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이 선물로 직접 빚은 만두를 잔뜩 받아왔다. 색깔도 가지각색. 나는 만두를 가지고 왔다는 소식에 얼른 만둣국을 만들어 먹고 싶다고 생각했다. 모처럼 약속 없는 토요일, 낮에 만둣국을 끓여 낮술을 하자!! 생각한 거다. 엄마한테 끓여달라면 세상 편하지만, 사실 우리 엄마가 김치나 삼계탕은 진짜 세상에서 제일 맛있게 하는데, 만둣국은....좀...........사먹는 게 낫다...... 그래서, 그렇다면 내가 만들어보자!! 하게 된거다. 까짓거, 레시피 검색하면 나올 거 아니야? 그거 보고 만들지 뭐, 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이런 생각을 써둔 개인 블로그에 나의 다정한 친구가 자신이 만둣국 끓여먹는 방법을 댓글로 달아줬더라. 후훗. 검색하는 거 세상 귀찮은데, 검색할 필요도 없겠군. 이렇게 만들어야겠다~ 눈누난나 신나서 금요일 밤 집에 갔는데, 엄마가 만둣국을 끓여놨대. 하아- 엄마... 토요일 아침에 떡만 좀 건져서 먹었는데, 역시, 만둣국은 사먹거나 내가 끓여먹어야 할 것 같아. 그래서 나는, 끓였다, 만둣국을.



일단 친구가 얘기해준대로 멸치와 무우를 넣고 육수를 냈다. 그렇게 끓이다가 멸치와 무우를 건져내고는, 거기에 썰어놓은 당근과, 파와, 만두를 넣었다. 색색깔의 만두는 예뻤고, 당근은 칼질하기 너무 싫어서 감자 깎는 칼로 슥슥 벗기듯 썰었다가 조금 더 얇게 칼로 썰어서 모양이 자유로운 영혼을 담은 듯했고, 친구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나는, 여기에 청량고추를 썰어 넣었다. 간장을 한숟가락 넣었고, 함초소금인가..엄마가 맛있는 소금이라며 사온 소금을 일단 옆에 두었다. 





우앙- 예쁘지요?



짜지않게, 짜지않게..나는 짜지 않게 끓이리라는 압박에 시달리며, 소금으로 간을 맞추라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초큼 소금을 넣었다. 싱거웠다. 망설였다. 소금을 더 넣을까 말까 더 넣을까 말까... 그러나 더 넣지 않기로 결심했다. 엄마는 다시다를 조금 넣으라 내게 말했지만, 아니, 나는 다시다를 넣지 않겠어, 하고는 그 상태로 팔팔 끓였다. 가끔 국자로 저어줬는데, 그러다보니 절반쯤 다 만두가 터져버리고 말았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터지니까 고기 육수 나고 색깔도 좀 붉어지는 게, 좋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완성!!





먹어보니 국물은 고추의 맛이 우러나서 맵고, 짜지 않아서, 오오 먹을만한데? 했다. 저녁에 술마실거니까 낮술은 생략하자 싶었지만, 아아, 안되겠어, 이 고추의 얼큰한 국물을 그냥 넘길 수가 없지. 그러나 와인도 똑 떨어졌고, 냉장고 열어보니 맥주도 남지 않았다. 힝 ㅠㅠ 소주는 몇 개 있었는데, 대낮부터 소주라니... 그럼 완전 기절각이잖아... 싶어서 어쩌지, 후딱 나가서 맥주라도 사올까, 하다가 벼락같은 깨달음!!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요!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니!


내게는, 보드카가 있다, 보드카!!!!!!!!!!!!!!!!!!!!!!!!!!!!!!!!!!!!! 몇 해전에 싱가폴에 갔다 오면서..아니, 마카오였나...아무튼지간에 어딘가에 갔다 올 때 면세점에서 산 완전 미니 보드카!!!!!!!!!!!!!!!!!!!!!!!!!!! 나는 보드카를 들고 나왔다. 냉장고에 여니 오렌지 쥬스와, 남동생이 사 둔 탄산수가 있더라. 흐음. 어떤 걸 꺼낼까. 나는 탄산수를 꺼내어 엄마 잔과 내 잔에 가득 붓고, 거기에 보드카 한 병을 사이좋게 나누어 부었다. 먹어보니 보드카 맛은 거의 안나고 탄산수 맛만 났지만, 그래도 술이니까 좋았다.





마시니까 뭔가 좀 헤롱헤롱 했어. 그래서 만둣국 먹고 배 두드리면서 한 숨 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세상 천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만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둣국은 엄마가 끓이는 것보다 내가 끓이는 게 더 나은 것 같았지만, 그래도 좀 아쉬움이 남는 맛이어서, 다음엔 그냥 다시다를 초큼 넣고 맛에 굴복하자...고 생각했다. 할 수 있겠어. 후훗. 그 오랜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있게 만들어 둘 요리로 어떤 걸 해야 하나...숱하게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감자전이 그중에 가장 유력한 후보였는데, 여러분 감자 갈아 봤는가...힘이 들어요.......흐음.... 나는 이제 만둣국을 하면 될 것 같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한 두어번 더 끓여보면 세상 가장 맛있는 만둣국을 끓일 수 있게 될 것 같아. 물론 만두를 손수 빚는 건 못하겠고, 그건 돈 주고 사야겠지만. 으하하하핫.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집으로 초대해서 만둣국을 끓여줘야지. 아, 감자전 너무나 힘들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이 한 몸 불태워, 감자도 갈아 감자전도 해줘야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둣국에 감자전. 환상의 조합이구먼. 그리고 술을 와인,소주,맥주, 위스키... 다 잔뜩 채워둬야지.


당신을 위해 만둣국과 감자전을 준비했어요. 술도 종류별로 있답니다, 당신은 뭘 마실래요?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일단 만둣국을 좀 더 연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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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2-18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흠.....

다락방 2017-12-18 11:12   좋아요 0 | URL
맛있는 거 요리해주는 게 저의 로망인데 제가 요리도 못하고 사람도 없다는 게 함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나 2017-12-18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렁탕 포장으로 사오셔서 만두 넣고 끓이면 간편 만두국 .요리 너무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다락방 2017-12-18 13:21   좋아요 0 | URL
으아아앗 이것도 또 팁이네요. 설랑탕 포장으로 만두... 오오. 이것도 참고참고. ㅎㅎㅎㅎㅎ
저도 요리 너무 못하고 싫어해요. ㅋㅋ 그런데 왜이렇게 잘하는 요리 하나쯤은 꼭 갖고 싶은지 말입니다. 하핫.

레와 2017-12-18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보니깐 침나와요!! 보드카도 좋다.. 으흐흣 나도 남았지롱~

겨울엔 역시 뜨끈한 국물이 최고에요!

다락방 2017-12-18 14:00   좋아요 0 | URL
요리 잘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겠어! 불끈!! ㅎㅎ

Forgettable. 2017-12-18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벼락같은 깨달음 ㅋㅋㅋㅋㅋㅋ 맛잇었군요. 다행~ 저도 가끔 청양고추 넣는데 깜빡 빠뜨렸네요. 진짜 맛있겠당 ㅋㅋㅋㅋ

다락방 2017-12-18 16:47   좋아요 0 | URL
다음엔 다시다를 초큼 넣을까봐요. 그게 더 맛있을 것 같긴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도움주어서 고맙습니다, 뽀!! >.<

얼룩말 2017-12-19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비고 사골육수 1390원쯤 되는 거 사서 넣고 파 정도 썰어놓고 끓이면 대박이예요!

다락방 2017-12-20 08:38   좋아요 0 | URL
오 맙소사! 꿀팁이네요. 만두도 사고 사골육수도 사가지고 해봐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술안주 할 생각하니 씐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