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 젖은 땅 - 스탈린과 히틀러 사이의 유럽 걸작 논픽션 22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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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학의 역사학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티머시 스나이더(Timothy Snyder 1969~), 그가 '피에 젖은 땅(Bloodlands)'이라 부르는 곳에서 나치와 소비에트 러시아는 12년 동안 약 1400만 명의 사람을 살육했다. 이 책은 히틀러와 스탈린 사이의 유럽에서 일어난 잔악 행위에 대한 보고서이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어떻게, 왜 죽을 수 밖에 없었는지, 너무나 끔찍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실을 작가는 많은 자료와 연구를 토대로 낱낱이 보여준다.


이 책의 뛰어난 점은 히틀러와 스탈린의 범죄를 같이 다룸으로써 20세기 중반 유럽 대륙의 중앙에서 두 독재자가 어떻게 상호작용을 했는지 보여주고, 이 시기에 일어난 대량학살의 참모습’, 예를 들면1933년에서 1945년 사이에 살육된 1400만 명의 사람 중에 반 이상은 인위적인 굶주림으로 죽었으며, 홀로코스트의 대표적인 일례로 아우슈비츠를 떠올리지만 실제로 무시무시한 살인공장이 가동된 곳은 트레블린카, 소비부르, 베우제츠 같은 절멸수용소였다는 사실 등, 인류역사상 최악의 대량 살육 시대를 바라보는 우리의 좁은 시각을 좀 더 폭넓게 확장시켜준다.


이 책은 인간성에 대한 질문이라는 결론으로 끝난다. 끊임없이 나열되는 학살 장면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개개인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은 죽어간 이들이 단순히 역사 속에서 숫자로 기록된 희생자가 아니라, 한 명 한 명 삶이 있는 개인이라는 사실을 작가는 강조한다.  숫자를 사람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작가의 마지막 말은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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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10-18 18: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쿨캣님 리뷰 넘 잘쓰셨네요👍
정리가 잘 되어서 이 두꺼운 책을 한번 더 읽은 기분들어요! 티머시 스나이더의 결론부분 읽으면서 가슴뭉클했어요~^^*♡

coolcat329 2021-10-18 23:14   좋아요 3 | URL
사실 이 두껍고 엄청난 내용의 책을 정리할 자신이 없어 100자평으로 쓰려고 했는데 , 더 어렵더라구요 ㅋㅋ
다시 한 번 더 읽고 싶은 책이네요.

scott 2021-10-19 00:33   좋아요 3 | URL
쿨켓님 재독 강추 ^0^

coolcat329 2021-10-19 08:31   좋아요 2 | URL
스콧님~~제가 너무 기본 지식이 없어 이 책은 반드시 재독 들어가야 할듯요 😅

mini74 2021-10-18 18: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머리에 쏙쏙 들어와요. 이 책 정말 좋지요. ~~

coolcat329 2021-10-18 23:15   좋아요 4 | URL
네 읽으면서 놀라고 또 놀라고 작가의 연구와 노력에 감탄하고 계속 그랬습니다.

새파랑 2021-10-18 19: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 보관함에 들어가 있는데 아직도 두께때문에 감히 읽을 생각도 안하고 있는데 대단합니다 👍 이런 극찬이라니 다시 보관함 상단으로 올려야하나요~~!

coolcat329 2021-10-18 23:23   좋아요 3 | URL
저 하루에 한 챕터씩 읽었어요. 잘 모르는 내용이라 더욱 집중해야했지만 작가의 글이 꼼꼼해서 좋았습니다. 새파랑님은 하루에 세 챕터도 가능하실거에요~~^^

막시무스 2021-10-18 19: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감동적이네요! 숫자를 사람으로 돌려 놓아야 한다! 숫자가 아니라 스토리가 전해지지 않는 저 한사람 한사람의 삶 자체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가 아닌가 생각하게 되네요! 즐건 저녁시간되십시요!ㅎ

coolcat329 2021-10-18 23:25   좋아요 3 | URL
네~마지막 결론이 참 감동적이고 이 책의 품격, 가치를 더욱 높여주네요. 감사합니다 ~

페넬로페 2021-10-18 20:0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책 조금 읽다가 현재 읽고 있는중에 머물고 있습니다.
올해가 가기전에 읽어야하는데 쿨캣님의 리뷰로 다시 도전해야겠어요^^

coolcat329 2021-10-18 23:27   좋아요 4 | URL
저 하루에 한 챕터 씩 읽었어요~이 책 읽고 나니 수용소 문학, 전쟁 문학, 영화에 관심이 많이 가네요. 페넬로페님 재도전 화이팅!

레삭매냐 2021-10-18 21: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저자의 다른 책인 <블랙 어스>
를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어 보려고
했었는데, 번역 탓인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실패한 기억이
납니다.

요 책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기 시
작은 했는데 못 다 읽고 반납했네요.

언젠가 다시 도전해 보는 것으로.

coolcat329 2021-10-18 23:28   좋아요 2 | URL
이 저자 다른 책이 있군요. 레삭매냐님 밀덕이신걸로 알고 있는데 다시 도전 화이팅입니다!

붕붕툐툐 2021-10-18 23: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책 엄청 두껍다던데~ 쿨캣님 완독 축하드려요~ 마지막 말 멋져요~~

coolcat329 2021-10-18 23:30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마지막 결론이 작가의 지성과 노력을 더욱 빛나게 하네요~편한 밤 되세요~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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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피에 젖은 땅>을 읽고 있다. 히틀러와 스탈린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잔혹함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요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를 같이 읽었다. 


'저항 작가','반체제 작가'로 유명한 솔제니친(1918~2008)은 1918년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중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다 1941년 입대했다. 1945년 포병 대위로 복무 중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스탈린 체제를 비판한 것이 문제가 되어 8년 강제노동형과 3년의 유형을 선고받았다. 1945년부터 1956년 까지 여러 수용소를 돌며 겪은 경험은 훗날 솔제니친 문학의 주요 모티프가 되고, 1962년 첫 작품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를 발표한다. 이후 <암병동>,<수용소 군도>등 발표, 197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나 소련 정부의 방해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다. 1974년 스위스로 이주했다가 1976년 미국으로 망명, 18년간 미국에서 살다가 소련의 붕괴 이후 1994년 다시 러시아로 귀환하여 2008년 모스크바에서 사망했다. 고단한 삶이었음에도 불구하고 90세까지 사셨으니, 참으로 강한 사람이었던듯 싶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는 '여느 때처럼 아침 다섯 시가 되자, 기상을 알리는 신호 소리가 들려온다'(p.7)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는 독소전쟁 중 독일군에게 생포되었다가 탈출했다는 이유로 간첩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8년 째 수용소 생활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슈호프의 하루, 고난과 고통으로 매일매일이 똑같은 수용소의 수많은 날들 중의 어느 하루를 그린다. 


수용소의 죄수들은 톱밥으로 채운 매트, 죽지 않을 만큼만 나오는 식사, 시베리아의 추위를 견뎌내기엔 너무나 부실한 옷을 입고 영하 20~30도의 추위 속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중노동에 시달린다. 슈호프는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영양실조로 죽음의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고도 살아남았다. 또한 간수들의 횡포와 동료 죄수들의 고발은 수용소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한다. 이런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슈호프는 과거 반장이었던 쿠조민의 말을 수용소 생활의 신조로 삼고 있다.


"이봐, 이곳에서는 법칙이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밀림의 법칙이라는 거야. 그러나 이곳에도 사람들은 살고 있지. 수용소 안에서 죽어 가는 놈이 있다면, 그놈은 남의 빈 그릇을 핥는 놈들이고, 맨날 의무실에 갈 궁리나 하는 놈들, 그리고 정보부원들을 찾아다니는 놈들이야."(p.9)


슈호프는 죄수에게 가장 큰 적은 '옆의 죄수'이며 '모든 죄수들이 서로 시기하지 않고 단결할 수만 있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p.190) 생각한다. 

그는 매일같이 인간성을 시험당하는 수용소에서 이런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지는 그 누구보다 강하지만 남을 짓밟는 타락한 인간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살아남되 정직하게 살아남고자 하는 그의 신념은 스스로 인간임을 증명하는 방법이다. 비록 겉모습은 머리는 거의 다 빠지고 이빨도 반 밖에 남아있지 않은 슈호프이지만 정신만큼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다.  


8년간의 수용소 생활 동안 그는 뇌물을 줘 본 적도, 받아 본 적도 없다. '쉽게 번 돈은 오래가지 않는'다고 믿는 그는 자신이 '무슨 일이든 남보다 못하진 않는다고 자부'한다. 때로는 간수들을 속여 죽 한 그릇을 더 먹기도 하지만 동료 죄수들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지 않는다. 


슈호프는 동료 죄수가 궐련을 피는 모습을 보며 담배 한 모금이 자유보다 더 간절하지만, 자신의 자존심을 버려가면서까지 남의 입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를 거부한다. 

그는 험난한 수용소에서 자신만의 생존 노하우를 터득한다. 그것은 매 순간 무엇을 하든 그 순간에 집중하여 그 안에서 작은 즐거움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런 그의 능력은 동료와 함께 벽돌을 쌓는 작업을 하면서 최고로 발휘된다. 벽돌을 쌓는 순간 그는 오직 벽돌 쌓는 일만을 생각한다. 벽돌을 훑어보고 어디다 어떻게 놓아야 할지 재빠르게 판단하면서 나름 작전을 세워 최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작업이 끝난 후 자신의 결과물을 보며 만족해하는 그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슈호프는 지금 경비대가 군견을 데리고 수색을 하러 나온다 해도 쌓아 놓은 벽을 살펴보지 않고는 그냥 갈 수가 없는 성미다. 그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서서 쑤욱 훑어본다. 그만하면 괜찮다. 이번엔 벽을 따라서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 가며 휜 곳이 없나를 살핀다. 그의 눈 한쪽은 수준기나 진배없다. 반듯하다! 솜씨가 예전 그대로다. (p.165)

 


이런 그의 집중은 먹는 순간에도 잘 나타난다. 식사 시간은 슈호프에게 '경건한 시간'(p.219)이다. 


슈호프는 모자를 벗어 무릎 위에 얹는다. 한쪽 국그릇에 담긴 건더기를 숟가락으로 한 번 휘저어 확인한 다음, 다른 그릇에 담긴 국도 똑같이 확인한다. 웬만큼은 들어 있다. 생선도 걸려든다. (...) 우선, 한쪽 국그릇에 담긴 국물을 쭉 들이켠다. 따끈한 국물이 목을 타고 뱃속으로 들어가자, 오장육부가 요동을 치며 반긴다. 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바로 이 한순간을 위해서 죄수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이 순간만은 슈호프는 모든 불평불만을 잊어버린다. 기나긴 형기에 대해서나, 기나긴 하루의 작업에 대해서나, 이번 주 일요일을 다시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나, 아무 불평이 없는 것이다. 그래, 한번 견뎌보자. 하느님이 언젠가는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게 해 주실 테지! (p.220)


너무나 풍족한 음식에 살이 쪄서 고민인 우리는 뼈와 지느러미가 들어간 멀건 생선국을 먹으며 이런 만족을 느끼는 슈호프를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당장의 한끼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삶에서만 나오는 그 어떤 숭고한 의지를 슈호프에게서 느꼈다. 그 강인한 생명력과 지혜는 극한의 상황에 내몰린 인간에게서만 발현되는 것이며, 특히 인간으로서의 자존감과 선한 본성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슈호프는 감옥과 수용소를 전전하면서 내일이나 내년에 무엇을 할지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문제는 간수들이 다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대신 '어떻게 하면 스프 한 그릇을 더 먹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벽돌을 더 완벽하게 쌓을 수 있을까, 빵을 지금 먹어야 하나 놔뒀다 점심 때 먹어야 하나,내가 무엇을 해야 하나라도 더 벌 수 있을까' 생각한다. 


슈호프는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오늘 하루는 그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영창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사회주의 생활단지'로 작업을 나가지도 않았으며, 점심 때는 죽 한 그릇을 속여 더 먹었다. 그리고 반장이 작업량 조정을 잘해서 오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벽돌 쌓기도 했다. 줄칼 조각도 검사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체자리 대신 순번을 맡아 주고 많은 벌이를 했으며, 잎담배도 사지 않았는가. 그리고 찌뿌드드하던 몸도 이젠 씻은 듯이 다 나았다.

눈 앞이 캄캄한 그런 날이 아니었고,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p.261,262)


너무나 보잘 것 없는 것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슈호프에게 고통에서 오는 분노나 절망은 찾아볼 수 없다. 인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스탈린 체제의 전체주의에서 체제의 부속품이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어떻게든 살아내려는 슈호프, 과연 나라면 슈호프처럼 해낼 수 있을까...


<피에 젖은 땅>을 보다가 읽은 <이반 데니치, 수용소의 하루>는 순한 맛이었다.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슈호프의 모습엔 절망보다는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피에 젖은 땅>의 역사 속 수천만의 슈호프에겐 희망이 안 보였다. 

작가 솔제니친은 스탈린 전체주의가 저지른 범죄를 고발함과 동시에 그런 고통 속에서도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깊은 연민과 애정을 느끼고 자신의 문학 속에서 그것을 형상화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이 세상의 모든 억압받는 약자에게 솔제니친이 보내는 편지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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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10 16: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은 도선생님의 <죽음의 집의 기록>이 생각나네요. 저런 극한의 환경에서 산다면 희망을 가지기 쉽지 않을텐데 이 책에서는 그래도 긍정적인 내용이 있나보네요~!
역시 🇷🇺 는 어떤면에서 대단한 나라 ~!!

coolcat329 2021-10-10 17:29   좋아요 5 | URL
아!<죽음의 집의 기록>도 있죠. 읽어봐야겠어요~

scott 2021-10-10 17:50   좋아요 4 | URL
저도! 새파랑님 도끼 선생의 자전적인 경험이 담긴 <죽음의 집의 기록>을 떠올렸습니다 !

미미 2021-10-10 16: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이러니하게도 자유를 박탈당하고 선택지가 줄어든 상황에 삶의 찰나,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듯 합니다.🥲

coolcat329 2021-10-10 17:35   좋아요 5 | URL
극한 상황에 내몰린 인간의 생존법칙은 늘 놀랍고 때로는 고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식사할 때 꼭 모자를 벗고, 담배 하나도 걸으면서 피지않는 슈호프의 행동이 인상적이에요.

scott 2021-10-10 17: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쿨켓님 두권 피에 젖은 땅과 이반 데니치 수용소의 하루를 함께 읽으셨다니 ㅜ.ㅜ

이반 데니치는 피에 젖은 땅에 비하면 그나마 ,,,,

도끼 선생의 작품도 추천 하지만
엘리 위젤의 <나이트> 추천 합니다
중딩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이책, 사춘기 시절 인생의 책이 되었습니다 ^ㅅ^

coolcat329 2021-10-10 18:15   좋아요 5 | URL
네~~검색해보니 책이 많이 있네요~꼭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리야 2021-10-10 18: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참 대단하네요.. 그래서 마지막엔 슈호프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수용소를 빠져나왔을까요?

coolcat329 2021-10-11 07:28   좋아요 2 | URL
슈호프가 자기 삶을 살아내는 모습은 지금 제 자신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반성하게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막시무스 2021-10-10 20: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주인공은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해탈을 한 것일까요? 아니면 부속품으로 하루하루 돌아오는 윤회의 수레바퀴속에 무의식적 적응을 해버린 걸까요? 이게 궁금해 지네요!ㅎ 즐건 연휴되십시요!ㅎ

coolcat329 2021-10-11 07:30   좋아요 1 | URL
살고자 하는 인간생명의 원초적의지 극단적 상황에서만 터득할 수 있는 지혜? 아닐까 싶습니다.
연휴 마지막 날 좋은 하루 되세요!

붕붕툐툐 2021-10-10 21: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두 권을 같이 읽으시다니! 넘 멋지십니다~ 문학은 아무래도 희망이 더 있는 거 같아요. 현실이 더 절망적일 때가 많구요~ㅠㅠ

coolcat329 2021-10-11 07:36   좋아요 2 | URL
네~저도 동감이에요~~<피에 젖은 땅>으로 아픈 마음, <수용소의 하루>읽고 위로 받았네요.

mini74 2021-10-10 2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장말 좋아하는 책이라서 정말 반가워요. 우울하거나 힘들거나 내 자신이 배부른 돼지 ㅎㅎ같은 느낌이 들때 다시 읽는 책이 이반 데니소비치랑 초원의 집이랍니다. 글 정말 잘 읽었어요 *^^*

coolcat329 2021-10-11 07:38   좋아요 3 | URL
아 미니님이 좋아시는 책이군요! 슈호프가 자기 삶을 살아내는걸 보며 저 자신을 돌아보게됐어요. 배부른 나태돼지...
오늘 하루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느끼고 행복하시길요!😉

바람돌이 2021-10-12 00: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읽었던 책의 추억이 다시 새록새록 살아나는 리뷰입니다. ^^

coolcat329 2021-10-12 06:31   좋아요 3 | URL
예전에 읽으셨군요~~제 독후감이 옛 추억을 불러왔다니 기쁘네요~~~

레삭매냐 2021-10-16 21: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피에 젖은 땅에 비하면 순한맛이라고
하니 못 읽고 반납한 그 책을 다시
빌려야 하나요...

scott 2021-11-05 16:14   좋아요 3 | URL
순한 맛 매운 맛 반반입니다
피에 젖은 땅은 피에 젖은 땅 만큼 힘겹고
이 작품은 문학적 서술로 더더욱 감정이입이 되능 ㅠ.ㅠ

scott 2021-11-05 16: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쿨켓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담번 수용소 문학
프리모 레비 작품들 사알짝 추천 합니다 ^ㅅ^

그레이스 2021-11-05 16:38   좋아요 4 | URL
저도 축하드립니다.~~

미미 2021-11-05 16: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쿨캣님 저도 축하드려요!!^^*♥

mini74 2021-11-05 17: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 넘 재미있게 읽었던 리뷰 !!! 감축드리옵니다 *^^*

새파랑 2021-11-05 18: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러시아 수용소~!! 축하드려요 ^^

coolcat329 2021-11-05 19: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축하해주신 스콧님, 그레이스님, 미미님, 미니74님,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

초딩 2021-11-07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
경축 경축!
 
소년을 읽다
서현숙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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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네 책이야. 사회의 어른들이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이런 다정한 마음.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만 갖춘 소년원 방 사물함에 '너만의 책꽂이'를 만들어주고 싶다. 자신이 열심히 읽은 책들로 채워진 '나만의 서가'가 주는 잔잔한 기쁨을 소년에게 선물하고 싶다. (p.111)


<소년을 읽다>는 평범한 국어교사가 우연히 소년원에서 1년 간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교사도 학생도 조금씩 성장해간 기록을 담은 책이다. 

누가 한 번도 책을 읽어 준 경험이 없는 소년, 소년원을 나가도 갈 곳 없는 소년, '먹고 사는 일의 급급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17세 소년, 자신의 잘못으로 경찰서에 온 부모님을 봤을 때 너무 슬펐다는 소년, 엄마 얼굴을 딱 한 번만 보고 싶다는 소년, 에그타르트를 처음 먹어본 소년, 다음에는 '이런 곳'에 있던 시간을 지우고 싶은 소년 들에게 저자 서현숙 선생이 건네는 책들은 단순히 '책이라는 물성을 뛰어넘'는 사랑과 위로의 마음이자, 저자의 말대로 '삶의 어느 길에서 다시 발현될' 기적과도 같은 것이다. 이런 믿음은 이 책을 읽는 내 마음 속에도 전해져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저자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작가와의 만남의 자리를 함께 준비하면서 소년들에게 삶의 주변인이 아닌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과 사람과의 관계맺음이 얼마나 나의 삶을 기쁘고 의미있게 해주는지를 알게 해주고자 애쓴다. 저자는 그 과정에서 소년들이 죄를 짓고 갇혀 있는 막연한 범죄자가 아닌 각자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삶의 맥락을 지닌 존재'(p.13)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들에 대해 가졌던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를, '소년원에도 사람이 살고 있'음을 감동적으로 들려준다. 


살면서 '좋은 삶'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소년들에게 저자는 '이들이 좋은 삶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자극'될 것이고 '좋은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한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면 맛있는 음식을 맛봐야 하듯이...


전국의 소년원 10개, 그 안에 있는 청소년이 천 명 정도라고 한다. 타인을 괴롭히고 고통을 가하고 크고 작은 나쁜 짓을 저지른 아이들, 이 중에는 정말 용서가 안 되는 다시는 사회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영혼의 뿌리'까지는 썩지 않은, 사회가 신경쓰고 돌본다면 다시 푸릇푸릇한 건강한 잎을 내고 꽃을 피우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소년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사회와 어른이 노력해야 한다. 


책 속에 등장했던 소년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중학교 졸업장을 따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친구도 있겠고, 마음이 아파 여전히 신경안정제를 먹는 친구도 있을 것이며, 어디에선가 돈을 버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 나쁜 세계에 빠져 방황하는 친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기 싫다.


소년들아, 잘들 지내니? 너희들이 그토록 좋아했던 김동식 작가의 책들은 다 찾아 읽었니? 박찬일 셰프님은 혹시나 너희들에게 전화가 올까, 만약 너희들이 자신의 식당에 오면 어떻게 맞이하면 좋을까 고민하셨대...


나는 너희들이 스스로를 '환대'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어. 자신의 마음을 잘 보살피고 어루만져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책읽기의 재미를 알았으니 그 훌륭한 취미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어. 왜냐하면 나는 책을 나이 사십이 다 되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너무 후회하는 것 중의 하나거든. 책을 가까이 하면 이 삭막한 세상에 너희의 마음을 여는 일이 조금은 쉬워질거라고 믿어. 그래서 세상과 어우러져 잘 살기를 마음으로 응원할게...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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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10-03 11:3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화이팅!!
(으아니 어쩜 이렇게 깔끔한 정리에 멋진 페이퍼를 작성하시다닛! 감동~~)

coolcat329 2021-10-03 11:46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
툐툐님과 잠자냥님 리뷰 보고, 마침 아이가 읽고 있길래 읽었는데 기대 이상이었어요. 별거 아닌 부분에서 왜그리 울컥울컥 하던지요...

막시무스 2021-10-03 11: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만으로 맘 따땃해지네요! 스스로를 환대하는 사람이라는 문장이 맘에 닿아요! 즐건 휴일되십시요!ㅎ

coolcat329 2021-10-03 15:56   좋아요 2 | URL
누군가를 환대하고 또 환대를 받는 그 관계를 저자가 아이들이 체험하게 해주는데 그 안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환대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막시무스님도 즐거운 휴일되세요!

페넬로페 2021-10-03 12: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너무 따뜻하고 예쁜 글입니다.
세상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멋지게 해내는 사람도 많고 그들이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들이 쌓여갑니다.
살면서 누구나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고 위로 받을 수 있는 다른곳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coolcat329 2021-10-03 16:04   좋아요 3 | URL
네~페넬로페님 생각에 정말 동감입니다. 저자가 소년들에게 내민 책들이 별거 아닌거 같지만 분명 그 아이들은 선생님과 책 읽은 그 순간만큼은 자기 삶의 소중함을 느꼈을거라 믿어요.

새파랑 2021-10-03 14: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도 따뜻하고 쿨캣님 글도 따뜻하네요.한번 잘못을 했더라도 반성한다면 다시 살아갈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네요~!!

coolcat329 2021-10-03 16:05   좋아요 3 | URL
네~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는 따뜻한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mini74 2021-10-03 15: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좋은 삶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소년들이란 문장에 울컥하게 됩니다 ㅠㅠ
쿨켓님 간절함에 저도 보태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무탈하게 잘 자라길.

coolcat329 2021-10-03 16:06   좋아요 3 | URL
네~미니님 감사합니다.
소년들이 부디 책 열심히 읽고 잘 지내길 바랍니다.

바람돌이 2021-10-03 16: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의 알라딘 서재 방문 첫글이 이렇게 따뜻한 글이네요. 저는 이 책 읽기가 좀 두려워서 계속 미뤄두고만 있어요. 생각나는 아이들이 너무 많을거 같아서요. 소년원까지 가는 아이들은 사실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일 가능성이 제일 크죠. 저 아이들보다 더 나쁜 짓을 많이 해도 기본적으로 부모의 보호를 받는 아이들은 왠만하면 안가거든요. 사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플거 같아요.

coolcat329 2021-10-03 16:12   좋아요 4 | URL
그렇겠네요. ㅠㅠ 책 속의 한 아이는 2년만에 바깥 세상으로 나가는데 아무도 찾아오는 이가 없어요. 갈 곳도 없어 보호시설로 가는데 그 아이가 누구보다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바람돌이님~오랫만에 방문하셔서 글 남겨주시니 감사해요

미미 2021-10-03 16: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쿨캣님,저도 너무 늦게 본격적으로 책을 읽게 됐어요! 얼마전 인도 다큐를 보다가 궁지에 몰려 살인을 하게된 가장이 우는데 사연들으며 저도 같이 울게 되더라구요. 그 다큐 생각나 더 공감하며 읽었습니다.ㅠㅠ 저도 찜~♡

coolcat329 2021-10-04 06:34   좋아요 1 | URL
그러셨군요. 지금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다양하게 읽고 보고 생각하시는 미미님이죠~😉

인도에는 참 안타까운 사람, 사건들이 많을거같아요.
닭장에 갇혀 사는 줄도 모르는 인도의 국민 99.9 % 기억 나시죠? ㅠㅠ
마지막 연휴 잘 보내세요~~

han22598 2021-10-08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내용의 책이네요 ^^ 여러번 이 책 제목을 보면서 괜히 한강의 ‘소년이 온다‘ 때문인지...이런 이야기일 거라 예상하지 못했어요. 저도 이 책 읽어볼게요. 또 낯선 곳에서 유일한 친구가 책이 될 날이 다가오고 있거든요...
 
프랑켄슈타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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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아마도 누구나 읽었다고 착각하는 고전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급진 정치 사상가인 아버지와 유명한 여성주의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메리 셸리(Mary Shelley 1797~1851)는 꽤나 조숙했던 듯 싶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 밑에서 차별을 받으며 자란 그녀는 제대로 된 교육은 못 받았지만 아버지 서재에서 수많은 장서를 독파하며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17살에 아버지의 제자인 퍼시 셸리와 사랑에 빠져 프랑스로 도피, 이후 8년에 걸친 가난한 유랑 생활을 하게 된다. 


<프랑켄슈타인>은 메리가 유럽 대륙을 여행하는 중에 쓴 작품으로 1818년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생후 며칠만에 어머니를 잃은 것을 시작으로 그녀의 삶엔 참으로 많은 죽음이 있었는데, 5명의 자녀를 낳았지만 그 중 넷을 잃었고 동복언니와 남편의 전처 자살, 1822년에는 남편 퍼시마저 익사했으니, 아무리 비범한 메리 셸리였다해도 견디기 힘든 삶이었을 듯 싶다.


<프랑켄슈타인>은 북극을 탐험하는 로버트 월턴이 그의 누이에게 보낸 편지 형식으로 시작된다. 월턴은 북극으로 가는 과정에서 우연히 프랑켄슈타인을 구조하게 되고 그로부터 '불가능하다고 믿어왔을 그런 일'(p.38)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제네바 명문가의 아들로서 어린 시절부터 신비한 자연과학에 관심을 보인다. 그는 독일의 잉골슈타트 대학에 진학하여 자연철학과 화학을 공부하면서 점점 과학의 세계에 빠져든다. 특히 생명을 가진 동물의 신체 구조에 관심을 가지며 '대체 어디서 생명의 원리가 발생하는 것일까?(p.63) 라는 '하느님의 신비로운 섭리로 간주되어왔던' 영역에 손을 뻗는다.

 

그는 '초자연적인 열정'을 가지고 인간의 신체에 일어나는 모든 것을 관찰한다. 해부는 물론 보통 인간이 견디기 힘든 죽음 후 부패 과정 등을 면밀히 관찰함으로써 삶과 죽음의 변화를 탐구한다. 그리고 그런 노력 끝에 그는 마침내 '개체 발생과 생명의 원인', 즉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능력'을 갖게 된다. 

시체안치소, 도살장, 해부실에서 재료를 조달받아 그는 '인간 창조' 연구에 착수한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의 끝자락인 '11월의 어느 황량한 날' 드디어 2.5미터의 거대한 피조물이 탄생한다. 그러나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특별히 선별한 신체 부위와 장기로 만든 것은 인간이 아닌 괴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경악한다. 


아름다움이라니! 하느님, 맙소사! 그 누런 살갗은 그 아래 비치는 근육과 혈관을 제대로 가리지도 못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흑발은 출렁거렸고 이빨은 진주처럼 희었지만, 이런 화려한 외모는 허여멀건 눈구멍과 별로 색깔 차이가 없는 희번득거리는 두 눈, 쭈글쭈글한 얼굴 살갗, 그리고 일자로 다문 시커먼 입술과 대조되어 오히려 더 끔찍해 보일 뿐이었다. (p.72)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결과물의 흉칙함에 혐오와 공포를 느낀 프랑켄슈타인은 실험실을 뛰쳐 나온다. 자신이 창조한 괴물을 그대로 놔둔 채...

그는 충격으로 인해 신경성 열병을 앓게 되고 가족들이 있는 고향 제네바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그러나 아버지로부터 날아온 편지는 자신이 만든 결과에 책임지지 않은 프랑켄슈타인 비극의 시작을 알리며 불행은 끝까지 그를 놔주지 않는다. 


프랑켄슈타인은 마음의 치유를 위해 가족과 떠난 여행에서 괴물과 만나게 된다. 이때 괴물이 자신의 절절한 사연을 프랑켄슈타인에게 쏟아내는데,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2권 3장~8장)

괴물은 2.5미터의 기괴한 형상이지만 지적 능력은 어린 아이와 같다. 그는 처음 깨어났을 때의 느낌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불쌍하고 힘없고 가련한 흉물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때문에 주저앉아 흐느꼈다.' (p.137)


괴물은 정처없이 다니다 발견한 독일의 어느 마을, 오두막 옆 축사에 숨어 살면서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며 스스로 말과 글을 배우고 지식을 습득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인간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알게 되고, 인간들의 '행위에 영향을 미친 동기들'까지 파악하면서 세상을 조금씩 배워나간다. 괴물은 오두막 가족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의지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그런 사랑을 받고 싶다고 느낀다. 그러나 물에 비친 자신의 추한 외모, 사람과는 다른 본성, 친구도 재산도 없을 뿐더러 무엇보다 탄생과 창조주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음에 좌절한다.

'나는 지상의 한 점 얼룩 같은 괴물일까?' (p.160) '내 친구와 친척들은 어디에 있는가?'(p.161)

세상에 대해 알아 갈수록 슬픔은 더욱 커지고 자신이 '얼마나 비참한 추방자인지'를 깨닫게 될 뿐이다. 


사실 괴물은 추악한 외모와는 달리 순수하고 여린 마음의 소유자이다. 미덕을 사랑하고 악을 혐오하며 사악함과 덕성의 양면성을 가진 인간의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괴물은 이런 선한 마음이 자신의 추한 외모를 덮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어느 날 오두막 가족 앞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로부터 분노와 멸시, 폭행을 당하고 쫓겨난 괴물은 자신을 만든 창조자를 저주하며 악의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때묻지 않은 어린아이 같았던 괴물이 화목한 한 가족을 보며 사랑과 연민을 갈구하고 외로움을 느껴 조심스럽게 다가가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추한 외모로 인해 격렬하게 거부당하는 모습은 슬프다.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로 외롭게 살아가야하며 자신을 창조한 자에게도 거부를 당하는 운명. 이런 괴물의 마음 속에 남는 건 저주와 복수뿐이지 않을까...


프랑켄슈타인은 무에서 생명만을 만들어냈을 뿐 자신의 피조물에 책임을 지지 않았다. 사람으로 치자면 자식을 낳기만 했지 그 자식이 온전한 한 인간으로 자라도록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의 가장 큰 실수는 자신의 피조물이 감정을 지니고, 자신의 삶을 소중히 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그 누구보다 갖고 싶어하는 하나의 생명을 지닌 존재였다는 것을 간과한데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들어 그것을 방치했다. 그에겐 그 흔한 이름조차 없다. 그 결과 남은 건 비극뿐이었다.

지금은 어떤가...현대의 인간이 무책임하게 만들어내고 있는 괴물은 무엇인가...

사람마다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오겠지만, 나는 재활용 분리 수거장에 흉물스럽게 쌓여있는 플라스틱, 비닐, 스티로폼이 가끔 괴물로 보인다. 쉽게 쓰고 버리지만 수명은 500년인 플라스틱들이 프랑켄슈타인의 지적 욕망으로 인해 만들어졌지만 그 흉물스러움에 바로 버림받은 괴물과 겹쳐 보이는 건 나뿐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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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10-01 15: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다시 읽어야겠어요. 읽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왠지 다시 읽으면 전혀 새로울 거 같은 작품! ㅋ

coolcat329 2021-10-01 15:11   좋아요 3 | URL
저는 늘 지킬 박사와 프랑켄슈타인이 헷갈렸는데 이번에 확실히 알았습니다!

Falstaff 2021-10-01 15:23   좋아요 5 | URL
제 생각엔
프랑켄슈타인 >>>>>>>> 지킬 하이드
셸리에 비하면 스티븐슨은 영혼이 읎어요, 영혼이. ㅋㅋㅋ

coolcat329 2021-10-01 21:20   좋아요 2 | URL
폴스타프님 ~저 지킬박사도 있는데 내년에 읽어보겠습니다! 😊

Falstaff 2021-10-01 21:25   좋아요 2 | URL
지킬, 하이드는 뭐 안 읽으셔도.... ㅋㅋㅋ
아우, 전 짜증만 나던데요. ^^;;;

coolcat329 2021-10-01 21:42   좋아요 1 | URL
앗 그 정도인가요? 읽을 책 덜면 저는 좋습니당! 감사합니다 ㅋㅋ

scott 2021-10-01 16: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쿨켓님 말씀처럼
우리가 필요해서 쓰다 버린 모든것들이 언젠가 부메랑처럼 흉몰스러운 괴물
전염병, 기후 변화등으로 돌아 오겠죠
시선으로 분석한 프랑켄슈타인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들어서 좋습니다 ^ㅅ^

coolcat329 2021-10-01 21:08   좋아요 2 | URL
항상 더!더!더!를 외치는 인간이 괴물같기도 해요.

붕붕툐툐 2021-10-01 17: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진짜 이 책 너무 잼나게 읽었어요. 프랑켄슈타인 나빠요~~

coolcat329 2021-10-01 21:12   좋아요 3 | URL
2장 괴물의 육성으로 들려주는 절절한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고 인상깊었네요.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잘못을 너무 늦게 깨달았죠.ㅠ

새파랑 2021-10-01 17: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프랑켄슈타인 저도 몇달전에 읽었는데 프랑켄슈타인이 과물이 아니었고 박사였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던 😅

정말 괴물의 이름도 없었다는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ㅜㅜ

coolcat329 2021-10-01 21:14   좋아요 3 | URL
200년 넘게 가장 유명한 괴물 중 하난데, 이름이 없어요. ㅠ

mini74 2021-10-01 18: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은줄 착각했던 책, 아이들용이 아니더군요. 괴물에 감정이입이 돼서 슬펐어요 ㅠㅠ

coolcat329 2021-10-01 21:14   좋아요 2 | URL
2권 괴물의 절절한 이야기가 참 설득력이 있죠?

미미 2021-10-01 18: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말씀대로 왠지 많이 알려진 캐릭터라서 읽기까지 망설여졌으나 읽으니 여러모로 신선하고 놀라웠던 작품이예요.
그런 의미로 드라큐라도 재밌을것 같고요ㅎㅎ🙄😆

coolcat329 2021-10-01 21:16   좋아요 3 | URL
하하 저는 지킬박사랑 너무 헷갈려서 확실히 하려고 읽었는데 참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읽어도 좋을 이야기네요.

드라큐라! 역시 읽은 걸로 착각하는 이야기죠!ㅋㅋ

막시무스 2021-10-01 19: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어린시절 봤던 만화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고전집에 있어도 시큰둥했는데 생각보다 엄청 철학적이네요!ㅎ 저도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이름인줄 알았던 1인입니다! 즐건 저녁시간되십시요!

coolcat329 2021-10-01 21:19   좋아요 3 | URL
작품해설에 역자가 B급 영화에 나오는 관자놀이에 나사못박힌 괴물은 잊으라고 합니다. 그 고정된 이미지가 이 책의 풍부한 문학성을 가린다구요 ㅎㅎ
근데 그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자꾸 떠오르네요.

막시무스님도 즐거운 주말 되세요!

초딩 2021-10-03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ㅜㅜ 정말 괴물의 오두막 씬은 마음 아파요
최근에 영어 동화로 한 번 들어 봤는데
그것도 좋았습니다 :-)
즐거운 연휴 되세요~
 
비밀요원 대산세계문학총서 53
조셉 콘라드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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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요원 The Secret Agent>은 <암흑의 핵심>(1899),<로드 짐>(1900)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조지프 콘래드(1857~1924)의 소설이다. 모두 다 콘래드의 대표작이지만 앞의 두 소설이 그의 선원 생활의 경험이 녹아있는 작품인데 반해, 1907년에 쓰여진 이 소설은 영국에서 실제로 발생한 그리니치 천문대 폭파 미수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쓴 소설로 비밀요원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근대 사회를 향한 콘래드의 냉소적인 시각과 비판을 엿볼 수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아돌프 벌록. 그는 런던 소호에서 작고 누추한 가게를 운영하며 아내 위니와 장모, 조금 모자란 처남 스티비와 함께 살고 있다. 집안의 가장으로서 자신의 어머니와 남동생을 부양해야 했던 위니는 애정은 없지만 경제적으로 자신의 가족을 책임질 수 있는 벌록과 결혼을 한다. 위니는 남편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고, 그저 조금 모자란 남동생이 남편의 눈 밖에 나지 않을까 늘 전전긍긍한다. 돌아간 아버지로부터 '등신'취급 받으며 맞으며 자랐던 동생은 위니에게 자식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렇기에 위니와 그녀의 어머니는 벌록이 스티비에게 별 관심이 없어도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벌록은 러시아 대사관의 스파이이다. 또한 영국 경찰과도 은밀히 연결되어 있는 이중 첩자이다. 그가 운영하는 가게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이곳은 나태한 무정부주의자들이 모여서 탁상공론을 벌이는 아지트이기도 하다.  

어느 날 벌록은 러시아 대사관으로부터 호출을 받고 일등 서기관 블라디미르로부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폭탄 테러를 벌이라는 명령을 받는다. 폭탄 테러가 발생하면 그 혐의는 급진적인 무정부주의자들에게 돌아갈 것임을 파악한 러시아 대사관은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곳을 공격하여 '파괴적 잔인함'을 보여줌으로써 사회에 불안을 조장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이에 벌록은 당황하지만, 앞으로 대사관으로부터 무능력한 요원으로 낙인찍혀 월급도 못받게 될까봐 걱정, 깊은 절망에 빠진다. 

그리고 한 달 후 그리니치 공원에서 엄청난 위력의 폭파 사건이 일어난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지만 이야기는 시간 순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블라디미르의 지시를 받고 고민하는 벌록의 모습 다음으로 이어지는 4장에서 이미 그리니치 천문대 폭파 미수 사건이 일어난 후로 장면이 바뀌는데, 독자로서 폭파 사건이 어떤 과정에서 일어나게 됐는지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기 보다는 폭탄을 만든 교수(professor)가 나오고, 교수를 늘 감시하고 있는 특수범죄 수사부 히트 반장, 그의 상관인 부국장 등이 나오면서 이 사건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행동과 심리에 초점이 맞춰 이야기는 심도있게 전개된다. 


<비밀 요원>은 정치 스파이 소설이다. 그러나 숨막히는 첩보원의 활약, 음모, 국가 간의 암투 등 전형적인 스파이 소설의 스릴을 기대한다면 이 소설은 지루할 수 있다. 

우선 러시아 대사관과 영국 경찰 양쪽에 발을 걸치고 있는 이중 스파이 벌록만 보아도 그 환상이 깨진다. 스파이의 대명사 제임스 본드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보통 스파이는 잘생긴 얼굴에 키도 크며 날렵한 이미지로 그려진다. 스파이 소설 작가들은 자신의 주인공을 아주 미남은 아니더라도 어딘지 쓸쓸함이 느껴진다거나 알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독자가 좋아할 만한 인물로 만든다. 그러나 콘래드는 참 냉정하면서도 깐깐한 작가이다. 


벌록은 '침대에서 하루 종일 빈둥거린 것 같은 분위기', '살찐 돼지', '예기치 않게 천하고, 비대하고, 뻔뻔스러울 정도로 우둔하게 생긴', '대금 청구서를 갖고 찾아온 배관공', '사기적인 게으름과 무능력의 화신' 등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매력적인 스파이의 이미지와는 극단적으로 다른 인물로 묘사된다. 국제적으로 활약하는 스파이가 어렵게 입수한 비밀 문서를 건네는 것이 아닌,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차린 그렇고 그런 가게에서 남자 손님들에게 외설스러운 사진을 은밀히 건네는 뚱뚱하고 땅딸한 스파이라니...절로 헛웃음이 나온다.


이런 벌록의 집에 모이는 무정부주의자들은 또 어떤가. 작품해설에서 역자 왕은철은 이들의 모습을 '그로테스크'하다고 말한다. 모임의 전단을 만드는 일 외에 여자 꼬시는 일이 전문인 전직 의대생 오시폰, 귀부인의 후원을 받으며 현실과 동떨어진 낙관론을 주장하는 가출옥한 미케일리스, 테러리스트로 이름은 알려져 있으나 직접 행동은 하지 않는 입만 거친 선동가 늙은이 칼 윤트가 이 소설에서 희극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무정부주의자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서로를 무시, 혐오하며 생활은 게으르고, 하나같이 경제적인 도움은 여자들에게 받는데 이런 모습들은 끈끈한 형제애와 투철한 의지로 똘똘 뭉친 전형적인 혁명가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이들 무정부주의자들과 반대편에 있는 경찰도 작가 콘래드는 비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벌록이 러시아 스파이임을 알면서도 그것을 숨기고 그로부터 얻은 정보를 이용해 직장에서 승승장구해온 히트 반장, 미케일리스의 사상에 깊은 인상을 받고 그를 후원하고 있는 귀부인의 반감을 사지 않기 위해 폭탄 테러가 미케일리스와 연관이 없음을 주장, 미케일리스를 범인으로 의심하는 히트 반장과 대립하는 부국장이 그들이다. 이들에게 공직자로서 직업윤리는 없다. 다만 자신들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개인적인 욕심만 있을 뿐이고, 이런 경찰의 속성과 범죄자의 속성은 '똑같은 기계에서 나온 생산품이나 다름없다'(p.113)고 작가는 말한다. 


<비밀 요원>에서 벌록 못지 않게 중요한 인물은 아내 위니이다. 이 소설은 위에서 말했듯이 시간순으로 전개되지 않는데, 8장부터는 다시 폭파 사건 전으로 돌아가 벌록 가정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위니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음에도 몸이 불편한 어머니와 약간 모자란 남동생을 생각해 경제력이 있다고 생각한 벌록과 결혼한 여자다. 그녀는 '가슴이 풍만하고 엉덩이가 큰' 매력적인 여자로 '속을 헤아리기 힘든 무관심한 표정',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침묵이 주는 자극적인 매력' 등으로 묘사된다. 그녀는 '사물의 내면을 눈여겨보지 않는 것을 자신의 철학' 삼으며 감정의 기복이 없고, '세상일이란 너무 깊이 들여다볼 가치가 없다'(p.208)고 생각한다. 

위니는 벌록에게 아내로서 의무에 충실할 뿐 어떤 관심과 애정을 보이질 않는다. '그녀의 유일한 관심은 스티비의 행복'일 뿐이다. 그러나 벌록은 자신이 사랑 받는다고 생각한다. 

매사에 깊이 따지고 드는 성격이 아닌 과묵하지만 매력적인 여자, 위니는 이중생활을 하는 벌록에겐 최고의 위장 수단이었을 것이다

이렇듯 서로의 이해관계에 의해 맺어진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당연히 물과 기름처럼 겉돌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로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는 결국 폭탄 테러라는 예기치 않은 사건과 얽혀 엄청난 비극으로 치닫게 되는데, 작가 콘래드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거리를 지키며 시종일관 아이러니컬한 방식으로 내러티브를 전개'(p.385 작품해설)하기에 이 모든 사건이 비장하고 슬프게 다가오지 않고 희극적이며 당연한 결론으로 독자에게도 다가온다. 


역자해설에서 <비밀 요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러니가 지배하는 작품으로 '아이러니의 방앗간'이라고 설명한다. 

작가 콘래드는 작가의 말에서 "이 소재를 아이러니컬하게 다루는 길만이 내가 동정심이나 경멸감을 갖고 얘기해야 한다고 느꼈던 모든 것들을 제대로 얘기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었다"(p.371 작가의 말)고 밝힌다.


지금까지 읽은 콘래드의 세 작품에 모두 별5개를 주었지만, 재미 면에서는 <비밀 요원>이 최고였다. 무엇보다 거리를 둔 냉정한 내러티브와 서술방식이 <비밀 요원>을 좀 더 품격있는 스파이 소설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벌록이 폭탄 테러를 일으키라는 지시를 받은 후 과정이 시간 순으로 전개되지 않고 독자도 모르게 폭탄이 그 엄청난 파괴력으로 터져버린 상황은 독자로서 굉장한 흥미를 갖게 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여런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그로 인해 소설 전체에 일관되게 흐르는 아이러니는 이 소설의 최고 매력이다. 

'<비밀 요원>은 콘래드의 소설 중 가장 완벽하게 짜여진 소설'이라는 역자 왕은철의 말은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콘래드의 소설이 새로 번역되어 나오길 바란다.



영화와 미니 시리즈로 극화된 <비밀 요원> 

이 외에도 다수.


히치콕 <Sabotage>(1936)





BBC TV Series (2016)







크리스토퍼 햄튼 감독 영화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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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9-23 17: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거 읽으셨구나. 이 작품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ㅠㅠ

coolcat329 2021-09-23 21:18   좋아요 1 | URL
아흑 참 이 세상의 부조리 불합리 제대로 보여주죠 ㅠ

새파랑 2021-09-23 17: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우 최고라니 ㅋ 게다가 대산문학이네요. 영화도 많이 제작되었군요. 이책 찜~!@

coolcat329 2021-09-23 21:19   좋아요 3 | URL
저 세 작품 중 제일 잘 읽혔습니다. ㅋㅋ 일단 말로가 안 나와 좀 편했습니다. ㅎ

scott 2021-09-23 17: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콘라드 이 작품 많이 좋아합니다 .🖐^^

coolcat329 2021-09-23 21:20   좋아요 2 | URL
존 르 카레 좋아하시는 스캇님 당연히 그러셔야겠죠?!

페넬로페 2021-09-23 21: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직 조셉 콘라드 작가의 작품을 읽지 않았는데 차례로 읽어야겠어요^^
이 작품이 재미도 있고 시대에 대한 비판도 함께 들어 있어 더 의미가 클 듯 해요^^

coolcat329 2021-09-23 21:25   좋아요 2 | URL
네~콘래드 작품 중편인 <어둠의 심연> 으로 출발해 보셔요~^^

han22598 2021-09-24 06: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번역가 이름은 아는 분인데, 작가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네요. ㅋㅋㅋ 역시나 미지의 세계는 끝이 없네요..하지만 기뻐요 ^^ 이 책도 장바구니에 담아둬야겠어요 ㅎㅎ

coolcat329 2021-09-24 06:57   좋아요 1 | URL
특히 이 책은 번역가가 왕은철님이라 더 좋네요~

레삭매냐 2021-09-24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도 이 책 읽어 보려고
수배해 두었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도 모르겠네요...

비비씨 드라마가 땡기네요.

coolcat329 2021-09-24 11:59   좋아요 1 | URL
찾아보니 영화 드라마로 참 많이 만들어졌더라고요.
이 참에 책정리하셔서 찾으세요 ㅎㅎ

얄라알라 2021-09-24 2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항상, coolcat님 그리고 다른 플친님들 멋진 페이퍼 읽으며 느끼지만, 그래서 ˝직접 읽어야˝ 하나봅니다. 저는 조셉 콘라드를 읽어본 적도 없이, 그 서구중심 시선 어쩌구 하는 비판만 기억하는지라, 제대로 읽을 준비조차 안 갖추고 있었는데 coolcat님께서 하나하나 더 깊이 들어가주시니, 반성됩니다^^

coolcat329 2021-09-25 08:10   좋아요 1 | URL
북사랑님은 건강, 음식, 산 관련 책 많이 읽으시니 저야말로 북사랑님 책 보며 좋은 정보 많이 얻습니다. ^^

얄라알라 2021-09-24 2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아이러니의 ....˝ ...에 올 단어들 치고는 ‘방앗간‘은 굉장히 생소하네요^^? 방앗간은 어떤 곳인지? 뭐지? 혼자 막 상상하게 만듭니다. ^^

coolcat329 2021-09-25 08:11   좋아요 1 | URL
그쵸? ㅋ 작품해설에서 어빙 하우라는 사람이 이 책을 ‘아이러니의 방앗간‘이라고 했대요. ㅎ
저는 아이러니의 보고라고 할까 하다가 그냥 방앗간으로 했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