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로님 덕분에 The Shipping News 영화를 찾아봤다. 소설이 더 좋았다. 영화를 보고나니 소설의 여러 부분들이 더 애틋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라로님, 땡큐.

 

소설은 산만해도 인생이고, 사연들이 있음을 보여주고, 소박한 여성 캐릭터들은 용기를 내 '해야할' 행동을 해나간다. 하지만 영화에선 많이 잘려나갔고, 그 경제성 원칙 위에서 코일이 엉뚱한 행동마저 한다. 밤에, 취해서, 웨이비 집으로 쳐들어간다, 떼끼, 이눔아. 소설에선 웨이비와 아들 헨리가 춤연습 하는 걸 보고 그냥 무릎 꿇고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다 돌아서는데 감히! 그 집에! 들어가서 웨이비를 덮치려다 자빠진다.

 

색색깔의 나무 장난감이 있다는 웨이비 집은 허연 나무 건물의 학교(혹은 데이케어)가 됐고, 데니스의 부인 비티 캐릭터가 웨이비에 더해졌다. 영화에선 물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장면이 반복되어 코일의 트라우마로 설정되는데 글쎄, 어린 딸 (둘이 한 명으로 줄어듬) 바비의 악몽과 고모의 어린시절 비극의 표현은 작위적인 느낌이 들어 짜증도 났다.

 

저 큰 집을 끌고 얼음을 건넌 지독한 인간들. 코일 뿐일까. 커다란 역사, 인류의 이동 속에 뉴욕에서 뉴펀들랜드로 이사한 코일도 있다. 커다란 역사와 개인의 역사, 트라우마와 그 극복. 소설에서 천하일미로 (코일은 뭐든 잘 먹는다지만) 소개된 물개 꼬리 파이가 영화에선 장난과 조롱의 도구가 되어 역시 어메리컨 죠크는 차별을 먹고 사는가 포기했다. 늙은 은둔자 친척은 어쩐지 '현자'처럼 굴고 고모의 귀향을 맨스플래인한다. 냅두세요, 영화 보면서 알아서 생각 좀 하게. 영화보다 소설이 훠얼씬 좋았다. 캐빈 스페이시의 뻔뻔한 얼굴로 코일의 선하지만 멍,뚱한 인물을 표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 춥고 황량한 바위절벽, 큰 집, 그리고 바람과 바다, 이 모든 것들이 책 속의 글자 안에 너울대고 생생하게 소리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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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5-03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랬잖아요. 영화는 안습이라고. ㅠㅠ
책이 훨 좋았죠. 하지만 브록백마운틴은 책 영화 다 좋았어요!! 영화 지금도 가끔 봐요. 넘 슬퍼...흙
애니 프루 정말 글을 잘 써요!! 멋진 작가라고 늘 생각했어요.

유부만두 2018-05-03 10:20   좋아요 0 | URL
영화가 많이 아쉬웠어요. 그래도 바다와 겨울 바위들이 펼쳐진 모습을 보는 건 좋았어요. 덕분에 몰랐던 영화를 챙겨봐서 더 풍부한 독서를 한 느낌이에요. ^^

유부만두 2018-05-03 10:21   좋아요 1 | URL
브로큰백마운틴....읽어보고 영화도 찾아서 볼게요. ^^

라로 2018-05-03 13:04   좋아요 1 | URL
으이그 저는 맨날 오타네요. ㅎㅎㅎㅎ 암튼 브로큰백마운틴은 강추에요!! ㅎㅎㅎㅎ

psyche 2018-05-03 15:05   좋아요 0 | URL
저도 브로큰백 마운틴 영화도 안봤고 책도 안봤는데... 한번 봐야겠네요

유부만두 2018-05-03 16:54   좋아요 0 | URL
저도 잘못 알고 있었어요.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
틀리기 쉽게;;;;

라로 2018-05-03 17:11   좋아요 1 | URL
제가 원래 맞았네요!!!ㅋㅎㅎㅎㅎ 제가 이렇게 소심해요. ㅋ

방금 영화 봤어요. Lovely, Still. 슬퍼요. 훌쩍
 

<문학>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 마키메 미나부/ 이규원 역, 노블마인, 2009

버스데이 걸, 무라카미 하루키, 카트 멘쉬크 그림/ 양윤옥 역, 비채, 2018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모리미 토미히코/ 서혜영 역, 작가정신, 2017

 

<청소년. 어린이>

도토리 사용설명서, 공진하, 김유대 그림, 한겨레아이들, 2014

청개구리 글방, 윤승윤, 보리, 2015

컬러보이, 손서은, 비룡소, 2014

조막만 한 조막이, 이현, 권문희 그림, 휴먼어린이, 2018

지우개 똥 쪼물이, 조규영 글, 안경미 그림, 창비, 2018

무명천 할머니, 정란희 글, 양상용 그림, 스콜라(위즈덤하우스), 2018

마음도 복제가 되나요, 이병승, 창비, 2018

 

<비문학>

아무튼 스릴러, 이다혜, 코난북스, 2018

아무튼 택시, 금정연, 코난북스, 2018

아무튼 피트니스, 류은숙, 코난북스, 2017

아무래도 교토, 스티브 와이드, 미셸 매킨토시/ 심혜경 역, 클, 2018

클로즈업 오사카 교토, 유재우, 손미경, 에디터, 2018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라쇼몽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리틀 포레스트 (김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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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8-05-01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달 좀 별루네;;;;

목나무 2018-05-0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루긴요. 다양한 독서 하셨구만. . ^^
5월의 독서록 벌써 기대됩니다!
아프지말고 5월처럼 한 달 잘 보내셔요. 언니님아~~ ^^

유부만두 2018-05-02 09:17   좋아요 0 | URL
다양...하지 않아서... 일본, 특히 교토 관련 책을 읽었어.
그런데 마음에 남은 책이 별로 없어서 슬픔

단발머리 2018-05-01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요~~~
아무튼 시리즈 넘 근사한대요~~^^

유부만두 2018-05-02 09:17   좋아요 0 | URL
아무튼 시리즈를 읽게 됐어요. 우연히도. ^^
 

이어서 읽는 이병승 동화집. '내가 작아지면 돼'는 아빠의 사업 실패 후, 갑작스러운 생활 변화를 겪는 초등 4학년 남학생 이야기다. 이층집, 마당도 있는 큰 집에서 넉넉하게 살던 아이는 아빠 회사의 부도를 원망하면 좁은 반지하 집으로 이사온다. 아빠는 택배원, 엄마는 마트 계산원으로 취직해서 이제 학교가 끝나면 학원도 없이 빈 집에 혼자 있는 아이. 하지만 집은 옛날 물건으로 가득 차서 마치 걸리버가 된 양 이리저리 좁게 몸을 부딛힌다.

 

학교 아이들과 말을 나누지도 같이 놀지도 않는다. 그저 집에서 혼자, 아빠의 부도를, 아빠의 잘못이라며 책임을 따지고 혼자서 삭히고 있다. 그러다가 ... 물건들을 내어주고 조금씩 공간을 얻는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조금씩 작아지는 기분인데 이건 상처 나서 부풀어 오른 것이 조금씩 붓기가 빠지고 제 모습을 찾는 것만 같다. 가족이 모두 모여 앉아서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며 이야기 나누는 장면은 안심이 된다. 아이의 학교 친구들도 아이의 화난 모습에 손을 아직 내밀지 못했을 뿐.

 

반지하로 대표되는 가난의 모습. 갑작스러운 변화에 혼란스러운 아이. 가난은 물건과 공간 뿐 아니라 시간으로도 느껴지는데, 아이는 부모와의 시간도 빼앗긴다. 하지만, 아이가 비굴해지지 않아서 좋았다. 아이를 누가 돕거나, 싸우거나, 훔치는 지경까지 내몰지 않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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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배와 체중이 날로 심각해진다. 저녁 식사 시간이 너무 늦어지는 탓이기도 한데, 퇴근길 정체를 피하려면 어쩔 수 없이 늦게 퇴근해서 집에 오면 9시쯤이라 그때 밥과 간식을 먹는 나쁜 시간표.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퇴근하면 어떨까, 했더니 그러면 집에 더 늦게 오게되며 더 무너지게 될거란다.

 

 

다이어트 도시락을 싸주기로 했다. 닭가슴살이랑 샐러드 중심으로. 현미로 주먹밥을 만드는 것도 좋겠고. 그래서 시장에 들렀다가 완두콩을 만나서 반가운 마음으로 한 바가지 샀다. (라로님의 볶음밥 생각이 났고요) 넋놓고 앉아서 콩을 까고, 완두콩엔 흰밥이지, 자동으로 흰쌀로 밥을 했다. 오이고추를 된장과 참기름에 버무리고 빨갛게 볶아놓은 멸치도 넣고, 계란 말이도 예쁘게 만들었다. 흠....이건 다이어트 도시락이 아닌데?;;;; 완두콩으로 하트라도 만들어 얹을껄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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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4-30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보니까 저도 유부만두 님 같은 와이프 있으면 좋겠어요!! 부럽다.

유부만두 2018-05-01 06:58   좋아요 0 | URL
하하하 .... 칭찬으로 받겠습니다.

어제 싹 비워 온 도시락 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목나무 2018-04-30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두콩 하트 다음에는 꼭!!!!! ^^
누가 직접 싼 도시락 먹어본지 20년이 넘었네요.
부럽다. . . 남편님. . ^^

유부만두 2018-05-01 06:59   좋아요 1 | URL
도시락을 쌀 생각을 못했는데 또 아침에 하다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그러더라.
급식 전엔 엄마들이 두 개씩 싸주시기도 했는데. 그 무거운 보온 도시락통....

psyche 2018-05-01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것은 다이어트 도시락은 아닌데.... 그래도 와이프의 사랑이 마구 느껴지는!

유부만두 2018-05-01 07:00   좋아요 0 | URL
다이어트 아니죠;;;;;; 그러니 사랑이 담긴 게 아닌것 같고요....
뭘 넣어줘도 싹 먹어주는 만두피라 부담은 없어요. ^^

psyche 2018-05-01 12:23   좋아요 0 | URL
부담 없어도 도시락 싼다는게 부담이지. 나도 아이들 맨날 똑같은 거 싸주는데도 맨날 신경쓰이는 걸
 

'브로큰백 마운틴' 저자 Annie Proulx의 소설 'The Shipping News'를 읽고 있다. 뚱뚱하고 둔한 몸으로 평생 주눅들어 사는 코일은, 배에서 동그랗게 말아놓고 선원들이 밟고 다니는 코일 밧줄처럼 이리 저리 치이고 무시 당하는 존재다. 부모로부터고 괄시당하고 사랑으로 믿었던 부인에게도 배신당하는 대학 중퇴자인 그는 어쩌다 작은 신문사에서 일을 하게된다. 그러다 또 '어쩌다' 캐나다의 뉴펀들랜드, 부모의 고향이었다는 작은 항구로 이사한다.

 

새로 들어간 지역 (광고)신문사에서 해운소식란을 맡게된 그는 동네의 역사, 코일 집안의 역사, 항구를 드나드는 배들 각각의 역사, 그리고 사람들의 역사 혹은 사연들을 접한다. '어쩌다' 들은 이 모든 이야기는 챕터 마다 책 한권씩의 무게를 갖고 커다란 파도처럼 코일과 독자의 마음을 때린다. 텨……ㄹ썩, 텨……ㄹ썩, 텨ㄱ, 튜르릉, 콱.

 

둔한 몸을 돌릴 때마다 작은 마을 도서관의 책장을 흔드는 코일, 해적이었다는 그의 조상들은 얼음 위로 나무집을 끌고 섬에서 섬으로 이동하고, 집안 안에서 결혼을 거듭해 그들만의 괴상한 소문을 키웠다. 먼 친척뻘이라는 괴상한 노인은 옛집 주위를 빙빙 맴돌며 코일의 여덟살 큰딸 버니의 공포를 키우고 장애를 가진 아이 헨리를 키우는 키 크고 씩씩한 여자 웨이비는 코일과 썸을 타지만....

 

음산하고 씁쓸한 기운이 도는 늦가을 항구에서 코일은 이제사, 삼십대 후반에, 인생의 큰 뼈대를 파악하기 시작한다. 표지의 저 큰 빙산이 등대 앞에서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봤다. 이제 후반부로 접어들었는데 한없이 읽다가 오전에 포스팅을 놓칠까봐 급하게, 엉성한 밧줄처럼 매듭처럼 꼬아 적어놓는다. 파도가 밀려오는 바위섬...노래도 생각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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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4-29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도 일빠로 하고 댓글도 달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암튼 저도 이 책을 읽었고 영화도 봤다 그런데 읽으면서 추운 바닷가를 떠올리며 읽어서 그런가 몸에 한기가 아직도 느껴진다 뭐 이렇게 기타등등 썼어요. 코일 역을 맡았던 캐빈 스페이시가 생각나네요. 안습;;;

유부만두 2018-04-29 19:56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영화가 있는줄 몰랐어요. 주역이 안습이군요,
코일이 뉴펀들랜드 와선 똑똑하게 굴어서 고향의 힘인가, 싶고요... 다크하면서 은근 위트있어서 재밌게 읽고있어요. 그런데 전체적으론 통일된 느낌은 약하네요. 바다와 배 이야기라 세월호 생각 나게하는 부분이 많아요.

라로님, 멋진 주말 보내세요~

2018-05-02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3 0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3 0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