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 - 염상섭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3
염상섭 지음, 정호웅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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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꺼운 책을, 그것도 어휘나 문장이 만만치 않은 것을 고등학교 1학년 기말 평가로 받아들었을 때는 그냥 딱, 포기하자 싶었다.

 

아이가 따로 국어 학원을 다니지 않아서 나랑 둘이서 매일 매일 몇 쪽씩 억지로 읽어나갔는데, 중후반 부터는 나 혼자 더 열심히 읽게 되었다.

 

인물들의 속내까지 파고드는 묘사는 독자를 이야기 속에 계속 붙잡아 둘 만했다. 비열함의 끝을 보여주는 창훈과 수원댁 패거리, 찌질함의 끝을 보이는 상훈은 1920년대 서울의 모습이 아니라 어쩌면 바로 이 시대의 인물 같기도 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 한바탕 소란을 겪은 덕기가 이 소설 이후의 세월도 편안하게 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의 갈등이 아슬아슬하게 시작하고 있었고, 이 소설 인물들 모두들 진짜 살아있는 "사람" 이기 때문이다. 읽고나서 "우아, 이건 걸작이야!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 같다구!"라고 외쳐 봤자, 고등학생들이나 성인들은 염상섭을 숙제라서 읽었으니 이 책의 근사함을 느끼기 힘들지 모른다. 아들 녀석 역시 후반부의 빠른 전개에는 속도를 냈지만 이 책의 맛, 이랄까, 멋은 고사하고 "삼대에 걸친 갈등과 시대상..."어쩌고 하는 줄거리 요약에 바쁘다.

 

숙제라서 읽었지만, 감사하고 감사하다. 염상섭 선생님, K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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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엄마 교과서 - 초등학교 공부, 이렇게 한다!, 개정판
박성철 지음 / 길벗스쿨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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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큰 아이 교육에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 읽으니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책. 막내에겐 그저 잘 읽고 생각하는 공부가 기본이라고 믿는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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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2 0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4 0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생존자 -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삶의 해부
테렌스 데 프레 지음, 차미례 옮김 / 서해문집 / 2010년 5월
절판


그때 거기서 나는, 총살되지 않으려면, 교수형을 당하지 않으려면 모든 것을 견디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결심하였다. 더 이상 나는 무관심에 빠져 허탈해 있어서는 아니 되었다. 나는 외모를 사람답게 만드는 데 집중하기로 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이것은 좀 우습게 들릴는지 모르겠다. 내가 새로이 발견한 정신적 저항력과 내 몸에 걸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누더기와 무슨 관계가 있었겠는가? 그러나 묘하게도 그것들은 관계가 있었다. 그때 이후로 수용소 생활이 끝날 때까지 나는 그 사실을 염두에 두고 주위를 살폈다. 그 결과 어떤 여자든 세수를 할 기회가 있는데도 하지 않거나, 신발 끈 매는 것을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하는 여자에게 생의 종말이 시작되는 것을 보았다.-123쪽

우리들이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유일한 증거는 우리들의 불꽃같은 눈동자들이었다. -135쪽

잠을 깨는 순간이 가장 무서운 순간이었다.-139쪽

살아남는 것은 결국 개개인의 요행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어떤 사회집단이 성취해야 하는 일이었다.-219~220쪽

신은 집단 강제수용소를 떠나버렸다. 정말 기적과 같이 보이는 일이지만, 거기에서 일어난 일은 인간의 정신과 의지로 성취한 일이었다. -229쪽

어떤 형태를 취하건 음식물을 나눠 먹는 일은 인간성이 상호 교환하는 한 증거였다. 이것을 통해 생존자들은 잃어버린 인간 본연의 자세를 되찾을 수 있었고, 스스로를 인간답게 유지할 수 있었다.-251쪽

사실상 인간의 '불굴의 정신'에 대한 찬양과 피해의식을 인정하는 것은 뿌리가 같은 '사상적 기원', 곧 인간의 굴레는 오직 죽음을 통해서만 벗어날 수 있다는 서구문화에 근거한 것이다. 죽음은 지상에서 얻을 수 없었던 완성의 세계로 향한 문이며, 타협에 의해 정복되지 않는 영혼을 입증한다. 매일매일 간신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위의 두 가지가 다 해당되지 않는다. 이들의 생명은 언제나 보다 높은 것을 위해 바칠 수 있는 생명이 아니다. 오히려 살아가려고 모든 수단을 다한다는 이유 때문에 협박 받고 모멸당하는 그런 인생이다. -287쪽

나는 비탄에 잠기지도 않았으며 기운을 잃지도 않았다. 생명이란 우리의 육체 안에 있는 것이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생각이 나의 살과 피 속으로 흘러들어 왔어, 그래, 그것은 사실이야! 고결한 예술 활동을 해 왔던 나의 머리가 영혼의 지고한 요구를 알게 되었고, 재인식하게 되었어. 이제 내 머리가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일이 있더라도, 심장이 남아 있고, 사랑하며, 고통 받고 갈구하며 기억할 수 있는 살과 피가 남아있는 한, 결국 이게 삶이 아닐까? 보라, 태양이 보인다! -294쪽

생존의 핵심적 의미는 '죽음을 통과하여 살아남는 것'에 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문학적 은유로 들리지만 생존자에게는 현실이었다. -309쪽

생존행위는 '인간다움' 그 자체에 생물학적 근원을 두고 있는 일정한 활동 체계를 보여주고 있다. -3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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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베틀북 사이언스 1
팅 모리스 글, 데시데리오 산치 그림, 권기호 옮김 / 베틀북 / 2006년 4월
품절


잎꾼개미는 커다란 회색 버섯을 길러 먹습니다. 버섯을 기르려면 우선 일개미들이 잎을 모아서 개미집 안에 있는 땅 속의 '정원'으로 가져갑니다. 그러면 작은 정원사 개미가 그 잎을 잘게 씹어 쓰레기나 죽은 개미와 섞어 반죽을 만듭니다. 그런 다음 이 반죽에 작은 버섯 조각을 심어서 키웁니다. 무리 속의 모든 개미는 이렇게 길러진 버섯을 먹고 살아갑니다. -14 쪽

개미는 잠을 자지 않는답니다. 하지만 조금씩 쉬기는 합니다. -18쪽

수개미는 몇 주밖에 살지 못합니다. 스스로 먹이를 구하지 못하기 때문에 짝짓기 비행을 할 때까지 암컷 일개미가 먹이를 줍니다. 짝짓기 비행을 마친 뒤에, 수개미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문을 지키고 있는 병정개미가 문을 열어 주지 않거든요. 스스로 먹이를 구하지 못하는 수개미는 결국 굶어 죽고 맙니다.-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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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5월
구판절판


신앙은 재칼처럼 무덤들 사이에서 먹이를 찾고, 이런 죽음의 회의 속에서도 가장 활기찬 희망을 주워 모은다.-71쪽

우리는 이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를 매우 잘못 생각해온 것 같아. 여기 지구상에서 소위 그림자라고 불리는 것이 사실은 우리의 진정한 실체인지도 몰라. 우리가 영적인 것을 바라봄에 있어서 그것은 마치 굴조개가 바다 밑에서 태양을 바라보며 흐린 물을 가장 맑은 공기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을지도 몰라. 내 몸뚱이는 더 나은 존재의 찌꺼기일 뿐인지도 몰라. 원하는 사람은 내 몸뚱이를 가져가도 좋다. 맘대로 가져가. 이건 내가 아니니까. 그러니 낸티컷을 위해 만세 삼창! 구멍 뚫린 보트, 구멍 뚫린 몸뚱이는 언제든지 올 테면 와라. 하지만 제우스라 할지라도 내 영혼에 구멍을 뚫을 수는 없으리라. -71-72쪽

하지만 단언하거니와, '피쿼드'호만큼 낡고 진기한 배는 본 적이 없을 것이다. '피쿼드'호는 좀 작은 구식 배였는데, 갈고리 모양의 다리가 달린 구식 가구와 어딘지 모르게 비슷했다. 사대양의 태풍과 고요 속에서 오랫동안 단련되고 비바람에 시달리며 얼룩진 선체의 빛깔은 이집트와 시베리아에서 싸운 프랑스 척탄병의 얼굴처럼 검게 그을려 있었다. 오래된 뱃머리는 턱수염이 난 것처럼 보였다. 돛대 - 원래의 돛대는 일본 해안 어디선가에서 강풍에 부러져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 들은 옛날 퀼른의 세 왕의 등뼈처럼 꼿꼿이 서 있었다. 낡은 갑판은 토머스 베케트가 피를 흘려 죽은 뒤 순례자들의 경배 대상이 된 캔터베리 대성당의 포석처럼 닳고 주름져 있었다. 이런 오래된 유물에 놀라운 특징들이 새로 추가되어 있었는데, 그 특징들은 반세기가 넘도록 그 배가 종사해온 거친 작업과 관련되어 있었다. -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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