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오감 중 후각이 가장 예민하고 영민하다고 하지만,
그래서 심지어 자신과 취향이 같은지, 아닌지, 를 냄새로 판단하고 싶어진다고 하지만,
난 그 의견에 반대다.
가장 예민하다는 건,
가장 피곤해지기 쉽다는 것이고,
그리하여 가장 실수하기 쉽다는 얘기가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불행하게도 비염 따위를 앓거나 다른 이유로 코가 막혔다면,
그 냄새를 맡을 수 없을 수도 있고,
냄새라는 것은 경계가 없기 때문에,
여러가지 불특정 냄새들이 섞여 전해질 수도 있다.
그러니까 요즘 내 삶에 시큰둥이었다.
내 삶의 기조는 바뀐게 없고 그대로인것 같은데,
그동안 구름 위를 걷는것 같은 사뿐거리는 삶을 살았다면,
아니 가끔씩 스프링 붙은 신발을 신은듯 통통거리기도 했었다면,
요즘은 무거운 안전화를 신고 힘겹게 걷는 듯,
내지는 땅의 저 밑바닥에서부터 뻘이나 늪처럼 잡아당기는 것처럼,
찐득거리는 삶을 살고 있달까.
정말 그런 삶을 살았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느껴졌다.
내가 직업으로 하는 일은 이리 느껴진 반면,
직업과 하등의 관계가 없는 일,
밥벌이와 상관없는 일을 할때는 언제나 즐겁고 기운이 났다.
책 쇼핑을 다니고 책을 들이는 일이 그랬고,
책을 내 식대로, 내 맘대로 아무렇게나 읽어내는 일이 그랬고,
사람의 얼굴만을 골라 내 맘대로 해석한 그림을 그릴 때 그랬고,
내가 좋아하는, 손으로 꼼지락거리는 것을 만들 때도 그랬다.
그렇다고 밥벌이와 관련된 일을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즐거워서 기꺼이 하는 그 모두는,
내가 직업으로 하는 일을 제대로 해냈을때,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가지고 할 수 있는,
하등의 돈이 되지는 앉지만, 돈이 드는 소모성 취미활동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난 저자의 머릿말 속의 저 말들을 고개를 주억여 가며 수긍할 수 있겠다.
그리고 삶의 첫문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를 기꺼이 응원할 수도 있겠다.
소설의 첫 문장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7년 1월
지난 2년간 두 권의 문장 관련 책을 내고 팔자에 없는 전문가 소리를 들어가며 강의까지 하다 보니, 마음속에 부담감만 늘어 갔다. 남의 문장을 다듬는 것에도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내 문장을 쓰는 일도 버겁기만 했다. 무엇보다 내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러 오는 수강생 대부분이 글쓰기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실제로 모두들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 해법을 제시해주길 바랄 뿐 글 쓰는 일이 즐겁다는 표정은 아니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강의를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나서 과연 뭐가 잘못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잘못된 건 수강생이 아니라 나였다. 내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니 그들의 글과 표정에서 즐거움을 보지 못한 것뿐이다.
2년 전에 기획해서 첫 문장을 모으고 단상까지 써 놓았던 이 책의 원고를 정리하고 더러는 다시 쓰기도 하면서 글 쓰고 읽는 일의 즐거움을 다시 찾고 싶었다. 시작으로 돌아가서 말이다. 예컨대 내 '글쓰기의 첫 문장'이자 내 '삶의 첫 문장'으로 돌아가고 싶었달까.
다른 사람의 삶에 공감하려면 '내 삶'이라는 기반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글을 제대로 읽어 내려면 ' 내 문장'이라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내 문장'은 바로 '내 삶'을 표현한 것이어야 하고. 그게 바로 글쓰기와 글 읽기의 시작점 아니겠는가.(10쪽, 머릿말)
고백하자면, 난 저자의 이런 글을 기다렸다.
과거 블로그를 통하여 한번쯤 읽었을법한 이런 글들을 만나니,
오랜 친구를 만난듯 반갑다.
난 책이나 그 사람이 쓴 글을 읽다가 나랑 취향이 비슷한 사람인지 아닌지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에전의 나라면 "이 사람이다."라고 소리 지르거나 설레발을 쳤겠지만,
이젠 많이 자제하게 된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사람이 쓴 글은 냄새맡는것만큼 정확하지 않아 비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의 글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난 어떨까?
밥 벌이와 관련하여 내 삶에 시큰둥이라는 말은 어쩜 책과 관련하여 설렘이 없다랑 동격이 아닐까?
내가 이곳 서재에 글을 올리면서 줄거리나 내용보다는 그 순간순간의 느낌을 올리려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정리 안된 책장의 일부, 서니데이 님이 보내주신 파우치가 찬조출현했다.
감사합니다, 꾸벅~(__)
서니데이 님은 아끼지 말고 막 쓰라고 하시는데,
난 정말 너무 이쁘고 아까워서 두고 가끔 만져보기만 할뿐이다, ㅋ~.
한동안 '1일 1그림'을 소홀히했더니,
고운 님이 나의 작품 활동을 생각하셨는지 사진을 보내주셨다.
실은 옆에 남편분과 같이 있으셔서 이쁘고 다정한 모습이었는데,
본인만 그려달라고 원하셔서,
내 맘대로 그리다 보니 좀 많이 통통한 얼굴이 되었다.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