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 재밌어라. 이런게 영화 보는 재미였지, 암.

 

주인공을 좋아할지, 미워할지, 정하는 대신 그저 저 야무진 ㅆㄴ이 어떻게 저 난관을 헤쳐나갈지 지켜보는데, 상대가 다른 ㅆㄴ이 아니라 아자씨라는 게 좋았어요?! 사랑이랄까...하여튼, 뭐, 남녀관계가 나와도 이런식으로라면 쿨하쟈나요. 다만 슬로운이 그 하얀 알약 자꾸 먹더라만 삼십대 훌쩍 지나고 마흔 넘고 쉰 되어서 골골할까 걱정이 되더라구요. 내가 알거든, 그 나이라.

 

나는 슬로운과는 아주 달라서 .... 앞을 내다보고 상황을 설계하기는 커녕 그날 밤 잠자리에 누워서야 이불을 걷어차면서 '앗, 그 아줌마가 날 깔본거였쟈나!" 라며 뒤늦게 내 멍충함에 화를 냅니다. 자주. 그러니까 일 주일에 한 다섯 번쯤? 주인공 슬로운은 로비스트라 상대보다 앞서서 수를 읽고 선수를 쳐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뒷북만 둥둥둥. 아 그러니까 이러고 살고 있군. 영화 줄거리를 앞서 보기는 커녕, 엄머, 엄머, 뒤따라 가면서 계속 슬로운 걱정만 했쟈나. 약 좀 그만 머거.

 

큰 비리를 까발리는 작은(?) 비리의 안 착한 주인공. 어디까지 슬로운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런 악녀 혹은 영웅을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많이 사랑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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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7.31) // 만약 슬로운이 다른 편에 서있었더라면, 그녀의 원래 명성(악명)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자들을 위해 원칙이나 선함을 저버린다면, 그래도 나는 슬로운을 응원했을까? 만약 그 과정에서 슬로운이 더한 약물을 복용하고 몸을 도구로 삼아 권력자들의 침실에 들었다면, 영화 내내 화려한 패션과 교태로 화면을 채웠더라면 그리고 인권옹호자 애인을 저버렸다면, 아니, 총기 규제를 주장하는 측 대표 이혼남과 썸을 탔더라면, 그래도 나는 슬로운을 응원했을까. 어쩌면 이 모든 공식들을 접어두고 차가운 얼굴로 자기 목표를 향해 달려갔기 때문에 그녀를 응원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런 여자 주인공, 오랜만이라 너무 반가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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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9-07-28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 밤도 아니고 한참 지나서 깨닫는 나. 갑자기 생각났는데 깨닫지 못하고 넘어간 것도 엄청 많은 듯 ㅎㅎ 영화 언제 마지막에 봤더라... 이 영화 찜!

유부만두 2019-07-31 11:06   좋아요 0 | URL
언니나 나나 뒷북의 전문가! ㅎㅎ
이 영화 재미있어요. 검색 하지 마시고 기대도 하지 마시고 보시길요.

북다이제스터 2019-07-28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순히 권선징악으로 보지만 않는다면 정말 훌륭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

유부만두 2019-07-31 11:07   좋아요 0 | URL
그쵸. 권선징악을 비켜가기 힘들지만 재미있게 봤어요.
 
내 여자 친구의 다리 창비아동문고 297
정재은 지음, 모예진 그림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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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동화 단편집. 아바타, 가상 사이버 공간, 외계, 로봇과 해저 도시 등이 총동원 되면서 '동화'의 세계를 넓혀야 했는데, 글쎄. 어디선가 이미 만난 주인공들이 장소만 바뀐 상태로 비슷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특이한 건 장애인의 묘사가 늘어난 정도. 하지만 타인의 장애를 대하는 화자 '어린이'의 태도나 심정은 매우 옛스럽다. 측은해하고 나는 장애가 없어 다행이야, 라고 생각한다. 표제작인 '내 여자 친구의 다리'에는 여자 '친구'의 다리와 발 사진을 찍는 소년 '나'가 나온다. 숨어 찍는 것도 아닌데 자꾸 부끄럽고 은근 흥분하는 눈치라 이 녀석, 뭐야, 페티쉬냐, 싶었다. 달에서 다른 중력을 안고 춤 추는 상황 이야기에서는 배명훈의 소설도 생각났고. 트위터에서 칭찬 이야기를 많이 봐서 기대가 컸는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려. 과학과 동화, 라니 아주 새로울 수도 있었겠지만 더블로 구식인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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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수의 제주 과학 탐험 - 탐험가가 발견한 일곱 가지 제주의 모습
문경수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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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정말 좋아요. 제주에 이렇게 아름답고 의미 있고 재미 있고 시공간을 넓게 생각하고 즐길 곳이 많은 줄 예전에 몰랐어요. 요샌 카페와 빵집이 많아져서 즐겁기는 했죠. 저자는 과학 기자로 오래 일했고 쉬운 글로 (하지만 싼티 나지 않는) 문장으로 자신의 제주 사랑, 자연 사랑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의 제주 탐험은 아직 진행중이에요. 그러니까 이 책의 후속판이 나올테고요, 전 이번 태풍을 제주에서 만났지만 아마 다음 달에 제주 비바람 무서운 거 다 잊고 또 제주에 갈 것 같군요. 제주엔 갈치조림과 흑돼지 구이만 있는 게 아닙니다. 다음엔 곶자왈 산책을 꼭 해보겠습니다. 만장굴이 1946년 초등학교 선생님과 어린이들이 처음으로 발견, 탐험했단 걸 아세요? 전 이제 알았고요. 아, 정말 이야기가 넘치는 곳이군요, 제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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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9-07-28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도 가고 싶다!
 

비가 내리고 음악도 흐르는데 빗소리가 제법 음악을 누른다. 거실에 요 깔고 대짜로 누워자는 막내 아기 잘도 잔다. 꿈나라.

 

독후감을 안 쓰니까 짧게라도 뭘 남기려니 영 어색하고 문장 만들기도 어렵다. 그래도 오늘은 빗소리처럼 힘차게.... 하지만 읽은 책들이 영 대단치 않아 보인다. 게을렀던 마음이 드러난다.

 

어떤 팟캐스트에서 듣고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던 책인데 제목이 팔할이다. 언급되는 드라마는 몇 안 되고 저자의 연애 그리고 '성장' 경험이 대부분이다. 삼십대 비혼 여성의 일기장. 챕터 마다의 차이가 보이지도 않고 문장도 그냥 그렇다. 책에 나오는 몰랐던 드라마 '빨간 선생님'을 찾아서 봤는데, 응8 을 투박하게 흉내내서 만든 단막극이었다.

 

 

 

 

 

 

 

 

 

아무튼 시리즈의 작가들은 유머 강박에 사로잡혀있다. 그 유머가 웃겨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면서 거듭 억지스러운 비유법과 함께 나와서 힘들었다. 발레는 좀 가벼워야 하지 않나. 동네의 성인 발레 교실을 검색해 봤다.

 

 

 

 

 

 

 

 

 

 

 

영노자, 라는 팟캐스트를 들을 땐 '영어 노동자' 쯤으로, 영어 번역가들의 노고에 대한 방송이라고 짐작했다. 노지양 번역가가 나오는 방송이라서 그랬나본데, 영혼의 노숙자 라고 한다. 집에 있어도 '집'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이 책은 영노자를 만든 셀럽맷을 비롯한 4개의 '인디' 팟캐스터들의 방송 제작과 사람 이야기인데... '아무튼 팟캐스트'를 쓰려고 하다가 .... 이렇게 된 느낌이다. 팟캐스트가 살아남으리라고 우기는 사람들, 이건 라디오 가가, 같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이것도 어딘가에서 언급되었기에 샀나봄. 부엌일은 못하면서 이런 책을 좋아합니다. 청소책도, 정리책도. 하지만 읽으면서 실망하고 다 읽으면 실망이 곱절이 되어버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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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7-26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왜 드라마 보면서 울어?> 읽고 싶었는데요. 제목 때문에요.
근데 제목이 팔할이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희집 아기도 잘도 잡니다. 저만 조용하다면 2시간은 끄떡없습니다^^

유부만두 2019-07-27 22:14   좋아요 0 | URL
저희집 아기는 방학 중 목표가 키크기라 열심히 먹고 잡니다. ㅎㅎㅎ

저 책은, 네, 제목이 다고요. 내용은 많이 실망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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