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에 '나의 눈부신 친구' 두 시즌이 업로드 되어서 바로 가입 후 시청했다. 이틀 만에 다 봐버렸다. 멈출 수가 없었어. 그만큼 반갑고 또 실망스럽고 그런데 너무 좋아서 책을 다시 읽고 있다. 두번째 권만. 릴라가 고작 열다섯, 만나이로 쳐도 고등학교 1학년 나이에 결혼을 하고 무릎이 꺾인다. 릴라와 미친 사랑을 하는 니노, 그 허세 청년을 사랑하는 레누, 레누를 사랑하는 안토니오, 하지만 고향을 떠나는 레누, 새로운 세상. 글을 읽고 쓰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쓰는 페란테, 의 책을 사서 읽는 나. 



드라마는 상상 속의 나폴리 서민 동네 어둡고 질척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작은 아이 릴라와 조그만 레누가 어른들과 남자들에게 얻어맞고 폭행 당하는 걸 다 꺼내놓았다. 시즌2의 어른 모습의 배우들 (고등학생 나이) 특히 남자들은 다들 너무 늙고 못 생겨서 (!!!! 안토니오 ㅜ ㅜ 미켈레 ㅜ ㅜ 마르첼로 ㅜ ㅜ 게다가 스테파노... 하아... 니노, 너마저) 그만큼 더 눈부신 레누와 릴라에 집중하게 된다. 릴라의 인생이 뒤집어지는 결혼식 피로연, 여름 바닷가 휴가 장면은 눈부시다. 여름 바다 장면을 빼면 모두 어둡고 회색이다. 드라마 셋팅장 티가 드러나는 동네나 책의 미묘한 감정선보다는 사건을 따라가는 바람에 더 거칠고 투박하게 표현되는 인물의 행동들을 한번에 다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싫었던 만큼 그래도 좋았는데, 어쩐지 익숙한 흐름이 보였다. 우리나라 80-90년대 김수현 드라마 같고, 빨간머리 앤과 다이아나 같기도 하고, 그 극악스러운 릴라에 목매는 남자들과 레누가 안타까웠다. 60년대 가난과 관습에 발목 잡혔던 여성들, 아니 지금도. 


찬란한 여름 이스키야 바다에서 릴라는 베케트의 희곡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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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자나 2020-05-30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영화로 나왔군요~~

유부만두 2020-05-30 11:06   좋아요 0 | URL
영화는 아니고요, 드라마로 나왔어요.
각 권을 시즌제로 제작하는 듯한데 시즌별로 8개 에피소드에요.

hnine 2020-05-30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이것도 재밌겠네요.
저 지금 유부만두님 서재에서 보고 <히비키> 구매해서 보고 있잖아요. 몇년 만에 읽는 만화인지.

유부만두 2020-05-30 19:25   좋아요 0 | URL
아.... 그런데 실망은 안 하셨나요?;;;
전 그저 이런 저런 잡다한 것들을 즐기는데요.
히비키는 막 추천할 만하지는 않은데 ... 은근 매력적이긴해요. ^^;;;

<나의 눈부신 친구>는 8부작 X 2시즌이라 양이 많지만 재미 있어요.
이미 책으로 아는 내용이지만 흡인력이 (두 주인공의 연기가) 상당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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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의 새 소설.
백석의 북한에서의 삶을 읽을/들을 수 있다.
일단 오늘은 인터뷰가 올라왔다.


악스트(2020. 1/2)에 실린 단편 ‘미억오리같이 굴껍지처럼’을 읽고 오매불망하고 있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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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배추가 있기에 책거리.
깊은 맛의 슴슴한 배추적. 초간장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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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5-25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배추전이 참하고 예뻐요. 먹기엔 아까운데 먹으면 더 예쁜 맘이 들것 같기도 하구요*^^

유부만두 2020-05-25 21:07   좋아요 0 | URL
금세 먹었어요. 전은 따뜻할 때가 제일 맛있죠.
배추전은 슴슴해서 그저 간장과 기름 맛, 따뜻함에 사각거리는 식감으로 먹는 것 같아요.

비연 2020-05-25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제목이랑 느무나 들어맞는! ^^

유부만두 2020-05-25 21:08   좋아요 0 | URL
배추전 먹으려고 저 책을 읽은 것만 같아요. 하지만 책 내용에서 배추적은 참 ...

막시무스 2020-05-25 18: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이거 정말 예술이네요!ㅎ 막걸리 사고 싶으네요!ㅎ 눈요기 잘 했습니다!

유부만두 2020-05-25 21:08   좋아요 0 | URL
눈요기라도 칭찬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책도 맛있게 읽었어요.
 

이번 주말 NT 공개작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Streetcar Named Desire이다. 결혼 전 당시 남친이었던 남편과 93년에 대학로에서 본 연극인데 (양금석 주연) 배우의 하얀 투피스만 기억나고 줄거리는 다 잊었다. 그녀의 약간 쉰 목소리에 압도되었는데 왜 기억이 안나는 건지?;; 





세월은 흘러 흘러 27년 후, NT 영상 (질리언 앤더슨 주연)으로 만나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진짜 어른의 이야기였다. 그러니 애송이들에겐 어렵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겠지. 한참 연애중인 이십대 중반 애들이 왜 이런 인생의 쓰디쓴 현실 이야기를 애써 봤는지. 얘들아, 그땐 그냥 놀이 동산 가서 사진 찍고 뛰어 댕겨. 지금은 ... 그럴 수 없겠구나. 


여튼, 추억에 잠시 빠졌다가 테네시 윌리암스의 책을 먼저 읽고 연극영상을 봤다. 희곡의 인물 묘사는 연극의 지문 보다는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게 한다.  전형적인 인물들이 뻔하게 불안한 예측 대로 행동한다. 하지만 그 전형적 공식을 하나씩 따라가는데도 강한 인물들이 맞부딪힐 때 마다 그 에너지가 상당하다. 파국으로 치닫는 사람들. 


1940년대 재즈와 뉴 오를리언즈 동네의 끈적한 여름 공기. 동물적 본능과 자신감으로 밀어부치는 스탠리, 그를 온몸으로 사랑하는 스텔라, 현실보다는 '마법'을 바라는 블랑쉬, 마마보이 미치. 서로의 공간이 겹치는 무대와 엄연한 경제적 계급, 남녀유별, 그리고 빛과 어둠의 경계선. 그녀의 숨겨진 과거와 범죄. 그 사이 사이의 잔인한 블랙 유머. 욕망이라는 전차 이름부터 실제와 은유를 오가는 말 장난이 상당하다. 그걸 생생하게 살려내는 배우 질리언 앤더슨! 자막 없인 뭔말인지 모르도록 씨게 씨게 써던 액썬트로 대사를 던지는 블랑쉬! 한 없이 차가운 스컬리 요원이 이렇게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나서 얼마나 놀랐는지. 옛 영화로는 비비안 리와 말론 블란도가 그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냈다고 한다. 새롭게 비튼 이야기로는 '블루 재스민'이 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이건 어른의 이야기, 그것도 나쁜 사람들의 처절한 이야기다. 제목 만큼이나 야하고 (헙) 강렬해서 중간에 몇 번이나 쉬면서 얼음물을 마셨다. 이젠 이걸 이해할 나이가 되었구나? 지천명이 그런 의미였나봐? 






사람들이 욕망이라는 전차를 타고 가다가 묘지라는 전차로 갈아타서 여섯 블록이 지난 다음, 극락이라는 곳에서 내리라고 하더군요.

They told me to take a streetcar named Desire, and then transfer to one called Cemeteries and ride six blocks and get off at--Elysian Fie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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