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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대신 마음을 여는 공감 글쓰기
이강룡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생각 하나,
세상에 글 잘쓰는 방법이라는 게 있을까?
그렇다면 글 잘쓰는 방법을 교육받은 사람들의 글쓰는 스타일은 다 똑같아져서,
문체나 스타일 따위는 없는 똑같은 글 쓰기를 구사하게 되지는 않을까?
글읽기에 대한 부담감은 독자도 모르는 사이에 차곡차곡 쌓입니다.누구나 독서 한계 능력이라는 게 있습니다.저마다 한계점에 이르는 속도는 다르지만 누구든 100에 근접하면 책을 덮습니다.100에 도달하면 책을 던져버립니다.저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독자가 아예 80근처까지에도 도달하지 않도록 섬세하게 배려하는 겁니다.부단한 노고가 필요합니다.(192쪽)
내가 이 책이 별로였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글읽기가 부담스러워 100에 근접하면 책을 던져 버린다지만,
반대로 너무 쉬워서 설렁설렁 넘겨 버려도 한쪽에 처박히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
내겐 이 책이 그랬다.
좋고 그럴듯한 내용의 총집합이다보니 범례의 홍수 속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가볍고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난 막 글쓰기 공부를 다시 시작한 사람답게,
많은 글쓰기 방법론에 관한 책들을 읽어주었고,
곁다리로 가지 치는 참고서적들을 어려워 하면서도 꾸역꾸역 읽었던 터라,
이렇게 경쾌하고 쉽게 얘기될 수 있다는 게 약간 억울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대상에 따라 ( )과 ( )을 갖추어서 쓰는 글이다.
( )에 들어갈 말은 예절과 격식이란다.
중2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심훈의 편지글을 가지고 만든 문제라는데,
우리 아들은 전혀 알아먹지를 못해 자다가 봉창 두드리고 남의 허벅지를 북북 긁고 있길래...
이 책이 생각나서 건넸다.
서준식의 <옥중서한>을 일례로 설명해 놓은걸 보면,어머니에게 보내는 글과 누이에게 보내는 글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아들을 백퍼센트 이해시키는데는 성공했으나,(그것도 시험 기간에) 이 책을 집어들고 낄낄거리면서 내려놓지를 못한다.
아들은 그동안 읽었던 어떤 책보다 재밌다며,교과서도 이런 식이었으면 좋겠단다.
아들과 나의...일례와 대비를 통해서,이 책의 문제점을 집었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보았다.
애시당초,글 잘쓰는 방법에 관한 책 따위는 없다.
하지만,글쓰기가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 지의 방향은 있다.
다시말해,목표를 이미 설정한 나에게는 그렇고 그랬던 책이,
아들에겐 꿈꾸고 지향해야 할 가치가 된 것이다.
이쯤되면,눈높이란 자기가 처한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응시의 다른 말이 아닐까?
다시말해 글 잘쓰는 비법이란,
인생을 얼마나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나 하는 인생론과 동의어가 아닐까?
후회하고 금세 잊는자는 늘 새로운 글만 읽고 새롭게만 쓰려 하지 지나버린 것을 돌아보거나 곱씹으려 하지 않습니다.새 댓글이 안 달리면 칭얼대고,잿글 달리면 땡스 리플 달아주느라 인생을 허비합니다.(78쪽)
글쓰기라는 호수의 고고한 백조가 되려면 먼저 대중적 호감도와 무관하게 자기 길을 가고자 하는 각오를 지녀야 합니다.자신만의 독자를 잘 꾸리고 그들만 성심껏돌본다는 태도를 지녀야 합니다.미운 오리새끼 시절을 견뎌내야 해요.독자를 무시하라는 게 아니라 자기 스타일대로 쓴 글을 고급 독자들 앞에 선보일 앞날을 기약하라는 겁니다.더 멀리 뛰기 위해 잠시 웅크리는 겁니다.(87쪽)
개념재규정의 목적-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노력하는행위.
A는 B가 아니라 C다.
B에는 상식적인 규정이 들어가고,C에 새로운 규정이 들어갑니다.
비교 대상은 반드시 공통점을 갖고 있거나 비슷한 규모를 띠고 있어야 합니다.
흙이 마를때 주시오!
이 책에서 내내 강조하는 것이 바로 '독자의 눈높이'이고,
이건 다른 이름으로 '공감'즉,분위기 파악,눈치,감 잠는 것은 다 동의어입니다.같은 뜻을 지닌 다른 말에 직관이란 것도 있습니다.(79쪽)
책을 통틀어 내게 큰 깨달음을 준 부분은 다음이다.
가수 타블로가 말했어요.사람들은 성공을 해야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정말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고.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당신이 어떤 상황에 있든 이미 가능한 일이라고요.글쓰기 연습 시간을 따로 빼고자 하면 안 됩니다.그건 글감 찾는 시간을 따로 빼는 것만큼이나 어색한 일이예요.이미 있는 시간을 글쓰기 시간을 겹쳐서 활용해야 합니다.(168쪽)
(마지막 문장 조사 사용이 이상하다.)
그때 그때 달라요~
리뷰를 쓰면서 어려운 건,평점을 매겨야 하는 거였다.
저자가 얼마나 많은 세월 공들이고 노력해 왔을지를 알겠기에,
내가 전문가도 아닌데 별이 몇개 이래가며 평점을 매겨야 하는게 좀 그랬었다.
그래서 별이 세개 미만인 경우에는 리뷰를 안 올리고 구렁이 담넘듯 지나가 버렸었다.
하지만,이제는 리뷰를 쓰며 매기는 평점에 좀 자유로울 수 있겠다.
내가 매기는 평점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신중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연연할 필요는 없다.
인터넷 시대의 글쓰기를 겨냥해서 이 책이 나온 듯 한데,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의 개념정리서로 더 적합할 것 같다.
그리하여 이 책의 평점은,
나 셋(맞춤법이나 문장부호가 잘못 쓰인 곳이 몇군데 있었고,내용 상의 오류도 있었다.)
우리 아들 별 다섯 꽉꽉 눌러...더하고 나눠 별 넷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