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400. 화장 (김훈)
6년도 더 전에 강산무진 단편집을 읽고 작가 사인까지 받았는데, 영화 '화장'의 예고편을 볼 때 까지 다른 단편 '언니의 폐경'의 줄거리로 기억하고 있었다.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나서 단편을 다시 찾아 읽었는데 무겁고 힘들다. 중년의 남자가 아픈 부인의 죽음과 부하 여직원의 젊은 아름다움 사이에서 갈등한다, 고 했는데, 간단한 문장으로 정리하기엔 더 복잡한 이야기.
소설 속 오상무와 영화의 오상무 (아니 안성기)는 아주 다른 느낌이고, 추은주는 완전히 별개의 캐릭터였다. 오상무의 덤덤한 사랑 혹은 의리가 무서웠고, 그의 생생한 속살에의 집착이 측은했다. 영화는 역시 임권택의 고집스러운 문법으로 빚어낸 노장의 작품이었고 부인 역의 김호정 배우의 열연은 이 영화를 보아야 할 이유였다. 그녀의 투병 장면이 아름답다고 감히 얘기하는 건, 내가 살아있기 때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