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정독
부남철 역주 / 푸른역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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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로 근무하면서 마음먹은 일중 하나는 도서관에 학부모 독서회를 만드는 것이다. 도서관이 바뀔 때마다 독서회를 조직하고 리더 역할을 하면서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은 보람된 일 중 하나다. 지난 9, 우리도서관에 인문학 서평쓰기 모임을 개설했다. 제목이 거창해서 신청자가 없을까 걱정했는데 12명이나 모였다. 개강 첫날 참여하게 된 동기를 묻는 질문에 인문학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귀농해서 답답했는데 도서관에 독서토론 프로그램이 생겨서 좋다는 뜨거운 반응이다. 첫 책으로 다소 무거운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을 선정했는데 책에 밑줄 긋고, 포스트잇을 붙이며 읽는 모습에 감동했다. 지난 모임에는 친분 있는 김이설 작가에게 재능기부를 부탁하고 강연회를 열었는데 미리 책을 읽고 온 회원들의 질문과 사인회, 각자 준비한 음식을 나누는 시간은 따뜻했다.

 

금년 마지막 토론도서는 동양철학의 고전인 논어정독(부남철 역주/ 푸른역사)’을 선정했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의 저자 신정근은 공자의 논어는 커피로 치면 부드럽고 여러 맛을 깊게 느끼게 하는 카페모카의 맛이라고 했다. 논어에는 절차탁마”,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과유불급등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했던 글이 나온다. 그저 어렵게만 느껴졌던 논어가 의외로 쉽게 읽히는 이유다. 동양철학의 기본은 논어라는 말에 수긍이 간다. 동양철학은 딱딱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잊게 해주었다.

 

공자는 제자들과 중국의 여러 나라를 다니며 자신을 등용해줄 왕을 찾았으나 아무도 불러주는 이가 없었다. 정치에 뜻을 두고 끊임없이 정계 진출을 꿈꿨지만 결국 이루지 못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잘하지 못함을 근심하라고" 이야기했지만  정작 본인은 “나를 알아주지 않는 구나하며 한탄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어느 현명한 왕이 공자를 등용해서 함께 정치를 도모했다면 태평성대를 누렸을텐데......

 

논어의 핵심은 인()이다. “공자가 생각하는 인은 글자 그대로 두 사람이 완전히 하나가 되는 것이다. 서로 피가 통하고 신경이 통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하나의 몸이 될 수 있도록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 사랑을 자기가 주도하는 것이다. 그 사랑의 일차적 대상이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기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자존심, 자신감, 자기 몸과 명예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등이 그런 것이다사랑의 대상은 일차적으로 자기 자신이며, 부모님과 가족, 나아가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다. 공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행위가 공부이며 첫 장이 학이(學而)로 시작하는 이유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가지만 여전히 가치관이 혼란스럽고 뚜렷한 자기관을 정립하기 어렵다. 친구, 이웃, 사회생활의 관계 맺음에 어려움을 느낀다. 논어를 읽으면서 관계맺음, 직장생활의 애매모호했던 것들이 정돈되는 느낌이다. "제가 원치 않는 것을 다른 사람이 저에게 하지 말아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저도 다른 사람이 원하지 않는 것을 가하는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는 선배 또는 상사로서 아랫사람에게 지켜야 할 예의다. "관직이 없음을 근심하지 말고 직무를 맡아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근심하라.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알아줄 만한 실력을 구비하라."는 조금은 나태해져 있는 나를 채찍질하는 말이다. 직장생활에서 특정한 일을 하고 나면 누군가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고 때로는 알아주지 않음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묵묵히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 나를 들어내지 않아도 보상이 따르는 것을 경험했음에도 조급할때가 있다. 논어를 읽으며 나의 부족함을 채워 나간다. 이제는 매사에 좀 더 느긋해지고, 좀 더 이해심이 많아질 것을 믿는다.     

 

<근사록>에 보면 '공자의 논어를 읽어서, 읽기 전과 읽은 후나 그 인간이 똑같다면 구태여 읽을 필요는 없다.' 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논어를 읽으면서 참 행복했고 몇 구절은 기억하려고 포스트잇을 붙여가면서 소리내어 읽었다. 카프카의 도끼처럼 논어는 내 머리를 주먹으로 쳐서 잠을 깨운 책이다. 당분간 논어에서 헤어나지 못할듯 하다. 만나는 사람마다 논어를 추천하며, 논어의 글들을 인용해서 아는 척을 할 것이다. 내 지인들은 어쩌면 지겨워 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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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4-12-0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서 시구나. 제 옛 직업이네요. 김이설 작가랑 지인이시구나. 페북에서 잠못자고 올라가신다 했던 그 일인가도 싶구요.

세실 2014-12-06 23:13   좋아요 1 | URL
그러셨어요? 지금은 어떤 직업이실까요?
전 가끔은 가지 않은 길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저 천직이려니 하고 좋아하려고 애쓰며 산답니다.

라파엘 2014-12-06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사록까지 읽으셨군요 ~ 멋지세요 ㅎㅎ

세실 2014-12-06 23:14   좋아요 0 | URL
읽은건 아니고, 이 구절만 기억하고 있답니다^^
요즘 제 수준보다 나은 책을 읽으려고 노력중입니다. ㅎㅎ

보물선 2014-12-06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공회의소 입사를 자료실 사서로 했죠. 전공이었구요. 2002년쯤 자료실이 축소되서 일반부서로 전직했어요. 정보화팀, 행사팀 거쳐, 지금은 유통조사해요. 전공과는 멀어졌지만, 견디어낸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세실 2014-12-06 23:22   좋아요 1 | URL
그러셨구나.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대학도 가끔 도서관이 아닌 일반부서에 근무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전 그저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답니다^^

보물선 2014-12-06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서직이 다소 지루함도 있지만, 좋은점도 많죠. 퇴직후엔 봉사활동 갈라구요.

세실 2014-12-07 07:2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긴 하죠~~~
전 퇴직하면 놀러다니고 취미생활할거예요^^ ㅎ

책을사랑하는현맘 2014-12-07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에도 그런 독서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런거 건의하면 보통 관장님이 참고해 주시나요? ㅎㅎ

세실 2014-12-07 07:26   좋아요 0 | URL
당연하죠~~ 혹시 유사한 독서모임이 있을수도 있구요^^
꼭 건의하세요~~~

순오기 2014-12-07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논이 읽는 엄마들~ 그림만 떠올려도 즐거워요.
실제로 본 그녀들은 더 멋졌고...^^
리더가 어떤 마인드냐에 따라 동네나 도서관도 많이 달라지는 걸 체감하며 살아요!!

세실 2014-12-07 07:29   좋아요 0 | URL
실시간 댓글^^
일어나자마자 북플 보는 저!ㅎ
논어에 대해 간단히 강의해준 분이 있어서 도움도 되었답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조금씩 변화하겠죠?

순오기 2014-12-07 14:40   좋아요 0 | URL
논어~를 논이라고~~내가 오타를~^^
다음 화욜밤 조국 교수가 광주에 와요~ 아이 좋아라!!

세실 2014-12-09 10:08   좋아요 0 | URL
넘 부러워서 울고 싶어요. ㅜㅜㅜㅜㅜㅜ
역시 앞서가는 광주!!!
my 조국교수^^ ㅎㅎㅎ

말리 2014-12-07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도서관에도 독서모임이 세개 있어요. 두개가 주부독서모임 하나는 주말의 직장인 모임. 전 주부 독서모임인데 요즘 좀 고민이 있어요. 다양한 내력을 가지신 분들이라 수위조절이 힘들어요. 인문학책은 좀 힘들어 하고, 그렇다고 여행서나 계발서를 줄창 읽을수는 없고. 소설도 주로 현대소설을 좋아하고 고전은 무거워하고. 전 혼자 읽기 조금 버거운 책을 함께 얘기 나누며 읽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고요. 선호하는 분야별로 모임이 각각 있으면 좋겠다 싶은데 여기 상황이 그러기에는 좀 힘들것 같고요. 관장님이 함께하는 모임은 어떨까 궁금하네요 ^^

세실 2014-12-07 10:43   좋아요 1 | URL
주부독서회가 두개면 내년에 하나는 인문학 책읽기로 하자고 건의하심이...
책은 자신의 수준보다 조금 높게 읽어야 발전하거든요.
저도 혼자 읽기 버거운 책을 선정합니다. 아직은 제맘대로 선정하고 회원들은 따라옵니다.
조금 힘들다 싶을때 세계문학을 다루려고요. 개츠비나 오만과편견으로.. 회원들께 상의드려 보세요^^

말리 2014-12-07 16:15   좋아요 0 | URL
전 1년 반 정도 되었는데 대부분은 몇년씩 되었어요. 반은 친목, 반은 독서, 뭐 그런 분위기. 다른 독서회는 더 오래된 회원들로만 되어 있어 신입은 잘 어울리기 힘든 구조라고 하더군요. 공적모임이 너무 돈독한 관계로 인해 사적으로 살짝 변한것 같아요. 올 한해 책이나 발제,토론을 약간 변형시켜 보았는데 많이들 힘들어해서 자꾸 빠지는 부작용이;; 어떤 모임이든 들어오고 나가고 순환구조가 되면서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하고 있습니다. 역사도 필요하지만 신선한 피와 새로운 바람이 조직을 살아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세실 2014-12-09 10:06   좋아요 0 | URL
맞아요. 큰 도서관에는 오래된 독서모임이 있어요. 전에 근무하던 도서관에도....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배척하고, 고인 물....그나마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수준있는 독서모임으로 성장하느냐, 그냥 계모임이 되느냐가 관건이죠. 그럴땐 담당사서가 관여하는것도 좋을텐데.....

우린...제가 사회를 봅니다. 책 선정도 제가 하고요.
그동안, `중용, 인간의 맛`, `책은 도끼다`, `선화(작가강연회)`, `논어정독` 읽었어요.
1월엔 `백석평전` 하려구요.
다들 어렵다고는 하지만 나름 즐기고 있습니다^^ 소장하는 즐거움도 누리네요.

간단하게 책 소개 하고 돌아가면서 느낌 나눠요.
마지막으로 해박하신 한분이 계셔서 논어에 대해 써머리를 해주시네요.
다들 포스트잇 붙이고 밑줄 긋고...의욕이 많아요.
내년엔 서평에 주력해서 지역신문에 글도 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차후에는 책도 한권 발간해야겠죠? ㅎㅎ

섬사이 2014-12-07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 생각보다 꾸려나가기 힘들던데, 유능한 관장님이 이끄시니까 잘 되나봐요. ^^
예전에 주부들이 모여서 독서모임을 했었는데, 책들을 잘 안 읽어오시더라구요.
밑줄 긋고, 포스트잇까지 붙여가며 책을 읽어오신다는 구절에서 저도 같이 감동했어요.

세실 2014-12-07 10:45   좋아요 0 | URL
전 사서로 들어오면서 주부독서회를 만들어 부담은 없답니다. 회원들 수준을 고려해서 한달은 철학, 한달은 문학으로 해요.
한달에 한권의 책은 꼭 읽어야될텐데...
두분 정도만 성실하면 나머지는 따라오던걸요^^

수이 2014-12-07 1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겨워도 좋으니까 이렇게 좋은 책 권해주는 지기가 옆에 있다면 그거야말로 행복한 일 아닐까 해요. 세실님. 이 책은 이래서 좋고 저 책은 저래서 좋고 이 책도 읽어봐, 저 책도 읽어봐_ 하면서 말이죠. 마흔이 되면 공자를 읽을 때, 더 늦추면 손해_ 라고 남편 친구가 이야기해서 그렇다면 난 딱 마흔 되면 읽을래! 한 말이 어쩐지 민망해지는걸요. 아 그나저나 세실님이 계시는 도서관 주부독서회에 가입하고 싶은걸요. :)

세실 2014-12-07 19:55   좋아요 0 | URL
울 독서회원들이 아직은 야나님 맘 같더라구요. 제가 추천해준 책은 다 좋다구ㅎ 흐뭇하긴 합니다.
논어 기회되면 꼭 읽어보세요. 관계맺기에 큰 도움되실거예요.
야나님 오심 두 팔 벌려 환영할털데요. 저도 아쉽네요.
이번에 두명이 몸이 아파 쉰다고 해서 살짝 침체되었거든요. 열다섯명 유지가 목표예요^^
 
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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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멘토가 되는 사람이 있다면 큰 행복이다. 나의 멘토는 몇년전에 돌아가신 선배 사서다. 평범했던 내가 전국의 사서를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 입학할 용기를 주신 분이다. 이제는 가슴 한 구석에 아련한 상처로 남았다. 글을 쓰면서 도움을 받은 작가는 쉬운 문체와 여행, 문학, 음악을 사랑하는 정여울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체의 김훈 작가다. 그들처럼 글을 잘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며 부러워하지만 단순히 좋아하는 정도이다. '백석평전'을 읽고 나니 사람을 좋아하는 일에도 열정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철학자 강신주는 김수영을, 시인 안도현은 백석을 흠모한다. 강신주는 김수영을 닮고 싶어 했으며 육신의 아버지가 친아버지라면 영혼의 아버지는 김수영이라고 했다. 친 아버지를 영원히 보내 드리며 김수영도 함께 보냈다고 한다. 많은 시인들은 백석을 흠모하며 닮고 싶어한다. 글을 쓰는 작가로서 모방이 아닌 그의 사상이나 철학을 계승할 수 있는 제자가 되는 길은 큰 기쁨이다. 윤동주는 100부 한정판으로 찍어낸 백석의 시집 '사슴'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는 필사를 했으며  늘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신경림은 백석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시인으로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의 삶을 따뜻하게 그려냈는데 백성의 시적 대상과 유사하다고 한다. '사슴'은 2005년 계간 '시인세계'의 설문조사에서 현역 시인 156명이 뽑은 '우리 시대 시인에게 가장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백석은 1910년대에 태어나 참으로 파란만장하고 불후한 삶을 살았다. 네번의 결혼과 세번의 이혼, 기생 자야와의 사랑, 오직 충성과 민족주의만 강조하는 획일화된 북한의 이념 등은 자유롭고 낭만적인 삶을 추구하는 백석에게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다. 수많은 지식인들이 친일파로 돌아섰지만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했음에도 창씨개명에 반대하고 우리말에 애착을 갖는 애국자였다. 한동안 고향으로 돌아가 교편 생활을 하며 은둔 하고, 북한에서는 김일성을 찬양하며 현실에 순응하며 살려고 노력했지만 곧은 성품은 한때 조선일보 기자에서 시골의 양을 키우는 노동자 신분으로 전락한다. 삶은 끝까지 살아봐야 안다고 하지만 40년 가까이 되는 긴 시간을 지식인이 아닌 밑바닥 노동자의 삶으로 살았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백석의 대표적인 시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있다. 안도현 시인은  "첫눈이 내리는 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말은 백석 이후에 이미 죽은 문장이 되고 말았다." 는 표현을 썼다. 이 시는 기생 자야에게 보낸 시인데 나타샤는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주인공이며 이 시를 쓸 무렵 백석은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있었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학창시절에 문학 작품을 공부하면서 글과 연관된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면 공부가 재미있었을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노천명의 '사슴'이 백석을 염두에 둔 시일수도 있는 점을 이야기한다. 모윤숙, 노천명, 최정희와 백석은 친했으며 세 사람은 백석을 '사슴', '사슴군' 으로 호칭했다고 한다. 키가 크고 핸섬하며 시크한 백석의 모습과 스타일을 상상하며 읽으니 시 안에 그의 모습이 보인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이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몇년전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길상사를 우연히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동네에 일이 있어 갔다가 안내 표지를 보고는 들어갔다. 시내 한복판에 7천여평의 넓은 땅이 있는것도 놀라웠다. 그때는 몰랐는데 백석의 연인이었던 기생 자야는 서울 '대원각' 요정을 운영했고, 후에 요정을 포함한 땅을 법정스님에게 시주해 지금의 길상사가 지어진 것이다. 만주로 함께 가길 원했던 백석과는 아쉬운 이별을 했지만 백석의 연인답게 "한겨울 눈이 제일 많이 내린 날 내 뼛가루를 길상사 마당에 뿌려 달라." 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백석의 시에는 그의 고단한 삶이 보인다. 제목에서 쓸쓸함이 묻어나는 시 '흰 바람벽이 있어' 에는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는 자조적인 글이 슬픔으로 다가온다. 삶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지만 백석의 노년은 쓸쓸하고 행복하지 못했다. 그는 살아서보다 사후에 인정을 받았다. 매서운 겨울 바람이 불었던 주말 백석과 함께 보낸 시간은 참으로 소중하고 행복했다. 지금이라도 백석을 알게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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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2-06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주 `TV 책을 보다`에 이 책이 소개된다고 하더군요. 안도현 시인도 출연하는데 무척 기대되는 방송입니다.

세실 2014-12-06 21:33   좋아요 1 | URL
꼭 봐야겠습니다^^
이 책 꽤 재미있어요~~~
소개한 시가 고어(?)로 되어있어 읽기는 힘들지만요^^

blanca 2014-12-06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은 못 읽었는데 백석 좋아해요. 아웅, 낭만 가득해요. 세실님.

세실 2014-12-06 21:34   좋아요 0 | URL
백석을 좋아하신다면 이 책은 필수입니다~~~
평전은 시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보물선 2014-12-06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랑 카페 가고 싶어지네요^^

세실 2014-12-06 21:36   좋아요 1 | URL
가끔 아이랑 가서 각자 책 읽으면 속도가 빨라요~~~ 집에선 할일 생각에 집중력이 짧죠^^

바람돌이 2014-12-06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석은 저 시로 인해서 모든 연애시를 종결시킨듯.... ㅎㅎ
고새 백석평전을 읽으시다니 진짜 빠르셔요. 전 읽을까 해도 실제로 손에 들기까지는 한참 걸리는데 말입니다. ^^

세실 2014-12-06 22: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지금 읽어도 설레이니ㅎ 저 편지를 받은 받은 여자는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두여자한테 보내서 바람둥이 소리도 들었다네요.
우리 인문학 동아리 1월 토론도서라 의무감에 읽고 있답니다. 재미있어요^^

수이 2014-12-06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놓고 아직 읽지도 않았는데 세실님 글 읽으니 펼쳐봐야겠어요. :)

세실 2014-12-06 23:18   좋아요 0 | URL
백석의 삶, 사랑을 알아가는 재미 쏠쏠합니다~~~ 페이지 주는것이 아까워요^^
얼른 시작하세요.

살리미 2014-12-07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석이 북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보니 짠한 마음이 들더군요. 왠지 `외롭고 높고 쓸쓸한` 모습이어서요.

세실 2014-12-07 07:41   좋아요 0 | URL
그쵸?
`외롭고 쓸쓸한` 사람....
격동기속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네요. 사랑도 그렇고....

희망찬샘 2014-12-14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도서관에도 꽂혀 있는 책이에요. 백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저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월요일 당장 빌려야겠다는 생각! 까먹을 확률 80% 이상이라 생각되지만... 메모는 해 놓고 잘 보지도 않는 지경이라~ ㅎㅎ~

세실 2014-12-15 01:01   좋아요 0 | URL
오늘 이 책으로 서평 쓰려고 하는데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스러워요.
안도현 시인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후반부 북한 생활 기록들은 자료 찾는것도 어려웠을듯요.

저도 도서관에 신간이 들어오면 메모 해놓고 메모를 어디에 해놓았는지 기억을 못해요. ㅜㅜ


cocomi 2015-04-04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직업이 사서예요? 요즘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직업이에요~

세실 2015-04-07 09:38   좋아요 0 | URL
호호호 그러세요?
사서 고생하는 사서이기도 합니다만 나름 보람있고, 재밌어요^^
 

관직이 없음을 근심하지 말고 직무를 맡아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근심하라.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알아줄 만한 실력을 구비하라.        

 

집사경은 자신이 하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다. 어떤 일이라도 긍지를 갖고 임하는 전문가 정신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직업 윤리다.

                                                                <논어정독 / 부남철 역주. 푸른역사>

 

 

관장이 된지 1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자잘한 성과는 있었지만 과연 리더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돌아보았다. 있는 예산으로 소소한 치장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내가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루종일 자료실을 들락거린다면 직원도 불편하고 이용자도 불편할 것이다.

 

좀더 큰 그림을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관계에 중점을 두어야겠다고 생각만 한 찰나, 우연히 '해밀포럼' 모임에 가입했다. 해밀은 '비가 온뒤 맑게 개인 하늘의 순 우리말'로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단순한 친목 모임으로 생각했다. 오자마자 가입을 권유 받았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어제 모임에 합류했다. 군수님이 함께 한다며 건의사항을 준비하라는 말에 가볍게 생각하고 나갔는데 토론자에 내 이름이 있고 토론주제가 5개나 있다. 내가 준비한 '영유아실 설치 및 현관 리모델링'은 맨.위.에 놓.여 있었다. 그 외에도 반기문 생가 주변 관광지 활성화 방안, 공무원 공직기강 확충방안, 청소년 문화공간 확충방안, 한부모 가정지원센터 설치 건의 등 굵직한 주제를 다루었다. 포럼은 2달에 한번 이루어지며, 지역 인사를 모시고 지역의 현안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루어지는 수준있는 포럼이었다.

 

어제, 토론자가 질의하면 군수님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포럼은 마치 대학원 학술대회가 연상되는 시간이었다. 나는 우리도서관의 현안 사업을 이야기하며 예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군수님은 군에서 지원하는 교육경비가 도서관에 유입될 수 있도록 교육장님과 논의하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읍.면지역에도 도서관을 설립할 계획이라며 관장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조만간 꼭 만나자고 재차 말씀하셨다. 도서관에 관심이 많은 리더를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다.

 

반기문 생가주변 활성화 방안은 관광객이 스치듯 지나가는 코스가 아닌 유스호스텔과 테마공원을 만들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며 마스터 플랜을 제시했다. 특별한 관광자원이 없는 음성에 반기문 생가라는 테마는 큰 가치를 부여한다. 리더의 노력으로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는 농촌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듯 하다. 

 

내가 학교 다닐땐 시골에서 중학교를 마치면 고등학교 진학은 청주로 나오는것이 당연했는데, 요즘은 지역의 고등학교를 선호한다. 중학교에서 지역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2백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며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할 시 장학금을 차등 지원한다. 내신 성적을 관리하기도 유리하며 장점이 많다. 규환이를 음성고등학교로 보낼까?

 

포럼 회원은 군청 공무원, 경찰, 교수, 사장, 유치원장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4-50대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저녁도 먹지 않고 밤 9시까지 이어진 시간이었지만 배고픔도 잊은채 열띤 토론을 벌였다. 군수님의 성의있는 답변은 믿음직스러웠다. 도서관에 오면서 계획한 '영유아실 설치와 현관 리모델링'에 가속화가 붙었다. 교육청 예산 30%도 확보했으니 내년엔 가능하다. 사소한 일은 직원에게 맡기고, 관장은 이런 일하면 조금은 능력있는 모습으로 비춰지겠지? 직원들은 귀찮아할까?

 

남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말할수 있는 힘은 교육청 근무했던 경력, 대학원 힘들게 다닌 경력이 원동력이 되었다. 꾸준한 공부가 필요하다. 새해에는 영어공부를 기필코 하겠다. 공자의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알아줄 만한 실력을 구비하라."는 말이 와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 생활 만큼은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능력보다 더 밝은 빛을 발한다. 가끔은 나도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어제처럼!

 

반기문 사무총장은 자랑스러운 음성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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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4-12-04 1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관장님 되셨었군요.. 이제야 안..;;;; 축하드리구요. 멋진 도서관장님이실 것 같아요~

세실 2014-12-04 13:0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잘 지내시지요?
조금씩 적응이 되어갑니다.
지금은 햇살좋은 유아북카페에서 책 읽고 있어요^^

바람돌이 2014-12-04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관장님. 높은 분이 되시니까 고민의 수준이..... ^^
세실님같은 도서관장님이 있어서 거기 도서관은 좋겠어요. 잘 지내시죠?
저야 높은 자리에 갈 일이 전혀 없어서 저렇게 어려운 고민은 안해도 되니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읽었어요. ^^

세실 2014-12-04 19:08   좋아요 0 | URL
작은 공간이지만 리더는 좀 달라야겠죠? 사서연수때 초빙한 교수님이 도서관도 마케팅을 해야한다는 말씀이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지금보다는 나은 도서관으로 만들어가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깁니다.
교장샘 하셔야죠? 앞일은 모르는거예요^^
참으로 반가워요, 바람돌이님^^

라로 2014-12-04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그런 고민을 한다는 자체가!!! 세실님 전국 도서관 담당장 뭐 이런 거 있으면 되면 좋겠다요~~~~👍

세실 2014-12-04 19:09   좋아요 0 | URL
제 그릇은 요기? ㅎ
그저 작은 공간에서 스트레스 받지않고 살래요~~~ 조금 따분하지만요^^

라로 2014-12-05 13:47   좋아요 0 | URL
요기라니??? 그것도 대단한 거임!! 자랑스럽다우, 난~~~~~❤️

세실 2014-12-05 15:01   좋아요 0 | URL
감사감사~~~~
언니의 기대에 다가가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할게요^^

순오기 2014-12-04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멋져요!
역시 기관장은 놀아도 큰물에서 놀고 일도 척척 만들어내는군요.^^

세실 2014-12-04 19:11   좋아요 0 | URL
전 직장 복이 있어요. 마음 먹은대로 됩니다. 제 능력보다 더! 복이겠죠?
이곳에서 처음 있는 일이어요~~

마녀고양이 2014-12-04 15: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멋져요2!
스마트폰으로 댓글 쓰기가 어렵지만
언니.. 자신의 길을 걸어나가면서 사회에 도움을 주는 언니를 아는게 참 자랑스러워요~♥♥♥♥♥

세실 2014-12-04 20:14   좋아요 0 | URL
최고의 찬사네요~~~
늘 힘을 주시는 마고님^^
일상업무에서 벗어나니 좀 따분하기도 하고ㅎ
무언가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요^^

cyrus 2014-12-04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을 향한 세실님의 진심어린 애정과 노력이라면 도서관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거라 믿습니다.

세실 2014-12-04 20: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시골일수록 생업에 종사하느라 도서관을 잘 못오시네요. 책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하네요.
좀 안타깝기도 하고...조금은 심난합니다. 어쨌든 책을 읽는 분위기는 만들어가야죠~~~

무스탕 2014-12-04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멋져요~~♥ 라고 댓글을 달아주려고 했는데 이건 사진이 문제가 아니네..
세실님. 당신 정말 멋져요~ 꺄~ 울 동네 도서관장님으로 오셨으면 정말 좋겠네~~!!!
사회지도층이란 그 만큼의 고민이 있을테고 그 만큼의 수고가 있을테고 그 만큼의 보람과 존경이 따를테죠.
(할 수 있는데 하지도 않고 바란다면 그건 사회지도층이 아니고 사회기생충이지요)
일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르기도 힘들었을테지만 그 자리에 올라 멋지게 해내는 모습이 정말 좋아요.
선후배들에게, 보는 많은 눈과 입들에게 `내가 거져 이 자리에 앉은게 아니거든!!` 크게 보여주세요 ^^

세실 2014-12-04 20:22   좋아요 0 | URL
나도 무스탕님 동네 도서관에 근무하고 싶어라~~~
에이 사회지도층은 무슨...부끄러워요^^
그저 제 고향 도서관을 조금더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소망입니다. 첫 관장이라 애착도 많아요^^
무스탕님의 진심어린 칭찬에 힘이 나네요. 우리 직원들도 같은 마음이었으면....ㅎ
내년에 청주기계공고 오실일 있음 하루전에 알려주기!
얼굴 꼭 봅시다~~~ 보고 싶다요♥♥

섬사이 2014-12-04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멋지십니다.
영유아실을 만든다니, 주변 아기들과 엄마들에게 기쁜 소식이 되겠어요.
지역과 주민들을 위한 열띤 논의의 현장이 있다는 사실도 너무 기쁘네요.
뭔가 희망적인 에너지가 흘러나오잖아요.

세실 2014-12-05 15:03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 영유아실도 없다니....좀 안타까웠어요^^
저도 놀랬답니다. 4-50대 분들이 이렇게 지역사회에 관심이 많다니.....
군수님의 열정도 놀라웠구요.
민선이 이래서 좋으네요^^
울 군수님의 목표가 읍, 면 단위에 도서관을 짓는거라니......감동했답니다.
 
논어정독
부남철 역주 / 푸른역사 / 2010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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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서관의 12월 인문학서평쓰기 토론 도서는 `논어정독`이다. 회원이 부담을 갖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그동안 깊이있는 책읽기에 목마른 이들은 포스트잇과 밑줄을 그어가며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 덕분에 나도 혼자였다면 읽기 어려웠을 이 책을 열심히 읽는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의 저자 신정근은 공자의 논어는 커피로 치면 부드럽고 여러 맛을 깊게 느끼게하는 카페모카의 맛이라고 했다. 그동안 동양 고전은 어렵다는 선입견으로 등한시했는데 읽어보니 주변에서 많이 접했던 내용이 고루 들어있다.   

자기로부터 시작하는 사랑.

공자가 생각하는 인은 글자 그대로 두 사람이 완전히 하나가 되는 것이다. 서로 피가 통하고 신경이 통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하나의 몸이 될수 있도론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 사랑을 자기가 주도하는 것이다. 그 사랑의 일차적 대상이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기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자존심, 자신감, 자기 몸과 명예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등이 그런 것이다. p.16

 

말을 교묘하게 하고 거짓으로 낯빛을 선한 척하는 사람중에서 인(仁) 한 사람은 드물다.   p.35

 

증자가 말했다. "나는 날마다 세 가지로 나 자신을 반성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할 때 최선을 다했는가? 친구와 사귈 때 진실했는가? 스승으로부터 전수받은 것을 복습했는가?"   p.36

 

관직이 없음을 근심하지 말고 직무를 맡아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근심하라.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알아줄 만한 실력을 구비하라.      p.138

 

자유가 말했다. "임금을 섬길때 자주 충고하면 이로 인해 욕을 당한다. 친구와 사귈 때 자주 충고하면 이로 인해 우정에 틈이 생긴다.       p.144

 

자공이 말했다. "제가 원치 않는 것을 다른 사람이 저에게 하지 말아야 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저도 다른 사람이 원하지 않는 것을 가하는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         p.161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갈 때 그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으니, 선한 사람을 택해서 장점을 따르고 선하지 못한 사람에게선 그 잘못됨을 거울 삼아 자신의 잘못을 고쳐라.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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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12-01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정근 저자의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을 구입했어요. 이번 겨울에 공부 좀 하려고요.
이것 다음엔 <논어 정독>을 읽어야 할까요?
<논어>는 오래전에 읽었는데 좋았던 몇 구절만 기억날 뿐이어서 더 읽어야 할 것 같아서요.

세실 님... 첫 눈 내린 아침에 첫 댓글(이 페이퍼의 첫 댓글이면서 동시에 오늘 나의 첫 댓글)을 씁니다.

세실 2014-12-01 22:59   좋아요 0 | URL
신정근 저자의 책은 2프로 부족합니다. 단편적인 느낌? 소설을 압축해 놓은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전 이책으로 시작했답니다. 시작을 이책으로 하시고 그책을 읽으심이ㅎ

첫눈이면서 함박눈이 펑펑내리니 하루종일 기분이 묘했답니다.
학교운동장에선 아이들이 막 뛰어놀고...
나이랑 마음이랑은 확실히 따로 노네요.
페크님 늘 감사합니다! 첫댓글이라니요~~ 영광, 영광♥♥

라로 2014-12-02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옳은 말! 하지만 따르기 힘든 말!들~~~~ㅎㅎㅎㅎ

세실 2014-12-02 21:50   좋아요 0 | URL
요즘 이 책 읽고 있는데 재미있어요~~ 전 기억만해도ㅎ
사람 셋이 있을때 스승이 있으니 장점을 따르고 단점을 가진이를 거울삼아 고쳐라.
인은 자기사랑, 가족사랑, 그리고 타인사랑....
 

 

버티는 삶에 관하여

 

허지웅을 몰랐다. TV 프로그램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개그 콘서트 정도만 보니 그가 2-30대에게 인기가 많은 대세남인지, 마녀사냥에 나온 연예인(?)인지 조차 몰랐다. 허지웅을 알게된건 알라딘의 베스트셀러 상위에 링크된 책을 통해서다. 외모와 스타일이 궁금해 네이버에 물어보니 마녀사냥, 택시 등 그가 출연했던 방송을 보여준다. 외모는 살짝 유희열을 닮은듯하지만 훨씬 까칠해보이고 시크하며 거침이 없다.

 

 

'버티는 삶에 관하여'는 여느 에세이처럼 잘 보이거나 꾸밈 없이 적나라하게 민낯을 보여준다. 아버지가 교수였음에도 엄마와 자신을 방치했던 아픈 과거를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벼랑 끝까지 갔던 과거가 있으니 더이상 잃을것이 없다는 논리도 작용했으리라. 참 솔직한 사람이다.

'버티는 것만이 유일하게 선택 가능한 처세라고 믿는' 그의 표현은 비루하면서도 내 삶의 방식과 닮아 있다. 공무원이라는 허울 좋은 틀 속에 살아온 24년......앞으로 남아있는 13년....한번 뿐인 삶을 어쩌면 재미없게 우물안 개구리처럼 산다는 비난을 받을 지언정 난 꿋꿋하게 버틸 것이다. 다른 길이 없기도 하겠지만.  

 

 끝까지 나를 책임지고 챙긴 건 엄마였다. 몇 푼 안 되는 돈이라도 지원해주기 위해 엄마는 친가 식구라는 사람들에게 뺨을 맞아야 했고 리어카를 끌어야 했다. 그렇게, 우리 엄마는 나를 만들어냈다. 우리 엄마는 내게 충분히 존중받아야만 한다.

 

책 읽는 삶에 관하여

 

잠자고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고는 책만 읽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하루 십오 분이라도 시간을 쪼개어 읽어야 한다. 재미있는 건 하루를 아무리 바삐 보내보았자 결국 그 시간만이 온전히 남는 장사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는 거다. 책을 읽지 않으면 내가 아는 것들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웹상의 DB를 상상해보라. 그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TV만 보면 테이스트가 없는 사람이 되고, 인터넷만 보면 자기가 해보지 않은 모든 것을 불편하게 여기거나 틀렸다고 말하게 되며, 경험만 많이 쌓으면 주변 세계와 격리된 꼰대가 됩니다. 종류가 무엇이든 책을 읽으세요. 가장 오랫동안 검증된 지혜입니다.                        p. 83

 

첫 부분은 자신의 가정사를, 그 후로는 정치, 사회, 영화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영화평론가이면서 전직 기자답게 다양한 주제를 넘나든다. 영화 '킹콩', '록키', '설국열차', '도가니' 등 익숙한, 혹은 익숙하지 않은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눈을 키워준다. 마치 '책은 도끼다'를 읽고 관련 책을 읽는 것처럼 영화를 보고 싶게 한다. 도서관 책이 아닌 내 책으로 소장하고 싶다. 에세이는 절대 읽지 않겠다는 말 무효다.

 

 

조금은 따뜻해진 공간

 

우리도서관 종합자료실은 어른이 이용하는 공간이라는 선입견에 어울리게 참으로 썰렁하다. 발령 받은 날부터 고민하다 예산을 지원받아 카페 분위기로 만들 결심을 했다. 빈 공간에 책상을 짜 맞추고 의자를 구입했다. 사무실에 있던 화분을 갖다 놓았지만 썰렁한 벽 때문에 2% 부족했다. 수능이 끝나고 기특하게 도서관으로 책을 보러 온 고3 아이에게 물어 봤다. '허전한 벽을 어떻게 꾸밀까? 액자가 좋을까?' 아이는 망설임없이 대답한다. '액자 말고 나무 스티커랑 레터링 붙이면 좋겠어요' 한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자료실은 미니 카페가 되었다. 새로운 공간이 생겨 신기해하는 이용자에게 '커피 마셔도 되요' 하니 행복해한다. 우리도서관은 자판기가 없는 대신에 원하는 사람에게 봉지 커피를 무료로 제공한다. 사소한 기쁨이다.      

 

지난 11월 11일에는 초콜렛 대신에 가래떡을 구입해서 이용자에게 제공했다. 프로그램 수강 회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도서관으로 가래떡 드시러 오세요' 하고 보냈는데 지역 신문에도 두 줄 기사가 났다. 어느 친절한 분이 기자에게 알려주었나보다. 작은 이벤트가 기대 이상의 큰 보람을 준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작은 선물을 준비할 예정이다. 대출 회원에게 '크리스마스 이브에 도서관에 오면 즐거운 일이 생깁니다.' 하고 문자를 보내 선착순 50 가족에게 머그컵을 주려고 한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맞는 빨간색에 도서관 이름도 새긴..... 시골 도서관에 근무하는 즐거움이다.

 

 

 

 

그리고 정가제 되기전 구입한 책들.

 

 

   김선우 시집은 나를 위해,

   그외 책들은 도서관에 오는 지인을 위한 선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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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11-21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지웅~ 까칠하지만, 그래서 좋아요~ 개인적으로 괜찮은 남자로 꼽아요.
그의 책 <대한민국 표류기>도 보세요~ ^^

도서관 카페 멋져요~ 역시 관장님의 마인드에 따라 달라지는 도서관 풍경!
아이들의 참신한 발상은 단단해진 중년의 머리를 말랑하게 만들어요.ㅋㅋ

2014-11-21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4-11-23 00:47   좋아요 0 | URL
오기언니는 그리 바쁘시면서 언제 책을 읽으실까요? 존경스러워요~~~~
<대한민국 표류기> 알겠습니다.

도서관 카페 생각보다 아늑합니다. 이용자들이 벌써 애용하네요. 커피도 마시게 하니 더 좋아합니다. 작은 도서관에 근무하는 즐거움이죠^^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왜이리 예쁜지요^^

오기언니 땡큐!!

하늘바람 2014-11-22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미니 카페 진짜 멋져요

세실 2014-11-23 00:4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최저 예산으로 최대 효과를 누리고 있답니다.
일주일에 하나씩 바꾸려고 합니다. 직원들 스트레스 받으면 안되겠죠? ㅎㅎ

허지웅 좋아하시는구나^^

하늘바람 2014-11-22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허지웅 좋더라고요

다크아이즈 2014-11-23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 관장님이 꾸린 도서관을 보면서
도서관은 관장님하기 나름이란 큰 깨달음을 얻었지 뭡니까!
복지부동의 공무원이란 말을 이젠 아끼겠어요 ㅋ

세실 2014-11-24 11:10   좋아요 0 | URL
오늘은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는 날엔 행복합니다.
큰 공사 아닌 작은 일에 행복해하는 소시민 공무원~~~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벤트 생각하면서 막 설레이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도서관에 오면 크리스마스를 닮은 빨간 머그컵을 한개씩 주는거예요~~~ ㅎ
저 책만 읽는날도 꽤 되어용. 헤~~~

프레이야 2014-11-25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지웅, 매력남이던데요.
어느 곳이든 그렇겠지만 음성도서관장님을 보며 리더의 자리란 참 중요하구나 싶어요.
오늘도 행복한 도서관을 만드느라 센스 발휘하시는 세실님 ^^

세실 2014-11-25 14:39   좋아요 0 | URL
그쵸? 매력남. 까칠하면서 진솔한......
감사합니다. 언니들이 이리도 칭찬해주시니 힘이 나요^^
그래서 막 더 하게되나봐요.
크리스마스 이벤트 준비하면서 막 즐거워합니다.

라로 2014-11-25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아기자기한 공간이네!!! 세실 관장님의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자랑스러워요~~~~❤️

세실 2014-11-25 14:39   좋아요 0 | URL
작은 도서관이지만 리더는 즐겁네요.
제가 하고 싶은건 얼마든지 할수 있으니.....ㅎ
저만 즐거워하고 있어용^^
늘 땡큐 시아언니^^

희망찬샘 2014-12-06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예쁜 공간이에요. 저 곳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즐거운 독서를 하고 싶은 맘 가득 차 오릅니다.

세실 2014-12-06 22:37   좋아요 0 | URL
저도 앉고 싶은데 늘 사람들이 있네요. 남자들도 좋아합니다.
벽이 아닌 창밖이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