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연설문 정리글인데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그녀의 시대에나 지금에나 널리 퍼져있는 꼰대 아저씨들의 무지막지한 글에 분노를 느꼈는데, 울프는 그런 여성의 분노와 여성성의 의도적 노출이 소설의 서사를 어지럽혀서는 안된다고 썼다. 여성운동의 맥락 말고도, 문학에 대한 저자의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글이다. 소설가의 '완전성', 독자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고 가능하리라 믿지도 않았던 장면을 설득력있게 그려내주는 그 완전성에 대한 설명은 내가 왜 소설을 읽는지 깨닫게 해주었다. 하지만 역시나 어렵다. 페미니즘 운동에서 이 글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알기위해서는 다른 참고 서적들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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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17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렵지만 읽어내면 참 뿌듯한 책일 것 같아요.

유부만두 2016-01-18 12:49   좋아요 0 | URL
조금은 뿌듯한데요, 온전히 이해한 것 같지 않아서 재독해야하는 책이에요. 너무 천천히 읽어서인지, 아니면 제가 울프의 책을 처음 접해서 그런가봐요.
 

단테가 지옥에서 처음 보는 죄인들은 방관자들이다.

불의를 보고도 아무것도 행하지 않은 이들.

 

천사의 비호와 대시인의 인도를 받아 어렵게 열리는 지옥의 문. 시인 그룹의 제6인으로 걸어가며 으쓱 거리는 단테의 모습이 상상된다. 그뒤 참혹한 지옥의 모습이 계속 되다보니 어느 장면들은 판타지 소설 처럼 읽히기도 한다. (인간과 뱀이 서로 모습이 바뀌는 장면과 얼음호수 위 거인들 모습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죄인들은 성서,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고 로마 역사의 인물들이고 단테의 시대에서 가까운 과거에 살았던 인물도 있다. 그들은 지옥에서 벌을 받으면서도 서로 헐뜯고 싸우고 있다.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던 단테는 부끄러움을 깨닫기도 한다. 지옥의 죄인들의 소원은 기억되고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라서 하나같이 (매국노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테에게 자신의 이름과 사연을 말하려 애쓴다. 끔찍한 것은 죄인의 영혼은 이미 지옥에서 벌을 받고 있는데 죄인의 몸은 악마에게 입혀져서 아직 지상에서 여러 사람들을 괴롭히는 경우이다. 우리나라의 신곡-지옥 편이 있다면 누가 해당될까 상상해 본다.

 

지옥의 죄인들의 공통점은 '배신'이다. 신앙과 도리, 의리와 정의를 어긋나게 행동하고 속이며 그릇된 이익을 얻은 자들. 그 중에는 오딧세우스가 있고, 기독교 시대의 작가에게는 당연하게도, 마호메트도 소환되었다. 기독교 세계를 분열시킨 마호메트는 몸이 분열되는 벌을 받아 처참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지옥은 죄인 뿐 아니라 죄인들을 벌주는 괴물들, 이어지는 불과 구렁들 때문에 소심한 단테는 겁에 질려 떠는 모습인데 마지막 장에 가까워지면 단테가 공동체를 배신한 죄인의 머리칼을 잡고 뽑아버리는 행동까지 보인다. 하지만 그가 담력을 키웠다고 볼 수는 없고, 단테도 죄인들의 업보에 참지 못하고 분노를 표현하는 것 같다. 지옥을 모두 둘러본 다음, 그는 지구의 중심을 통과해 반대편으로, 구멍을 통해 하늘과 별이 보이는 곳으로 빠져 나온다. 마지막 장을 읽고나서 저절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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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06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독서 계획 열심히 실천 중이시군요~
단테가 지옥에서 처음 보는 죄인들이 방관자 라는 사실이 큰 깨달음을 주네요.

유부만두 2016-01-06 17:39   좋아요 0 | URL
저도 그점을 곱씹게 되더라구요. 많이 찔리기도 하고요...
 

강렬한 제목의 책을 골라놓았다. 오라,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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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31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16-01-02 07:4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붉은돼지님!
내부자들 영화도 살벌한가보네요. 아직 첫 부분이지만 어쩐지 혼나는 기분으로 얌전하게 읽고 있습니다 ^^

라로 2016-01-02 0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 첫 책으로 이만한 책도 없을 것 같아요!!ㅎㅎㅎ

유부만두 2016-01-02 07:46   좋아요 0 | URL
그런거 같아요. 일단 허세 털고 소박하게 되어보려 합니다.
해피 뉴 이어 아롬님!
 

 올해엔 권(편) 수를 채우는 데 신경쓰느라 어린이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막내와 함께 어린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 컸지요. 어린이 독자를 생각하며 만든 이야기라도 가볍지 않은 책들이 많았어요.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작가를 만나게된 건 올해의 가장 큰 행운이었어요. 어른 책은 단편을 챙겨 읽었는데, 역사흐름과 함께한 소설 읽기는 고등학교 국어 시간을 떠올리게도 했어요. 역시나 책읽기는 학교와 시험이라는 틀을 벗어나야 한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즐거움도 맛본 한 해였습니다. 너도나도 칭찬하는 황정은 작가를, 저도 사랑하게 되었고요, 가즈오 이시구로 작가는 행복한 독서 시간을 제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가즈오 이시구로 정말 멋진 작가에요. 서재 이웃분들께 아끼지 않고(?) 추천합니다. 올해는 여성 독자의 시선을 전보다 더 자각하게 되도록 도운 책을 많이 만났습니다. 매일 매일 배우고 생각하고 달라지고 싶어요. 독서목록을 정리하고 보니 재미있게 즐겁게 (가끔은 울면서도) 읽은 책들이 많네요. 누가 뭐래도 제가 좋아서 읽고 있어요. 내년에도 계속 읽어 가려고요....

 

올해의 고전

 

 

 

 

 

 

 

 

 

 

 

 

 

 

 

올해의 책

 

 

 

 

 

 

 

 

 

 

 

 

 

 

 

 

 

 

 

 

 

 

 

 

 

올해의 만화 책

 

 

 

 

 

 

 

 

 

 

 

 

 

 

올해의 어린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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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12-31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녹턴책을 보고 일단 보관함에 담아두고 이제 댓글 다네요?
님의 결산하신 목록들을 보면서 읽어보고픈 책들에 기웃거리게 되구요~~어린이책들도 갑자기 읽고픈 생각도 들구요~또 책욕심만 한가득 안고 갑니다^^

마지막날도 가족들과 즐겁게 보내시고,2016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어요^^

유부만두 2015-12-31 19:48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책읽는 나무님 댁에도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
나무님께서도 녹턴을 즐기실거라 생각해요.
 

The God of Small Things, Arundhati Roy

올해의 마지막 책일까. 속도가 나지 않아 한 달 동안 천천히 읽었다. 인도의 문화와 복잡한 정치상황, 그리고 뿌리깊은 신분제 사회에 서양에 대한 사대주의 등등이 우리나라의 모습과 겹쳐졌다. 무엇보다 '여자들의 이야기'라니 읽을 수 밖에. 하지만 여주인공들이 너무 나약하거나 사악하다. 분노가 차고 넘쳐서 서로를 할퀴고 자신을 죽여버리고 만다. 한심하기 그지없고 생뚱맞게 소비되고 마는 남자 등장인물들도 아쉽다. 이 치명적인 사랑 이야기가 그저 흔한 역사소품 같고, 불쌍하긴 하지만 벨루타도 매력적이지 않고, 암무의 허망한 마지막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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