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직이 없음을 근심하지 말고 직무를 맡아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근심하라.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알아줄 만한 실력을 구비하라.
집사경은 자신이 하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다. 어떤 일이라도 긍지를 갖고 임하는 전문가 정신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직업 윤리다.
<논어정독 / 부남철 역주. 푸른역사>
관장이 된지 1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자잘한 성과는 있었지만 과연 리더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돌아보았다. 있는 예산으로 소소한 치장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내가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루종일 자료실을 들락거린다면 직원도 불편하고 이용자도 불편할 것이다.
좀더 큰 그림을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관계에 중점을 두어야겠다고 생각만 한 찰나, 우연히 '해밀포럼' 모임에 가입했다. 해밀은 '비가 온뒤 맑게 개인 하늘의 순 우리말'로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단순한 친목 모임으로 생각했다. 오자마자 가입을 권유 받았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어제 모임에 합류했다. 군수님이 함께 한다며 건의사항을 준비하라는 말에 가볍게 생각하고 나갔는데 토론자에 내 이름이 있고 토론주제가 5개나 있다. 내가 준비한 '영유아실 설치 및 현관 리모델링'은 맨.위.에 놓.여 있었다. 그 외에도 반기문 생가 주변 관광지 활성화 방안, 공무원 공직기강 확충방안, 청소년 문화공간 확충방안, 한부모 가정지원센터 설치 건의 등 굵직한 주제를 다루었다. 포럼은 2달에 한번 이루어지며, 지역 인사를 모시고 지역의 현안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루어지는 수준있는 포럼이었다.
어제, 토론자가 질의하면 군수님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포럼은 마치 대학원 학술대회가 연상되는 시간이었다. 나는 우리도서관의 현안 사업을 이야기하며 예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군수님은 군에서 지원하는 교육경비가 도서관에 유입될 수 있도록 교육장님과 논의하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읍.면지역에도 도서관을 설립할 계획이라며 관장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조만간 꼭 만나자고 재차 말씀하셨다. 도서관에 관심이 많은 리더를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다.
반기문 생가주변 활성화 방안은 관광객이 스치듯 지나가는 코스가 아닌 유스호스텔과 테마공원을 만들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며 마스터 플랜을 제시했다. 특별한 관광자원이 없는 음성에 반기문 생가라는 테마는 큰 가치를 부여한다. 리더의 노력으로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는 농촌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듯 하다.
내가 학교 다닐땐 시골에서 중학교를 마치면 고등학교 진학은 청주로 나오는것이 당연했는데, 요즘은 지역의 고등학교를 선호한다. 중학교에서 지역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2백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며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할 시 장학금을 차등 지원한다. 내신 성적을 관리하기도 유리하며 장점이 많다. 규환이를 음성고등학교로 보낼까?
포럼 회원은 군청 공무원, 경찰, 교수, 사장, 유치원장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4-50대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저녁도 먹지 않고 밤 9시까지 이어진 시간이었지만 배고픔도 잊은채 열띤 토론을 벌였다. 군수님의 성의있는 답변은 믿음직스러웠다. 도서관에 오면서 계획한 '영유아실 설치와 현관 리모델링'에 가속화가 붙었다. 교육청 예산 30%도 확보했으니 내년엔 가능하다. 사소한 일은 직원에게 맡기고, 관장은 이런 일하면 조금은 능력있는 모습으로 비춰지겠지? 직원들은 귀찮아할까?
남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말할수 있는 힘은 교육청 근무했던 경력, 대학원 힘들게 다닌 경력이 원동력이 되었다. 꾸준한 공부가 필요하다. 새해에는 영어공부를 기필코 하겠다. 공자의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알아줄 만한 실력을 구비하라."는 말이 와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 생활 만큼은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능력보다 더 밝은 빛을 발한다. 가끔은 나도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어제처럼!
반기문 사무총장은 자랑스러운 음성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