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사건은 벌어졌고, 아이들은 죽었고 피의자 보모 루이즈는 자해 후 병원에 누워 있다. 여성 경감은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었고 루이즈 대신 현장검증에 설 예정이다. 피의자의 마음 속, 그 의도를 들여다 보려 애쓰는 경감의 독백으로 소설은 끝난다. 아직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은채. 역자 후기에서도 '나는 루이즈를 모른다' 라는 솔직한 문장이 놓여있다. 누가 알겠는가, 그 검게 굳은 심장의 여인을.

 

소설 내내 바쁘게 '미래를 계획하는' 미리암과 폴 부부 대신 루이즈는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내몰리며 현실을 부정하는 루이즈. 그녀가 딱히 미리암의 처지를, 옛 자신의 고용주들의 집과 가정을 시기했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녀는 바쁘게 매일 갈 곳과 자신을 기다릴 해맑은 아이들의 눈동자, 살뜰한 보살핌 뒤에 반짝이는 집안의 모습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녀는 늙어갔다. 아당의 동생을 기다리며 자신의 존재이유를 만들기 보다는 다른 새 가정에서 새로운 아이 돌봄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다른 '종결'을 향해 걷는다. 이제 은퇴를 생각하는 키 작은 남자, 루이즈에겐 성에 차지 않는 남자를 소개 받아서 꾸역꾸역 데이트를 이어가고 있었다. 밤엔 넋을 놓고 가게 윈도우를 구경하며 한없이 걷고, 다른 보모들 (주로 프랑스인이 아닌 유색 외국인들)과는 말을 섞지 않고 '가르치려 드는' 에너지도 서서히 잃어가는 루이즈. 아이들을 해하고 나서 그녀 자신도 정말 죽으려 했을까. 루이즈가 정말 미워한 대상은 누굴까. 끈적한 빗바람을 맞으며 읽자니 갑갑하기도 하다. 빨래도 안마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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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8-23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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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8-08-23 08:05   좋아요 0 | URL
아니요;;;;; 추리 스릴러 쪽도 아니고요, 좀 애매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