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빈리 일기
 박용하 지음 / 사문난적 /

 2010년 4월

 

이 책은 별다른 생각없이 집어들었는데, 생각 외로 너무 좋았다.

나는 이런 식의 글을 엿보는걸 좋아한다.

박용하 시인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10년 견디다, 경기도의 한 시골로 이주해서 원주민과 외지인이 기름과 물처럼 섞여있는 곳에서 7년 6개월을 견뎠다. 말이 시골이지 인심이 고약했던 곳이었단다.

그리고 2008년 가을, 오빈리로 옮긴 후의 1년여의 삶을 일기 쓰듯 기록하고 있다.

'흙을 만지며 사는 삶은, 글 쓰는 삶과는 다른 희열을 내게 주었다'라는 '자서'로 시작한다.

처음 별다른 생각없이 책을 설렁설렁 넘기던 나는 이내 자세를 고쳐앉았다.

2009년 1월 2일 금요일의 일기는 이렇다.

바늘이 혈관 속을 돌아다니는 느낌. 총알이 몸을 뚫고 뒤로 나가는 느낌. 허공을 딛고 있는 느낌. 도끼날이 얼굴을 향해 달려오는 느낌. 물이 폐로 들어가는 느낌. 피할 수 없는 느낌. 한 느낌이 사라지면 재차 돋아나는 느낌. 병든 느낌. 병들 느낌. 죽은 느낌. 죽을 느낌ㆍㆍㆍ이 숱한 느낌들. 느낌의 천방지축. 느낌의 백팔번뇌. 왜 나는 이 느낌들을 반팔 티 벗듯 벗어던지지 못하는가. 대체 내 속에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대체 내게 무슨 장애가 있는 걸까. 대체 내 뇌에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오늘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두려움과 공포, 우울과 무기력, 울분과 분노가 명멸했는가.(39쪽)

그의 일기는 어찌보면 아내와의 불화, 경제적 궁핍등이 언뜻 두드러져 보이는 듯도 싶지만,

실상은 시대와의 불화이고,사회를 향한 냉소이다.

아니 어쩜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화를, 술을 들이부어 잠재우려 망각하려 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산수유꽃이 피었다. 잠깐 멈춰서서 눈길 줬다.(77쪽)

민들레가 피었다. 수양버들도 연두색을 내밀고 있다. 철쭉과 목련도 꽃봉오리를 부풀리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하루가 다르다.(79쪽)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사람이,

세상의 불의나 보고 순응할 수 없어 눈 감아버리려니,

그마저 비겁하게 여겨져서 힘들었을 것이다.

 

새들이 급하게 날았다. 아직도 나는 내가 너무 센 사람. 나는 많이 죽어야 하는 사람이다. 내가 죽어야 내가 산다.(72쪽)

같은 문장들을 봐도 그렇다.

계간시지 '시로 여는 세상'에 이홍섭 시인이 골라놓았다는 시 두편('신달자'의 '씀씀이', '조기조'의 '나의 성장사')을 인용해 놓았는데 다 좋았다.

그러면서 '이홍섭 시인의 계간시평은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 있는 시평이었다'라고 하는데,

박용하 시인 만의 마음이 아니고, 시평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도, 철학도 문학평론도 알아먹을 수 있게 해야 적어도 읽어보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 아닌가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임의진과 김두수를 언급한 것도,

그가 보려고 사들이는 책들도 그 무렵을 추억할 수 있게 해서 좋았다.

매번 술마시고 무기력해하고 좌절해 버리는 그가 안쓰러웠지만,

그건 그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조금씩 그에게 빚지고 있다.

그는 무심한듯,

'세상이란 곳은 역겨움으로 치면 끝이 없고 그 아름다움으로 쳐도 끝이 없다'(110쪽)

라고 그가 자조하듯 말이다.

읽다 말고 좋아서,

너무 좋아서 그의 다른 책들을 찾아 보았다.

 시인일기
 박용하 지음 / 체온365 /

 2015년 9월

 길이 우리를 데려다 주지는 않는다
 박용하.박용재 지음 / 문학세계사 /

 2016년 6월

 

 

실은 며칠전 이런 질문을 받고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할지 살짝 고민을 했었다. 

요즘 제가 특별한 일은 없는데, 하고 싶은 일들이 하나둘 줄어들면서 사소한 것에도 예민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요.

 

사실 섬세하고 예민한 것은 그(또는 그녀)의 잘못이 아니다.

남들과 다른 촉수를 지녔을 뿐이다.

섬세하고 예민하게 살 수밖에 없도록 한 이 그지같은 세상,

맨 정신으로 살긴 너무나 폭폭하니까 박용하 시인처럼 술을 배워 보세요...라고 하려다가,

술이 필요한 사람은 내가 아닐까 싶어 '푸훗~'하고 속으로 웃었다.

 

박용하 시인의 '오빈리 일기'를 읽으면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나도 나이를 먹으면서 하고 싶은 일들이 하나씩 줄어드는데,

그래도 괜찮다는 느낌이 드니까 말이다.

 

꼭 무엇인가를 해야된다는 생각,

무엇인가를 꼭 잘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 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느낌이 들때는 그냥 느낌적으로만 느끼는 그런 것 보다는, ㅋ~.

작고 사소한 것부터라도 프로그레스 노트 또는 성취노트를 쓰면서 돌아보고 계획을 세우는건 어떨까 싶다.

나같이 만사가 구찮다, 하는 타입이라면 '오빈리 일기'를 살짝 흉내내봐도 좋을 것 같고 말이다, ㅋ~.

 

이렇게 거창한 대답을 준비하고 있는데, 알라딘 알림이 맞춤하게 이런 책을 소개한다.

 

 

 하기 싫은 일을 하는 힘
 홍주현 지음 / 사우 /

 2017년 1월

 



그리고 박용하 시인이 '오빈리일기'를 통하여 언급한 그 많고 많은 음악중 오늘 나의 선택은 '해리 벨라폰테'이다.

아흑,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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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7-01-20 20:07   좋아요 1 | URL
역겨움과 아름다움이 한 끝 차이로 공존하는 게 삶, 맞제요?
더도 덜도 없이 균질한 두 세계의 주인공이 다름아닌 스스로임을 자각할 때 느끼는 고통과 부끄러움들.
읽고 써도 해소되지 않는 근원적 의문 앞에서 매일 열두 번씩 무너졌다 일어서기를 반복합니다.
담박하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ㅠ

섬세하고 예민하게 쓰실 것 같은 박용하 시인의 내면이 궁금해지네요.
더불어 양철님의 세계까지...

양철나무꾼 2017-01-23 09:43   좋아요 1 | URL
시같고 또 잠언 같은 댓글에 어떤 덧글도 사족이 될 것 같아 한참 물려두었습니다.
전 요즘 담박함은 둘째고,
버리고 비우고 소박해지려 하는데, 그게 참 어렵네요~--;
사사롭고 작은 것 하나에 욕심 부리게 되는데, 사는데 필요한건 그리 많지 않더란 말이죠.

박용하 시인은 저도 관심 갖는 중이구요.
저는 내면이랄게 없는 ‘단.무.지‘과라고나 할까요~, 헤에~^^


AgalmA 2017-01-21 01:54   좋아요 1 | URL
작년부터 박용하 시인 최근작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리 소개를 받네요^^ 믿고 읽을만한 작가b

양철나무꾼 2017-01-23 09:47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저는 임의진 님 책들이랑 같이 있어서 뭉뚱그려 지나갔었어요.
어쩌다 보게 됐는데, 참 좋네요~^^

2017-01-21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3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7-01-23 14:03   좋아요 1 | URL
오늘은 정말 춥네요. 지난주의 추위가 왔을 때, 올 추위는 이걸로 끝이다, 다들 그렇게 말하면서 그러고 싶었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더 추워요. 아침에 출근길 많이 추우셨을거예요.
2시인데, 점심 맛있게 드셨어요? 오후도 좋은 시간 보내세요.
양철나무꾼님, 좋은하루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01-24 18:40   좋아요 2 | URL
정말 춥네요.
네이버 날씨를 보니 영하1도라고 나오는데,
건물 바깥쪽으로 얇은 벽에 쌓인 수도 배관이 얼었어요.
마음 만은 얼지 않도록 완전무장 하자구요~^^

북프리쿠키 2017-01-31 15:53   좋아요 1 | URL
˝내가 죽어야 내가 산다˝라는 말에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습니다.

내 안에는 죽어야 할 ˝나˝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옹졸한 자존심때문에 그걸 버리지 못하는 것 같은데
한 순간 털어내면 역겨움이 아름다움으로 변할텐데요.
삶이란 내가 죽어야 되는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양철나무꾼 2017-02-01 17:29   좋아요 1 | URL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 ...하는 가시나무도 생각나고,
부처를 만니면 부처를 죽여라,던 선사의 가르침도 생각나는 댓글입니다.

님의 푸시업을 생각의 씨앗을 삼아 싹 틔워봐야 겠습니다, 꾸벅~(__)
 

사람들의 오감 중 후각이 가장 예민하고 영민하다고 하지만,

그래서 심지어 자신과 취향이 같은지, 아닌지, 를 냄새로 판단하고 싶어진다고 하지만,

난 그 의견에 반대다.

 

가장 예민하다는 건,

가장 피곤해지기  쉽다는 것이고,

그리하여 가장 실수하기 쉽다는 얘기가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불행하게도 비염 따위를 앓거나 다른 이유로 코가 막혔다면,

그 냄새를 맡을 수 없을 수도 있고,

냄새라는 것은 경계가 없기 때문에,

여러가지 불특정 냄새들이 섞여 전해질 수도 있다.

 

그러니까 요즘 내 삶에 시큰둥이었다.

내 삶의 기조는 바뀐게 없고 그대로인것 같은데,

그동안 구름 위를 걷는것 같은 사뿐거리는 삶을 살았다면,

아니 가끔씩 스프링 붙은 신발을 신은듯 통통거리기도 했었다면,

요즘은 무거운 안전화를 신고 힘겹게 걷는 듯,

내지는 땅의 저 밑바닥에서부터 뻘이나 늪처럼 잡아당기는 것처럼,

찐득거리는 삶을 살고 있달까.

정말 그런 삶을 살았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느껴졌다.

 

내가 직업으로 하는 일은 이리 느껴진 반면,

직업과 하등의 관계가 없는 일,

밥벌이와 상관없는 일을 할때는 언제나 즐겁고 기운이 났다.

 

책 쇼핑을 다니고 책을 들이는 일이 그랬고,

책을 내 식대로, 내 맘대로 아무렇게나 읽어내는 일이 그랬고,

사람의 얼굴만을 골라 내 맘대로 해석한 그림을 그릴 때 그랬고,

내가 좋아하는, 손으로 꼼지락거리는 것을 만들 때도 그랬다.

 

그렇다고 밥벌이와 관련된 일을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즐거워서 기꺼이 하는 그 모두는,

내가 직업으로 하는 일을 제대로 해냈을때,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가지고 할 수 있는,

하등의 돈이 되지는 앉지만, 돈이 드는 소모성 취미활동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난 저자의 머릿말 속의 저 말들을 고개를 주억여 가며 수긍할 수 있겠다.

그리고 삶의 첫문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를 기꺼이 응원할 수도 있겠다.

 

 

 

 소설의 첫 문장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7년 1월

 

지난 2년간 두 권의 문장 관련 책을 내고 팔자에 없는 전문가 소리를 들어가며 강의까지 하다 보니, 마음속에 부담감만 늘어 갔다. 남의 문장을 다듬는 것에도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내 문장을 쓰는 일도 버겁기만 했다. 무엇보다 내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러 오는 수강생 대부분이 글쓰기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실제로 모두들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 해법을 제시해주길 바랄 뿐 글 쓰는 일이 즐겁다는 표정은 아니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강의를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나서 과연 뭐가 잘못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잘못된 건 수강생이 아니라 나였다. 내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니 그들의 글과 표정에서 즐거움을 보지 못한 것뿐이다.

2년 전에 기획해서 첫 문장을 모으고 단상까지 써 놓았던 이 책의 원고를 정리하고 더러는 다시 쓰기도 하면서 글 쓰고 읽는 일의 즐거움을 다시 찾고 싶었다. 시작으로 돌아가서 말이다. 예컨대 내 '글쓰기의 첫 문장'이자 내 '삶의 첫 문장'으로 돌아가고 싶었달까.

다른 사람의 삶에 공감하려면 '내 삶'이라는 기반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글을 제대로 읽어 내려면 ' 내 문장'이라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내 문장'은 바로 '내 삶'을 표현한 것이어야 하고. 그게 바로 글쓰기와 글 읽기의 시작점 아니겠는가.(10쪽, 머릿말)

 

고백하자면, 난 저자의 이런 글을 기다렸다.

과거 블로그를 통하여 한번쯤 읽었을법한 이런 글들을 만나니,

오랜 친구를 만난듯 반갑다.

 

난 책이나 그 사람이 쓴 글을 읽다가 나랑 취향이 비슷한 사람인지 아닌지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에전의 나라면 "이 사람이다."라고 소리 지르거나 설레발을 쳤겠지만,

이젠 많이 자제하게 된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사람이 쓴 글은 냄새맡는것만큼 정확하지 않아 비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의 글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난 어떨까?

밥 벌이와 관련하여 내 삶에 시큰둥이라는 말은 어쩜 책과 관련하여 설렘이 없다랑 동격이 아닐까?

내가 이곳 서재에 글을 올리면서 줄거리나 내용보다는 그 순간순간의 느낌을 올리려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정리 안된 책장의 일부, 서니데이 님이 보내주신 파우치가 찬조출현했다.

감사합니다, 꾸벅~(__)

서니데이 님은 아끼지 말고 막 쓰라고 하시는데,

난 정말 너무 이쁘고 아까워서 두고 가끔 만져보기만 할뿐이다, ㅋ~.

 

한동안 '1일 1그림'을 소홀히했더니,

고운 님이 나의 작품 활동을 생각하셨는지 사진을 보내주셨다.

실은 옆에 남편분과 같이 있으셔서 이쁘고 다정한 모습이었는데,

본인만 그려달라고 원하셔서,

내 맘대로 그리다 보니 좀 많이 통통한 얼굴이 되었다.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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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9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0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0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0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1-20 18:19   좋아요 0 | URL
그분을 얼마전에 뵈셨다구요~?^^
조았겠다~, ㅋ~.

직접 뵌 분이 닮았다고 하니, 어깨가 쭈욱~~~올라갑니다, 헤헷~^^

2017-01-20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쉽싸리 2017-01-19 1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정선님이 또? 책을 냈군요. 먼저낸 두권을 읽었드랬죠. 자신만의 분명한 색깔을 갖고 썼구나 싶으면서도 이바닥도 경쟁이 얼마나 심한데 좀 힘들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서재건 블로그건 다시 하면 저같은 무산자는 좋아라 하겠지만요...하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돈이 안될수도 있으니...ㅋㅋ 그림 좋습니다. ‘풍‘이 보여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7-01-20 18:24   좋아요 1 | URL
쉽싸리 님, 오래간만입니다.
새해 복많이 지으시고 복많이 받으세요~^^

저도 김정선 님을 애정하는지라 전작들을 빼놓지 않고 봤더라죠.
저도 님과 ‘이하 격.하.게. 동감‘입니다.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응원하려구요~^^

그림 좋다고 해주셔서 더 더 더 좋습니다.
어깨가 으쓱 들리는 것이 날개 없이도 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꾸벅~(__)


2017-01-20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0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0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1-20 1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산 지 얼마 안 된 새 책을 만지면서 냄새 맡을 때가 기분 좋습니다.... 저는 이 기분을 ‘ ‘Boorgasm‘이라고 표현해요.... 다른 사람의 서재 사진만 봐도 흥분되고... ?!!! 이렇게 쓰고 나니까 변태 같군요. ㅎㅎㅎ

양철나무꾼 2017-01-20 18:32   좋아요 2 | URL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거의 비슷비슷할 듯요~^^
전 종이에 손이 베이도록 날 선 새책을 만지는 것을 한때 좋아했었습니다.
책 사진, 서재 사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구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름의 방법으로 책장 정리를 했었는데,
이젠 떨쳐내려고 일부러 아무렇게 꽂을려고 해요, ㅋ~.

우리는 누구나 다 나름 변태이고, 책 성애자들이 아닐까요?^^

잠자냥 2017-01-20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집 책꽂이랑 똑같은 상품인 것 같네요! 하하하. 이 책장이 그래도 책을 실용적으로 *많이* 꽂을 수 있는 책장이라 사들였는데 말이죠! ㅎㅎ

양철나무꾼 2017-01-20 18:36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잠자냥 님.
님의 서재 글들 잘 읽고 있습니다, 이렇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네요.
저도 님과 같은 이유로다가, 저 디자인 저 크기를 애정합니다.
중간에 잠깐 120센치 짜리인가를 구입했던 적이 있는데,
세로 바가 달렸는데도 불구하고 무게를 못 견뎌서 휘는것 같더라구요.

책꽂이가 같다는 것만으로 이렇게 즐거운 대화거리가 되네요~^^

북프리쿠키 2017-01-31 16: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양철나무꾼님의 지성이 다 저 책장에서 나왔구나 싶습니다^^;
저도 서재다이어트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책이란게 오묘해서 막 사다놓을때는 기분좋다가도
현재 필요치 않은 책이 꼽혀있을땐 막 없애고 싶거든요..ㅎㅎㅎ 토사구팽이라 해야되나..

최소한의 소장책으로 북카페같이 미니멀한 서재가 저의 컨셉이구요.
그 소장책을 여러번 읽고, 써먹고, 내것으로 온전히 만드는 게 저의 희망사항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2-01 17:23   좋아요 1 | URL
지성은 저 책장에서 나오지 않고 피고인에서 나온답니다~^^
저도 서재 다요트 열쉬미 해야 하는데,
매번 결심만 열쉬미 한다는~ㅠ.ㅠ


전 책장 하나로 끝내고 싶은데, 책장 하나면 200~250권쯤 될까요?
작년부터 꾸준히‘ 3개 버리고 한개 들이기‘가 모토입니다.
님을 응원하면서 저를 다잡아 보려구요~^^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 용산 걸어본다 1
이광호 지음 / 난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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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좋다는 얘기는 그동안 여러 군데서 들었었으나 구해놓고도 쉽게 찾아 읽게 되지는 않았었다.

그동안의 책 구매행위와 독서행위를 반성하게 되는데,

구매했다고 모두 다 내 것이 되는 것이 아니고,

읽어내는 행위로까지 연결되어야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읽으면서 그동안의 명성이 괜한게 아니구나 싶을 만큼 좋았는데,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란 제목의 의미를 책의 'preface'를 펼치자마자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친절한 여행 안내서도 아니고 글쓴이의 얼굴이 오롯이 드러나는 수필도 아니며 소설이나 시라는 이름의 문학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여행기에도 지리학에도 환경사회학에도 미치지 못하며 자전적인 에세이에도 미달하는 글쓰기. ㆍㆍㆍㆍㆍㆍ전달해야 할 정보들과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는 침묵의 언어 사이의 감당할 수 없는 흔들림 때문에 이렇게 이상한 독백이 생겨났다. 이런 얼굴 없는 글쓰기를 '익명적인 에세이'라고 부르려 했다.

라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이 산문이라고 하지만 마냥 느슨하지만은 않다.

적당한 단어와 문장들이 알맞은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눈에 그리고 가슴에 콕콕 박힌다.

콕콕 들어와 박힌다는 것은 문장들을 잘 갈무리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했다는 것이지, 뾰족하거나 과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라임이 떨어지거나 스타카도가 느껴지는걸 시적이라고 하는걸 볼때,

이 책의 제목은 '시적인 거리'가 되어도 좋지 않을까 싶었을 뿐이고~(,.)

 

이 책이 이렇게 다양한 형태를 띄고 다양한 장르로 불리울 수 있는 것은,

'기획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공부를 하느라 여러 사전류와 기사, 리포트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자료들을 참고'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레 기행문이나 이런 형식의 책들을 볼때 과한 사진이 부담스러웠는데,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글쓴이의 휴대폰으로 촬영되었다는 것도 반가웠다.

 

또 한가지,

기실 난 서울 토박이이지만 길치여서, '용산'으로 뭉뚱그려지는 지명을 심심찮게 들어봤지만, 좌표를 찍을 수는 없었다.

무심코 책표지를 뒤집어 펼치다 이런 지도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숨은 보물을 찾은 기분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하면, 그의 글쓰는 태도와 글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걸어본다' 시리즈 답게 산책이란 것에 방점을 찍은 글쓰기도 좋았지만,

그 산책의 공간이 그가 사는 '용산'을 매개로 했다는 것도 좋았다.

'용산'이 갖는 장소적, 시간적 의의를 그만의 감성과 사유로 적적히 버무려 내고 있다.

 

나중에 나왔지만 먼저 읽었던 '박연준과 장석주'의 '시드니'편과 비교되는 걸 어쩔 수 없다.

박연준과 장석주의 그것이 지극히 사변적이었고,

그런 행태에 질려버려 이 시리즈를 한쪽으로 치워놨었으니 말이다.

 

ㆍㆍㆍㆍㆍㆍ'정'을 전한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같은 너무 익숙한 광고 문구. 위로란 때로 어떤 마비를 의미한다.(26쪽)

문장들이 반듯하고 단정하며,

산문인데도 불구하고, 이리저리 벼리고 벼린 흔적이 엿보이는 이런 문장들은 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 최승자 -

겨울동안 너는 다정했었다
눈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따뜻한 땅속을 떠돌 동안엔
봄이 오고 너는 갔다
라일락 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
먼 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았다
자주 너의 눈빛이 셀로판지 구겨지는 소리를 냈고
너의 목소리가 쇠꼬챙이처럼 나를 찔렀고
그래, 나는 소리없이 오래 찔렸다
 
찔린 몸으로 지렁이처럼 오래 기어서라도
가고 싶다 네가 있는 곳으로
너의 따뜻한 불빛 안으로 숨어들어가
다시 한번 최후로 찔리면서
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
 
그리고 지금, 주인없는 해진 신발마냥
내가 빈 벌판을 헤맬 때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눈 덮인 꿈속을 떠돌던 몇 세기 전의 겨울을
 

최승자의 시 '청파동을 기억하는가'를 인용하면서, 이런 문장을 읊어내는데, 어이쿠야, 좋다.

 

절대로 닿을 수 없을 만큼 누군가와 떨어져 있다면, 죽음처럼 건너갈 수 없는 곳에 누군가가 있다면, 너는 다른 시간 속에 있는 것이다. 아득한 거리는 아득한 시간이다.(37쪽)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라고 하면,

용산과 함께 한 '역사적 순간과 거리들'을 간과하지 않고 언급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현재의 용산을 힘을 주어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용산 참사를 언급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지 않고,

원고를 마무리 하는 중에 만난 세월호 참사를  'preface'의 지면을 빌어 무게감 있게 싣고 있다.

 

원고를 정리하는 중에 너무 많은 생명들이 어처구니없는 참사를 당했다. 용산과 세월호 사이의 서로를 마주보는 비극의 연대기와 '국가'의 참혹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만 했다. 무력감과 죄의식은 오래고 익숙한 것이나, 한 시대의 애도는 한 개인의 애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어떤 글쓰기는 피할 수 없이 애도의 제의가 될 수밖에 없다. 예정된 망각과 마비와 자기기만으로부터 끈질긴 애도를 지키는 것은 문학적인 동시에 정치적인 기다림의 문제이다.(8~9쪽)

 

난 문학적이지도 않고, 정치적이지도 않지만 오래 이 책을 곁에 둘 것이고,

이 책과, 이 책에서 꼬리를 무는 다른 책들을 가끔 들추어 읽는 방식으로 기억하고 애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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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1-18 17:37   좋아요 0 | URL
이달의 당선작으로 추천합니다..

양철나무꾼 2017-01-19 18: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당선작이 된듯 기분좋습니다~^^

2017-01-18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19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19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01-18 20:01   좋아요 0 | URL
조선 말기 청나라 군대주둔시 부터 지금까지 용산은 우리땅이지만 우리 손에 없는 아픔을 가진 곳이라 알고 있습니다^^: 작가가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해지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양철나무꾼 2017-01-19 18:22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저는 국사나 지리랑 관련해서,
공부하고 외운거 달리,
실제 지명으로 접하는거 달리,
따로 국밥으로 작동되는 경향이 있었어요.

님의 이 짧은 댓글에서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달까,
뜻밖의 수확이예요.
완전 감사합니다~^^

[그장소] 2017-01-18 20:20   좋아요 1 | URL
시까지 맛나게 읽고 가요!^^

양철나무꾼 2017-01-19 18:23   좋아요 2 | URL
최승자 시도 좋죠?^^
이광호 이 책은 더 좋아요, 강추합니다~^^

[그장소] 2017-01-20 06:57   좋아요 1 | URL
네 ㅡ최승자 시는 Agalma님과 님의 리뷰로 종종 만나서 , 알았는데 이광호 님 글 . 양철나무꾼 님소개로 지금 처음 만나는 거예요. ( 악수악수~ 반갑습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세계를 알게되니 좋죠 .. 좋고말고요~^^

북프리쿠키 2017-01-18 20:53   좋아요 2 | URL
저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길치라는거ㅎ
게임하다가도 입체적인 공간에선
길치가 되어버리는 아주 고질적인 ㅠ
다양한 독서~또 배우고 갑니다^^

양철나무꾼 2017-01-19 18:28   좋아요 3 | URL
저 집에서 직장까지 차로 10분이면 움직이는데,
(대중교통으로 좀 많이 더 걸리고~.)
처음 직장에 출근할때 길치여서 남편이 3개월동안 운전 선생 했습니다, ㅋ~.

그 게임 오버워치 아닌가요, ㅋ~.
제가 옛날 포트리스 할때는 모니터 화면에 각도기를 붙이고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는데...
아, 옛날이어, 네요~--;

푸른희망 2017-01-18 21:51   좋아요 2 | URL
알콜이 들어가서일까요?님의 글에 눈물이 나요 너무 좋아서요
요새 나무꾼님 추천도서로 장바구니가 점점 뚱뚱해지고있어요

양철나무꾼 2017-01-19 18:40   좋아요 2 | URL
저는 알콜이 안들어가도,
알라딘 서재 이웃분들 글이 좋아서 종종 눈물 흘려요.
님의 글들도 그렇구요.
우리 찌찌뽕이네요~?^^

단발머리 2017-01-19 08:29   좋아요 2 | URL
마지막 문단의 ‘끈질긴 애도‘가 마음에 와닿네요. 올려주신 시도 참 좋구요.
아침부터 이 책도~~~ 라는 생각에 바빠집니다. ㅎㅎ

양철나무꾼 2017-01-19 18:43   좋아요 2 | URL
아침부터 삼성 이재용 땜에 완전 꿀꿀해하고 있어요.
더디고 미미할지라도 멈추면 안되겠죠.

이 책은 얇고 가벼운 책이지만, 결코 가볍게 읽히지는 않아요.
전 좀 아프게 읽었어요~^^
 

 

 

 

 질문하는 책들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6년 11월

 

1,

이 책의 서문에서 김중혁은 '어릴 때부터 질문이 많은 아이였다'고 시작하는데,

나는 어릴때부터 의심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의문이 많은 아이였다.

이 말은 김중혁의,

'세계의 이치를 캐묻는 질문은 전혀 없었고,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물음이 대부분이었다. 물어보면 대답해주지 않았다. 어른들은 바빴다."넌 대체 왜 그런 게 궁금하니?"라든가 "그런 건 나중에 차차 알게 된단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많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어른들도 답을 몰랐던 거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시지. 답을 피했던 어른들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나도 누군가에게 답을 해주어야 하는 처지의 어른이 되었건만, 답을 해주는건 별로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알고 있는 걸 대답해줄 때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가끔 누군가의 질문에 답을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내가 말하고 있는 게 정말 답이 맞을까? 다른 답은 없을까? 또 다른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답을 하면서도 질문을 하고 있는 셈이다.(4쪽)

라는 구절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고 반박이기도 하다.

나의 의문이라는 것은 이를테면 저 먼 우주를 향해 망원경을 펼치는 것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주변에 일일이 현미경을 들이대는 소심한 작업이었으니까 말이다.

예를 들면 사람 몸의 땀구멍은 몇 개인가 부터 시작해서,

머리카락의 갯수는 몇개인가 따위,

다른 사람이 봤을때 하나도 중요하거나 심각하지 않을 것들이 궁금했다.

때문에 대놓고 누구에게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행여 의문문의 형태를 띄었더라도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이쯤에서 질문과 의문은 비슷한 형태를 취하지만,

질문은 누군가에게 하는 것이고, 의문은 자기 자신의 안에다 품는 것이다, 는 점에서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한때 질문의 답을 구하기 위해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책에 모든 해답이 들어있으리라 생각하고 책을 읽었으나,

답을 얻지 못할 때도 있었고,

선문답마냥 내가 원하는 것과는 다른 형태의 답이어서,

그게 답인지도 모르고 지나쳤던 적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질문들은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걸 김중혁은 이렇게 얘기한다.

'빨간책방'을 함께하면서 질문하는 법에 대해 많이 배웠다. 답을 구하지 않는 물음이더라도 질문은 정교해야 한다는 걸 배웠고, 질문의 꼬리를 무는 질문을 묻는 법도 배웠다. 어쩌면 가장 즐거운 대화는 답도 없이, 밤새도록 질문하는 방식일지 모른다. 시간제약이 없었다면, 그리고 배가 고프지만 않았더라면, 목이 말라 맥주 생각만 나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방송을 했었더라면 밤을 새울 수도 있었다.(5쪽)

그러고 보면 책을 읽는다는것은 질문이든 의문이든 무언가를 하는 것이고,

질문을 부풀리며 바깥으로의 세계를 확장하든, 의문을 품어 안으로의 세계를 공고히 하든 것이든,

답을 찾는게 목적이 아니라, 더 많은 질문이 생겼으면 좋겠는 것이라는 걸 알겠다.

바로 다음 장,

이동진은 서문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그러니까, 좋은 책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대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좋지 않은 책은 간단하고도 명확한 답변을 자신있게 제시하지만, 좋은 책은 늘 에둘러 가고 머뭇거리다가 결국 긴 꼬리를 가진 질문을 남긴다. ㆍㆍㆍㆍㆍㆍ그러니 부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제기된 물음에 연이어서 물을 수 있기를. 물음에 물음을 얹어가며 치열하게 물을 수 있기를. 물음의 연쇄 속에서 지치지 않고 계속 물을 수 있기를. 그리고 물음의 반향에 서로 귀 기울여가며 함께 물을 수 있기를.(6~7쪽)

 

그러면서 여러권의 책을 소개하는데,

그중 내가 건드린 책은 '총, 균,쇠',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정도이고,

읽은 책은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작가란 무엇인가'

8권 중 4권이면 선방이지 싶다.

뒀다가 나머지 4권을 읽을 때마다 들여다봐도 좋겠다.

 

2,

어르신 한 분이 며칠째 내 책상 앞을 떠나가지 않으시면서 쌓아 놓은 책을 눈여겨 보시더니,

"책을 참 많이 읽으시네요."

하면서 말을 걸어온다.

"아, 네에~"

하고 말끝을 흐리자, 작정을 하고 달려드신다.

"내가 박정희 대통령에 관한 책을 선물받았는데, 읽어볼라우?"

라고 하시길래,

"제가 책 편식이 심해서요, 책은 제가 직접 골라 읽어요."

라고 했더니,

"그래도 박정희 대통령 각하 때문에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됐고..."

어쩌고 하는 일장연설을 하시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참으려고 했다.

그런데, 벌써 몇 주째 박사모 집회에 참여했으며, 요번주에도 참여할 거라고 하시면서,

그런 의미에서 박정희 대통령에 관한 책 몇권을 갖다 주시겠다는 거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데, 강요하시는  건 아니죠~!"라고 했더니,

몇번 더 이렇게 저렇게 말을 부치다가 삐쳐서 가버리셨다.

 

3.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양영란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프랑스 소설은 좀체로 안 읽는데, '프레드 바르가스'는 좋았던 기억이 있다.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라는 이 책은 예전에 '죽은자들이여 일어나라'의 개정판이다.

 

얘기가 될려고 그랬겠지만,

이 책속의 남편은 아내 소피아가 없어졌는데도 심드렁해서 찾지 않는다, 오히려 '쥘리에트'가 열심이다.
개인적으론 '소피아'란 캐릭터가 매력적이어서,

좀 더 오랫동안 등장했으면 싶었는데 너무 일찍 죽어버려 안타까웠다.
책을 읽어가며 관심은 자연스럽게 '소피아'에게서 '쥘리에트'에게로 옮아갔는데,

'소피아와 친구가 될 수 있었겠냐'고 의심하는 형사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서라고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책을 읽는 건 어쩌면 다른 뭔가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했죠.'

라고 소피아의 말을 인용하는 부분에서 관심이 더해졌다.

한가지 혼란스러웠던건, 

프레드 바르가스의 다른 책을 읽으면서도 들었던 생각인데,

그녀의 가정사를 의심하여야 할지 프랑스란 나라의 가정사가 원래 이런 것이지 혼란스러웠는데,

제대로 된 가정이나 가족이 없다.

해체된 가정이나 가족관계가 일반적인 것처럼 등장한다.

인간 관계 따위, 배려와 소통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면 이런 살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싶어 아쉬웠다.

쥘리에트를 빌어,
'...고독하게 살던 몇 년동안 그놈의 고독과 씨름하기 위해 내가 수천 페이지의 책을 읽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단 말이예요...'
라고 하는 부분에서 한 때 고독했었을 작가의 내면을 엿볼 수 있었다.

 

암튼 쥘리에트가 책은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된 책읽기엔 실패하지 않았나 싶다.

사회적 신분상승을 위해 읽은 책으로 지식습득은 되었을지 모르지만,

인격형성에서는, 적어도 고독과의 씨름에서는 실패하였으니 말이다.

고독과 맞서든 고독과 친구가 되든 각자의 몫으로 남겨놓고,

알라딘 서재가 좋은 건 이런 이유에서다.

 

알라딘 서재 이곳에서 수많은 알라디너들을 만난다.

때로 리뷰나 페이퍼를 읽다보면,

겉으로는 당차고 씩씩함을 가장하나,

뭐라도 한마디 하려고 다가가려 하면,

급정색을 하고 방어막을 치는 걸 보게 된다.

그건 댓글과 덧글에서도 나타난다.

나도 양쪽에 가변적으로 적용된다.

 

지식습득을 위해서라면,

책을 읽으면 되고,

책을 읽으면서 꾸준히 '질문을 하면 된다'고 얘기하는 책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지레 방어막을 치게 되면,

그 방어막에 차단 당하는 입장에선,

한걸음 다가가야지 싶다가도 부질없지 싶어 안으로 움추러들게 된다.

내 나이가 일부러 누군가에게 싸움을 걸거나 방어막을 부수려 달려들 나이는 아니다.

 

그러고보면, 책이고 음악이고 그림이고 그냥 읽고 듣고 보기만 해서 되는게 아니라,

그런 것들중 어느 것이고 어떻게든 자연스럽고 자발적으로  마음을 울리게 되어,

변화시키는데에서 의미를 찾아야 겠다.

더디고 미미할지라도~!

 

오늘의 '1일 1그림', 제목은 '이쁜 그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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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1-16 14:48   좋아요 0 | URL
ㅎㅎ 박사모가 추천하는 책이 박정희 밖에 더 있겠습니까요..ㄷㄷㄷㄷ

양철나무꾼 2017-01-17 17:13   좋아요 0 | URL
별게 다 있던걸요, 그네의 말과 글...어쩌구~하는 것들~^^

북프리쿠키 2017-01-16 14:57   좋아요 0 | URL
유대인의 자녀공부법 ‘하브루타‘를 떠올리게 하네요. 학교에서 뭘 배웠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뭘 질문했는가에 큰 가치를 두는...
tv에서 하버드대 토론장을 방영했는데
끼리끼리 엄청 떠들더라구요
끊임없이 주고 받는 토론들.
느낀점이 많더군요.

참 박사모 할부지 얘긴 넘 웃겼어요.
한편으론 그들도 피해자란 생각이 들기도 해서 처량한 기분이 듭니다.~
양철나무꾼님의 단호한 말투가 떠올라
귀엽기도 했구요ㅋㅋ

그림의 모델 누구신지
˝이쁜그녀˝맞네요ㅎㅎ
더디고 미미할지라도 그림솜씨가
날로 발전하십니다^^;



양철나무꾼 2017-01-17 17:24   좋아요 1 | URL
유태인이나 하버드까지 않고도 말이죠,
전현무가 사회를 보는 비정삼회담 같은 것만 봐도.
세계 각국 젊은이들의 독특한 개성을 엿볼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그들을 보면서 느낀건 우리나라만 빼놓고,
토론 할 줄을 안다는 거였습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쿨하게 받아들인다고 해야 할까요.

그 할아버지는 박사모라는 말을 붙이기가 민망할 정도의,
어찌보면 우리나라의 보수를 대표하는 무명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사모가 아니라도,
그 또래의 중산층 이상의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생각을 가지고 게시더라구요.
그 분 같은 경우, 솔직히 자기 표현을 하신거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 속에 숨어서 그리 행동하시는 분들도 좀 있으시더라구요.

아닌 줄 알게 되면, 늦더라도 바꾸면 되는데,
왜 눈 감고 귀닫고 사는 것인지, 원~(,.)

항간에 떠도는 말에 식초를 먹으면 유연해진다고 하잖아요.
그런 분들께 식초 한 사발 씩 대접하고 싶어지는 요즘입니다~--;

그림솜씨가 나아진다고 해주셔서,
완전 신났습니다~^^

cyrus 2017-01-16 15:14   좋아요 0 | URL
이러다가 정말 지하철 타다가 박사모 어르신들이 돌아다니면서 박정희가 진리라고 떠들고 다니겠어요.

양철나무꾼 2017-01-17 17:26   좋아요 0 | URL
님은 대구라고 하셨나요?
대구는 더 흔하겠어요.
어르신들 많이 타는 지하철 타지마시고,
버스를 타세요, ㅋ~.

너무 소심한 대책인가요?^^

cyrus 2017-01-17 17:37   좋아요 0 | URL
외출할 때 지하철보다 버스를 이용해요. 버스가 편해요. 창 밖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아요. ^^

CREBBP 2017-01-16 15:54   좋아요 0 | URL
그럴 땐 답례로 줄만한 다카키 마사오의 친일 행적 10가지 뭐 이런 책 없나요? 제대로된 근대사 책 몇권만 읽어도 그리 행동하지는 않을텐데 말이죠. 질문을 정교하게 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답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고로 스스로 질문하거나, 대화를 깊이 있고 정교하게 하거나가 필요할 거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7-01-17 17:31   좋아요 0 | URL
여러 토론프로그램을 봐도 그렇고,
지인들과의 간단한 수다도 그렇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토론을 싸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청문회 같은걸 봐도, 소리지르고 윽박지르는 사람들만 등장하고,
정말 목소리 큰 넘이 이기는, 일종의 싸움인가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부터 조리있게 질문하고, 토론을 통하여 생각을 모두어 가는,
그런 훈련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근데, 저부터 역사는, 게다가 제대로 된 근대사 쪽으로는 완전 구멍이예요.
분발해야 겠어요~^^

서니데이 2017-01-16 16:33   좋아요 0 | URL
오늘 그림, 주인공 누구신가요.
왜인지는 잘 모르지만, 마리옹 코티아르가 생각났어요.^^;

책선물 어려워요. 서로 다른 관심사가 있기도 하고, 또 읽은 책을 선물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서요.
(제가 고르는 책도 절반 이상은 예상했던 것과 다를 때가 있는데, 다른 분 선물은 참 쉽지 않아요.)

오늘 저녁에는 조금 덜 추웠으면 좋겠어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7-01-17 17:36   좋아요 1 | URL
마리옹 코티아르가 누군지 몰라서 검색창의 도움을 받았어요.
진짜 분위기가 닮은 듯도~^^

요즘은 저마다의 개성이 강해서,
내지는 결정 장애가 있어서,(저부터~^^)
책뿐 아니라 선물은 다 어려워요.

그러니까 선물을 하는 쪽도, 받는 쪽도 그 부분을 감안해야 할 것 같아요.

오후로 접어들면서 날이 좀 풀린 것 같아요.
님 감기는 좀 나으셨죠?^^

푸른희망 2017-01-16 18:34   좋아요 0 | URL
오늘 그림은 왠지 불란서 여배우 같아요~
제옆에 궁금한게 많고 그래서 먹고싶은 것도 많은 녀석이 있는데 간혹 그입 꿰매고싶을 때가 있어요 ㅜㅜ

양철나무꾼 2017-01-17 17:40   좋아요 0 | URL
다들 불란서 여배우라고 하시네요.
올케가 좀 이쁘긴 하지만,
올케가 들으면 좋아하겠네요, ㅋ~.

저희집에서,
궁금한게 많아서 먹고싶은 것도 많은 부류는 저인데,
직장에서 하루종일 떠들다보면 것도 딱 싫고,
남편이랑 아들은...완전 과묵한 편입니다.
전 오히려 님의 복덩이 스탈이 좋은데 말이죠~^^

다크아이즈 2017-01-16 23:25   좋아요 0 | URL
빨간책방에서 영민한 해설과 담백한 배려를 오가는 이동진이 부럽고 좋아요~
영민함과 배려는 어쩐지 상충 되는 이미지인데 조화를 이루니 신기하기도 하구요~

저 이쁜이는 누구일까요? 양철님 이미지도 보여요~~




양철나무꾼 2017-01-17 17:49   좋아요 0 | URL
전 빨간책방에서는 오히려 김중혁이요~^^
이동진은 뭐랄까, 애늙은이까진 아니어도 중늙은이 같달까요.
상대방을 배려하는 결이 다른거 같은데, 그런 배려들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워요.
철학적인 것도,
죽음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도, 그렇구요.
김중혁은 노력하고, 적당히 관조하는 힘을 가진 것이 좋아요.
덕분에 둘을 듣고 있으면 소화불량에 걸리진 않을 수 있어요~^^


AgalmA 2017-01-18 04:49   좋아요 0 | URL
빨간책방 본격 소개보다 이동진 씨가 읽고 싶은 책으로 언급하는 책이 더 좋을 때가 많아요ㅎ 제 친구도 빨간책방 소개책은 다 좋진 않고 50% 정도라고. 빨간책방 소개로 읽은 책 중에 저는 호모 라피엔스가 가장 좋았던 듯.

양철나무꾼님이랑 저랑 이동진과 김중혁에 대한 평이 좀 상반적인 듯ㅎ?
이동진은 자기가 개인주의자라는 걸 피력하지만 위치상 배려를 하게 되는 피곤한 상황으로 보인다면, 김중혁은 쿨한 듯 보이지만 제겐 그리 느껴지지 않거든요. 험담이 될까봐 구체적인 건 생략. 암튼 두 사람 다 제 취향은 아님ㅎ; 살아 있는 사람 중에 그런 사람 있을까 싶기도 하고ㅎㅎ 이미 저부터도 다른 사람에게 그러하니까.

양철나무꾼 2017-01-18 17:08   좋아요 0 | URL
저도 몇번 팟캐스트를 들어서 무슨 얘기인지 알겠어요.
혼자 읽고 소개하는 책과 함께 읽고 얘기하는 책은 다를 수밖에 없을 거예요.
전 언제부턴가 팟캐스트를 열심히 듣지 않아요.
팟 캐스트를 열시히 들으면, 책이 심드렁 해지더라구요~^^

암튼 전 죽음이랑 자살에 대해서 얘기하는 게 왠지 편치가 않아요.
그런 얘기들을 자꾸 아무렇지도 않고 밀도있게 다루는 이동진을 외면하게 되나 봐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량감 있는 책들을 소개해주는 ‘빨간책방‘을 외면할 수는 없죠~^^
 
라요하네의 우산
김살로메 지음 / 문학의문학 / 201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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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다 읽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느낀 충격도 고스란히 내몫이었다.

 

언제던가 1박2일이라는 텔레비전 프로에서 멤버들의 정신연령 테스트를 하는 것을 본 일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배우 윤시윤(본명 윤동구)의 정신 연령을 42세로 평가했는데,

이는 실제나이보다 10살이나 높은 수치로,

전 멤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했다.

 

전문가는 그를 향해

'한마디로 애늙은이'라며 '어린 나이에 자꾸 참는다. 자꾸 참으려고 하면 홧병이 생길 수 있다'

고까지 조언했다.

 

온라인에서의 관계는 시뮬라크르, 시뮬라시옹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야말로 익명성에 의지하는 피상적인 관계라는 생각을 하던 터에,

내가 좋아하는 알라딘 서재 이웃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소설 단편집을 내셨다.

그동안의 서재 글들을 봤을 때 자신의 이름을 건 작품집은 당연한 수순 같았지만,

그게 소설의 형식을 띤건 좀 의외였다.

 

책의 표지를 처음 봤을때의 느낌은 화려하다거나 강렬한 것이 아니라,

은은하고 아련한 것이 안개 속을 헤매이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알라딘 서재에서 봤을때는 섬세하게 배려하는 말투와 아름다운 문장들에 취해있었나 보다.

오히려 소설들은 은은하지도 아련하지도 않고,

적절한 계기와 에피소드를 투영하여, 하고 싶은 말들을 '전부 다'는 아니어도 명확하게 쏟아낸다.

아니다 싶으면  말줄임표로 대신 하듯 열린 결말로 대신한다.

 

읽으면서 일반적이지 않은 것이 좀 특별하다고 해야할까,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독특한것은 그니가 구사하는 문체가 아니라,

책 속 소설들의 내용이 그러한 것이었다.

내용은 어느 하나 온전하지 않고, 어긋나고 찌그러지고 병든 것 같은데,

그게 이상하거나 특별한 것들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처럼 묘사된다.

인터넷 대형 포털 사이트의 여성들의 고민상담 사이트를 업어온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바로 전에 읽은 '시체읽는 남자'에서는 전형적인 등장인물인데도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가 없어 괴로웠는데,

요번 소설집에는 어느 한 사람, 한 장면 소외시키지 않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겠는데,

그럴 정도로 남의 일 같지는 않은데,

뭐랄까, 내 버선 목을 뒤집어 보이는 듯 하여 창피하고,

경계를 걷는 듯 느껴지는 것이 위태롭고 불안하다.

 

희한하다. 에세이를 쓰고 있으면 거짓말쟁이가 되는 기분이지만, 소설을 쓰고 있으면 어쩐지 솔직해지는 감정이 몰려왔다. 아마 내 안의 위선과 진실, 내 안의 악마성과 순진성 사이에 소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 두 옷자락의 경계를 즐거이 또는 위태롭게 스쳐간 여정이 소설의 흔적으로 남았다. 새벽이 올 때까지, 제법 긴 그 마법의 시간을 좋아한다. 몇 시간이라도 한 시간처럼 몰입하며 쓸 수 있되, 착하게 쓰지 않아도 되는 그 소설적 시간을 사랑한다. 착한 마음도 못된 소설도 '버려야' 잘 써진다는 것도 깊은 밤이 가르쳐준 지혜였다. 이 소설집을 계기로 마음이 흐르는 대로 소설이 오는 대로 받아 적기로 한다. 소설이란 살아내는 사람의 자연스런 방식 안에서 말해지는 거니까.(317쪽, '작가의 말'중에서)

그니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렇게 얘기한다.

 

다시 이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

전문가는 윤동구를 향해

'한마디로 애늙은이'라며 '어린 나이에 자꾸 참는다. 자꾸 참으려고 하면 홧병이 생길 수 있다'

고 하는 순간, 나는 쾌재를 불렀었다.

'참지 말고 하고 싶은대로 하라'는 내 마음 속의 '진단과 처방'과 일치하는 조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집을 다읽고 마지막에서야 '작가의 말'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니 나름의 소설작법에 대해서 얼마든지 열렬히 응원해줄 수 있겠다.

 

그동안 나는 나와의 친밀도나 관심 분야를 막론하고,

작가가 직접 책을 보내주겠다고 하면 사양을 했었다.

나의 주관적인 견해가 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 일은 드물겠지만,

아무래도 선물 받은 책을 향하연 리뷰 한 글자, 별표 하나 보태거나 빼는 것도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었다.

요번에도 마찬가지로 보내주시겠다는 것을 사양했었다.

내가 직접 사서 읽고,

이렇게 별 다섯개를 빽빽하게 채워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니, 느낌적으루다가...별 다섯 개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아참참, 일부러 그런것인지 오타인지,

2쇄에서 바로 잡아지길 기대하며 옮겨 적는다.

 

조아주는->조여주는(24쪽)

컸나 보나->컸나 보다.(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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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7-01-13 16:47   좋아요 1 | URL
저는 책을 보내주시겠다는 작가님이 딱 한 분 계셨지만 ㅎㅎ 저도 양철나무꾼님처럼 직접 사서 읽겠노라고 말씀드리고 구입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이 소설이 별표 5개를 넘어서는 애정이시라니 못내 내용도 무척 궁금해지고요. 글 잘 읽고 갑니다 즐거운 금요일 오후 시간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01-16 14:09   좋아요 1 | URL
저는 정말 좋았어요.
저의 장르소설적 취향과 맞물려서 더 좋았던 걸 수도 있고요~^^

님은 주말 잘 지내셨나요?
날은 좀 시원하지만,
그래도 또 다른 일주일의 시작이니다, 아자~!^^

지금행복하자 2017-01-13 17:31   좋아요 1 | URL
내용이 궁금해지게 하는군요~ 조만간 장바구니를 털게 될지도..

양철나무꾼 2017-01-16 14:11   좋아요 1 | URL
내용은 정말 기발하면서도 우리 주변의 일들이어서 더 쉽게 몰입돼요.
문장도 친근하면서 가독력 있구요~^^

장바구니를 털어도, 후회하지 않으실듯~^^

[그장소] 2017-01-13 18:22   좋아요 0 | URL
리뷰가 넘 좋아서 ~~ 우아~~ !!^^ 다크아이즈님도 기쁘시겠어요. 전 별점 ㅡ크게 생각 않는데, 아는 분이다 싶으면 더 냉정하게..써버리는 못된 버릇이 있어요.. ㅠㅠ

양철나무꾼 2017-01-16 14:14   좋아요 1 | URL
저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쓰려고...제가 사서 읽는거죠.
아무리 가리우려고 해도 좋은 책은 어떻게든 반짝이게 마련이죠.
전 오히려 별 서개미만이다 싶으면 리뷰를 쓰다가도 페이퍼로 돌려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님의 리뷰도 기대됩니다, 어서요~^^

[그장소] 2017-01-17 15:41   좋아요 0 | URL
아..그런 방법을 쓰시는군요..^^
리뷰에서 페이퍼로 전환 ~
읽기는 하고있어요 . 그런데 요즘 간신히 간신히 리뷰를 써요 . 탈진 같아요 . ㅎㅎㅎ 웃기죠?
좀 천천히 쓰고싶어요 . 이 리뷰는 ..억지로 조각조각 글 맞추는 게 싫어서요 ..^^ 다크 아이즈님 이해해주시겠죠?
얼른 마음 회복이 되면 좋겠어요 .. ㅜㅜ

양철나무꾼 2017-01-17 17:10   좋아요 1 | URL
너무 조바심 가지지 않으셔도 좋아요.

‘제가 님의 리뷰도 기대됩니다, 어서요‘라고 말씀 드린건,
일종의 ‘잘해보자‘는 cheer up같은 의미였어요.

제가 한때, 어쩜 지금도 그 한가운데일지 모르는데,
책이 안 읽혀서 엄청 고생했었어요.
좋아하는 책을 골라읽어도,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읽어도,
뜨문뜨문이고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어서,
힘들었어요.

그래서 그림도 그려보고,
그냥 책을 베껴 써보기도 하고,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제가 엄청 좋아하는 손으로 꼬물거리기...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아니, 시간이 나를 통과하여 그렇게 흘러가는 듯 느껴지기도 해요.

이 책은 말이죠~,,
우리 둘 사이의 얘기인데 말이죠~, 속닥.
또 다른 내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버거웠어요...실은~.
그래도 침잠하고 아래로 가라앉으려 들지않고,
문제를 제기하고 더디더라도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가려해서 좋았어요.
님도, 그리고 저도 그럴 수 있으리라 믿어요.
그리고 꼭 리뷰의 형식을 갖춘 것이 아니더라도,
님 만의 기발하고 경쾌한 그런 코멘트의 방식으로도 좋을거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다크아이즈님은 아니지만,
다크아이즈 님도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그장소] 2017-01-17 20:59   좋아요 0 | URL
아아, 고맙습니다~^^
저만 그런게 아니라니 (응?) 이상한 위로 방식이죠? 다들 겪는 일인가보다 하니..좀 마음이 놓여요 . 양철나무꾼님 설명하신 딱 상태가 그런데~ 저..ㅎㅎㅎ
응원 감사하고요 . 뭣보다 제가 그냥 푹 쉬고싶다 ㅡ그걸 원하는 것같아요 . 근데 쉬어도 쉰 것 같지않으니..이 쉼에 대한 갈증 같은게 남아서 그게 꼭 가려운델 못 긁고 주변만 긁는 기분 ..이랄까요?
넘 답답해요 . ㅎㅎㅎ
계속 그런 상태면 차라리 복구나 되서 다시 쓰기가 되면 좋은데 , 써지지도 않고요. ㅋㅎ
뭘 또 대단한걸 한다고 ..이러는지 .. 그냥 웃기죠..뭐~
덕분에 좀 맘이 편해 졌네요 .
책이 주는 느낌이 ㅡ그러셨군요. ^^
저도 슬슬 기운내 볼게요!^^ 힘주셔서 감사감사~^^

2017-01-13 1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16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17-01-13 21:25   좋아요 1 | URL
기대되는 소설입니다.
꼭 사보고 싶네요.
말씀처럼 이웃분들이 책을 내면
앞으론 몇권 주문해서 지인분들
선물해야겠다는 ...철이 드는가봅니다ㅎ
그게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어요
여태 그러진 못했지만~-

양철나무꾼 2017-01-16 14:23   좋아요 2 | URL
기대하셔도 좋을 거예요.
언젠가 꼭 읽어보시길~!^^

푸른희망 2017-01-14 08:51   좋아요 1 | URL
저도 궁금해지는군요^^

양철나무꾼 2017-01-16 14:25   좋아요 1 | URL
네, 그동안 서재에서의 푸른희망 님 스타일로 미루어 충분히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거예요.
고전적인 재미,
개성있는 문체,
장르소설적 흥미진진함,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