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최경영 아자씨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자이가르닉 효과라는 말을 처음으로 들었다. 운전 중이어서 메모는 못하고 입으로 계속해서 되뇌였다, 잊어 버릴까봐. 너무 궁금해서 출근한 다음 네이버에게 물어봤다.

 


미완성 효과라고도 하는데 완결되지 않은 일에 대한 심리적 미련 혹은 여운 정도라고나 할까. 러시아 심리학자인 블루마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라는 사람이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들이 주문을 받은 뒤, 바로 다 잊어 버리는 장면에서 창안했다는 것 같다.

 

발단은 박찬욱 감독의 명성이 자자한 <헤어질 결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것 같다. 영화에서 주인공 서래가 해준에게 영원한 미결이 될 거라는 여운과 미련이 남는 대사가 그렇게 좋았다고 했던가. 보통 나같이 단순무식한 관객들은 여운이 남는 모호한 결말보다는 딱 정리가 되는 그런 서사를 선호하지만, 또 연출가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계속해서 여운을 남기게 되는 그런 영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각고의 노력을 하는데 매진하지 않나 싶다.

 

나의 그 다음 연상은 바로 독서였다. 나의 독서에 자이가르닉 효과를 대입시켜 보니 또 무언가 깨달음이 생겼다.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책들을 만났다. 그리고 다 읽고 난 다음에 가능하면 리뷰 혹은 독후감을 쓰려고 노력을 했다. 그런 다음에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책에 대한 내용들을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상들을 모두 휘발시켜 버렸다.

 

왜 그랬을까? 자이가르닉 효과의 관점에서 본다면 미션이 완결되었기 때문이다. 다 읽은 책에 대해서는 미련이 남지 않았다. , 다 읽었으니까. 나의 머릿 속에 다 읽은 책들에 대해서는 좋고 싫고의 감정을 떠나 다 읽었다는 완결의 심리가 더 강하게 자리잡은 것이다.

 

반면 몇 차례 읽기 위해 시도했으나 그러지 못한 책들은 나의 발목을 잡아끌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로맹 가리의 <새벽의 약속>이었다. 사실 예전 같으면 작정 읽었다면 일주일이면 읽었을 책을 세 번이나 도전한 끝에 읽을 수가 있었다. 물론 그전에 들은 김영하 작가의 팟캐스트 낭독 때문에 마치 다 읽은 것 같더라는 감상도 있었던 것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여하튼 다 읽지 못했다는 일종의 죄책감 때문에 <새벽의 약속>은 계속해서 못 다 읽은 책으로 지근거리에서 나를 괴롭혔다. 물론 지금은 다 읽어서 그것으로부터 완전한 해방을 이루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보니 어디 그런 책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츠바이크의 <메리 스튜어트>도 지난 봄에 완독해 보겠다고 기세 좋게 나섰다가 못 다 읽었다. 오늘 새벽에 다시 집어든 앤드루 바세비치의 <워싱턴 룰>도 마찬가지다. 335쪽 짜리 책은 심지어 145쪽이나 읽었더라. 지난 세기의 팍스 아메리카나에 대한 직업 군인 출신 교사이나 학자의 냉철한 분석이라 기울어져 가는 제국의 몰락을 사유하기에 적합한 판단에 다시 읽기 시작했다.

 

에이모 토울스의 <링컨 하이웨이>를 읽고 싶어졌다.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은 했는데, 수배하기까지 기다리지 못할 것 같다. 오늘이라도 당장 사러 출동해야 하나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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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7-08 1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장 한 칸을 읽다 만 책으로 모아놨는데 읽다만 책장칸이 자꾸 늘어나는 마법이 ㅎㅎㅎ 그렇죠 뭐 매냐님 ㅎㅎ 덥지만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

레삭매냐 2022-07-08 10:43   좋아요 1 | URL
저도 너무 졸리고 피곤해서
책방에 좀 누버 볼라고 했는데
책 틈에 낑가서... 한 숨이 에혀

너무 더워서 만날 너튜브만
보게 되네요. 미니님도 즐금되
시어요.

새파랑 2022-07-08 1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이가르닉 효과가 저런거군요 ㅋ
전 맨날 자이가르닉 효과에 빠져 살고 있는거 같아요 😅

레삭매냐 2022-07-08 10:44   좋아요 2 | URL
저야말로 자이가르닉 효과
에 옴팡지게 빠진 사람이라
고 생각합니다만 ㅋㅋ

페넬로페 2022-07-08 11: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이가르닉 효과, 공감되네요.
그래서 기록이 필요한 것 같아요^^

레삭매냐 2022-07-08 17:16   좋아요 2 | URL
제가 독후감을 빙자한 리뷰
를 적는 그런 이유랍니다 :>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독서괭 2022-07-08 14: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호 자이가르닉 효과! 재밌네요. 아 정말 못다 읽은 책들 빨리 완결시키고 잊어버리고 싶어요 ㅎㅎ

레삭매냐 2022-07-08 17:17   좋아요 2 | URL
제가 아주 절실하게 그러합니다 -

읽다 만 책들이 어찌나 많은지요.

서니데이 2022-07-11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억력이 좋은 것도 좋을 것 같지만, 그래도 너무 많이 기억하는 건 부담이 될 것 같아요.
자이가르닉 효과가 필요한 것도 많을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레삭매냐님, 시원하고 좋은 월요일 되세요.^^

레삭매냐 2022-07-13 11:30   좋아요 1 | URL
예전에는 참 기억을 잘했었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 까먹기 대장
이 되어 버렸네요...

말씀해 주신 대로 삶에도 자이가
르닉 효과가 필요하지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의 뒷북치는 6월의 독서 기록.


상반기 마감도 독서 마감도 쳐야 하는데 그놈의 귀차니즘 덕분에...


지난달에는 총 13권의 책들과 만났다.

그중에 7권이 치트키인 그래픽노블이었고, 1권은 희곡이었다.


5권 정도 읽은 것으로 치면 될 것 같다.


기대했던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바닷가에서>는 그냥 시큰둥했다.

<글록>은 여전히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는 미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수작이었다.


오래 전에 작고 하신 싼마오의 이야기들은 서글펐고...


그렇다면 결국 베스트는 하인리히 뵐 아재의 <아담>으로 가야 하는가.


이달초에 만난 베르나르댕 드 생피에르의 <폴과 비르지니>가 참 좋았다.

다시 읽어 보고 싶어라.


이달에는 왠 놈의 신작들이 이리 마구 나오는지...

에이모 토울스의 신작부터 시작해서 다비드 오빠 아니 디옵의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워싱턴 블랙 등등... 신간 출간 소식에 기분이가 좋다.



나는야 포켓몬빵 사냥꾼, 오늘은 피카츄 망고컵케익

을 득템하는데 성공했다.


아이템 하나 더 기대를 했으나, 라이벌들이 워낙 많

다 보니 한 아이템으로 사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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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7-07 13: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아담..>하고 <폴과 비르지니> 담아놓았어요. 근데 정작 7월은 계획이 꽉 차있네요^^;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 결국 다음달로ㅎㅎ 여름 끝나기 전에 읽어보려 합니다.

레삭매냐 2022-07-07 15:37   좋아요 3 | URL
그니깐요, 좋은 책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온다고 하니 그만 독서
새끼줄이 꼬여 버렸습니다.

저에게 여름은 전통적인 독서의
계절이랍니다. 열심히 달려 볼라
구요.

미미 2022-07-07 14: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뒷북이면 어떻습니까^^
저는 이도저도 다 밀려 백기든 상태예요. 지난번 언급하셨던 그래픽 노블 군침흘리는 중입니다.

아 <소용돌이>는 어떠신지 궁금해요!

레삭매냐 2022-07-07 16:47   좋아요 3 | URL
ㅋㅋ 감사합니다 -

<소용돌이>는 아주 흥미롭게
만나고 있는 중이랍니다.

콜롬비아라는 미지의 나라에
대해 책으로 배우고 있다고나
할까요...

페넬로페 2022-07-07 14: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낙원만 구입해두었기에 일단 낙원만 먼저 읽어야겠어요.
아담과 글록 찜합니다.
레삭매냐님의 신간 통신 기다릴께요~~

그냥 주워 먹는 제가 감사를 전합니다^^

레삭매냐 2022-07-07 16:50   좋아요 3 | URL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가의 경우,
<낙원>은 좋았으나 <바닷가에서>
는 좀... 그랬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진 몰라도 선뜻 <그후의 삶>
에 손이 가지 않네요. 그 책도 닐거야
하는데.

주워 드시다니요... 오늘도 또 이렇게
격려에 힘 입어 신간 사냥에 나서 봅
니다.

이달의 기대작은

에이모 토울스의 <링컨 하이웨이>
다비드 디옵의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에시 에두잔의 <워싱턴 블랙>

이렇게 되겠습니다.

새파랑 2022-07-07 17: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피카츄 좋아하시는군요 ^^
생각해보니 저도 6월의 독서기록을 정리 못했네요 ㅜㅜ
오늘 해야겠습니다~!!
<아담>은 역시 괜찮나보군요 ^^

레삭매냐 2022-07-07 17:55   좋아요 2 | URL
제가 피카츄를 좋아하는 건 아니구요,
집에 포켓몬빵을 닦달하는 1人이 있어서리...

새파랑님의 6월 기록을 기대해 봅니다 -
<아담>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엔딩까지도.

mini74 2022-07-08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살이 !! 이 더위에 입맛도 없는데 자꾸만 살이 찌는게 저 빵들을 사들이고 먹진 않고 스티커만 빼가는 분이 계시답니다 . 이제 포기할때도 됐는데 포기를 못하네요. 100원받고 한놈씩 그려준다니까 비웃네요. ㅠㅠ

레삭매냐 2022-07-08 10:46   좋아요 1 | URL
저도 어제 기껏 사다가 진상
했더니만, 띠부실만 챙기고
빵은 너무 달다고 한 입 먹고
안 먹더라구요.

참 내 어이가 없어서 -

혹시 그린 놈들 있으시면 공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궁금하거든요.
ㅋㅋㅋ

mini74 2022-07-08 10:31   좋아요 1 | URL
제가 잠만보 그려줬더니 잠만보가 저주할거라고 ㅎㅎㅎ 제가 좀 많이 못 그립니다 매냐님 ㅋㅋ

레삭매냐 2022-07-08 10:47   좋아요 1 | URL
아니 기껏 그려 주었더니만
그런 악담을...

제가 다른 캐릭은 몰라도
잠만보는 안답니다. 집에 피규
어도 사다 두었답니다 ㅋㅋㅋ
 


장장 12년을 기다린 요사스러운 마리오 바르가스 작가의 <켈트의 꿈>이 드디어 출간될 모양이다.

 

2010년 좌파 지지자에서 우파 자유주의자로 변신한 요사가 모든 문인이 꿈에 그리는 노벨문학상을 움켜쥐는데 성공했다. 한 때 자신의 정치적 동지이자 절친이었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 그는 라틴 아메리카 붐 4인방의 한 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1990년에는 페루 대선에 나가 그 악명 높은 알베르토 후지모리에게 패하기도 한 정치인으로 변신도 했다.

 

확실히 요사의 초기 작품과 말년에 접어들면서 나오는 책들의 색깔은 다른 모양이다. 초기가 사회참여적이며 동시에 비판적이라면 후기로 갈수록 왠지 매운맛보다는 순한맛이 되어 간다고나 할까. <염소의 축제> 같은 전기소설에서는 탁월했던 그의 성과가 연애담을 그린 그냥 그런 소설들에서는 맥이 빠져 버린 느낌도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성기의 매운맛을 기대하며 문제적 인간 아일랜드 출신 로저 케이스먼트를 주인공으로 삼은 전기소설 <켈트의 꿈>의 정발을 오랫동안 기대해 왔다. 그렇게 12년이나 흘러 드디어 다음 주에 책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아기다리 고기다리.

 

가장 최근에 나온 그의 신작은 2011<나쁜 소녀의 짖궂음>이었지 아마. 그 뒤에도 <까떼드랄 주점에서의 대화> 그리고 <도시와 개들>이 출간되긴 했으나 신작은 아니고 그의 초기작 번역이었다.

 

번역으로 700쪽을 가뿐하게 넘는 <켈트의 꿈>은 세 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콩고, 아마조니아 그리고 아일랜드. 186491, 로저 케이스먼트는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태어나 버렸다. 소설을 보면 홀수장에서는 1916421일 체포된 이래 런던의 펜턴빌 교도소에 수감된 이야기들을 그리고 짝수장에서는 콩고와 아마조니아 등지를 누비며 외교관으로 활동한 시절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 모양이다.

 


1884년부터 콩고에서 탐험가 헨리 모튼 스탠리와 일하기도 했던 로저 케이스먼트는 1890<암흑의 심연>을 발표한 조제프 콘래드와 만났다. 1903년에는 영국 정부로부터 1884년 베를린 회의 이래 레오폴드 2세의 사유지로 인정받은 콩고 자유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학상에 대한 조사를 의뢰받고 다음해인 1904년 케이스먼트 보고서를 발표해서 서구 사회에 충격을 안겨 주었다. 식민지 콩고에서 상아와 고무를 수탈하기 위해 벨기에 식민주의자들이 벌인 엽기적인 행각을 상상을 초월했다. 이 부분은 지금은 절판된 아담 호크쉴드의 <레오폴드왕의 유령>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고 하니 참조해도 좋을 것 같다.

 

로저 케이스먼트의 다음 무대는 페루의 푸투마요 원주민들이 사는 초레라 지역이었다. 1906년 브라질로 간 그에게 미국인 출신 기술자 월터 하든버그의 폭로로 페루 아마존 컴퍼니(Peruvian Amazon Company:PAC)가 푸투마요 고무제국에서 저질러온 각종 만행을 조사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PAC의 지배자였던 훌리오 세사르 아라나는 관리자들을 통해 푸투마요 원주민들에게 고무채취 노역을 강요하고, 할당을 채우지 못하면 마체테로 난자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심각한 인종적 편견에 사로잡힌 PAC의 고무사업소 직원들은 노예노동과 인권 유린을 저질렀다.

 

1907317, 영국 외무성 보고서로 PAC에 아마조니아의 고무사업소에서 저지른 참상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었고 로제 케이스먼트는 이 공훈으로 1911년 대영제국 기사 작위와 훈장을 받기에 이르렀다.

 

1912년 은퇴한 케이스먼트의 다음 행로는 바로 아일랜드 독립운동이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의 완전 독립을 위해 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과 맞붙은 독일의 카이저 황제와 결탁도 마다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퇴 자금도 아일랜드 봉기대의 비용으로 쓸 정도였다고 하니 이 풍운아의 삶이 어떠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1916421, 카이저로부터 무기 지원을 받은 그는 독일 유보트에 탑승해서 영국에 상륙한 로저 케이스먼트는 콩고 시절 걸린 말라리아 후유증으로 장거리 여행이 쉽지 않았지만 조국의 독립이라는 대의를 위해 자신을 내던졌다. 결과는 영국에 체포되어 반역죄로 기소되고 사형 판결을 받았다. 소설은 그렇게 그가 펜턴빌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19167월의 어느 날로부터 시작된다.

 

각처에서 로저 케이스먼트의 사면을 청원하는 요청이 빗발치자, 영국 정부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으니 그것은 바로 이른바 <블랙 다이어리>라는 로저 케이스먼트가 쓴 일기였다. 가톨릭에 경도된 동성애자였던 케이스먼트가 직접 기록한 일기를 입수한 영국 정부는 당시까지만 해도 법으로 금지되었던 동성애를 즐긴 파렴치한으로 대역죄인을 몰면서 케이스먼트에 우호적인 여론을 되돌리는데 성공했고 결국 그는 191683일 교수대에 오르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블랙 다이어리는 영국 정부의 주작질이다라는 음모설이 횡행했었는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블랙 다이어리는 진본이라는 게 밝혀졌다고 한다. 물론 음모설 신봉자들에게는 그 역시 음모로 치부되겠지만.

 

이렇게 팔색조처럼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문제적 인물 로저 케이스먼트야말로 요사스러운 선생에게는 소설의 소재로 써먹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다. 게다가 자신의 조국인 페루 그리고 아마조니아까지 등장하니 금상첨화가 아니었을까. 자신처럼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요사샘과 로제 케이스먼트는 동질감을 자랑한다.

 

참고로 푸투마요 고무 제국의 비극에 대해서는 존 헤밍이 저술한 <아마존> 7핏빛 황금 고무에서 상세하게 다뤄졌다고 하니 본격적인 독서에 앞서 워밍업으로 아마조니아의 비극에 대해 조금 공부해 보는 것도 좋지 않나 싶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가 시작되는 걸까. 이달에는 요사스러운 선생의 두터운 책에 도전하는 것도 좋지 않나 싶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오래 전에 영어판으로 구해 놓은 <켈트의 꿈> 하드커버가 아주 조용하게 나의 책장 한 구석을 지키고 있었다. 오늘 꺼내 보니 2010419일에 마드리드에서 요사스러운 선생이 탈고를 한 모양이다. 정발 책 수급에 앞서 아주 조금 맛만 볼까 싶기도 하다.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읽기의 기록들 >>


[1]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2009년 12월 13일)

[2]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2009년 12월 24일)

[3] 새엄마 찬양 (2010년 6월 16일)

[4] 천국은 다른 곳에 (2010년 10월 18일)

[5] 염소의 축제 (2010년 10월 27일)

[6] 나쁜 소녀의 짖굿음 (2011년 1월 7일)

[7]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2018년 10월 9일) * 재독

[8] 세상 종말 전쟁 1 (2019년 6월 28일)

[9] 젊은 소설가에게 보내는 편지 (2021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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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6-02 18: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요사스러운 ^^
기대되네요!

레삭매냐 2022-06-02 19:11   좋아요 5 | URL
서울도서전 즈음해서 나온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추
론을 해보게 됩니다 ㅋㅋ

얄라알라 2022-06-03 22:55   좋아요 0 | URL
저는 ˝요사스럽다˝는 말을 욕할 때 쓰는 말인줄 알아서, ㅋ레삭매냐님 글 읽다말고 네이버 검색하고 왔잖아요. 페이퍼 읽다보니, 왜 반복해서 ˝요사스러운‘ ˝요사한˝이라 하시는지 짐작이 됩니다. 언어유희도 모르고 사는 재미없는 저 ㅋ

독서괭 2022-06-02 19:0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 요사 신간인가요~ 저 몇 년 전에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읽었을 때 매냐님이 댓글 달아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찾아보니 2017년이네요^^ 재밌었는데 그 뒤로 다른 작품은 못 읽어봤어요.

레삭매냐 2022-06-02 19:14   좋아요 6 | URL
전 요사샘 팬이라서
노벨상 받기 전부터
꾸준하게 밀고 있답니다 :>

그게 벌써 5년 전인가요
세상에나 시간 참 빠르네요.

이 책은 12년 전에 나온 책
인데 이제사 정발되네요.

바람돌이 2022-06-02 21: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우 기대되네요. 요사는 천국은 다른곳에 한권 봤는데 이번 책은 일단 주인공 인물이 정말 호기심 잔뜩 들게 하는 인물이군요.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

레삭매냐 2022-06-03 01:01   좋아요 4 | URL
빨리 다음 주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 같이 닐거 BoA요.

coolcat329 2022-06-03 08:5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 요사의 진정한 팬이세요! 저도 좋아하지만 레삭매냐님은 못따라가네요. 이런 책도 있군요. 요사 책 모으는데 이것도 찜입니다.

레삭매냐 2022-06-03 10:49   좋아요 6 | URL
제거 언제 요사의 책을 처음
읽었나 기록을 뒤져 보니
2009년 12월이었더라구요.

그 뒤로 요사스러운 샘의 책
들을 구해서 다 읽고자 노력
중에 있답니다.

이번 책 기대가 마이 됩니다.

mini74 2022-06-03 13: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두 권 읽은거 같아요. 아주 요사스러운 분 ㅎㅎ 저도 기대됩니다 ~ 700쪽이라니 ㅎㅎ

레삭매냐 2022-06-03 14:16   좋아요 5 | URL
저는 정리해 보니 모두 8권
읽었네요 :>

사두고 아직 읽지 못한 책들
이 두 권 있더라구요.
고대하고 있습니다. 어서 오길!

새파랑 2022-06-03 16: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요사 책이 요상스럽게 많군요 전 한권도 안읽었네요 ㅋ 표지는 자주 봤었는데 ㅎㅎ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6-03 17:53   좋아요 5 | URL
아직 요사스러운 샘을 만나 보시지
못했다면 스타트로 <판탈레온>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라틴 아메리카의 매력에 흠뻑 빠지
실 거라고 살짜쿵 알려 드리고 싶
습니다만.

햇살과함께 2022-06-03 20: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새엄마 찬양만 읽은 것 같은데 아주 요사스러웠던 기억이 나네요^^

얄라알라 2022-06-03 22:56   좋아요 3 | URL
오늘의 키워드는 ˝요사 요사˝^^
이렇게나 언어유희도 오가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저는 FM, 네이버 사전이나 뒤지고 ㅋ

레삭매냐 2022-06-03 23:15   좋아요 3 | URL
<새엄마 찬양>은 단언컨대
‘요사‘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아우 참... 그러하다고 합니다.

레삭매냐 2022-06-03 23:20   좋아요 3 | URL
[티오 얄라알라님]
그렇지요.

언의유희는 자고로 요로코롬
땡겨 주는 맛이 쵝오랍니다.

되도 않는 막드립~을 날리고
싶어지는 그런 밤의 시간들입니다.

얄라알라 2022-06-03 22: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관통당한 몸> 전체적으로 각 장 모두 힘겹게 읽었지만, ˝콩고‘ 지역의 범죄가 가장 잔혹하고도 분노 치밀게 했는데, 마침 레삭매냐님께서 <레오폴드왕의 유령>을 추천해주시네요. 고맙습니다.

레삭매냐 2022-06-03 23:19   좋아요 4 | URL
여담으로, 제가 예전에 벨기에 여행
책을 내신 분의 책을 읽고는 아주
대차게 신랄하게 까대는 리뷰를 올
린 적이 있답니다.

아마 작가분이 벨기에 역사에 대해
잘 모르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국
책은 모두 수거해서 개정판을 냈고,
작가분이 친히 편지를 보내 주셨던
것으로...

아르메니아 제노사이드 이전에 벌어
진 지난 세기의 추악한 벨기에의 콩고
학정은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이
었습니다.
 


작년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가의 책 세 권이 동시다발적으로 출간됐다.

 

나의 퍼스트 픽은 <낙원>이었다. 이 책은 존 맥스웰 쿳시 작가 전문 번역가라고 할 수 있는 왕은철 교수가 맡았다. 쿳시 책들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번역이 유려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어제 책을 받기 전에 램프의 요정 미리보기 서비스와 아마존 원서 미리보기 맛보기를 비교해 가면서 읽다가, 책이 도착해서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 그리고 보니 이 책은 그래24에서 주문한 책이었구나. 그 다음에는 램프의 요정에서 <그후의 삶>을 샀다. 오늘은 토스뱅크에서 만원이상 카드를 쓰면 삼천원 캐시백을 해준다고 해서 그 카드와 가온칩스 공모주 벌은 돈으로 <바닷가에서>도 주문을 했다.

 

<낙원>과 함께 온 압둘라자크 구르나 매거진도 도움이 많이 되는 느낌이다.

이번에 나온 세 권의 책에 이어 <배반(디저션)>도 번역 중인지 근간 예정이라고 매거진에 나와 있다. 구르나 작가가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해서 그런지 이전에 나온 책들이 제법 돼서 앞으로도 번역이 기대가 된다.

 

탄자니아 모처의 가상의 마을 카와에 사는 12세 소년 유수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낙원>의 서사는 매력적이다. 우선 유수프(요셉의 아랍식 표현이다)는 호텔리어 아버지의 채무 때문에 거상 사이드아지즈의 도제 혹은 채무노예가 되어 부모의 곁을 떠나게 된다. 어떻게 시작부터 비극의 전조가 보이지 않는가.

 

아랍 문화와 스와힐리 사람들의 문화 나중에는 인도 풍습까지 곁들여지는 문화적 짬뽕탕 맛이 아주 제격이다. 가난하지만 아저씨 아지즈를 끝까지 사이드라고 부르지 않는 유수프의 패기도 마음에 들었다.

 

그전에 접한 정보에 의하면 음냐파라이자 악마로 묘사되는 모하메드 압둘라를 따라 내륙으로 향하는 여행은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을 떠올리게 한다는 기사를 본 것 같다. 오늘은 일단 6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낙원> 가운데 첫 번째 꼭지를 다 읽고 두 번째 <산동네>에 접어 들었다.

 

초반 고개를 넘고 나니 왠지 서사가 엘리베이팅되는 그런 느낌이랄까. 이 작가 읽어 보니 왠지 내 스탈이라는 생각이 팍팍 든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잠시 볼라뇨 읽기를 멈추고, 압둘라자크 구르나를 만끽해야지 싶다.

<바닷가에서>는 내일 도착 예정이다. 나의 공짜 책이여 어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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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20 18: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스타일이라니 다행이면서 기대가 됩니다~!! 전 레삭매냐님 다 읽으시고 리뷰 쓰시면 읽어봐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5-20 19:25   좋아요 3 | URL
오늘부터 가속을 내면 주말 동안
우선 <낙원>은 다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내쳐 달리기 시작하면 ㅋㅋㅋ
저의 부족한 리뷰 기대해 주세욧!

그레이스 2022-05-20 19: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3권 다 구입했으나 아직 시작 못하고 있어요.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읽으려고 기다리는 중이예요^^

레삭매냐 2022-05-20 19:26   좋아요 4 | URL
전 아직 2권이랍니다 -
내일 <바닷가에서>가 오면
3권 완비 ~

저도 읽어 보고 좋으면 독서
모임에 바로 추천각입니다.

페넬로페 2022-05-20 20: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기대, 기대되는데요~~
감상평 궁금합니다^^

레삭매냐 2022-05-21 13:19   좋아요 2 | URL
내쳐 달려야 하는데
감기 때문에 쉽지가 않네요.

날이 덥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mini74 2022-05-20 21: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24 ㅎㅎㅎ 저도 가끔 굿즈에 눈이 멀어 ㅎㅎ저 이 책 궁금했는데 매냐님덕에 정보를 얻어가네요. *^^*

레삭매냐 2022-05-21 13:20   좋아요 1 | URL
쿠폰을 삼천원이나 뿌려서
도저히 이용하지 않고 배
길 수가 없더라구요.

책은 그래24에서 사고 리
뷰는 램프의 요정에 올린
다눈.
 



배드 블러드 : 벌거벗은 여왕님


우연히 실리콘밸리를 뒤흔든 희대의 사기꾼에 대한 콘텐츠를 접하게 됐다. 최근 테라-루나 스테이블코인 폭락 사태로 그 개발자가 제 2의 엘리자베스 홈즈가 아니냐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데, 실물을 담보하지 않는 가상화폐가 얼마나 위험한 투기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그런 시간들이 아닐 수 없다.

 

자고로 모든 비범한 기업의 성공에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법이다. 애플의 잡스 선생은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복귀해서 아이폰이라는 시대의 발명품으로 판을 뒤흔들어 버렸다. 그 시절에도 이미 많이 들은 말이지만, 아이폰이라는 게 모두 기존에 있던 기술을 짜깁기해서 만든 게 아니던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 말을 잡스 선생은 이미 알고 있었나 보다. 일론 머스크 역시 어린 시절에는 망상가라는 평을 들었지만, 잡스 선생의 뒤를 이어 잘 나가는 스타트업을 상징하는 사업가가 되었다. 여전히 코인 사기꾼인지 아니면 혁신의 아이콘 같은 사업가인지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평이 있지만.

   


자 여기 엘리자베스 홈즈라는 인물이 넥스트 잡스 선생이 되기 위해 도전장을 날렸다. 잘 나가는 집안 출신이었지만, 부모 대에는 예전만 하지 못했다고 했던가. 사립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탠포드 대학 화학과에 진학한 홈즈는 19세의 나이에 훗날 테라노스가 되는 <리얼-타임 큐어즈>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그녀가 개발한 에디슨 키트는 너무나 혁신적이었다. 온갖 질병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예나 지금이나 충분한 양의 혈액이 필요했는데, 어려서부터 채혈 공포증에 시달리던 홈즈는 핏 한 방울(아마 그거보다는 많이 필요하겠지)로 무려 250가지에 달하는 질병에 대한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에디슨 키트를 개발해냈다.

 

전세계 스타트업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비 유대계 젊은 백인 여성 CEO의 등장은 성공 서사를 위한 완벽한 충분조건이지 않았을까. 게다가 학벌도 스탠포드 중퇴라고 하지, 그야말로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구비된 성공 서사가 시작될 판이었다. 이런 획기적인 아이디어에 막대한 투자금이 테라노스에 몰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넥스트 잡스의 꿈을 키우던 홈즈는 어려서부터 경쟁심이 강했고, 억만장자가 되겠다는 자신의 오랜 꿈을 비로소 이루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게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홈즈는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 마케팅과 함께 모든 스타트업 선수들의 롤모델인 잡스 선생을 벤치마킹해서 검은색 터틀넥에 붉은 립스틱으로 무장하고 전 세계를 상대로 본격적인 사기를 치기 시작했다. 2013년 미국의 거대 약국 체인인 월그린과 제휴를 맺으면서 홈즈가 이끄는 테라노스는 한 때 10조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자랑하기도 했다. 이런 투자금을 바탕으로 해서 진짜 기술 개발에 나섰더라면 좋았을 텐데 돈의 유혹에 눈이 먼 홈즈는 스타트업 기업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은 도외시하고 사기극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월스트릿저널 출신의 퓰리처상 수상기자인 존 캐리루 아저씨가 뉴요커에 실란 홈즈의 기사를 보면서 홈즈의 테라노스 제국에 대한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참 홈즈는 테라노스의 이사진을 헨리 키신저, 조지 슐치 그리고 제임스 매티스 같이 세계적으로 저명한 인사들로 채우면서 자신이 펼치는 사기극을 보다 더 신뢰할 만하게 꾸미는 데도 일조했다.

 

정밀한 의학 기기라면, 수년간 의과대학에서 연구를 거듭한 의사 출신이 맡아야 하는데 정작 홈즈에게는 그런 경험이 일천하다는 점에 의심을 품은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존 캐리루 작가가 탐사보도를 시작하면서 접촉한 전 테라노스 직원들이 엄격한 보안유지 각서 때문에 테라노스의 속사성을 외부에 알리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고 한다. 테라노스는 협박과 위협 그리고 해고로 이의를 제기하는 내부 직원들을 저격했다. 사실 이제 빌런이 된 홈즈를 상대로 막대한 소송비와 배상금까지 치를 지도 모를 그런 위험한 일에 나설 인물들은 없지 않았을까.

 

<배드 블러드>의 저자 존 캐리루는 아담 로젠도프(일명 앨런 빌)이나 타일러 슐츠 그리고 에리카 청 같은 양심적인 내부 고발자들의 도움으로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숱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20151016일 월스트릿저널에 존 캐리루가 테라노스 에디슨 키트에 대한 사실을 폭로하면서 홈즈 제국의 추락이 시작됐다. 2016년에는 FDA의 긴급 테라노스 실태조사, 2018년에는 미국증권거래 위원회의 고소로 홈즈가 테라노스 CEO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고, 테라노스는 상장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홈즈는 총 11개의 죄목으로 기소되었는데 대배심 평결에서 투자자들을 속인 4가지 죄목들은 모두 유죄 판정되었고, 4가지 환자를 기만한 죄들은 무죄를 나머지 3가지는 미결론으로 도출되었다. 홈즈는 존 캐리루가 자신에게 1억 달러 가까이 투자한 루퍼트 머독의 미디어 제국 가운데 하나인 월스트릿저널 소속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의 탐사조사를 막아 달라고 했으나, 머독이 거절했다고 한다. 그런 걸 보면 머독도 악덕 사주는 아닌 듯.


홈즈의 경우에서처럼 사실이 아닌 것을 바탕으로 거짓말과 사기를 반복하다 보면, 그것이 진짜라고 믿어 버리게 되는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예전에는 권력으로 찍어 눌렀다면 새로운 세기에는 막대한 비용과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소송전으로 자신을 반대하는 이들을 제압하는 세련된 방식이 동원된다는 걸 이 케이스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실제 타일러 슐츠는 테라노스를 상대로 한 소송전에서만 5억 원의 소송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그가 금수저 집안 출신이었으니 다행이지 보통 사람이었다면 감당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타일러 슐츠는 피 한 방울로 250가지 질병 검사를 해낼 수 있는 에디슨 키트 만큼이나, 레이건 행정부 시절 국무장관으로 활약한 자신의 할아버지와 연세 지슷한 이사진 양반들이 홈즈의 생일파티에서 노래를 부르고 오행시를 짓는 장면이 그렇게 비현실적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형힌 테라-루나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시장에서 계속해서 경고등이 들어왔는데도 불구하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눈먼 투자자들이 단기이득을 노리고 부나방처럼 투전판에 뛰어든다는 이야기가 정말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배드 블러드>에는 독자들이 호기심을 품을 만한 모든 요소들이 한가득이다. 19세 소녀가 살벌한 경쟁이 펼쳐지는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기업을 설립해서, 저명한 경제기 <포브스>가 미국에서 가장 부자로 선정할 정도로 성공한 기업가가 되는 과정이 정말 드라마틱하지 않을까? 물론 기초가 없는 모래성을 쌓은 덕분에 성공만큼이나 몰라도 빨랐다. 화려한 성공만큼이나 몰락도 아찔했다. 최대 20년에 달하는 형량을 어떻게든 줄여 보기 위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낸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전 애인이었던 서니 발와니에 대한 폭로도 초현실적인 막장극의 완성도를 더 높여 주었다. 머독을 비롯한 숱한 투자자들이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혔지만, 벌거벗은 여왕님은 여전히 캘리포니아의 1,700만 달러 짜리 대저택에서 호화롭게 지내고 있는 후속 보도는 또 어떤가.

 

간략하게 엘리자베스 홈즈의 사기극 <배드 블러드>를 다뤄 보았는데 곧 영화도 제작될 전망이고, 애플에서는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의 <드롭아웃>이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최근 발표되었다. 과연 다른 미디어에서는 벌거벗은 여왕님이 어떻게 묘사되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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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5-19 1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화로 제작되는 군요? <배드 블러드> 책으로 읽고 싶었는데
레삭매냐님 덕분에 진상을 어느정도 파악하게 되었네요.

확인도 없이 큰 돈을 투자한 투자자들...
일확천금에 대한 기대가 물증보다 강력한
확신이 되었을것 같아요

헨리 키신저 충격입니다.

레삭매냐 2022-05-19 14:22   좋아요 2 | URL
영화에서는 제니퍼 로렌스가
홈즈 역할을 맡는다고 하네요.

왜 이사진에 얼굴 마담들만
있고, 진짜 전문가들이 없는지
투자자들이 의문을 표하지 않
았을까요? 묻지마 투자의 대표
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키신저가 아직도 건재하다는 게
더 놀랍습니다.

sijifs 2022-05-19 12: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상당히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영화와 드라마 제작 소식이라니 나중에 개봉하면 꼭 봐야겠군요

레삭매냐 2022-05-19 14:23   좋아요 2 | URL
존 캐리루 작가가 퓰리처상
을 두 번이나 받은 이유를
절실하게 알려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 우선 <드랍아웃>부터
볼 생각이랍니다.

mini74 2022-05-19 16: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거 기사였나 어디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근데 이렇게 큰 사기를 친 사람들은 요즘은 이야기를 팔아서 또 부자가 되더라고요. ㅎㅎ 참 아이러니합니다. 사기도 크게 쳐야 되나봐요

레삭매냐 2022-05-19 17:42   좋아요 2 | URL
어느 기사에서 봤는데 횡령액이
100억 이상이면 백퍼 집행유예
라고 하더라구요.

그 이하는 실형이구요. 그니까
해먹으려면 왕창~! 해먹어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