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휴업이라 '개이득'을 외치는 막둥이를 진정시키느라 힘들다. 얘야, 태풍이 우리를 빗겨가고 약해졌다니 다행한 일이지만 너와 함께 하는 이 불금은 늙은 에미에겐 힘겹다. 어제 받은 성적표, 지난달 전기요금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지레 겁 먹고 카페로 도망가서 커피 값을 더 썼기 때문인가, 머릿속으로 잠깐 계산해보았다.

 

창문을 열고 비가 오다 말다 하는 걸 보면서 설겆이랑 싱크대 청소를 했다. 이런 매일 매일의 청소와 집안 관리는 정말 재미 없어. 그래서 책을 사서 읽었지. 어떤 일본인은 네 명 가족 한달 전기료가 500엔이라던데? 하면서 읽어보니 냉장고랑 세탁기를 안쓴다고. 전구도 세 개고 어두우면 자야 하는거라고, 원래 그렇게 살던 '옛날'을 생각하라고 한다. 와우. 전 이십일 세기에 살고 있습니다. 청소의 대가의 책을 사서 읽었더니 (제목이 너무나 내 마음) 앗, 이 책은 예전에 사서 읽고 팔았던 거였다? 이런. 두 저자가 한결 같이 하는 말은, 처음엔 힘들고 번거로워도 조금만 참고 하면 됩니다, 몸에 익숙해 지면 참고 하면 됩니다, 라고요? 아...네.... 청소와 아끼기는 결국 누군가 참고 아끼고 (라고 쓰고 궁상 떨고 로 읽는다) 몸을 계속 움직여야 하는 일이다. 나처럼 책부터 사서 읽고 뽐뿌, 를 받아야 꿈지럭 거리면서 하는 일이 아니고 말입니다. 에잇, 빈정이 확 상해부럿어. 보라색 매트 위에서 플랭크나 해야지. (라고 일단 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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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8-24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랭크라니!! 만두님은 점점 더 멋져지시네요!! 😍

유부만두 2018-08-25 12:20   좋아요 0 | URL
플랭크 후 오만상에 신음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ㅜ ㅜ

목나무 2018-08-24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필라테스에서 플랭크 하고 지금 복근이 생긴 것 같아요!? 라고 일단 질러본다. ㅋㅋㅋ

유부만두 2018-08-25 12:21   좋아요 0 | URL
복근!?! 은 아직 저에겐 오지 않았고요, 그저 플랭크는 자학인가, 생각했어요.

psyche 2018-08-24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매트만 폈다가 다시 접은 건 아니겠지? ㅎㅎ

유부만두 2018-08-25 12:21   좋아요 0 | URL
음.... 늘상 펴놓습니다.

나른한 부야 2020-05-06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평읽고 감동받기는 처음..

유부만두 2020-05-10 08:11   좋아요 0 | URL
저의 일상으로 감동 받으셨다니 부끄럽네요;;;;
 

태풍을 핑계로 집에 있으려고 했다. 오후 약속을 취소하고, 병원 예약도 변경했다. 커피를 내리고 사과를 깎아 한 입 베어물자 막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 오늘 우리반 단체티 입는 날이었더라구요?;;;

실은 오전에 학교서 학부모 강연이 있는데 가기 싫어서 애 앞에서 피곤한 티를 냈는데. 애는 눈치란 없지, 절대 없지. 그러니 오는 길에 갖다달라고 얘길 하는거지. 나는 부랴부랴 준비중에 짧은 리뷰? 를 남긴다.

1990-2015년의 중고등 생활을 소재로한 단편집이다. 아는 작가가 둘 뿐이라 정세랑, 장강명 것만 골라 읽었다. 장은 (역시) 기사가 되었던 어느 사립학교의 급식 비리 이야기를 학생의 입장에서 쓰(는 흉내를 내)고 정은 (의외로) 판타지를 싹 지우고 덤덤한 범생이 이야기를 썼다. 사랑도 살짝 묻어있다. 사건과 진통이 있고 아이들은 졸업을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다니던 시절 보다 나중 일들인데 어쩌면 선생들은 그대로고 하는 멘트도 그대로일까. 발랄라라하리라 기대한 내가 머쓱하게 학창시절은 지나고 나서야 그리워... 아니, 아련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 당시엔 넘나 지겨운것. 그 학창시절 (초딩은 안쳐줌)에 들어서려는 막둥이가 글쎄 준비물로 맘고생이쟈나, 갖다줄게. 하지만 이거 버릇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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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8-24 0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엠군은 보면 꼭 내가 차 쓰는 날 뭘 안가져가더라고. 아마 누나가 운전해서 갔을때는 어짜피 연락해봤자 내가 차 없어서 못 가져다 주는 거 알아서 그냥 없는대로 있었겠지. 숙제도 안내고 그러면서 ㅜㅜ

유부만두 2018-08-24 11:57   좋아요 0 | URL
준비물 안 가져가도 냅둬야 한다던데, 우리집 얼라들은 그래봤더니 그냥 점수 깎이면서 계속 잊고 안챙기더라고요. ㅜ ㅜ 맨날 뭐 잃어버리고 흘리고 다니고.

지난번 휴가 나왔던 큰 애는 하마터면 군표 (목걸이) 집에 두고 귀대할 뻔;;;;; 아이고요. 이런 애가 나라를 지킵니다. ㅜ ㅜ

psyche 2018-08-24 12:03   좋아요 0 | URL
나도 엠군 키우기 전에 그렇게 주장했어. 준비물 안가져가더 냅둬야한다고. 누나들은 그게 먹혔는데 이녀석은... ㅜㅜ
엠군 키우면서 엄청 반성한다는...
 

어떤 직종이라도 드라마에선 연애만 한다. 회사는 두 계파로 나뉘어 이사장과 사장 사이의 암투가 벌어지고 해외 유학파 여인은 순박한 계약직 여직원의 츤데레 애인인 실땅님을 빼앗으려 든다. 실땅님은 실은 어릴적 부터 아픔이 있었....

 

그런 이야기 아닌 그냥 직장인 이야기다. 소설이지만 쓱쓱 읽히고 큰 얼개나 구성, 인물도 엄청 새롭지는 않다. 설레지 않는다, 고 제목에 써놓고 당당하게 직딩의 생활 이야기로 시작한다. 알람 사이의 8분 (내 시계는 9분)이 붙잡아주는 달콤함과 게으름으로 만드는 아침, 어젯밤에 놓아둔 물건을 밟고 시작하는 분주한 출근 준비, 차곡차곡 쌓이는 마켓 떨이 물건 기분이 드는 지하철, 오랜 연인과 헤어지고 느끼는 후련함과 그저 따지고 화풀이 하는 게 목적인 고객의 전화. 믿음직한 사수였던 선배의 퇴사가 불러오는 불안감, 갑자기 쎄한 느낌이 들게 구는 맞은편 직원, 등. 내가 겪지 않고 있는 일상들을 차분하게 불러와서 늘어놓는데 상상이 갑니다. 그 작은 인간 사회의 축약형, 그 안의 갈등과 서열, 그리고 초월하기 위한 나름의 비법도. 아줌마라고 모르지 않아요.

 

나카코와 시게노부, 성(姓)도 생일도 같은(!!!!) 두 남녀가 과연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될까를 생각하면 사실 조금은 설렙니다만, 그것 말고는 직장의 일이라 나처럼 비직장인이 읽어야 재밌을 책이다. 이런 매일의 풍경을 휴식 시간의 책 안에서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을테니까. 그래도 뭐랄까, 생활형 소설, 아니면 꾸준함의 글, 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매일 매일 아침에 나서고, 볶이고, 지치고, 순간순간 일탈이나 휴가를 꿈꾸고, 그리고 다시 아침, 누구나 다 그렇다고, 조금은 우겨보련다. 책 말미에 실린 이 책의 홍보 만화 (인데 왜 끝에 붙여놓았을까요) 가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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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사건은 벌어졌고, 아이들은 죽었고 피의자 보모 루이즈는 자해 후 병원에 누워 있다. 여성 경감은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었고 루이즈 대신 현장검증에 설 예정이다. 피의자의 마음 속, 그 의도를 들여다 보려 애쓰는 경감의 독백으로 소설은 끝난다. 아직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은채. 역자 후기에서도 '나는 루이즈를 모른다' 라는 솔직한 문장이 놓여있다. 누가 알겠는가, 그 검게 굳은 심장의 여인을.

 

소설 내내 바쁘게 '미래를 계획하는' 미리암과 폴 부부 대신 루이즈는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내몰리며 현실을 부정하는 루이즈. 그녀가 딱히 미리암의 처지를, 옛 자신의 고용주들의 집과 가정을 시기했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녀는 바쁘게 매일 갈 곳과 자신을 기다릴 해맑은 아이들의 눈동자, 살뜰한 보살핌 뒤에 반짝이는 집안의 모습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녀는 늙어갔다. 아당의 동생을 기다리며 자신의 존재이유를 만들기 보다는 다른 새 가정에서 새로운 아이 돌봄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다른 '종결'을 향해 걷는다. 이제 은퇴를 생각하는 키 작은 남자, 루이즈에겐 성에 차지 않는 남자를 소개 받아서 꾸역꾸역 데이트를 이어가고 있었다. 밤엔 넋을 놓고 가게 윈도우를 구경하며 한없이 걷고, 다른 보모들 (주로 프랑스인이 아닌 유색 외국인들)과는 말을 섞지 않고 '가르치려 드는' 에너지도 서서히 잃어가는 루이즈. 아이들을 해하고 나서 그녀 자신도 정말 죽으려 했을까. 루이즈가 정말 미워한 대상은 누굴까. 끈적한 빗바람을 맞으며 읽자니 갑갑하기도 하다. 빨래도 안마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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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8-23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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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8-08-23 08:05   좋아요 0 | URL
아니요;;;;; 추리 스릴러 쪽도 아니고요, 좀 애매해요.
 

아치디, 에서도 첫 문장의 엘레인에서도, 나는 화자의 성별과 국적 그리고 언어에 대해서 상상할 수 없었다. 조금씩 그가 한국인이 아님은 물론 영어가 모국어도 아닌 브라질 남자라는 것을 알게되면서 찰흙이나 지점토를 빚어서 만들듯 조금씩 상상의 얼굴을 만들...다가 말았다. 그가 하는 이야기는 자신의 경험, 아치디라는 작은 마을의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하민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하민은 내가 아는 사람 같았다. 권여선 작가의 '이모' 생각도 났고, 속없이 고생만 했다던 먼 친척 고모님 댁 큰언니 같기도 했다. 다들 떠나는 방식은 달랐고 살아내는 식도 달랐지만 어쩐지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랄도, 그의 고통스러운 마음도 전혀 낯설지 않았다. 그런데....이런 멀고도 가까운 이야기를 여러 겹의 언어와 시간, 더해서 국적을 바꿔 포장해 놓은 것을 읽으려니 피곤하다. 최은영 작가의 전작 '한지와 영주'를 이해하지도 공감하지도 못했던 기억이 났다. 내가 너무 늙었기 때문인가. 왜 이 나이 먹도록 젊은 작가와 그들의 젊은, 너무나 어리고 풋풋한 이야기에 이리 매달려 집착하는가. 아치디에서, 먼 이국에서 다른 언어로 지내다 보면 인생의 고민은 매듭을 풀고 새로운 삶을 살아낼 용기와 기회가 생긴다고, 그 때는 믿었었지. 만. 위안을 얻지 못하고 책을 덮는 내 늙은 마음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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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0 13: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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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0 13: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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