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십대 중반이었다.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무렵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텐데, 그 당시에 나와 연애하던 남자는 나보다 나이가 훌쩍 많았다. 지금으로부터 벌써 십몇년 전인데, 내 연애를 모두 돌이켜 보았을 때, 잊지 못할 연애는 이 첫 연애와 최근의 마지막 연애가 되시겠다. 마지막 연애가 최상의 것들로 가득찬 좋은 연애여서 였다면, 첫 연애는, 그렇지 못한 게 아주 강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첫 연애로, 내가 얼마나 한심하고 보잘 것 없는 인간인지, 얼마나 오만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 첫 연애를 돌이켜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연애가 내게 없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그 연애가 있었기에 내가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그 연애로부터 그 다음 연애, 그 다음 연애를 거듭하면서, 더 나은 사람을 만나 연애를 했고 더 나은 관계들을 만들어 나갔다. 그러니 최근의 연애가 최상의 연애가 될 수밖에 없었을 터. 그 첫 연애를 생각하면 정말이지 쥐구멍에 숨고 싶고, 그 당시의 나를 아는 사람들과 다 관계를 끊고 싶은데... 자, 이쯤하고. 내가 이거 얘기할려고 페이퍼 창을 연 게 아닌데, 이놈의 글은 왜 지멋대로 이따위로 흘러가고 난리야.... 돌아와!!



그 연애의 어느날, 나는 내가 잃어버린지도 몰랐던 나의 귀걸이를 그가 갖고 있단 걸 알게 됐다. 그가 자신의 청바지 주머니에서 나의 귀걸이를 꺼내며, '너 어제 내 차에 이거 떨어뜨리고 갔더라' 하는 거다. 나는 내 귀걸이가 없어진지도 몰랐던 터라 어 그러냐고 하며 받아들려는데, 그는 '이거 내가 가지고 있을게' 라고 하는 거다. 응? 왜? 당신은 귀도 안뚫었는데? 하니, 당분간 가지고 다니고 싶다는 거다. 아, 뭐지 이 아련함, 애틋함... 나는 뭔지 모르게 기분이 초큼 좋아져서.. 응 그렇게 해, 했다. 뭔가 살짝 변태스러웠지만, 그 마음이 뭔지도 알 것 같았던 거다. 어쩌면 나는 약간의 변태성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약간의 변태..인 걸지도 모르겠고.



어느 날엔가 나의 다정한 친구는, 자신의 좋아하는 사람의 집에 방문해서 자신이 쓰던 향수를 소파에 두고 왔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 새 향수가 아니라 자신이 계속 쓰던 향수, 그래서 조금만 남아있던 향수. 그걸 두고 왔노라고. 내가 늘 뿌리던 향을 그의 집에 두고 오고 싶었다는 친구의 말이, 나는 너무나 잘 이해되었다. 아, 쓰면서 가슴이 좀 두근거려. 그거 너무 좋은 것 같아. 그러니까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리고 그의 집에 찾아가게 된다면, 나도 내가 쓰는 향수를 놓아두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귀걸이를 가지고 다니고 싶다고 했던 오래전 구남친이 그랬듯, 쓰던 향수를 두고 오는 그 마음은, 어쩐지 내밀하고 둘 만의 것인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나. 그런 느낌이 뽝- 오잖아? 나도 두고 와야지. 최근의 연애에서 '당신 향기 좋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그 향수를, 그의 집에, 그의 방에, 혹은 그의 욕실에 두고 나오면, 뭔가 은밀하고 내밀하고 뿌듯하고 좋을 것 같은 거다.


라고 쓰고 생각해보니, 향수가 한두푼이 아닌데...그거 두고 다시 사야하나....... 음..... 나는 비싼 향수 쓴단 말이야..... 그러니까 향수는 안두고 오는 걸로...... 음.....



그러고보니 오래전에 읽은 책중에서, 도대체 어떤 책인지 기억이 안나는데, 그런 문장이 있었다. 정확한 워딩은 아닌데, 


'그에게서는 좋은 향기가 났다. 그의 귀 뒤에서는 그 향기가 더 진하게 났다.'


뭐 이런 문장이었다. 어쩌면 이건 내가 남녀를 바꿔 기억하는걸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당신 향기 좋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가 나를 안고, 그래서 내 귀 뒤에 갔다온 후에 말했으므로, 그 이후로 계속해서 저 문장이 떠오르는데, 정말이지, 도대체 어디에서 봤는지 기억이 1도 안나는 거다. 확실한 건 꼬꼬마 시절에 읽었던 책이었다는 거..... 답답해 미칠 노릇이다. 어디였지?



음...향수가 아무리 비싸도 그래도 그의 집에 두고 오는 게 더 좋을 것 같긴 하다. 그러면 한 십분의 일쯤 남았을 때 두고 오는 걸로 하자. 어차피 다 쓰면 새로 사야 하는 거니까. 

에잇. 같이 살면 그냥 두고 쓰면 되는데... 이게 제일 빠른 해결책인데.... 돈도 아끼고....... 


아 나 지금 멘탈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것 같다. 자, 다시 부여잡고. 돌아와!!



나로 하여금 첫 연애의 귀걸이와 내 친구의 향수를 떠올리게 만든 건, 이 책이었다.
















이 책의 작가 '시리 허스트베트'의 남편은 너무나 유명한 '폴 오스터' 이다. 책의 앞장 헌사에도 <폴 오스터를 위하여>라고 되어 있다. 시리 허스트베트의 책은 이 책이 처음은 아닌데, 책 읽다보면 이 여자 되게 똑똑하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어쨌든 이 책은 '소설'이라고 하는데, 자신이 만났던 남자들에 대해 적고 있다. 뭐 이렇게 희귀한 남자들을 만나나 싶을 정도로 독특하고 괴랄한(?!) 남자들이 연달아 나오는데, 첫번째 장의 남자 역시 마찬가지. 여자주인공 '아이리스'를 아르바이트로 고용해서, 사물에 대해 보고 말하는 것을 일로써 시킨다. 아이리스는 장갑 한 쪽을 보고 이건 어떤 질감이고 어떤 색이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얘기를 해야 되는 거다. 그걸 이 남자는 다 기록해서 뭔가 책을 쓸 예정인 것 같은데, 이 일이 반복되면서 어쩌면 이 남자가 이 장갑의 주인인 여자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아이리스는 하게 된다. 그러니 이 남자가 실제 존재했으나 살해당한 여자에 대해서 대체 왜 이렇게 전기를 쓰려하는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 알고 싶은데, 이 남자는 그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문다. 너 뭐야, 왜 말안해줘! 라고 아이리스가 분노하고 남자는 계속 말을 안하는 과정에서, 혹여라도 남자는 이 여자가 다시는 일을 하러 오지 않는다고 할까봐 겁이 난다. 그리고 다음번 일도 할거지? 라고 하면서 가기 전에 그녀에게 그녀가 가진 물건 중 하나를 놓고 가달라 말한다. 오오, 이 남자에 대해 뭔가 복잡하고 짜증나는 심정을 가진 그녀는 무엇을 놓고 갈 것인가. 




문 앞에서 그가 양손으로 내 손을 잡았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있습니다. 가기 전에 당신 것을 하나 놓고 가주면 좋겠어요."

그의 눈빛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싫어요."

"왜 싫습니까?"

그 손아귀에서 내 손을 잡아 뺐다.

"싫어요."

"작은 거 하나만."

그가 내게로 바짝 몸을 기울이자 풀린 셔츠 섶 사이로 쫙 갈라진 쇄골이 보였다. 희미한 콜롱 향이 풍겼다.

가방을 열고 책·봉투·열쇠들을 마구 헤치고 뒤져서 시커멓게 흑연 때가 묻은 오래된 녹색 지우개를 하나 찾아 그 손에다 휙 던지며 약속이 있어서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p.54-55)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나 웃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우개라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좋은 아이템, 신선한 아이템이 아닌가! 이 남자, 사물을 관찰하며 그걸 글로 쓰는 남자에게, 뭔가 내밀한 거 주기 너무 싫잖아. 게다가 좋아하는 남자도 아니고, 비밀이 가득한 남자이고, 자기가 살인자인지 아닌지 말도 안해주는데, 거기다 대고 내가 귀걸이를 주기도 싫고 향수도 주기 싫잖아? 그런 참에 가방에 지우개가 있다니. 그녀가 이 시점에서 대학원생인 게 넘나 다행인 것이다!! 지우개. 은밀하지도 내밀하지도 않은 그것! 이럴 때를 대비해서 내 가방에도 지우개를 넣고 다녀야 하는걸까? 알라딘 굿즈로 지우개 좀 만들어 주세요!!!



작은 물건이라도 하나 놓고 가달라고 말한 사람에게도, 처음에 내가 언급했던 것처럼 약간의 변태성이 있다 하겠다. 그런데 왜 이 사람의 변태성은 내게 '싫을까'? 왜 누군가의 약간의 변태성은 훗, 웃음이 나고 좋으면서 누군가의 변태성은 아우 싫어~ 이렇게 될까?  내가 어떤 것을 포용하고 허용하는 것, 거기에는 그 '특징'이 주는 게 아니라, '그 무엇'이 주는 게 아니라, 애정이 바탕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변태성'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너의' 변태성을 좋아하는 것. '너니까' 그것이 괜찮은 것이 되는 것. 그래서 사랑은 위대한 것이다... 라고 끝맺으면 너무 진부하니까....



어떻게 끝내야되지?




그냥 

끝.




그나저나 아직 이 책 읽고 있는 중인데, 제목이 너무 좋아서 골랐다. '당신을 믿고 추락하던 밤' .

어차피 내 연애를 떠올렸던 거니 계속 떠올려보자면, 아아, 그간 내가 연애했던 남자들은 만약 내가 '당신을 믿고 추락할게' 하면, '응, 내가 잡아줄게' 할 사람들이었다. 아마도 다들 그렇게 말했을 거야. 다들 착했어... 단 한 명, 칠봉이만은 ... '야, 너 무거워서 나 받을 자신 없어, 너 받다가 허리 나가, 추락할 거면 다이어트 좀 하고 해!' 라고 할 게 분명하다... 나쁜놈.... 공대생 쉐키.......


라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분노하며 진짜로 이만


끝.




-추가-


여러분. 내가 이 글 썼더니 우리 오빠가 이런 링크를 보내줬다. ㅠㅠ 짱 멋진 오빠임. 최고. 내 인생의 성공관계 되시겠다 ㅠㅠ 지구에서 센스로 1위 먹을 오빠여..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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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12-21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 자도르 같은 향수 여기저기 두고 오면 넘 아깝지만 ㅋㅋㅋㅋ 지우개라면 여기저기 뿌려도 될 것 같네요. ㅋㅋㅋㅋ 알라딘 굿즈로 지우개를... ㅋㅋㅋ

전 이 책 얼마 전에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사왔는데, 조만간 읽어봐야겠네요. 지우개라니, 이 작품 의외인걸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7-12-21 11:31   좋아요 0 | URL
좋아하는 남자가 아니니깐, 뭔가 의심스런 남자라 뭐 주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지우개가 딱인 겁니다. 넘나 좋은 것. 지우개 몇 개쯤 가방에 넣고 저런 변태성 발휘하는 별 거 아닌, 나랑은 아무 상관없는 남자가 뭐 달라고 찡얼대면, 지우개 좀 던져야겠어요. 이거 먹고 떨어져! ㅎㅎㅎㅎㅎ

쟈도르~ 향수를 놓고 오면 너무 아까우니까, 그런 향수는 1/20 쯤 남았을 때...두고 오는 걸로 합시다. 아하하하하.

syo 2017-12-21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남자는 아마 다음 사람을 고용해서 지우개를 보고 얘기하도록 시키겠죠??

다락방 2017-12-21 12:32   좋아요 0 | URL
음... 전기를 쓸 만큼의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그러지 않을 확률이 더 높을 것 같아요.... 음...... 이 소설에 짜증나는 남자 많이 나와요. 하하하하하

다락방 2017-12-21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에 추가했는데 많은 분들이 보시지 못할까봐.

https://youtu.be/-bOLDPhN8fE

위의 글을 읽고 우리 오빠가 보내준 영상!!

건조기후 2017-12-21 14: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애틋하고 변태같은 느낌 너무 좋네요 ㅋㅋㅋ 근데 나는 귀걸이도 안 하고 향수도 안 쓰는데 그런 느낌을 뭘로 내야하지 갑자기 막 고민되다가 음 나는 그럴 사람이 없구나를 깨닫고 마음이 아주 편해져버렸어요. 참 추운 겨울이네요? ㅎ

다락방 2017-12-21 16:05   좋아요 0 | URL
애틋하고 변태같은 느낌 좀 좋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걸이도 안하고 향수도 안 쓰면 뭘로 해야될까요... 흐음.... 손수건? 손수건도 안쓰시면... 어....음..... 어.... 일단 패쓰.
저도 그럴 사람이 없어요. 향수는 그냥 제가 다 쓰는 걸로...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돈 아끼고 좋네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쩐지 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17-12-21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글을 쓰려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야하는 걸까요?? 다락방님은 뭔가 디테일한 기억력이 좋으신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기억들이 죄다 망각의 늪에 빠져버려요ㅠ

다락방 2017-12-21 17:38   좋아요 1 | URL
저야말로 기억들을 죄다 망각의 늪에 빠뜨리는 대표적인 1인인데요 ㅎㅎ
어떤 강렬한 것들이 기억에 오래 남아 있게 되어 그런 것 같아요. 남아 있는 기억인지도 모르는 채로 살다가, 책을 읽는 중에 파다닥 떠오르는 거죠. 하핫.

고양이라디오 2017-12-22 16:44   좋아요 0 | URL
저도 재밌는 에피소드를 글로 써보려고 했는데 쓰면 쓸수록 재미없어져서 지금 중단상태입니다ㅠㅋㅋㅋ
의외로? 그 상황과 대화를 글로 옮기려느깐 무지 힘들더라고요. 현장의 생생함은 없어지고 뭔가 설명충이 되는 느낌?

역시 글쓰기는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락방님 이야기는 상황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재밌습니다ㅎ

다락방 2017-12-22 17:28   좋아요 1 | URL
제 경우엔 사실 ‘재미있게 쓰자‘는 생각을 하면서 쓰지는 않거든요. 다만, 제 글쓰기가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서 ㅋㅋㅋㅋㅋ 생각나는 그대로 다다다닥 손이 옮겨요. 가끔은 손이 생각보다 빠른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고양이라디오님, 부지런히 씁시다. 잘 쓰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쓰는 게 답인 것 같아요. 부지런히 쓰다보면 언젠가는 지금보다 더 잘쓰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제 경우에도 열심히 썼다니 과거의 글보다 더 나은 글을 쓰게 됐어요. 물론, 부지런히 읽기도 해야 하고요. 잘하고 싶은 게 있다면, 열심히 하는 게 답인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 즐겁게 보내세요, 고양이라디오님!!

고양이라디오 2017-12-22 17:41   좋아요 0 | URL
네ㅎ 많이 읽고 많이 쓰겠습니다!

읽는 거 만큼 쓰는 것도 재밌는 거 같습니다ㅎ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저도 써야겠어요ㅎㅎ 생각하면서 쓰는게 더 어려운거 같습니다ㅎ
 
















이 책이 너무너무 읽고 싶어서 후다닥 사가지고는, 같이 온 박스 중에서 이 책만 먼저 읽었다. 나는 사실 딱히 추리소설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는 편이 아닌데, 그래서일지 홈즈랑 루팡도 꼬꼬마 시절에 읽고 성인이 되어서는 다시 읽지 않았더랬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도 마찬가지. 성인이 되어 몇 권 읽었을 때 그다지 재미있게 기억에 남아있질 않아서 읽을 생각 못하다가, 마침 영화도 개봉했다 하니 읽어볼까,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는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거야, 하고는, 오만년만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읽게 된거다. 


그러나 이 책을 거의 다 읽어서 범인이 누구인지 알게 됐을 때, 탐정이 다다다닥 자신의 추리를 말하면서 범인을 찾아냈을 때, 나는 이렇게 되고야 말았다.



??????????????????????????????????????????????????????????????????????????????????????????????????



그러니까 나는 당황스러웠던 거다. 추리 소설에서 추리를 하고 범인을 잡아내는 과정에서 내가 같이 '아, 이런 단서가 있었군!' 하고 그 추리에 감탄하거나 놀라거나, 내가 놓친 것에 아쉬워져야 할텐데, 그게 아니라, '뭐여, 이건 좀 너무하잖아, 자기 혼자 다 해먹는데??' 이렇게 된거다. 뭔가 추리가 끼워맞추기 같기도 하고, 이걸 독자인 내가 어떻게 알아차린담 싶기도 하고. 좀 거시기했던 거다. 차라리, '우타오 쇼고'의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쪽이 더 반전매력이 있달까. 그래서 추리 소설로는 좀 실망했던 거다. 그러면서 기억났다. 맞아, 내가 이래서 안읽었었지... 하고. 



그러나 이야기는 훌륭하다. 어린아이를 납치해 살인한 범인에 대해 모두들 응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그런 놈은 죽어도 싸다고 말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충분히 의미 있었던 거다. 그 과정에서 '내 잘못'이라고 자책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다루는데, 이야기 자체는 충분히 좋았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내 경우엔, 《봄에 나는 없었다》시리즈 쪽이 훨씬 좋았던 것 같다. 추리는 넘나 내 스타일 아닌 것이여... 추리 소설로 이렇게 명성이 자자한 분이신데도...











그런데 이렇게 이 시리즈 링크하다 보니...내가 안읽은 책들이 있구나! 또 사야겠네...




어쨌든 그런 감상을 안고, 나는 서민 교수님의 새 책, 《서민 독서》를 읽었다.

















이것은 무슨 우연일까, 이 책을 읽는데 내가 바로 전에 읽었던 《오리엔트 특급살인》이 언급되는 거다. 이 책에 언급되는 책이 한 두권이 아니니 그 책 언급됐다고 뭐가 대수일까 싶지만, 하하하하, 감상이 완전 나랑 똑같은 거다!!




추리소설의 핵심은 범인이 밝혀졌을 때 정의가 승리했다는 카타르시스와 함께 "나도 맞출 수 있었는데……"하는 아쉬움이 공존해야 한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들이 욕을 먹는 이유도 단서를 주인공인 푸아로 혼자 가지고 있다가 범인을 잡을 때 갑자기 쏟아 냄으로써 독자가 동참할 기회를 박탈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오리엔트 특급살인』에서 푸아로는 방 안에 모인 한 명, 한 명을 상대로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은 그 집의 운전기사였지요?" "당신은 가정부였지요?" "당신은……" "당신은……"

사전 정보나 힌트가 전혀 없다보니 배신감만 느낀 채 책을 덮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위험한 비너스』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범행 동기에 전혀 공감이 안 갔다. (p.343-344)



앗, 그래 내가 느낀 게 바로 이거였어! 어떻게 운전사인줄 알고 어떻게 가정부 인줄 아느냔 말이야!!! 우앗!!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나 뿐만이 아니었구나!! 아아 속이 다 시원해.....



《서민 독서》얘기가 나온 김에 내가 빵터졌던 부분은 바로 여기였다. 중학생 아이들과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대하여 토론을 하는데, 토론할 당시에 서민 교수님은 이 책을 읽어본 적 없었다는 일화다.



그런 수준 높은 대화 와중에 학생들은 대화가 막힐 때마다 나를 봤다. 뭔가 토론의 중심을 잡아달라는 간절한 메시지였다. 난 당황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난 태어나서 『데미안』이란 책을 읽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중2때 담임선생님은 한 달에 한 번씩 독서 토론을 하자면서 우리에게 매달 책을 한 권씩 할당해 줬는데, 첫 회를 장식한 『인형의 집』에 이어 두번째로 선정된 책이 바로 『데미안』이었다. 어머니에게 돈을 타서 서점으로 간 나는 주인에게 이렇게 물었다.

"'개미알'이라는 책 있어요?"

주인은 그런 책은 없으며, 제목도 처음 듣는다면서 황당해했다. 난 고개를 갸웃거리며 집에 왔고, 결국 책을 읽지 않은 채 학교에 갔다. 다들 책을 못 샀겠구나 싶었는데, 다들 책을 들고 있었고, 제목이 『데미안』이었다. (p.369)



아아... 서둘러 서점으로 달려가 개미알 있어요? 묻고, 그런 책을 모른다는 서점 주인을 뒤로 하고 돌아서며 고개를 갸웃하는 서민 교수님의 모습이 너무 생생하게 눈앞에 그려진다. 개미알 ... 아 나 넘나 빵터진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미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이 시점에 깨알홍보 하자면, 이 책에 '이유경'의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도 언급된다. 각주에 보면 이 책 있다. 재미있는 책은 역시 재미있는 책에서 인용이 되야되는 것이야.... (응?)


















그리고 이 책도 읽었다.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서 읽고 바로 팔았는데, 내가 느끼는 복잡한 마음을 어제 유부만두님이 그대로 다 리뷰해주셨다. 이 책 읽으면서 '길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판의 미로》생각도 강하게 났다. 그 영화에서도 어린아이 주인공이 마지막에 죽어버린다. 나는 그것을 '아이가 죽는 비극'으로 봤는데, 어딘가에서 글을 읽어보니, 아이는 이제야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가, 여왕과 임금의 자녀인 공주가 되었다... 라는 게 아닌가. 아이 입장에서는 이게 비극이 아니라는 글이었다. 아, 그럴 수도 있구나... 자기 아빠랑 엄마를 만나러 간거니 비극이 아닐 수 있는 거구나... 하고 되게 인상적인 영화로 남아있었는데,


이 책,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서도 비슷한 감상이 생겨버리는 거다. 초반부터 그냥 애들 둘을 죽이고 시작한다. 아이들이 죽고 나서 도착하는 곳이 낭기열라 라는 곳인데, 거기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그런데 현실 세계에서는 집에서 불이나 형이 동생을 들춰업고 창밖으로 뛰어내려 형이 죽는 거다. 동생은 병을 앓고 있다가 형의 죽음을 맞닥뜨리고 얼마 뒤 자신도 죽는데, 죽고나서 낭기열라로 가 형을 만나 사이좋게 지내다가 악의 무리를 소탕하고 평화를 되찾고... 그러다가 다시 절벽으로 떨어져 그 다음엔 낭길리마..로 가버리는 거다.......


이들이 낭기열라에 도착하고나서는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그러다 악의 무리를 소탕하니, 이것은 그저 모험이 가득찬 신나는 이야기인가... 하려다가, 낭기열라 에서부터 언급되지 않는 현실의 '엄마' 생각이 너무 나는 거다. 현실의 엄마인 나는, '아이들은 낭기열라에 가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가 되나... 자꾸 이런 생각이 드니까 미쳐버리는 거다. 어쩌면 내가 너무 속세에 찌든 어른이라 그런건가..하는 생각도 당연히 여러차례 들었다. 아니, 어떻게 절벽으로 떨어지면서 그 다음에 더 좋은 세상에 간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그건.. 아이이기 때문에, 순수하기 때문에 가능한걸까.

나는 이 책을 사두고 읽기 전, 다 읽고 조카 줘야지, 했었는데, 도무지 조카에게 읽으라고 할 수가 없다. 이 오지라퍼 이모는, 혹여라도 아이가 이 책을 읽고 '나도 낭기열라에 갈테야' 같은 말을 할까봐 너무 겁이 나는 거다 ㅠㅠㅠㅠㅠㅠㅠㅠ 쓸데없는 걱정이겠지만, 아이도 아이 나름의 판단을 하겠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도무지 읽힐 자신이 없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아이보다 더 약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동화를 동화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인 것 같다 ㅠㅠ

영화로 나온다면 차라리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웅장한 자연과 불을 뿜는 용..을 보는 재미는 대단할 듯.



사실 글 쓸 의욕이 전혀 없었고, 그래서 아무데도 글을 쓰지 못했는데-라고 해봤자 고작 이틀;;-, 오늘 누군가의 페이퍼를 읽으니 갑자기 막 글이 쓰고 싶어졌다. 글을 쓰게 하는데는 여러가지 동력이 필요하지만, 좋은 글을 읽는 것에서도 비롯되는 것 같다. 세상 재미있는 글을 읽으니 나도 막 글을 쓰고 싶어지는 거야. 그래서 부지런히 읽어야 하는가보다.



지금 읽고 있는 책에 대해서도 쓰고 싶은데, 한 페이퍼 안에 다 쓰자니 너무 길고 그러면 읽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 터, 또 하나의 페이퍼를 따로 쓰도록 하겠다. 글 포텐 터짐 퐝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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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애거서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살인
    from 퀸의 정원 2017-12-23 01:40 
    다락방님이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읽으시고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기신것을 보았습니다.댓글을 달려다가 글이 너무 길것 같아서 먼댓글을 남깁니다. 나는 당황스러웠던 거다. 추리 소설에서 추리를 하고 범인을 잡아내는 과정에서 내가 같이 '아, 이런 단서가 있었군!' 하고 그 추리에 감탄하거나 놀라거나, 내가 놓친 것에 아쉬워져야 할텐데, 그게 아니라, '뭐여, 이건 좀 너무하잖아, 자기 혼자 다 해먹는데??' 이렇게 된거다. 뭔가 추리가 끼워맞추기 같기도
 
 
syo 2017-12-21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가..... 아무래도 나인 것 같은데.... 나인가 보다..... 아.... 나란 남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7-12-21 09:4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딩동댕! 정답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이니셜이라도 쓸까 하다가, 이 남자 너무 거만해질까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썼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자기가 자긴줄 안다 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7-12-21 09:47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제가 바로 다락방 아카데미 1기를 총원 1명 가운데 수석으로 수료한 syo입니다.

다락방 2017-12-21 09:49   좋아요 0 | URL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7-12-21 13:58   좋아요 1 | URL
치이........ syo님 좋겠다.
나도 다락방님 사랑과 다락방님 관심에 알라딘 서재 좋아하게 됐는데,
이런 워딩을 뺐겼어..........

<다락방 아카데미 1기> 이런 거.... 치이..........................

syo 2017-12-21 15:5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1기 빼박.
지금부터는 다 제 후배임. 퉤퉤퉤.

다락방 2017-12-21 16:06   좋아요 0 | URL
ㅎㅎ 네, 단발님. 우리가 어느 자리를 얼마나 빨리 차지하느냐가 이렇게나 중요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아, 그렇지만 이거슨 자리의 문제라기보다 워딩의 문제였지, 참.... ㅋㅋㅋㅋㅋ

쇼님, 근데 후배가 아무도 안생기면 어떡해요? (글썽글썽)

syo 2017-12-21 16:29   좋아요 0 | URL
1기 수료생이 활발히 활동하여 다락방 아카데미의 명예를 드높일 밖에요....

라라라, 신나고 다정한~~ 다락방 아~카데미!

다락방 2017-12-21 16:33   좋아요 1 | URL
작사는 되었으니, 이제 작곡만 하면 되겠네요. 콜?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7-12-21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전에 리커버 한정판 나왔을 때 ‘요나탄 에디션‘으로 사두었는데, 물론 우리집 어린이를 위해서요.
지금은 품절이네요. 아직 읽지 않았는데, 뭔지 모를 이 뿌듯함^^
가수 ‘이적‘이 자기 인생의 책이라고 말했었는데, 다락방님 리뷰 읽으니 생각보다 심오하군요.
제가 먼저 읽어봐야겠어요.

역시나 좋은 리뷰를 읽어야 책 읽고 싶은 마음이 뿜뿜!!
개미알에게도 박수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7-12-21 16:07   좋아요 0 | URL
가수 이적은 이것을 인생의 책이라고 했군요. 이게 참... 글쎄요. 제가 아이의 입장이 되어보지 못해서 그런건지, 역시 동화는 저랑 맞지 않는건가 싶기도 하고.. 동화도 어릴 때부터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하는건데.. 저는 현실세계의 어른 입장을 버리지 못하고 이 얘기가 슬프고 가슴 아픈 얘기가 되어버리고 말았어요. 용과 싸우는 모험 이야긴데..무려 사자왕인데 말예요... 단발님이 얼른 읽으시고 리뷰 써주세요. 제가 뭘 놓쳤는지, 뭘 봤어야 했는지, 단발님의 리뷰를 보고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요.

개미알은 너무 웃겼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공개 2017-12-22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재미있어요 개미알이라니 ㅋㅋㅋㅋ
어제 오늘 서민 교수님 뉴스에 자꾸 나오셔서 왠지 마음이 짠했는데....
웃으면 안되는데 넘 웃기네요...
저도 사자왕 형제의 모험 샀는데 내용을 알고(읽지는 않았어요) 책장 젤 위에 넣어놨네요... ㅎㅎ

다락방 2017-12-22 17:31   좋아요 0 | URL
저도 개미알에서 웃었어요. ㅋㅋㅋ 데미안 들어본 적 없으면 그게 데미안으로 잘 들리진 않겠죠. 들어본 적 있어야 데미안..할텐데, 아예 모르면 그게 개미알이지 데미안입니까.... (응?)

네, 저도 서민 교수님 이슈 되는 거 보고, 아이쿠야, 이 분 괜찮으신가 싶은데, 그렇게 쉽게 무너지거나 하실 것 같진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댓글 여러개 봤는데, 역시 메갈하니까 이런 글 쓴다..메갈 할 때부터 알아봤다..이런 뉘앙스의 댓글들이 보이더군요... 하아- 갈 길이 너무나 멀죠..


사자왕은, 어휴, 이걸 .. 글쎄요.. 저는 ㅠㅠ 용과의 대결도 좀 무섭고 ㅠㅠ 이 아이들이 어떻게 악의 무리를 뿌리뽑는건지 원 ㅠㅠ 그건 어른들이 해야 되는데 ㅠㅠ 어른들이 망친 세상을 아이들이 구하고.. 근데 여기는 낭기열라이고... 하아- 좀 복잡한 마음이었어요... ㅠㅠㅠ
 
파멜라 싫어...

























번역본은 집에 있고 지금 내게는 원서뿐인데, 내가 가진 원서는 링크한 것들과는 표지가 다르다. 어쨌든, 나는 이 책을 다시 읽었던 5월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가끔, 불쑥불쑥, '에미는 어떻게 이럴 수 있었을까'에 대해 생각했다. 


에미는, 레오로부터 응답이 없는데, 시스템관리자만이 계속해서 답장을 보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끈질기게 메일을 보낸다. 답 없는 레오에게.


Three weeks later

Half a year later

Three days later

Four days later

Three and a half months later


...



3주+6개월+3일+4일+3개월반=10개월반



거의 1년을, 답 없는 사람에게 계속해서 말을 거는 거다. 에미는 어떻게 이럴 수 있었을까? 어떻게 이럴 수 있었을까?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 시간 내내 레오를 잊지 않았다는 건 사실 별로 대단한 건 아니다. 사람을 좋아한만큼 잊는 데는 시간이 걸리니까. 그러니 잊지 않는건 오히려 당연하달 수 있다. 그런데 계속해서 말을 건다. 답도 없는데. 답도 없는데 계속 불러. 지치지도 않고 계속 불러. 어떻게 그럴 수 있었지? 이건 그저 잊지 않는다고 되는 게 아닌 거다. 이건 확신이 있는 거다. 레오가 응답할 거라는. 그러니까 이렇게 부르면, 레오가 답을 해올거라는. 그게 언제가 됐든. 에미는 계속 부른다. 계속 레오를 불러. 레오는 이미 보스턴으로 가버렸는데, 그런데 레오를 불러. 에미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지? 에미는 강하구나. 그가 사라졌다고, 내 인생에서 사라져버렸다고 울며 지쳐 쓰러지는 게 아니라, 계속 불러. 버티면서 계속 불러. 


저렇게 계속 불렀더니, 시스템관리자가 응답하지 않는다. 이건 무슨 뜻일까.



Should I be worried, or can I be hopeful?




그렇게 일년여의 시간을 미친듯이 불러놓고서는, 이제 에미는 두근두근한다. 뭐지, 이건 뭐지, 이건 뭘까.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요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니.

에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말 간절히 원한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정말 간절히 바란다.

원하는 것을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것을 간절히 바라고.

원하는 것을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것을 간절히 바라고.

그렇게 결국, 

레오가,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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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7-12-18 17: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7여 년 전 읽고 무척 좋아해서 리뷰도 나름 열심히 썼던 책이라 반갑네요-
그러고보면 관계에서 강인한 건 남자보다 여자쪽인 것 같아요. (이런 일반화는 매우 위험하지만...)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그 관계를 끊어버리는 것보다 훨씬 힘들고 섬세한 일이죠. 여자라고 해서 다 그리 하지도 못할 테구요... 정말로, 에미는 강한 사람이네요.

다락방 2017-12-18 17:35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오늘 이부분 생각하면서, 에미 정말 강한 사람이구나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이 들자 에미가 더 좋아지더라고요. 결국 그녀가 바라는대로 되는게 너무 당연한 것 같아요. 이렇게나 강하게 우뚝 서서 자신이 바라는 바를 정말 간절히 바라니까요. 지치거나 힘들어서 주저앉아 비관할 수도 있을텐데, 그렇게 하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바를 바로 알고 행동에 옮길 수 있다는 거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관계를 끊어버리는 것보다 더 힘든거죠. 새삼 가슴에 새겨지네요. 댓글 무척 좋으네요.
:)
 

남동생이 선물로 직접 빚은 만두를 잔뜩 받아왔다. 색깔도 가지각색. 나는 만두를 가지고 왔다는 소식에 얼른 만둣국을 만들어 먹고 싶다고 생각했다. 모처럼 약속 없는 토요일, 낮에 만둣국을 끓여 낮술을 하자!! 생각한 거다. 엄마한테 끓여달라면 세상 편하지만, 사실 우리 엄마가 김치나 삼계탕은 진짜 세상에서 제일 맛있게 하는데, 만둣국은....좀...........사먹는 게 낫다...... 그래서, 그렇다면 내가 만들어보자!! 하게 된거다. 까짓거, 레시피 검색하면 나올 거 아니야? 그거 보고 만들지 뭐, 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이런 생각을 써둔 개인 블로그에 나의 다정한 친구가 자신이 만둣국 끓여먹는 방법을 댓글로 달아줬더라. 후훗. 검색하는 거 세상 귀찮은데, 검색할 필요도 없겠군. 이렇게 만들어야겠다~ 눈누난나 신나서 금요일 밤 집에 갔는데, 엄마가 만둣국을 끓여놨대. 하아- 엄마... 토요일 아침에 떡만 좀 건져서 먹었는데, 역시, 만둣국은 사먹거나 내가 끓여먹어야 할 것 같아. 그래서 나는, 끓였다, 만둣국을.



일단 친구가 얘기해준대로 멸치와 무우를 넣고 육수를 냈다. 그렇게 끓이다가 멸치와 무우를 건져내고는, 거기에 썰어놓은 당근과, 파와, 만두를 넣었다. 색색깔의 만두는 예뻤고, 당근은 칼질하기 너무 싫어서 감자 깎는 칼로 슥슥 벗기듯 썰었다가 조금 더 얇게 칼로 썰어서 모양이 자유로운 영혼을 담은 듯했고, 친구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나는, 여기에 청량고추를 썰어 넣었다. 간장을 한숟가락 넣었고, 함초소금인가..엄마가 맛있는 소금이라며 사온 소금을 일단 옆에 두었다. 





우앙- 예쁘지요?



짜지않게, 짜지않게..나는 짜지 않게 끓이리라는 압박에 시달리며, 소금으로 간을 맞추라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초큼 소금을 넣었다. 싱거웠다. 망설였다. 소금을 더 넣을까 말까 더 넣을까 말까... 그러나 더 넣지 않기로 결심했다. 엄마는 다시다를 조금 넣으라 내게 말했지만, 아니, 나는 다시다를 넣지 않겠어, 하고는 그 상태로 팔팔 끓였다. 가끔 국자로 저어줬는데, 그러다보니 절반쯤 다 만두가 터져버리고 말았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터지니까 고기 육수 나고 색깔도 좀 붉어지는 게, 좋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완성!!





먹어보니 국물은 고추의 맛이 우러나서 맵고, 짜지 않아서, 오오 먹을만한데? 했다. 저녁에 술마실거니까 낮술은 생략하자 싶었지만, 아아, 안되겠어, 이 고추의 얼큰한 국물을 그냥 넘길 수가 없지. 그러나 와인도 똑 떨어졌고, 냉장고 열어보니 맥주도 남지 않았다. 힝 ㅠㅠ 소주는 몇 개 있었는데, 대낮부터 소주라니... 그럼 완전 기절각이잖아... 싶어서 어쩌지, 후딱 나가서 맥주라도 사올까, 하다가 벼락같은 깨달음!!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요!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니!


내게는, 보드카가 있다, 보드카!!!!!!!!!!!!!!!!!!!!!!!!!!!!!!!!!!!!! 몇 해전에 싱가폴에 갔다 오면서..아니, 마카오였나...아무튼지간에 어딘가에 갔다 올 때 면세점에서 산 완전 미니 보드카!!!!!!!!!!!!!!!!!!!!!!!!!!! 나는 보드카를 들고 나왔다. 냉장고에 여니 오렌지 쥬스와, 남동생이 사 둔 탄산수가 있더라. 흐음. 어떤 걸 꺼낼까. 나는 탄산수를 꺼내어 엄마 잔과 내 잔에 가득 붓고, 거기에 보드카 한 병을 사이좋게 나누어 부었다. 먹어보니 보드카 맛은 거의 안나고 탄산수 맛만 났지만, 그래도 술이니까 좋았다.





마시니까 뭔가 좀 헤롱헤롱 했어. 그래서 만둣국 먹고 배 두드리면서 한 숨 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세상 천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만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둣국은 엄마가 끓이는 것보다 내가 끓이는 게 더 나은 것 같았지만, 그래도 좀 아쉬움이 남는 맛이어서, 다음엔 그냥 다시다를 초큼 넣고 맛에 굴복하자...고 생각했다. 할 수 있겠어. 후훗. 그 오랜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있게 만들어 둘 요리로 어떤 걸 해야 하나...숱하게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감자전이 그중에 가장 유력한 후보였는데, 여러분 감자 갈아 봤는가...힘이 들어요.......흐음.... 나는 이제 만둣국을 하면 될 것 같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한 두어번 더 끓여보면 세상 가장 맛있는 만둣국을 끓일 수 있게 될 것 같아. 물론 만두를 손수 빚는 건 못하겠고, 그건 돈 주고 사야겠지만. 으하하하핫.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집으로 초대해서 만둣국을 끓여줘야지. 아, 감자전 너무나 힘들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이 한 몸 불태워, 감자도 갈아 감자전도 해줘야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둣국에 감자전. 환상의 조합이구먼. 그리고 술을 와인,소주,맥주, 위스키... 다 잔뜩 채워둬야지.


당신을 위해 만둣국과 감자전을 준비했어요. 술도 종류별로 있답니다, 당신은 뭘 마실래요?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일단 만둣국을 좀 더 연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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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2-18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흠.....

다락방 2017-12-18 11:12   좋아요 0 | URL
맛있는 거 요리해주는 게 저의 로망인데 제가 요리도 못하고 사람도 없다는 게 함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나 2017-12-18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렁탕 포장으로 사오셔서 만두 넣고 끓이면 간편 만두국 .요리 너무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다락방 2017-12-18 13:21   좋아요 0 | URL
으아아앗 이것도 또 팁이네요. 설랑탕 포장으로 만두... 오오. 이것도 참고참고. ㅎㅎㅎㅎㅎ
저도 요리 너무 못하고 싫어해요. ㅋㅋ 그런데 왜이렇게 잘하는 요리 하나쯤은 꼭 갖고 싶은지 말입니다. 하핫.

레와 2017-12-18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보니깐 침나와요!! 보드카도 좋다.. 으흐흣 나도 남았지롱~

겨울엔 역시 뜨끈한 국물이 최고에요!

다락방 2017-12-18 14:00   좋아요 0 | URL
요리 잘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겠어! 불끈!! ㅎㅎ

Forgettable. 2017-12-18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벼락같은 깨달음 ㅋㅋㅋㅋㅋㅋ 맛잇었군요. 다행~ 저도 가끔 청양고추 넣는데 깜빡 빠뜨렸네요. 진짜 맛있겠당 ㅋㅋㅋㅋ

다락방 2017-12-18 16:47   좋아요 0 | URL
다음엔 다시다를 초큼 넣을까봐요. 그게 더 맛있을 것 같긴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도움주어서 고맙습니다, 뽀!! >.<

얼룩말 2017-12-19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비고 사골육수 1390원쯤 되는 거 사서 넣고 파 정도 썰어놓고 끓이면 대박이예요!

다락방 2017-12-20 08:38   좋아요 0 | URL
오 맙소사! 꿀팁이네요. 만두도 사고 사골육수도 사가지고 해봐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술안주 할 생각하니 씐나요! >.<
 
















책을 읽는다는 것, 그리고 그걸 함께 나눌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최근에 자주 생각했다. [제2의성] 1권을 다 읽었다고 했더니 책을 좋아하는 친구 몇이 축하한다며 알은 척을 해주는 것도 좋았고, 이 책을 읽는 중이라고 했더니 여기에선 임현과 강화길이 좋았어, 라고 또다른 책을 읽는 트친(이자 알라딘 친구)도 말을 걸어온 거다. 여러 작가의 작품집을 놓고서 나는 누가 좋았는데 너는 누가 좋았구나, 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거, 너무 좋다. 책 친구들 정말 좋네, 내 주변에 책 읽는 사람들이 많아서 참 좋아, 했다. '내 주변엔 책 읽는 사람들이 없어서 책에 대해 이야기나눌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 여럿 있는데, 나는 어떻게 어떻게 살다보니, 이제 책을 좋아하는, 계속 끊임없이 책을 읽는 사람들을 주변에 남겨놓게 됐다. 금요일 퇴근 무렵에도 한 친구가 자신이 읽은 책을 내게 추천하며, 이거 너무 재미있어 읽어봐, 하더라. 내가 아직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읽어보라 추천해주는 거, 읽고 있는 책에 대해서 '아 난 그거 그 부분이 좋아' 라고 해주는 거, 이미 읽은 책에 대해서 '나도 한 번 읽어볼까' 하는 거, 그게 너무 좋아서 나는 이렇게 계속 알라딘에 있는가보다.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도 계속 알라딘에 있겠구나, 생각도 했다. 


이 책, [2017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도, 다정한 나의 책벗이 읽어보라 말해 읽게 되었다. 그 친구는 내가 '임현'의 작품을 어떻게 읽을지, 읽고나면 할 말이 많을 것 같다며 읽어보라 권했다. 사실 어느 해의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고서는, 다른 친구들과 '이제 더이상 이 작품집을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얘길 했던 터라, 그 후에 다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는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다정한 책벗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니, 내가 거부할 수가 없었지. 그렇게 나는 오랜만에 이 작품집을 읽게 됐다.



그러나 친구가 나와 얘기하고 싶어한, 그러니까 나로부터 많은 얘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 '임현'의 작품 <고두>를 읽고서는 나는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이건 그냥 .. 글쎄, 이게 왜 상을 받은건지 모르겠다고, 평론가의 해설을 읽고서도 '모르겠네' 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편에 실린 '최은미'의 <눈으로 만든 사람>을 읽고서는 '아, 역시 이 작품집은 안읽겠다고 했던 내 결심대로 했어야 했는데...' 하면서 내가 이 책을 읽은 걸 후회했다. 그건, 이 작품이 엉망이라거나 못써서가 아니라, 지극히 사적인 나의 상황 때문에 그랬다. 나라는 인간. 그러니까 나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읽으면 그냥 넘길 수도 있었을 작품이겠지만, 나처럼 괴롭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너무 힘들어서 책을 던져버리고 싶었다. 신경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고 숨이 막혀왔다. 작품 내내 너무 긴장을 해서 쉬고 싶었다. 쉬고 싶다는 게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지 알지 못하는 채로, 아 그만두고 싶다, 쉬고 싶다..한거다. 이건, 남자들은 결코 받을 수 없는 감상이란 생각도 했다. 내가 그러면 안되는 거였다. 내가 소설을 읽을 때 이렇게 읽으면 안되는데, 내가 너무 소설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아니, 모든 소설에 다 그렇진 않았다. 어떤 소설에 유독, 그러니까 그건 작가가 그렇게 한 거겠지만, 나를 던져버려서, 그 안에서 그냥 내가 살아버려서, 이런 상황의 소설에서는 빠져나올 수가 없어서, 소설이 끝나기까지 고통스러워지는 거다. 스포일을 할 순 없으니까 대략 짧게만 얘기하자면, '최은미'의 <눈으로 만든 사람>에는, 어릴 적에 친삼촌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여자가 훌쩎 나이들어 자신의 딸이 8살에 성조숙증 진단을 받고 거기에 온갖 신경을 쓰는, 결국 정신과까지 가서 약을 받아먹어야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다. 게다가 그 삼촌의 중학생 아들이 얼마간 함께 하게 되면서 8살 딸과 함께 있는 걸 보는동안 신경줄이 타들어가는 그런 .. 아 .. 진짜 졸라 힘들어 ㅠㅠ 나는 너무나 고통스러웠어. 소설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던 거다. 그냥 던져버릴 걸 읽지말고 ㅠㅠ 



그 뒤의 최은영과 강화길을 만나고 싶었는데, 그 뒤의 작품들도 다 최은미 작품 같은 분위기일까봐 쉽게 다음으로 넘어가지질 않았다. 그렇게 읽기를 멈춘 채로 나는 오늘 혼자 일자산에 갔다. 따뜻한 목폴라를 입고 목도리를 칭칭 감고, 털모자를 눌러쓰고, 이소라와 심규선의 노래를 들으면서, 천천히, 일자산의 정상을 향했다. 정상에 오르면 앉을 수 있는 벤치며 나무가 있는데, 보통 정상에 도착해서는 바로 다시 내려오곤 했다. 나는 운동이 목적이지 쉬는 게 목적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오늘은 나무벤치에 앉아서, 사람도 별로 없는 터라, 가만히, 나무들이며 하늘을 바라보고, 계속해서 노래를 들었다. 이소라가 다시 부른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 를 반복해 들었고, '심규선'의 <오늘>을 반복해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앉아서 그냥 내 앞에 펼쳐진 풍경들만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었고, 날은 찼고, 그런데 해는 눈이 부시고, 하늘은 파랬다. 얼마만큼을 앉아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있다가 천천히 다시 산을 내려왔다. 노래는 계속 흘렀고, 가만히 앉아있던 고요한 시간이 참 좋았노라고 혼자 생각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우수수 기억들이 쏟아졌다. 와르르 무너지듯, 좋았던 기억들이 차고 넘쳤다. 그렇게 혼자 웃었다. 아, 그 때도 좋았지, 그래, 그 때도 좋았어. 그렇게 끊임없이 쏟아지는 좋은 기억들에 계속해서 혼자 웃었다. 누가 본다면 혼자 웃는다고 미쳤다고 하겠네, 라는 생각도 그 사이에 끼어들면서, 그렇게 좋았던 기억들 때문에 웃다가, 왈칵 눈물이 났다. 왜 좋았던 기억들이 눈물을 불러낼까. 추웠다. 




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다시 이 책을 펼쳐 들었다. 그러자 혼자 산에서 고요한 시간을 보냈던 좀 전의 분위기와, 좋았던 기억들과, 그러다 눈물을 불러낸 순간까지, 이 책들 속에서 다 만날 수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엮이기 시작했다.



'김금희'의 <문상>에서 '송'은 희극배우의 아버지 장례식장에 찾아갔다가 자신이 일전에 사귀었던 '양주임'의 소식을 듣게 된다. 헤어진 지 일 년이 되었는데, 송은 희극배우로부터 양주임이 '이민을 간다'는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된다. 송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던 양주임에 대해 희극배우가 알고 있다는 것에도 분노했고, 게다가 이민까지 간다니, 이게 뭐야, 하다가 그는 집으로 돌아가며 양주임에게 전화를 건다. 몇 번이나 받지 않던 양주임은 잠시 후 다시 전화를 걸어왔고, 송은 '너 이민가니?'라고 차마 묻지도 못한 채로 그 소식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를 고심하는데, 그때 양주임은 이렇게 얘기한다.



"그래, 연극은 잘되어가고?"

기차가 역에 섰을 때 송은 여기를 떠나느냐는 질문을 그렇게 바꿔 물었다. 양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송은 내려올 때처럼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밖을 보았다. 가락국수 부스는 셔터가 내려지고 간판의 불도 꺼져 있었다. 마치 상자를 봉하듯 완전히 봉합되어 있었다.

"걱정이야, 마지막 장면에서 독창을 해야 하거든. 어디 이민이라도 가야지 싶다니까."

양은 수백 명의 시선이 오직 자기에게만 꽂힐 것을 생각하면 어쩐지 자꾸 울고 싶어진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말하는 양의 목소리가 담담하고 심드렁해서 그때서야 송은 희극배우가 농담을 잘못 전했음을 깨달았다. (문상, p.115-116)



어차피 헤어진 사이이고 지금은 만나지 않는 사이이지만, 그러나 이민을 간다는 것은 더 멀어진다는 것 같아 좀 서러웠다. 송보다 괜히 내가 더 서러웠다. 이민을 가든 안가든, 안보는 사이인데. 그러니 이민을 안가든 무슨 상관이람. 그런데 그게 또 그게 아니잖아. 네가 너이고 내가 나인 이상, 우리가 우리'였던' 때가 있어서, 그냥, '으응, 사람1이 멀리 가는 구나'가 잘 안되잖아. 그렇지만 내가 그걸 너한테 물을 수는 없지. 너 혹시 이민 가니? 라고. 왜냐하면 지금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그렇지만 너가 이민간다면.... 묻지 못하는 사이, 송은 그것이 농담에서 나온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정말 이민을 간다는 게 아니라, 이민이라도 가고 싶을 정도로 떨린다는 말. 나는 갑자기, 좋았다. 서러움이 사라져버렸어. 물론 우리는 지금 그랬던 것처럼 헤어진 연인이라, 다시 만나지 않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민을 가는 건 아니래. 아 뭔가 마음이 너무 이상하다. 나는 양이 이민을 가지 않아서 좋았다. 물론 이민을 가지 않는다고 해서 송하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쩐지, 나는 그냥 좋았던 거다. 그래도, 이 하늘 아래에 있으면, 우리가 스쳐가며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찌질한 생각을 해보다가, 아니야, 상대는 나랑 스치듯 안녕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지, 라는 생각도 하다가, 지방으로 놀러갔다 돌아온 내게, 언젠가 데이트 하던 남자가 '우리 이제 같은 하늘 아래 있는 거네' 라고 했던, 조금은 낭만적인 기억까지 불쑥 떠올랐다. 



그리고 '백수린'. 백수린의 이름을 보고서는, 아 [폴링 인 폴] 아닌가, 했다. 그 책 사두었는데, 그 책 내 책장에 꽂혀 있는데, 하고. 사두고 안읽었으니 나는 백수린을 이 책으로 처음 만나는 셈이다. 그렇지만 이러저러한 작품집을 몇 권 읽었던 내가 그 전에 만났을런지도 모르겠다. 기억은 왜곡되고 나는 많은 것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백수린'은 <고요한 사건>에서 자신의 고등학교 생활을 떠올린다. 재개발 지역에서 살던 일, 재개발을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싸우던 일, 그 속에서 혼자 고고하던 것, 그런 자기를 친구로 받아들여주었던 그 동네의 토박이 친구들. 그리고 다른 진학으로 조금 멀어진 친구들과, 그 동네에 유독 많았던 길고양이들. 길고양이를 돌보던 아저씨가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걸 보고는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에게 도와달라 말하는데, 아버지는 그저 들어가 쉬라고만 말한다. 거기에 실망했던 것. 집으로 뛰어오는 길에 보았던 길고양이의 죽음. 내내 방안에 있다가 그 고양이를 묻어주겠다고, 한 번도 그런 적은 없었지만, 이건 묻어줘야 겠다고, 그렇게 아빠와 엄마 몰래 깊은 밤에 혼자 조용히 몸을 움직이는데, 아직 고양이 시체가 거기 있는가 하고 유리창에 이마를 가만히 대었는데,



"세상에."


그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튀어나왔다. 창밖에는 커다란 눈송이가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깃털처럼 부드러운 눈송이가. 역청빛 어둠을 덧칠한 이웃집의 지붕 위에도, 옥상 위의 장독대와 비탈 아래쪽의 앙상한 나무초리 위에도, 고요하게.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것은 정말 내가 태어나서 단 한 버도 본 적이 없는 커다란 눈송이였다. 마른눈. 자국눈. 가랑눈. 국어사전에서 내가 발견했던 무수한 단어로도 형용하기가 충분치 않았던 눈송이. 그토록 숨막히는 광경을 나는 그전에도 그 이후에도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댄 채 그렇게 한동안 서 있었다. 구겨진 신발 위에, 양말도 없이, 까치발을 한 채로. 돌이켜보면 그것이 내 인생의 결정적인 한 장면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나는 평생 이렇게, 나가지 못하고 그저 문고리를 붙잡은 채 창밖을 기웃거리는 보잘것없는 삶을 살게 되리라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었으니까. (고요한 사건, p.155)



삶은 결코 단편적이지 않고 단순하지도 않아서, 폭력을 보고 들어왔고, 고양이의 죽음을 보았고, 아버지에게 실망했고, 무기력한 기분으로 잠들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밤에 결정적으로 아름다운 장면을 맞닥뜨리게 되는 거다. 우리가 어떻게 그 장면에 있어서, 아름답다고 감탄하는 그 순간에 있어서, 방금전까지 너의 기분이 얼마나 처참했는지를 떠올려봐, 그런데 어떻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라고 물을 수 있을까. 삶은 이런 것이라니까. 초라하고 처참하고 비극으로 물든 것 같았다가 갑자기 찬란해지는 것. 혹은 그 역이 성립되는 것. 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가만히 대고, 그 처참한 기분 속에서 아름다운 장면을 맞닥뜨린 이 순간에, 내가 일자산 정상에 있었던 몇시간 전이 떠올랐다. 그 때의 내가 지금 이 책속의 결정적인 장면과 겹치는 것 같았다. 생을 통틀어 몇 개 되지 않을 슬픈 일을 안고, 그렇게 고요히 산의 서늘함을 즐겼던 것. 날이 추운데도 햇빛은 눈이 부셨던 것. 오늘의 고요한 내가 백수린의 고요한 사건을 읽은 거다. 삶이 책 속으로 들어가고 책이 삶 속으로 들어오는 구나. 그래, 내려가는 길도 그랬다. 그 고요함을 한참 가만히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가 산을 내려가는 길. 기쁜 일들, 좋았던 일들이 밀려들었다가 종국에 눈물이 났던 일. 삶이 이런 식으로 희극과 비극을 왔다갔다 하는 것. 




그렇게 최은영까지 왔다. '최은영'의 <그 여름>. 여름이란 단어 앞에 언제나 설레이는데 '그 여름' 이라고 하면 무너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왜 그 여름이라고 했을까. 그 가을이나 그 겨울, 혹은 그 봄이라고 하지. 왜 하필 그 여름이란 말인가.



이런 우연이 아니었다면 서로 얼굴도 모르고 지냈으리라고 수이는 웃으며 말했다. 듣기 좋은 목소리라고 이경은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이경의 귓가에는 수이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그 여름, p.216)



그 여름, '이경'과 '수이'는 연애를 시작했다. 열여덟이었다. 열여덟. 자신의 성정체성을 수이를 만난 후에야 알게된 이경은 수이에게 빠져들고,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이는 취업하고 이경은 대학생이 되면서 그들은 서울로 가 시간을 함께 하게 된다. 그런 이경은 사는 모습이 다른 수이를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면서 그런 스스로에게 당황하게 되고, 그러면서 '은지'라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속절없이 끌리게 된다. 나에겐 애인이 있는데, 수이라는 애인이 있는데, 그런데 은지에게 너무 끌리고 너무 은지 생각이 나고 은지를 기다리게 된다. 은지를 기다리는 자신이 미워서, 야속해서, 수이에게 너무나 미안해서, 이경은 앓는다. 너무 아프다. 너무 아프다. 너무 아프다. 수이가 옆에 있는데 다른 사람을 꿈꾸는 자신이 욕심이 많은 것 같아서 미칠 것만 같다. 자신이 수이를 배신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고, 은지에게 가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수이와의 연애는 삶의 일부가 아니었다. 수이는 애인이었고, 가장 친한 친구였고, 가족이었고, 함께 있을 때 가장 편하게 숨쉴 수 있는 사람이었다. 수이와 헤어진다면 그 상황을 가장 완전하게 위로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수이일 것이었다. 그 가정은 모순적이지만 가장 진실에 가까웠다. (그 여름, p.253)



아, 그래, 이거였다. 이것은 적확한 표현이었다. 내가 당신하고 헤어진다면, 나는 당신과 헤어졌을 때 가장 잘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을 잃는 것이었다. 가장 정확하게 나를 읽는 사람을, 가장 정확하게 나를 아는 사람을, 가장 정확하게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을, 당신하고 헤어지면, 당신이 가장 잘 위로해줄 수 있는데, 당신하고 헤어진다면 당신으로부터 위로를 받을 수는 없는 이 아이러니. 어떻게 이렇게 적확할 수 있을까. 이 상실을 어떻게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좋았던 기억들로 헤죽헤죽 베실베실 웃다가 종국엔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그 순간이, 바로 최은영의 소설 속에 그대로 나와있었다. 



당신하고 헤어지면 그런 나를 가장 잘 위로해줄 당신에게 헤어지자고 말하는 일은 어떤 일일까.



이경은 수이에게 헤어지자고 한다. 수이는 그 말을 들어준다. 이경은 자신이 하는 말이 어떤 일을 가져올지 알까. 



"수이야."

"이제 네가 날 부르는 소리도 들을 수 없겠지."

그 말을 하고 수이는 오래 울었다. 어떻게든 울지 않으려고, 말을 이어가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 여름, p.263)




이제 당신이 날 부르는 소리도 들을 수 없겠지. 당신도 오래 울었을까. 어떻게든 울지 않으려고, 말을 이어가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을까. 이경은 수이와 헤어지고 은지와 연애했지만 짧게 끝났다. 잘 되지 않았다. 헤어지자는 은지에게 매달려도 보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안 될 줄, 사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었다. 허기가 져서 밥을 먹었다. 김치볶음밥을 해먹겠다고 부엌에 나왔는데, 엄마가 끓여둔 김칫국이 있었다. 잠깐 망설이다, 김칫국을 퍼서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먹는 김칫국은 맛있었다. 음~ 맛있어, 아, 맛있네~ 연달아 말하며 먹노라니, 엄마가 그만하라 하셨다. '나 오늘 저녁 안먹을라고 결심했는데, 너 왜그렇게 맛있게 먹어. 아무소리도 내지마. 나 자꾸 먹고싶잖아!' 하셨다. 알겠다고 하고서는 내가 또, 나도 모르게, '아 완전 맛있어' 해버렸고, 엄마는, "너!!!!!!!" 하셨고, 나는 깜짝 놀라서, "아, 엄마, 엄마 자극하려고 한 건 아니고 나도 모르게 저절로 나온거야" 했다. 사실이었다. 그 말이 진실이었어.



일요일에 낮잠 자는 걸 너무 좋아해서 잠이 오면 언제나 잠과 싸우지 않고 그대로 포기한 채 잠을 잤었는데, 그러다보면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월요일이 피곤해지는 건 당연한 일. 그래서 아까는 잠이 쏟아지는데, 기를 쓰고 잠과 싸워 이겼다. 그러면 오늘 밤에는 일찍 잘 수 있을까? 그렇지만... 오늘 늦게 일어났는데...흐음.....


에라이, 나도 모르겠다.





마주보면서 송은 희극배우의 나이가 몇이더라, 생각했다. 자기보다 많게는 열 살쯤 많을 것이다. 자기도 십 년이 지나면 저렇게 되어 있을까, 다시 생각했다. 저렇게 불안하고 우울하게 안정감 없게 외롭게 가진 것 없게 내쳐진 채 나쁘게, 살게 될까. 송은 희극배우가 확실히 나쁘다고 생각했다. 왜 나쁘냐면 지운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뭔가 옛일을 완전히 매듭짓고 끝내고 다음의 날들로 옮겨온 흔적이 없었다. 그의 날들은 그냥 과거와 과거가 이어져서 과거의 나쁨이 오늘의 나쁨으로 이어지고 그 나쁨이 계속되고 계속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어떤 선택을 하든지 어차피 나빠질 운명인 것이다. 선택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실패가 선택되는 것이다. (문상,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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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겨울 이민
    from 마지막 키스 2017-12-18 10:30 
    그러니까 이민 때문이다. 어제 페이퍼에 쓴 것처럼, 김금희의 <문상> 에서 헤어진 애인이 이민을 갈거란 소식을 들은 송 때문에, 그 날의 송 기분이 어땠을까, 를 생각하다가, 나는 아주 오래전에 친하게 지냈던 남자사람 A 를 떠올렸다.내 첫직장은 다이어리 만드는 회사였다. 학회지등을 출판하는 출판사이면서 겨울이면 다이어리를 작업했었는데, 때문에 늦가을부터 봄에 이르기까지 무척 바빴다. 회사는 겨울이면 한두달 일할 아르바이트를 아주 여러명 고용
 
 
레와 2017-12-18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또 하나의 이야기 같아요. + 보너스 단편!



다락방 2017-12-18 14:20   좋아요 0 | URL
인생 뭘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