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도시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8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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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는 자신이 갖지 못했고 앞으로도 가질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발견함으로써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p.40)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이탈노 칼비노(Italo Calvino 1923~1985)가 1972년 발표한 작품으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도시들에 대한 '한 편의 시와 같은 소설'이다.

베네치아의 여행자 마르코 폴로가 타타르 황제 쿠빌라이 칸에게 자신이 방문했던 도시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형식으로 된 이 작품은 총 아홉 개의 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와 9부에서는 열 개의 도시 이야기, 2부~8부는 각각 다섯 개의 도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총 쉰 다섯개의 도시가 나온다.

각 부의 시작과 끝에는 황제 칸과 마르코 폴로의 대화가 나오는데, 이런 구성은 독자로 하여금 각 부에서 다루는 도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마르코 폴로가 묘사하는 55개의 도시들은 '기억', '욕망', '기호', '교환', '눈', '이름', '하늘', '섬세한', '죽은', '지속되는', '숨겨진'과 같은 단어가 들어간 11개의 소제목으로 나뉜다. 이 11개의 주제는 또 1부터 5까지 번호가 매겨져 수학적 규칙을 적용해 번갈아 가며 나오는데, 이런 구성이 대단히 흥미롭다.

내 생각에 이 책은 처음엔 책에 실린 순서대로 읽고 두 번째는 주제별로 따로 다시 한 번 읽는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 같다. 근데 이 책을 한 번만 읽고 덮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열 번을 읽어도 이해가 안가는 도시도 있기 때문이다.

 

마르코 폴로가 묘사하는 도시는 매우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라 독자는 선뜻 이해하기가 힘든데, 그러면 그럴수록 알고 싶은 마음도 커져 글로 묘사된 도시들을 머리 속으로 상상하며 문장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 가상의 도시들이 익히 내가 알고 있는 도시들과 겹쳐지면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공간, 도시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자이라의 현재를 묘사할 때는 그 속에 과거를 모두 포함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도시는 자신의 과거를 말하지 않습니다. 도시의 과거는 마치 손에 그어진 손금들처럼 거리 모퉁이에, 창살에, 계단 난간에, 피뢰침 안테나에, 깃대에 쓰여 있으며 그 자체로 긁히고 잘리고 조각나고 소용돌이치는 모든 단편들에 담겨 있습니다. ('도시와 기억3' p.18)]

 

마르코 폴로는 자이라라는 도시를 묘사하며 이 도시에 계단 수가 얼마나 많은지, 주랑의 아치들이 어떤 모양인지, 지붕이 무엇으로 덮여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도시는 이런 것들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도시 공간의 크기와 과거 사건들 사이의 관계'(p.17)로 이루어 진다고 말하며 평소 우리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그 진정한 의미가 깃들어 있다고 말한다. 즉 한 도시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면 유명한 건축물이나 높은 빌딩이 아니라 실제로 도시민의 삶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즉 '보이지 않는' 그런 후미진 곳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상인들이 판매대 위에 진열해 놓은 상품들도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다른 사물에 대한 기호로서 가치를 가집니다. 수놓은 머리띠는 우아함을, 금도금한 가마는 권력을, 이븐 루슈드의 책들은 학식을, 발찌는 관능을 뜻합니다. ('도시와 기호들1' p.22)]

 

타마라 도시에서는 사물을 사물 자체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을 통해 내가 얻게 되는 모습을 욕망한다. 도시는 인간의 이런 욕망을 부추기는 장소이며 인간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마음껏 분출하고 도시는 그 욕망을 먹고 스스로 몸을 불린다. 이탈로 칼비노는 도시의 이런 속성 때문에 우리는 '도시가 정말 어떤 모습인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혹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p.23) 알 수가 없다고 폴로의 입을 빌려 말한다.

 

 

[도시는 텅 빈 체스 판의 위아래로 이동하면서 어디서나 똑같은 자신의 삶을 되풀이합니다. 주민들은 등장하는 배우가 바뀐 똑같은 장면으로 돌아가 연기를 합니다. 그들은 다양하게 변화된 악센트로 똑같은 대사를 다시 말합니다. 똑같은 하품을 하기 위해 입 모양을 바꾸며 입을 딱 벌립니다. ('도시와 교환3' p.83)]

 

에우트로피아라는 도시의 묘사이다. 어디서나 똑같은 삶, 바로 우리 현대인의 삶이다. 특히 우리 나라는 집도 대부분이 아파트에다 그 구조도 천편일률적이다. 왜냐하면 도시는 물질적인 것 뿐만 아니라 언어, 욕망, 추억들도 교환하는 '복잡하게 뒤얽힌 관계들의 망'(p.99)이기 때문이다.

마르코 폴로는 황제 칸에게 "여행을 하면서 차이가 사라져가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각 도시는 다른 모든 도시들과 닮아가고 있습니다. 도시들은 형식, 질서, 차이들을 서로 교환합니다." (p.174)라고 말한다.

 

우리 나라의 여러 도시들을 생각해본다. 어디를 가도 비슷비슷하다. 어떤 특정 지역의 개발이 인기를 끌면 다른 도시들은 그것을 따라하기 바쁘고 금새 닮아간다. 이러다 책에 나오는 도시 '트루데'처럼 '단지 공항의 이름만 바'뀌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 도시만의 매력을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가 점점 사라지고 있으니 말이다.

 

[레오니아의 풍요로움은 매일 생산되고 판매되고 구매되는 것보다, 매일 새로운 것들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 버려지는 물건들로 측정될 수 있습니다. (...) 청소부들이 매일 쓰레기를 어디로 가져가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 버려지는 양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쓰레기 더미는 점점 더 높아지고 겹겹이 쌓치고 반경을 넓혀갑니다.(...)레오니아를 에워싼, 파괴되지 않는 쓰레기 요새가 산맥처럼 사방에서 도시를 압도합니다. ('지속되는 도시들1' p.148,149)]

 

우리는 매일 '최신형'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새로운 물건들을 보며 소비가 삶을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칼비노는 이런 풍요로움 속에서 버려지는 물건들로 인해 파괴되어 가는 도시를 위와 같이 묘사했는데, 딱 지금 우리의 모습 아닌가 싶다. 플라스틱이나 비닐과 같은 재활용도 엄청나지만 멀쩡한 물건들을 버리고 새로운 물건들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사는가...

 

칼비노는 이런 식으로 인간들의 탐욕과 욕망으로 끝도 없이 팽창하여 결국에는 파멸에 이르는 도시들을 보여주면서 독자로 하여금 지금 내가 사는 도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현대 도시가 잃어가고 있는 것들, 도시가 진정으로 가져야 할 가치들은 무엇일까?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는 완벽하게 이상적인 도시는 등장하지 않는다. 칼비노가 그리는 이상적인 도시는 '불행한 도시' 안에 있으면서 예기치 않은 순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도시로 묘사된다. 즉 칼비노가 그리는 이상적인 도시는 행복과 불행, 질서와 무질서, 선과 악이 공존하는 공간인 것이다.

마지막에 마르코 폴로는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 번째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옥을 받아들이고 그 지옥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것의 일부분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위험하고 주의를 기울이며 계속 배워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즉 지옥의 한가운데에서 지옥 속에 살지 않는 사람과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려 하고 그것을 구별해 내어 지속시키고 그것들에게 공간을 부여하는 것입니다."(p.208)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서 그것에 공간을 부여하여 지속시키는 것이 지옥을 벗어나는 방법이고 그것이 바로 이상적인 도시라고 칼비노는 말한다.

 

마르코 폴로가 들려주는 55개 도시의 이야기를 들은 쿠빌라이 칸은 마지막에 '결정적인 정복을 이뤘다 해도 거기서 얻은 제국의 다양한 보물들은 사람을 현혹하는 껍질에 불과하며, 그러한 정복은 대패로 민 체스 판 위에서 무(無)일 뿐이다.'(p.167) 라며 제국 정복의 무의미함을 깨닫는다.

 

칼비노의 작품은 처음 읽어 보았는데 독특한 구성과 말로 묘사한 55개 도시의 이야기가 매우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건축가가 도시를 설계하듯이 소설의 구조를 계획적으로 설계한 점과 도시에 대해 이런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다니!  칼비노의 예술적인 상상력에 감탄하면서 읽었다.

또한 혼자 여행갈 때 가지고 가도 참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베네치아. 왜냐하면 마르코 폴로가 묘사한 55개의 도시들은 모두 '베네치아의 무엇인가'(p.113)에서 가져 온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상상력을 이해하기 쉽진 않았지만 나 또한 나름대로 상상하면서 이 많은 알레고리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해야 하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었는데 너덜너덜해진 책이 그것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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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2-04-22 23: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좋아요!!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읽는데 저도 모르게 막 상상하면서 읽었어요. 척박하면서도 신기루 같은 느낌이라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했죠. 물론... 해석은 제 생각과는 달라서 슬펐어요. ‘반쪼가리 자작‘도, ‘존재하지 않는 기사‘도 재밌게 읽었는데 전 동화로 읽고 싶었는데 자본주의랑 연결시켜서 그것도 슬펐어요.ㅜㅜ

쿨캣님 리뷰는 멋있네요. 슬펐는데 좋아졌어요^^

coolcat329 2022-04-23 07:37   좋아요 2 | URL
요정님~이 책 읽으셨군요! 😁 이 책 어려운데 이상하게 읽을수록 빠져들고 반복해서 읽으니 어느 정도 이해도 가더라구요. 특히 주제별로 다시 읽으니 도움이 됐습니다.
요정님 이 책 좋아하신다니 반갑네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새파랑 2022-04-23 08: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뭔가 딱 봐도 어려워 보이네요 😅 그런데 왠지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ㅋ 몇번은 읽어야 하는 책이군요~~!

coolcat329 2022-04-23 09:32   좋아요 2 | URL
좀 어려운데 이상하게 빠져드는 책이에요. 시 같아서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도 좋구요~☺

페넬로페 2022-04-23 09: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지 않아도 현실속에 존재하지 않은 도시들에 대한 얘기가 너무 좋은데요.
사실 우리가 읽는 오래된 얘기들에 나오는 공간들도 저에게는 생소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곳과 비슷하거든요.
이런 가상의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네요^^

coolcat329 2022-04-23 09:47   좋아요 3 | URL
네~저도 소설 속 도시들이 대부분 생소하고 그렇습니다. ㅎ
칼비노가 묘사하는 도시들은 굉장히 환상적인데 그 모습이 현대도시와 중첩되어 보이는 점이 멋지더라구요.

레삭매냐 2022-04-23 18: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오래 전에 칼비노의 책
<왜 고전을 읽는가>를 읽으
면서 이 양반 정말 대단하다
라는 생각을 한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나서는 다시는 칼비노
의 책들과 만나지 못했네요.

쿨카트님의 칼비노 리뷰를
읽고 나니 도전해 보고 싶다
는 생각이 스물스물 드는 것
같습니다 -

coolcat329 2022-04-23 18:58   좋아요 2 | URL
앗 <왜 고전을...> 유명한 책이잖아요! 유명한 이유가 있군요.
저야 말로 또 그 책 중고를 찾아 봐야 겠습니다.
작가가 좀 천재과 같더라구요. 뭐 제 눈엔 멋지고 대단하죠. ㅎㅎ

scott 2022-04-25 1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무척 좋아합니다

보르헤스의 평면적인 서사를
칼비노가 입체적으로 변형 시킨 것 같아서
읽을 수록 머릿속 가득 도시의 생성과 소멸이 그려집니다 ^^

coolcat329 2022-04-25 11:01   좋아요 2 | URL
이 소설은 어렵지만 일단 맛을 보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책 같아요. 스콧님도 좋아하신다니 기분 좋네요~😉

페크pek0501 2022-04-27 1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었다고 착각했는데 읽지 않은 책이에요. ㅋㅋ
 
싱글 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조동섭 옮김 / 창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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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프루의 <브로크백 마운틴>을 감명 깊게 읽고, 이안 감독의 영화를 다시 보며 마지막 장면에서 울컥하다 동성애를 다룬 소설을 한 편 더 읽고 싶어졌다.

<싱글 맨>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Christopher Isherwood, 1904~1986)가 1964년 발표한 소설로 2009년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톰 포드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감각적이고 세련된 영상과 주연 배우 콜린 퍼스의 섬세한 연기로 주목을 받았다. 영화 '싱글 맨'은 톰 포드의 데뷔작으로 디자이너 출신의 감독이 만든 영화답게 의상, 소품 등의 연출이 고급스럽고 스타일리쉬하다. 무엇보다 톰포드의 안경을 쓰고 톰 포드가 디자인한 수트를 멋지게 차려 입은 콜린 퍼스의 모습은 완벽 그 자체! 


<싱글 맨>은 교통사고로 연인을 먼저 떠나 보낸 58세의 대학 교수인 조지의 하루, 1962년 크리스마스 휴가를 앞 둔 어느 하루의 이야기이다.

조지가 아침에 잠에서 깨는 장면에서 시작하는 소설은 조지의 일상적인 하루를 따라간다. 일어나서 샤워하고 아침을 먹고 학교로 출근해서 강의하고, 퇴근 후 죽은 연인의 옛 여자였던 도리스의 병문안을 갔다가 체육관에 들려 운동도 하고 수퍼마켓에 가서 장도 본다. 저녁엔 가까운 동네 친구 샬럿과 저녁을 먹고 혼자 바에 들려 술을 마시던 중 우연히 제자 케니를 만나 묘한 분위기에 휩싸이다가 함께 집으로 와 또 같이 술을 마신다. 


겉에서 보면 조지의 하루는 그저 조용하고 평온해 보인다. 그러나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으로 삶의 순간마다 찾아오는 상실의 아픔과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성소수자로서 감수해야 하는 고독감과 분노로 조지의 내면은 부서질듯 위태롭다. 

외로움을 느낄 만한 빈 공간이 없는 작은 집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연인 짐이 떠난 후 '자기도 모르는 새 점점 폭력적으로 되어'(p.19)감을 느낀다. 

그러나 조지의 그런 내면은 사회가 원하는 '심리적 가면'으로 가려져 있다. 


자신을 '퀴어'라는 한 단어로 깍아내리며 '차마 말할 수 없는 것', 언제 어디서 '훤히 드러날지 모르는 것' 취급을 하는 사람들, '이 세상에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니, 비난이 아닌 동정을 받아야 한다고'(p.26) 싸구려 동정이나 해대는 사람들에게 조지는 마음 속으로 분노한다. 

수업 중에 '소수집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조지는 자기도 모르게 흥분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소수집단을 좋아하지 않거나 미워한다고 인정하는 것이, 가짜 자유주의적 감상주의로 우리 감정을 속이는 것보다 낫습니다. 우리가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하면, 안전밸브가 생깁니다. 안전밸브가 있으면, 실제로 박해를 덜 하게 됩니다." (p.71)]


차라리 솔직하게 싫어한다고 인정하는게 낫다는 조지의 말은 그동안 그가 성소수자로 살며 세상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혐오와 경멸의 시선을 받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그러나 1962년 동성애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엄청나게 심했던 그 시기에 성소수자가 자신의 짝을 잃는다는 건 좀 더 큰 고통이 따르는 문제가 아니였을까 생각해본다. (애니 프루 소설에서 사람들이 성소수자에게 어떻게 린치를 가했는가...) 상실의 아픔을 주변 사람들과 나눌 수도 없고 떳떳하게 연인의 장례식에도 갈 수가 없다.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고 철저히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한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마음의 빈 자리를 채워줄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기란 얼마나 힘든 일이겠는가... 조지가 겪은 상실감은 보통 사람의 그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조지는 수업 중 학생들에게 계속 말한다.


["박해를 받고 있는 사람은 자기 상황을 미워합니다. 미움의 세계에 있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을 만나게 된다 해도 사랑을 알아볼 수 없어요! 사랑을 의심하게 됩니다! 사랑 뒤에 무엇이, 무슨 꿍꿍이나 계략이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p.72)]


이런 상황에서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육체는 또 다른 상실감을 안겨준다. 조지는 학교에서 테니스 경기를 하는 잘생기고 건강한 학생들을 보며 젊음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그들의 날렵한 움직임은 잔인하면서도 우아하고 유연하며 관능적이다. '격렬한 반응을 바라는 감각이 조지에게 찾아들고, 조지는 떨리는 쾌감을 느낀다.'(p.51)

'이 젊은 동물들의 아름다움에 진심으로 고마워하'(p.51)는 조지는 연인을 잃고 나날이 늙어가는 육신에 갇혀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지만, 그래도 젊고 아름다운 육체가 발산하는 삶의 에너지를 갈망하고 자기 안에도 그런 감각이 있기를 바란다. 

다 죽어가는 도리스의 병문안을 갔다가 체육관에 들른 조지는 어린 소년과 윗몸일으키기를 하며 활기를 얻고 살아있음을 느낀다.


[체육관에 있으면 어찌나 기쁜지! 이렇게 태평한 육체의 민주주의 상태로 평생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곳에는 못되게 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화를 내는 사람도, 짜증을 부리는 사람도 없다. (...) 사우나에서는 가장 나이가 어린 아이들도 천진하게 벌거벗고 육칠십대들과 나란히 앉아 서로를 허물없이 대한다. 모두 동등하게 여겨질 뿐, 지나치게 흉물스럽거나 지나치게 잘생긴 사람은 없다. 다른 곳보다 체육관에서는 모두가 더 착해질까? (p.111)]


너무나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나도 매일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는데 각자가 자신의 몸에 집중하며 운동하는 그 곳의 분위기는 뭔가 평화롭고 허물없다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운동을 하고 나면 나 자신이 리셋이 된 기분이랄까...육체가 느끼는 만족과 쾌감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중요하고 큰 힘을 발휘하는지 새삼 다시 느꼈다. 조지 아저씨, 잘 하셨어요! 이 책에서 참 기분 좋은 장면이었다. 


<싱글 맨>은 작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가 소설 속 조지와 같은 나이인 58세에 발표한 작품으로 이셔우드가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도 동성애자임을 생각하면 '조지는 이셔우드의 분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셔우드는 조지가 자신의 모습은 전혀 아니라고'(p.197) 했다고 하지만, 이 책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어느정도 실현한 유일한 책'이라고 말한 것으로 봐서 자전적인 요소가 없다고 보기는 힘들거 같다.


동성 간의 사랑 이야기라기 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혼자 남은 한 게이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처음의 내 기대와는 어긋낫지만, 특별한 사건 없이 조지의 일상과 내면을 좇아가면서 성소수자로 산다는 것, 혼자 남는다는 것,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작품이었다. 꼭 성소수자가 아니더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상실의 아픔과 외로움으로 어느 순간 우리 모두는 '삶의 수인'(p.14)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조지의 이 말을 기억하고 싶다. 


"나는 살아 있어. 살아 있어!"(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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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4-17 22: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 중의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한 세 번은 읽은 것
같습니다.

그냥 심심파적으로, 딱히 읽을
책이 없을 때(그럴 때가 없습
니다만 사실...) 그냥 손에 잡히
는 대로 읽어도 화수분 마냥
다양한 스펙트럼이 솟구쳐 나
온다고나 할까요.

독서모임 때문에 찾아본 영화
도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합니
다.

coolcat329 2022-04-17 22:53   좋아요 3 | URL
아~ 많이 좋아하시는 소설이시군요! 영화는 유명한 편인데 소설은 조금 묻힌 감이 있는거 같아요. 영화도 좋지만 저는 소설이 더 결말도 그렇고 좋은거 같아요. 독서모임 책으로도 좋구요^^

blanca 2022-04-18 1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 좋아하는 책이에요. 놀라운 건 톰 포드가 서문을 썼더라고요. 영화도 소설도 다 좋았어요.

coolcat329 2022-04-18 12:02   좋아요 1 | URL
아! 블랑카님도 이 소설 좋아하신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톰 포드가 영화로도 만들고 책 서문까지 썼다니 이 소설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 큰가봅니다.
오늘부터 거리두기 제한 풀렸는데 점심 맛있게 드시고 좋은 하루되세요!

scott 2022-04-18 1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싱글맨 영화도 명작!
별 생각 없이 봤다가
마지막 엔딩컷
수작인 영화!
콜린 퍼스 요때까지는 슈트빨이 쵝오!ㅎㅎ

coolcat329 2022-04-18 20:59   좋아요 2 | URL
콜린 퍼스의 절제된 감정연기가 좋더라구요~ 지금은 슈트발이 좀 아닌가보군요.ㅠ

mini74 2022-04-18 17: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리뷰 읽는데 넘 좋다란 생각이 들어요. 쿨캣님 글도 발췌문도 ~~~
이 책 찜 합니다 ~~

coolcat329 2022-04-18 21:32   좋아요 1 | URL
좋으셨다니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2-04-24 2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oolcat님 리뷰 읽다보니, ‘톰 포드가 영화감독도?‘ 하면서도..아 맞다. 예전에도 내가 같은 반응 어디선가 했는데.....기억력이 형편 없구나...하면서 자학 모드로 급...ㅋ

‘태평한 육체의 민주주의 상태‘ 이 표현에 담을 수 있는 정경들이 무엇이 더 있을까 머리를 굴려봅니다^^

coolcat329 2022-04-24 22:24   좋아요 2 | URL
이해합니다 ㅎ
워낙 잘 나가던 디자이너라 웬 영화감독? 할 거 같아요.ㅎㅎ
녹터널 애니멀스도 톰 포드 감독이에요~^^

얄라알라 2022-04-25 0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녹타날 애니멀스 두 주연 배우의 매력 쩔었죠...사무실 씬의 차갑고도 프로페셔널한 공간미, 기억에 남아 있는데 톰 포드가 감독이었단 말이예요?^^ 와....coolcat님 정말 영화면 영화, 책이면 책, 알찬 정보를 많이 품고 계셔서 배워가요

coolcat329 2022-04-25 07:20   좋아요 1 | URL
네 그렇답니다! ㅋㅋ 어쩌다 이것만 아는거지 사실 저도 얄라님을 포함해서 북플에서 책 영화에 대한 많은 정보 얻는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012년에 산 <총,균,쇠>를 2022년에 읽었다. 사실 당시 반 정도(14장까지) 읽다가 이유는 모르겠으나 중단하고 방치해 두었다. 지난 달에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 내친김에 이 책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에는 완독에 성공했다. 사실 완독했다는 것을 자랑할 일은 아닌게 이 책은 인류 진화의 방대한 역사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독자가 읽기에 전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700페이지가 넘는 두께가 부담스러울 뿐이다.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1937~)는 미국의 학자로 UCLA의 지리학, 생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생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땄으나, 학문에 대한 열정이 엄청났는지, 뉴기니에서 새를 연구하면서 조류학자로도 활약하였다. 더 나아가 인류학, 역사학, 언어학 등 다양한 학문을 섭렵했고 프랑스,라틴어,러시아어 등 여러 언어도 구사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학자로서 최고가 아닌가 싶다. 그는 이런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진화생물학과 인류학에 대한 많은 논문과 저서를 발표하여 전 세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는데, 유명 저서로는 <제3의 침팬지>,<섹스의 진화>,<문명의 붕괴> 등이 있다.


1997년 출간된 <총,균,쇠>는 1998년 일반 논픽션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수상했는데, 저자는 자신이 아는 모든 분야의 지식-인문,지리,역사,생물학,언어학 등-을 활용해 인류 문명의 역사와 그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문명 간의 불평등과 그 원인, 그리고 그런 인류의 역사가 어떻게 현재의 불평등한 구조를 만들었는지를 밝힌다.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뉴기니에서 새를 연구하던 시기에 얄리라는 뉴기니인의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질문에 자극을 받아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프롤로그에서 밝힌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p.18)


얄리의 이 질문은 뉴기니인과 유럽의 백인 사이의 차이를 의미했지만, 저자는 이 질문이 바로 '현대 세계에 존재하는 더 큰 규모의 현저한 불균형'(p.19)의 문제로까지 확장할 수 있는 질문이라고 판단, 여러 분야의 연구와 집필 과정을 거쳐 25년 후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고 말한다. 


오늘날 전 세계 부와 힘의 분포를 보면 평등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유럽과 동아시아에 사는 사람들과 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을 몰아내고 그 곳을 차지한 사람들이 전 세계의 부와 힘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대부분의 아프리카를 포함한 유럽의 통치를 받은 다른 민족들은 비록 지배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가난하고 여러 방면으로 뒤처져 있는 게 현실이다. 

여기서 질문이 시작된다.


"이 불평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왜 부와 힘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분포하게 되었을까?"

"왜 어떤 민족은 지배를 받고 또 어떤 민족을 지배를 할 수 있었을까?"

"왜 어떤 나라는 가난하고, 어떤 나라는 부유한가?" 등등등...


그 답은 바로 이 책의 제목인 '총,균,쇠'에 있다. '총,균,쇠'를 소유했느냐, 소유하지 못했느냐에 따라 민족의 운명이 결정되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무기, 병균, 철기를 소유한 민족이 그렇지 못했던 민족을 정복할 수 있었다는 것인데, 피사로가 잉카 제국을 참패시킬 수 있었던 것, 훗날 근대 유럽이 다른 대륙들을 정복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세 가지를 유럽인들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직접적인 요인들인 '총, 균, 쇠'를 말하고자 하는게 아니다. 무기와 병균, 철이 다른 민족을 정복하는데 직접적으로 그 위력을 떨친 건 맞지만 이 책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직접적인 요인이 왜 특정 민족에게만 나타났는지, 다시말해 '어째서 아프리카인 또는 아메리카 원주민이 아니라 유럽인들이 총기, 가장 지독한 병원균, 그리고 쇠를 갖게 되었'(p.32)는지를 역사적, 과학적 방법으로 밝히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결과가 나오게 된 원인은 인종이나 민족 간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에서 발생했다고 규정하면서, 환경적 조건이 지난 13000년간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태지리학, 생태학, 유전학, 병리학, 문화인류학, 언어학 등'을 동원해 폭넓고 깊이있는 분석을 한다. 


인류의 방대한 역사를 다뤘음에도 내가 이 책을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저자가 매 챕터마다 수시로 질문을 던짐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지금 무엇을 알기 위해 이 글을 읽고 있는지 그 목적과 방향을 분명히 알려준다는 것이다. 이 책을 끝까지 읽게 한 원동력은 바로 아래와 같은 질문들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보다 '먼저 출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p.69)


"어째서 스페인은 원주민들을 참패시킬 수 있었을까?"(p.102)


"어째서그와 같은 직접적 이점들이 신세계보다 유럽에 더 편중되었을까?"(p.112)


"식량 생산이 시작된 시기와 양상이 이처럼 지리적으로 달랐던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p.158)


"왜 수렵 채집민들은 식량 생산을 시작했을까?"(p.159)


"어째서 발명의 기술들은 각 대륙에서 다른 속도로 발전했을까?"(p.347)


"이렇게 일찍 출발했는데도 어째서 오스트레일리아가 유럽을 정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반대가 되었을까?"(p.446)


"중국인 이주민의 후손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폴리네시아인이 되었을까?" (p.501)


"중국은 어쩌다 기술의 선도자 위치를 유럽에 추월당했을까?"(p.601)


'환경적 차이'에 의해 대륙마다 다르게 전개된 인간 사회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발전을 가져다 준 것은 '식량 생산'이었다. 식량 생산이 바로 '총,균,쇠' 가 출현하기 위한 '선행 조건'이었기 때문에 각 대륙의 민족들이 언제 어떻게 식량생산을 시작했는가의 문제는 각 민족의 앞날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근데 문제는 작물화와 가축화가 가능한 야생 식물과 동물이 대륙마다 차이가 있었던 것. 작물화와 가축화가 쉬웠던 동식물이 우연히도(!) 유라시아에 가장 많이 몰려 있었고 '비옥한 초승달 지대'로 대표되는 그곳은 당연히도 식량 생산을 최초로 시작한 곳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살던 민족은 식량을 생산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착 생활을 하게 되고, 인구는 조밀해지면서 정치적으로는 중앙집권화되고 경제적으로는 복잡한 사회를 이루게 된다. 또한 잉여 식량을 저장할 수 있게 되면서 전문가 집단도 생겨나 문자와 다양한 기술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 


또한 가축으로부터 병(천연두,결핵,홍역 등)이 전염되고 인구가 밀집해 있으니 전염병이 쉽게 전파, 오랜 시간을 통해 면역력도 얻게 되는데, 저자는 '무기류, 기술, 정치 조직 등의 우월성만으로 유럽인들이 비유럽인들을 정복할 수 있었던 건 아니'(p.285)라고, 세균이라는 '사악한 선물'이 없었다면 그러한 정복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이후 약 2000만명에 달했던 아메리카 원주민의 인구가 한두 세기에 걸쳐 최대 95%가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그 주된 요인은 바로 유럽의 병원균이었다. 신대륙의 원주민들은 유럽인들이 가져온 병균에 노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저항력이 전혀 없었다.

이러한 이점을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는 갖고 있지 못했기에 1532년 피사로가 168명의 오합지졸을 이끌고 잉카 제국으로 쳐들어갔을 때 잉카 제국은 참패를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총,균,쇠>는 B.C.11000년경 각 대륙에서 함께 출발했던 인류가 어떠한 이유로 각기 다른 역사의 과정을 밟게 되었는지 지구상의 전 대륙을 종횡무진으로 누비며 저자가 학자로서 쌓아온 지식과 연구를 바탕으로 설명한다. 


나의 부족한 글솜씨와 미천한 지식으로 인해 이 훌륭한 책을 좀 더 잘 정리하지 못해 아쉽다. 

정말 시간만 많다면 한 번 더 읽고 싶다. 만약 시간이 없어서 읽기 힘드신 분들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만이라도 꼭 읽어 보시라고 하고 싶다. 사실 700페이지에 걸쳐 계속 반복되는 설명이라 요점은 앞, 뒤에 다 있다고 봐도 된다. 다만 매 챕터마다 하나 씩 격파해 나가는 그 과정이 매우 짜릿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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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14 21: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정리 잘하셨는데요 *^^* 저도 이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다큐도 아이랑 찾아서 본 기억이 납니다 *^^*

coolcat329 2022-04-14 21:41   좋아요 2 | URL
에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재밌는 내용이 많은데 다 쓰려니 힘이 빠져서 정말 러프하게! 써봤는데 영 ㅋㅋ 그렇습니다.

미미 2022-04-14 21: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는데 재밌게 읽고도 이렇게 리뷰를 써내지 못했어요ㅎㅎ 아, 우리나라에서 일본에 건너간 인류의 흔적이 있다는 부분이 놀라웠어요.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 쿨캣님 덕분에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

coolcat329 2022-04-14 21:46   좋아요 2 | URL
네네~저도 그 부분 넘 재밌었어요. 야요이 문화가 한국인이 넘어가서 세운 문화라니,..😅
근데 그 말하면 한국 일본 살살 눈치보는 다이아몬드 글도 웃기더라구요 ㅋㅋ

scott 2022-04-14 2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 불평등 그리고 전쟁,,,,

역사적으로 대 전환기를 맞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레미 다이아몬드 책들이 후반부로 갈 수록 힘이 빠지지만 인류학 지리학, 역사학, 진화생물학, 생리학, 조류학으로 인류 문명의 흥망성쇠를 흥미롭게 조망한 책인 것 같습니다.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교육 환경도 부럽 ^ㅅ^

coolcat329 2022-04-14 21:47   좋아요 3 | URL
이 분 정말 부모부터 대단하더라구요. 천재 집안인가봐요. 경제적 성공까지 정말 학자로서 최고를 찍으셨어요.

페넬로페 2022-04-14 2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은 오래전에 구비했고 첫부분 읽다가 포기했는데 어렵지 않다고 하시니 재도전 하봐야겠어요.
쿨캣님 리뷰로 정리되어 읽는데 도움 많이 될 것 같아요^^

coolcat329 2022-04-14 21:50   좋아요 3 | URL
중간까지는 정말 재밌는데 문자이야기 나오면서부터 조금 지칩니다. 이 책이 매 챕터마다 같은 말 반복이 많거든요. 근데 중간 넘어가면 또 좀 괜찮아 지다가 마지막 에필로그랑 <일본인은 어디서 왔는가> 논문이 재미납니다.
다시 도전해 보세요~

레삭매냐 2022-04-14 21: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도 유명한 책이라 사서
좀 읽다가 어느 시점에서
멈춘 것으로 기억합니다.

coolcat329 2022-04-14 21:52   좋아요 3 | URL
십년전 저도 그랬습니다. ㅋㅋ 제 생각엔 지금 읽으실 책이 산더미시니 프롤로그랑 에필로그만 다시 보셔도 좋을거 같습니다. 일본인 논문하구요~😉

새파랑 2022-04-16 05: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잠깐(?) 읽고 덮었었는데 쿨캣님 리뷰를 보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리뷰를 너무 잘 쓰신거 같아요 .저 질문들을 보니까 막 궁금해집니다 ^^

coolcat329 2022-04-16 08:00   좋아요 2 | URL
아주 간단히 요약한건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자의 질문이 나침반 역할을 해줘서 방향잃지않게 해줘서 좋았어요.
 
브로크백 마운틴 에프 모던 클래식
애니 프루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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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은 위험하고도 무심하다. 이 꼼짝도 않는 거대한 대지 위에서는 , 제아무리 사방에서 불행한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진대도, 인간사의 비극이라는 건 한없이 보잘것없어 보일 뿐이다. (p.123)

<브로크백 마운틴>은 애니 프루 (Annie proulx 1935~)가 1999년 발표한 단편집으로 총 11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제는 <Close Range: Wyoming Stories 1>으로 미국에서 열 번째로 큰 주이자 60만도 안되는 가장 적은 인구가 사는 와이오밍을 배경으로 한다. 인디언어로 '대초원'이라는 뜻의 와이오밍은 로키산맥과 중부의 대평원이 만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옐로스톤 국립공원도 있어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지만 인간이 살기에는 그 자연의 힘이 만만치 않은 곳이다.


쪽빛의 산봉우리, 끝없이 펼쳐진 잔디밭 평원, 몰락한 도시들처럼 떨어져 굴러다니는 돌덩이들, 너울너울 타오르는 하늘, 광활하고 거친 이 땅의 자연은 절로 인간의 영혼에 전율을 일으킨다. 이는 마치, 느낄 수는 있지만 귀로 들을 수 없는 깊은 저음과도 같다. 내장에 박힌 날카로운 발톱같다. (p.123)


<브로크백 마운틴>이 담고 있는 11편의 이야기는 이런 와이오밍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연과 그 거친 자연 속에서 투쟁하며 살아가야 하는 특별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책을 펼치면 어느 '은퇴한 와이오밍 목장주'가 한 말이 제사(題詞)로 나온다


보통의 현실은 이곳에 해당되지 않는다. 

Reality never been of much use out here.


처음에는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와닿지 않았는데, 다 읽고 나면 내가 사는 '보통의 현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삶이 이곳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펼쳐짐을 알 수 있다. 

11편의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가죽 벗긴 소 The Half-Skinned Steer

작가 존 업다이크가 '금세기 최고이 단편'이라고 칭송한 작품으로 지긋지긋한 자신의 삶, 근본으로부터 도망치고자 했던 한 남자가 '황량하고 냉혹한 겨울빛 속에서' 마침내 깨닫게 되는 피할 수 없는 삶의 운명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그가 또 한 번 틀렸음을, 가죽 벗긴 그 수송아지의 붉은 눈은 여태껏 그를 계속 응시해 오고 있었음을. (p.37)


-진흙탕 인생 The Mud Below

'오헨리 단편소설상' 수상작으로 일단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이야기. 가족으로 인한 유년의 상처를 지니고 있는 로데오 선수 다이아몬드 펠츠. 로데오 선수로서의 고달픈 삶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방편으로 위험한 소를 타는 한 남자의 외롭고도 목적없는 삶을 그린 작품. 


삶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그 칼날보다는 느렸지만, 더하면 더했지 덜 날카롭지는 않은 것 같았다. (p.98)


-경력 Job History

와이오밍의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나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구할 수 없었던 주인공 리랜드 리. 그는 평생을 가족을 부양하느라 13개의 직업-돼지치기, 정비공, 트럭 운전 등-을 전전하며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가족과 떨어져 지낸다. 이런 리랜드의 삶을 시간 순으로 나열, 요약해서 보여주는 짧은 소설. 


아무도 뉴스에 귀 기울일 시간은 없다. (p.112)


-블러드 베이 The Blood Bay

1880년대 유난히도 추웠던 와이오밍의 겨울, 세 명의 카우보이가 얼어죽은 카우보이 한 명을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시체는 혹독한 추위에는 맞지 않은 고급 부츠를 신고 있었고 마침 부츠가 절실히 필요했던 한 명의 카우보이는 칼로 정강이를 잘라 얼어붙은 부츠를 챙긴다. 그 후 세 명의 카우보이는 추위를 피해 어느 노인의 오두막에 머물게 되고, 거기서 한 편의 블랙 코미디가 펼쳐진다. 블러드 베이는 노인이 키우는 성질 더러운 말의 이름!


-지옥에선 모두 한 잔의 물을 구할 뿐 People In Hell Just Want A Drink Of Water

와이오밍, 래러미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두 가정, 던마이어家와 틴슬리家의 이야기. 

그러나 한 가정은 살아남고 한 가정은 무너진다. 이런 두 종류의 가정이 미국의 그 광활한 서부에 얼마나 많았을까...강한 남성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이것을 결여한 한 인간에게 가해지는 잔인한 폭력을 작가는 와이오밍의 무자비한 자연과 함께 놀랍고도 강렬하게 보여준다. 냉혹하지만 너무나 잘 쓴 소설.


사람이 만든 것은 뭐든 유한의 시간 동안만 머물렀다 사라질 뿐이다. 중요한 건 오로지 대지와 하늘이다. 매일 끝없이 되풀이되는 아침의 여명이다. 그렇게 당신은 그 이상 신이 우리에게 베풀어야 할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다. (p.124)


-세상 끝자락의 레드월 목장 The Bunchgrass Edge Of The World

와이오밍, 레드월 평원에 있는 한 목장 투헤이(Touhey)家의 이야기. 와이오밍에서 처음 목장을 시작한 레드 노인, 그의 아들 알라딘과 며느리 와우네타, 알라딘의 세 자녀, 오탈린, 셴, 타일러가 이 가족의 구성원이다. 셴과 타일러는 라스 베가스로 떠나고 '400리터들이 프로판 가스통에 육박하는 체격'(p.159)의 눈에 띄는 오탈린은 혼자 남아 목장 일을 하며 외로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모든 것이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어 무력감에 빠진 오탈린은 도청기로 다른 사람들의 전화 내용을 엿들으며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환청이 들려 주변을 살펴보니 낡아서 버려진 트랙터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게 아닌가! 그리고 그날부터 둘은 친한 친구가 되어 매일 대화를 나누고 어느 순간 그녀의 마음 속에 뭔가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삶이라는 희망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버티는 힘이다. 바로 그거다. 오래 버티고 서 있다 보면 언젠가 앉을 때가 오는 법이다. (p.194)


-어느 박차 한 쌍 Pair A Spurs

광우병과 기상 이변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와이오밍의 시그널에 실력있는 박차 장인이 들어오고 그가 만든 박차는 어느 목장주에게 삼백 달러에 팔린다. 그리고 이 박차를 소유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피할 수 없는 비극적 이야기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와이오밍의 대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음탕한 욕망 속에서 펼쳐진다. 


"이 박차에는 특별한 힘이 깃들어 있어. 반드시 누군가가 '접촉'해 올 거다."(p.210)


-외딴 해변 A Lonely Coast

'보통 사람들이라면 대게 스스로 사그라지게 둘 만한 것들도 통제 불가능한 대재앙으로 만들어 버리는'(p.256) 사람들의 막장 비극.

오랜 시간 외부와 고립된 채로 가축을 돌보며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살아서 그런 것인가?

'와이오밍 사람들은 워낙 신체 접촉을 좋아하고 다혈질에 성미가 급하며 육체적 욕구가 강하다'(p.264)고 화자는 말한다. 그래서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보다 '어두운 충동'에 쉽게 굴복하는 것일까?


이곳에서 살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곳이 얼마나 외로운 곳인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p.265)


-와이오밍의 주지사들 The Governors Of Wyoming 

목장일에 관심도 없을 뿐만 아니라 가족과 거리감을 느끼던 샤이 햄프는 대학에 진학한다. 그러나 '치명적인 폭설'로 인해 가족 모두를 잃은 그는 아버지의 예언대로 목장을 지키기 위해 다시 와이오밍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는 소사육을 반대하는 미스터리한 환경운동가를 좇아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려고 하지만 이는 그저 자신의 '마음속 회계장부에 쌓인 악을 상쇄하는 역할'(p.330)일 뿐이고, 자신도 통제하기 힘든 '흥분과 역겨움'이 교차하는 욕망앞에서 목적 없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샤이에겐 이 모든 일이 쉽지 않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외부의 힘에 의해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하는 한 남자의 비극적인 이야기. 


이곳은 외부 착취자들과 공화당 지지자들인 목장주들, 그밖에 자연 풍경으로 뒤죽박죽된 25만 평방킬로미터의 개판이었다.(p.289)


-다음 주유소까지 앞으로 90km  55Miles To The Gas Pump

목장지기 남편이 죽은 후 남편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접근이 금지되었던 다락방을 '허기진 욕망'(p.344)을 주체할 수 없는 아내가 뜯어낸다. 아내가 발견한 것은 그동안 신문에 나왔던 실종된 여성의 시체들...

단 두 페이지의 아주 짧은 이야기, 그러나 소름돋는 마지막 문장!


너무 외딴 곳에 떨어져 살면, 각자 알아서 재밋거리를 찾아야 하는 법이다. (p.344)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

2005년 이안 감독이 영화로 만든 동명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원작소설이다. 설명이 필요없는 너무나 유명한 작품. 당시 영화를 봤었는데 그때만 해도 동성애에 대해 너무 무지했었기 때문에 영화가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놀란 마음이 와이오밍의 아름다운 자연과 이제는 볼 수 없는 히스 레저의 명연기와 지금 아주 많이 좋아하는 배우인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를 감상할 마음의 여유를 앗아가지 않았나 싶다. 

북플의 어느 분은 이 작품을 읽고 펑펑 울었다고 해서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었는데 다행히(?) 울지는 않았지만, 셔츠가 포개져 있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대자연은 남자끼리 서로 성적으로 끌리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나오는 말인데 이 책을 읽으며 이 말이 떠올랐다. 잭과 에니스가 만약 도시의 공장에서 만났다면 이런 끌림이 있었을까? 서로를 향해 유일하게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 브로크백 마운틴은 잭과 에니스에게 치유와 쾌락의 장소이자 안식처였을 것이다. 

이제야 애절한 사랑 이야기로 나에게 다가온 브로크백 마운틴. 


11편 이야기 모두 와이오밍이라는 '특이하고도 특별한 장소'에서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작가 애니 프루는 무자비한 자연이 지배하는 와이오밍에서 '자기 몸은 자기가 알아서 돌보는 것'(p.197)이라는 성문화 되지 않은 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강렬하면서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내가 만약 이 책의 저자를 몰랐다면 당연히 남자가 쓴 소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여자가 남성의 세계를 이렇게 잘 안다니 놀라웠다. 남성 작가 중에 여성의 세계를 이 정도로 묘사할 수 있는 작가는 누가 있을까? 아마도 프루스트? (안 읽어봐서 모르지만 버지니아 울프가 이 분이 여성성이 강하다고 한 말이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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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4-12 19: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브로크백 마운틴이 영화로 만들어져 저는 여지껏 이 소설이 장편소설인줄 알았어요.
여성이 쓴 작품이라 더 궁금해요^^

coolcat329 2022-04-12 20:51   좋아요 3 | URL
작가가 코네티컷 출신인데 어떻게 미국에서 가장 사람이 적게 사는 주로 가서 거기 이야기를 썼는지 참 놀랍더라구요. 씩씩하고 강한 여성인거 같아요. 페넬로페님도 파워 오브 도그 좋아하셨으니 이 소설도 추천합니다 ~

미미 2022-04-12 20: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 읽다가 저도 프루스트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프루스트라고 하셔서 반가웠어요🖐 ㅎㅎㅎ 미국하면 도시보다는 이런 곳을 여행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쿨캣님 리뷰 읽고보니 만만치 않은 곳이네요. 부츠 이야기도 그렇고 다락방의 시체들도 충격입니다. 저도 빠른 시일 내 읽어보고 싶네요^^*

coolcat329 2022-04-12 20:56   좋아요 2 | URL
앗 저도 반가워요~~ㅋ
저는 와이오밍은 못가봤지만 그 아래 접해있는 콜로라도는 가봤어요. 비도 거의 안오고 건조해서 코피터지고 바위, 굴러다니는 무슨 덤불들 등 젊은 사람이 살 곳은 못되더라구요.단 하나 좋은건 어딜봐도 엽서 그림같은 배경의 로키산맥이에요😁
그래도 그곳은 나름 도시였는데도 무료한데 와이오밍은 진짜 너무너무 고립감느낄거 같아요.
미미님도 좋아하실거 같아요.

mini74 2022-04-12 2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평이 다 좋네요 ㅎㅎ 저도 막연히 장편일거라 생각했는데 ㅠㅠ 넘 궁금합니다.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

coolcat329 2022-04-12 20:58   좋아요 2 | URL
파워 오브 도그 좋아하신 미니님도 좋아하실거 같아요.
와이오밍 여행간 기분이 들 정도로 아주 잘 쓴 소설이에요.

그레이스 2022-04-12 21: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흐르는 강물처럼의 배경도 아마 이 부근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뭏든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잘 그린 작품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좋았어요.

coolcat329 2022-04-12 21:57   좋아요 3 | URL
아 흐르는 강물처럼도 이 곳이군요. 그토록 아름다운 자연이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모습은 늘 슬픈 현실입니다. 좋은 밤 되세요~

잠자냥 2022-04-12 2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든 단편이 정말 다 훌륭하죠. 시간이 지날수록 레드월 목장의 오탈린의 그 절절한 외로움이 기억에 남습니다.

coolcat329 2022-04-13 07:04   좋아요 1 | URL
네~오탈린! 이 책에 나오는 몇 안되는 여자 인물 중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외로움은 우리가 느끼는 외로움과는 차원이 다른 ㅠㅠ
저도 모든 이야기가 다 좋았습니다~

2022-04-12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2-04-13 07:08   좋아요 1 | URL
아 브로크백이 워낙 유명하니 장편으로 생각하실 법 해요. 시핑 뉴스 저 읽다가 중단했는데 당시 저에게 문제가 있던거 같습니다. ㅋ
 
작별하지 않는다 (눈꽃 에디션)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작별하지 않는다>는 <채식주의자>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한 강 작가의 책으로 작년 2021년에 출간되었다. 5월 광주를 소재로 한 <소년이 온다>에 이어 또 하나의 가슴 아픈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 4.3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제주 4.3 사건'이 일어난지 74년째 되는 날이다. 오늘 윤석열 당선인이 보수 정당 출신 당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제주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부디 '무고한 희생자의 넋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겠다'고 한 자신의 말을 꼭 지켜,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보상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라는 문장으로, 소설가 경하의 꿈 속 장면에서 시작한다. 산으로 이어져 있는 벌판에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들이 심겨'있고 그곳에 경하가 서 있다. '이 나무들이 다 묘비인가'(p.9) 생각하며 나무들과 봉분들 사이를 걷고 있는데, 어느 순간 발등까지 물이 차오른다. 경하는 물에 잠기는 무덤들을 바라보며 뼈들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꿈에서 깬다. 


한강 작가는 첫 두 페이지에 걸쳐 있는 이 꿈 이야기를 2014년 6월에 썼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힌다. 소설 속에서 소설가 경하는 이 꿈을 2014년 어떤 도시의 학살을 다룬 소설을 발표하고 꿨다고 하는데, 그 시기는 한강 작가가 2014년 5월 <소년이 온다>를 발표한 시기와 거의 일치, 아마도 작가가 실제로 꾼 꿈이 아닌가 싶었는데 실제로 작가가 이런 꿈을 꿨다고 한다. 일단 꿈 이야기를 써놓고 2018년에 가서야 그 다음을 이어 쓰기 시작해 2021년 발표했으니 세상에 나오기까지 꽤 오래 걸린 작품이다.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던 12월의 어느 날 경하는 인선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는다. 제주도에 혼자 사는 인선이 목공일을 하다가 손가락 두 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해 서울의 병원에서 봉합 수술을 받은 것이다. 병원으로 와 달라는 인선의 부탁에 경하는 급히 병원으로 찾아가는데 인선은 뜻밖의 부탁을 한다. 제주 집에 홀로 남겨진 앵무새를 돌봐 달라는 것.


경하는 당장 제주집으로 가달라는 인선의 부탁이 당황스러웠지만, 그 부탁이 너무나 간절하고 완강해 바로 제주로 향한다. 그러나 제주는 대설주의보와 강풍경보가 발효된 상태로 경하는 우여곡절 끝에 폭설을 뚫고 인선의 집에 도착한다. 그리고 경하는 폭설로 고립된 인선의 집에서 70여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그에 얽힌 인선의 비극적인 가족사와 만나게 된다. 

19살에 온 가족을 다 잃고 붙잡혀 15년 형을 살고 나와 고문 후유증으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간 인선의 아버지, 역시 학살로 부모와 동생을 잃고 생사불명의 오빠를 찾는 일에 남은 생을 바친 어머니 정심의 삶이 내리는 눈처럼 경하의 마음에 쌓여 서서히 스며든다.


작가는 이 소설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p.329 작가의 말)고 말한다. 고통으로 가득한 이 소설이 '지극한 사랑'으로 연결되는 건 왜일까? 경하에서 인선을 거쳐 인선의 어머니 정심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서로의 고통을 나누고 서로에게 가닿고 싶은 마음, 즉 '지극한 사랑'의 마음이기 때문이 아닐까? 누군가에게 가닿고 싶은 간절한 마음은 끊임없이 내리는 눈을 배경으로 초현실적으로 묘사된다. 그것을 묘사하는 작가의 문장은 한없이 시적이고 몽환적이다.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p.311)


한국 소설을 읽을 때는 편한 마음이 되는데, 이 소설은 쉽게 책장이 넘어가질 않았다. 시적인 문장과 책 전체에 걸쳐 계속 되풀이되는 눈에 대한 묘사, 특히 제주 방언을 그대로 실은 점 등이 이 책을 천천히 읽게 만들었다. 학살 장면을 증언하는 제주 방언을 읽을 때는 일일이 사전을 찾아가며 읽느라 더 속도가 느려졌는데, 빨리 읽어 넘길 내용이 아닌지라 오히려 작가가 이 점을 노린게 아닌가 싶었다. 

조금은 지루하고 난해한, 많이 무거웠던 소설. 그러나 작별할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


4.3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다시 한번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과 유가족 보상을 위해 다음 정부가 오늘 추념식에서 한 약속을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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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4-03 23: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4.3을 소재로 한 소설인데 직접적으로 서술하지 않는가봐요. 이 책 읽기가 힘든것이 서술 장면이 섬뜩해서 그런가했는데 제주방언도 그 이유가 있군요.
때에 잘 맞춘 독서를 하셨네요^^

coolcat329 2022-04-04 06:17   좋아요 5 | URL
처음부터 술술 잘 읽히지 않아 좀 당황했어요. 어느 순간 보니 눈 내리는 속도로 읽고 있더라구요 ㅎㅎ
그 시대를 직접 다루지 않고 삶과 죽음, 현실과 꿈의 모호한 경계에서 인선이 경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소설이 전개됩니다.
5월엔 <소년이 온다>를 읽어볼까 합니다.

새파랑 2022-04-04 1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신없이 지나갔는데 어제가 4.3. 이군요 ㅜㅜ 그래도 쿨캣님 시기에 마 춰서 잘 읽으신거 같아요. 저도 이 책 읽어가면서 마음이 좀 무겁더라구요. 저도 5월에는 <소년이 온다> 를 읽어봐야 겠습니다 ^^

coolcat329 2022-04-04 12:43   좋아요 2 | URL
시간이 정말 빨라요 ㅠ
5월에 소년이 온다 같이 읽으면 좋겠어요~^^

scott 2022-04-04 15: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영미권에 번역 되어 주요 문학상 수상했으면 좋겠습니다

제주 방언에 이런 의미가 ㅜ.ㅜ

coolcat329 2022-04-04 17:48   좋아요 2 | URL
이 책 번역이 까다로울거 같습니다. 저는 모국어인데도 번역한 글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시적인 문장에 약하네요😶

mini74 2022-04-04 18: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마저 늦었죠. ㅠㅠ 전 현기영작가님 책으로 처음 접했고 너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ㅠㅠ 어떻게 저런일이? 거기다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데 대한 분노 ㅠㅠㅠ 늦었지만 그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한강작가님께도 감사한 맘이 들어오. 이런 소재의 책 쓰시기 힘드실텐데 ㅠㅠ 쿨캣님 좋은 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

coolcat329 2022-04-04 19:07   좋아요 1 | URL
아 현기영 작가 몰라서 찾아보니 순이 삼촌이라는 단편으로 고생을 한 분이 있군요. ㅠㅠ
도서관에서 빌려 봐야겠어요.
참 기막힌 비극입니다.
빨갱이 절멸이라는 목표로 아기까지 죽였으니 그 한 많은 넋들이 제주 하늘에 가득일거에요.
책소개 감사합니다.

물감 2022-04-10 23: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채식주의자 하나만 읽었는데요, 영 안맞아서 안찾게 되는 작가에요. 쿨캣님의 도나 타트 인상이랑 쌤쌤이로군요...ㅎㅎㅎ

coolcat329 2022-04-11 08:48   좋아요 2 | URL
한 강 작가 책은 은유가 많다고 해야할까요... 모호한 점이 많아서 좀 생각이 많아지더라구요. 막 찾게 되는 작가는 아닌데 4월이라 읽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