 마리 부엉이처럼."
"어두운 숲속 깊은 곳, 두 마리 부엉이처럼." - P572

나는 눈을 감고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예전에는-이를테면 내가 열일곱 살일 때는-시간 같은 건 말 그대로 무한에 가까웠다. 물이 가득찬 거대한 저수지처럼. 그러니 시간에 대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 P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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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12-31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다락방님의 진심이 담긴 리뷰를 쓸 수 있게 해준 리뷰이벤트 도서 간만에 등장!!👏👏👏👏👏 어떤 지점이 다락방님 마음을 움직이는지 알 것 같아요. 소설에 아주 푹 빠져서 읽는 다락방님의 독법도 도드라지고요^^ 즐거운 독서하셨군요~~!

다락방 2024-01-02 08:45   좋아요 0 | URL
어휴 하루키가 하는 이야기가 이야기 자체로 제 마음에 이렇게 훅 들어온적은 또 처음인 것 같아요. 그간 하루키의 유머를 제가 엄청 좋아했거든요? 찰떡같은 비유도 좋아했고요. 그런데 이번엔 이야기 자체가 저를 움직이네요.
ㅋ ㅑ - 역시 독서 만세입니다. 만세!!

단발머리 2023-12-31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다락방님 너무 좋은 리뷰 잘 읽었어요. 같은 책을 읽었을 때 겹치는 지점과 다른 지점을 발견하는게 이렇게나 즐겁고 행복한 일이네요.
저도 그 사람에게.... 이제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그 사람에게.... 내가 너를 사랑했던 그 사람이다, 라고 말하지 못할거 같고, 그리고는 그렇게 그 사람 곁에 남기 보다는 그 사람을 두고 도시를 떠나 나의 또 다른 현실로 돌아올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또 다른 나를 그 사람에게 남겨두고 싶기도 해요.
나의 일부를요.

전 하루키를 많이 안 읽어서요. 인제서야 조금씩 좋아져요. 이 책도 궁금해서 나오자마자 샀는데 이제 막 읽었네요.
좋은 시간이었어요, 그죠? 하루키를 읽는 시간이라니.....근사하다!!!

다락방 2024-01-02 08:47   좋아요 0 | URL
게다가 상대가 미성년자인데 내가 성년이라면 더 말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건 말하는 순간 범죄가 되지요. 아무리 내 안에 사랑 있어도.. 그리고 어쨌든 저는 현실로 돌아올 겁니다.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둔 채로 삶은 현실에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걸 선택할 것입니다. 크- 어쩐지 마음이 살짝 아프지만, 삶이란 건 결국 모든 걸 다 가지면서 살아갈 순 없는 것이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해야겠지요.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야겠고요.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처음에 오글거려서 이걸 어쩌나 했는데, 좋은 독서였습니다!!

햇살과함께 2023-12-31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글거렸지만 결국엔 좋았군요! 저도 언젠가 하루키를 좋아할 날이?!

다락방 2024-01-02 08:48   좋아요 0 | URL
하루키 안좋아하는 사람들도 엄청 많잖아요. 저도 제가 지금 하루키를 알았다면 좋아했을지 모르겠어요. 제 경우에는 <렉싱턴의 유령> 이라는 단편집 읽고 훅 빠졌는데, 어쩌면 책과의 궁합도 필요한 일인것 같습니다!

persona 2023-12-31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 읽겠다고 안 읽고 있었는데 끝까지 읽어봐야겠네요. ㅎㅎ 완독 축하드립니다.

다락방 2024-01-02 08:48   좋아요 1 | URL
저도 초반에 엄청 갈등했어요. 그냥 팔아버릴까,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나 즐거운 독서를 하였습니다. 페르소나 님, 도전!! ㅎㅎ

루피닷 2024-01-01 0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락방 2024-01-02 09:09   좋아요 1 | URL
루피닷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미미 2024-01-01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완전 초반 재미없어서 던져두었다가 다락방님의 ‘아오 진짜 너무 좋다‘보고ㅋㅋㅋㅋㅋ
지금 400쪽까지 읽었어요 정말 좋네요. 마저 읽고 리뷰 읽어보렵니다. 다락방님은 한 문장조차 영향력!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락방 2024-01-02 09:09   좋아요 0 | URL
저 막 읽다 보니까 ‘아오 좋아‘ 이런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지금쯤은 다 읽으셨을까요? 미미 님께도 어느 부분에서든 좋은 독서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미미 님, 해피 뉴 이어!!

느긋느긋 2024-01-17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1등 축하드려요!
이게 바로 호텔에서 쓰여졌다는 전설의 리뷰!!
읽고있으니까 책 다시 읽고싶어지는걸요, 읽으면서 무척 좋았던 그 시간을 다시 만들어봐야곘어요,

저도 돌아간다면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한채 말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저 나이간격은 너무한 듯 ㅠㅠ 그걸 떠나서라도
오래 그리워한 사람을 갑자기 볼 수 있게 됐을때는 그냥 매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은 느낌.

마지막 문장도 새롭네요, 그 사람보다 원하는 건 바로 나, 진심으로 원하는 건 바로 나.
역시 외로움지수 0인 락방님다운, ㅎㅎ
그러고보니 다들 궁극적으로는 그럴 것 같아요.
선한 리뷰 잘 읽고갑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그 벽 어쩌고 책을 읽고 있는데 너무 괴롭다. 소년 소녀가 등장할 때부터 괴로웠는데 동그란 가슴, 입맞춤, 나는 네 것이야.. 이런 거 나오는데 진짜 너무 괴롭고 오글오글 ㅠㅠ 손발이 오그라들고ㅠㅠ 그만 읽을까 수차례 갈등중이다. 내가 하루키를 좋아한 시간이 얼마나 긴데, 나 하루키 진짜 너무 좋아했고, 하루키만 꽂아두는 책장이 따로 한 칸 있었다고. 한 칸으로 모자라서 막 눕히고 난리가 났었는데 이번에 그 벽 책 읽으면서 너무 괴로워하고 있다. 하루키를 그간 좋아하며 여러권 읽어본 사람이라면 사실 이야기가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그림자, 일각수, 꿈을 읽는 주인공.. 이거 다 하루키가 다른 책들에서 했던 이야기들이야. 양 사나이는 안나오나 몰라. 하여간 절반도 안읽고 괴로워하며 그냥 그만두고 팔아버릴까 하고 있다. 하루키 님, 왜이러셨어요. 왜 저 읽기 힘들게 만드시나요. ㅠㅠ 내가 그렇게나 좋아하던 하루키는 어디갔나요. 아니, 변한 건 나인것인가.. 너무 괴롭다 ㅠㅠ 읽다보면 어느 순간 '역시 하루키구먼!' 하는 때가 오나요? (그렁그렁)


우울한 마음 다잡고 2023년 읽은 책들의 베스트를 정해보자. 귀찮아서 안하려고 했는데, 하루키 책 읽으면서 문득, 올해 남은 시간 더 읽어봤자 베스트 갱신은 없겠구먼, 해가지고.. 그냥 해보는 걸로.



2023년 에세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데이비드 케슬러의 《Life Lessons》
















이 책은 올해 4월과 5월 두 달에 걸쳐 읽은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읽자고 마음 먹게 된건 정희진 쌤의 강력한 추천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흔히 기억하는 《인생수업》의 제목과 표지 만으로 내가 전혀 읽지 않았을 작품. 그래? 내가 전혀 읽지 않을 종류의 책인데 그렇게 좋다고? 그래서 친구들과 영어책으로 이 책을 시작했다. 당연히 번역본도 함께 했는데, 정희진 쌤은 번역을 칭찬하셨지만, 번역본에 대해서라면 전혀 추천하지 않는다. 두 저자가 번갈아 얘기하는 책에서 번역본은 명확히 구분도 되지 않고 문장 번역도 직역된 게 아니라서 나란히 놓고 보면 이 문장 저 문장과 맞아들어가질 않을 뿐더러, 번역본만 보면 다소 지루한 경향이 있다. 원서 읽고 너무 좋아 번역서 선물했는데 상대가 읽다 포기해버렸다. 


책과 내가 만나는 때가 있다고 믿는다. 이 책은 나에게 적절한 시기에 아주 제대로 찾아왔다.

fear 에 대해 읽을 때에도 너무 좋았지만, surrender 는 압권이었다.

작년 연말부터 올해 연초까지 아버지는 계속 병원 신세를 지셔야 했다. 수술, 다시 재수술, 응급실, 입원, 또 수술. 그 과정에서 섬망이 오기도 했던 터라 나는 그 시간들이 두렵고 무서웠다. 어느날은 너무 무서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혼자 침대에서 벌벌 떨었던 밤들도 기억한다. 신경안정제를 처방 받아 먹기도 했다. 나는 아주 많이 두려웠다. 나의 마음을 아는 친구가 그때 내게 문자메세지를 보내주었다. 


"너도 잘 알겠지만 아버지는 언젠가 돌아가실거야."


이 문자메세지가 그 순간 내게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아마 다른 때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었다면 그때도 위로가 되는 메세지였을까? 그건 모르겠다. 그러나 그 순간 내가 두렵고 무서웠던 건, 나의 아버지가 돌아가실까봐 걱정하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그러나 인간은 모두 죽지 않는가. 그래, 우리 아버지라고 예외일 수 없다. 나는 아버지를 예외로 만들고 싶어 이렇게 발을 동동 구르고 무서워하는게 아닌가. 받아들이자. 나의 아버지도 다른 사람들의 아버지와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돌아가실 수도 있다. 받아들이자.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포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수용이었고 수용하고나자 내가 통제하지 못할 것들에 대해 초조해하지 않아도 되었다. 물론 받아들인다고 해서 슬픔이 옅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하지 못하는 일에 대해 하지 못함에 대해 가슴 끓이진 않을 수 있다. 그때 LIFE LESSONS 에서 내게 surrender 를 알려주었다.



Surrender was a choice, and that it did not mean giving up. -p.168

When we surrender, we accept it just as it is. -p.169



그 뒤로 인생에서 지나치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끙끙대는 사람을 볼 때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고 surrender 를 말해주고 싶은데, 그러나 그 때 상대의 귀에 그것이 어떻게 들릴지를 모르겠다. 자칫하면 포기하라는 걸로 들리지 않을까. 받아들이라는 말을 포기와 같은 의미로 생각하지 않을까. 지금 바꿀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어 그렇게 힘든건데, 받아들이라고, 받아들이면 받아들이고나서의 그 다음 일들이 펼쳐질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2023년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는 2019년에도 내가 읽은 최고의 책이었다. 다시 읽기한 2023년에도 내게 최고의 여성주의 책이 되었다. 최근에 읽은 《여전히 미친》은, 나는 그렇게까지 재미있지도 의미있지도 않았다. 역사 속에서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흥미롭지만, 그 사실들의 기술은 내게 큰 깨달음이나 사고의 변화를 주진 않았고, 나는 이런 류의 책이 그렇게 재미있지가 않다. 그런데,


레이첼 모랜은 달랐다.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는 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한 사람의 성찰이 얼마나 깊게 그리고 얼마나 멀리 뻗어나갈 수 있는지, 그리고 자신 안에 고유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권해 읽은 남자사람도 이 책으로 인해 자신의 사고가 완전히 변하게 되었다고 했는데, 알라딘을 통해 함께 읽은 다른 분들도 모두 별다섯을 주며 이 책에 대해 감탄했다. 물론, 이 책 읽고, 별 하나 준 구매자평도 보았지만, 그 분의 닉네임을 보니 놀랍지는 않았다. 책을 읽은 감상이 모두에게 같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이 책은 재미없을 수도 의미 없을 수도 있겠지만, 별하나 리뷰를 작성한 사람은 별 하나 주려고 읽은것으로 너무나 당연히 추측이 된다. 더 말하진 않겠다.



2023년의 완독,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와 진짜 다 읽느라 너무 힘들었지만, 언젠가는 읽어야지 다짐했던 책이라 완독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그러나 이 두꺼운 책 완독하고 나의 지식이 놀라울만큼 늘어났느냐 하면 그건 아니고,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그저 슬프기만 했다. 인간은 언제고 소멸한다는 것이 나에겐 큰 슬픔인데, 세상에 지구도 태양도 언젠가 소멸한다는 게 아닌가. 아니, 우리 왜 살아요? 왜 존재하나요? 모두 소멸한 것을... 하아-



2023년의 소설, '슈테판 츠바이크'의 《우체국 아가씨》

















페이드 포를 언급하며 얘기했듯이 나는 나를 생각하게 만드는 글을 좋아하고 나를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2023년에 읽은 우체국 아가씨는 그런면에서 완전히 나에게 맞춤한 책이었다. 어떤 책이든 읽는 독자가 누구냐에 따라 가져가는 바가 다를 것인데, 나는 이 책에서 내가 고집스럽게 나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음을 자각해야만 했다. 이건 일전에 인상적으로 읽었던 '필립 로스'의 《네메시스》에서도 느꼈던 바다. 우체국 아가씨에서는 언제나 나에게 최선의 가치였던 경험이, 그런데 정말 그런가? 라는 의문으로 이어져야 했고, 거기에서 오는 충격은 나에게 정말 신선했다. 나는 정말 재미있어서 소설을 읽는데, 이 재미있는 소설이 그저 재미로 끝나는게 아니라 두고두고 생각할 거리를 준다. 아니, 정말 좋지 않은가? 소설 읽는 거 최고라고 우체국 아가씨를 읽으며 생각했다. 올해 이 책을 여러명에게 선물했다.




2023년의 구원, '윌리엄 피터 블래티'의 《엑소시스트》
















영화 《엑소시스트》는 내 인생 가장 무서운 영화였고 그 영화 이후로는 공포영화를 볼 수 없는 몸이 되었다. 그렇게 무서운 영화로만 알고 있던 엑소시스트가 세상에 원작이 있다는 게 아닌가! (시사인을 통해 알게 되었다) 게다가 그 원작이 무려 철학을 담고 있대? 공포 말고 다른 게 있다고? 나는 급박하게 이 책을 사서 읽었는데,  정말로 공포 말고 다른 게 있었다. 그건,


구원이었다.


자신이 믿는 신 혹은 종교에 대한 강한 신념, 그걸로 인해 인간으로서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행동도 했는데, 그것이 과연 옳은지, 내가 믿는 당신은 정말 존재하는지, 제발 나에게 응답을 해달라는 간절한 부름을 이 책 속의 등장인물이 갖고 있단 말이다. 결국 악령이 몸에 들어와있는 소녀를 구해주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면서 그는, 그가 그토록 원하던 응답을 받는다. 나는 그 장면에서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났는데, 믿는 것은, 믿는 자에게 강력한 힘이고,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당연한 명제, 그러나 의심스러운 명제가 참이 되는 걸 목격해버리고 말았다. 엑소시스트 책을 사서 펼칠 때만 해도, 내가 책장을 덮으며 울 줄은 몰랐다. 그리고 악은 아주 비겁하다는 것도 더불어 다시 새긴다.




2023년의 고정관념 타파, '하마노 지히로',《성스러운 동물성애자》
















와 진짜 책을 들기까지 너무나 힘들었던 책이고 읽으면서도 정말 읽기 싫었던 책이다. 내가 이걸 왜 읽어야 하지? 라는 생각을 또 얼마나 했는지. 그러나, 결과적으로 읽기를 잘했다. 이 책을 읽은 후의 가장 큰 수확은, 지구상 어딘가에 동물과 섹스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결코 아니다. 우리가 동물을 귀엽게 혹은 불쌍하게 보는 그 모든 관점은, 당연하게도 인간중심적 이라는 것. 그렇게 느끼는 것은 누구인가!!  마침, 다음 책과도 주제 파악이 겹쳐버리고 마는데...




2023년의 포스트 휴머니즘, '애나 칭'의 《세계 끝의 버섯》
















이 책 한 권을 읽으면 놀랍게도 버섯의 생애를 알 수 있지만 자본주의도 만나게 된다. 인간이 비인간과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인간에게 다른 인간의 끼어듦이 필요하듯이, 인간에게 비인간과의 얽힘도 필요하다.




2023년의 팟빵, 정윤수의 <고독한 고전음악방>















사실 김혜리의 <조용한 생활> 속의 한 코너에 불과하지만, 나는 이 코너를 듣는게 너무 즐거웠다. 그래서 클래식은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김석란'의 《에릭 사티》도 사서 읽었다. 에릭 사티 웃김.. 자기가 종교도 만든 사람, 그리고 교주이자 유일한 신도인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윤수 님 너무 좋아서 신작으로 에세이 한 권 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고독한 고전음악방을 과거의 것부터 다시 듣고 있지만, 요즘 뭐 들을 시간 없어서 어느 순간 멈춰있긴 하다. 



2023년의 액체, 쉼



잠을 잘 자지 못했다는 내 말에 친구가 <쉼> 한박스를 보내주었다.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거였다. 이 음료 한박스를 들고 검색해보니 스트레스 해소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게 아닌가. 받자마자 하나 쭈욱 마시고 그 날밤 푹 잤다. 음료의 도움인지, 며칠간 못자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내게 이 음료는 존재 자체로 위안이다. 혹여라도 내가 스트레스 잔뜩 받으면, 나에겐 쉼이 있다! 이렇게 되어버리는 거다. 존재 자체로 그저 도움이 돼. 친구는 혹여라도 효과가 없다면 플라시보 라도 있기를 바랐는데, 이미 충분히 플라시보 효과 대박이다. 세상에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음료가 존재하다니, 숙면에 도움이 되는 음료가 존재하다니, 나에게 이게 있다!! 



2023년에는 아버지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셨고 응급실 방문도 반복하셨다. 우는 날이 여러날 이어졌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엄마와 이모를 모시고 네덜란드를 다녀왔고, 여동생과 함께 하노이를 방문했다. 나 혼자서는 호치민을 다녀왔다. 어떤 날들은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했지만, 대체적으로 잘 견뎌냈다. 할 수 있는 게 늘어나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이라고, 그러니까 불안하거나 답답하거나 우울함에서 나를 건져내줄 수단을 좀 더 많이 마련해두는 것이 낫다고 늘 생각하는 내게, 파김치를 만들어본 것은 너무 좋은 해답이 되어주었다. 바질을 키워 페스토도 만들어보았고 고수와 치커리도 재배했다. 쑥쑥 자라는 바질을 볼 때마다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웬만한 성인 남자보다 바질을 키우는 것이 낫다고 이 연사, 강력하게 외칩니다!! 요가도 다시 시작했다. 열심히 다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는 날이면 또 크게 만족한다. 팔을 위로 뻗어보고 몸을 앞으로 숙이는 것은 할 때마다 내 몸을 감각하게 한다. 유독 심하게 외롭고 고독한 날도 있었지만, 그런 감정들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잘 하고 있다.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어떤 마음들은 전해진다는 것도 알았다. '내가 너를 생각해' 라고 부러 말하지 않아도 '나를 생각하는구나' 가 느껴질 때면, 내가 인생에 참 복을 많이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알라딘을 통해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도 잘 이어져오고 있다.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오래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다 여러분 덕입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내년에도 잘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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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장수 2023-12-27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가 변했다기보다 다락방님이 변한 게 아닐까요?
그나저나 2023년의 액체라니, 저도 한번 해보고 싶네요ㅎㅎ

다락방 2023-12-27 11:42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제가 변한 것 같습니다, 얼음장수 님. ㅎㅎ
처음에 2023년의 음료 라고 썼다가 바꿨어요. 음료 대신 액체로 가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2-27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방아, ˝나는 네것이야˝에서 나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ㅋㅋㅋㅋㅋ
영원히 자라지 않는 하루키와 성장한 다락방의 간극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7 12:08   좋아요 0 | URL
저도 초반부터 으윽 오글거려 미치겠다.. 이러다가 네것이야 에서 뒤로 자빠질뻔했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게 무슨 일이야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한때 다 모으던 하루키, 이제 되팔 하루키.. ㅠㅠ

잠자냥 2023-12-27 12:10   좋아요 0 | URL
누가 그렇게 말한다고... 아 미쳐. 도대체...ㅠㅠ

다락방 2023-12-27 12:23   좋아요 0 | URL
저는 성인된 남주가 소녀 매일 만나는 것도 너무 싫어요. 쫄리고 ㅠㅠ 진짜 성장 안하는 것 같아요 ㅠㅠ

잠자냥 2023-12-27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스모스와 버섯 읽은 안방 님 칭찬합니다!

참, 잠이 잘 안 올 땐 마그네슘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내년에도 화이팅, 책탑과 킹침대와....... 계속 고!

다락방 2023-12-27 12:23   좋아요 2 | URL
맞아요! 그래서 마그네슘도 제가 구비해두고 있습니다. 저의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주는 우먼스 타이레놀, 마그네슘, 그리고 이젠 쉼... 으하하하하

내년에도 책탑과 킹침대와...추석 연휴 길더라고요. (아무말)

올해에도 감사했습니다, 잠자냥 님. 내년에도 잘 부탁합니다. 샤라라랑~

persona 2023-12-27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하루키 좀 그래서 매번 포기하는데 이번에도 나는 네 어깨를 감싼다에서 멈추었네요. 영어로 읽으면 좀 나은데 왜 한글판을 샀지 싶어요. ㅋㅋ
인생수업 공부팟캐에서 나와서 궁금했는데 언젠간 읽어봐야겠어요. 한해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락방 2023-12-27 14:00   좋아요 1 | URL
아 영어로 읽으면 좀 나은가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저 하루키 되게 좋아했었는데 이번 책 읽기가 왜이렇게 오글거리고 힘든건지요 원 ㅠㅠ 소년소녀에서 제발 좀 벗어나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놈의 동그란 젓가슴 타령 ㅠㅠ

persona 2023-12-27 16:19   좋아요 0 | URL

하루키는 일본학 근현대문학 시간에 ‘하루키와 아메리카니즘’으로 배웠어요. 작가가 처음 소설 쓰기 시작할 때부터 영어로 써보고 그걸 다시 일어로 바꿔 써서 일본어로 읽을 땐 외국어 번역 책 같아서 아메리카니즘 이야기 할 때 그 이야기로 시작하더라고요. 그 이야길 듣고 저는 영어로 읽어봤거든요. 과제에 하루키도 읽어야 해서 수강포기를 고민했던 과목이었는데, 마스터베이션이랑 성적 묘사가 있는 건 아니깐 그 부분은 좀 로맨스 소설이다 생각하고 읽으니 진짜 영어 번역서가 더 잘어울리는 작가예요. 심지어 반 버닝은 윌리엄 호크너 거랑 같이 읽어도 그렇게 이상하지 않았어요.
상실의 시대나 바람의 노래를 들어란가 그런 책들은 다 못 읽었는데 다자키 쓰쿠루나 양 사나이 시리즈 영어로 읽었을 때 오히려 완독 가능했어요.
here she is, all mine, 이게 더 괜찮은 거 같아요.
니꺼내꺼, 나 스베떼가 오레노/기미노 모노 어쩌고 하는 거보다 안 오글 거리는 거 같더라고요. ㅋㅋ
하지만 어떤 불쾌감이나 소아성애 아닌가 하는 의심은 영서로 읽어도 마찬가지일 거 같기는 해요. 주인공들이 내내 자라지 않고 여성 등장인물들이 죄다 어떤 제공자나 이상향으로 그려지는 것에 대한 이질감 같은 건;; 안 없어지더라고요.

다락방 2023-12-28 08:22   좋아요 1 | URL
here she is, all mine 은 말씀하신 대로 오글거리지 않네요. 페르소나 님 댓글 읽으니 그나마 짧은 분량의 하루키 책은 영어로 읽어볼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오.. 너무 좋은 댓글이에요.

그런데 하루키는 말씀하신 것처럼 아저씨+소녀 구조를 너무 많이 써요. 그 아저씨가 소녀에게 더러운 짓을 하거나 하진 않지만, 그런데 이 구조에 대한 무슨 로망 같은 거 있는 것 같아요. 이 구조를 반복하는 건 징그러워요. 하루키 영어책 좀 검색해봐야겠어요. ㅎㅎ

persona 2023-12-28 09:19   좋아요 0 | URL


단편집이기도 하고 barn burning도 있는 The Elephant Vanishes 부터 읽어보시면 단편이라 덜 부담스러우실 거예요. 영어 번역본으로 읽을 때 가장 세련돼 보이는 일본 작가인 것 같아요. 여기저기 재즈가 묻어나서인지… ㅎㅎㅎ

다락방 2023-12-28 10:03   좋아요 1 | URL
오오 말씀하신 책으로 사야겠어요!! 고맙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12-27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주제로 뽑아주신 책들이 돋보입니다. ‘쉼‘이라는 음료가 있는지는 몰랐는데 받은 마음 때문에 다락방님께 더 위로가 되었을 것 같아요^^ 저도 버섯 책은 궁금한데 나중에라도 읽어봐야겠네요.
다락방님 올해도 알라딘 서재에서 다양한 이야기로 만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다락방 2023-12-27 14:02   좋아요 0 | URL
버섯 책 너무 좋았어요, 거리의화가 님! 쉬운 읽기는 아니었지만 읽기를 잘한 책입니다. 거리의화가 님도 다 읽고 좋아하실 것 같은 책입니다.
거리의화가 님, 올해도 여성주의 책읽기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거리의화가 님은 늘 든든하고 단단하게 그곳에 계셔주신 것 같아 큰 힘이 됩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거리의화가 님!!

햇살과함께 2023-12-27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노르웨이의 숲> 다시 읽는데, 오글오글 거려서 참고 읽고 있습니다.
강간 농담을 하질 않나...
다락방님이 첫 줄에 쓴 저, 저, 저런 묘사, 35년이 지났는데도 변함이 없네요??
하루키 정말 영원한 청춘의 아이콘이군요.

다락방님 여러 힘든 상황에서도 즐거움을 찾는 능력자입니다.
내년에도 함께해요!

다락방 2023-12-27 15:29   좋아요 2 | URL
저는 <상실의 시대> 두 번 읽었었어요. 좋아서요. 읽고나서도 오래 좋아했고 서점으로 달려가서 <위대한 개츠비>도 사서 읽었습니다. 피츠제럴드도 사랑하게 됐고요. 그런데 오늘의 하루키를 못견디겠어요. 흑흑 ㅠㅠ 저는 과연 이 고비를 넘길 수 있을까요? ㅜㅜ 청춘의 아이콘이 아니라 주책바가지 할아버지 같아요. 소녀의 동그란 가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햇살과함께 님, 올 한 해 함께해서 즐거웠어요. 우리 내년에도 함께해요!! >.<

은오 2023-12-27 13: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벌써 다락방님의 연말결산이 올라왔다!! 😆 연말에는 서재분들의 연말결산 페이퍼 보는 재미가 클 것 같아서 기대중입니다. >_<

덕분에 <페이드 포> 만나게 되어서 다락방님께 너무나 감사하고요.
<우체국 아가씨>가 무려 다락방님의 “올해의 소설”이라니...!! 저는 올해 <초조한 마음> 너무 재밌게 읽어서 이미 읽으려고 찜해둔 책인데 기대가 더 커집니다. 내년엔 우체국 아가씨를 만나봐야겠어요!!

올해 다락방님을 만난 게 제게 큰 행운입니다. 어쩜 이런 분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다락방님!! 올해도 고생 많으셨고요, 멋져 주셔서 감사하고요, 알라딘에 계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함께해요!!!!! 많이!!!!! 좋아합니다. ❤️❤️❤️❤️❤️

잠자냥 2023-12-27 13:22   좋아요 3 | URL
우리 게으름뱅이 곰탱이는 연말 결산 없이 혼자 수상 소감 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2-27 13:25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상소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저도 연말결산 하려고 어떤걸 순위권에 올리지? 미리 생각중이었다고요!! ㅋㅋㅋㅋㅋ 전 12월 말일까지 꽉 채워서 읽고 1월에 결산하겠읍니다.

다락방 2023-12-27 15:32   좋아요 4 | URL
제가 너무나 귀찮아서 언젠가부터 연말결산 안썼던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번에는 딱히 뭐 페이퍼 쓸게 없어서 결산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ㅋㅋㅋ 뭐라도 쓰긴 써야겠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이드포 은오 님이 아주 잘 읽어주셔서 저도 너무나 뿌듯합니다!! 저도 <초조한 마음>너무 좋아했어요!! 저는 아마 그런데 <연민>이란 제목으로 읽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크-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서투른 연민은 인간을 망친다고 제가 막 분개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뒤로 읽었던 츠바이크들은 딱히 강한 인상 받지 못했는데, 저는 올해 우체국 아가씨가 초조한 마음을 눌러버렸습니다. ㅋ ㅑ ~
은오 님 어서 읽고 리뷰 써주세요!!

저도 은오 님 많이 좋아합니다. 알라딘의 샛별 은오, 저는 은오 님의 편입니다!! 만세!!

hnine 2023-12-27 1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테아닌이 음료로까지 나오는군요. 제 경우에는 잠 자는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어요 ㅠㅠ
효과중에 플라시보 효과가 최고이지요!

다락방 2023-12-27 15:32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나인 님. 플라시보 효과가 짱입니다. 저는 플라시보만으로도 이 음료의 가치를 높이삽니다. 세상에,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한 음료라니요. 착한 세상 ㅠㅠ 물론 자본주의가 그 바탕이지만...

나인 님, 연말 잘 마무리 하세요!!

망고 2023-12-27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드 포 아직 안 읽었는데 어서 읽어야 겠어요^^아 근데 다락방님 하루키 좋아하셨구나 저는 하루키 두권 읽고는 그만 뒀는데요 바로 다락방님이 쓰신 그 이유 때문에 뭐만 하면 잤잤ㅋㅋㅋㅋ그리고 에릭 사티 땡겨요 교주이자 유일한 신도 오호🤔

다락방 2023-12-27 15:34   좋아요 2 | URL
망고 님, 페이드 포 읽기 아마 힘들실겁니다. 그러나 힘든만큼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페이드 포는 정말 짱이에요!!
저 하루키 되게 좋아했어요. 두번씩 읽은 책들도 읽고 길을 걸어가면서 읽은 책들도 읽고 그랬어요. 하루키의 농담은 언제나 저에게 제대로 먹혔습니다. 그런데 이번 책은 진짜 너무 힘드네요. 만약 이맘때에 제가 하루키를 처음 만났다면 결코 좋아할 수 없었을 작가일 겁니다. 하아- 세월이여.. 흑흑 ㅠㅠ

망고 님, 에릭 사티도 읽어주세요!! ㅋㅋㅋㅋㅋ

망고 2023-12-27 16:42   좋아요 1 | URL
저 다락방님 길을 걸어가면서 책을 어떻게 읽으셨어요?ㅋㅋㅋㅋ상상하니까 너무 웃음이....(죄송) 꼭 만화책에 나올거 같은 캐릭터십니다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8 08:14   좋아요 1 | URL
저 재미있는 책은 멈추는게 아쉬워서 걸으면서도 읽거든요!! ㅋㅋㅋㅋ 그러다가 회사 직원 만날 때도 있고 한번은 동네 지하철역에서 친구 만났는데 지하철에서 읽다가 내려서 계단 올라가는데 계속 읽었는데 누가 팔을 잡으면서 ˝야 그렇게 재밌냐?˝ 해서 보니까 다른 동네 사는 친구더라고요? 아니 너 왜 여기있어? 라고 제가 묻고 그 친구는 ˝무슨 걸어다니면서 책을 읽어!˝ 했어요. ㅋㅋㅋ 한 번은 걸으면서 책 읽다가 엄마한테 전화와서 받았더니 ˝너 누가 걸으면서 책 읽으래!˝ 이래서 보니 엄마가 건널목 저 편에서 저를 보셨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이래봬돼 신경정신과 상담 갔다가 걸으면서 책 읽지 말라는 의사쌤의 지시를 듣고 돌아온 사람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미미 2023-12-27 15: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쉼>을 마셔봐야겠어요!!
저 <인생수업>번역서도 좋았는데 원서를 꼭 읽어봐야겠군요.
(안그래도 다락방님 페이퍼 보고 원서는 예전에 사두었지요ㅋㅋㅋ)
번역을 잘 해도 원서로만 느낄 수 있는 뭔가가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줌파 라히리도 그래서 이탈리아어를 공부했나봅니다.

다락방님 올해도 여성주의 책 함께읽기 이끌어주셔서 넘넘 고맙습니다.>.<

다락방 2023-12-27 15:35   좋아요 1 | URL
저는 인생수업 번역서 너무 헷갈리더라고요. 그래서 중간에 집어 던졌어요. 원서 읽다가 무슨 말인지 몰라서 번역서 찾아보면 통 찾을 수도 없고 말이지요. 번역가가 맥락에 맞게 문장을 만들어낸 것 같단 생각을 했고, 그건 정말 제 취향이 아니었어요 ㅠㅠ 그렇지만 인생 수업 원서가 가져다주는 두려움과 받아들임에 대한 내용은 저에게 아주 울림이 컸습니다. 미미 님께도 좋은 독서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미미 님, 이번 해에도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제가 감사하고 있다는 것이 미미 님께도 전해질거라 생각합니다. 내년에도 우리 함께 열심히, 즐겁게 가봅시다. 빠샤!!

Falstaff 2023-12-27 15: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내년 1월 10일에 무라카미 하루키 독후감 하나 올릴 건데요, ㅎㅎㅎ 이 양반이 여성들의 풍만한 유방에 무슨 로망이 있는 거 같다는 구절이 들어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7 15:28   좋아요 1 | URL
저는 동그란 젖가슴에 로망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 늙어서도 소녀의 동그란 젖가슴을 놓지 못하는 하루키 ㅠㅠ 저는 과연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지.. 폴스타프 님의 하루키 리뷰 너무나 기다립니다. 아아 하루키를 좋아했던 긴 세월이여... 흑흑 Orz

blanca 2023-12-27 15: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그 거부감 뭔지 알 것 같아요. ㅋㅋ 왜냐면 제가 그 시기가 있어서 하루키 엄청 멀리했었거든요. 오히려 이십대 때 정말 이건 아니다, 몹시 거북하다, 이러면서 안 읽었어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 정말 이상한 게 갑자기 그럴 수 있어, 그러면서 다 넘어가지더라고요. 이 변화가 뭘 의미하는 건가 생각해봤는데 하루키가 한창 성적 묘사에 열을 올렸던 시기가 있고 이제 그런 여성에 대한 성적 타자화를 넘어갔구나 싶은 계기가 있었어요. 그게 <색채 뭐시기> 였던 것 같아요. 올해 다락방님,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만큼 잘 넘기시고 보람차고 아름다운 일들도 많이 일어났던 것 같아요.

당장 쉼을 먹어봐야겠네요.!

다락방 2023-12-28 08:20   좋아요 1 | URL
저는 정말 젊은 시절 하루키를 정말 좋아했어요. 지금도 싫은 건 아닙니다만, 이번 책을 읽는데 너무 손발이 오그라드네요. 그런데 이 페이퍼 쓰고 나서 좀 더 읽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나와서 포스트잇 계속 붙이고 있어요. 힝- 이렇게 갑자기 또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다니. 하아- 역시 저는 하루키를 미워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아, 작가란 무엇인가, 책이란 무엇인가, 하루키란 무엇인가..

쉼이 블랑카 님께 쉼을 가져다줬으면 좋겠네요!!

블랑카 님, 올해 마무리 잘 하시고 내년에도 좋은 책 많이 읽으시고 좋은 글 많이 써주시기 바랍니다. 만세!!

persona 2023-12-28 15:34   좋아요 1 | URL
아! 저 원래 하루키 극혐하다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의 순례기였나 그거랑 헛간을 태우는 거랑 영어로 읽으면서 하루키 읽어볼만 할지도 모르겠다, 생각하고 긴가민가 돌아선 입장이었는데요. 그게 영어로 읽어서 일수도 있지만 ㅋㅋㅋㅋ 그놈의 젖가슴 판타지가 그 글들에는 잘 안보여서였을 수도 있었겠네요. 이 사람 그거 아니면 더 잘 쓸 수 있는데 왜 꼭 그걸 놓지 못할까 싶기도 하네요. ㅎㅎ
그거 때문에 다시 읽기 시작했지만 다 도중에 중단했어요. ;; ㅋㅋㅋ

새파랑 2023-12-30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23년의 액체라니...

혹시 숙취음료 인가요???

또 이렇게 하루키 팬 한분이 사라지는군요 ㅜㅜ 슬픕니다 ㅋㅋ

다락방 2023-12-30 14:10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새파랑 님!! 하루키 좋아요!! 이 책 뒤로 갈수록 좋아요!! 너무 좋아요!! 엉엉 ㅠㅠ

단발머리 2024-01-02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과 <Life Lesson> 읽을 때 참 좋았어요. 제가 여러번 이야기했지만 너무 ‘기독교 서적‘ 같아서 ‘아멘!‘을 외쳐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어요. 저 책을 영어로 읽어서 더 좋은 점도 있었던 듯 합니다. 이를 테면, 위에 인용해주신 169쪽의 이런 문장.....

When we surrender, we accept it just as it is. -p.169

아무리 잘 번역한다 해도 그 느낌이 영어만은 못할 거 같거든요. 내년에도 후년에도 우리 오래오래 같이 읽어요, 다락방님!

다락방 2024-01-03 18:18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 님, 저야말로 단발머리 님과 이 책을 함께 읽었다는 게 정말 좋습니다. 제게 저 책을 읽었을 때 저 책의 문장들과 그리고 단발머리 님의 존재가 함께 다가왔습니다.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는데 좋은 책도 때를 알고 오는가 봅니다. 저에게 정말 고마운 책이었어요. 마침 그 때 와서 저는 좋은 메세지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정말 영어로 읽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재인용하신 서렌더, 저도 정말 좋아하는 문장입니다. 아, 올해는 역시 원서를 좀 읽어봐야겠어요. 그런데 저는 잘 안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