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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좋다. 이런 책, 이런 만남, 바로 이 책.

책의 아이가 누구인지 어느 순간에 오는지

나와 만나면 어떤 놀이를 할지 알고 있었지.

 

나이가 들어서 나랑은 안 만나줄거라 생각했는데

책의 아이는 지치지도 않고 열심히 얘기를 나눠주고 또 때론 같이 울거나 화내기도 했다.

 

보물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로빈슨 크루소우, 이런 모험담 말고도 우리나라 이야기들도, 만화책들도, 그리고 단편 소설이나 또 설화나 장편 소설들도 (그런데 프루스트는 조금 고민해 본다음에) 책의 아이가 실어오고 책의 집을 짓고 펼친다. 여기, 내 앞에. 

 

여행 중에도 책의 아이를 만났지.

 

그 유명한 츠타야 서점 타이페이 직영점과 '성품서점' Eslite Spectrum. 카페와 휴식공간도 넉넉하고 백화점 같은 구성에 어린이책은 아동복과 장난감 파는 층에. 우리 작가 번역 그림책은 있었지만 '한국 작가 소설책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점원. 서운하네, 그렇게 한국 관광객이 많이 온다는데 한국 작가들이 만드는 이야기는 안궁금한가봐. 국가도서관에는 수험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휴게실에서 컵라면 먹으면서도 열심히 공부한다. 어디나 책의 아이를 잠깐, 혹은 길게 잊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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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2-12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중에도 서점과 도서관을 찾았군! 역시!

유부만두 2018-02-12 08:34   좋아요 0 | URL
그럼 뭐해요...한자 까막눈 ...ㅎㅎㅎㅎ

단발머리 2018-02-14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유명한 츠바야 서점이 이런 모습이군요. 넘 멋져요.
여행 중에 서점을 찾는 이 아름다운 부지런함이란~~~~ ^^

유부만두 2018-02-15 08:19   좋아요 0 | URL
일본에서 직영하는 타이페이 지점이라더군요. 중간 사진 몇 개는 성품서점이고요.
서점을 따로 찾은건 아니고요, 지나가다 보였어요...
참새 눈엔 곡시만 보이는걸까요? ㅎㅎㅎ
 

시 읽는 밤이라고... 시밤, 이라는 제목을 붙인 시집도 있지.

난 그거 싫었는데

문학을 갖고말야, 응? 이렇게 싼티나게 놀아도 되는거야?!

화도 났지만

사실

시는 말로 탑을 쌓고 기도하고 노래하고 함께, 혹은 따로 노는 일인데.

 

시인이 별거야. 다 같은 사람인데.

서로 예의 지키고, 하지 말아야 할 짓은 하지 말고, 했으면 혼도 나고 그래야지.

그런다고 문학 안 망하고

시도 안 없어져

나쁜 시인만 없어지면 돼.

 

어른시집은 어려워서 못 읽으니 동시집이라도 찾아 본다.

더 즉각적인 반응. 나도 알고 너도 아는.

인맥 자랑, 왕년 자랑, 지식 자랑에 혼자 다 해본 거 자랑이 없거든

읽기전에 겁먹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어, 이거 봐라....

시집에서도 엄마를 '책상 치우는 여자'라고 하면

함께 읽는 엄마가 기분이 좋겠니 아니겠니

 

 

 

 

 

 

 

문장을 엇나가게하는 행갈이, 비트가 살아있

구나

 

청소하고 밥해 먹이는 거

다 사랑 때문

은 아니지

 

더러우면

냄새 나

병 나

 

랩 박자를 연상시키는 운동화 시도 있고

선생님 호령이 비몽사몽 섞이는 시도 읽고

 

먹이사슬

심오하고 무섭고

짧고 굵기도 하지

거꾸로 읽어보면

더 무섭지 

 

압권은 아래시

읽지 말래 그래도 읽는

건 내 마음

이거슨 청 개

구리 구리 구리

 

 

시 읽고 돌아서니

밥 to the 때

쑥쑥 크는 성장기 막내

를 위해 엄마는

무친다

고기

빨간

제육   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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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02-10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오랜만에 보는 참신한 동시집이네요.

(저희집은 저렇게 세개로 소분해놓은걸 결국엔 한끼에 다 먹는 일이 잦아요 ㅠㅠ )

유부만두 2018-02-10 21:20   좋아요 0 | URL
저희집도 마찬가지에요. (소분이라지만 한통에 600g, 한근 담았고요;;;)

동시집이 재미있어요. 작가마다 아이들 생활과 마음을, 또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시를 담았는데 여러 새로운 시도도 보이네요. 그림도 재미있었고요.

psyche 2018-02-10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 서재에 오면
나는 침을 흘리네
고기 빨간 제육
나도 먹고 싶다네
시쓰는 그녀는
완전 멋져 부럽다네

유부만두 2018-02-10 21:2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언니, 이렇게 칭찬만 하시면

제가 ....기분이 좋지요. ^^
 

어린이 삐삐는 커피를 (설탕과 우유 듬뿍) 마신다. 과자를 커피에 적신다. ... 저 먼곳의 기억이 떠오르니, 삐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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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에서 어린 시절 느꼈던 고독과 애달픔의 묘사는 비몽사몽 간에 시간과 공간을 더듬는 작가의 아름답지만 길고 어딘지 꼬이고 엉킨 문장 만큼 흐릿했다. 여러 방들 중 하나, 어린시절 여름 휴가를 보낸 콩브레의 그 방. 옆집 사는 스완씨는 그 아버지가 프루스트의 외할아버지의 친구셨다. 스완씨네는 증권중개인 집안이니 귀족이나 사회 셀럽은 아니라고 여긴 프루스트네 집안 사람들은 편하게 대하고 있었는데, 사실 파리에서 꽤 유명한 모임에 드나드는 사람이고 부유하다. 19세기 후반이지만 신분제(책에는 카스트라고 나옴)는 공고해서 브르주와 계층인 프루스트네 고모할머니는 귀족과 친분을 맺는게 억지스러운 굴욕이라고 여겨 일부러 스완씨를 허물없이, 혹은 무시하는지도 모른다. 윗계급을 대하며 이리저리 자기변명을 만드는 외할머니와 고모할머니. 특히 외할머니의 자매인 이모할머니 두분의 이리저리 돌려 말하기는 칭찬인지 흉인지의 경계를 타며 계산된 예의, 혹은 자만심의 눈짓 몸짓이 눈에 보이는듯 재미있다. (네, 사람 은근 돌려깎는 묘사는 재미있어요)

 

그.런.데.

 

어른들은 여름밤을 즐기고, 손님 (대개의 경우 스완씨)이 오는 경우에는 더더욱 외롭게 혼자서 저녁 8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아이 (학교에 다닌다니 열살 즈음일 것 같은데)가 이리 엄마에게 집착하다니 걱정스러웠다. 잠자기 싫고 자기도 어른들 옆에서 놀고 싶었겠지만, 규범이 무섭고, 아버지도 무섭다. 그저 엄마의 부드러운 뺨과 키스와 포옹 만을 바라는데, 그 당시는 아이이었겠지만 애타게 엄마, 엄마, 부르는 화자는 어른이 분위기를 풍긴다. 막무가내로 찾아와 애인 집 앞에서 서성대는 남자의 모습과 남편 없는 틈에 귀부인을 겁탈하는 악당의 전설을 늘어 놓질않나, 스완씨의 애정사와 빗대어서 엄마,를 부르니 이건 애가 아니라 ....젊은 엄마 옆에 엉성한 젊은이가 서 있다. 징그럽습니다. 꽤나.

 

하녀를 통해 쪽지를 보내보는 아이 (탈을 쓴 젊은이)는 기다리다 못해 어두운 복도로 나서고 엄마는 꾸중하는듯한 표정으로 (그러나 군대보내는 아들은 참고 부드럽게 대하듯! 내 눈엔 군대만 보임 ㅜ ㅜ) 아이를 달래보는데, 짜짠, 아버지가 나타난다. 오이디푸스! 밑줄 쫙, 시험문제 내기 딱 좋은 부분이네. 이 클라이막스랄까 절정 부분도 싱겁게 끝나는데, 왠걸, 아이는 엄마랑 함께 있게 되었지만 지 감정에 겨워 운다. 그리고 엄마가 읽어주는 (생일 선물을 미리 풀러서 읽어주는) 책. 상드의 책 Francois le Champi. 실은 외할머니는 상드의 Indiana를 골랐다가 프루스트 아버지가 대노해서 (당연히 그 책은 넘나 야하다는) 바꾼 책. 하지만 이 책도 엄마는 자체 검열을 통해 애정신은 건너뛰고 읽는다. 엄마가 하녀에게 하는 말투 (번역서)는 완전히 사극에서 상궁을 대하는 대비마마라 소리내 읽어보고 웃는다, 나란 독자.

 

세월은 흘러 콩브레의 기억은 그 침실과 힘들게 혼자 올라가던 어두운 복도만 남아있었는데, 어느 추운 날, 홍차와 마들렌을 마시자, 저 아래에서 그 시절 기억이 떠오른다. 그 방, 그 복도, 그리고 마들렌을 주시던 이모할머니의 방이 있던 건물과 정원, 광장, 콩브레 시 전체가 환하게 형체를 갖고 기억 속에 안개를 벗고 어둠을 밝히면서.

 

아아, 나는 프루스트 첫 챕터를 읽어냈단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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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2-09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예뻐요.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유부만두 2018-02-09 08:55   좋아요 0 | URL
맛도 좋았지요. 마들렌을 저 한 개만 먹은게 아니란게 함정. ^^

단발머리 2018-02-09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있는 민음사판 재쳐두고 펭귄으로 갈아타고 싶은 이 안타까운 마음은...
마들렌과 홍차 때문일까요?

라로 2018-02-09 17:06   좋아요 0 | URL
갈아타세요~~~!! 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2-10 08:39   좋아요 0 | URL
마들렌과 홍차 마시고 싶어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ㅎㅎ
주객전도라지만 뭐 서울만 가면 되죠, 그쵸?

psyche 2018-02-09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전 시도는 몇번이나 했지만 결국 1권도 다 못읽었던 기억이...홍차랑 마들렌이랑 같이 먹었으면 읽을수있었을까? ㅎㅎ

유부만두 2018-02-10 07:4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언니야, 제가요,
마들렌만 몇백 통 머겄을거에요.
이게 몇번째 시도인지 세다 지침요.

불소설의 넘사벽처럼 있는 프루스트! 큰애가 군대에 가서 그 힘든 걸 한다니 아, 엄마가 뭣좀 해야지 하다가 ... 다이어트 보단 그래도 쉽겠지 싶어서 ....
느긋하게 천천히 읽으니 여러가지가 보이네요. 나이 먹어서 읽으니 그런걸까요.

라로 2018-02-09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약본으로 읽었나? 암튼 그래서 엑기스만 읽어 그런가 문장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징그러운 거 뺀 거 같아요. ㅎㅎㅎㅎ 암튼 홍차담은 컵도 이쁘고 마들렌도 먹음직합니다!! 유부만두 님 사진 솜씨도 일취월장 하시는 듯!! 👍
저는 내일 딸에게 갑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알라딘을 지켜주세요. 저는 이래서 또 이월에 글을 못쓰고 빈 날이 생겼네요. 유부만두 님 따라잡기 포기해야지. 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2-10 08:01   좋아요 0 | URL
번역문장 탓도 있을거에요. 불어도 아름답지만...읽다가 ...엉? 이거 주어가 뭐드라? ...그러고 다시 읽다 지치고 그랬어요. 그래도 우리말 번역은 진도는 나가고 있고요. 그런데 말투가 막 사극 같고 웃겨요.

딸 잘 만나고 재밌게 지내다 오세요.
전 매일매일 책 읽은거랑 먹은거랑 그런거 끄적이고 있을거에요.

사진 멋지게 나오는건 테크놀로지, 애플의 힘이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