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400. 혼자살기 9년차 (타카기 나오코)

매일 매일 되풀이 되는 삶도 재미있을 수 있다. 별걸 다 만화책으로 만드는 나라, 일본이라지만 사람사는 게 다 비슷하고 다 비슷하게 쉬운 방법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그보다도 아이들에 치이다보니 혼자 사는 삶이 궁금했다. 난 왜 그리 결혼을 빨리 했을까...

 

128/400. 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그 유명한 힐링 만화를 이제야 만났다. 엉성한 그림체 때문에 꽤 망설였는데, 이 묘하게 공감되는 솔직함. 난 아줌마라서 숲, 보다는 다음 책에 더 공감할 거라 생각했는데, 숲은 정말 강하게 위안이 되는 만화였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내 친구들이 생각났다. 고마워~ 그대들!

 

129/400.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마스다 미리)

이렇게 선생님 같은 제목은 아줌마인 내가 수없이 되뇌었던 질문. 답은 없고, 나의 부끄러운 시샘도 해법이 없지만, 그저 심심하게 또 덤덤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는 위안이 되었다. 억지 부리지 말것, 하지만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걸 잊지말것. 아직 내가 마스다 미리에게 위안을 받을 수 있다니. 내가 내 나이보다 훨씬 젊게 느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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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2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5-03-23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카기 나오코의 책은 첨 봐요~~ 마스다 미리의 책은 다 읽었지만~~~.
암튼 저도 유부만두님 따라해야 겠어요~~~. 책 읽은 권 수 적는 거 말이죵~~~~ㅋ
어떻게 지내세요??? 어머님은???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2015-03-25 0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쌍욕이 난무하는 즐거운 점심시간
우리집 옆 중학교

너네가 전국 상위 몇 프로 더라...
그래서 아줌마도 이사 왔어

얘들아 , 그러지마, 라고 하고 싶지만
변성기 아이들 쉰 목소리의 욕설들은
끊이질 않는다

창문 열어
봄 바람을 맞고 싶었는데

날 찾아오는 건
풋풋한 욕설 뿐

아이들아
욕은 맛있게 먹었니?
건강하게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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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3-20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왜 고치셨어요. 처음 글이 더 좋았는데요. ㅎㅎㅎㅎㅎ

유부만두 2015-03-20 16:05   좋아요 0 | URL
헙. 보신 건가요? ^^;;
 

 

126/400. 화장 (김훈)

6년도 더 전에 강산무진 단편집을 읽고 작가 사인까지 받았는데, 영화 '화장'의 예고편을 볼 때 까지 다른 단편 '언니의 폐경'의 줄거리로 기억하고 있었다.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나서 단편을 다시 찾아 읽었는데 무겁고 힘들다. 중년의 남자가 아픈 부인의 죽음과 부하 여직원의 젊은 아름다움 사이에서 갈등한다, 고 했는데, 간단한 문장으로 정리하기엔 더 복잡한 이야기.

소설 속 오상무와 영화의 오상무 (아니 안성기)는 아주 다른 느낌이고, 추은주는 완전히 별개의 캐릭터였다. 오상무의 덤덤한 사랑 혹은 의리가 무서웠고, 그의 생생한 속살에의 집착이 측은했다. 영화는 역시 임권택의 고집스러운 문법으로 빚어낸 노장의 작품이었고 부인 역의 김호정 배우의 열연은 이 영화를 보아야 할 이유였다. 그녀의 투병 장면이 아름답다고 감히 얘기하는 건, 내가 살아있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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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400. 그리움을 위하여 (박완서)

이번에도 '오디오 북'(?)으로 읽었다. 김영하의 팟캐스트에서 단편 전문을 낭독해 주었는데 환갑 넘은 할머지 화자, 그것도 박완서 선생님의 강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는 자연스럽다. 속엣것을, 저 아래 웅크리고 있는 치졸한 개인의 마음을 박완서 선생님은 어쩜 이리 솔직하고 날카롭게 다 드러내 표현하셨을까. 선생님의 글은 다 비슷비슷한 듯, 물 흐르는 듯 하지만 이렇게 다시 읽으면 (들으면) 더할 나위 없이 날카롭고 선명하다. 아주 정성스레 차린 따스한 밥상을 받아 맛있게 먹은 기분이다. (아, 나는 또 이렇게 먹는 비유 밖에 못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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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400. 면도날 (서머싯 몸)

처음 접하는 '몸'의 작품이다. 1920년대에서 시작해서 40년대까지 이어지는 소설은 미국 출신의 유럽에서 활약한 '사교계의 거물'인 엘리엇과 그의 조카 이사벨, 그녀의 남편 그레이, 그리고 이사벨의 첫사랑인 래리를 가까이서 관찰하고 이야기를 나눈걸 옮기고 있다. 개츠비의 시대, 그리고 헤밍웨이가 파리의 카페에서 글을 쓰던 시대다. 장편인지라 이야기는 엘리엇의 과거사와 그의 매끄러운 처세를 그리는 듯하다가 어느새 '청춘의 빛'을 찍는 이사벨과 래리로 넘어간다. 그리고 모든 청춘의 질문을 안고 떠나는 래리. 그는 순수한 청춘의 얼굴, 아니면 세상 모르는 어린이 같지만 모두의 데미안이 아닐까. 거구의 사람 좋은 그레이와 우아한 이사벨, 수잔과 소피, 모두들 적잖은 분량의 출연 동안 톡톡히 자기만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래리의 인도 여행기 (혹은 참선기)를 읽은 후라 마음을 놓았을 때 벌어지는 사건은 작가의 솜씨인지 그저 인생의 whim인지. 모두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 해피엔딩, 아니겠냐고 담담히 적는 '몸'의 소설은 책을 덮은 나에게 이런 저런 생각을 남긴다. 이 소설은 심심한듯 지루하지 않고, 또 의뭉스럽게 이런저런 철학적 이야기를 상투적으로 보이기 딱 좋을 위치에 두면서, 어때? 하고 묻기도 한다. 아, 이러면 내가 웃을 수도, 그렇다고 각잡고 인상쓸 수도 없잖아요. 소설 속에서 자주 보이는 여자를 깔보는 태도는 마음에 안들었지만 이 소설은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렇긴 하지만, 나는 이미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나이라 래리의 인생탐구생활에 응원을 보낼 수만은 없었다. 내가 이사벨의 그 속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난 그녀보다는 덜 속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진 것도 없고. 소설이 인생이라면, 인생이 소설이라면, 그럼 나의 해피엔딩은 무엇일까. 인생의 관뚜껑을 닫을 때 엘리엇 처럼 기괴한 치장을 할 수 있다면 나의 최후의 멋부림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생각의 끝은 오래전 지나버린 내 청춘의 시절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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